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일이 있어 오사카에 다녀왔다. 그 짧은 여행기를 잠시 블로그에 남겨볼까 함.

이번에는 국적기 중에서 어르신들이 특히 좋아하신다는 대한항공의 왕복 항공편을 타게 되었다.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은 저가항공이라 일컬어지는 항공사보다 서비스가 좋은 것이 장점이기는 한데 비싸다. 그래서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잘 타지 않는데 이번에는 선택의 폭이 넓지 않았다. 신용카드 마일리지가 대한항공은 1,500원 당 1마일리지가 적립되어 아시아나의 1,000원 당 1마일리지가 적립되는 것에 비해 좋지 않고, 스타얼라이언스라는 동맹체를 끼고 있는 아시아나에 비해 사용할 수 있는 범위도 별로인 것 같다. 대한항공의 노선이 많은 것은 장점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시아나가 좋음. 항공권 결제도 아시아나 마일리지가 적립되는 카드로 결제. 내년 여름 즈음에는 5만 마일 정도 모으지 않을까 싶다. 조금 더 마일리지 적립률이 높은 카드로 바꾸어볼까도 생각하고 있으나 연회비가 비쌈. ㅋ

인천에서 19시 15분 발 비행기다. 김포 출도착편으로 하려고 했으나, 일 끝나고 가기에는 무리인 듯 싶어서 조금 늦게 출발하는 인천발 비행기로 예약, 도착은 김포로. 인천공항은 서울의 동북쪽에서 가기에는 교통도 좋지 않고 너무 멀다. 사람이 많아서 수속에 시간이 걸리는 것도 짜증나고.

서울역에서 공항철도를 탄다. 서울역 4호선 역에서 공항철도 역까지가 상당히 멀다. 사람도 많아서 에스컬레이터에서 추월도 못하고 가는데 10분 정도 걸린 것 같다. 타려고 했던 17시 31분 일반열차는 늦었고, 17시 40분에 출발하는 급행열차를 타는 수밖에. 43분 걸린다는 코레일공항철도의 말에 따르면 18시 23분 경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 카운터까지 달려가면 비행기 출발 약 45분 전에 도착하고 아슬아슬한 상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열차표를 사는데 아저씨가 출발 5분 전부터는 발권이 되지 않는다고 다음 열차표를 주면서 그냥 열차에 타라고 한다. 급행열차는 자리가 텅텅 비어간다는 것은 dog나 cow나 다 아는 사실. 플랫폼에 서 있는 승무원 언니에게 표는 다음 열차이지만 타겠다고 하고 곧 열차는 출발. 아! 이런.. 환전을 안했는데..

공항열차 화장실에 탑승 흔적을 남기는 신고식을 치르고, 아이폰 충전을 하면서 가는데 마음이 여유롭지는 않다. 일부 항공사는 45분 정도 전에 문을 닫아버리는 경우가 있기도 하다. 일찍 가고 싶었지만 일이 늘 발목을 잡아 아슬아슬한 초치기 전쟁을 하게 된다. 언젠가 소개할 "추석연휴 대탈출기" 에서는 정말 아슬아슬하게 체크인 후에 우체국에서 여러 건의 우편물을 보내고 초광속으로 달려다니며 보안 검색과 출입국 심사를 마치고 탑승에 성공하기도 하였다. 하~

이래저래 카운터에는 18시 27분에 도착하였으나, 레이트 체크인을 하려는 사람들이 내 앞에 줄을 서 있다. 이런 줸장.. 앞에 계시던 분들은 출발이 30분도 남지 않아서 카운터에서 탑승이 어렵다고 하는 것 같은데, '나는 아직 40분 정도 남았으니 괜찮겠지' 라고 마음을 놓는다. 모처럼 들고간, 호주 시절 이후 봉인해두었던 캐리어를 오래간만에 들고 왔는데 사이즈가 있어서 기내에 들고 탈 수 없어 따로 맡기고, 탑승권을 받아서 보안검색대로 간다. 출발이 30분 이내로 임박한 승객은 미리 말하여 빨리 검색을 받으라는 표지를 한참 후에야 봤는데, 셔틀트레인을 타고 멀리 갈 것도 아니고 해서 새치기하는 중국인들을 가만히 지켜보지는 않고 욕을 중얼거리면서 기다린다. 가뿐히 검색대를 통과하고 출국 심사도 쾌속으로 마치고 나오니 약 20분 정도 남았다. 슬슬 걸어가면 늦지 않을 것이라는 경험에서 우러나온 강한 확신이 있다. 막상 올라타고 나니 더 늦게 탄 사람이 꽤 된다. 그 사람들은 도대체 뭐하고 온거야?


언젠가 대한항공에서 들은 이야기로는 국제선의 짧은 구간에서는 가열을 하지 않은 음식을 기내식으로 낸다고 했다. 
연어 샌드위치라고 했던 것 같은데..

항공사 직원이 아이가 있는 가족 옆의 자리라고 해서 소란스럽지 않을까 다소 걱정을 했는데, 젊은 부부가 차분하고 조심성 있는 성격에 아이 역시 순해서 문제는 없었다. 빵을 주길래 빵을 먹고, 밤에 일찍 자기 위해서 맥주를 마시고, 한 캔 더 마시고 면세품 주문을 하고 그러다보니 순식간에 도착. 김포-오사카는 일본 국내선 노선보다 짧은 국제선 같지 않은 구간이기는 하지만. 입국 심사와 세관 검사도 간단히 끝나고 공항 화장실에 흔적을 남긴 후 간사이공항역으로 간다.

단지 시내로 들어가는 것이 목적이니까 가장 싼 920엔짜리 난카이 급행열차를 타면 되기는 한데, 늦은 밤인지라 가장 빨리 출발하는 열차를 타려고 했는데 그게 특급 라피트(일본식 발음으로는 '라피토'가 되겠슴돠). 간사이공항과 오사카 시내 접속 구간은 난카이와 JR의 경쟁이 치열한지라 할인 티켓을 판다. 1,500엔짜리 간사이공항-난바 간 라피트 편도 승차권과 오사카시영지하철 1일 승차권 세트인 "오사카 출장 킷푸"를 사려고 했는데 지하철 승차권은 다음 날까지 사용해야 한단다. 뭐야 이거 한국에서 판매하는 오사카 요코소 킷푸와 같은 것이네. "에이~ 그렇다면 지하철 승차권은 필요없는데.." 라고 하니 라피트 편도 승차권은 1,130엔이라고 해서 그것을 사기로. 원래는 특급료 포함해서 1,430엔인데 300엔 할인이다. 동전을 긁어오기는 했는데 어디에 두었는지 모르겠고 그냥 2천엔을 꺼내서 내고 거스름돈으로 동전 한 움큼을 받아서 나왔다. 무거워.. 힝~

 

이것이 라피트 승차권. 특급료가 포함된 요금 1,130엔.

라피트는 전석 지정좌석제라는 점에 주의!

난바까지 갈 수 있는데, 꼭 난바까지 가지 않더라도 도중 어디에서 내려도 된다.

다만 내려서 개찰구에 이 승차권을 넣었을 때 이 승차권은 못쓰게 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라피트는 알파와 베타 열차가 있다. 알파는 간쿠 출발 이후 종착역 난바까지 가면서 린쿠타운, 이즈미사노, 덴가차야, 신이마미야에 정차하는데, 베타는 여기에 기시와다, 사카이에도 선다. 결론은 "알파가 베타보다 빠르다"인데 선택의 여지는 없다. 열차 시각에 맞추어 타는 수밖에. 내가 탄 열차는 라피트 베타 78호. 22시 12분에 난바 도착이라니 목적지인 신이마미야에는 22시 9분 정도에 도착하는 것 같다. 라피트 열차가 특이하게 생겨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은데, 짐 가지고 다니기도 귀찮다. 뒤져보면 언젠가 찍었던 사진이 있을텐데 그러기 귀찮다.


 라피트 베타.
사실 알파나 베타나 열차 차량의 차이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놈이 그 놈이라는..
철인 28호 모양을 형상화한 열차라고 알려져 있는데 창문 모양 역시 특이한 원형.

야야~ 시트 커버는 좀 빨아서 쓰자. 

린쿠타운에서 잠시 정차.
네. 맞습니다. 아울렛이 있는 그 곳이죠.

사카이에도 정차.
다른 정차역은 귀찮아서..

 

차장 언니는 계속 오락가락 한다. 

그렇게 열차를 타고 목적지에 도착, 값싼 허름한 숙소에 체크인하고 짐을 풀어놓는데 여기서는 단 3일만 묵는다. 11일부터 토일월 3일짜리 연휴인지라 다수의 숙박 시설이 만실이어서 이것도 간신히 예약을 해둔 것. 마지막 밤이 될 것이라 예상했던 12일 일요일은 다른 곳에 예약을 하기는 했는데, 11일 토요일은 묵을 곳을 정하지 않은 상태였다. 예약은 하지 않았지만 효고현 북쪽 카스미나 돗토리쪽은 숙소 사정이 조금은 나은 듯해서 이 근방에서 하룻밤 묵을 계획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뜻하지 않은 변수가 등장하여 물거품이 되면서 위기를 불러오기도 하는데, 이것은 To be continued 하기로 하고 일단 이 날의 이야기로 돌아간다.

환전을 안했기 때문에 숙박비는 카드로 결제. 현금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 날을 빼고 5일을 버티기에는 빠듯한 금액이기도 해서. 환전을 하지 않은 것은 돈을 아끼겠다는 의지로 한 것은 아니고 시간이 모자라서였을 뿐인데 막상 현지에서 환전을 하기에는 환율이 좋지 않고 하니 적당히 버티기로 했다. 짐을 풀어놓고 뒤져보니 동전이 담긴 조그만 가방이 있다. 예전에 쓰던 1엔짜리, 5엔짜리 포함해서 동전을 꺼내서 편의점에 간다. 저녁이라고 기내식을 주기는 했지만 그것으로 배가 찰 리는 전혀 없고 먹을 것을 좀 사러 가서 자동판매기에도 들어가지 않는 쩌리 동전들을 처리한다.


배가 고파서 먹고 씻고 텔레비전 보다가 잔다.


  잠꾸러기의 여행노트 

간사이공항에서 오사카 시내에 들어가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돈이 많아서 택시를 타는 경우를 제외하면 열차와 버스 정도. 버스는 의외로 노선이 많지 않다. 인천공항에서 서울 각 방면으로 가는 버스가 수두룩한 것과는 아주 비교가 된다. 버스를 타더라도 내리는 곳과 숙소가 가깝지 않으면 다른 교통 수단을 다시 타야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JR의 특급 하루카는 교토까지(야간 19:16, 20:16 발 두 대편은 교토 경유 마이바라 행) 가는데 도중 덴노지, 신오사카역에 정차하며, 이른 아침의 다섯 편은 이즈미후추, 히네노에도 정차한다. 하루카의 단점은 요금이 비싸고(덴노지까지 자유석 1,710엔, 지정석 2,230엔, 신오사카, 교토는 더 비쌈), 단기여행자들이 많이 가는 난바, 오사카(우메다)역에 가기 불편한다는 것인데, 우메다에 가는 경우라면 대신 간쿠카이소쿠(関空快速)열차를 타면, 오사카역까지 약 1시간 10분까지 갈 수 있다. 운임은 1,060엔. 난바에 가는 경우라면 간쿠카이소쿠를 타고 덴노지 다음 역인 신이마미야에서 JR난바역 방향으로 가는 열차로 갈아타면 된다. 소요시간은 환승 시각 포함 약 1시간 5분, 운임은 1,060엔. 그러나 난바에는 JR보다는 난카이를 타고 가는 것이 더 저렴하고 편리하다. 그나마 외국인들에게 경쟁력이 있는 이유는 JR패스 및 JR웨스트 간사이패스, JR간사이 와이드 패스 등이 있으면 추가요금 없이 열차를 탈 수 있다는 점이겠지만.

난카이는 특급 라피트를 비롯, 난바행 급행열차가 수시로 있어서 난바에 갈 때 더 편리하고, 노선 길이도 짧아서 38~46분 정도에 환승 없이 도착할 수 있다. 요금은 920엔, 특급 라피트는 지정석 특급권을 510엔을 추가로 내야해서 1,430엔이지만, 2015년 3월 31일까지 칸쿠도쿠와리(関空得割.간사이공항 특별할인) 행사로 1,130엔에 판매중이다. 

고베나 나라 등 오사카 이외의 지역에 가는 경우라면 공항에서 버스를 타는 것이 훨씬 편하고 빠르다. 짐을 끌고 다니는 것을 생각만해도 별로다.

중요한 정보라면 심야에 도착했을 때 오사카 시내에 들어가는 막차의 시각.

이번에 개정된 시각표에 따르면, 난카이의 마지막 열차는 23:40에 간사이공항역에서 출발하는 각역 정차하는 보통열차로 난바에는 익일 00:40에 도착한다. 이에 앞선 급행열차는 23:29에 출발하여 00:13 도착하므로 이 열차를 추천. 라피트 마지막 열차는 22:31이므로 22시 이후에 도착하는 비행기라면 타기 어려울 듯하다.

JR의 간쿠카이소쿠의 막차는 23:32. 다만 이 열차는 종착역인 덴노지역에 익일 00:16에 도착 후 더 이상 운행하지 않으므로, 덴노지역에서 오사카간조센(大阪環状線) 소토마와리(外回り) 00:19발 열차를 타고 오사카역에 도착하면 00:40. 한 번에 가는 열차는 22:28에 출발하는 열차가 마지막으로 23:43 오사카역 도착. JR난바행은 덴노지역에서 익일 00:30에 막차가 있어 환승가능.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