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JAPAN/2017.09 늦여름에도 홋카이도

#19. 귀국

2018. 10. 2. 01:12

이번 포스트는 이틀에 걸친 이야기가 되겠다.


아침은 상쾌하게 오누마 생수로 시작

페트병에 입을 대고 마시면 세균이 증식한다고 개봉하면 빨리 먹으라던데 잊어버리고 안 마시고 있었다. 버리기는 아까워서 마셨는데 별 탈은 없었던 것 같다. 씻고 나니 체크아웃 시간이 다 되어서 짐을 챙겨 나와 체크아웃을 한 뒤, 호텔 지배인에게 미리 양해를 구하고 빈 공간을 빌려 잠시 회사 일을 조금 하다가, 밖으로 나왔다.


일단 시나가와역으로 가본다.

시나가와에서 토쿄에 갈 때는 신칸센이다..

JR토카이의 거점이기도 한 시나가와역. JR이라는 이름으로 국철에서 민영화[각주:1]되면서 지역별로 분할이 되었지만, 여전히 JR여객철도 6개사는 승차권 예약, 발권 시스템을 공유하고 있어서 타 지역의 JR역 및 주요여행사 등에서도 JR의 승차권 구입 및 변경 등이 대부분 가능하다. 예를 들면 JR시코쿠의 마츠야마역에서 홋카이도의 특급열차 수퍼호쿠토를 예약하거나 승차권, 특급권 등을 구입할 수 있다. 어쨌거나 JR동일본은 얘네들이 자기네 영역에 토카이도신칸센에 이어서 츄오신칸센까지 시나가와역에 쑤셔넣고 있어서 눈엣가시일 것 같은데..

 

돈 들어가는 것 아니니까.. 이미 돈을 다 내버렸지..

이 짧은 거리를 굳이 지정석권 발권받아서 타려면 다시 승강장에서 내려가 개찰 바깥으로 나가야 해서 그냥 자유석 칸에 앉아서 간다. JR패스가 아니라면 이런 생각도 하지 않겠지 뭐.. 

토쿄역에 내려서 야마노테선과 츄오선 열차를 타고 돌면서 상점 몇 군데 들러서 구경을 하고, 사토미쨩이 모델로 나온 광고지 몇 장 챙기고 나니 할 일이 없어서 넷카페에 들어가서 졸다가 나왔다. 다시 체크아웃을 했던 호텔로 돌아가서 맡겨두었던 짐을 찾아서 가지고 나와서 다시 토쿄역으로 간다.


홋카이도신칸센 H5계 열차

센다이까지만 가는 것 같은데, 신칸센은 선로 점검 등의 이유로 24시부터 6시까지는 운행을 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는 대개 밤 9시를 넘어가면 노선의 말단에 있는 역의 신칸센의 운행이 종료되거나 조금씩 운행구간이 짧아지고, 그 역에서부터 주박한 후 다음 날에 출발하는 첫 열차로 투입되는 경우가 많다. 센다이행 열차라면 아마도 이 열차가 센다이에서 출발해서 홋카이도 방면으로 가거나, 아니면 토쿄로 출발하는 열차가 된다. 어차피 내가 탈 열차는 신칸센이 아닌 재래선 특급열차이므로 별 상관없기는 한데..


선라이즈 세토를 타고 일찌감치 잠을 자고 도착 한 시간 반 전 쯤에 일어나서 오카야마에 도착. 샤워카드를 사서 깨끗이 씻고, 짐을 챙겨서 내렸다. 오카야마역에서 선라이즈세토와 선라이즈이즈모가 분리되므로 정차시간이 다른 역에 비해서는 긴 편이다. 그렇다고 여유부리면서 다른 짓을 할 만큼의 여유는 아니고. 열차팬들은 이 열차의 분리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반대로 상행열차를 탈 때는 이즈모시에서 온 선라이즈이즈모와 타카마츠에서 온 선라이즈세토가 병결한다.

신칸센을 타고 하카타까지 가야하는데, JR패스로는 탈 수 없는 미즈호를 먼저 보내고, 25분 정도 후에 출발하는 사쿠라 541호를 기다렸다. 간밤에 비도 내렸고,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공기가 꽤 차가워서 열차를 기다리다보니 몸이 떨렸다. 열차에 올라탄 뒤에도 한동안 계속 몸이 떨리더라는..


하카타역에 도착했다.

고민하지 않고 그냥 지하철을 타고 후쿠오카공항으로 갔다.


한국처럼 일본의 식민지였던 타이완의 에바항공은 항공기를 일본의 산리오사의 캐릭터인 배드바츠마루로 랩핑을 해놓았다. 한국 국적의 항공사라면 일본의 캐릭터를 항공기에 랩핑을 하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텐데..

 

비행기는 이륙했고


대한해협을 지나고 있다.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그리고 바로 출근해서 밀린 일을 하고 난 뒤에 막차를 간신히 타고 집에 돌아갔다... ㅠㅠ

  1. JR홋카이도와 JR시코쿠는 재정상황이 열악하여 아직 민영화가 되지는 않았고 언제 될 지도 모른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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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상경

2018. 10. 1. 02:14

호텔에 맡겨두었던 짐을 찾아서 나와서 신하코다테호쿠토역행 하코다테라이너를 타러 간다.


홋카이도신칸센 개통 이전에는 아오모리에서 출발하는 특급 또는 급행열차를 타고 세이칸터널을 지나 홋카이도에 오갔는데, 홋카이도신칸센 개통 이후에는 재래선 여객열차는 운행을 하지 않아서 신칸센만 이용할 수 있다. 신아오모리에서 출발하면 곧 세이칸터널로 들어가고 꽤 긴 시간 동안 터널 속을 지난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신칸센 개통 이후 세이칸터널에 들어갈 때 차장이 세이칸터널을 지나가니 즐기시라는 방송을 하기도 한다. 사실 그냥 터널 안에서 계속 달리는지라 조금 속도가 많이 빠른 지하철 타고 달린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하코다테역

하코다테라는 곳을 좋아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이 도시의 활기가 떨어지는 듯한 그런 느낌도 드는 것이, 이 동네를 비롯한 홋카이도의 고령화 및 젊은 사람들이 떠나서 그런 것인지 내가 나이를 먹어서 그런 것인지 잘 모르겠다. 예전에는 겨울에만 홋카이도에 갔는데 눈이야 한국에서도 많이 볼 수 있고, 돌아다니는 것이 귀찮게 느껴질 때도 있고.. 사실 여름에 홋카이도는 비행기 가격이 상당히 비싸서 주머니가 얇은 사람에게는 부담스럽기도 하고..


하코다테역과 신하코다테호쿠토역 사이를 셔틀 운행을 하는 하코다테라이너.

하코다테라이너는 열차 시각에 따라 보통, 쾌속 등급이 있는데, 이번에 타는 열차는 쾌속열차인데,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리에 앉아서 열차 출발을 기다리고 있다. 종종 출발 시각에 거의 딱 맞춰 허겁지겁 열차를 타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준비성이 철저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 열차는 4시간 2분 동안 신하코다테호쿠토역에서 토쿄역까지 간다. 대부분의 열차가 정차하는 우에노역을 통과하며, 도중에 신아오모리, 모리오카, 센다이, 오미야역에만 정차한다. 열차라는 것이 승용차와 달리 가감속에 많은 시간이 걸리기에 정차역 수에 따라 열차의 표정속도가 달라지는데, 규모가 있는 도시의 역에만 정차한다. 시원한 아이스커피 한 잔 마시려고 앞좌석 뒤에 있는 메뉴판을 보다가 초콜렛 케이크와 세트로 사면 따로 사는 것보다 싸다고 해서 초콜렛 케이크까지 같이 샀다. 이미 빵을 사오기는 했는데, 4시간 넘게 타는 열차에서 저녁 대신 먹어야할 것 같다. 일본산이 아닌 벨기에산 초콜릿을 사용했다고.. 그럼 일본에서 로이스초콜릿 사오는 나는 뭐가 되는거냐..


맥주, 커피, 물... 스내플스에서 산 빵은 쇼핑백에 담아서 의자 손잡이에 걸어두었는데, 옆자리 아저씨가 내리면서 쇼핑백을 떨어뜨렸다. 나중에 보니 먹지 못할 정도는 아니기는 했지만 마음이 아프다. 흑흑

토쿄역에 내려서 재래선인 케힌토호쿠선으로 갈아타고 마지막 밤은 아니지만, 이번 여행에서 마지막으로 묵게 될 호텔에 갔다. 2~3년 동안 자주 다니다보니 호텔 지배인부터 직원들과도 안면이 있고, 머물 때 배려도 많이 해주고 있고 여러 가지로 도움을 받기도 해서..

호텔에 들어가자마자 사진도 안 찍고 먹어버렸고, 슈크림을 먹으려다가 사진을 찍었다. 아~ 쌉쌀한 커피 한 잔 있으면 좋겠는데 아이스커피는 이미 다 마셔서 없다..


슈크림은 추락사고로 모양이 망가졌는데 이건 뭐 그럴 수 있다고 치더라도


가장 비싼 케이크인 '이치고 쇼트(イチゴショート)'가 뭉개지고 박살난 것이 마음이 아프다. 손바닥만한 것이 432엔이나 하는 것인데..

 

치즈 오믈렛. 그나마 얘는 추락의 여파가 적었던 것 같다.

스내플스 홈페이지에 있는 사진과는 달리 위의 치즈 색이 많이 구워서 그런지 갈색인데, 크기가 작아서 아껴서 먹는다고 했지만 금방 사라져버렸다. 슈크림 두 개, 이치고쇼트와 치즈오믈렛 빵 하나씩 4개를 샀는데 918엔. 저렴한 가격은 아니지만 맛있으면 그걸로 된거지 뭐.. 열차 안에서 사먹은 초콜릿 케익도 있어서 저녁은 이걸로 퉁치고, 잠을 청한다. 물론 배가 고파서 잠이 안 들 것 같은데, 그래도 뭐 별 수 있나 잠이나 자야지.

대개 열차를 탈 때 열차 사진을 한두 장 찍는데 이번에는 뭐 그냥 넘어갔다. 홋카이도신칸센이야 뭐 한두 번 탄 것도 아니고 짐 끌고 다니는 것도 귀찮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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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오누마공원 ②

2018. 9. 26. 03:07

여기서 다녀올 수 있는지 없는지도 잘 모르는 코마카타케를 다녀오는 것은 어려울 것 같고..

 

사진이나 찍어야지.

카메라를 새로 사면 좋겠지만, 주머니 형편이 좋지 않아서 몇 년은 더 써야할 것 같다. 요즘에는 스마트폰으로 찍어도 10년 전에 산 카메라보다 더 잘 나오는 것을 보면,  사진이 직업이 아닌 사람이 일 년에 몇 번 사용한다고 잘 쓰지도 않을 카메라를 사는 것이 낭비인 것 같기도 하고..


보트를 타고 싶은데..

 혼자라서 조금 그렇다. 보트 운전사와 단둘이 가는 것은 상당히 어색하겠지..


다음에는 코마가타케에 대해서 미리 연구를 하고 오든가 해야지..

 

그런데 어떤 아줌마가 거북이 등껍질 같은 곳에 올라가서 사진을 찍고 있다.

 

여기가 연못을 건너가기 전에 가장 가까운 곳인 것 같다.

 

사진을 찍던 아줌마가 자리를 떠나자 그 자리로 가봤는데, 센노카제니낫테(千の風になって)라는 명곡이 탄생한 자리라고 한다. 멀리서 보았을 때는 거북이 등껍질 같이 생겼는데..


이런 노래라고 함.




소형 유람선인가..


히가시오시마바시(東大島橋)

 

하쿠쵸(白鳥, 백조)가 있다.

하쿠쵸는 홋카이도신칸센 개통 전에 다니던 아오모리에서 하코다테까지 연결하던 열차로 485계로 운행하였고, 789계 열차는 수퍼 하쿠쵸라는 이름으로 역시 세이칸연락철도로 활약을 했다. 홋카이도신칸센 개업과 동시에 485계는 퇴출이 되었고, 789계 0번대는 삿포로 이남지역의 특급 스즈란 및 삿포로에서 아사히카와를 오가는 카무이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앞에 가는 무리는 동남아에서 온 여행객이었던 것 같은데..


백조

 

저 끝에도 조류 한 마리 있는 것 같은데..

 

낚시터도 있는데, 낚시에는 별로 취미가 없다...


저런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도 있구나..

 

오누마공원도 식후경이니 일단 뭐라도 먹어야 할 것 같다.


누마노야(沼の家)의 오누마 당고

당일 만든 당고는 당일에 먹어야 한다고..


위는 쇼유(醤油. 간장), 아래는 앙(餡. 팥소)

달달한 팥소에 담긴 당고가 맛있다.


야마카와목장에서 만든 병우유.

당고와 함께 가지고 가서 열차 안에서 먹으려고 했는데, 공병을 반납하지 않으면 공병가격 50엔인가 100엔인가 내야 한다고 한다. 아 그러면 먹고 반납하겠다고 하고 가게 앞에 있는 테이블에 앉아서 먹었다. 병을 다른 데 쓸 것도 아니고, 무겁기만 할 뿐이라..


평일이라 사람이 많지 않지만, 이 가게를 오가는 사람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삿포로에서 하코다테를 오가는 특급열차인 호쿠토와 수퍼호쿠토 차내에서 판매하는 오누마당고를 만들어 판매하는 곳이 이 누마노야라는 곳. 여기서 사면 열차 안에서 사는 것보다 조금 싸다. 열차 판매를 위해서 당고를 매입하는 비용에 가격을 조금 붙여서 파는 것일 터이니, 그렇다고 만든 당일 안으로 먹으라는 이 당고를 잔뜩 사놓고 팔 수 있는 것도 아니라서. 오누마당고와 유리병에 든 우유가 있어서 하나 샀는데, 사람들이 다 마시고 버린 병을 수거해서 다시 사용하는지 병을 가져가면 50엔이었나 100엔이었나 더 내야 한다고. 가지고 가서 열차 안에서 먹으려고 했는데, 들고 가봤자 짐만 되는 병을 굳이 가져갈 이유도 없고 그냥 빈 테이블 앞에 앉아서 다 먹고 간다.


가는 날이 장날 축제일인지 마츠리 차량이 돌아다니고, 행사 진행하는 사람들이 의상을 입고 있다.


아마도 매년 사용하는 그런 물품 같은데 동네 사람들이 참여해서 만들고 즐기는 그런 축제일 것 같다.

 

오누마관광안내소에 가서 Onumap이라는 앱을 다운받았더니 물 한 병과 곤돌라였던가 아무튼 뭔가 타고 올라가는 것의 할인권을 받았다. 한국사람이 많이 찾지는 않는다고 하는 것으로 봐서, 한국인 여행자들은 아마도 가이드가 인솔하는 단체여행으로 오는 사람이 많지 않을까 싶다.

 

오누마공원역

 

아무래도 코누마에 다녀오는 것은 포기해야 할 것 같다.

마지막 상행 신칸센을 타고 갈 수도 있지만, 늦게 도착하는 것보다는 일찍 출발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짐 정리도 하고, 몇 가지 할 일도 있어서 무리하지 않


하코다테행 열차 시각까지는 조금 여유가 있어서, 이 축제에서는 무엇을 하는지 궁금해서 잠시 지켜보고 있는데 갑자기 먹구름이 밀려온다.

 

갑자기 구름이 몰려오는 것이 조금 불길하기는 한데..

 

일찍 하코다테로 돌아가서 짐을 찾아야 하기도 하고, 언제 비가 내릴 지 몰라서 서둘러 역으로 간다.


선로에 잡초가 나 있다. 저 안쪽의 선로는 이미 사용하지 않은 지 적잖은 시간이 지난 것 같다.


이번에도 특급열차 수퍼 호쿠토. 이번에는 281계 열차다.

걸어서 돌아다니느라 피곤했는지 열차 안에서 계속 졸았다.


무슨 성의 망루처럼 생긴 건물도 있는 것 같은데..

 

하코다테역 도착


역시 어느새 행선지가 삿포로로 바뀌었다.

아직 시간이 조금 남아서 베이에어리어 주변을 구경하러 가본다.


베이에어리어에 갔는데 딱히 마음에 드는 것이 없어서 여기저기 돌아보다가 슬슬 열차 시각이 가까워지고 있어서 맡겨둔 짐을 찾으러 호텔로 가서 짐을 가지고 나왔다. 순식간에 양 어깨가 무거워지고, 움직이기 싫어져서 그냥 하코다테역에 가서 열차를 기다렸다. 시간이 조금 더 있었다면 아사이치에서 카이센동을 먹었겠지만..

 

아무래도 열차 안에서 4시간 이상 보내게 될 터이니, 먹을 것을 미리 사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럭키 삐에로는 홋카이도 방문할 때마다 들르는 곳이라 이번에는 다른 가게를 가보고 싶은데, 2016년 3월 홋카이도신칸센 개업 당시에 스내플스에서 무료로 사람들에게 곱게 포장된 케이크와 빵을 나눠주어서 이 곳을 기억하고 있는데, 여기서 제공한 제과가 가장 호화롭고 양도 많아서 만족스러웠던 기억이 있어서 나중에 한 번 들러봐야겠다 생각했던 터라 열차 안에서 먹기 위해 빵과 케잌을 샀다. 'Hakodate 1998' 이라는 글자의 의미는 1998년에 개업했다는 것 같은데.. 20년째가 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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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오누마공원 ①

2018. 9. 23. 02:52



하코다테에서 유명한 아사이치

신선한 해산물과 과일 등을 팔고 있는데, 아직 한 번도 먹어보지 않았다. 늘 호텔에서 아침을 잘 챙겨먹다보니, 배가 불러서 시장에서 더 먹을 수가 없더라는.. 결국 카이센동은 다음을 기약하기로. 언젠가 먹고 말거야.. 이건 체스터도 아니고..


홋카이도신칸센 개통과 함께 폐지된 JR의 에사시선을 이어받아 도난이사리비철도에서 운행하게 된 이후 하코다테에서 키코나이까지 구간은 도난이사리비철도선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고, 그 전에 키코나이에서 에사시를 잇던 구간은 폐선되었다. 승차인원이 많지 않았지만, 폐선이 결정되었을 때 이 철도를 이용했던 사람들은 당혹스러웠을 터. 이렇게 홋카이도의 재래선 노선은 하나둘 잘려나가고 있다. 현 시점에서는 버스로 대행운송을 하고 있는 히다카본선의 무카와-사마니 구간이 거리가 꽤 길고, 열차 운행 간격이 꽤 긴 편이라 머지않아 이 노선이 폐선될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 해당 지역에서는 DMV(Dual Mode Vehicle)라는 새로운 형태의 차량[각주:1]으로 운행하기를 희망한다고 하는데 얼마 되지 않는 승객들을 위해 가뜩이나 돈 없는 JR홋카이도는 그럴 생각이 없는 것 같다.

 

그래도 회사가 바뀌었다고 도색을 새로 하고 새로운 회사의 로고 역시 달아놓았다. 도난이사리비철도에서는 특급열차를 운행하지 않기에 JR홋카이도에서 기존에 에사시선을 운행할 때 사용했던 키하 40계 열차를 선심 쓰듯이 양도하면서 열차를 운행할수록 적자가 늘어나는 괴로움을 직접 겪어보라는 마음이 있지는 않았을까. 철도라는 것이 공공재이기에 열차를 몇 달 굴렸더니 자본금이 반 이상 사라졌다거나 특급열차가 다니는 구간도 아닌지라..


저 쪽에는 일본의 국철(JNR) 로고가 보이는 배가 있다. 이름이 마슈마루호였던가. 10년 전에 일본에 처음 와서 돈을 막 뿌리고 다닐 때 입장료를 내고 들어갔던 적이 있는데, 이상하게도 차에 대해 별 관심이 없어서 그런지 가고 싶은 생각은 없다. 클래식 카 뮤지엄이 아직도 있나, 이미 한 번 다녀온 사람으로서 말하자면 뭐 그냥 차에 관심이 있으면 가보시고 아님 마시라 하고 싶은데 중국 회사에 인수되어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얼핏 들은 것 같기도 하고..


특급 열차 수퍼 호쿠토를 타보겠습니다...

얼마 안 되는 거리이지만 보통 열차가 자주 다니는 곳도 아니라서 선택의 폭이 넓지 않다. 이게 제일 먼저 출발하는 열차고, 역시 제일 먼저 도착하는 열차인데, 당연히 정차역이 적어서 가감속이 빈번한 보통 열차와 달리 특급 열차의 소요시간이 짧으니 빠른 열차를 탄다. JR패스가 없다면 특급료가 비싸다고 그냥 보통열차를 탔겠지만..


이 녀석은 이제 삿포로에서 온 열차인가 보다.


최근 홋카이도에서 주력 특급열차가 되어가는 261계 디젤동차와 떵차 183계도 저 멀리서 쉬고 있다. 이제 183계는 놓아줄 때가 되지 않았나..


날씨는 맑고 조금 덥다 싶은 느낌이 들었다. 쿠시로를 비롯한 도토지역에 비해서 도난지역은 더 기온이 높은 것 같다.


오누마공원역

왁자지껄하면서 소란스러운 것을 보니 쭝궈인들이 꽤 많은 것 같다. 한국인도 있었을 것 같은데 그런 것은 신경 안 쓰고 다니기도 하고, 옆에 사토미 닮은 아가씨가 있으면 모를까 오지랖 넓게 먼저 말을 거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역시 개인플레이를 해야겠다. 


오누마 공원은 국정공원이라고 한다. 일본에서는 국립공원, 국정공원으로 구분하여 지정하는 것 같은데 무슨 차이가 있는 지는 잘 모르겠다. 무책임하지만 궁금하면 직접 찾아보시기를 바란다...


여기까지 왔으니 일단 오누마공원을 한 바퀴 돌아보겠습니다... 

보는 사람들이 중간에 지겨울 수도 있겠지만 어디든 가면 일단 한 번 돌고 그 다음에 무엇을 할 지 생각을 해보는 편이다.


오리배가 떠다니는데 공짜가 아니라 안 탐.

지금 내가 돈이 어디 있냐..

 

오누마공원에는 오누마(大沼)라고 하는 큰 연못과 코누마(小沼)라고 하는 작은 연못이 있는데, 북쪽 방향으로 서서 왼쪽에 있는 연못이 코누마, 오른쪽에 있는 연못이 오누마라고 한다.

 

물은 맑지 않은 것 같지만 오리배도 떠 다니고 있을 것은 다 있어 보인다.


오리배도 있고, 유람선도 있고..

돈이 없어서 저런 것 혼자서는 안 탄다.


내 그림자..


오누마공원 산책 루트로는 네 가지가 있는데, 다음과 같다.

① 15분 짜리 최단코스인 大島の路(오시마노지)

② 울창한 숲을 가로지르는 20분 짜리 단시간 코스인 森の小径(모리노쇼케)

③ 호수에 있는 섬과 다리를 건너다니면서 울창한 풍경을 구경하는 50분 코스인 島巡りの路(시마메구리노지)

④ 조용히 자연 경관을 구경하는 25분 코스인 夕日の小沼道(유히노코누마미치)

당연히 네 코스를 모두 완주하는 것이 목표인데, 시마메구리노지(島巡りの路)부터 하나씩 다녀보기로 한다.


다 돌아봐도 두 시간은 걸리지 않을 것 같아서 일단 돌아보는데, 뭐 이 정도 쯤이야.. 예전에 눈 쌓인 한겨울에 눈 속을 헤집고 타자와코역에서 타자와코까지 걸어가서 호수 한 바퀴 돌았던 사람이야... 물론 지금은 하라고 해도 못할 것 같지만.. 사토미와 데이트 조건이 있다면 모를까.. 일단 오누마공원의 산책코스를 최대한 돌아보는 것을 목표로 했다.


최근 들어서 보수를 했거나 새로 지은 것 같은 깨끗한 다리다. 이 다리 이름이 와카사기바시(公魚橋)였던가..


아~! 이 사진은 잠자리를 찍으려 했는데..


오리가 떠서 돌아다니고 있다.

공원 이름인 오누마(大沼)는 큰 습지를 뜻하는데, 호수와 연못과 차이는 명확하지 않다고 한다. 어쩌라는 것이냐..


하늘은 아주 맑았다. 쿠시로의 구름 낀 날씨와는 아주 대조적이라 30분 간격으로 선크림을 바르느라 고생을 했다. 햇빛이 강해서 땀이 줄줄 나면서 선크림이 막 씻겨 내려가는 터라 피부 보호를 위해 긴장을 늦출 수 없는데, 이틀 후면 집에 가니 몸조심해야 한다.


이 정도라면 연못이라고 해도 되지 않겠나..


다리 이름은 하카마고시바시(はかまごしばし)라는 것 같은데.. 

철수한테 '너는 왜 철수냐?' 라고 묻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궁금증이 생긴다.


쇼와 시대에 지었다는 하카마고시바시 


음.. 저기 봉우리가 잘려나간 것 같은 저 산은 무엇일까..


누군가 아이스크림 한 입 크게 파 먹은 것처럼 보이는데..

 

연못에 떠 있는 잎들은 연잎인가..

동식물은 물론 자연에 대해 잘 아는 것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사실 동물이나 식물에 특별히 관심이 있지도 않고, 오히려 싫어하는 것들도 많아서 이렇게 한 번 보고 난 다음에는 잊어버리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기록이라도 해두면 나중에 다시 찾아 볼 수 있겠지..


이 다리 이름은 킨파바시(きんぱばし)인가보다..

뭔가 신경을 써서 지은 다리 같은데, 역시 작은 배들이 지나갈 수 있도록 가운데 부분을 높게 해서 사람들이 다니는 길에는 계단이 있다. 여기까지 오면 시마메구리코스의 절반 가까이 되는 것 같다.


유람선도 다니는구나.

유람선이야 타도 그만 안 타도 그만이지만, 다시 하코다테로 돌아갔다가 신칸센으로 토쿄에 돌아가야 하는 것이 계속 마음에 걸리는 지라 계속 시계를 보면서 긴장을 하게 된다. 홋카이도신칸센은 토카이도신칸센처럼 지하철 배차 간격만큼 오밀조밀하게 편성이 된 것은 아니고 하루에 13왕복만 다녀서 상행 또는 하행열차가 매 시간 한 편성 이상 다니지 않는데다, 짐을 호텔에 맡겨 놓고 와서 다시 하코다테역까지 갔다가 와야 해서 시간이 조금 촉박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킨파바시(きんぱばし)

저 다리는 유람선이 지나다니도록 일부러 저렇게 만든 것 같다. 덕분에 저 다리 지나갈 때 계단 몇 개를 더 올라야 했는데, 한 가지 스타일로 다리를 만드는 것보다는 이렇게 다양하게 만들어 놓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이 다리 밑으로 유람선이 다닐 수 있도록 중앙부의 높이를 올린 것이 특징인 것 같다.


이 다리의 이름은 '코게츠바시' 인가 보다.

코게츠가 작은 달을 뜻하는 말인 것 같은데..

 

공원 안에도 이렇게 산책 코스 지도가 있는데, 한국인도 많이 오는 곳이라 한국어 설명도 있다. 코게츠바시를 지나면 시마메구리코스는 거의 마지막에 다다르게 된다. 이 코스 완주를 하면 나머지 두 개의 짧은 코스도 돌아볼 생각.

 

각 코스별로 길을 안내하고 있는데, 먼저 가장 긴 코스인 시마메구리노지(島巡りの路)를 따라서 가는 중.


뭔가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나는 레스토랑이 있어서, 일단 산책 코스를 다 돌아보고 나서 잠시 들러볼까 했는데, 나중에 산책 코스를 모두 완주하고 나니 다시 여기에 돌아올 시간이 모자랄 것 같아서 아무 것도 먹지 못하고 돌아가게 되었다.

 

떨어진 나뭇잎들은 누가 치우려나..


연잎인 것 같은데.. 아닌가..

 

계속해서 산책 코스 완주를 위해 걷고 있다.


오래된 낡은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고 있는데, 렌즈를 보호하는 부분에 살짝 금이 가서 그런지 균열이 있는 부분에 마치 렌즈에 서리가 낀 것처럼 사진이 흐릿하게 나온다. 카메라도 새로 사야 하는데, 돈이 없다... 


그래서 사진이 이 모양으로 나옴.. 아 ㅅㅂㄹ

 



산책을 하는 사람도 있고, 낚시를 하는 사람도 있는데, 여기서 낚시를 하는 것은 괜찮은가 보다. 

 

괜찮은 사진 하나 찍고 싶은데 생각만큼 잘 안 된다... 능력 부족 탓에..

 

샤쿠나게바시(石楠花橋)

다른 다리에 비해서는 크기나 길이가 모두 작은 다리다.

 

아마도 오누마공원에 있는 다리 중에서 가장 작은 다리가 아닐까 싶은데..

 

야츠바시(やつばし)

역시 쇼와시대에 지어진 다리라고 한다. 이 다리를 지나면 시마메구리코스를 완주하고, 처음 출발했던 곳으로 돌아오게 된다. 이제 오시마노지(大島の路)를 돌아봐야겠다. 50분 짜리 코스를 끝내고 나니 조금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모리노쇼케이(森の小形는 시마메구리코스와 겹치는 구간이 많아서 굳이 다 돌아보지 않아도 되고, 유히노미치(夕日の道)는 귀찮아서 그냥 때려치우기로 했다. 나중에 하코다테에 다시 갈 때를 기약하기로 합시다...


니시오시마바시(西大島橋)

호수 안에 떠 있는 섬이 꽤 넓어서 오시마라고 부르는 모양인데[각주:2], 이 다리를 지나면 산책 코스 중의 하나인 오시마노지(大島の路)를 볼 수 있다. 오시마라는 큰 섬 하나가 있는가 싶었는데, 가보니 니시오시마와 히가시오시마의 두 개의 섬이 있었다.


페달을 밟아서 움직이는 배를 타는 사람들도 있고


오리배나 모터보트가 가끔 돌아다니는 것 외에는 아주 평온하다.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그런 것일 수도 있는데, 사람 많은 곳을 가급적 피하는 편이라 이렇게 사람이 많지 않은 것이 오히려 반갑다. 여기에 쭝궈 언니오빠들이 잔뜩 올 것이라 예상했는데, 여름 휴가 시즌이 지나서 그런지 이 사람들이 생각만큼 많지는 않더라는..

 

호수가 넓고 물이 많아서 배에 타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 상쾌할 것 같기는 한데..


코마카타케(駒ヶ岳)

저 곳은 살아있는 활화산이라고 하던데, 저 산까지 올라갈 시간이 없기는 하지만, 그냥 별다른 장비 없이 가도 되는지는 모르겠다. 분명히 가벼운 차림으로 와서 산에 오른다고 하면 관광안내소의 사람들이 뜯어 말릴 터인데, 나중에 다시 가게 되면 물어봐야겠다.


하코다테에서 삿포로를 오갈 때 자주 보던 산봉우리인데, 늘 열차 안에서 창문을 통해서 보던 것을 맨 눈으로 보고 있다. 불길한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조금씩 연기가 모락모락 올라오면 "우와~! 신기하다!!" 는 감탄사가 나왔겠지만, 햇빛이 강해서 이러다 타 죽을 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라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아 ㅅㄹㅂ 같은 욕은 했구나..

  1. 철도 선로를 이용할 수 있는 구간에서는 선로 위에 차량을 그대로 실어서 운행할 수 있는, 철로와 일반 도로에서도 이용가능한 차량 [본문으로]
  2. AKB48의 오시마 유코와는 관계가 없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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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막한 분위기 속에서 버스는 계속 달리고 있고, 가이드 아주머니는 중간에 야생 동물들이 나타날 때 뭐가 나타났다고 알려주시기도 하고, 그제서야 그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면 이미 지나가버리고.. 홋카이도에서 다른 곳에 갈 만한 곳이 어디가 좋을까 물어보기도 하다가 그러다 아주머니의 말이 끝나면 순간 적막이 이어지는 것이 반복되고 있었다.


구름이 잔뜩 끼었다가 어느새 맑아지기도 하고, 그러다 다시 구름이 몰려오고 날씨가 아주 요란하다. 비가 내리지 않고, 많이 덥지 않을 뿐이지 태양이 구름 속에서 나와 모습을 드러낼 때는 매우 덥다.


옥수수밭

홋카이도는 일본의 곡창지대라서 주식인 쌀은 물론 온갖 곡식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곳이다. 일 년의 절반이 겨울 또는 겨울에 가까운 날씨지만, 섬나라라서 그런지 위도가 같은 한국의 도시보다는 훨씬 따뜻하다. 


아아~ 이 빈 자리들을 어찌할꼬!

승객이 단 한 명이라니..


가다가 세이코마트가 있으니, 여기서 점심을 먹는 것이 어떻겠냐고 하는데 딱히 한 것도 없고 별로 힘을 쓸 일도 없었기에 입맛이 당기지 않는데, 계속 버스를 타고 와서 도시락을 사 먹고 싶은 생각은 없고...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먹자니, 돈이 없어서 굶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싶어서 세코마[각주:1]의 홋카이도 우유 모나카나 먹기로. 홋카이도에서 아이스크림을 안 먹으면 섭섭하지..


삿포로 클래식 '여름의 상쾌' 와 삿포로 라거 비어


일본의 주류업체들에서는 여러가지 한정발매라 하여 이름 조금 바꾸거나 포장을 바꿔서 나오는 맥주가 많은데 삿포로맥주 역시 상품을 많이 내놓는다.[각주:2] 홋카이도 한정이라는 삿포로 클래식이라든가, 철마다 캔의 포장을 조금 바꾸어 '한정판' 을 자꾸 만들어낸다. 그렇게라도 팔아야 속이 시원하냐..

 

황새가 있는데.. 달리는 버스 안이라 사진이 이 따위로 나온다.

 

언제 비가 내려도 이상하지 않을 날씨인데 우산이 없으니 정지훈 씨는 나중에 뵙기로 합시다.

 

버스에서 내리면 비가 내리지 않을까 싶은 분위기


젖소다..

졌소 아니죠.



저 소들이 홋카이도 우유를 만들어내는 녀석들인가 보다. 

 

비는 안 내리지만 날이 흐려서 언제 빗방울이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가이드 아주머니

ㅜㅜ


다른 승객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이 아주머니와 지금까지 일본에서 다녀왔던 곳에 대해 이야기하고, 어느 시기에 단풍이 시작된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왔는데, 제 돈 주고 버스에 탔음에도 뭔가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이 아주머니도 기본적인 어휘 이상의 어려운 단어가 나올 때 그런 생각이 들었을 터.


운전수 아저씨

공짜로 탄 것도 아니고 제 돈 내고 탄 버스였지만, 뭔가 미안한 느낌이라 아칸코로 돌아갈 때는 사람들이 많이 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로 위에 적힌 글자는 "사슴 주의"


이런 곳에 도로를 만드는 것도 꽤나 힘든 일이었을 것 같은데, 다니는 차량이 많지는 않다. 왕복 2차선으로도 충분하고도 남을 정도이니..


연못인가..

여기는 '시라루토로누마' 라는 연못이었던 것 같은데..


구름이 갈수록 짙어지는 것이 뭔가 불안하기는 한데..

 

제발 비는 내리지 말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어제 전망대에서 보았던 것이 이 근처였던가..

 

여기는 쿠시로습원인가요..


이제 토로역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 같다.




어제 전망대에서 보았을 때 습원 가운데에 있던 강이었나 호수였나 싶었던 물줄기가 이것이었던가..

  

트윙클버스 투어를 마치면서 가이드 아주머니와 버스 기사와 인사를 하고 버스에서 내려서 빠른 걸음으로 전망대 쪽으로 갔다. 버스 안에 있을 때는 날이 흐리더니, 버스에서 내려서 걸어갈 때는 햇빛이 강렬했다. '안 될 놈은 안 된다' 는 것을 다시 한 번 떠오르게 한다. 가이드 아주머니와 버스 기사는 토로역에서 출발하는 사람들을 기다렸다가 태워서 다시 카와유온천, 아칸코로 돌아갈 예정인데, 원래 예정된 도착 시각 보다 빨리 토로역에 와서 노롯코 열차 도착 시각까지는 시간이 남아 잠시 구경할 틈이 있을 듯했다.


사루보전망대라는 곳이 있는데..

전망대야 언제나 환영하는 장소이지만, 백팩을 메고 캐리어를 끌고 가려다가 몇 걸음 걷다 보니 이것은 무리인 듯 싶어서 포기했다. 가뜩이나 캐리어 10년 넘게 썼다고 바퀴가 파이고 손잡이는, 과적의 폐해로 살짝 휘어지고 난리가 났는데 평평하지 않은 곳으로 끌고 다니면 언제 망가져 버릴지 모르는 일이고, 날씨가 꽤 더워서 무리하고 싶지는 않았다. 변덕쟁이..


오늘은 그냥 얌전하게 구경만 하고, 다음에 오게 되면 그 때 보는 것으로. 물론 다음에 다시 올 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하늘이 파란, 맑은 날을 좋아하지만, 여름철에는 이렇게 구름이 낄 때가 반갑다. 한국에서도 대도시보다 농어촌 지역에서 태양이 더 강렬하듯이 이 곳도 마찬가지라, 피부가 순식간에 타서 벗겨지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는 사람으로서는 살짝 흐린 날씨가 좋을 때가 있다.

 

노롯코열차를 놓치면 하코다테에 가는 방법이 사라지므로[각주:3], 열차 시각에 늦지 않도록 서둘러 토로역으로 갔다.

 

쿠시로역에 갈 때도 노롯코열차를 탔는데, 네무로본선을 운행하는 열차가 자주 다니지 않아서 이 열차를 놓치면 귀국이 힘들어진다. 센모본선처럼 열차가 자주 다니지 않는 노선의 열차를 탈 때는 미리 열차 시각을 알아보고 움직이는 것이 좋다. 멋 모르고 역에 왔다가 열차가 몇 시간 후에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좌절할 가능성이 크다. 열차 출발 시각이 얼마 남지 않은 듯해서 역 안에 있는 키오스크에서 먹을 음식을 샀다. 이번 여행에서 식비로 가장 큰 돈을 쓴 것 같다.


드디어 쿠시로역에 도착했다.


그리고 삿포로행 수퍼 오조라 10호에 탔다. 삿포로가 목적지는 아니어서 중간에 미나미치토세역에 내려서 하코다테 행 수퍼 호쿠토로 환승을 해야 한다. 미나미치토세까지 대충 4시간 반, 미나미치토세에서 하코다테까지 대충 3시간 정도 걸린다 치면, 환승 시간까지 포함하면 8시간 정도 열차 안에 있게 되는 셈이다. 


홋카이도 모리쵸의 이카메시 아베상점에서 만들어 파는 원조 이카메시.

이름처럼 일본어로 오징어인 이카(イカ)와 밥을 뜻하는 메시(めし)가 합쳐진 오징어밥이다. 작년에 청춘18킷푸로 홋카이도에서 혼슈로 가는 도중에 모리역에서 이카메시를 구입하려고 했는데, 이미 다 팔렸다고 가게가 문을 닫아서 그냥 포기했었는데 여기서 구입하게 될 줄이야.. 다른 곳에서 만든 이카메시는 몇 번 먹어본 적이 있기는 한데... 원조의 맛은 어떤지 제가 한 번 먹어보겠습니다.


맛있게 먹고 잤다.

그런데 자고 일어났는데 아직 한 시간 넘게 남아 있더라는.. 미나미치토세역에서 내려서 하코다테로 가는 마지막 열차에 탔다. 호텔에는 23시 이후에 도착할 것이라고 미리 알려주었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니 열차를 기다리다가 전화를 해서 하코다테행 마지막 열차를 타고 가니 늦을 것이라 알려주고 열차에 탔다. 내일은 신칸센으로 토쿄로 가야 하니 무리하지 않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뜻대로 될 지...

허.. 허리가 아프다..


버스이동경로 : 카와유온센 - 쿳샤로코 - 토로역 

열차이동경로 : 토로역 - 쿠시로역 (쿠시로시츠겐 노롯코 4호), 쿠시로역 - 미나미치토세역 (특급 수퍼오조라 10호), 미나미치토세역 - 하코다테 (특급 수퍼호쿠토 24호)

  1. 세이코마트 [본문으로]
  2. 올해(2018년)에도 2018년판으로 '여름의 상쾌' 를 내놓았다. [본문으로]
  3. 물론 돈을 때려박으면 갈 수는 있다... 삿포로까지 가서 삿포로에서 하코다테행 버스를 탄다거나.. 돈이 넘쳐나면 택시를 타고 간다거나..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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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쿳샤로코(屈斜路湖)

2018. 9. 11. 03:26



저녁 식사에 비해서는 상당히 단촐한 아침 식사.


의사들 말로는 아침을 든든히 먹고 저녁을 조금 먹는 것이 좋다고 하는데 일본에서 료칸이나 온천이 딸린 숙소에서는 저녁에 잔뜩 차려서 나오고 아침은 소박하게 나오는 정 반대다. 평소에 아침을 적당히 먹고 저녁에 많이 먹는 것이 현대인들의 습관이 아닌가 싶은데, 특히 저녁에 더 많이 먹는 식습관을 가지고 있어서.. 읔

 

체크아웃을 하고 특별히 할 일이 없기에 온천가 입구에 있는 아시유에 갔다. 백팩님과 캐리어사마는 구석에 고이 모셔두고 바짓단을 걷은 후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면서 기다렸다.


오른쪽 발톱은 일하다가 다쳐서 안에 피멍이 들었는데 나아가고 있는 것 같다.


10시 30분에 버스가 온다고 하니 미리 건너가서 기다리고 있었다.

어제처럼 사람이 별로 없을 것 같기는 한데 설마 버스 운행이 취소되지는 않았겠지..


엇! 일본인 부부 같은데, 일행인 사람들은 서양인 같다. 저 사람들에게는 출생의 비밀이라도 있는 것일까. 아니면 해외 입양이라도 하는 것인가.


버스가 와서 버스에 탔는데 승객이 아무도 없다. 아칸코에서 출발해서 쿠사하라를 거쳐 카와유온천에 들러 다시 토로역까지 가는 경로인데, 내용을 보니 어제의 버스와 가는 경로가 조금 다르다. 굿샤로코를 거쳐서 굿샤로코 근처에 있는 프린스호텔에서 점심을 먹고(비용은 개인부담), 토로역까지 이동하는 스케쥴인데, 점심은 그 호텔에서 머물지 않는 사람들도 가서 먹을 수 있다고 한다. 호텔의 식당에서 밥을 먹는 것은 문제가 아닌데, 단체로 몰려가는 것도 아니고 혼자서 거기에 가서 먹기도 그렇고, 가이드 아주머니와 버스 기사까지 내가 살테니 함께 가자고 하기도 그렇고.. 돈이 없는 것이 문제다. [각주:1]


오리배가 있는데..

혼자 타면 재미없어서 안 탄다.


음.. 난감하다..


저 배들은 관광용이라 돈 내고 타는 것 같고..


결국 다시 족욕이나 하기로.

아시유에 발 담그는 것이 이 버스 일정에 있더라는..


누군가 모래성을 지었던 모양이다.


저 멀리 보이는 산 중턱에는 구름이 걸려 있다.


이 호수 안 쪽에도 섬이 하나 있는데 '나카지마(中島)' 라고 불린다고 한다.


국립공원이라는데 물은 맑겠지 뭐..


이런 것은 혼자 타는 것이 아니니까 안 탈란다..


여기는 주차장인가보다.

 

오리배도 있고, 노 저어서 가는 작은 배도 있고..

이런 것은 혼자 타는 거 아니니까 패스.


여기도 스나유(砂湯)가 있다.

스나유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온 것도 아니고, 모래 속에 있다 가면 온몸에 모래가 붙어다녀서 버스기사가 싫어할 것 같다. 여름이면 모를까 이런 날씨에는 별로라서 그냥 족욕만 하련다. 30분 전까지 족욕을 하다 와서 발이 불어 있는데, 불어터진 어묵처럼 되겠다.


저 오리배는 타는 사람이 없는 것 같은데..


아침부터 부지런히 온 덕분인지 사람이 적다.


소프트크림 파는 가게는 어디에 가도 있는 것 같고, 날이 맑아서 햇빛이 뜨거운 날에는 저 그늘로 가서 쉬면 되겠다 싶은데, 가이드 아주머니가 아시유에 발을 담궈보라고 하셔서 '아까 카와유온천 입구에서 족욕을 했거든욧!!' 하고 말하면 무안해하실 것 같아서 그냥 '아~ 그런가요? 잘 되었군요' 라면서 순순히 족욕을 했다. 발이 불어터지게 생겼으니 많이 걸어다니면 안 될 것 같다.

 

쿳샤로코는 호수입니다


물이 꽤 맑다.

찾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일까 그래서 이렇게 유지가 되는 것 같다.


바다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넓다

쿳샤로코는 일본 최대의 칼데라 호수인데, 이 호수 안에 있는 섬 중에서 가장 큰 섬이 나카지마(中島)라고 불리며, 주변에 있는 산들이 호수를 둘러싼 형태로 보이는데, 실제로는 화산이 분화한 다음 그 자리에 물이 차면서 호수가 되었다고 한다. 이 호수 전체가 아칸마슈국립공원에 속해 있어서 낚시를 한다거나 수렵을 하는 것은 금지하고 있단다.


호수를 바라보면서 맥주 한 잔 하면 좋을 것 같은데, 그러면 술을 마실 수 없는 버스기사한테 미안할 것 같아서 그냥 참는다.


저것이 나카지마인가..


버스기사와 이야기를 잠시 하다가 버스를 타고 토로역에 간 다음에는 어디에 갈거냐 묻기에 쿠시로를 거쳐서 하코다테로 간다고 했더니, 즉시 아사이치의 카이센동이 생각난다면서 좋겠다고 부러워한다. 사실 하코다테에 가고 싶어서 가는 것은 아니고, 토쿄를 들러야 하는데 하코다테에서 토쿄까지는 신칸센으로 4시간 조금 더 걸리는지라 짐 맡기고, 탑승수속 하고, 보안검사 하는 그 과정이 귀찮아 그냥 열차로 갈 생각이어서.. 그나저나 추천하는 카이센동 가게가 있는지 물어볼 걸 그랬다.

가이드 아주머니가 여기서 점심을 안 먹어도 괜찮겠냐고 걱정을 하시는데, 아마도 이 분들은 호텔에서 식사를 할 것 같지는 않고 개별적으로 점심을 준비해왔을 것 같다. 아마도 아침에 버스에 타고 오면서 예약자가 단 한 명 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실망하기도 했을텐데.. 그렇다고 혼자 가서 먹고 오는 것도 조금 마음에 걸리기도 하고, 이걸 어떻게 하나 싶다. 고민을 하다가 아무래도 혼자 가서 먹고 오기는 조금 그런 것 같다고 하자, 가이드 아주머니가 그러면 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서 거기서 간단히 끼니를 해결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하셔서 '아~ 그게 좋겠군요!' 라고 하고 호텔 뒤편 호수에 접한 곳에 잠시 구경을 하러 갔다. 한 명 있는 승객이 말수도 그리 많지 않은 사람이라 답답하기도 할 터인데..


여기에 지나다니는 사람은 없고..


그나마 다닐 만한 곳을 찾아서 돌아보려고 하는데 이 주변의 숲은 사람이 다닐 수 있게 만들어 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냥 돌아가는 것이 신상에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호수나 구경해야겠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이 호수는 뭐랄까 그다지 인상이 강하게 남지는 않은 것 같다. 


깨끗해도 여러 성분이 섞여 있을 터이니 마셔도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물은 더러워 보이지는 않는다.


멀리 산들도 보이고


햇빛을 가려줄 정도 만큼 구름이 끼어서 슬슬 돌아다니기에 딱 좋은 날씨였다.


이제 슬슬 버스로 돌아가야 할 것 같다.

 

호텔 건물 뒷편에 호수가 있는데 이 쪽은 특별히 조경을 한다거나 관리는 하지 않는 것 같다.

 

이것으로 쿳샤로코도 끝.


쿳샤로코의 안내가 있고


마지막 사진

  1. 아마도 이 분들은 도시락을 준비해서 왔을 것 같다. 나중에 다시 트윙클버스 타면 그 때 다시 BoA요.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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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이오잔(硫黄山)

2018. 9. 10. 01:33



마슈호를 둘러보고 버스는 카와유온천으로 향했다. 흐리던 하늘에 햇빛이 나기도 하고, 비는 그쳐서 아마도 우산은 필요없을 것 같고. 가이드 아주머니는 묵는 숙소가 카와유파크가 맞는지 다시 확인을 했고, 거기가 맞다고 하니 그것이 어디에 있는지 물어보셨다. 

"아~ 글쎄요. 저도 처음이라서 잘은 모르겠어요." 

이 말 밖에는 할 말이 없었다. 포켓와이파이를 빌려서 올 것을 그랬나 싶기도 하고..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코를 찌르는 유황 냄새가 났다.

열증기와 100도에 가까운 뜨거운 물이 용출되고 있으니 발 등을 충분히 주의하라고 한다.


한국식으로 읽으면 유황산인데.. 일본어로는 이오잔(硫黄山)이라고 읽는다.


저기 누런 돌은 아직 화기를 머금고 있는 돌들.

불덩이가 눈에 보이는데 차마 만져볼 수도 없고..


보행에 주의하라는 표지판도 있다. 

직접 경험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뜨거운 돌이 날아드는 경우도 있을 것 같은데..


하늘이 일본에 온천을 주었지만, 화산과 지진, 그리고 태풍도 함께 주었으니..


그래도 오른쪽에 있는 산 밑에는 용암이 많이 있지는 않는가 보다. 이런 곳에서 사는 식물들은 생명력이 강하다고 해야 하나..


일단 멀리서 사진 한 장을 찍고 용암산에 가까이 가봐야겠다.


가까이 갈수록 매캐한 냄새가 강해진다.


이미 개별적으로 온 여행자 몇 명이 유황 덩어리 앞에 모여 있다.


조금 더 가까이 가보니 화상에 주의하라는 안내가 있다.

저 달궈진 돌에 닿으면 화상을 입겠지..


얘는 잔뜩 열기를 뿜어내고 있는데 이거 괜히 잘못 건드렸다가 화상 입을 수도 있으니 멀리 떨어져 있어야겠다.

 

간혹 불똥이 튀기도 해서 잘못하면 옷에 구멍이 날 것 같다. 그러면 또 어디서 칠칠맞게 옷에 구멍을 만들어 왔냐고 잔소리를 듣겠지..


연기를 뿜어대는 저 불덩이들.

이런 곳을 예전에 노보리베츠였던가 어딘가에서 본 것 같은데..


얘도 열기를 뿜어내고 있고..


가까이 가보니 여기는 불덩어리다. 불똥이 튀기도 해서 재수가 없으면 옷에 구멍이 날 수도 있고, 자칫 넘어져 손을 짚다가 화상을 입을 수도 있으니 주의가 필요할 것 같다.


매캐한 유황냄새에 숨쉬는 것도 쉽지 않고..


도망가야 할 것 같다.


어으~ 유황 냄새..

 

이제 조금 멀리 있어야겠다.


불덩어리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있고..


불덩어리 사진을 찍는 사람을 찍는 사람도 있고


이 쪽은 조용한 것 같은데, 나무와 풀이 보이지 않는 것으로 봐서 이미 불덩이들이 다 식어버린 모양이다.


가까이 가지 않고 멀리 떨어져서 사진이나 찍어야겠다.


저 산이 민둥산이 된 것은 뜨거운 열기 때문에 나무가 살지 못해서인 것 같다.


파노라마에 맛들려 한 번 더 돌려보고..


매캐한 냄새에 오래 있을 곳은 못 되는 것 같으니 버스로 돌아가야 할 것 같다.


맑은 공기를 마시기 위해 재빨리 도망을 쳤다. 도망자도 아니고 매번 도망을 치다니..


유황산 안녕~

 

다시 버스를 타러 주차장으로 왔다.

조금 멀리 장소를 피하니 연기와 냄새가 사그러든다. 

카와유온천은 다 온 것 같고..

예약한 카와유파크

가이드 아주머니는 카와유파크가 어딘지 아느냐고 물어보시는데, "아.. 글쎄요. 인터넷에서 보니 입구에서 멀지 않은 곳 같아서 여기에 예약을 했는데 정확하게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겠네요. 잘 모르시면 그냥 관광안내소에 가서 물어보고 찾아가면 되겠죠" 라고 대답을 했더니, 운전기사 분이 어딘지 알 것 같다면서 숙소 문 앞에서 내려주고, 남은 두 모녀를 데리고 아칸코 방면으로 떠났다. 아직 어두워지지 않았고, 저녁 식사 시간까지는 시간이 조금 남아 있어서 동네 한 바퀴 돌아본다.




카와유 후루사토관이라는 곳이 있다.

테시카가쵸카와유관광안내소가 있는데, 내일 아침에는 다시 토로역으로 돌아갈 예정이어서 관광할 시간이 없어서 여행 정보를 얻으러 들어갈 필요는 없을 것 같고, 자유롭게 동네 한 바퀴 돌아본다. 숲 속으로 들어가보니 나무에 가려서 어두워서 스윽 둘러보고 금방 나왔다.


저기 보이는 건물이 오야도 킨키유.

내일 버스를 타는 장소가 저 숙박업소 앞인데, 가격이 내가 묵는 숙소의 2~3배 정도인 꽤 좋은 곳이다.[각주:1] 이럴 줄 알았으면 삿포로행 비행기 대신 하카타역에서부터 신칸센과 특급열차로 이동할 것을 그랬나 싶기도 한데, 그랬더라면 하루를 꼬박 채우고도 아직 어딘가에서 헤매고 있었겠지. 


아시유는 여전히 잘 있는 것 같고..


카와유노모리라는 지도가 있는데, 여기 잠깐 들어갔다가 날벌레들이 있어서 살짝 당황했다. 숲에서 괜히 모기에 물릴 수도 있으니 그냥 큰 길로 나가서 한 바퀴 돌아봐야겠다.


예전에 이 동네에 왔을 때보다 많이 한산해진 느낌이 들었다. 영업하던 숙박업소 건물 중 문을 닫은 곳도 꽤 있고, 빈 건물만 남아있기도 하고.. 길에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없고.. 아직 쌀쌀한 날씨가 아니라서 온천을 찾는 사람들이 없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 카와유온천이 관광지로서 쇠락해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가을부터 겨울까지 관광객을 받으려면 지금쯤 시설 정비를 마치고 가을부터 여행자들을 받아야 할 터인데..


조금 걸어다녔다고 어두워지는 것 같은데, 북쪽이라서 해가 빨리지는 것인가..


저 공룡같이 생긴 괴생물체가 이 동네의 마스코트인가..

설마 아니겠지..


이오잔의 GPS는 (43.616480, 144.441196)


  1. 실제로 안에 들어가보지 않아서 시설이 얼마나 좋은지는 잘 모르겠다. [본문으로]

#12. 마슈코(摩周湖)

2018. 9. 9. 15:40


토로역에서 내려서 예약한 트윙클버스를 기다린다. 이 버스는 마슈호를 거쳐 카와유온센까지 가는데, 여름 휴가기간이 지나고 평일이라서인지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주변에는 음식을 팔고 있기는 한데 주머니 사정이 열악하기도 하지만 딱히 먹고 싶은 것이 없다. 구운 옥수수는 겉을 너무 태운 것 같고, 음료는 가격이 비싼 것 같고..

사람이 어느 정도 있을 것 같았는데, 타려는 버스에는 고작 나를 포함한 세 명만 예약을 했다고 한다. 이 중에 두 명은 모녀. 버스는 40인승이 넘는 대형버스인데, 버스기사, 가이드까지 다섯 명이서 조촐하게 가게 되었다. 가이드 아주머니는 꽤 오랜 경력을 가지고 있는 듯한데, 외국인이라서 잘 알아듣지 못할까봐 이것저것 신경을 써서 조금이라도 더 쉽게 설명하려고 노력하셨다.


버스를 타고 가다보니 두루미 두 마리가 보인다. 

이 지역에 두루미들이 서식을 해서 쿠시로 공항의 이름 역시 탄쵸쿠시로공항이라는 것을 이미 언급하기도 했다.


얘네 둘이 서로 그렇고 그런 사이인가..

개체 수 감소로 위급한 상황에 있다는 두루미는 한국에서도 천연기념물 제257호로 등록된 개체이기도 한데, 일본에서는 국가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이후부터 개체수가 늘어나서 지금은 약 1,500마리 정도 있다고 한다. 개체수가 순조롭게 증가함에 따라 환경성에서는 머지않아 이 보호증식사업을 중단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동물에 약해서 암수 한 쌍인지 아니면 같은 성별인지는 모르겠고.


지나다니는 차량을 많이 봐서 익숙해진 것인지 여유있게 풀밭에 있다.


일본에서도 두루미를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멸종을 면할 수 있는 정도가 되자 인위적으로 번식시키지 않고 현재의 개체들이 잘 적응하여 살도록 하는 방향으로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것 같다.

 

안녕~ 나중에 BoA요!

두루미들이 잘 살아서 개체 번식을 잘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지방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적기 때문에 도로 역시 왕복 2차선이다. 이제 슬슬 여름은 끝나가고 있으니 짧은 가을이 지나가면 온 세상이 하얗게 물드는 겨울이 찾아올텐데, 이 동네의 겨울은 길고 눈이 많이 와서 걸어다니는 것도 힘이 들겠지..


버스에는 운전수, 가이드아주머니, 그리고 한 쌍의 모녀와 외국인 승객 1명이 타고 있다. (총 5명)

그 분들의 초상권을 침해할 수 있어서 사진은 안 찍었다.



영어를 익힐 때도 그랬지만, 일본어 역시 말하기보다는 듣는 것부터 먼저 트이는 편이기도 하고, 아무래도 책에 나온 표현들을 어거지로 머릿 속에 우겨넣는 식으로 익혔더니 별다른 미사어구 없이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는 부족한 편이다. 평소에 사무실에서 쓰는 일본어도 일과 관련된 단순한 문구라서 사교적인 대화가 오히려 어렵게 느껴진다. 

가이드 아주머니가 일본어로 설명을 하다보니 중간중간 나를 바라보면서 알아듣고 있냐고 신호를 보내는데, 지금이야 시간이 지나서 무슨 말을 주고 받았는지 대화 내용이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럭저럭 대부분 이해하였던 것 같다. 다만 거기에 맞장구치면서 호응을 해주지는 못하고, 예와 아니오 정도의 의사표현과 함께 중간에 잘 듣지 못한 것을 물어보기도 하는 정도. 일본 아주머니들처럼 감탄사를 내뱉으면서 적극적인 반응은 해본 적도 없고..


버스는 마슈코(摩周湖)를 향해서 가는데, 뭔가 낯이 익은 느낌이 들었다. 예전에 온 적이 있었던가.. 아마도 2011년 동일본대지진 한 달 전쯤이었을 터인데, 여기를 돌아다니던 때는 여전히 눈 쌓인 겨울이었다.


여기에 도착하니 잊고 지냈던 예전의 기억이 조금 되살아나는 것 같다. 어떤 산 위에 있는 호수를 보고 버스를 타고 가서 카와유온센에 머문 적이 있는데, 그 때는 KKR카와유에서 묵었다. 그 때 그럭저럭 괜찮았던 기억이 있어서 다시 예약을 하려고 했는데 이 날은 만실이어서 다른 곳으로 예약을 했다.

가이드 아주머니가 모녀의 사진을 같이 찍어주고 내 사진도 찍어주고, 혹시라도 일본어로 잘 이해하지 못해서 어려움이 없는지 중간중간 물어보고 쉽게 설명해주려고 애를 써주셔서 사람이 없으니 아주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지만.. 버스는 대형 관광버스라서 썰렁하기 그지 없는 상황이다. 


6년 전 겨울에는 사방이 눈으로 덮여 있었는데, 지금은 푸른 나뭇잎을 볼 수 있다.


아칸마슈국립공원(阿寒摩周国立公園)으로 지정되어 보호를 받고 있는 마슈호는 호수의 물이 유입 및 유출되는 주변의 하천이 없어서 빗물이 주된 수원이라고 한다. 이 호수 밑으로 복류수가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날이 조금 더 맑았다면 좋았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 햇빛이 쨍쨍한 날이었다면 타죽을 것 같다고 불평을 했겠지.


칼데라호가 있다. 호수 중앙에는 카무이슈지마(カムイシュ島)라는 작은 섬이 있는데, 이 섬 역시 화산으로 인해 분화구가 생겼다고 한다. 외부에서 물의 유출 및 유입이 되지 않는다고 하니, 이 물은 빗물이 그대로 고여 있는 것 같다. 그래서 호수에 내린 빗물의 수질을 검사해서 대기오염의 정도를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한국 만큼은 아니지만 일본 역시 중국의 오염물질로 인해 대기 오염의 영향을 받고 있어서, 그 영향이 수질검사에서 나타난다고 한다. 중국이 환경오염에 미치는 영향이란..


고맙게도 안내원 아주머니가 사진을 찍어주신다고 해서 사진을 찍고 - 사실 내 사진은 잘 찍지 않는 편이기는 한데 성의를 무시하기도 그래서 사진을 찍고 잠시 주변을 구경했다.

저 날짜는 누가 매일 바꾸어 두는 것 같다.


주변에는 산과 들판, 나무 뿐이다.


보이는 것은 산과 나무들..


큰 호수라서 빠지면 구하는 것도 쉽지 않겠다.


마슈호에 대한 설명이 있는데..

번역하기 귀찮다.


아칸국립공원 마슈호.

스타크래프트에 나오는 아칸이 아니다.


파노라마로 한 번 돌려봄..

난간이 나온 것이 좀 아쉽기는 한데..


어느새 구름 속에 가려져 있던 햇빛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앗! 태양이 구름을 뚫고 나오려고 한다. 

다시 버스를 타고 다음 장소로 갈 시간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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