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시미이나리타이샤 ②

2018. 4. 28. 16:35


계속해서 산 정상을 향해서 올라간다. 여기까지 와서 밑에 있는 토리이 몇 개만 보고 돌아가기도 그렇고, 영화 게이샤의 추억을 보지 않아서 내용도 잘 모르지만, 계속해서 등장하는 토리이가 어디까지 있는가 궁금하기도 하고..


앞의 포스트에서 이미 언급한대로 이 토리이는 신도 개인이나 회사 등에서 봉납한 것이라 누가 보내온 것인지 적혀 있다. 그 효과가 얼마나 클 지는 모르겠지만, 토리이를 봉납한 사람 또는 회사로서는 자신들을 알릴 수 있는 광고효과를 얻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토리이를 봉납할 정도라면 그 회사가 꽤 경영상태가 좋다는 뜻이 아닐까 싶다. 설마 망해가는 회사가 다시 잘 되고 싶다고 빚내서 봉납을 하지는 않을 것 같고. 


히잡을 쓰고 있는 저 여성 분은 동남아권에서 온 관광객인가 보다. 히잡스터가 새로운 동남아시아의 소비주체로 떠오르고 있다는 신문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일본은 한국에 비해 해외 관광객 유치에 더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사실 일본은 이미 정체에 접어든 자국민들의 소비를 대신하여 해외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인바운드 관광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세상에 여행하러 갈 나라가 한두 곳이 아니고, 서로 자국에 관광객을 유치하려는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일본은 아주 적극적으로 관광 일본을 기치로 외국인들이 돈을 쓰고 가도록 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어서, 초창기에는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소비세를 제외한 상품가 10,000엔부터 소비세 8%를 면제하는 면세정책을 펼쳤는데, 면세가 가능한 금액을 5,000엔(소비세 포함 5,400엔)으로 하향하면서 주머니가 가벼운 관광객들까지도 소비를 하게 만드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비록 정부 입장에서는 소비세라는 주요 세원이 감소하겠지만, 그만큼 외국인 관광객들이 상품을 많이 사서 돌아간다면, 민간 부문의 매출이 늘어나고, 자국민의 수입이 늘어나 민간 부문의 경제 활동을 촉진하기에 정부로서는 법인세나 소득세의 증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터. 이에 따른 민간 분야의 소득이 늘어남에 따라 일본 정부에서는 해외 여행객을 대상으로 하는 면세를 더욱 확대하고, 드럭스토어나 편의점 등의 일반 점포에서도 일본 내에 머무는 동안에 사용하지 않고, 출국시에 가지고 간다는 조건 하에 투명한 비닐백에 밀봉을 해서 판매하는 곳이 많다.


아직은 올라가는 사람이 내려오는 사람보다는 많은 것 같다. 빙빙 돌아서 가는 킨테츠를 타고 온 탓에 길바닥에 적지 않은 시간을 깔고, 호텔에 가서 짐을 두고 오느라 꽤 늦었는데 다행인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하자마자 저 쪽에서 많은 사람들이 내려오고 있다.

 위에 쓴 것을 취소해야 할 지도..

 

갈수록 내려오는 사람이 많아진다. 이 사람들은 부지런해서 일찍 올라갔다가 일찍 내려오는 것 같은데, 나는 왜 해가 지려고 하는 이 시간이 되어서야 올라가려고 하고 있는거냐.. 생각해보니 일찍 일어나더라도 짐을 다시 정리하면서 분실물이 있는지 확인한답시고 짐을 다 풀고 다시 싸면서 시간을 쓰다보니 쓸데없이 시간 낭비를 해서 그런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간에 소지품을 잃어버리는 일이 종종 있는데, 대개는 다시 찾게 되지만 잃어버린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

 

산 위로 올라갈수록 길이 좁아지고 토리이의 크기도 작아진다. 이 곳을 찾는 사람 중에서 산정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기도 하겠지만, 토리이 역시 신사 근처에 세우는 것과 산 정상에 가는 길에 세우는 것의 가격이 다르지 않을까 싶다. 

 

가도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가다보면 끝이 나오기는 하겠지만 슬슬 지겨워지고 있다.


괜히 산 정상까지 가겠다고 올라온 것인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인데, 무모함은 나의 특기였던가.. 드라마 아이리스가 한국과 일본에서 인기가 많았던 7년 전 겨울에 아키타에 가서 더 무모한 타자와코 도보 일주를 했더니 당시에 타자와코역 관광안내소에서 근무하던 한국인 직원이 놀라던 모습이 떠오른다. 돈이 없던 터라 가방도 그냥 보관해주고, 나는 그냥 빵 몇 개와 물 한 병을 가지고 그냥 눈 쌓인 호수 주변을 한 바퀴 돌았던 적이 있는데, 지금은 아주 양반이지 싶다. 야간열차로 오가며 숙박을 해결하였지만, 지금은 뭐 돈이 없다 싶으면 카드로 긁어버리면 되니.. 물론 그 돈을 메꾸기 위해서 적지 않은 고생을 해야하기는 하지만.

  

계속해서 토리이가 이어지니 이제 신기하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고, 지겹고 징그러울 정도. 이 산 위에 이렇게 토리이를 세우느라 많은 고생을 했을 것 같은데, 설마 인부들이 이것을 나누어 지고 들고 왔으려나. 이것들을 어떻게 여기까지 옮겨 왔는지 궁금해진다.


도대체 끝이 어디란 말인가..

 

아무래도 해가 질 시간이 되니 올라가는 사람들보다는 내려오는 사람들이 많아 보인다. 처음에는 그냥 적당한 지점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올 생각으로 왔는데, 계속 가다보니 끝까지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걷는 속도를 조금 높여서 부지런히 걸어간다. 지형이 험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어둠 속에서 산 속을 헤매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다.

 

이렇게 참배도가 있다. 아직 더 올라가야 하는 것 같다.

도대체 끝은 어디란 말인가.

 

산 위로 올라갈수록 길은 좁아지고 있고, 역시 세워져 있는 토리이의 폭과 높이도 좁아졌다.


이 쯤 되면 거의 다 올라온 것 같은데 아직 갈 길이 남은 것 같다.

마음 같아서는 그냥 내려가고 싶지만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베어야 한다고, 계속 가보기로 한다.

 

길이 두 갈래로 나 있다. 왼쪽은 내려가는 길[각주:1], 오른쪽은 올라가는 길. 당연히 정상에 도달하지 못하였으니 계속 올라가는 길로 걸음을 옮긴다.


토리이 봉납 가격에 대한 안내도 있다. 당연히 큰 토리이일수록 가격이 올라가는데, 175,500엔에서 시작하는 5호부터 130만엔이 넘는 10호까지 있다고 한다. 큰 토리이는 개인이 봉납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가격인 만큼 기업에서 큰 마음 먹고 내놓는 봉납금으로 지었을 것 같다. 


산 위로 올라갈수록 길이 좁아지고, 길이 좁아진 만큼 토리이의 폭도 좁아졌다. 여기까지 저 토리이를 옮기느라 인부들이 적지 않은 고생을 했을 것 같다.


빽빽하게 토리이가 세워져 있던 산의 초입부분과는 달리 이 곳에는 토리이 간의 사이가 꽤 멀고 띄엄띄엄 세워져 있다. 이미 산의 초입부분에 있는 눈에 잘 띄는 자리는 더 비싸고, 크기가 크니 제법 크고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는 회사나 재력가가 봉납하였을 것 같고, 이 정도 위치라면 그 자리를 놓친 사람들이 아쉽지만 그래도 이 곳에 봉납을 하겠다고 세운 토리이가 아닐까 싶다. 

 

걷는 속도를 빠르게 해서 앞에 가는 사람들을 추월하려고 하는데 길이 좁아져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세상 일이 모두 뜻대로 되면 뭐가 문제겠나, 잘 되지 않는 것이라 할 지라도 어떻게든 되도록 노력하는 수 밖에.. 결국 이들을 앞지르지는 못했다.


이 토리이는 조금 불안한 상태인지 보수 중인 것 같다. 아마도 비가 많이 와서 토리이를 세워둔 곳의 흙이 쓸려나가면서 불안한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 


이 쯤 되면 슬슬 끝이 보여야 하는데 아직 더 올라가야 하는 모양이다. 그냥 밑에서 구경하고 잠깐 올라왔다가 내려갈 것을 괜한 뻘짓을 했는가 싶은 생각이 들면서 내가 이러려고 여기까지 올라왔는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제 토리이만 봐도 신기하구나, 대단하다라기보다 징그럽다는 느낌이 든다. 이거 좋지 않다..


의도한 바는 아니나 저 커플이 계속 눈 앞에 있다.

 부부인지 연인인지 남자가 여자를 밀어주면서 올라가고 있다.


계속 올라가다가 잠시 뒤를 돌아보면서 사진 하나 찍고

 

계속해서 올라간다.

밑에서 보았던 두 남녀가 걸어가고 있다.

하나도 부럽지 않다.

 

 

아 스르발.. 언제 끝나는거냐..

 

여기는 토리이도 정말 띄엄띄엄 세워져 있다. 이 정도 위치라면 대형 토리이를 세우기는 어려울 것 같아서 적당한 가격으로 봉납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적은 금액은 아닐 것 같지만 그게 내 알 바는 아니고. 

 

저 두 사람은 여전히 잘 올라가고 있다.

추월은 나중에 내려갈 때 해야겠다.

 

지겨울 정도로 계속 올라가고 있는데 이 쯤 되니 정상이 머지 않았는데 여기까지 올라온 것이 아까워서라도 계속해서 올라가게 된다. 오르막을 오르는 것은 극도로 꺼리지만 그래도 산세가 험하지 않아서 별로 힘들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산 정상으로 갈수록 토리이의 크기가 작아지는데, 저 무거운 토리이를 인부들이 짊어지고 올라가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닐 터. 


드디어 산정에 도착했다.

산정이라고 하는데, 여기서 내려다 보는 경치 구경을 기대하였지만, 보이는 것은 묘와 묘비 뿐이다.

 

이제 더 올라갈 일은 없는 것 같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런 곳에서 별로 사진을 찍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산정에 도착한 뒤에 보니 이 곳이 해발 233미터라고 하니 산 치고는 그리 높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다. 계단이 많아서인지 여기 올라오는 길이 꽤 멀게 느껴졌는데 서울의 남산 높이가 262미터이니 남산보다 낮은 곳이더라는.. 

 

스에히로오카미(末広大神)라는 신을 모시는 곳이 있다.

산 정상에 왔으니 사진이나 찍어야겠는데 이 곳에서는 주변에 마땅히 사진 찍기에 좋은 곳이 안 보였다. 밑을 볼 수 있는 곳은 이런 신사 건물들로 막혀 있어서 산 밑이 보이지 않는데, 그렇다고 처음 온 이 곳에서 사진 찍을만한 장소를 찾는다고 주변을 돌아다니기도 애매하였다. 산 위에서 도시를 내려다보는 풍경을 기대하면서 왔건만 기대가 깡그리 사라져버렸고, 올라오다가 보았던 어느 바위 근처에 가서 사진을 찍어야 할 것 같다.


이제 잠시 숨을 돌리고 나서 해가 지기 전에 산 위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초스피드로 하산을 시작했다. 올라가는 것에 비해 내려가는 것은 빠를 터이니 조금 서둘러서 내려갔다. 


이 시간에 산 정상까지 올라오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빠르게 내려갈 수 있는데, 움직이면서 사진을 찍기도 하고 사람의 눈에 비치는 것보다 카메라 렌즈로 보이는 빛의 양이 적어서 그런지 흔들리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해질 시간이 다가오고 있어서 해가 지는 모습을 찍으려면 슬슬 서둘러야 할 것 같다. 


사진을 찍고 보니 저 멀리 세라복을 입은 사람이 있었던가..

 

꽤 내려온 뒤에 계단을 올라오고 있는 부부 또는 연인으로 보이는 서양인들을 보고 서로 가볍게 인사를 했다. 모르는 사람이지만, 이 사람들은 지나가는 사람들끼리 서로 그냥 인사 한 번 하면서 얼마나 더 올라가야 하는지 물어본다거나 서로를 격려하는 의미라고나 할까.


잠시 뒤돌아 사진 하나 더 찍고

  

더 내려와서 누군지 모르는 걸어가는 사람 뒷모습 사진도 하나 찍고


이제 슬슬 지겨워지고 있다.. 어흑 

  1. 이 지점을 기준으로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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