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에 갑니다

2018. 1. 28. 16:57



오사카의 신이마미야에서 사흘 밤을 보내고, 이제 교토로 향한다. 이 블로그였는지 아니면 다른 네이버 블로그였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오사카에서 교토에 가는 방법은 경우의 수가 참 많다. 사실 서울에서 인천에 갈 때 어떻게 가는 것이 좋은지 검색을 해보면 서울의 어디에서 인천의 어디에 가느냐가 중요한데, 강남역에서 출발하여 부평이나 주안에 가려면 인천광역시의 광역버스를 타거나 강남역 서에서울지하철 2호선을 타고 신도림에서 인천 방면의 열차로 갈아타면 되듯이, 출발지점과 도착지점이 어디인지를 잘 생각해서 가야 한다.

오사카(우메다)역 기준으로 오사카에서 교토에 갈 때는 JR이 가장 편하고 빠르지만 가장 비싸다. 자그마치 540엔[각주:1]이나 해서 400엔대의 다른 한큐, 케이한 등의 사철보다 더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그나마 JR과 가장 비슷하게 가는 노선은 한큐이고, 케이한은 오사카부의 북동쪽을 쓸고 다니면서 돌아가는 경로인데다 역이 많아서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리고 여기에 킨테츠가 있는데, 이 킨테츠 교토선은 상당히 변태스러운 노선이라서 나라를 거쳐서 가는 가장 멀고 긴 시간이 걸리는 경로이다. 빙빙 돌아가는 경로에 중간에 1회 환승이 있어서(특급열차가 있기는 하지만, 이 열차는 출퇴근 시간대 위주로 운행을 해서 관광객용은 아니고, 특급권 가격을 따로 지불해야 하는 비싼 열차인데 시간은 더 걸리니 별로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오사카에서 교토에 가는 것이 지랄스럽지만 이미 지불한 패스 가격 외에 추가적인 비용이 들어가지 않는 킨테츠 패스가 있으니 타고 가는 것이지 철로 위에서 시간을 보내려고 타는 것은 절대 아니다. 교토역은 이름처럼 교토의 관문의 역할을 하는 곳으로, 역 건물을 나오자마자 눈앞에 보이는 버스정류장에서 각 관광지로 가는 버스를 타기 편하고, 지하철과도 연결이 된다. 

체크아웃 시각인 오전 11시 바로 전에 짐을 가지고 내려가서 체크아웃을 하고 커피 한 잔 마시고 여유를 부리다 밖으로 나왔다. 빨리 간다고 "오라버니 오셨어요? 시원한 물이라도 한 잔 하세요~♪" 라고 반겨줄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늘어져 있으면서 뒹굴거리는 것을 좋아하는 한량인지라 뭐 천천히 나가도 별 상관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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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난바역에서 열차를 탄다. 원래 역명은 킨테츠난바역이었으나 한신난바선 개통 이후 한신과 킨테츠가 직통운행을 하면서 오사카난바역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덕분에 교토를 제외하고, 나라-오사카-코베로 노선이 이어지면서 JR이 독점하다시피했던 나라에서 서쪽인 오사카, 코베 등지로 가는 열차를 환승없이 탈 수 있게 되었다. 오사카 남쪽(난바, 닛폰바시, 우에혼마치, 츠루하시 등)의 역 근처에 숙소를 정한 경우라면 JR보다는 킨테츠를 이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돈이 없으니까) 특급열차는 안 타고..


선로와 가까이에 가정집들이 있는데, 해가 뜰 때부터 밤 늦게까지 열차가 다녀서 그런지 창문을 다 막아 두었다. 방음 설비는 잘 되어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른 아침부터 밤 늦은 시간까지 열차가 지나다니는 소리를 듣다보면 스트레스가 심할 것 같다. 여기 사는 사람들은 인이 박혀서 별로 상관하지 않으려나..


지나다닐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오사카 시내의 남쪽은 높은 건물이 없고 오래된 동네의 모습이다. 그나마 북쪽의 우메다 부근은 그럭저럭 개발이 되었지만, 남쪽은 킨테츠가 아베노바시에 지은 300미터짜리 아베노하루카스 주변을 빼고는 여전히 오래된 건물이 많고 낙후된 상태. 언젠가 재개발을 하면 이 동네에도 대형 쇼핑몰과 상점가가 생기고 주변에는 고층 맨션이 들어서게 되려나..


중간중간 이 나라에서는 맨션이라 부르는 한국의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이 있기도 하지만, 한국에서처럼 대단위의 단지가 조성된다거나 초고층 건물이 들어서지는 않는 편이다. 일본에서 아파트는 경량 철골이나 목조 등으로 지은 높이가 낮고 쉽게 철거가 가능한 공동주택을 말하고, 한국의 아파트처럼 철근 콘크리트가 들어간 건물은 맨션이라고 부른다. 부자 동네가 아니면 넓은 집은 별로 없는데, 물가나 지대가 비싸기 때문일까..


날씨가 조금 거시기하다.


킨테츠나라선과 킨테츠교토선의 환승역인 야마토사이다이지(大和西大寺)역에서 내렸다.


혹시 모를 철도팬을 위해서 찾아보니 아마도 킨테츠의 8810계 열차가 아닌가 싶다.


오사카난바에서 나라까지의 킨테츠 난바선, 나라선은 특급열차도 다니지만, 운행 시각이 출퇴근 시간대 중심으로 짜여져 있는데다 구간 거리가 짧고, 특급과 쾌속급행 또는 급행과 소요시간의 차이가 크지 않아서 비용을 고려했을 때 추가 비용이 들지 않는 쾌속급행이나 급행을 타는 것이 낫다. 난바에서 나라까지의 구간은 JR과 킨테츠가 경쟁을 하고 있는데, 나라 공원 부근을 구경하려면고, 열차의 배차 간격이 더 조밀하여 이용하기 편하다. 킨테츠는 직통운행을 하는 한신전철과는 달리 특급열차는 전석 지정석에 특급료를 따로 내야 하는데, 미리 좌석을 확보하고 편하게 가고 싶다면 510엔을 내고 특급권을 사면 된다. 킨테츠나라역이 나라공원에 더 가까이에 있어서 나라에 갈 때는 킨테츠가 더 편하다.


역시 같은 그룹사인 아베노하루카스 홍보를 깨알같이 하고 있다. 


나라행 쾌속급행


교토행 열차로 갈아타기 위해서 3번 승강장으로 건너갔다. 열차번호를 보니 이 열차는 8600계인 것 같은데, 이 열차를 먼저 보내고 다음의 급행열차를 타는 것이 더 빠를 것 같아서 과감히 열차를 먼저 보냈다. 어차피 기다리면서 하는 일 없이 허비하는 시간과 짐을 가지고 다니는 불편함을 생각하면, 조금 늦게 도착하더라도 빈 자리가 있는 열차에 타서 편하게 가는 편이 나을 듯 싶기는 하지만, 어쩌면 후속 급행열차가 중간에 먼저 출발한 열차보다 먼저 도착할 것 같다.


야마토사이다이지역

야마토사이다이지역은 흔히 사이다이지역으로 줄여서 부른다. 킨테츠 나라선, 교토선, 카시하라선과 히라하타(平端)역에서 분기되는 텐리선의 환승역으로 킨테츠 철도노선에 있어 큰 역할을 맡고 있는 역이다. 생각해보니 연초에 교토에 갔을 때도 킨테츠 레일패스를 사서 나고야에서 교토를 오갔던 적이 있다. 그 때는 정말 나고야-교토 구간만 이용하기 위해서 패스를 샀는데, 개정된 킨테츠 레일패스에는 특급권이 빠져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보통열차만 타고 다녀야 한다. 그러나 나의 패스는 9월 30일 이전에 구입한 것이라 특급권 세 장이 포함되어 있다. 


점심은 마트의 베이커리 코너에서 산 빵으로..


산노미야행 쾌속급행열차다.

쾌속급행열차는 킨테츠의 열차 중 운임 외의 추가요금을 내지 않는 등급 중 가장 빠른 열차다. 나라-오사카-코베를 잇는 구간은 전체 거리가 길지 않고 중간에 이용자들이 많은 역들이 많아서 유료특급보다는 쾌속급행이나 급행열차가 속달열차의 역할을 하고 있는데, 오사카난바 서쪽의 한신구간은 아예 유료특급이 다니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이 열차의 운행구간은 킨테츠 구간과 한신 구간으로 나뉘는데, 킨테츠 구간은 오사카난바까지이므로 킨테츠레일패스만 가지고 있다면 오사카난바역부터 서쪽인 한신전철의 구간의 운임은 따로 지불해야 한다. 반대로 한신투어리스트패스를 가지고 있다면 오사카난바에서 니시다이까지의 한신전철과 코베고속철도 노선을 이용할 수 있지만, 난바 동쪽의 킨테츠선은 이용할 수 없다. 직통운행을 하는 두 회사의 노선을 모두 지나는데, 한 회사의 승차권 또는 패스를 가지고 있다면 나갈 때 개찰구에서 역무원에게 가진 승차권이나 패스를 보여주고, 추가로 지불해야하는 금액을 추가로 내면 된다. 역무원이 조금 센스가 있어서 패스 이용범위를 벗어난 구간의 요금을 영어로라도 간단하게라도 알려준다면 편하게 추가요금을 내고 나올 수 있겠지만.. 


타려는 교토행 급행열차와 야마토사이다이지가 종착역인 구간준급열차가 거의 비슷하게 들어온다. 


킨테츠가 아닌 한신전철의 신형 차량인 1000계. 

2007년부터 킨테츠와 직통운행을 시작하면서 도입된 열차인데, 벌써 1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다. 한신에서 모처럼 신조차량을 투입했으니 기념으로 사진을 찍어둔다. 한신과 킨테츠 두 회사 노선에 걸쳐 직통운행을 하면서 한신의 열차가 킨테츠의 구간까지 운행하고 있다. 이 열차는 사이다이지까지만 운행하고 다시 산노미야 방면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 열차의 운행거리가 늘어나면서 기존의 배차간격을 유지하기 위해 두 회사의 차량이 모두 투입되고 있다.



운행을 마치고 차장이 안 내린 승객이나 승객이 두고 내린 물건이 있는지 점검하고 있다. 

탈 열차가 들어왔으니, 타지도 않을 열차 구경은 그만하고 짐을 가지고 차내로 들어가서 빈 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사이다이지에서 교토역까지는 약 40분 정도 걸리는데, 난바에서 사이다이지까지 오는데 걸린 시간도 그 정도 되니 한 시간 반 정도 걸리는 셈. 토카이도본선 신쾌속은 오사카역에서 교토역까지 30분이 채 걸리지 않는데.. ㅜㅜ


교토지하철과 킨테츠의 환승역인 타케다역.

교토지하철 카라스마선은 타케다역이 종착역인데, 이 역부터 일부 열차는 여기서 운행을 종료하지 않고 킨테츠 교토선에 입선하여 등급에 따라 신타나베역이나 킨테츠나라역까지 운행을 한다. 이용의 편의성은 있으나, 이용하는 구간인 교토지하철과 킨테츠 노선을 각각 내야한다는 단점이 있다. 킨테츠 레일패스가 있으면 킨테츠노선 구간은 그냥 이용할 수 있지만, 지하철 구간은 따로 운임을 지불해야 하는 조금은 복잡한 방식이다. 


쥬죠역 근처에 마리오로 유명한 닌텐도 본사가 있다.

처음에는 화투 제조업으로 시작한 회사였다고 하는데 벌써 창업 12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교토역에 내려서 예약해 둔, 지난 2월에 두 번이나 묵었던 그 호텔로 30분 가까이 걸어서 갔다. 마음 같아서는 버스를 타고 싶지만, 버스비도 아껴야 하니 두 다리를 믿고 가는 수밖에..

  1. 그나마 특정구간운임으로 계산을 해서 540엔이지, 실제 거리비례운임으로 한다면 더 비싸진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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