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오이모리철도

2017. 11. 4. 04:16



지난 밤에 정신없이 넘어갔던 청춘18 승차권의 홋카이도옵션권을 사지 못하여 예상보다 2배가 넘는 돈을 지불하게 된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생각하다가 순간 머릿 속을 스치듯이 갑자기 떠오른 것이 승차권의 판매기간이었다. 여름에 발매하는 이 승차권은 7월 20일부터 9월 10일까지 사용이 가능하지만, 승차권 판매기간은 이보다 빠른 7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였다. 청춘18 승차권의 이용기간만 생각했지, 발매기간을 생각하지 않아서 이런 낭패를 보게 된 것이었다. 미리 알았더라면 도착해서 다음 날에 양을 보러 히츠지가오카전망대에 갔다 오면서 청춘18 옵션권을 살 것을 그랬다는 진한 아쉬움이 남았다. 어차피 하코다테 도착이 늦어서 오쿠츠가루이마베츠역에서 신칸센을 타야 하는 상황이기도 했지만, 이 경우라면 오쿠츠가루이마베츠에서 신아오모리까지 신칸센 요금만 내면 되니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비용을 절약할 수 있었는데.. 어차피 되돌릴 수 있는 일도 아니고, 미리 살피지 않은 사람의 잘못이지만, 역무원이 판매기간이 지났다고 말했더라면 "아~ 그렇군요! 제가 바보였군요." 하고 넘어갔을텐데..

아오모리에서 토쿄까지 하루에 가는 경로는 오우본선을 타고 아키타를 경유해서 요코테역에서 키타카미선으로 환승하여 키타카미부터 토호쿠본선을 따라 남쪽으로 가는 여정인데, 오전 5시 42분이라는 말도 안 되는 시각에 아오모리에서 출발하는 열차를 타야하므로 일찌감치 포기했다. 혹시 모르는 일이라 5시와 5시 20분에 알람을 맞춰 놓고 자기는 했는데 알람이 울자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알람을 꺼버린 것 같다. 7시 반 정도 되어서 일어나서 슬슬 아침을 먹으러 로비에 내려가서 밥을 먹다보니 8시가 되어서 다른 노선은 집어치우고 그냥 토호쿠본선과 토호쿠신칸센 신아오모리 연장 이후 제3섹터로 전환된 구 토호쿠본선 구간이었던 아오이모리철도와 IGR은하철도를 이용해 최단구간으로 가기로 마음을 바꿨다. 마음을 바꿨다기 보다는 다른 방법이 없는 것이, 오우본선 경유로 가는 경우라면 5시 42분에 출발하는 열차를 타고 22시 39분에 토쿄역에 도착할 수 있는데, 그 다음 열차를 타면 당일에 갈 수 없고, 이미 열차는 두 시간 전에 떠나버린 뒤라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 

아침을 먹고 나서 방으로 돌아가 양치질을 하고 짐을 양어깨에는 백팩, 오른쪽 어깨에는 크로스백을 걸치고 왼손에는 캐리어, 오른손에는 상자 하나를 들고 프런트에 가서 체크아웃을 하고 영수증을 받아서 나왔다. 아오모리역에 들어가면서 마지막 칸이 빈 칸으로 남아있는 청춘18 승차권을 보여주고 9월 5일 도장을 받아서 아오이모리철도를 타는 2번 승강장으로 내려갔다. 

원래 JR승차권을 가지고 아오이모리철도를 탈 수는 없다. 그러나 아오이모리철도선 구간 중 JR과 환승이 되는 아오모리역과 노헤지역, 그리고 하치노헤역에서 중간에 내리지 않고 승하차를 하는 경우에 한하여 아오이모리철도의 운임을 내지 않고 이용할 수 있는 특례가 있다. 아오모리역은 JR의 츠가루선 및 오우본선과의 환승역, 노헤지역은 JR의 오미나토선과 환승역이고, 하치노헤역은 JR 하치노헤선과 환승역인데, 신칸센을 타지 않으면 철도로 이 역에 갈 수 없기 때문에 특례조항을 만들어 지정된 역에서 타고 내리는 경우에 한하여 JR패스나 청춘 18 승차권을 가지고 탄 경우 운임을 내지 않아도 된다.


아오이모리철도의 제복은 처음 보는 듯하다. 예전에 아오모리역에 왔을 때 봤을 수도 있는데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아오모리의 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 아오모리베이브릿지가 살짝 보인다.


아오이모리철도 캐릭터는 꽤 귀엽다.

나중에 돈이 남을 때 인형이 있으면 하나 사오고 싶은데..


귀여운 여성 승무원이 밖에 서 있다. 이 언니는 아사무시온천역에서 내리더라는..


역명판 사진을 찍었는데 초점이 잘 맞지 않았다...


이 캐릭터의 이름은 모리(モーリー). 장음이니까 모-리- 라고 부르면 되겠다.


아오이모리철도는 제3섹터로 전환된 철도 노선이지만 생각보다 승객이 많았다. 제3섹터로 전환된 노선은 돈이 되지 않기 때문에 JR이 신칸센 개통과 함께 지방자치단체로 경영권을 떠넘기는 것인데, 혼슈의 토카이도본선, 산요본선, 토호쿠본선 등 수요가 많은 노선은 신칸센과 병행재래선을 함께 운영하고 있지만, 이용하는 사람이 적은 구간을 도마뱀이 꼬리 자르듯 잘라내서 "당신네 지역 사람들이 이용하는 노선이니 직접 맡아서 운영하시오." 라면서 선로와 열차 몇 량을 양도하면서 손을 털고 나가는 것이다. 이 회사들은 이미 민영화가 되어서 주주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 상황이니 이들에게 계속해서 운영하라고 강제할 수는 없는 것이고..


토호쿠신칸센이 산에 터널을 뚫어 최대한 직선으로 하치노헤 방면으로 가는 반면, 아오이모리철도선(구 토호쿠본선)은 산을 피해 해안선 가까이로 돌아서 가는 경로라서 거리 면에서 조금 더 멀다. 


노나이역. 창밖으로 보이는 역 시간표를 보니 시간당 한 편 이상의 열차가 다니고 있고, 출퇴근, 통학시간대에는 배차가 더 많아지는 것 같다. 이 정도의 배차 시각을 보면 그럭저럭 철도 이용 수요가 완전히 바닥을 치는 것 같지는 않다. 아오모리현 역시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데, 자연적인 이유도 있지만 도시지역으로 인구 유출이 계속되면서 생산가능인구가 갈수록 줄어드는 문제를 안고 있다고. 한국에서 인구의 수도권 집중이 문제가 되고 있듯이, 일본 역시 토쿄와 근교 카나가와현, 사이타마현, 치바현의 인구는 늘어나고, 칸사이지역의 오사카부, 쿄토부, 효고현 등은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이라고 한다. 언젠가 아오모리현에서 30년 후 상황을 예측한 자료를 본 적이 있는데, 현재보다 약 30% 이상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있다고.


출발하는 열차에서 노나이역 명판을 카메라에 담았다.


액화가스제조소가 있다.


다음 역은 아사무시온센(浅虫温泉)역.

일본 아니랄까봐 온천이 참 많고, 역 이름에 온천이 들어간 역도 많다.


온천이 있어서 이용하는 사람이 많은지 아오이모리철도에서 몇 안 되는 유인역이다.


마스코트인 모리의 이름을 딴 모리즈 카페가 역 안에 있다.


역무원이 상주하는 역이므로, 모처럼 운전수는 승차권이나 운임을 받지 않고, 역무원이 그 일을 맡아서 한다.


열차는 아오모리만(青森湾)과 무츠만(陸奥湾)을 지나는 등 한동안 해안선을 따라가다가 노헤지 부근부터 바다와 거리가 있는 내륙으로 달린다.


차창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이 간간이 눈부셨다.




니시히라이역. 사진을 굉장히 성의없이 찍었다.


열차 안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꽤 타고 있는데 청춘18킷푸를 가지고 탄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선로 작업을 하는 인부들도 보이고..


시미즈가와역이었던가..


역 명판에 희미하게 시미즈가와(清水川)라고 쓰여 있다.

카리바사와역


노헤지역. JR의 오미나토선과 환승할 수 있는 역이다. 토호쿠본선을 아오이모리철도로 이관하기 전인 JR역이었던 시절에는 이 역에 역무원이 있었는데, 지금은 JR역이 무인역이 되어 아오이모리철도에서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지금이야 제3섹터로 넘어갔지만, 토호쿠본선은 토카이도본선, 산요본선 등과 함께 일본의 주요 간선 중의 하나였기에 그냥 비워둘 수 없을 것 같다.


저 사람들은 아오모리 방면으로 가는 열차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노헤지역을 출발한다. 아오모리에서 출발했으니 노헤지면 대충 절반 정도 온 것 같다.


직장인보다 학생들이 많이 타서인지 열차 안에는 학교 광고가 붙어 있다.


보선반 직원인 것 같은데 저 분은 처음부터 끝까지 저기에 서서 간다. 한국에서는 철도회사 직원들이 지하철에 빈 자리가 생기면 승객이 서 있어도 앉아서 가던데..


과거 토호쿠본선이라는 주요간선 선로를 달리는 것이기에 선로 상태도 좋고, 속도도 제법 끌어올려 달려서 꽤 빠르게 가고 있다. 아오모리역에서 하치노헤역까지는 약 96km 거리라고 하는데 중간에 있는 모든 역에 정차하면서도 1시간 반 정도 걸려 도착하니 꽤 빠르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의 열차와 비교하면 수도권 전철의 경부선 용산-천안급행열차의 표정속도보다 조금 빠른 수준이다.


흔한 시골의 기찻길 옆의 논이다.


다음 역은 카미키타쵸란다. 하치노헤까지는 일곱 역이 남았다. 구름이 해를 가려서 그렇지 밝은 대낮인데 차내에 있다고 하지만 셔터스피드가 못 따라갈 정도로 열차는 빨리 달리고 있다.


운임은 무시무시하게 오르고 있다. 아오이모리철도의 승차권을 구입했다면 아오모리에서 하치노헤까지 2,280엔을 지불했어야 하는데, 아오이모리철도의 자비로운 방침이 참 고마웠다. 만약 이 돈을 내야한다면 그냥 깔끔하게 신아오모리에서 모리오카까지 신칸센을 타고 나중에 왜 그렇게 큰 돈을 질렀을까 후회할 수 있겠지만..


오가와라호(小川原湖, 오가와라코)를 지난다. 일본의 호수 중에서 11번째로 큰 곳이라고..


정기권을 구입하면 300엔 쿠폰을 준다고도 하는데 잠깐 왔다가 가는 외국인에게 그런 것이 필요할 리가 없고, 통근, 통학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광고 및 안내라고 봐야겠다.

 

미사와역. 이제 20분 정도 남았다. 크지 않은 시골 마을인 것 같다. 토와다 관광철도와 환승역이었는데, 영업수지 악화로 폐선되었다고 한다. 여기도 갈수록 사람들이 도시로 이주를 하기 때문에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은 지속적인 인구유출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저 멀리 신칸센이 다니는 고가가 보이는데 하치노헤역에서 만나게 되겠지.


시모다역. 이제 10분 정도 남은 것 같다. 벌써부터 지겨워지고 있다. 어우..

...

..

짐이 많은 관계로 미리 선반 위에 올려둔 백팩과 상자를 내리고 캐리어의 손잡이를 뽑아놓고 내릴 준비를 하고 하치노헤역에서 내렸다. 열차는 계속해서 메토키역까지 가지만, 하치노헤역을 지나는 순간 지금까지 타고 온 구간의 운임을 다 내야하기에 일단 내리는 것 외의 방법이 없다. 여기서 내려서 가장 저렴한 방법으로 모리오카까지 가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