US오픈 2011 늦은 프리뷰

2011. 8. 31. 19:30

 

먹고 사는 문제로 인해 윔블던 이후 잠시 블로그를 버려둔지가 어느덧 두 달이 지나서 벌써 US오픈이 개막하였다.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테니스 경기가 한창 진행중일 때 잠시 여유가 생기는지라 짬짬이 경기 리뷰와 관련 소식을 전하고자 한다. 그동안 포스팅하지 않은 것들은 시간이 된다면 대회가 진행되면서 조금씩 올리도록 일단 노력은 해야겠다. (블로깅이 밥 먹여주는 것은 아니라서 장담은 할 수 없고..)

테니스팬들이라면 윔블던이 끝난 7월 초중반은 유럽에서 작은 클레이코트 대회들이 열리는데 상금의 규모는 물론 랭킹 포인트 역시 크지 않아 대개 윔블던에서 진을 뺀 정상급 선수들은 잠시 몸을 추스르는 시간이 되고, 다른 선수들이 상금과 포인트를 얻는 기회가 된다. 7월말부터 미국과 캐나다에서 본격적인 하드코트 시즌이 시작하게 되는데, 메이저대회 바로 밑에 위치한 큰 투어가 열리면서 상위권 선수들도 슬슬 대회에 나서며 US오픈을 위한 워밍업을 시작한다.

남자부에서 중요한 대회라고 한다면 ATP 마스터스 1000의 큰 대회인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리는 로저스컵과 미국 신시내티에서 열리는 W&S오픈인데 월드 넘버 원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와 앤디 머리(영국·4위)이 서로 나누어 타이틀을 가져갔다. 조코비치는 윔블던 우승 직후 데이비스컵에서 복식 경기에 참가한 것을 빼고는 오랜 휴식을 가지다 한 달만에 코트에 돌아와 로저스컵에 참가하여 우승했는데, 1993년 피트 샘프라스(미국) 이후 세계랭킹 1위에 오른 후 출전한 첫 ATP 토너먼트에서 우승한 최초의 선수가 되었다. 그러나 기세를 몰아 W&S오픈까지 노리던 조코비치는 결승에서 머리를 만나 고전하다가 기권하면서 시즌 두 번째 패배를 기록했다. 휴식 없이 연속으로 대회에 참가하면서 누적된 피로와 가벼운 어깨의 이상이 기권의 이유였는데 1세트를 먼저 내주며 출발이 좋지 않았던데다 2세트에서도 0-3으로 끌려가면서 경기를 이길 가능성이 적어지면서 US오픈을 바라보면서 일찌감치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다시 US오픈으로 돌아오면 이 대회는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골프의 메이저대회와 종종 혼동을 일으키기도 한다. 1881년에 첫 대회가 시작하여 1877년에 시작한 윔블던 다음의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대회이며 중간에 세계대전 등으로 중단되기도 해서 올해 130회째가 열린다. 1987년부터는 테니스 4대 메이저대회 중에서 그 해의 가장 마지막에 열리는 것으로 정해지면서 8월 말부터 9월 초중순 사이에 열리는 것이 계속 이어져 오고 있다. 올해는 허리케인 아이린의 영향으로 미국이 피해를 보았지만 이 대회의 정상적인 진행에는 별 문제가 없다고 한다. 올해는 8월 29일부터 9월 11일(현지시간)까지 2주일간 경기가 진행되며, 대회에 앞서 23일부터 26일까지 4일간 퀄리파잉 매치가 진행되었다. 올해 총상금은 2370만 달러이고 남녀 단식 우승자는 180만 달러를 받게 되며, US오픈에 앞서 벌어지는 US오픈 시리즈 대회에서 얻은 포인트를 합산하여 최고 100만 달러의 보너스 상금을 준다. 이 보너스 상금의 주인공은 미국의 마디 피쉬(8위)와 서리나 윌리엄스(27위)다.

작년 대회에서 준우승에 그쳤던 조코비치는 생애 첫 US오픈 우승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올해 57승 2패의 경이적인 승률을 자랑하는 조코비치의 상승세에 비해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천재" 라파엘 나달(스페인·2위)과 "황제" 로저 페더러(스위스·3위)의 여름 성적표는 초라하였다. 나달은 로저스컵과 W&S오픈에서 각각 32강, 8강에서 탈락하였고, 페더러도 같은 대회에서 16강, 8강에서 침몰하며 US오픈 전망을 어둡게 하였다. 그러나 남자 테니스에서 여전히 빅4 체제가 무너지지 않고 있고, 5세트 경기에 긴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메이저대회의 특성과 큰 대회에서 경기를 하는 부담감 등을 고려할 때 여전히 이들이 조코비치의 가장 큰 견제 세력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전년도 우승자인 나달은 이번 대회에서 타이틀을 방어하지 못할 경우 조코비치와의 랭킹포인트 격차가 벌어지는 것은 물론 3위 페더러와의 격차도 줄어들며 연말 랭킹 2위를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이어서 이번 대회가 중요하다. 페더러에게는 이번 대회가 2003년부터 매년 메이저대회 타이틀을 한 개 이상 차지해온 기록을 이어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다. 큰 대회 울렁증에 시달리는 앤디 머리 역시도 이제는 어떤 가능성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점에서 모두가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라 치열한 접전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자부는 디펜딩 챔피언 킴 클레이스테르스(벨기에·3위, a.k.a. 킴 클리스터스)가 불참한 가운데 세계랭킹이 27위까지 내려갔지만 뱅크 오브 웨스턴 클래식과 로저스컵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부활을 알린 서리나 윌리엄스가 여전히 강력한 우승후보이며, 들쑥날쑥한 경기력을 보이면서도 W&S오픈 우승을 차지한 마리아 샤라포바(러시아·4위)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세계랭킹은 굳건한 1위이지만 큰 대회 울렁증을 극복하지 못하며 디나라 사피나(러시아)의 재림이 아닌가 싶기도 한 카롤리네 보스니아키(덴마크, a.k.a. 캐롤라인 워즈니아키)의 활약은 두 우승 후보의 행보에 변수가 될 수도 있다. 대회 개막 직전의 뉴 헤이븐 오픈에서 우승하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올해 열린 메이저대회마다 전초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고서도 일찌감치 물을 먹었던 전례가 있는지라 큰 의미는 없는 듯하다. 오히려 로저스컵과 W&S오픈 2라운드 탈락이라는 초라한 성적표 덕분에 톱시드를 받아 유리한 대진임에도 큰 기대는 되지 않는다. 윔블던 여왕 페트라 크비토바(체코·7위)는 한 달 휴식 후 참가한 로저스컵과 W&S오픈에서 연속으로 16강에서 탈락하면서 페이스가 많이 떨어져 있어 역시 전망이 밝지는 않다고 적으려고 했는데 29일(현지시간)에 열린 1라운드에서 가볍게 탈락해버렸다. 이미 노쇠한 기미가 역력한 비너스 윌리엄스는 랭킹이 36위까지 떨어지고 시드 배정조차 받지 못했지만 관록과 자국에서 경기가 치르는 홈의 이점을 안고 있어 우승은 어렵더라도 우승을 노리는 선수들의 발목을 붙들고 늘어지며 물귀신 놀이를 할 수 있다.

프리뷰라면 대회 시작 전에 글을 썼어야 하는데 조금 늦었지만 사진 몇 장과 함께 간략하게 마무리하고 이어지는 글에서 29일과 30일에 열린 경기 결과를 전하도록 하겠다.

서브 연습을 하고 있는 로저 페더러 ⓒ Andrew Ong/usopen.org

큰 대회 울렁증이라면 역시 빠질 수 없는 앤디 머리 ⓒ Phil Hall/usopen.org

나달은 10살 이하의 어린이들을 상대로 테니스 클리닉을 열었다고 ⓒ Jennifer Pottheiser/usope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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