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색 테니스공

블로그 유입 검색어에 은퇴한 여자 테니스 선수 아나 이바노비치가 꽤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어서 방문객들을 위한 서비스용으로 그녀의 사진을 소개하려고 한다.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port Illustrated)에서는 매년 여자 테니스 선수를 모델로 수영복 사진을 게재하는데, 아나 이바노비치는 2010년 모델이었다. 색상이 다른 세 벌의 수영복을 입고 사진을 찍었다. 

아래의 링크를 따라서 가면 해당 페이지에 접속 가능하다. 저작권 문제가 있으므로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아래 링크에 접속하여 확인하면 되겠다.


https://www.si.com/swimsuit-2010/photos/2010/02/12/ana-ivanovic-2010-sports-illustrated-swimsuit-edition-si-com#1


ⓒ Sports Illustrated

호주의 사만다 스토서(10위)가 예상을 깨고 대회 네 번째 우승에 도전하던 서리나 윌리엄스(미국·27위)를 격침시키고 2011 US오픈 여자 단식에서 우승하면서 생애 첫 그랜드슬램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2011 US오픈 여자 단식 우승자 사만다 스토서 ⓒ Philip Hall/USTA

스토서가 세계 무대에 이름이 알려지게 된 것은 2009년 프랑스오픈이었다. 아무리 영국의 영향을 받아 테니스가 보급되고 발전하였다고 하나 인구가 적고 남반구에 동떨어진 호주가 세계 테니스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20세기 테니스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선수들이 많았던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그러나 최근 호주 테니스는 스타 부재 속에 남녀 모두 부진한 성적으로 애를 태우고 있다가 롤랑 가로에서 스토서의 깜짝 4강으로 모든 신문들이 1면 머릿기사로 낼 만큼 화제가 되었다.

사실 스토서는 단식보다는 복식에 더 치중하는 선수였고, 복식에서는 나름대로 성적을 내오던 터라 호주에서는 스토서의 활약을 비중있게 보도하면서도 반신반의하던 것이 없지 않았다. 단식에서는 크게 유명하지 않았지만 복식에서는 이미 2005년에 US오픈 우승을 경험한 것을 비롯하여 그랜드슬램에서 우승 2회와 준우승 5회를 차지하였고, 연말 챔피언쉽에서도 두 차례의 우승 경험을 비롯하여 23회의 WTA투어 우승을 거둔 실력자였다. 스토서는 프랑스오픈 이후 복식보다는 단식에 포커스를 맞추기 시작했는데 윔블던과 US오픈에서는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하며 관심이 살짝 사그러들기도 했다. 그러나 일본에서 열린 HP오픈에서 WTA 투어 단식 첫 우승을 차지하였고, 작년에 패밀리 서클 컵 우승에 이어 프랑스오픈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호주를 대표하는 선수로서 자리매김을 확실히 하였다.

 

대회 14일째 (9월 11일, 현지시간)

<여자 단식 결승>

사만다 스토서(호주, 9번 시드) 2 : 0 (6-2 6-3) 서리나 윌리엄스(미국, 28번 시드)

경기 전 긴장된 사진 촬영 ⓒ Philip Hall/USTA

서리나는 이번 대회에서 전현직 세계 1위 선수들을 가볍게 완파하며 결승에 진출하면서 부상 복귀 후 16연승을 이어가는 중이었다. 경기의 내용을 보더라도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으며 범접할 수 없는 위용을 보여주었고, 빅토리아 아자렌카, 아나 이바노비치, 아나스타샤 파블류첸코바에 이어 카롤리네 보스니아키까지 무릎을 꿇고 말았다. 서리나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하면 매번 같은 말을 하여 미안하지만 여자 선수로서는 믿기지 않을 만큼의 강력한 파워다. 서브는 언니인 비너스에 비하여 대략 10km/h 정도 느린 편이지만, 단단한 근육질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묵직한 스트로크로 베이스라인을 공략하여 상대를 꼼짝하지 못하게 하는 단순하지만 치명적인 플레이를 한다. 이번 대회에서 수비라고 하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이바노비치와 보스니아키를 손쉽게 때려눕힌 것만 보아도 서리나는 전성기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다시 세계 최강의 자리에 올라설 수 있을 만큼의 기량이 회복되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이미 US오픈 3회 우승과 함께 그랜드슬램 13회 우승이라는 현역 최고의 경험 역시 결승전이라는 부담스러운 경기에서 중요한 자산이었다.

강서버 서리나 윌리엄스 ⓒ Philip Hall/USTA

이에 맞서는 스토서는 작년 프랑스오픈 이후 두 번째 그랜드슬램 결승이었는데(단식), 이번 대회에서 가장 치열한 경기를 통해 결승에 올라왔다. 나디아 페트로바와 마리아 키릴렌코 등 러시아 선수들과 대회 최장 시간 경기와 타이브레이크 최다 스코어의 기록을 세우면서 올라왔고, 준결승에서도 안젤리크 케르베르와 풀세트 경기를 하여 승리를 하였다. 남자 선수를 연상시키는 근육질 몸매와 기계와도 같은 무표정한 얼굴의 그녀가 비록 파워는 밀리지만 기동력이 현저히 떨어진 서리나의 약점을 공략할 수 있을 것인지가 경기의 승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였다.

근육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스토서 ⓒ Philip Hall/USTA

스토서는 1-1로 맞선 세 번째 게임에서 이변의 시작을 알렸다. 15-15에서 서리나는 스토서를 좌우로 흔들어 만든 기회에서 회심의 포핸드가 벗어났지만 서브 에이스를 날리며 30-30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어진 랠리에서 스토서의 백핸드 발리가 네트를 맞고 넘어가 코트에 떨어지면서 브레이크 포인트가 되었고, 스토서가 서리나를 오른쪽으로 몰아놓고 왼쪽 베이스라인으로 날린 스트로크를 서리나가 받아낸 공이 라인을 벗어나며 2-1로 앞서게 되었다. 스토서는 차분히 서브 게임을 지키고 이어진 서리나의 서브 게임도 다시 브레이크 포인트에 도달하였지만 두 번의 듀스 끝에 아쉽게 내주며 3-2로 리드를 이어갔다. 여기서부터 2세트 첫 게임 15-0까지 스토서의 놀라운 13연속 포인트가 나오는데 스토서는 가볍게 서브 게임을 러브 게임으로 이기며 4-2를 만들었다. 서리나는 반격이 필요한 시점이었지만 스토서의 날카로운 서브 리턴과 실책이 이어지며 한 점도 내지 못하고 두 번째 브레이크를 허용했고, 다음 게임에서도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1세트를 31분만에 6-2로 내주었다.

스토서는 서리나의 서브를 효과적으로 공략하여 재미를 보았다 ⓒ Philip Hall/USTA

스토서는 2세트 시작을 브레이크로 장식하며 서리나를 강하게 압박했다. 이 브레이크는 스토서에게 정말 운이 따르는 것이었는데, 15-15에서 스토서에게 스매시와 강한 포핸드 서브 리턴을 맞고 더블 브레이크 포인트에 몰린 서리나는 서브 에이스로 40-30을 만들고 이어진 랠리에서 듀스로 가는 포핸드 위너를 날렸다. 스토서는 미처 따라가지 못하여 받아내지 못하였지만, 주심 에바 애스더라키는 서리나가 샷을 날린 후 스토서의 플레이가 종료되기 전 "컴온" 을 외쳐 방해하였다면서 스토서의 포인트를 인정하면서 서리나는 서브 게임을 잃고 말았다. 그러나 독오른 서리나는 스토서의 서브 게임을 빼앗으며 동점을 만들었고, 서브 게임을 잘 지켜내면서 3-2로 리드를 잡았다.

서리나의 "컴온" 과 심판과의 언쟁

고전하는 서리나 ⓒ Philip Hall/USTA

서리나가 슬슬 회복하는 듯하였던 경기는 스토서의 놀랄 만한 4게임 연속 승리로 싱겁게 끝이 나버렸다. 스토서는 30-30에서 서리나의 포핸드 실책과 포핸드 위너로 승리하며 3-3 동점을 만들었고, 이어진 게임도 서리나의 세컨드 서브를 공략하여 포핸드 위너와 서리나의 연속된 백핸드 실책을 묶어 승리하면서 4-3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서브 게임을 지키며 5-3으로 달아난 스토서는 경기의 마지막 게임이 된 아홉 번째 게임을 맞이했다. 15-15에서 연속으로 백핸드를 네트와 밖으로 날려버리며 더블 매치 포인트에 몰린 서리나는 스매시와 포핸드 공격으로 간신히 듀스를 만들며 위기에서 탈출했다. 여기서 빛이 난 것은 더블 매치 포인트를 잃었지만 침착함을 잃지 않은 스토서였다. 스토서는 두 번의 포핸드 위너를 연속하여 서리나의 왼쪽으로 날리며 자신의 첫 US오픈과 그랜드슬램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이다! ⓒ Philip Hall/USTA

스토서는 우승 직후 가족들이 있는 응원석으로 올라가 함께 기쁨을 나누기도 ⓒ Philip Hall/USTA

준우승자와 우승자 ⓒ Philip Hall/USTA

스토서의 우승은 이본 굴라공 코울리가 1980년 윔블던 여자 단식 우승을 차지한 이후 31년만의 호주 선수의 그랜드슬램 우승이며, US오픈에서는 1973년 마거릿 코트 이후 38년만이다. 남자 선수까지 포함한다면 2001년 레이튼 휴잇의 US오픈 우승 이후 10년만이다. 서리나는 경기 패배 후 스토서에게 축하 인사를 하였지만, 심판과 악수를 하지 않으면서 이 장면이 중계 카메라에 잡히며 뒤끝을 보여주었다. 서리나의 잘못이라고 보여지지만, 과거 심판들과의 악연이 있었기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았나 싶다. 아쉽게 복귀 후 연승을 마감하게 되었지만 다시 그랜드슬램에서 결승까지 오르는 저력을 보여주며 앞으로 남은 시즌과 내년에 더 좋은 활약을 기대하게 하였다.

 

로저 페더러(스위스·3위)는 다시 세월의 무상함을 느꼈을 경기였다. 먼저 두 세트를 따내고도, 더블 매치 포인트에서 단 한 점을 내지 못하며 내리 네 게임을 내주고 다 잡았던 결승행 티켓을 놓치고 말았다. 페더러는 2년 연속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1위)에게 US오픈 준결승에서 패하면서 올해 그랜드슬램 무관으로 시즌을 마치게 되었고, 2003년 이래 매년 최소 한 개 이상의 그랜드슬램 우승을 하던 기록이 중단되었다. 윔블던에서 조코비치에게 패하며 타이틀 방어에 실패했던 디펜딩 챔피언 라파엘 나달(스페인·2위)은 다시 챔피언 자리를 놓고 조코비치와 다시 맞붙게 되었다.

페더러와 동갑내기인 서리나 윌리엄스(미국·27위)는 세계 1위인 카롤리네 보스니아키(덴마크)를 맞아 승리하며 통산 네 번째 우승에 도전하게 되었는데, 페더러는 먼저 두 세트를 이기면 결승에 진출하는 여자 경기를 보면서 그랜드슬램 남자 단식이 5세트 경기인 것을 원망할지도 모를 일이다.

 

조코비치의 환호 ⓒ Getty lmages

대회 13일째 (9월 10일, 현지시간)

<남자 준결승>

정상적인 대회 진행이 이루어졌다면 토요일(10일) 오후에 여자 결승, 그리고 일요일(11일) 오후에 남자 결승이 열리면서 대회가 끝났겠지만, 이틀 간의 우천으로 인해 대개 하루씩 먼저 열리는 여자 준결승이 남자 준결승과 같은 날에 열리고, 결승전은 하루씩 밀리는 새로운 일정이 발표되었다.

빅4의 전원 생존으로 최고의 카드가 만들어진 남자 준결승이었지만, 개인적으로는 페더러의 행보에 모든 관심이 쏠렸다. 윔블던부터 대회 직전까지 부진했지만 이번 대회만을 노린 듯이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것도 있고, 그냥 페더러의 경기 내용에 따라 우승자가 달라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조코비치가 페더러를 이기면 우승은 그의 차지가 될 것이고, 페더러가 이기면 나달이 우승을 할 것이라는 페더러 팬들에게는 미안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페더러가 조코비치와 나달에게 밀리는 것은 그 지겨운 한 손 백핸드의 고질적인 약점은 뒤로 하더라도 스피드와 체력적인 면의 열세가 가장 크기에 두 선수를 상대로 긴 랠리를 이겨낼 수 없을 것 같았다.

이 경기에서 이길 것이라 믿었을 페더러 ⓒ Philip Hall/USTA

전성기에는 상대를 압도하는 기량으로 굳이 풀세트 접전을 치를 필요가 없던 페더러였지만, 이제 그의 기량이 쇠퇴하고 그를 밀어낼 만큼 성장한 어린 선수들과의 상대하면서 경기가 길어질수록 고전하는 일이 많아졌고, 최근 풀세트 경기에서의 저조한 승률은 현재 그가 처한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게 하고 있다. 이를 의식한 페더러는 초반부터 우세를 잡기 위한 노력을 했고, 1세트를 타이브레이크 끝에 따내고 2세트마저 조코비치의 갑작스런 난조를 놓치지 않고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하여 승리하며 결승까지는 단 한 세트만을 남겨두었다. 그러나 3,4세트에서 페더러의 움직임은 급격이 둔해졌지만 조코비치의 샷은 페더러를 계속 움직이게 하면서 괴롭혔다. 페더러의 실책은 갑자기 늘어나기 시작했고 3세트에 이어 4세트마저 일찌감치 승부가 난 듯하자 5세트에 총력을 다하기 위하여 힘을 아끼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러나 점점 어두워진다 ⓒ Philip Hall/USTA

결국 승부를 가른 것은 5세트였다. 페더러는 4-3에서 조코비치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하며 5-3으로 앞서며 서브 게임을 맞아 경기를 끝낼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조코비치의 강력한 포핸드 리턴 득점에 이어 페더러의 포핸드가 네트를 맞고 튀면서 옆으로 나가면서 듀스가 되었고 결국 페더러는 이 게임을 더블 폴트로 조코비치에게 내주고 말았다. 끝낼 기회를 놓친 페더러에게 남은 것은 지옥과도 같았을 4연속 게임 패배와 함께 믿기지 않는 역전패였다. 전성기 시절 워낙 압도적인 경기를 해서일까 페더러는 이런 긴장된 승부처에서는 약해지는 모습이 있는 듯하다. 듀스가 되었더라도 페더러는 여전히 유리한 상황이었고, 게임을 브레이크 당한 후에도 마찬가지였지만 그는 너무 힘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조코비치의 3:2(6(7)-7 4-6 6-3 6-2 7-5) 대역전승.

조코비치가 기사회생한 5세트 페더러의 더블 매치 포인트

 

조코비치 날다 ⓒ Andrew Ong/USTA

앤디 머리의 팬에게는 참 미안한 이야기지만 여전히 머리는 빅4라고 불리면서도 다른 세 선수와 자신과 사이에 보이지 않는(어쩌면 뚜렷하게 보이는 것일수도 있다) 그 벽을 넘어서지 못하며 나달에게 다시 패하며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개인적으로는 우승을 한 번 하고 나면 더 발전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랜드슬램 준결승에서 계속 나달을 만나는 것이 불운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동갑내기인 조코비치가 이미 페더러-나달의 시대를 마감하고 자신의 시대를 열어가는데 반하여 여전히 라이벌들을 빛나게 해주는 명품 조연의 역할에 그치고 있다.

어찌보면 참 불쌍한 앤디 머리 ⓒ Philip Hall/USTA

이 중요한 경기에서도 경기 내용이 들쑥날쑥한 고질적인 문제는 나아지지 않아서 톱 랭커들과의 승부에서 늘 고배를 들 수밖에 없는 그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나고 말았다. 1세트 2-1로 앞선 나달은 네 번째 게임에서 더블 브레이크 포인트의 기회를 잡았지만 리턴 실패와 머리의 발리로 듀스를 허용했고 다시 서브 리턴에 실패하면서 머리에게 어드밴티지를 허용했다. 그러나 백핸드 실책으로 다시 듀스로 돌아간 머리는 서브로 득점하며 다시 게임을 이길 기회를 잡았지만 또 백핸드 실책으로 듀스로 되돌아가고 말았다. 두 번의 기회를 놓친 머리에게 세 번째 기회는 없었는데 더블 폴트와 포핸드 실책으로 게임을 내주면서 3-1로 뒤지게 되었다. 이 한 번의 브레이크가 1세트의 승부를 갈랐고 6-4로 나달이 승리하였다. 2세트는 머리의 고질병인 집중력 부족이 드러나며 힘도 써보지 못한 채 나달이 6-2로 승리했다.

나달의 환호 ⓒ Philip Hall/USTA

나달의 쉬운 승리로 끝나기에는 팬들에게 미안했는지 머리는 3세트에서 분발하여 나달과의 스트로크 대결에서 밀리지 않으며 6-3으로 이기며 4세트에 돌입하게 되었다. 4세트 초반에는 경기가 팽팽하게 진행되면서 5세트까지 경기가 이어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지만 네 번째 게임에서 나달은 결정적인 브레이크를 하며 머리에게 넘어갔던 경기 주도권을 빼앗아왔다. 1세트 나달의 브레이크와 마찬가지로 나달의 더블 브레이크 포인트에서 듀스 2회의 접전을 거친 후 더블 폴트와 포핸드 실책으로 머리가 서브 게임을 내주면서 3-1이 되었다. 나달은 서브 게임을 지키며 리드를 4-1로 벌렸고 머리는 3세트에서처럼 나달의 백핸드를 공략하면서 기습적으로 포핸드를 노리던 전술이 나오지 않으면서 무너지고 말았다. 나달의 3:1(6-4 6-2 3-6 6-2) 승리. 4세트 경기였지만 두 선수의 랠리가 길게 이어지며 경기 시간은 3시간 24분이나 걸렸다. 이로써 조코비치와 나달은 윔블던에 이어서 그랜드슬램 두 대회 연속으로 결승에서 맞붙게 되었다.

 나달의 서브 ⓒ Philip Hall/USTA

<여자 준결승>

No.1 보스니아키의 가장 큰 장점은 안정된 수비력이다. 공격은 컨디션에 따라 기복이 심하지만 안정된 수비는 지지 않는 경기의 바탕이 되기에 보스니아키가 시즌 내내 경기를 치르면서 그랜드슬램에서 변변찮은 성적을 거둠에도 압도적인 랭킹 1위를 달릴 수 있는 비결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는 창이 방패를 뚫을 만큼 날카롭지 못할 때에나 가능한 일이지 이 날처럼 서리나가 강력한 서브를 퍼부으면서 경기를 주도하는 날에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랜드슬램은 정녕 그녀에게 인연이 아닌가 ⓒ Philip Hall/USTA

1세트는 2-1로 앞서던 서리나가 연속으로 보스니아키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하면서 5-1로 앞서면서 손쉬운 승리를 챙겼다. 네 번째 게임에서 트리플 브레이크 포인트에 몰렸던 보스니아키는 친절한 서리나의 3연속 라인을 벗어나는 실책으로 듀스를 만들며 기사회생했지만 세 번의 어드밴티지를 살리지 못하고 서브 게임을 내주었다. 2세트에서도 보스니아키는 2-1에서 서리나의 발리와 포핸드에 30-0으로 밀리더니 빗맞은 포핸드가 로브같이 들어가면서 서리나에게 사이드라인 근처로 떨어지는 포핸드 위너를 맞으며 트리플 브레이크 포인트에 몰렸다. 여기가 승부처임을 직감했을까 보스니아키는 더블 폴트로 게임을 내주며 1세트의 악몽을 되풀이하는가 싶었다. 그러나 서브 게임을 잘 지키면서 반격의 여지를 마련한 보스니아키는 5-3으로 뒤진 아홉 번째 게임에서 중요한 브레이크를 하면서 패배의 위기에서 일단 벗어났다. 서리나는 서브 에이스로 깔끔한 출발을 보였지만 더블 폴트로 동점이 되었다. 강서브에 이은 스매시로 30-15로 앞서며 경기를 끝낼 듯하였지만, 포핸드가 베이스라인을 벗어나고 네트에 걸리며 브레이크 포인트에 몰렸고 다시 더블 폴트를 범하며 게임을 내주며 5-4로 쫓겼다. 기사회생한 보스니아키는 서리나의 포핸드가 사이드라인을 벗어나며 기분 좋은 출발을 하였지만, 서리나의 포핸드를 두 번이나 맛을 본 다음 백핸드가 네트에 걸리며 매치포인트에 몰렸다. 보스니아키의 첫 서브가 폴트가 되면서 세컨드 서브를 잔뜩 노리고 기다리던 서리나는 강력한 백핸드 리턴을 날렸고, 보스니아키가 받아 친 공이 네트에 걸리며 경기는 끝났다. 2:0(6-2 6-4)으로 서리나가 승리하면서 통산 네 번째 우승에 단 1승만을 눈앞에 두게 되었다.

30대의 힘 서리나 윌리엄스 ⓒ Don Starr/USTA

다른 준결승 세 경기가 메인 경기장인 아더 애쉬 스타디움에서 열린 반면 상대적으로 인기가 적었던 사만다 스토서(호주·10위)와 안젤리크 케르베르(독일·92위)의 경기는 그랜드스탠드에서 열렸다. 앞의 세 경기를 보느라 직접 보지는 못하였는데 스토서가 2:1(6-3 2-6 6-2)로 케르베르를 이기고 생애 처음으로 대회 결승에 진출했다. 경기 결과를 놓고 보면 네트 플레이로 얻은 점수에서 스토서가 27-9로 압도적으로 많은데 스토서의 많은 복식 경기 경험이 큰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다.

기뻐하는 스토서 ⓒ Don Starr/USTA

비로 인해 연기된 단식 경기들이 전날 모두 열리면서 대회 종료를 하루 늦추어 잔여 경기를 치르는 것으로 일정상의 문제는 조절이 될 듯한 가운데 아직 8강 경기를 하지 못한 남자 선수 4명의 경기가 열렸다. 여자 선수들은 하루 휴식을 취하는 가운데 그동안 연기된 경기를 소화하는 일정에서도 단식 경기에 밀려있던 복식과 주니어 경기 등이 진행되었다.

남자 4강 나머지 두 장의 티켓은 라파엘 나달(스페인·2위)과 앤디 머리(영국·4위)에게 돌아가면서 남자 단식은 상위 4명의 시드 배정자가 4강에서 맞붙는 최상의 대진을 이루어지면서 프랑스오픈에 이어 두 번째 "꿈의 4강"이 이루어졌다. 대진은 지난 번과 마찬가지로 조코비치-페더러와 나달-머리의 승자가 결승에서 맞붙게 된다.

이번 시즌 두 번째 빅 4의 드림 세미파이널이 열린다

 

대회 12일째 (9월 9일, 현지시간 기준)

<남자 8강>

유럽파의 나달과 머리가 각각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안은 미국의 앤디 로딕(21위)과 존 이스너(22위)와 대결하게 되었다. 랭킹과 그동안의 경기 전적으로 보나 최근의 경기력으로 보나 쉽게 예상이 가능한 경기였으나 워낙 강력한 서브를 넣는 선수들이라는 점이 희박하지만 혹시나 하는 조금의 기대를 갖게 하였다.

준결승에 진출한 앤디 머리 ⓒ Getty Images

머리와 이스너의 경기는 그런 기대를 어느 정도 충족시켰는데 이스너는 경기 내내 첫 서브의 평균 속도가 어지간한 선수들의 최고 속도와 맞먹는 125mph를 기록할 정도로 강한 서브를 앞세워 서브 게임만큼은 지켜나가는 경기를 하였다. 그러나 1세트 막판 균형이 깨지고 마는데 5-5에서 머리가 경기 첫 브레이크를 기록하면서 역전에 성공했다. 이스너는 머리에게 포핸드 위너를 두 번 허용하며 30-15로 뒤진 상황에서 더블 폴트를 저지르며 브레이크 포인트에 몰렸다. 당황한 이스너는 발리에서 실수를 저지르며 게임을 내주었고, 머리가 서브 게임을 지키면서 7-5로 승리하였다. 2세트 역시 단 한 번의 브레이크가 승부를 갈랐다. 첫 게임에서 이스너는 연속해서 포핸드 실책을 범하며 30-0으로 밀렸고 머리는 이스너의 스매시를 받아낸 후 포핸드 위너를 날리며 트리플 브레이크 포인트로 압박했다. 이스너는 압박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네트에 공을 꽂으며 게임을 내주었다. 이 게임에서 밀린 이스너는 끝까지 회복하지 못하고 6-4로 두 번째 세트 역시 내주었다.

비록 졌지만 가능성을 보여준 강서버 이스너 ⓒ Philip Hall/USTA

그러나 이스너는 3세트 두 번째 게임을 머리의 실책에 힘입어 세 번의 듀스 끝에 브레이크하면서 리드를 잡았다. 역시 브레이크 하나가 세트의 승패를 좌우하면서 6-3으로 이스너가 승리했다. 4세트는 두 선수 모두 서브 게임을 지키며 6-6까지 팽팽한 승부가 이어졌고, 타이브레이크에서 집중력이 높았던 머리가 승리하였다. 머리는 백핸드 드롭샷으로 먼저 점수를 낸 후, 이스너의 서브를 받아내지 못하며 동점을 허용했으나 이스너가 더블 폴트를 저지르며 2-1로 리드를 잡았다. 서브를 가져온 머리는 이스너의 좋지 않은 리턴을 받아쳐 포핸드 위너를 날렸고 다음 랠리에서는 날카로운 백핸드를 사이드라인에 떨어뜨리며 4-1로 점수차를 벌렸다. 이스너는 머리의 어정쩡한 리턴을 포핸드 위너로 한 점을 따라붙었지만 발리와 포핸드 드롭이 연속으로 네트에 걸리며 6-1 매치포인트에 몰렸다. 부담감이 컸을까 이스너는 머리의 서브를 라인 밖으로 받아치면서 경기는 머리의 3:1(7-5 6-4 3-6 7-6(1)) 승리로 끝났다.

윔블던에 이어 다시 머리와 준결승에서 겨루게 된 디펜딩 챔피언 나달 ⓒ Philip Hall/USTA

이스너는 어느 정도 자신의 경기를 하다가 실책으로 무너졌다지만 이어진 경기의 로딕은 나달이 가지고 놀았다는 표현이 적당할 정도로 처참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서브에 의존하는 로딕의 첫 서브 성공률이 60%를 밑돌면서 나달은 세컨드 서브를 반격하여 리시브의 절반을 득점으로 연결했다. 스트로크 랠리가 이어질 경우 불리한 로딕은 서브 앤 발리를 위해 네트로 달려들었지만 나달은 로딕의 움직임을 읽고 빈 곳을 노려 공략하였다. 움직임이 느린 로딕은 속수무책으로 지켜보기만 하였고 발리도 실책이 이어지며 서브 게임을 지키는 것조차 어려웠다. 나달은 1시간 53분만에 3:0(6-2 6-1 6-3)으로 완승을 거두었다.

나달은 로딕의 약점인 백핸드를 집중 공략하여 그의 공격을 철저히 봉쇄했다 ⓒ Andrew Ong/USTA

준결승에서 프랑스오픈과 같은 매치업이 이루어졌는데 나달과 조코비치의 리턴 매치 혹은 최고의 흥행카드인 나달-페더러의 경기 등 어떤 대진이 나오더라도 재미있는 경기가 될 것 같다. 페더러나 조코비치나 나달이 떨어지기를 바라고 있을 것 같지만.

대회 9일째와 10일째인 9월 6일과 7일 비로 인해 모든 경기가 취소되거나 중단되면서 US오픈 경기 일정에 큰 지장을 초래하였다. 9일째는 남자 4라운드와 여자 8강 경기, 그리고 10일째는 남녀 8강 경기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일정이 꼬이면서 대회 기간이 늘어나는 것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하루 정도의 경기 취소는 다음 날에 경기를 나누어 소화할 수 있겠지만 이틀이나 경기가 열리지 못해 경기를 제 때 치르지 못한 선수들의 경우 컨디션 조절도 큰 변수가 될 것 같다.

송가를 누르고 준결승에 진출한 로저 페더러 ⓒ Rob Loud/USTA

 

대회 11일째 (9월 8일, 현지시간 기준)

<남자 4라운드>

여심을 사로잡는다는 나달의 상의 탈의 ⓒ Philip Hall/USTA

비로 인해 이틀 동안 경기를 하지 못한 8명의 선수들이 8강 진출을 위한 대결을 펼쳤다. 라파엘 나달(스페인·2위)은 질레스 뮐러(룩셈부르크·68위)와 윔블던에 이어 다시 맞붙었는데, 7일 경기를 하다가 1세트에서 뮐러가 3-0으로 앞선 상황에서 비로 중단된 경기를 재개하였다. 경기 연기가 큰 도움이 되었는지 나달은 재개된 경기에서의 첫 게임인 네 번째 게임을 러브 게임으로 따내며 추격에 나섰다. 이어진 게임에서 뮐러 역시 지지 않고 서브 에이스 두 개를 포함하여 러브 게임으로 이기며 4-1로 앞서 나갔는데, 여기서부터 뮐러의 실책쇼와 나달의 환상적인 스트로크가 터지기 시작했다. 나달은 연달아 세 게임을 따내며 4-4 동점을 만들었고 6-6에서 타이브레이크에 돌입한 후 상대의 허를 찌르는 날카로운 포핸드 스트로크로 뮐러를 단 1점으로 묶어놓으며 1세트를 이겼다. 왼손잡이끼리의 대결이어서 흥미로웠으나 나달은 발빠른 움직임으로 백핸드로 받을 것도 포핸드로 받아치며 공격적으로 나섰고, 집요하리만큼 상대의 백핸드 코스로 공을 보내어 묶어놓은 후 반대쪽 사이드라인과 베이스라인을 노려 스트로크를 날리며 경기를 압도했다. 2세트부터는 완벽한 나달의 일방적인 게임으로 진행되었고 3:0(7-6(1) 6-1 6-2) 나달의 승리로 끝났다.

늘 2% 부족했던 머리가 이번에는 그 부족함을 채울 수 있을지 ⓒ Andrew Ong/USTA

앤디 머리(영국·4위)는 도날드 영(미국·84위)의 돌풍을 잠재우며 8강에 진출했다. 머리는 자신은 지금까지 영이 상대해왔던 선수들과 급이 다른 선수임을 보여주려는 듯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머리는 서브에서 난조를 보였음에도 강하고 정확한 스트로크로 영을 괴롭혔고, 영은 그의 뜻대로 실책을 남발하며 졌다. 머리의 3:0(6-2 6-3 6-3) 완승.

볼에 바람을 넣어 풍선을 만드는 특이한 취미의 소유자 로딕 ⓒ Andrew Ong/USTA

앤디 로딕(미국·21위)은 비로 인해 루이 암스트롱 스타디움 대신 13번 코트에서 펼쳐진 경기에서 다비드 페레르(스페인·5위)를 누르고 3년만의 8강 진출에 성공했다. 로딕은 2:1로 앞선 4세트에서 2-2로 팽팽히 맞서다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당하며 위기에 빠졌다. 그러나 이어진 게임에서 40-15로 앞서던 페레르가 갑자기 포핸드와 백핸드 실책을 연속으로 저지르며 듀스에 접어들었고, 로딕은 경기에서 자주 보기 힘든 백핸드 위너와 페레르의 실책을 묶어 게임을 따내며 3-3 동점을 만들었다. 기세가 오른 로딕은 강한 서브를 넣으며 지친 페레르를 압박했고, 페레르는 중요한 순간에서 실책을 잇달아 저지르며 내리 세 게임을 모두 지고 말았다. 로딕의 3:1(6-3 6-4 3-6 6-3) 승리. 로딕은 경기 후 13번 코트 관중석 주변을 한 바퀴 돌면서 자신을 응원하는 팬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이번 대회에서 이스너는 놀랄만한 기량을 보여주었는데 반짝이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 ⓒ Philip Hall/USTA

존 이스너(미국·22위)는 질레스 시몬(프랑스·12위)과의 경기에서 세 번의 타이브레이크를 승리로 이끌며 3:1(7-6(2) 3-6 7-6(2) 7-6(4)) 승리를 거두고 8강에 합류했다. 이스너의 그랜드슬램 8강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다.

<남자 8강>

전날 예정되어 있던 남자 8강 경기 중 두 경기 역시 열렸다. 친한 친구 사이인 두 세르비아 선수의 맞대결인 노박 조코비치(1위)와 얀코 팁세라비치(20위)의 경기와 윔블던 8강의 리벤지 매치인 로저 페더러(스위스·3위)와 조-윌프리드 송가(프랑스·11위)의 경기였다.

"내가 제일 잘 나가" 의 조코비치 ⓒ Andrew Ong/USTA

조코비치는 팁세라비치를 맞아 이번 대회에서 가장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1세트와 2세트는 모두 타이브레이크까지 가는 접전 끝에 서로 한 세트씩 나누어 갖고 3세트를 맞이했다. 그런데 팁세라비치의 움직임이 둔해지면서 공격이 무뎌지고 수비가 느슨해지자 팽팽했던 경기의 양상이 조코비치의 압도적인 경기로 바뀌었다. 조코비치는 3세트를 6-0에 이어 4세트에서 연달아 세 게임을 이기며 아홉 게임을 연속으로 이기며 경기를 지배했다. 이 때 왼쪽 허벅지 햄스트링을 느낀 팁세라비치가 기권하면서 경기는 싱겁게 끝이 났다. 조코비치 입장에서는 팁세라비치가 조금 빨리 포기하기를 바랐겠지만, 모처럼 조코비치와 좋은 승부를 펼친 팁세라비치의 아쉬움도 클 것 같다.

멋있지만 치명적 단점이 되어버린 페더러의 한 손 백핸드 ⓒ Don Starr/USTA

조코비치가 찜찜한 기권승으로 준결승에 진출한 반면 페더러는 송가를 3:0(6-4 6-3 6-3)으로 제압하며 화끈한 복수전을 펼쳐 주목을 받았다. 페더러는 1세트에서 먼저 송가의 서브 게임을 잡아내며 3-1로 달아났지만 실책에 발목이 잡히며 연속으로 세 게임을 내주며 3-4로 밀리는 처지가 되었다. 그러나 서브 게임을 챙기며 동점을 만든 페더러는 송가의 연속된 실책 세 개를 놓치지 않고 밀어붙여 5-4로 재역전시킨 후 마지막 게임을 러브 게임으로 잡아내며 이겼다. 윔블던에서 3세트 이후 체력이 떨어지며 송가의 공세를 견디지 못했던 것과는 달리 페더러는 꾸준히 페이스를 유지하며 경기를 쉽게 이기면서 조코비치와 결승행을 놓고 다투게 되었다. 올해 페더러와 조코비치는 호주오픈과 프랑스오픈에 이어 그랜드슬램 준결승에서 세 번째 맞붙는데 지난 두 번의 승부에서는 1승 1패로 호각을 이루고 있다.

 

<여자 8강>

이틀로 나뉘어 열릴 예정이던 경기가 모두 비로 연기되면서 하루에 모두 열렸다. 이대로라면 여자 결승의 경우 예정되었던 10일(토요일 오후)에 열리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생각에 잠긴 서리나 ⓒ Philip Hall/USTA

최근 미국 남녀 선수들의 동반 부진 속에 서리나 윌리엄스(27위)의 화려한 부활은 대회가 열리는 미국에서 가뭄 속의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 10살 어린 아나스타샤 파블류첸코바(러시아·16위)를 맞아 2:0(7-5 6-1) 완승을 거두며 4강에 올랐다. 비로 인한 이틀 간의 휴식이 독이 되었는지 두 선수는 시작부터 실책을 많이 저지르며 상대의 서브 게임을 계속 브레이크하며 3-3으로 팽팽한 흐름을 이어갔다. 서리나가 일곱 번째 게임만에 서브 게임을 지킨 후로는 두 선수 모두 상대에게 브레이크를 허용하지 않아 5-4에서 파블류첸코바의 서브 게임을 맞이했다. 파블류첸코바는 연속으로 더블 폴트를 저지르며 30-0으로 뒤지면서 위기를 맞이했지만 침착하게 네 포인트를 따내며 벗어났고, 6-5로 서리나가 앞선 채 경기의 승부처가 된 열두 번째 게임에 돌입했다. 서리나는 상대 실책과 백핸드로 30-0으로 앞섰지만 실책과 파블류첸코바의 포핸드에 동점을 허용했다. 서리나가 백핸드 위너로 먼저 세트 포인트에 도달했지만, 파블류첸코바 역시 백핸드로 듀스를 만들며 다시 위기를 벗어났고 서브를 서리나가 받아내지 못하며 파블류첸코바의 어드밴티지가 되었다. 그러나 서리나는 12번의 긴 랠리 끝에 파블류첸코바의 포핸드 실책으로 다시 듀스를 만들더니 연속으로 두 포인트를 더해 1세트를 이겼다. 2세트는 서리나의 일방적인 흐름이었는데 파블류첸코바가 더블 폴트로 자멸하면서 손쉬운 승리를 헌납하였다.

무관의 여제 캐로 ⓒ Philip Hall/USTA

로딕과 페레르의 경기와 마찬가지로 13번 코트로 옮겨 열린 카롤리네 보스니아키(덴마크·1위)와 안드레아 펫코비치(독일·10위)의 경기는 2:0(6-1 7-6(5)) 보스니아키의 승리로 끝났다. 수비 불안과 실책으로 허무하게 1세트를 내준 펫코비치는 2세트에서는 각성한 듯 보스니아키와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캐로가 2-1로 앞선 네 번째 게임에서 펫코비치는 4연속 실책으로 서브 게임을 내주며 위기를 맞이했지만, 네트플레이를 앞세워 캐로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하고, 듀스 접전 끝에 서브 게임을 지켜내면서 3-3 동점을 만들었다. 그러나 펫코비치는 다시 한 번 서브 게임을 빼앗기며 5-3으로 뒤져 위기를 맞이했는데. 캐로의 더블 폴트와 백핸드로 브레이크하며 숨을 돌리고 서브 게임을 지켜내며 5-5 동점을 만들었다. 두 선수 모두 서브 게임을 지키며 맞이한 타이브레이크는 3-3 이후 승부가 갈렸다. 펫코비치는 3연속 실책이 이어지며 순식간에 트리플 매치 포인트에 몰렸고, 연속해서 발리로 점수를 내며 6-5까지 추격했지만 백핸드 샷이 베이스라인을 벗어나며 패하고 말았다. 보스니아키는 서리나와 결승 티켓을 놓고 다투게 된다.

소리 없이 준결승에 오른 스토서 ⓒ Andrew Ong/USTA

사만다 스토서(호주·9위)는 의외로 베라 즈보나레바(러시아·2위)를 2:0(6-3 6-3)으로 쉽게 이기며 4강에 진출했다. 1세트에서 3-2까지는 서로 서브 게임을 지키며 팽팽한 분위기였으나 즈보나레바가 더블 폴트와 실책 연발로 게임을 내준 후 스토서가 5-2로 달아나면서 경기가 급격히 스토서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스토서는 1세트 마지막 게임부터 2세트 두 번째 게임까지 12연속 포인트를 기록하면서 즈보나레바의 기를 완벽히 꺾었고, 잡은 리드를 놓치지 않고 2세트 5-3으로 앞선 상황에서 즈보나레바의 서브 게임을 맞이했다. 즈보나레바는 30-30에서 통한의 더블 폴트를 저지르며 매치 포인트를 내주었고 스토서는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즈보나레바는 스토서를 좌우로 흔들며 랠리를 주도했지만 20번의 스트로크가 오가는 랠리 다음의 즈보나레바의 백핸드 샷이 네트에 걸리며 눈물을 삼켰다.

이변의 주인공 케르베르 ⓒ Andrew Ong/USTA

조금 관심이 덜했던(역시 마찬가지라서 경기를 직접 보지는 않았지만) 그랜드슬램 4라운드 이상 진출 경험도 없는 안젤리크 케르베르(독일·92위)와 플라비아 페네타(이탈리아·25위)의 경기에서는 케르베르가 풀세트 접전 끝에 2:1(6-4 4-6 6-3)의 승리를 거두며 준결승에 올라 스토서와 4강에서 맞붙게 되었다. 케르베르는 한 경기 한 경기가 자신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셈.

 

<Player of the Day>

질레스 시몽을 누르고 첫 그랜드슬램 8강 진출에 성공한 이스너 ⓒ Philip Hall/USTA

킴 카다시안과 시아라도 이 날 테니스를 보러 왔었다고 하더라는..

남자 4라운드 첫날 경기 결과, 윔블던 8강에서 로저 페더러(스위스·3위)에게 뼈아픈 패배를 안겼던 조-윌프리드 송가(프랑스·11위)가 8강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시즌 세 번째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노리는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1위) 역시 가볍게 8강에 진출하면서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임을 다시 보여주었다.

부활을 꿈꾸는 전 황제 페더러 ⓒ Rob Loud/USTA

전날보다 조금 더 흥미로운 매치업이 진행된 여자 4라운드 경기에서는 서리나 윌리엄스(미국·27위)와 카롤리네 보스니아키(덴마크·1위)가 8강행 티켓을 획득했고, 이번 대회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아나스타샤 파블류첸코바(러시아·16위)가 프란체스카 스키아보네(이탈리아·8위)를 제압하며 생애 처음으로 US오픈 8강에 진출했다.

 

대회 8일째 (9월 5일, 현지시간 기준)

<남자 4라운드>

조코비치의 기세는 꺾일 줄 몰랐다. 빅4 중에서 유일하게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고 승승장구하고 있는 조코비치는 알렉산드르 돌고폴로프(우크라이나·21위)를 3:0(7-6(14) 6-4 6-2)으로 제압하고 8강에 올랐다. 1세트에서 돌고폴로프가 기세를 올리며 조코비치와 팽팽한 승부를 벌이며 타이브레이크에 들어갔다. 돌고폴로프는 타이브레이크에서도 밀리지 않고 조코비치를 괴롭혔고 조코비치는 상대를 쉽게 이기지 못해서 답답한 기색이 엿보였다. 조코비치는 13-14로 밀린 상황에서 포핸드 발리와 돌고폴로프의 실책으로 15-14로 역전시켰고, 돌고폴로프는 세트 포인트에 몰린 채 서브를 넣게 되었다. 긴 랠리 끝에 돌고폴로프는 다시 포핸드 실책을 저지르며 힘들게 싸웠던 1세트를 내주고 말았다. 조코비치는 2세트 시작과 동시에 연속하여 돌고폴로프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하며 3-0으로 앞서 나갔고, 돌고폴로프가 뒤늦게 브레이크를 하며 추격했지만 이미 따라잡기에는 버거웠다. 3세트는 조코비치가 다소 진이 빠진 돌고폴로프를 상대로 쉽게 이기며 승리를 거두었다.

경기 후 사인해주는 조코비치 ⓒ Philip Hall/USTA

조코비치의 길었던 타이브레이크

페더러는 4라운드에 진출한 유일한 아르헨티나 선수인 후안 모나코(36위)를 상대로 이번 대회에서 가장 쉬운 승리를 챙겼다. 페더러는 단 한 번도 브레이크 포인트에 몰리지 않을 정도로 우세한 경기를 펼치며 1시간 22분 만에 3:0(6-1 6-2 6-0)으로 이겼다. 스트로크의 정확도가 전성기만 못한 페더러는 21개의 실책을 저질렀지만 정확히 두 배인 42개의 위너를 기록하며 경기를 리드했다. 페더러의 가장 큰 승리 원인은 상대의 서브를 완전히 제압한 것인데 모나코는 서브 후 득점 성공률이 43%에 그치며 제대로 경기를 풀어갈 수 없었다. 3라운드에서 칠리치를 만난 것이 하나의 고비라고 여겨졌지만 무사히 통과한 페더러는 4강의 길목에서 윔블던에서 한이 서린 송가와 다시 맞붙게 되었다.

페더러의 서브 ⓒ Rob Loud/USTA

송가는 마디 피쉬(미국·8위)와의 풀세트 접전 끝에 3:2(6-4 6-7(5) 3-6 6-4 6-2)로 재역전승을 거두고 8강 진출 티켓을 거머쥐었다. 홈팬들의 열렬한 성원을 입은 피쉬는 1세트를 내준 후 2세트와 3세트를 연달아 따내며 역전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운명의 4세트 4-4 상황에서 피쉬는 30-0으로 앞서가고 있었지만 포핸드와 백핸드를 가리지 않고 실책을 저지르며 연속으로 네 포인트를 내주며 브레이크를 당하면서 세트를 내주는 결정적인 원인이 되었다. 마지막 세트에서도 피쉬는 자신의 서브 게임을 실책과 강력한 포핸드에 밀려 내주면서 끌려가기 시작했고, 다섯 번째 게임에서 15-15에서 3연속 실책을 저지르며 다시 브레이크를 당하며 분위기가 완전히 송가에게 넘어갔다.

배고픈 송가, 공을 먹다 ⓒ AFP

얀코 팁세라비치(세르비아·20위)는 3라운드에서 천신만고 끝에 올라온 후안 카를로스 페레로(스페인·105위)를 3:1(7-5 6-7(3) 7-5 6-2)로 이기고 8강에 올라 같은 나라의 조코비치와 4강행 티켓을 다투게 되었다. 3세트까지 매 세트 접전이 벌어졌는데 페레로는 고비를 넘지 못하고 무너지면서 4라운드 진출에 만족해야 했다.

친구 조코비치와 8강에서 맞붙게 된 팁세라비치 ⓒ Andrew Ong/USTA

 

<여자 4라운드>

카롤리네 보스니아키(a.k.a 캐롤라인 워즈니아키)는 스베틀라나 쿠즈네초바(러시아·17위)와 풀세트 접전 끝에 2:1(6(6)-7 7-5 6-1) 승리를 거두고 8강에 진출했다. 그랜드슬램 무관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보스니아키가 유일하게 결승에 진출했던 대회가 US오픈(2009년)이었고, 작년에도 준결승에 올랐을 정도로 유독 이 대회에서는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먼저 기세를 올린 쪽은 쿠즈네초바였는데 1세트 초반부터 서로 상대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하며 치열하게 싸우다가 5-5에서 쿠즈네초바가 보스니아키의 실책과 포핸드 위너로 브레이크를 하면서 리드를 잡았다. 그러나 쿠즈네초바는 3연속 실책으로 서브 게임을 내주며 6-6이 되어 타이브레이크에 돌입하였다. 타이브레이크에서 보스니아키는 5-2로 앞서며 1세트를 이기는가 싶었는데, 쿠즈네초바는 연속으로 네 포인트를 따내며 경기를 뒤집었고 6-6에서 연속으로 두 포인트를 얻어 1세트를 가져갔다. 그러나 쿠즈네초바는 1-4로 앞서던 2세트에서 실책의 향연을 보여주며 5-4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뒤늦게 따라붙어 간신히 5-5를 만들었지만 기세가 오른 보스니아키의 공세를 막지 못하고 실책이 계속 나오면서 2세트를 내주었다. 이미 분위기는 보스니아키에게로 넘어갔고 3세트는 너무도 쉽게 그녀의 승리로 끝났다. 쿠즈네초바는 보스니아키의 정확히 두 배인 40개의 위너를 날렸지만, 정확히 세 배인 78개의 실책을 저지르면서 자멸하고 말았다.

"아싸" 를 외치고 있는 보스니아키. 아니면 말고 ⓒ Rob Loud/USTA

서리나는 부활을 노리는 아나 이바노비치(세르비아·19위)를 2:0(6-3 6-4)으로 가볍게 제압하고 8강에 진출했다. 서리나는 강한 서브를 넣는다는 것을 생각했을 때 이바노비치는 자신의 서브 게임은 반드시 지켜야 했지만 서브에서 심한 난조를 보였다. 첫 서브는 거의 절반 정도만 성공했고 더블 폴트도 8개를 저질렀으며, 두 번째 서브의 득점률은 30%도 채 되지 않아서 서리나에게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경기를 했다. 1세트 초반은 두 선수가 대등했는데 3-3에서 승부가 갈리기 시작했다. 이바노비치는 일곱 번째 게임에서 브레이크 포인트에 도달했지만 연달아 세 포인트를 내주며 아쉽게 기회를 놓쳤다. 기회 뒤에는 위기라고 이바노비치는 다음 게임에서 더블 폴트의 작렬과 함께 트리플 브레이크 포인트에 몰렸고 노련한 서리나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게임을 챙기며 달아났다. 마지막 게임은 기세가 오른 서리나의 스트로크의 파워가 빛을 발하며 러브 게임으로 끝났다. 1세트를 내준 이바노비치는 2세트에서도 연달아 세 게임을 내주며 위기를 맞이했으나 서리나의 실책이 이어지고 모처럼 이바노비치의 스트로크가 잘 들어가면서 3-2로 따라갔다. 그러나 이바노비치의 추격은 거기까지였다. 서리나는 강력한 서브와 힘이 실린 스트로크로 서브 게임을 더 이상 내주지 않으며 차곡차곡 포인트를 쌓았고, 결국 6-4로 승리했다.

원래 승자의 사진만 찾아 올리는데 뭔가 허전해서 ⓒ Philip Hall/USTA

파블류첸코바는 기사회생하여 4라운드에 온 스키아보네에게 2:1(5-7 6-3 6-4)로 역전승을 거두고 대회 첫, 그랜드슬램 통산 두 번째 8강 진출을 이루었다. 두 선수 모두 강력한 서브를 앞세운 선수는 아니라서 서브가 크게 유리하지는 않았는데, 각각 9번(파블류첸코바)과 7번씩 상대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하면서 경기는 세 시간 가까운 접전이 펼쳐졌는데 집중력에서 앞선 파블류첸코바의 승리였다. 안드레아 펫코비치(독일·11위)는 카를라 수아레스 나바로(스페인·76위)를 2:0(6-2 6-4)로 가볍게 누르고 8강 진출에 성공하며 이번 시즌 그랜드슬램 세 개 대회에서 8강에 오르게 되었다. 그녀를 8강 전문 선수라고 불러야겠다.

8강 전문 펫코비치는 보스니아키와 경기를 한다 ⓒ Rob Loud/USTA

 

<Player of the Day>

노장 스키아보네도 이기고 올시즌 두 번째 그랜드슬램 8강에 진출한 파블류첸코바 ⓒ Philip Hall/USTA

작년 우승자 라파엘 나달(스페인·2위)가 초반에 어려움을 겪는 슬로스타터의 모습을 보이면서도 경기가 진행될수록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며 대회 2연패를 향하여 조금씩 나아가고 있고, 앤디 로딕(미국·21위)과 존 이스너(미국·22위)는 홈팬들의 성원을 입고 강력한 서브를 앞세워 4라운드에 진출했다.

상위 랭커들의 잇따른 탈락에 다소 김이 샌 여자부에서는 8강 진출을 위한 선수들의 경쟁이 치열했다. 베라 즈보나레바(러시아·2위)를 비롯한 4명이 생애 첫 그랜드슬램 우승을 바라보며 8강에 진출했다.

대회 7일째 (9월 4일, 현지시간 기준)

<남자부 3라운드>

나달은 더이상 유망주라고 칭할 수 없는 다비드 날반디안(아르헨티나·76위)를 상대하여 3:0(7-6(5) 6-1 7-5)으로 이기며 4라운드에 진출했다. 1세트에서 나달은 초반에 몸이 덜 풀렸는지 고전하면서 날반디안에게 세트를 내줄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날반디안은 더블 폴트를 범하며 나달에게 동점을 허용했고, 계속 치고 받다가 타이브레이크 끝에 패하고 말았다. 2세트는 완벽한 나달의 페이스. 나달의 강력한 톱스핀에 날반디안의 샷은 번번이 밖으로 나가며 나달의 완승으로 끝났다. 궁지에 몰린 날반디안은 3세트에서 각성하고 덤벼들어 5-5까지 팽팽한 승부를 이어갔으나, 마지막 서브 게임에서 또 더블 폴트를 저지르며 경기를 끝냈다. 날반디안은 결정적인 순간마다 더블 폴트가 나온 것이 패인이 되었다.

라파엘 나달의 서브 ⓒ Philip Hall/USTA

앤디 머리(영국·4위)는 펠리시아노 로페스(스페인·26위)를 맞아 한 수 위의 기량으로 3:0(6-1 6-4 6-2)의 승리를 거두었다. 2라운드에서 생각지도 않았던 위기를 맞았던 머리는 각성한 듯 초반부터 로페스를 거세게 압박하며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1세트 시작과 함께 머리는 14연속 득점으로 로페스를 압도했고, 로페스는 30-0으로 뒤진 네 번째 게임에서 겨우 서브로 경기 첫 득점에 성공할 정도였다. 2세트에서 로페스는 보다 공격적으로 덤벼들며 1세트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는데, 4-4 팽팽한 상황에서 역시 더블 폴트로 게임을 내주며 무너지고 말았다.

강력한 모습을 보여준 머리 ⓒ Rob Loud/USTA

로딕은 줄리앙 베네토(프랑스·81위)를 3:0(6-1 6-4 7-6(5))으로 누르고 최근의 부진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여주었다. 로딕은 강서브를 앞세워 두 세트를 따낸 후 3세트에서 베네토에게 거센 반격을 당했다. 로딕은 3세트에서 여러 번 브레이크의 기회가 있었으나 살리지 못하여 고전하였는데 침착하게 자신의 서브 게임을 지켜나가며 이기지는 못해도 지지 않는 경기를 펼쳤다. 타이브레이크에서 이미 두 세트를 이긴 로딕은 침착하게 경기를 펼친 반면 베네토는 실수를 연발하며 로딕의 승리로 경기가 끝났다. 작년 대회에서 2라운드 탈락의 수모를 당했던 로딕은 4라운드에 진출하면서 홈팬들의 성원에 보답하였다.

로딕은 조금씩 살아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 Philip Hall/USTA

역시 이번 대회에서 선전하고 있는 이스너는 알렉스 보고몰로프 주니어(미국·44위)에게 3:0(7-6(9) 6-4 6-4)의 승리를 거두며 4라운드에 진출했다. 이스너는 17개의 서브 에이스를 앞세워 보고몰로프의 코트를 폭격했는데, 잘 버티던 보고몰로프는 1세트 타이브레이크의 패배가 뼈아팠다. 보고몰로프는 타이브레이크를 앞서갔지만 이스너의 서브 에이스가 터지며 누가 먼저 두 점을 획득하는가를 겨루는 싸움으로 진행되었다. 이스너는 7-8로 뒤진 상황에서 연속으로 서브 에이스를 두 개 날리며 역전에 성공했고, 10-9로 앞선 상황에서 강력한 서브를 넣어 득점으로 연결시키며 승리했다. 이어진 두 세트는 이스너가 단 한 번씩의 브레이크로 세트를 따내며 어렵지 않게 이겼다.

강력한 서브를 자랑하는 이스너 ⓒ Rob Loud/USTA

그리고 다비드 페레르(스페인·5위)와 질레스 뮐러(독일·68위) 역시 승리를 거두며 4라운드에 합류했다, 2년 전의 영광을 재현하려던 후안 마르틴 델 포트로(아르헨티나·18위)는 질레스 시몬(프랑스·12위)에게 발목이 잡혀 탈락했고, 같은 아르헨티나 선수인 후안 이그나시오 첼라(24위)는 와일드 카드로 대회에 참가한 도날드 영(미국·83위)에게 패했다.

<여자부 4라운드>

다소 무게감이 떨어지는 매치업 때문에 여자 4라운드 경기는 다소 관심을 받지 못하였지만 8명의 여자 선수들은 8강의 네 자리를 놓고 다시 뜨거운 승부를 펼쳤다.

즈보나레바의 서브 ⓒ Don Starr/USTA

즈보나레바와 자비너 리지키(독일·18위)의 경기가 가장 관심을 모으는 경기였는데 즈보나레바의 완승으로 끝났다. 리지키는 주무기인 서브가 난조를 보이며 스스로 무너졌는데, 첫 서브 성공률이 고작 40%에 불과했고 에이스도 단 한 개 기록하는데 그쳤다. 서브가 안 들어가자 리지키는 1세트에 연속으로 두 번 브레이크를 당하며 끌려가는 경기를 하였고, 뒤늦게 추격에 나섰지만 4-2에서 즈보나레바에게 다시 브레이크를 당하며 힘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2세트는 3-3까지 팽팽하게 경기가 진행되었는데, 리지키가 40-40에서 더블 폴트로 즈보나레바에게 브레이크 포인트를 선사하였고 이어진 랠리에서 백핸드 실책이 나오면서 즈보나레바에게 분위기가 넘어갔다. 즈보나레바의 2:0(6-2 6-3) 승리.

13억 대륙을 울린 페네타 ⓒ Andrew Ong/USTA

3라운드에서 샤라포바를 격침시켰던 플라비아 페네타(이탈리아·25위)는 남녀 유일하게 생존한 아시아 선수인 펑슈웨이(중국·14위)를 2:0(6-4 7-6(6))으로 이기고 8강에 진출했다. 세트스코어는 2:0이지만 페네타는 펑슈웨이보다 고작 3점을 더 얻었을 정도(98-95)로 경제적인 경기를 하였는데, 러브 게임으로 지나 듀스 끝에 지나 어차피 지는 것은 똑같으니 질 때 깨끗이 지는 것이 더 나은지도 모르겠다. 펑슈웨이는 1세트 1-1 30-30에서 포핸드와 백핸드 실책을 연달아 범하며 페네타에게 서브 게임을 넘겨주고 말았다. 페네타는 일곱 번째 게임마저 브레이크하며 5-2로 앞서 나갔고, 펑슈웨이가 듀스 접전 끝에 브레이크를 하면서 따라붙었지만 페네타는 6-4로 세트를 가져갔다. 2세트는 네 번째 게임까지 서로 상대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하며 2-2로 팽팽히 맞섰고, 3-4에서 페네타가 더블 폴트로 서브 게임을 내주며 펑슈웨이가 3-5로 앞서게 되었다. 마지막 세트까지 갈 수 있는 절호의 찬스에서 펑슈웨이는 실책을 연발하며 서브 게임을 내주며 페네타에게 추격을 허용하였다. 펑슈웨이는 5-5에서도 서브 게임을 실책으로 내주며 마지막에 몰렸지만 페네타의 연속된 실책으로 타이브레이크까지 이어가며 생명 연장을 하였다. 타이브레이크에서 페네타는 시작하자마자 펑슈웨이에게 백핸드 위너 두 개를 얻어맞고 연속 실책을 범하며 4점을 내줬고, 3-6이라는 트리플 세트 포인트에 몰렸으나 연속으로 다섯 포인트를 따내는 괴력을 발휘하며 기적같은 승리를 이끌어내면서 2시간 반 넘게 걸린 승부를 끝냈다.

달리는 근육녀 스토서 ⓒ Don Starr/USTA

사만다 스토서(호주·10위)는 마리아 키릴렌코(러시아·29위)와 풀세트 접전 끝에 2:1(6-2 6(15)-7 6-3)로 승리하며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US오픈 8강에 진출했다. 스토서의 완승으로 끝난 1세트와는 달리 2세트에서 팽팽히 맞서며 타이브레이크에 돌입한 두 선수는 사이좋게 실책을 번갈아가면서 저지르면서 승부를 길게 끌고 갔다. 스토서는 14-13에서 서브를 넣으며 경기를 끝낼 절호의 찬스를 잡았다. 그러나 12번의 랠리 끝에 키릴렌코에게 백핸드 위너를 얻어맞고 14-14 동점을 허용하더니 더블 폴트로 14-15 역전을 허용했다. 스토서는 키릴렌코의 실책으로 동점을 만들었지만 연달아 백핸드와 포핸드 실책을 저지르며 15-17로 84분이나 걸린 2세트를 내주면서 3세트에 돌입하게 되었다. 3세트는 2-2까지는 팽팽하게 이어졌지만 승부의 균형을 무너뜨린 것은 스토서였다. 스토서는 다섯 번째 게임에서 키릴렌코의 서브 게임을 포핸드 위너로 브레이크하면서 4-2로 달아났고 5-3으로 앞선 아홉 번째 게임에서 키릴렌코의 계속된 실책을 놓치지 않고 게임을 브레이크하면서 긴 승부를 마쳤다.

시드 못받은 선수들의 대결이었던 모니카 니쿨레스쿠(루마니아·68위)와 안젤리크 케르베르(독일·92위)의 대결에서는 케르베르가 2:0(6-4 6-3)으로 승리하며 생애 첫 그랜드슬램 8강에 진출했다. 경기를 직접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케르베르가 힘에서 니쿨레스쿠를 압도하면서 케르베르의 샷이 들어가느냐 안 들어가느냐에 따라 경기가 좌우된 것 같다.

<Player of the Day>

2라운드에서 바브린카, 3라운드에서 첼라를 무너뜨린 와일드카드로 출전한 도날드 영(미국) ⓒ Andrew Ong/US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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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너스 사진>

코트의 미녀 키릴렌코 ⓒ Don Starr/USTA

자비너 리지키 ⓒ Rob Loud/USTA

남자 경기가 3라운드에 접어들면서 이제 강호들끼리 맞붙게 되었다. 3라운드 첫날에 No.1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의 경기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로저 페더러(스위스·3위)와 마린 칠리치(크로아티아·27위)의 경기와 조-윌프리드 송가(프랑스·11위)와 페르난도 베르다스코(스페인·19위)의 경기, 그리고 토마스 베르디흐(체코·9위)와 얀코 팁세라비치(세르비아·20위)의 대결에 관심이 모아졌다. 그러나 기대했던 정도의 접전은 일어나지 않았고, 팁세라비치는 베르디흐의 기권으로 인한 행운의 승리를 챙기며 4라운드에 진출하였다.

여자 경기에서는 No.1 카롤리네 보스니아키(덴마크, a.k.a 캐롤라인 워즈니아키)와 서리나 윌리엄스(미국·27위) 등의 우승 후보들이 쉬운 승리를 거두고 4라운드에 합류했다. 젊은 피 아나스타샤 파블류첸코(러시아·16위)는 전직 세계 1위 옐레나 얀코비치(세르비아·12위)를 누르고 작년에 이어 두 번째 4라운드 진출에 성공했다.

대회 6일째 (9월 3일, 현지시간 기준)

<남자부 3라운드>

이미 전성기를 지난 페더러와 젊은 피 칠리치의 대결은 칠리치가 페더러의 약점인 체력과 백핸드를 공략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포인트였다. 페더러는 서브 게임을 내주지 않고 단 한 번의 브레이크로 6-3으로 1세트를 가져갔지만, 2세트에서 4-5로 뒤진 상황에서 결정적인 브레이크를 당하며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승부의 분수령이 된 3세트에서 페더러는 첫 게임을 브레이크하며 앞서갔지만 더블 폴트와 포핸드 실책으로 서브 게임을 내주며 힘든 승부를 했다. 그러나 4-4로 팽팽히 맞선 아홉 번째 게임에서 칠리치는 더블 폴트로 서브 게임을 내주었고, 페더러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서브 게임을 지키며 승리했다. 4세트에서 두 선수는 서브 성공률이 떨어지면서 고전했는데 칠리치의 실책 남발로 페더러가 승리를 거저 먹다시피 했다. 3:1(6-3 4-6 6-4 6-2)로 페더러의 승리.

페더러의 전매특허인 한 손 백핸드 ⓒ Philip Hall/usopen.org

명승부가 되리라 기대했던 송가와 베르다스코의 경기는 두 선수의 현재 페이스를 보여주듯이 송가의 승리로 쉽게 결정되었다. 베르다스코는 서브 성공률도 좋았고 실책을 많이 저지르지도 않는 좋은 경기를 했지만 송가의 파괴력을 이겨내지 못했다. 서브에서 우위를 점한 송가는 서브 에이스 12개를 포함하여 첫 서브의 80%, 두 번째 서브의 50% 이상을 득점으로 연결시켰지만, 베르다스코는 서브 성공률은 높았지만 송가의 공격적인 리시브로 인해 점수로 연결시키지 못한 것이 패인이었다. 승부처는 2세트 5-5 상황이었는데 송가는 강력한 포핸드 스트로크로 위닝샷을 날리며 베르다스코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했고, 이어진 자신의 서브 게임을 지켜 세트를 따내며 베르다스코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송가의 3:0(6-3 7-5 6-4) 승리.

송가는 또 춤을 추었다 ⓒ Don Starr/usopen.org

No.1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는 왕년의 강호 니콜라이 다비덴코(러시아·39위)를 상대로 예상보다 쉬운 3:0(6-3 6-4 6-2)의 승리를 거두었다. 조코비치의 첫 서브 성공률이 60%에 그친 반면 다비덴코는 73%에 달했지만, 톱랭커를 상대로 받아치기 쉬운 서브가 잘 들어가는 것은 좋은 것은 아니었다. 다비덴코는 겨우 서브를 넣은 후 절반 정도밖에 점수로 연결하지 못했고, 조코비치는 기회를 엿보다 고비 때마다 다비덴코의 서브 게임을 가져오며 승리를 챙겼다. 승부처는 3-3으로 맞선 2세트 다비덴코의 서브 게임이었는데, 브레이크 포인트에 몰린 다비덴코가 포핸드 실책을 저지르면서 조코비치에게 게임을 내주었다. 조코비치는 이어진 게임을 가져가면서 5-3으로 달아났고 2세트를 결국 6-4로 챙기며 승부를 결정지었다.

조코비치는 무서울 것이 없었다 ⓒ Rob Loud/usopen.org

마디 피쉬(미국·8위)는 케빈 앤더슨(남아공·34위)을 맞아 3:0(6-4 7-6(4) 7-6(3))의 승리를 거두며 4라운드에 진출했다. 스코어에서 볼 수 있듯이 접전이었지만 결정적 순간에서 앤더슨이 실책을 범하며 패하고 말았다. 알렉산드르 돌고폴로프(우크라이나·23위)는 광서버 이보 카를로비치(크로아티아·94위)에게 서브에서도 밀리지 않으며 승리를 거두었고, 후안 카를로스 페레로(스페인·105위)는 기권승으로, 후안 모나코(아르헨티나·36위)는 노장 토미 하스(독일·475위)를 누르고 4라운드에 합류했다.

피쉬의 백핸드 스트로크 ⓒ Andrew Ong/usopen.org

<여자부 3라운드>

No.1 보스니아키는 태국계 미국인 배니아 킹(103위)을 맞아 힘들게 2:0(6-2 6-4)으로 승리했다. 스코어만 놓고 본다면 보스니아키의 완승이지만 한 시간 반이 넘게 걸린 경기는 치열한 랠리가 이루어졌고,킹이 코트 좌우를 오가며 끈질긴 경기를 하여 보스니아키는 중간중간 짜증을 내기도 했다. 보스니아키는 1세트 첫 게임부터 브레이크당하며 밀렸는데 바로 킹의 서브 게임을 잡아내며 맞불을 놓았고, 2-2로 맞선 다섯 번째 게임에서 여러 번 브레이크 위기에 몰렸으나 침착하게 지켜내면서 경기 흐름을 가져왔다. 그리고 킹의 서브 게임을 연달아 두 번 브레이크하면서 1세트를 6-2로 승리했다. 2세트에서 보스니아키는 3-0으로 앞서며 손쉽게 승리하는가 했는데 킹이 연달아 두 게임을 따내며 추격전을 시작했다. 그러나 보스니아키는 킹의 서브 게임을 가져오며 제동을 걸면서 먼저 5게임을 따내 승리를 눈앞에 두었다. 킹은 두 번째 추격전을 시작하여 5-4까지 따라붙었지만, 갑자기 허벅지 통증을 호소하여 잠시 메디컬 타임을 갖고 치료 후에 이어진 게임에서 패하며 보스니아키의 승리로 끝이 났다.


이봐이봐 테니스는 공을 발로 차는게 아니라고 ⓒ Philip Hall/usopen.org

대회 네 번째 우승에 도전하는 서리나의 힘은 빅토리아 아자렌카(벨라루스·4위)도 무력화시켰다. 서리나는 여전한 서브의 난조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을 상쇄시키는 강력한 스트로크로 아자렌카를 제압했다. 서리나의 첫 서브는 성공률이 50%를 밑돌았지만 12개의 에이스를 뿜어냈고, 39개의 위너를 기록하는 등 일방적인 경기를 했다. 그러나 들쑥날쑥한 경기력 탓에 2세트 막판 브레이크를 허용하며 5-5가 되면서 결국 타이브레이크에 돌입하였지만 스트로크를 앞세워 승리를 거두었다.


기운 센 천하장사 서리나입니다 ⓒ Philip Hall/usopen.org

아나 이바노비치(세르비아·19위)는 미국의 신예 슬론 스티븐스(106위)에게 2:0(6-3 6-4)으로 승리하며 4라운드에 진출했다. 역시 경기력이 들쑥날쑥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이바노비치는 서브 난조와 잇따른 실책 남발 속에서도 전 세계랭킹 1위의 관록(?)을 앞세워 승리했다. 샤라포바와 마찬가지로 바닥까지 추락했다가 올라온 이바노비치는 빠른 움직임은 아직 살아있지만 서브와 스트로크의 정확도에서 전성기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서리나와 맞붙게 되는 4라운드 경기 결과가 주목된다.

이바노비치의 만세 ⓒ Rob Loud/usopen.org

파블류첸코바는 얀코비치를 2:0(6-4 6-4)로 이기고 4라운드에 진출하여 프란체스카 스키아보네(이탈리아·8위)와 격돌하게 되었다. 1세트에서 얀코비치가 3-2 리드 상황에서 다섯 번의 브레이크 기회를 살리지 못하며 파블류첸코바의 기세를 살려주고 말았다. 파블류첸코바는 4-4로 맞선 얀코비치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하며 승기를 잡았고 1세트를 따내며 앞서갔다. 2세트는 서로 상대의 서브 게임을 두 번씩 브레이크하며 팽팽한 접전이 이어졌는데 3-3에서 얀코비치가 결정적인 실책을 범하며 서브 게임을 내주었고, 파블류첸코바는 1세트와 마찬가지로 6-4로 승리하며 경기를 끝냈다. 

얀코비치를 이긴 파블류첸코바의 서브 ⓒ Philip Hall/usopen.org

스키아보네는 샤넬 쉬퍼스(남아공·81위)를 상대하여 매치 포인트까지 몰렸다가 뒤집는 저력을 발휘하며 4라운드에 합류했다. 세 시간 가까이 걸린 이 경기에서 쉬퍼스는 대어를 잡는가 했지만 결정적 순간에서의 단 한 점이 부족하여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안드레아 펫코비치(독일·11위)와 스베틀라나 쿠즈네초바(러시아·17위), 그리고 카를로스 수아레스 나바로(스페인·76위)가 4라운드에 합류하며, 여자부는 16명의 선수가 남게 되었다.

 

<Player of the Day>

탈락 직전까지 갔다가 간신히 살아나 경기를 뒤집은 31세의 노장 스키아보네 ⓒ Andrew Ong/usopen.org

 

<보너스 사진>


잘 모르는 사람이지만 스타라고 하길래. 올리비아 팔레르모라는 아가씨란다 ⓒ Rob Loud/usope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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