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카마츠 페리터미널에 도착했는데 예약한 토요코인 호텔의 체크인 시간인 오후 3시가 아직 안 되어서 잠시 밖에서 기다리다가 체크인을 하고 방에 들어가 스마트폰과 카메라 충전을 하고, 두 시간 정도 잠을 자고 일어났다. 겨울이었다면 이미 어두워진 뒤였겠지만, 7월이라 아직 해가 떠있다.

리츠린공원은 명승으로 지정된 곳으로 6년 전 겨울에 다녀온 적이 있는데, 그 때는 공원 전체에 눈이 쌓여 있어서 걸음을 옮길 때마다 신발 안으로 눈이 들어와 발이 꽁꽁 얼었던 기억만 남아 있다. 호텔은 효고마치(兵庫町)라는 타카마츠 시내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는데, 리츠린 공원은 타카마츠역에서 남쪽으로 약 1.8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고 하니 슬슬 걸어서 약 30분 정도면 갈 수 있을 것 같다. 예전에는 JR패스를 가지고 있어서 리츠린공원키타구치역에서 내려서 걸어갔는데, 그 때는 돈이 없어서 스마트폰을 사용하지도 않았고, 지도를 찾아볼 수 없는 2G피쳐폰만 가지고 있어서 관광안내소에서 지도를 받아서 들어가서 눈밭에서 헤매면서 뒹굴었다. 리츠린공원키타쿠치역은 간선인 코토쿠선(高徳線)만 다니는데, 대부분의 시코쿠의 철도 상황이 그렇듯이 배차 간격이 길다. 타카마츠를 방문해서 리츠린공원에 가려면 JR보다는 코토덴을 타고 가는 것이 시간을 절약할 수 있겠다.

 

이 건물이 타카마츠시 시청사 건물이었던가 그랬던 것 같은데, 관공서라는 곳을 좋아하지 않아서 그냥 지나쳤다. 들어갈 수 있는지도 모르고 들어가봤자 공무원들만 있겠지 뭐...

 

리츠린공원에 가려면 이 길을 따라서 쭉 가면 될 것 같다. 타카마츠역의 남쪽에 있다는 것은 아는데, 6년 전에 타카마츠에 도착해서 몇 시간 있다가 다른 곳으로 갔던 터라 이 동네 지리에 익숙하지 않다. 그나마 2016년 말에 요나고로 들어가서 타카마츠에서 돌아오는 비행기를 타려다 일이 늦게 끝나서 귀국 비행기를 날려먹은 탓에 덕분에 하루 묵기도 했는데 다음 날 아침 비행기를 새로 예약해서 밤에 그 때는 상점가를 돌아다녔다. 타카마츠역 안에 있는 안내소에 가서 항공사 연락처 받아서 서울에 전화해서 새로 예약하고 이것저것 하느라 난리도 아니었다. 늦은 사람이 잘못이지 제 시간에 안 왔다고 그냥 가버린 공항버스업체와 항공사가 무슨 잘못이랴..

 

해가 긴 여름이라서 아직 햇살이 쨍쨍하다.

 

리츠린공원에는 예전에 왔으나 굉장히 생소한 느낌이 들었다. 6년 반 정도 지났으니 잊어버리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싶지만, 그 때 본 것은 눈밭을 헤집고 다녔던 것 말고는 기억이 없다.

 

여름철이라 개원시간이 길다. 오전 5시 30분에 개장하여 오후 7시에 폐장을 한단다. 아마도 마지막 입장은 대부분의 유료 입장 시설이 그렇듯 폐장 30분 전까지일 것 같다. 규모로 봐서는 이 공원을 30분 안에 돌아보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 했던가, 전에 한 번 왔던 곳인데 다 잊어버렸는지 무척 생소한 느낌이 든다. 어색함 속에서 일단 들어가 보기로 한다. 일단 입구 사진부터 하나 찍고 봅시다.

 

입구로 들어가다가 젤라토를 파는 노부부를 봐서 하나 샀다. 아이스크림 귀신이라 불릴만큼 아이스크림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이 분들은 더운 날에 아이스크림을 팔면서도 맘대로 드시지도 못하실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애잔한 기분이 되어서 하나 샀다. 거지 주제에 500엔이었던가 하는 가격이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나무와 풀들이 가지런히 정돈되어있는 모습은 여기가 일본식 정원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이 시간이면 슬슬 직장인들과 학생들은 집으로 돌아갈 차비를 할 것 같은데 여기에 왜 왔을까 싶은데, 아차 무료입장권이 있어서 왔구나..

 

올리브나무. 카가와현에 올리브나무가 많다는 것은 이번에 와서 처음 알게 되었다.

 

어릴 때 보았던 작은 분재의 모습이 떠오른다.

 

평일이고 문을 닫을 시간이 가까워서인지 찾는 사람이 거의 없으니 전세 낸 기분으로 여유있게 슬슬 돌아다녀봐야겠다. 나가라고 눈치주기 전까지 시간은 넉넉하다고 하기도 그렇지만 부족하지도 않을 것 같다.

 

이제 곧 해가 저 너머로 넘어가고, 슬슬 어두워질 것 같다. 더 어두워지기 전에 부지런히 움직여서 구경을 해야겠다.

 

여기는 예전의 영주(다이묘. 大名)가 거주하던 곳이라고 한다. 이 지역에서는 가장 큰 힘을 가진 사람이었을 것이다. 에도 막부에서는 어느 정도 막부에 도전하는 세력을 정리한 후에 주요 거점 지역에 일족들을 배치하여 다른 다이묘들을 견제하였다. 이 지역 역시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밑에 있던 이코마 가문의 영지였으나, 나중에 에도 막부가 들어서고, 토쿠가와 가문의 일족인 마츠다이라 가문이 이 지역을 넘어오면서 다른 토자마 다이묘 대신 신판(親藩) 다이묘가 들어서게 되었다고 한다.   

 

시간이 많지 않으니 북쪽코스로 가봐야겠다. 남쪽코스는 나중에 여기 오게 되면 그 때 가보는 것으로 하고..

 

사람이 너무 없으니 썰렁하기까지 한데..

 

센칸치(潺湲池)라는 연못이 있는데 수심은 깊지 않은 듯이 보인다.

 

고인 물이라 그런지 깨끗해보이지는 않는다.

 

누군가는 손수건을 잃어버리고 간 모양이다. 이것저것 자주 잃어버리는 탓에 누군가 뭘 잃어버리면 주인을 찾아주려고 하는데 주변에 사람이 없다. 어쩔 수 없지만 이번에는 그냥 지나가야지.

 

또다른 정자가 있는 것 같은데 시간이 많은 것이 아니라 그냥 지나가야겠다.

 

얼렐레~

 

별로 깨끗한 것 같지는 않은데 물고기들이 있다.

 

여기서 할 일은 그냥 슬슬 공원 한 바퀴 돌면서 산책하는 것이 전부일 듯하다.

 

이름은 닌진포쿠라고 하는데 무슨 나무인지 모르겠다. 한국어로 된 식물 이름도 몇 개 아는 것이 없는데 이런 것은 별로 관심이 없어서 그냥 넘어가야겠다. 

 

큐히구라시테이(旧日暮亭)라는 정자가 있는데, 마츠다이라 2대 번주 어쩌고로 시작하는 내용을 보니 깨 오래 전에 지어진 정자인 것 같다.

 

시간도 늦었거니와 토, 일요일과 축일에만 공개를 한다고 하니 어차피 들어갈 수가 없다.

 

바위 사이에 폭포 같은 것도 있고

연못을 건너는 다리는 조금 특이하게 생겼다.

 

저 어두운 숲 쪽으로 가면 벌레들이 달려들 것 같아서 여기서 방향을 바꾼다.

 

일단 도망쳐서 저 어둠 속에 가려진 다리 사진을 찍어본다.

 

1903년에 타이쇼 천황이 심은 소나무라고 하는데, 지금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약 115년 전에 심은 나무겠다. 이 당시에 천황이 토쿄에서 이 곳 타카마츠까지 오는 것만해도 보통 일이 아니었을 터인데..

그나마 일본은 서양문물을 일찍 받아들이면서 급속도로 근대화가 이루어져서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중반까지 세계를 호령하였고, 지금도 세계에서 손꼽히는 강대국이 되었지만, 일본에 침탈당한 한국은 한 때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들 중의 하나였고, 곧이어 한국전쟁까지 터지면서 폐허가 되었지만 빠른 속도로 경제 부흥을 일으킨 자랑스러운 역사를 쓰고 있으니 자부심을 가져야겠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석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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