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마 케이블카 ①

2018. 1. 6. 15:57



시기산구치역에서 이코마역까지 가는 거리는 별로 멀지는 않지만 환승을 두 번이나 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우선 카와치야마모토까지 셔틀 형식으로 운행하는 열차를 타고 가서, 오사카방면인 후세(布施)역으로 가는 열차로 환승하고, 후세역에서 다시 킨테츠 나라선 열차로 갈아타고 가야 한다. 일본에서 차를 몰아본 적이 없어서 자세한 것은 모르겠지만차를 가지고 간다면 대충 30~40분 정도 걸리는 것 같은데, 이 중에서 조금 더 빠른 길은 유료도로를 이용해야 한다는 것 같다. 이번에는 추가로 비용이 들지 않는 킨테츠 열차를 타고 다니면 되니 환승이 귀찮아도 그냥 타고 가야할 것 같다. 


먼저 카와치야마모토까지 가야 오사카방면으로 갈 수가 있으니 다시 카와치야마모토역과 시기산구치역 사이를 반복운행하는 열차를 탄다. 서울도시철도공사 2호선의 성수지선과 비슷한 운행패턴으로 이 구간만 계속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이 승무원들은 같은 구간만 반복을 하니 상당히 지루할 법도 한데, 먹고 살려면 뭐 별 수 있겠나.. 


차량은 두 량짜리. 진행방향 맨 앞쪽에 타고 가는데 이 시간에 도심 방향으로 가는 사람이 없어서인지 열차는 거의 빈 채로 간다. 철도회사의 입장에서는 이 노선을 운행할수록 손해가 클 것 같은데, 아마도 출퇴근, 통학 시간대에 승객이 있고, 다른 시간대에는 공기수송을 하는 것 같다. 주말이나 휴일이면 시기산을 찾는 나들이객들 덕분에 사람들이 많을 지도 모르겠지만..

 

뒤쪽 차량에는 그래도 몇 명 있는 것 같은데, 내가 탄 차량에는 아무도 없어서 전세 낸 기분으로 열차에 앉아서 간다. 낡고 낡은 오래된 똥차가 다닐 것이라 생각했는데, 차량 내장재와 좌석 등을 새로운 것으로 바꾼 것 같다. 킨테츠에서는 30년, 40년 정도 된 열차들도 개조와 수리를 통해서 계속 생명을 불어넣고 있으니 열차를 타고 다니는 승객 다수가 느끼는 차이는 거의 없을 것 같다.


기관사 아저씨의 가방. 킨테츠라는 로고가 있는 것을 보니 승무원용 가방인 것 같다. 저 옆의 작은 가방에는 아마도 역마다 정차하고 출발하는 시각이 적힌 시각표가 있을 터. 그런데 저 가방 꽤 무거워 보인다.


카와치야마모토까지 가는 중에 있는 역인 핫토리가와(服部川駅)역이다. 어머니와 아들로 보이는 두 사람이 이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승차위치로 봐서는 아마도 지금 타고 있는 앞 차량에 탈 것 같다.


차량 한 쪽 구석에는 피난용 사다리가 있다. 고상홈에 맞추어 문이 높은 위치에 있기에 중간에 열차를 멈추고 승객을 대피시킬 때 사용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자연재해가 많은 나라이다보니 이런 면에 대해서는 한국에 비해 대비가 철저한 것 같다. 무슨 긴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설마 저 사다리가 펴지지 않는다거나 문제가 있어서 탈출을 못하지는 않을테고..


예전에 비해 일본에서 한류는 많이 시들기는 했지만, 동방신기는 여전히 팬들을 끌어모으는 것 같다. 킨테츠 아베노하루카스 본점에서 동방신기 전시회를 하는 모양이었다. 사실 욘사마와 지우히메의 겨울연가 시절이 가장 절정이었던 것 같은데, 한류는 여전히 비주류 중의 하나의 문화로 자리하고 있을 뿐 일본 대중문화에서 주류에 속하지는 않는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다만 시장의 규모가 한국에 비해 크고, 수익성이 좋아서 한국인의 생각에는 크게 성공해서 일본 대중문화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후세역에서 내려서 나라 방면으로 가는 열차를 기다리는데 한신전철의 열차가 들어온다. 킨테츠와 한신이 오사카난바역을 공동으로 사용하면서 나라에서 난바를 거쳐 코베의 산노미야까지 직통운행을 시작하였고, 두 회사의 차량이 상대회사의 노선까지 한 번에 운행하게 되었다. 코베에서 나라 또는 이와 반대로 나라에서 코베를 가려면 JR이나 사철 모두 환승을 해야했는데, 직통운행 이후에는 환승 없이 한 번에 갈 수 있게 되어 승객의 입장에서는 매우 편리해졌다. 한신본선의 선형이 안 좋고, 정차역이 많아서 시간을 잡아먹는 점이 단점이기는 하지만, 코베산노미야역에서 킨테츠나라까지 가장 빠르게 갈 수 있게 되었다.


이동 경로


나라행 열차를 탔지만 목적지가 나라가 아닌 이코마역이므로, 이코마역에서 내렸다. 이코마역에서 내려서 케이블카를 타러 남쪽 출구로 나와서 토리이마에역으로 간다. 같은 회사의 역이기는 한데, 흔히 볼 수 있는 열차가 다니는 철도 노선이 아닌 케이블카라는 강삭선이어서 한 번에 수송할 수 있는 인원 수의 제약이 있고, 다른 대도시 근교 노선과는 달리 열차 운행 간격도 긴 편이다. 


저 앞 쪽에 케이블카를 타는 곳이 있다. 환승역이지만 역 이름부터 이코마역이 아닌 토리이마에(鳥居前)역이고, 요금체계가 달라서 이코마강삭선의 요금은 따로 지불하여야 한다. 킨테츠레일패스나 칸사이스루패스가 있으면, 따로 지불할 금액은 없고, 그냥 패스를 보여주고 통과할 수 있다.


이코마역. 여기는 케이한나선이란 이름을 가진 킨테츠의 노선이 다니는 승강장이다. 이 노선은 시영지하철 츄오선의 종착역인 나가타역부터 이코마를 지나 각켄나라토미가오카역까지를 연결하는 노선으로, 나가타역부터 츄오선과 직통운행을 한다. 그래서 오사카시내 지하철 노선도에 녹색으로 표시된 츄오선을 타다 보면 오사카시영지하철의 차량 외에도 종종 킨테츠의 차량이 지나다니기도 하는데 오사카시영지하철 구간에서는 어느 열차를 타도 무방하다. 한국의 수도권 지하철 3호선과 직결되는  지축역부터 대화역까지의 일산선, 4호선에서 남태령 이남의 과천선과 안산선과 비슷한 것이라 이해하면 되겠다. 한국에서는 해당 구간의 운임이 수도권통합요금제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에 반해, 여기는 오사카시영지하철 운임에 킨테츠 구간의 운임을 모두 지불해야 해서 금액이 크게 올라간다. 코스모스퀘어에서 각켄나라토미가오카까지 가려면 850엔이나 되는데, 이 정도 거리라면 수도권전철 운임으로는 1,950원(현금지불시)이니 이 나라의 교통비가 얼마나 무시무시한지 느끼게 된다. 이 노선의 특징은 제3궤조 집전식이라는 열차 윗부분이 아닌 땅바닥에 전기가 흐르는 탓에 선로에 떨어지면 고압전류에 감전될 위험이 매우 커서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그런데도 얘네들은 스크린도어를 만들어놓지 않았다는..


케이블카역은 토리이마에(鳥居前)역이라는 다른 이름을 갖고 있지만 걸어서 환승할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있다. 이코마역에서 나와서 유있게 설렁설렁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면서 가도 5분 안에 갈 수 있는 정도. 


저 언니 사진을 찍으려던 것이 아닌데..


케이블카에 탔다.


시기산 케이블카보다는 조금 더 좋아보인다. 이 동네에서 호잔지 부근까지는 주거지역으로도 많이 개발이 되어서 이 케이블카를 타고 통학 및 통근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이코마 케이블카는 토리이마에를 출발하여 호잔지까지, 호잔지부터 이코마산죠역까지의 두 구간으로 나누어 운행을 하는데, 호잔지까지 가는 열차는 상대적으로 자주 있는 편이나 호잔지에서 이코마산죠 구간은 40분 정도에 열차 한 편 정도로 운행빈도가 급격히 떨어진다.


토리이마에역. 이코마강삭선의 시발역이면서 킨테츠나라선, 각켄도시선의 이코마역과 환승역이다. 노기자카46의 멤버인 이코마 리나(生駒里奈)의 성과 같은 한자를 쓴다. 사실 이 아이돌 그룹에 대해서는 이코마 리나 말고 나머지 45명은 누군지 전혀 모른다. 아마도 일본에 있을 때 신문이나 텔레비전을 보다가 얼핏 주워들어서 알게 된 것 같은데, 띠동갑도 안 되는 어린 아이들에게는 관심없다.


올라가면서 아래를 내려다보기 위해 차량의 맨 뒤쪽에 탔다.


슬슬 올라가고 있다.

 

근처에는 마을이 있는 것 같은데, 여기서도 철길 옆에 바싹 붙은 집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소음에 매우 민감한 사람이라면 이런 곳에서 살기 힘들 것 같다.

 

차량 디자인을 상당히 어린이들 취향에 맞춘 것 같은데, 이코마강삭선의 종점인 이코마산죠역 앞에 이코마산상유원지(生駒山上遊園地)라는 테마파크 같은 것이 있다고 한다. 디즈니랜드나 유니버설스튜디오처럼 대형 테마파크는 아니고, 그냥 어린 아이 있는 가족들이 와서 잠시 놀이기구를 타고 시간을 보내다 갈 수 있는 그런 곳이라 한다.


갈수록 조금씩 경사가 가팔라진다.


어느 순간부터 경사가 대단히 급해진다. 보통의 철도 차량이 올라갈 수 있는 구배를 넘어서는 급경사이므로 이 열차는 흔히 볼 수 있는 전동차나 디젤동차로 운행할 수가 없어 케이블카로 운행하고 있다.


호잔지(宝山寺)역

이코마케이블카는 토리이마에-호잔지 구간과 호잔지-이코마산죠 구간을 따로 운행하고 있어서 여기서 내려서 케이블카를 갈아타야한다. 시각표를 보니 토리이마에에서 호잔지까지는 평소에 이용하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라 15~20분 마다 운행하는데, 호잔지에서 이코마산죠까지는 40분에 한 대 꼴로 드문드문 다니는 것 같다. 


열차마다 이름이 있는데 왼쪽 녀석은 스즈란, 오른쪽은 미케.


'미케' 라는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왔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호잔지역에서 이코마산죠까지 케이블카가 다니는 선로가 연결되지 않아서 여기서 내려서 환승하러 도보로 이동해야 한단다. 걷는 것은 문제가 아닌데 귀찮기는 하다.


이코마산죠 방면으로 가는 환승 안내가 있다.


갈아타러 가야 하므로 미케와는 여기서 작별을 한다. 운이 좋으면 이코마산죠에 갔다가 내려올 때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굳이 만나고 싶지는 않다.


승강장 끝 부분의 계단을 올라오면 다른 케이블카가 기다리고 있다. 역시 패스를 꺼내서 보여주고 케이블카에 올라탔다. 호잔지역에서 내린 사람이 많은지 이코마산죠까지 가는 케이블카에는 빈 자리가 훨씬 많았다.

 

할로윈이라고 풍선을 달아놓고 있다. 할로윈을 수십 번 이상 들어본 것 같지만 이 날이 어떤 날인지도 모르고, 그렇다고 알고 싶어서 찾아본 적도 없고, 할로윈을 기념하여 파티를 한다거나 뭔가 해본 것이 없어서 아무런 느낌이 없다. 호주에서 할로윈 파티를 한다고 초대를 받기는 했는데, 파티를 좋아하지는 않는 성격이라 그냥 집에서 뒹굴다 잤던 것 같은데..


이미 산상유원지는 영업을 끝낼 시간이 되어가고 있어서 유원지 방면으로 갈 사람은 없는 듯하고, 유원지에서 타고 내려올 사람들을 태우러 다시 올라가는 셈이 되겠다. 지금 올라가지만 그냥 케이블카 타려고 가는 것이지 유원지에 가서 뭐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호잔지. 킨테츠에서 난공사였던 이코마터널 공사를 하면서 재정적인 어려움에 빠졌을 때 호잔지에 승차권 10만 장을 담보로 맡기고 돈을 빌려 위기를 극복했다고 한다. 그 덕분에 킨테츠에서 매년 호잔지에 거액의 시주를 하고 있다고. 호잔지라는 절에는 국가지정 중요문화재와 나라현 지정 중요문화재가 여럿 있다고 하는데, 오사카, 나라, 교토 등지에 워낙 오래되고 유서깊은 절이 많은지라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케이블카는 쉬지 않고 계속 올라간다.


그냥 산 하나를 그대로 오르는 것 같다.

케이블카는 상당히 높이 올라왔는데 철제 기둥에 녹이 슨 것을 보니 뭔가 기분이 이상하다. 별 일 없기를 바라야지.


이코마산죠역에 내리면 이코마산상유원지(生駒山上遊園地. 이코마산죠유엔치)라는 크지 않은 놀이공원이 있다. 테마파크라고 하기에는 규모가 작은 것 같고, 근처에 사는 부모들이 휴일에 어린 아이 데리고 와서 놀다가 갈 수 있는 그런 정도인 것 같다.  유원지에 놀러 온 것이 아니고 그냥 산 위에 올라가서 경치 감상을 하러 온 터라 그냥 슬슬 돌아다녀본다.


다들 아이를 데리고 있는데, 혼자 와서 오락가락하는 것이 부담스럽다.


저 아이들은 남매처럼 보이는데 누군지 몰라도 부모는 참 행복하겠다.


놀이기구라는 것도 아이들이나 탈 만한 것만 있는 것 같다.


이런 곳에서 4D영화도 상영한다고 하는데..


여기는 무슨 쇼나 행사를 하는 무대인 것 같은데 폐장시각이 가까워지고 있어서인지 아무도 없다.


음...

그냥 이 곳은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곳이다.


빨리 내려가고 싶은데, 내려가는 케이블카는 40분 후에 있으니 그냥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시간을 허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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