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동현에 갑니다

2018. 10. 6. 04:22



주말에 잠시 쉬다가 오려고 타카마츠에 갔다. 주변에서 또 일본이냐 그러는데, 일도 있고, 여러가지 복잡한 이유로 잠시 다녀오려고 짐을 싸서 인천공항으로 갔다. 공항이 가까우면 좋겠지만, 집에서 가기에는 꽤 먼 거리라서 새벽부터 준비해서 간단히 짐을 싸서 출발했다.


인천공항 출국장

이른 아침부터 상당히 사람들이 많아서 출국수속에 시간이 꽤 걸렸다. 야행성 체질이라서 아침 비행기는 꺼리는 편인데, 어차피 갈 것이라면 일찍 가는 것이 좋지만, 아침 비행기를 타려면 일찍 일어나야하고, 아침에 일찍 못 일어날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서 그냥 밤을 새우고 나오는지라 메롱 상태로 집을 나오게 된다는 것이 문제다. 가능하면 목요일 오후에 일을 조금 일찍 마치고 출발해서 일요일이나 월요일 아침에 돌아오는 것을 좋아하기는 하는데,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고 많은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하기에 가격도 비싸고 그런 항공권을 미리 구하는 것이 쉽지도 않고..

인천-타카마츠 노선은 아시아나항공이 운항하던 것이었으나, 타카마츠라는 곳이 그리 크지 않은 탓에 아마도 외부에서 찾는 사람도 많지 않고, 반대로 현지인들의 해외 여행 수요 역시 많지 않았는지, 에어서울로 떠넘겨 버렸다. 한 시간 반 걸릴까 말까한 가까운 거리이고, 기존의 아시아나의 A321항공기를 물려받아 사용하고 있어서 좌석 간격도 넓은 편이라 꽤 좋다.


타카마츠공항까지 가는데 한 시간 반이 채 안 걸리지 않은 것 같다. 한국인 관광객들은 카가와현에서 제공하는 쿠폰북을 받으면 타카마츠공항에서 타카마츠 시내까지 가는 공항버스를 돈 안 내고 탈 수 있다. 올해도 아마 그런 것 같은데.. 자세한 것은 카가와현 공식 블로그(https://m.blog.naver.com/kagawalove/221218879722) 에서 확인을 하시면 되겠다.


평소보다 일찍 일어난 탓에 졸려서 일단 버스 안에서 가는 동안 잠이나 자야겠다 싶어서 일찌감치 버스를 탔다.

 

타카마츠공항 역시 바다 근처에 있고, 공항에는 주차장이 있는데, 비행기가 자주 오가는 곳이 아니라서 규모는 작다. 일본의 어지간한 도시에는 공항이 하나씩 있는 편이라, 타카마츠 역시 인구 42만 정도의 크다고는 할 수 없는 규모이지만 이렇게 공항이 있다. 일본에는 순수 민간 항공기만 이착륙하는 공항 외에도 자위대와 함께 사용하는 공항도 있고, 제대로 세어보지 않았지만 이래저래 합치면 100곳 정도 되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공항이 많은 이유는 일단 땅덩어리가 다 섬인데다가 면적에 비해 길게 늘어진 지형이라 제아무리 신칸센이 있다고 해도 이동 거리가 늘어날 수록 서쪽에서 동쪽 끝까지 이동하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고 비용 역시 비싸서 항공기와는 경쟁이 어렵다. 그리고 해당 지역 출신의 정치인들이 선심성 공약으로 공항을 새로 짓는 경우도 있을 터이고, 재난 재해가 많은 나라라서 특정 공항이 폐쇄되었을 때 대체할 수 있는 시설을 확보하기 위한 것도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일단 짐이 먼저 나와서 챙겨들고 버스에 올라탔다. 잠이나 자야겠다 싶은데..


예상했던대로 역시 크지 않은 동네인 것 같다. 그래도 어느 정도는 이 도시 안에서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 보인다. 6년 전에 타카마츠에 왔었던 것 같은데 어딘가 올라갔다가 내려와서 우동 한 그릇 먹은 기억만 남아 있다.


여기는 쇼핑센터인가보다. 패션센터라고 써놓은 것을 보니 의류와 잡화 위주인 것 같다.

 

막상 버스에 타니 잠이 안 든다..

창 밖을 보면서 조용히 얌전하게 간다.


타카마츠역에서는 역을 사누키우동역이라 부르고 있다. 김치남, 스시녀 같은 식으로 부르는 것이 단지 한국인 남성과 일본인 여성에 비하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데,  이 동네에서는 아예 우동을 앞세워 관광객을 유치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카가와현은 인구 100만이 안 되는 작은 곳이고, 인근 대도시로의 인구의 유출이 이어지고 있어서 인구 감소가 진행되고 있어서 스스로를 희화하하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 같기도 하다.

우동현에 왔으니, 우동으로 첫 식사를 해야겠다 싶어서 타카마츠역 안에 있는 관광안내소에 가서 근처에 있는 우동집 추천을 부탁했다. 관광안내소의 아주머니는 우동집 리스트를 보면서 가까운 곳을 찾아보시는데, 많은 곳들이 이른 아침부터 영업을 시작해서 낮에 문을 닫는단다. 그나마 점심시간을 지나고 있는 시점에 영업하는 점포를 찾아서 알려주셨다. 큰길 가에 우동가게가 있어서 쉽게 찾아가기는 했는데, 이 곳은 셀프 우동집인 것 같다.


붓카케우동 

면은 기계가 아닌 사람이 직접 뽑은 것인지 다소 울퉁불퉁한 것 같다. 붓카케(ぶっかけ)라는 끼얹다, 뿌리다의 의미가 있는데, 일본의 성인 동영상 중에도 이 단어가 들어간 장르가 있다고 한다.

 

붓카케우동 大 하나와 오뎅튀김과 오징어튀김 하나씩

우동 오모리는 490엔이요, 튀김은 각각 100엔, 120엔.


이름 때문에 별 생각이 다 드는데.. 하~ 차마 여기에 쓸 수는 없고.. 아는 사람만 알아두기로 합시다.


한국에서 우동은 국물을 마시기 위함이지만, 일본에서는 탱글탱글한 면발의 맛으로 먹는다. 그래서 한국인들이 일본에 와서 우동을 시키다가 국물이 없는 것을 시키고 낭패를 보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자루 우동 같은 것은 그냥 면을 쯔유에 찍어서 먹는 것이라 시원한 국물 생각하고 들어가서 당황할 수도 있다. 한국에서 자주 보는 따뜻한 국물에 면이 담긴 평범한 우동을 생각한다면 간단하게 역 안에서 파는 우동가게를 가는 것이 좋겠다. 대개 400~500엔대로 저렴하고 평균적인 맛을 자랑하니 거부감도 없을 터이고, 다만 이런 가게들은 수타제면은 하지 않고, 손님이 오면 개별포장된 생면을 뜨거운 물에 잠시 넣어서 익힌 다음 퍼지기 전에 그릇에 담고 국물과 고명을 얹어주는 형태다.

 

이 가게의 추천음식은 카마아게라고 하는데, 이미 붓카케를 시켜버렸다. 흑 ㅠㅠ 진작에 메뉴판을 봤어야 했는데..




루프버스는 안 탄다.

이유는 돈이 없다... 


걸어서 갈만한 거리인 것 같기는 한데 날이 더우니 열차를 타고 가야겠다.



오오옷~! 역에 맥주를 파는 점포가 있다.

그러나 돈이 없다...

 

그래도 이 더운 날씨에는 코토덴열차를 타고 가야겠다. 

타카마츠에는 JR시코쿠의 요산선, 코토쿠선 외에도 코토히라전철(琴平電鉄)이라는 사철이 있다. 이름처럼 코토히라까지 가는 코토히라선이 메인 노선이고, 카와라마치역에서 나가오선(長尾線)과 시도선(志度線)이 갈라져 나간다. 예전에 코토덴을 탄 적이 있었는지 기억이 잘 안 나는데.. 아마 돈이 없어서 안 탔을 것 같지만..


저 오른쪽 위로는 올라가서 구경할 수 있는 것 같다.


예전에 있던 타카마츠성터라고 한다. 막부시절에도 사누키국의 번주가 있었을 터이고, 그 번주가 머무는 곳에 성이 있었겠지.

 


어지간해서는 20~30분 정도 되는 거리는 생각지도 않고 걸어서 다니는데, 이 더운 날씨에 타죽을 것 같아서 코토덴을 타고 가야겠다. 카와라마치역에 내려서 걸어가면 된다는 것 같은데.. 덥지 않았다면 당연히 걸어서 갔을 것이다......


모르는 사람들이고..


이 회사는 다른 철도회사에서 쓰던 오래된 중고 차량을 사들여서 자사 노선에 투입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요즘에 차내에 선풍기가 달린 차량은 오래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칸토지역의 사철회사에서 열차를 사용하다가 연식이 된 차량들을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지방 사철회사로 싸게 넘기는 모양이다.


카와라마치역은 사실상 코토덴의 핵심역으로, 코토덴의 세 노선이 만나는 유일한 역이기도 하다.


그렇다. 여기는 사누키우동의 발선지이다.


카와라마치역에 내려서 구글 지도를 켜고 호스텔쪽으로 가는데, 생각해보니 데이터로밍 쿠폰이 있어서 걸어가던 중간에 SKT 로밍센터에 전화를 해보았다. 친절한 상담원이 아주 잘 응대해주어서 예전에 기기변경하면서 받은 쿠폰을 사용할 수 있었다. 다음에 데이터로밍이 필요하면 다시 연락하시라는 친절한 안내와 함께..

문제는 하루짜리 데이터로밍을 신청하고 사용하면서 구글 지도를 열고 경로를 따라서 가는데 분명 근처에 있어야 할 호스텔이 보이지 않는다. 이건 뭐냐.. 설마 가상으로 호스텔을 등록해놓고 사기치는 것인지, 아니면 주소가 잘못 입력되어 있어서 그런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날은 덥고 목은 마르니 길 건너에 있는 세븐일레븐에 가서 목이나 축이자고 들어가서 에비스 한 캔을 사서 마시고 앞을 보니 찾던 호스텔은 그렇게 헤맸던 골목길 건너편에 있었다. 그렇다 나는 바보 멍청이다.. ㅅㅂㄹ


도미토리지만 상당히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게끔 칸막이가 되어 있다. 사람에 따라서 조금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실제로 하룻밤 자보니 커튼을 닫고 들어가면 그럭저럭 빛을 차단해서 밝아서 잠을 못 자는 일은 없었다. 다만 여러 사람이 한 공간에 있다보니 말소리와 소음이 걸리적거리기는 했지만, 예민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별 상관은 없을 듯하고.. 


저녁을 먹어야 하는데 귀찮아서 '호스텔+카페' 라는 곳이니 여기서 그냥 밥을 먹어야겠다.


동네 한 바퀴 둘러보고 와서 1층의 카페에서 저녁을 먹었다. 양이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치킨카레와 보리쌀이 섞인 밥과 그럭저럭 신선한 야채. 뭔가 건강한 음식 같은 느낌이 드는데, 양이 안 차지만 별 수 없다.


저녁을 먹고 소화시킬 겸해서 동네 한 바퀴 돌아보고 온 뒤 샤워를 하고 침대 위에서 뒹굴거리면서 웹서핑을 하다가 날이 바뀌었고, 무엇을 할 지 생각하다가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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