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고 평화로운 시로이시역


저 학생들은 센다이 방면으로 가려는 것 같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에 가는 것일까, 학원에 가려고 센다이로 가는 것일까. 저 아이들에게 별로 관심은 없지만 열차를 타거나 기다리는 것이 지겨워지다보니 사람 구경을 하면서 별 생각을 다 하고 있다.


역 바깥으로 보이는 저 건물은 아마도 시로이시성인가보다. 후쿠시마행 열차 시각이 얼마 남지 않아서 다녀올 여유는 없다. 그러게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오우본선을 타고 왔어야 하는데.. 두 시간 더 잔다고 늦게 나온 것이 발목을 잡는다.


1번과 2번 선로는 하행열차, 3번 선로는 상행열차가 다니는 모양이다. 정확히는 잘 모르겠지만 2번선에서는 센다이 방면에서 온 열차가 회차하여 다시 내려가는 것 같다. 센다이가 토호쿠지역에서 가장 큰 도시인 만큼, 지방에서는 보기 힘든 6량 편성의 열차가 다닌다.

 

후쿠시마행 쾌속열차가 들어오고 있다. 모처럼 보게 된 4량 편성의 열차인데, 몇몇 역에만 정차하지 않아서 보통열차에 비해 7분 가량 빠른 정도에 불과하다. 센다이에서 후쿠시마까지는 토호쿠신칸센이 동일한 구간을 운행하고 있지만, JR에서 이 병행재래선을 제3섹터화하지 않았다는 것은 신칸센처럼 엄청난 수익은 아니겠지만 꾸준히 돈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호쿠리쿠신칸센 개업을 하면서 병행재래선 구간인 호쿠리쿠본선이 에치고토키메키철도와 IR이시카와철도라는 제3섹터 회사로 이관되었고, 얼마 전에 탔던 도난이사리비철도선 역시 원래 JR의 에사시선이었지만, 적자구간이었기에 신칸센 개통을 핑계로 연선 지자체에 반강제적으로 떠맡긴 것이다. 그렇다고 폐선을 하자니 이 지역에서 열차를 타고 통학, 통근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일이라 결국 운임을 인상하였지만, 지자체의 보조금으로 간신히 버티고 있다고 보면 되겠다.

 

가까이 보니 열차에 사람들이 꽤 많다. 아마도 학생들의 하교시간과 겹치기도 해서 승객이 바글바글한 모양이다.


토호쿠신칸센 선로와 나란히까지는 아니고 한동안 비슷한 방향과 경로로 남쪽으로 향하고 있다.

 

이 동네에 산과 구릉이 있어서 오르막을 오르기도 한다.


야트막한 산을 오르고 있다.


후지타역

텔레비전에 자주 나오는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의 성씨인 후지타와 같은 한자를 쓰고 있다. 어쩌다 알게 된 사람 중에도 동명의 이름을 가진 사람이 있기는 하다. 그래봤자 연락도 잘 하지 않지만..


센다이에서 후쿠시마까지 철도 거리는 79km라고 하는데, 이 거리를 74분에 주파한다니 1분에 1km보다 조금 더 가는 정도의 속도라고 보면 되겠다. 신칸센을 타면 22분 걸리는데, 결국 돈이 있고 없고의 차이. 시간은 금이라고 하지만, 돈이 없으니 이 짓거리를 하고 있다.


내릴 때는 버튼을 눌러서 문을 열고 나가란다. 겨울에 추운 동네의 특징이다.

 

열차는 17시 20분 도착 예정이었는데, 약 2분 정도 늦게 도착했다.


서둘러 쿠로이소행 열차로 갈아탔다. 환승연계를 위해서 열차가 늦게 들어오면 후속 열차의 출발이 조금 늦어지는 경우가 있기도 한데, 사람이 많다고 해도 대도시권역에서 밀려드는 사람들에 비하면 얼마 되지 않는 수준이라..

 

후쿠시마역은 야마가타신칸센이 토호쿠신칸센에서 분기되는 곳인데, 야마가타신칸센은 아키타신칸센처럼 신칸센 전용 선로를 설치한 것이 아니라 재래선을 개궤하여 협궤를 표준궤로 만든 미니신칸센이다. 신칸센이라 불리기는 하지만, 법적으로는 신칸센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고, 같은 흙바닥 노반에 개궤만 하여 표준궤 차량이 다닐 수 있도록 하여 재래선 선로에 있는 철도건널목 등의 장애물이 그대로 남아 있어 속도를 끌어올릴 수 없어서 시속 130km로 속도 제한이 있다.

 

사진이 흔들려 개떡 같지만 무슨 성 같은 건물이 있어서..

어딘지도 잘 모르겠다.


쿠로이소역에 도착해서 우츠노미야행 열차로 환승을 한다. 우츠노미야부터는 토쿄까지 한 번에 가는 열차가 있는데, 한국의 수도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지하철과 비슷한 열차가 약 두 시간에 걸쳐서 109.7km를 달리는, 수도권 전철 1호선의 소요산-인천 구간보다 더 먼 거리다. 우츠노미야에서 한 번에 토쿄까지 가는 열차는 자주 다니지 않아서 열차시간을 잘 맞추지 못하면 한 시간 이상 기다려야 하기도 해서, 쇼난신쥬쿠라인을 타고 아카바네에서 환승하여 가는 것이 더 빠른 경우가 있다. 외국인용 패스인 JR패스나 이 구간이 포함된 JR동일본에서 발행한 패스를 구입하는 경우라면 나스시오바라역에서 신칸센으로 갈아타는 것이 빠르고 편하겠지만, 들고 있는 차표가 원래 내국인용으로 발행된 보통, 쾌속열차 전용인 청춘18이라 별 수 없이 시간과의 전쟁을 해야한다. 그냥 마음 편하게 토호쿠본선 열차를 갈아타면서 가기로 한다. 어차피 도착 시각은 큰 차이가 없을 것 같고, 짐 끌고 다니기 힘들어서.. 모리오카역에서 아이스크림 사먹은 뒤에 음료수만 마시고 아무 것도 안 먹고 있다. 

 

우츠노미야행 15호차 3번 도어라고 한다. 자그마치 15량의 열차가 한데 묶여서 다니는 것이다.


카타오카역. 아직 토치기현을 벗어나지 못했다.


우츠노미야에 도착해서 어깨와 양팔에 짐을 들고 낑낑거리며 내렸다. 여전히 토치기현이다.


우츠노미야역

토호쿠본선(우츠노미야선) 및 닛코선의 환승역이다.


닛코선 승강장은 보통의 역과는 다른 분위기로 만들어놓았다.

닛코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에도막부의 창립자 토쿠가와 이에야스가 안장된 곳인데, 국보 8점과 중요문화재 34점이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10년 전에 다녀온 적이 있기는 한데, 당시에는 일본어를 거의 못하기도 했고, 출발을 늦게 해서 여유있게 보고 오지 못하여서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시 가볼까 한다. 신쥬쿠에서 출발하는 JR의 특급 닛코, 키누가와와 토부철도의 특급 스페시아닛코, 스페시아키누가와를 타는 것이 편한데, JR토쿄 와이드 패스[각주:1]가 가장 편하다. 신칸센으로 우츠노미야에 가서 JR닛코선으로 환승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JR닛코역의 위치가 개떡 같아서 별로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JR이 자기네 닛코역이 있으면서도 토부철도와 직통운행을 하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이게 중요한 것이 아니고, 예약한 단골 호텔에 도착이 처음 예상했던 것보다 늦어질 것 같아서 미리 전화로 알리고, 다시 상행 열차를 타러 갔다. 청춘18 승차권으로 아모리오카부터 보통열차 타고 가고 있다고 하면, 저 녀석 철덕이라고 생각할까봐 차마 말은 못하고, 몇 가지 일이 있어서 늦어질 것 같다고 둘러댔다. 사실 나는 돈이 없어서 이렇게 이동하는 것이지 각역정차에 의미를 두지도 않는데, 한 번 쓰고 남은 승차권이 있어서 버리기는 아깝고 그렇다고 일본에 가서 이걸 팔자니 본전을 못 건질 것 같아서 사용하는 것이라.. 정작 이 승차권의 4회분은 9,480엔이고 홋카이도에서 혼슈로 넘어올 때 쓴 돈이 6,030엔, 그리고 하치노헤에서 모리오카까지 3,500엔을 때려부었으니 열차타는 것만 19,010엔을 쓴 셈이다. 시간이 많이 걸리니 중간에 간식도 많이 먹게 되고 결국 돈 아끼는 것도 아니고 몸만 힘들고 종일 열차를 타기만 해서 다시는 이런 짓을 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다.


오미야역

이제 토쿄가 눈앞에 있다!


이 열차는 토호쿠본선 운행을 마치고 계속해서 토카이도본선으로 달리게 된다.


아아~ 드디어 토쿄에 도착했다!!

185계 똥열차 쇼난라이너가 있다. 이 열차는 아직까지도 특급 오도리코로 운행도 하고 있다.


신칸센도 거의 끝물이라서 한 시간 남짓에 갈 수 있는 곳들까지만 운행을 한다. 천재지변이나 운행장애가 발생한 불가피한 경우를 빼고는 일본의 신칸센은 자정 이전에 종료하도록 되어 있다.

이제 케힌토호쿠선으로 갈아타고 오늘의 숙박지로 간다. 13시간 넘게 열차를 타거나 기다리면서 보낸 긴 하루가 이렇게 끝나간다. 쓰러지기 직전이다...

  1. 이 패스는 외국여권만 가지고 있으면 체류자격과 상관없이 구입할 수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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