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사이여행

신이마미야역 근처에 메가 돈키호테라는 돈키호테 매장 중에서도 꽤 큰 곳이 생겼다. 돈키호테에서 싸게 판다는 것을 강조하기는 하는데, 특별히 광고상품이나 땡처리하는 것 빼고는 어지간한 마트와 수퍼마켓에서 파는 것과 큰 차이는 없는 것 같다.

 

친구는 코시엔구장 구경하러 가고 싶다고 해서 한신투어리스트패스를 사러 신사이바시까지 걸어가고 있다. 하루에 대여섯 시간 걸어다니는 것이 익숙한 일이기는 하지만, 사실 가깝다고 하기엔 다소 무리인 거리일 수도 있다. 그러나 신칸센 한 방에 돈을 꼴아박아서 여비가 바닥날 지경이어서 어쩔 수 없는 신세. 미리 토쿄에서 오사카까지 어떻게 갈 것인지 생각을 했더라면 LCC 항공권을 찾아보거나 야간버스를 이용했을텐데..

 

지난 밤에 들렀던 오사카오쇼(大阪王将)

나중에 다시 가서 공격해버리겠다... ㅋㅋㅋ

 

오사카 신세카이. 처음 일본에 갔던 때가 2007년인데, 지금도 그다지 변한 것은 없어 보이는 동네다.

 

츠텐카쿠 혼도리

저 뒷편에 못생긴 탑이 츠텐카쿠다.

 

덴덴타운. 전자상점가들이 있는 길로 해서 신사이바시까지 간다.

 

저 쪽에 애니메이트라는 곳이 보인다. 여러 차례 밝힌 바 있지만 애니메이션에는 관심이 없어서 요즘 나오는 애니메이션이 뭐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텐무스 파는 가게인데, 한국에서 식신로드 촬영하러 왔던 모양이다.

 

오사카 지역의 방송국인 칸사이TV와 MBS에서도 여러 차례 방송된 맛집인 것 같다.

 

텔레비전을 자주 보지 않아서 언젠가 식신로드를 잠깐 몇 분 동안 본 것이 전부이기도 하고, 비슷한 프로그램들이 많지만 잘 보지 않는 편인데, 일본에서 맛집을 찾으려면 타베로그를 찾아보는 것이 더 편하기도 하고..

 

타카시마야가 보이는 것을 보니 난바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 같다. 난바를 지나면 신사이바시니까.

 

계속 북쪽으로 가면 신사이바시인데, 언제나 그렇듯 사람이 많다.

 

이 많은 사람들은 다 어디에서 왔을까...

 

아~ 지우히메..

여전히 어느 파칭코회사의 광고모델로 활약 중이다. 그만큼 겨울연가의 열풍이 컸던 탓일까..

 

구리코상

신사이바시에 있는 다이마루백화점 신사이바시점 2층인가에 오사카 관광 안내소가 있고, 이 곳에서 여러 교통 패스 및 입장권 등을 판매하고 있어서 한신투어리스트 패스를 각자 한 장씩 샀다. 한신전철을 타려면 난바나 우메다로 가야하는데, 신사이바시에서는 난바가 더 가까우니 난바역으로 갔다. 동행한 친구는 코시엔 구장에 가보고 싶다고 해서 코시엔에서 내렸고, 다른 친구를 만나기 위해 산노미야까지 간다.

 

산노미야역에서 만나기로 한 아가씨가 어느 건물의 다방 - 커피전문점이 절대 아님 - 으로 데려가더니 커피를 사줌.

피곤해서 그런가 평소에는 잘 먹지 않는 단 것이 먹고 싶어서 사달라고 했다..

 

그냥 보통의 가게는 아니다 싶었는데, 유하임이라는 유명한 곳이었다. 파르페 사 준 아가씨는 모토마치역 근처에서 친구를 만난다고 해서 역 앞까지 데려다주고, 코시엔역에 두고 온 친구 녀석을 찾아서 돌아갔다.

 

그런데 이 녀석이 어디에 있으려나..

 

출퇴근 시간이 아니라 그런지 빈 자리가 꽤 있어서 앉아서 갈 수 있어 기쁘다.

 

코시엔 경기장

코시엔 여름 대회가 열리는 시기에는 오사카 북부부터 니시노미야, 코베 등지의 호텔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많은 인파가 북적인다. 이미 인기가 꺾이다 못해 관중석에 사람이 드문 한국의 고교야구와는 큰 차이가 있다. 지금은 아마도 코시엔 본 대회가 아닌 선발전을 하는 것 같은데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찾은 모양이다. 친구를 찾아야 하는데,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으니.. 전화를 했는데도 받지 않고, 아직 야구장 안에 있는건가.

 

호날두가 광고 모델인 식스패드.

일본에서 텔레비전 광고도 꽤 하는 편이라 몇 번 봤는데, 이 제품을 한국에서도 판매하는 것 같은데..

 

보미쨩...

이제 일본 팬들의 사랑이 좀 식으려나..

 

오이타 나카츠의 카라아게동을 주문하였는데, 점포 이름이 '코시엔 응원단 카츠오 쥬니어' 라고.. 신칸센과 전날의 만두가게에서 엄청난 타격이 와서.. 더 비싼 것을 먹고 싶어도 먹을 수가 없다. 흑흑 ㅠㅠ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라라포트 출입구 앞에서 친구를 만났는데, 어떻게 이렇게 만나냐고 서로 놀라워하다가 같이 저녁을 먹었다. 당장 배가 고프므로 푸드코트에 있는 음식점에서 뭐라도 먹으려고 했는데, 얘는 마루가메제면에서 우동을 시켰다. 보통 사람들이면 이게 저녁이라고 하겠지만, 한창 때 서너 명이 몰려가서 고기뷔페를 박살낸 전력이 있는지라.. 애피타이저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면 되겠다.

오사카로 돌아가면서 다른 먹거리를 잔뜩 사서 쳐드시기로 하고, 다시 코시엔역에 우메다행 열차를 타러 갔다.

#6. 아라시야마 치쿠린

2018. 10. 21. 13:44

아침에 일어나서 커피 한 잔 마시고, 교토로 이동.

신이마미야역에서 오사카칸죠선 열차를 타고 오사카역에서 환승하여 교토 방면으로 가는 신쾌속열차에 탔다. 칸사이미니패스로는 특급 하루카는 탈 수 없고[각주:1], 각역정차하는 보통열차와 쾌속, 신쾌속열차, 즉 운임만으로 이용할 수 있는 열차만 탈 수 있다. JR의 열차종별 중 급행열차는 사실상 없는 상태라고 할 수 있는데, 특급 하루카에 한하여 특급권을 따로 구입하면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교토역에 있는 식당에 들어가서 아침 겸 점심을 시켰다. 런치메뉴라고 해서 가격이 다소 저렴한 편이지만, 이 식당의 가격이 싸다고는 말할 수는 없다. 그래도 교토에서 밥 한 끼 먹는 것으로.. 교토 음식이라고 두부가 포함되어 있다.

이번에 갈 곳은 아라시야마에 있는 치쿠린(竹林). 예전에도 몇 번 다녀온 적이 있지만, 대개 겨울철이어서 여름에 녹음이 우거진 모습을 보고 싶었다. 교토역에서 사가노선(嵯峨野線)[각주:2]이라는 별칭이 있는 산인본선을 타고 사가아라시야마역까지 갈 수 있다. JR이 아닌 사철선 중 아라시야마에 가는 노선은 한큐의 아라시야마선, 케이후쿠 전기철도의 란덴이 있는데, 이 두 노선은 칸사이스루패스로 추가 비용 없이 이용할 수 있다. 

JR의 칸사이미니패스는 3일간 연속 사용의 조건으로 3,000엔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를 하고 있는데, 이용 범위는 칸사이스루패스에 비해서 좁지만, 2박 3일 일정에 최적화되어 있는 장점이 있는데 3일 꽉 채운 일정일 때 가장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공항에서 오사카 또는 교토 시내에 오가는 것만으로 패스 액면가의 2/3 이상 먹고 들어가는지라.. 다만 이 패스로는 교토 시내에서 버스를 탈 수 없어서 3회 이상 승차하는 경우라면 교토시, 교토버스 1일 승차권을 사야한다는 것이 단점이 되겠다. 


걸어가면서 사진을 찍으니 흔들린다.


텐류지라는 일본의 국보인 절도 있는데, 절은 다음에 시간이 많을 때 보기로 합시다.

이번에는 대나무숲이 주인공입니다...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삼림욕하는 셈치고 이 숲 속을 거닐어 봅시다.


주말이라 사람들이 많아서 정신이 없는데, 대륙에서 온 사람들이 워낙 소란스러워 좀 거슬린다.


숲 속이라 공기가 좋은 것 같은 느낌은 기분 때문인가..


태풍이 오거나 비바람이 몰아칠 때 이 나무들이 쓰러지지 않을까..


누가 이렇게 많은 대나무를 심어놓았을까..

이렇게 여러 생각을 하면서 걸어간다.


대나무 사이 좁은 길로 관광객들이 쏟아져 나온다. 아~

슬슬 도망쳐야 할 것 같은 예감이 드는데..[각주:3]


서양에서 온 듯한 외쿡인도 있고.

아! 나도 외국인인데 일본 아줌마들이 자꾸 뭐라고 말을 걸어온다. ㅋ



곧게 뻗은 대나무들


삼림욕을 열심히 해봅시다.

숲 속이라 그런지 공기가 맑은 것 같다.


이렇게 사람이 많다니 주말에 온 것은 최악의 선택이었나..


서양인들도 많이 볼 수 있는데, 이들은 삐까번쩍한 고층 빌딩 같은 것보다는 동양의 이국적인 모습을 더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같다. 예전에 호주에 있을 때 영국 남자 K모씨가 늘 아시안 여자들과 어울리던 것과도 관련이 있는건가.. 


사진 찍을 때는 몰랐는데 앞에 있는 아이 엄마의 표정이 아주 리얼하다. 누가 봐도 일본인의 모습인 듯.


저 아저씨는 일행이었던가..


다음에 여기에 온다면 아침 일찍 와서 사람들이 몰려오기 전에 구경하고 돌아가야 할 것 같은데, 여기에 다시 갈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겨울에는 연례행사로 홋카이도에 눈밭에서 뒹굴러 가야하고, 날씨 따뜻해지면 일해서 먹고 살아야하고.. 


한여름이지만 대나무들이 햇빛을 대부분 막아줘서 그렇게 덥지는 않았다.


어쩌다가 사가노선 철로 위로 지나가는 곳에 오게 되었다.

여기서 지나가는 열차를 사진에 담아보겠다고 생각을 했는데..

그 결과는.. 아아아아아~


이 모양임.. ㅜㅜ

보시는 분들께 대단히 죄송합니다.


체력이 방전되어서 이제 돌아가야할 것 같다. 

린쿠타운에 쇼핑이나 하러 가야겠다. 

말이 좋아 쇼핑이지 신변보장을 위해 삥뜯기는 일상의 연속이다..


여기가 오후 8시에 문을 닫는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있었다.


퇴각을 합니다.

돌아가서 저녁밥이나 먹어야겠다.



<아라시야마는 어떻게 갈 것인가>

  • 오사카 우메다에서 출발하는 경우 

우메다는 교토 방면으로 JR과 한큐의 노선이 다닌다. 케이한 역시 교토로 이어지는 노선이 있지만, 아라시야마와는 거리가 꽤 멀다. 단, JR은 우메다가 아닌 '오사카' 라는 역명을 사용하고 있으므로 오사카역이 다른 사철 및 지하철 우메다역과 환승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두는 것이 좋다. JR서일본의 단기체재 외국인 대상의 패스를 사용한다면 교토 방면의 신쾌속 또는 쾌속열차를 타고 갈 수 있으며, 칸사이공항에서 교토까지는 특급 하루카의 자유석에 추가요금 없이 승차할 수 있다. 단, 칸사이 미니패스는 특급열차를 타려면 별도로 특급권을 사야한다. 아라시야마에서 가장 가까운 JR의 역은 사가아라시야마역이며, 교토역에서 1회 환승을 하여야 한다.

사철인 한큐를 이용하는 경우는 한큐 교토선의 카츠라(桂)역에서 아라시야마선으로 환승하여 아라시야마에 갈 수 있다. 칸사이 스루패스, 한큐투어리스트패스 등이 있다면 추가금액 없이 이용할 수 있다.

란덴을 타보고 싶다면, 한큐 교토선을 타고 사이인역에서 내린 다음 란덴 사이(西院)역으로 건너가 환승할 수 있다.  

  • 오사카 난바에서 출발하는 경우

난바에서 출발하는 경우 교토행 교통편이 번거로운 편인데, 칸사이스루패스가 있다면 우메다까지 지하철로 이동 후 우메다에서 환승하여 가는 방법이 가장 무난하다. 


  1. 특급권을 따로 구입하면 하루카도 이용할 수 있지만, 긴 시간 타는 것도 아니라서 그냥 신쾌속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본문으로]
  2. 산인본선 중 교토에서 소노베까지의 구간은 어반 네트워크에 포함되어 '사가노선' 이라는 애칭으로 부르고 있다. [본문으로]
  3. 모르는 사람들과 부딪치는 것을 싫어해서 도망치는 경우가 많다... [본문으로]

후시미이나리타이샤 ②

2018. 4. 28. 16:35


계속해서 산 정상을 향해서 올라간다. 여기까지 와서 밑에 있는 토리이 몇 개만 보고 돌아가기도 그렇고, 영화 게이샤의 추억을 보지 않아서 내용도 잘 모르지만, 계속해서 등장하는 토리이가 어디까지 있는가 궁금하기도 하고..


앞의 포스트에서 이미 언급한대로 이 토리이는 신도 개인이나 회사 등에서 봉납한 것이라 누가 보내온 것인지 적혀 있다. 그 효과가 얼마나 클 지는 모르겠지만, 토리이를 봉납한 사람 또는 회사로서는 자신들을 알릴 수 있는 광고효과를 얻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토리이를 봉납할 정도라면 그 회사가 꽤 경영상태가 좋다는 뜻이 아닐까 싶다. 설마 망해가는 회사가 다시 잘 되고 싶다고 빚내서 봉납을 하지는 않을 것 같고. 


히잡을 쓰고 있는 저 여성 분은 동남아권에서 온 관광객인가 보다. 히잡스터가 새로운 동남아시아의 소비주체로 떠오르고 있다는 신문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일본은 한국에 비해 해외 관광객 유치에 더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사실 일본은 이미 정체에 접어든 자국민들의 소비를 대신하여 해외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인바운드 관광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세상에 여행하러 갈 나라가 한두 곳이 아니고, 서로 자국에 관광객을 유치하려는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일본은 아주 적극적으로 관광 일본을 기치로 외국인들이 돈을 쓰고 가도록 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어서, 초창기에는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소비세를 제외한 상품가 10,000엔부터 소비세 8%를 면제하는 면세정책을 펼쳤는데, 면세가 가능한 금액을 5,000엔(소비세 포함 5,400엔)으로 하향하면서 주머니가 가벼운 관광객들까지도 소비를 하게 만드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비록 정부 입장에서는 소비세라는 주요 세원이 감소하겠지만, 그만큼 외국인 관광객들이 상품을 많이 사서 돌아간다면, 민간 부문의 매출이 늘어나고, 자국민의 수입이 늘어나 민간 부문의 경제 활동을 촉진하기에 정부로서는 법인세나 소득세의 증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터. 이에 따른 민간 분야의 소득이 늘어남에 따라 일본 정부에서는 해외 여행객을 대상으로 하는 면세를 더욱 확대하고, 드럭스토어나 편의점 등의 일반 점포에서도 일본 내에 머무는 동안에 사용하지 않고, 출국시에 가지고 간다는 조건 하에 투명한 비닐백에 밀봉을 해서 판매하는 곳이 많다.


아직은 올라가는 사람이 내려오는 사람보다는 많은 것 같다. 빙빙 돌아서 가는 킨테츠를 타고 온 탓에 길바닥에 적지 않은 시간을 깔고, 호텔에 가서 짐을 두고 오느라 꽤 늦었는데 다행인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하자마자 저 쪽에서 많은 사람들이 내려오고 있다.

 위에 쓴 것을 취소해야 할 지도..

 

갈수록 내려오는 사람이 많아진다. 이 사람들은 부지런해서 일찍 올라갔다가 일찍 내려오는 것 같은데, 나는 왜 해가 지려고 하는 이 시간이 되어서야 올라가려고 하고 있는거냐.. 생각해보니 일찍 일어나더라도 짐을 다시 정리하면서 분실물이 있는지 확인한답시고 짐을 다 풀고 다시 싸면서 시간을 쓰다보니 쓸데없이 시간 낭비를 해서 그런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간에 소지품을 잃어버리는 일이 종종 있는데, 대개는 다시 찾게 되지만 잃어버린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

 

산 위로 올라갈수록 길이 좁아지고 토리이의 크기도 작아진다. 이 곳을 찾는 사람 중에서 산정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기도 하겠지만, 토리이 역시 신사 근처에 세우는 것과 산 정상에 가는 길에 세우는 것의 가격이 다르지 않을까 싶다. 

 

가도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가다보면 끝이 나오기는 하겠지만 슬슬 지겨워지고 있다.


괜히 산 정상까지 가겠다고 올라온 것인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인데, 무모함은 나의 특기였던가.. 드라마 아이리스가 한국과 일본에서 인기가 많았던 7년 전 겨울에 아키타에 가서 더 무모한 타자와코 도보 일주를 했더니 당시에 타자와코역 관광안내소에서 근무하던 한국인 직원이 놀라던 모습이 떠오른다. 돈이 없던 터라 가방도 그냥 보관해주고, 나는 그냥 빵 몇 개와 물 한 병을 가지고 그냥 눈 쌓인 호수 주변을 한 바퀴 돌았던 적이 있는데, 지금은 아주 양반이지 싶다. 야간열차로 오가며 숙박을 해결하였지만, 지금은 뭐 돈이 없다 싶으면 카드로 긁어버리면 되니.. 물론 그 돈을 메꾸기 위해서 적지 않은 고생을 해야하기는 하지만.

  

계속해서 토리이가 이어지니 이제 신기하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고, 지겹고 징그러울 정도. 이 산 위에 이렇게 토리이를 세우느라 많은 고생을 했을 것 같은데, 설마 인부들이 이것을 나누어 지고 들고 왔으려나. 이것들을 어떻게 여기까지 옮겨 왔는지 궁금해진다.


도대체 끝이 어디란 말인가..

 

아무래도 해가 질 시간이 되니 올라가는 사람들보다는 내려오는 사람들이 많아 보인다. 처음에는 그냥 적당한 지점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올 생각으로 왔는데, 계속 가다보니 끝까지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걷는 속도를 조금 높여서 부지런히 걸어간다. 지형이 험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어둠 속에서 산 속을 헤매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다.

 

이렇게 참배도가 있다. 아직 더 올라가야 하는 것 같다.

도대체 끝은 어디란 말인가.

 

산 위로 올라갈수록 길은 좁아지고 있고, 역시 세워져 있는 토리이의 폭과 높이도 좁아졌다.


이 쯤 되면 거의 다 올라온 것 같은데 아직 갈 길이 남은 것 같다.

마음 같아서는 그냥 내려가고 싶지만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베어야 한다고, 계속 가보기로 한다.

 

길이 두 갈래로 나 있다. 왼쪽은 내려가는 길[각주:1], 오른쪽은 올라가는 길. 당연히 정상에 도달하지 못하였으니 계속 올라가는 길로 걸음을 옮긴다.


토리이 봉납 가격에 대한 안내도 있다. 당연히 큰 토리이일수록 가격이 올라가는데, 175,500엔에서 시작하는 5호부터 130만엔이 넘는 10호까지 있다고 한다. 큰 토리이는 개인이 봉납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가격인 만큼 기업에서 큰 마음 먹고 내놓는 봉납금으로 지었을 것 같다. 


산 위로 올라갈수록 길이 좁아지고, 길이 좁아진 만큼 토리이의 폭도 좁아졌다. 여기까지 저 토리이를 옮기느라 인부들이 적지 않은 고생을 했을 것 같다.


빽빽하게 토리이가 세워져 있던 산의 초입부분과는 달리 이 곳에는 토리이 간의 사이가 꽤 멀고 띄엄띄엄 세워져 있다. 이미 산의 초입부분에 있는 눈에 잘 띄는 자리는 더 비싸고, 크기가 크니 제법 크고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는 회사나 재력가가 봉납하였을 것 같고, 이 정도 위치라면 그 자리를 놓친 사람들이 아쉽지만 그래도 이 곳에 봉납을 하겠다고 세운 토리이가 아닐까 싶다. 

 

걷는 속도를 빠르게 해서 앞에 가는 사람들을 추월하려고 하는데 길이 좁아져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세상 일이 모두 뜻대로 되면 뭐가 문제겠나, 잘 되지 않는 것이라 할 지라도 어떻게든 되도록 노력하는 수 밖에.. 결국 이들을 앞지르지는 못했다.


이 토리이는 조금 불안한 상태인지 보수 중인 것 같다. 아마도 비가 많이 와서 토리이를 세워둔 곳의 흙이 쓸려나가면서 불안한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 


이 쯤 되면 슬슬 끝이 보여야 하는데 아직 더 올라가야 하는 모양이다. 그냥 밑에서 구경하고 잠깐 올라왔다가 내려갈 것을 괜한 뻘짓을 했는가 싶은 생각이 들면서 내가 이러려고 여기까지 올라왔는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제 토리이만 봐도 신기하구나, 대단하다라기보다 징그럽다는 느낌이 든다. 이거 좋지 않다..


의도한 바는 아니나 저 커플이 계속 눈 앞에 있다.

 부부인지 연인인지 남자가 여자를 밀어주면서 올라가고 있다.


계속 올라가다가 잠시 뒤를 돌아보면서 사진 하나 찍고

 

계속해서 올라간다.

밑에서 보았던 두 남녀가 걸어가고 있다.

하나도 부럽지 않다.

 

 

아 스르발.. 언제 끝나는거냐..

 

여기는 토리이도 정말 띄엄띄엄 세워져 있다. 이 정도 위치라면 대형 토리이를 세우기는 어려울 것 같아서 적당한 가격으로 봉납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적은 금액은 아닐 것 같지만 그게 내 알 바는 아니고. 

 

저 두 사람은 여전히 잘 올라가고 있다.

추월은 나중에 내려갈 때 해야겠다.

 

지겨울 정도로 계속 올라가고 있는데 이 쯤 되니 정상이 머지 않았는데 여기까지 올라온 것이 아까워서라도 계속해서 올라가게 된다. 오르막을 오르는 것은 극도로 꺼리지만 그래도 산세가 험하지 않아서 별로 힘들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산 정상으로 갈수록 토리이의 크기가 작아지는데, 저 무거운 토리이를 인부들이 짊어지고 올라가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닐 터. 


드디어 산정에 도착했다.

산정이라고 하는데, 여기서 내려다 보는 경치 구경을 기대하였지만, 보이는 것은 묘와 묘비 뿐이다.

 

이제 더 올라갈 일은 없는 것 같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런 곳에서 별로 사진을 찍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산정에 도착한 뒤에 보니 이 곳이 해발 233미터라고 하니 산 치고는 그리 높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다. 계단이 많아서인지 여기 올라오는 길이 꽤 멀게 느껴졌는데 서울의 남산 높이가 262미터이니 남산보다 낮은 곳이더라는.. 

 

스에히로오카미(末広大神)라는 신을 모시는 곳이 있다.

산 정상에 왔으니 사진이나 찍어야겠는데 이 곳에서는 주변에 마땅히 사진 찍기에 좋은 곳이 안 보였다. 밑을 볼 수 있는 곳은 이런 신사 건물들로 막혀 있어서 산 밑이 보이지 않는데, 그렇다고 처음 온 이 곳에서 사진 찍을만한 장소를 찾는다고 주변을 돌아다니기도 애매하였다. 산 위에서 도시를 내려다보는 풍경을 기대하면서 왔건만 기대가 깡그리 사라져버렸고, 올라오다가 보았던 어느 바위 근처에 가서 사진을 찍어야 할 것 같다.


이제 잠시 숨을 돌리고 나서 해가 지기 전에 산 위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초스피드로 하산을 시작했다. 올라가는 것에 비해 내려가는 것은 빠를 터이니 조금 서둘러서 내려갔다. 


이 시간에 산 정상까지 올라오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빠르게 내려갈 수 있는데, 움직이면서 사진을 찍기도 하고 사람의 눈에 비치는 것보다 카메라 렌즈로 보이는 빛의 양이 적어서 그런지 흔들리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해질 시간이 다가오고 있어서 해가 지는 모습을 찍으려면 슬슬 서둘러야 할 것 같다. 


사진을 찍고 보니 저 멀리 세라복을 입은 사람이 있었던가..

 

꽤 내려온 뒤에 계단을 올라오고 있는 부부 또는 연인으로 보이는 서양인들을 보고 서로 가볍게 인사를 했다. 모르는 사람이지만, 이 사람들은 지나가는 사람들끼리 서로 그냥 인사 한 번 하면서 얼마나 더 올라가야 하는지 물어본다거나 서로를 격려하는 의미라고나 할까.


잠시 뒤돌아 사진 하나 더 찍고

  

더 내려와서 누군지 모르는 걸어가는 사람 뒷모습 사진도 하나 찍고


이제 슬슬 지겨워지고 있다.. 어흑 

  1. 이 지점을 기준으로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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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마 케이블카 ①

2018. 1. 6. 15:57



시기산구치역에서 이코마역까지 가는 거리는 별로 멀지는 않지만 환승을 두 번이나 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우선 카와치야마모토까지 셔틀 형식으로 운행하는 열차를 타고 가서, 오사카방면인 후세(布施)역으로 가는 열차로 환승하고, 후세역에서 다시 킨테츠 나라선 열차로 갈아타고 가야 한다. 일본에서 차를 몰아본 적이 없어서 자세한 것은 모르겠지만차를 가지고 간다면 대충 30~40분 정도 걸리는 것 같은데, 이 중에서 조금 더 빠른 길은 유료도로를 이용해야 한다는 것 같다. 이번에는 추가로 비용이 들지 않는 킨테츠 열차를 타고 다니면 되니 환승이 귀찮아도 그냥 타고 가야할 것 같다. 


먼저 카와치야마모토까지 가야 오사카방면으로 갈 수가 있으니 다시 카와치야마모토역과 시기산구치역 사이를 반복운행하는 열차를 탄다. 서울도시철도공사 2호선의 성수지선과 비슷한 운행패턴으로 이 구간만 계속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이 승무원들은 같은 구간만 반복을 하니 상당히 지루할 법도 한데, 먹고 살려면 뭐 별 수 있겠나.. 


차량은 두 량짜리. 진행방향 맨 앞쪽에 타고 가는데 이 시간에 도심 방향으로 가는 사람이 없어서인지 열차는 거의 빈 채로 간다. 철도회사의 입장에서는 이 노선을 운행할수록 손해가 클 것 같은데, 아마도 출퇴근, 통학 시간대에 승객이 있고, 다른 시간대에는 공기수송을 하는 것 같다. 주말이나 휴일이면 시기산을 찾는 나들이객들 덕분에 사람들이 많을 지도 모르겠지만..

 

뒤쪽 차량에는 그래도 몇 명 있는 것 같은데, 내가 탄 차량에는 아무도 없어서 전세 낸 기분으로 열차에 앉아서 간다. 낡고 낡은 오래된 똥차가 다닐 것이라 생각했는데, 차량 내장재와 좌석 등을 새로운 것으로 바꾼 것 같다. 킨테츠에서는 30년, 40년 정도 된 열차들도 개조와 수리를 통해서 계속 생명을 불어넣고 있으니 열차를 타고 다니는 승객 다수가 느끼는 차이는 거의 없을 것 같다.


기관사 아저씨의 가방. 킨테츠라는 로고가 있는 것을 보니 승무원용 가방인 것 같다. 저 옆의 작은 가방에는 아마도 역마다 정차하고 출발하는 시각이 적힌 시각표가 있을 터. 그런데 저 가방 꽤 무거워 보인다.


카와치야마모토까지 가는 중에 있는 역인 핫토리가와(服部川駅)역이다. 어머니와 아들로 보이는 두 사람이 이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승차위치로 봐서는 아마도 지금 타고 있는 앞 차량에 탈 것 같다.


차량 한 쪽 구석에는 피난용 사다리가 있다. 고상홈에 맞추어 문이 높은 위치에 있기에 중간에 열차를 멈추고 승객을 대피시킬 때 사용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자연재해가 많은 나라이다보니 이런 면에 대해서는 한국에 비해 대비가 철저한 것 같다. 무슨 긴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설마 저 사다리가 펴지지 않는다거나 문제가 있어서 탈출을 못하지는 않을테고..


예전에 비해 일본에서 한류는 많이 시들기는 했지만, 동방신기는 여전히 팬들을 끌어모으는 것 같다. 킨테츠 아베노하루카스 본점에서 동방신기 전시회를 하는 모양이었다. 사실 욘사마와 지우히메의 겨울연가 시절이 가장 절정이었던 것 같은데, 한류는 여전히 비주류 중의 하나의 문화로 자리하고 있을 뿐 일본 대중문화에서 주류에 속하지는 않는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다만 시장의 규모가 한국에 비해 크고, 수익성이 좋아서 한국인의 생각에는 크게 성공해서 일본 대중문화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후세역에서 내려서 나라 방면으로 가는 열차를 기다리는데 한신전철의 열차가 들어온다. 킨테츠와 한신이 오사카난바역을 공동으로 사용하면서 나라에서 난바를 거쳐 코베의 산노미야까지 직통운행을 시작하였고, 두 회사의 차량이 상대회사의 노선까지 한 번에 운행하게 되었다. 코베에서 나라 또는 이와 반대로 나라에서 코베를 가려면 JR이나 사철 모두 환승을 해야했는데, 직통운행 이후에는 환승 없이 한 번에 갈 수 있게 되어 승객의 입장에서는 매우 편리해졌다. 한신본선의 선형이 안 좋고, 정차역이 많아서 시간을 잡아먹는 점이 단점이기는 하지만, 코베산노미야역에서 킨테츠나라까지 가장 빠르게 갈 수 있게 되었다.


이동 경로


나라행 열차를 탔지만 목적지가 나라가 아닌 이코마역이므로, 이코마역에서 내렸다. 이코마역에서 내려서 케이블카를 타러 남쪽 출구로 나와서 토리이마에역으로 간다. 같은 회사의 역이기는 한데, 흔히 볼 수 있는 열차가 다니는 철도 노선이 아닌 케이블카라는 강삭선이어서 한 번에 수송할 수 있는 인원 수의 제약이 있고, 다른 대도시 근교 노선과는 달리 열차 운행 간격도 긴 편이다. 


저 앞 쪽에 케이블카를 타는 곳이 있다. 환승역이지만 역 이름부터 이코마역이 아닌 토리이마에(鳥居前)역이고, 요금체계가 달라서 이코마강삭선의 요금은 따로 지불하여야 한다. 킨테츠레일패스나 칸사이스루패스가 있으면, 따로 지불할 금액은 없고, 그냥 패스를 보여주고 통과할 수 있다.


이코마역. 여기는 케이한나선이란 이름을 가진 킨테츠의 노선이 다니는 승강장이다. 이 노선은 시영지하철 츄오선의 종착역인 나가타역부터 이코마를 지나 각켄나라토미가오카역까지를 연결하는 노선으로, 나가타역부터 츄오선과 직통운행을 한다. 그래서 오사카시내 지하철 노선도에 녹색으로 표시된 츄오선을 타다 보면 오사카시영지하철의 차량 외에도 종종 킨테츠의 차량이 지나다니기도 하는데 오사카시영지하철 구간에서는 어느 열차를 타도 무방하다. 한국의 수도권 지하철 3호선과 직결되는  지축역부터 대화역까지의 일산선, 4호선에서 남태령 이남의 과천선과 안산선과 비슷한 것이라 이해하면 되겠다. 한국에서는 해당 구간의 운임이 수도권통합요금제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에 반해, 여기는 오사카시영지하철 운임에 킨테츠 구간의 운임을 모두 지불해야 해서 금액이 크게 올라간다. 코스모스퀘어에서 각켄나라토미가오카까지 가려면 850엔이나 되는데, 이 정도 거리라면 수도권전철 운임으로는 1,950원(현금지불시)이니 이 나라의 교통비가 얼마나 무시무시한지 느끼게 된다. 이 노선의 특징은 제3궤조 집전식이라는 열차 윗부분이 아닌 땅바닥에 전기가 흐르는 탓에 선로에 떨어지면 고압전류에 감전될 위험이 매우 커서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그런데도 얘네들은 스크린도어를 만들어놓지 않았다는..


케이블카역은 토리이마에(鳥居前)역이라는 다른 이름을 갖고 있지만 걸어서 환승할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있다. 이코마역에서 나와서 유있게 설렁설렁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면서 가도 5분 안에 갈 수 있는 정도. 


저 언니 사진을 찍으려던 것이 아닌데..


케이블카에 탔다.


시기산 케이블카보다는 조금 더 좋아보인다. 이 동네에서 호잔지 부근까지는 주거지역으로도 많이 개발이 되어서 이 케이블카를 타고 통학 및 통근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이코마 케이블카는 토리이마에를 출발하여 호잔지까지, 호잔지부터 이코마산죠역까지의 두 구간으로 나누어 운행을 하는데, 호잔지까지 가는 열차는 상대적으로 자주 있는 편이나 호잔지에서 이코마산죠 구간은 40분 정도에 열차 한 편 정도로 운행빈도가 급격히 떨어진다.


토리이마에역. 이코마강삭선의 시발역이면서 킨테츠나라선, 각켄도시선의 이코마역과 환승역이다. 노기자카46의 멤버인 이코마 리나(生駒里奈)의 성과 같은 한자를 쓴다. 사실 이 아이돌 그룹에 대해서는 이코마 리나 말고 나머지 45명은 누군지 전혀 모른다. 아마도 일본에 있을 때 신문이나 텔레비전을 보다가 얼핏 주워들어서 알게 된 것 같은데, 띠동갑도 안 되는 어린 아이들에게는 관심없다.


올라가면서 아래를 내려다보기 위해 차량의 맨 뒤쪽에 탔다.


슬슬 올라가고 있다.

 

근처에는 마을이 있는 것 같은데, 여기서도 철길 옆에 바싹 붙은 집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소음에 매우 민감한 사람이라면 이런 곳에서 살기 힘들 것 같다.

 

차량 디자인을 상당히 어린이들 취향에 맞춘 것 같은데, 이코마강삭선의 종점인 이코마산죠역 앞에 이코마산상유원지(生駒山上遊園地)라는 테마파크 같은 것이 있다고 한다. 디즈니랜드나 유니버설스튜디오처럼 대형 테마파크는 아니고, 그냥 어린 아이 있는 가족들이 와서 잠시 놀이기구를 타고 시간을 보내다 갈 수 있는 그런 곳이라 한다.


갈수록 조금씩 경사가 가팔라진다.


어느 순간부터 경사가 대단히 급해진다. 보통의 철도 차량이 올라갈 수 있는 구배를 넘어서는 급경사이므로 이 열차는 흔히 볼 수 있는 전동차나 디젤동차로 운행할 수가 없어 케이블카로 운행하고 있다.


호잔지(宝山寺)역

이코마케이블카는 토리이마에-호잔지 구간과 호잔지-이코마산죠 구간을 따로 운행하고 있어서 여기서 내려서 케이블카를 갈아타야한다. 시각표를 보니 토리이마에에서 호잔지까지는 평소에 이용하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라 15~20분 마다 운행하는데, 호잔지에서 이코마산죠까지는 40분에 한 대 꼴로 드문드문 다니는 것 같다. 


열차마다 이름이 있는데 왼쪽 녀석은 스즈란, 오른쪽은 미케.


'미케' 라는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왔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호잔지역에서 이코마산죠까지 케이블카가 다니는 선로가 연결되지 않아서 여기서 내려서 환승하러 도보로 이동해야 한단다. 걷는 것은 문제가 아닌데 귀찮기는 하다.


이코마산죠 방면으로 가는 환승 안내가 있다.


갈아타러 가야 하므로 미케와는 여기서 작별을 한다. 운이 좋으면 이코마산죠에 갔다가 내려올 때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굳이 만나고 싶지는 않다.


승강장 끝 부분의 계단을 올라오면 다른 케이블카가 기다리고 있다. 역시 패스를 꺼내서 보여주고 케이블카에 올라탔다. 호잔지역에서 내린 사람이 많은지 이코마산죠까지 가는 케이블카에는 빈 자리가 훨씬 많았다.

 

할로윈이라고 풍선을 달아놓고 있다. 할로윈을 수십 번 이상 들어본 것 같지만 이 날이 어떤 날인지도 모르고, 그렇다고 알고 싶어서 찾아본 적도 없고, 할로윈을 기념하여 파티를 한다거나 뭔가 해본 것이 없어서 아무런 느낌이 없다. 호주에서 할로윈 파티를 한다고 초대를 받기는 했는데, 파티를 좋아하지는 않는 성격이라 그냥 집에서 뒹굴다 잤던 것 같은데..


이미 산상유원지는 영업을 끝낼 시간이 되어가고 있어서 유원지 방면으로 갈 사람은 없는 듯하고, 유원지에서 타고 내려올 사람들을 태우러 다시 올라가는 셈이 되겠다. 지금 올라가지만 그냥 케이블카 타려고 가는 것이지 유원지에 가서 뭐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호잔지. 킨테츠에서 난공사였던 이코마터널 공사를 하면서 재정적인 어려움에 빠졌을 때 호잔지에 승차권 10만 장을 담보로 맡기고 돈을 빌려 위기를 극복했다고 한다. 그 덕분에 킨테츠에서 매년 호잔지에 거액의 시주를 하고 있다고. 호잔지라는 절에는 국가지정 중요문화재와 나라현 지정 중요문화재가 여럿 있다고 하는데, 오사카, 나라, 교토 등지에 워낙 오래되고 유서깊은 절이 많은지라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케이블카는 쉬지 않고 계속 올라간다.


그냥 산 하나를 그대로 오르는 것 같다.

케이블카는 상당히 높이 올라왔는데 철제 기둥에 녹이 슨 것을 보니 뭔가 기분이 이상하다. 별 일 없기를 바라야지.


이코마산죠역에 내리면 이코마산상유원지(生駒山上遊園地. 이코마산죠유엔치)라는 크지 않은 놀이공원이 있다. 테마파크라고 하기에는 규모가 작은 것 같고, 근처에 사는 부모들이 휴일에 어린 아이 데리고 와서 놀다가 갈 수 있는 그런 정도인 것 같다.  유원지에 놀러 온 것이 아니고 그냥 산 위에 올라가서 경치 감상을 하러 온 터라 그냥 슬슬 돌아다녀본다.


다들 아이를 데리고 있는데, 혼자 와서 오락가락하는 것이 부담스럽다.


저 아이들은 남매처럼 보이는데 누군지 몰라도 부모는 참 행복하겠다.


놀이기구라는 것도 아이들이나 탈 만한 것만 있는 것 같다.


이런 곳에서 4D영화도 상영한다고 하는데..


여기는 무슨 쇼나 행사를 하는 무대인 것 같은데 폐장시각이 가까워지고 있어서인지 아무도 없다.


음...

그냥 이 곳은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곳이다.


빨리 내려가고 싶은데, 내려가는 케이블카는 40분 후에 있으니 그냥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시간을 허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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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이틀째.

일어나서 씻고 지난 밤에 사둔 오무라이스 도시락을 로비의 전자렌지에 넣고 돌려서 아침을 먹고,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잠시 여유를 부린 다음, 오사카시영지하철 1일 승차권을 가지고 밖으로 나갔다. 어지간한 곳은 대부분 다녀와서 굳이 다시 가고 싶지는 않고, 그냥 걸어다니면서 사람 구경, 동네 구경하는 것이 목적이 되겠다. 


전자렌지에 데워서 먹으니 그럭저럭 먹을만 했던 것 같다.


지하철 1일 승차권은 두 장이 있는데, 한 장은 예전에 모 여행사에서 칸사이미니패스를 사면 덤으로 지하철 승차권을 준다고 해서 사두었던 것이고, 한 장은 어제 오사카 출장 킷푸를 사고 받은 것. 오사카 출장 킷푸에 포함되는 지하철 1일 승차권은 보통의 지하철 1일 승차권과 외관이나 유효기간 등 다른 것이 없는데, 구입일 다음 날까지만 유효하다고 해서 어제 사용을 했고[각주:1], 예전에 받은 지하철 1일 승차권을 사용하여 오사카 시내 구경이나 할 예정. 딱히 가고 싶은 곳은 없는데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텐노지역 부근의 큐즈몰(Q's mall)에 가서 그냥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다.

오사카성은 세 번인가 네 번인가 다녀왔고, 우메다 공중정원도 세 번은 다녀온 것 같고, 한국의 여행 가이드북에 나온 어지간한 관광지는 다 다녀온 뒤라서 굳이 비싼 입장료를 내면서 구경하고 싶지는 않다. 그냥 보통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고 싶은 마음.


텐노지역에 내려서 큐즈몰 구경을 하려는데, 생각없이 나오다 출구를 잘못 나와서 길을 건너야 한다.


스누피 캐릭터 상품을 사고 싶은데 돈이 없다. 돈이 더 있으면 조금 더 좋은 호텔에서 묵느라 여전히 돈이 없었을 것 같기는 하지만, 어쨌든 돈이 없어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만화 원피스의 캐릭터 상품을 파는 곳이 있는데, 평소에 애니메이션이나 만화를 즐겨보지 않기도 하지만 이 캐릭터들에게는 매력을 느끼지 못해서 별다른 감흥이 없다. 시간이 갈수록 이런 쪽으로 관심이 멀어질 것 같은데..


돼지가방 하나 사고 싶은데 가격이 만만치가 않다. 

전자매장에 가서 카메라를 들었다 놨다 하다가 6만엔이라는 가격에 부담을 느끼고 그냥 밖으로 나왔다. 일본 이외의 나라에서 캐논 EOS 100D로 나오는 모델은 일본내에서는 kissX7으로 나오는데, 어차피 원산지가 타이완이라는 것은 똑같고 그냥 일본 내수용만 저 모델명이고, 해외판매용은 EOS 100D로 구분을 하는 것 같다. 비쿠카메라 구경을 하다가 밖으로 나와서 지하철을 타고 신사이바시로 갔다.


한국인에게 와사비테러를 했다는 시장스시 점포가 보인다. 이 사진의 점포는 신사이바시점이고, 와사비를 잔뜩 넣었던 곳은 난바점이라고 한다. 여러 차례 다녀온 적이 있지만 초밥을 먹을 때는 체인점을 잘 안 가는 편이고, 굳이 간다면 멀리 돌아다니기 귀찮아서 신오사카역 안에 있는 칸코스시만 가는 편이라.. 몇달 전에 친구에게 들은 다른 스시 체인점은 아직 가보지 않아서 나중에 다녀온 뒤에 후기를 적든가 해야겠다.

 

도톤보리에서는 누구인지 모르는 어린 소녀들이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고 있고, 구경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 아마도 (내가 이름을 모르는) 걸그룹의 팬인 것 같은데.. 그런데 오른쪽의 청년들은 티셔츠에 직접 그림을 그린 것일까..


10월이지만 반소매 차림의 사람들의 모습에서 보이듯이 오사카는 따뜻하다. 특히 이 무렵에는 낮 최고 기온이 30도에 육박할 정도로 더운 날씨였는데, 그나마 다행인 것이 습도가 다소 낮아져서 찜통같은 더위는 아니었다.


별로 유명하지 않은 여성 걸그룹인 것 같은데 이 사람들 다 저 걸그룹의 팬인가.. 아마도 지나가다가 잠시 관심이 생겨 바라보는 이들이나 그냥 사람들이 몰려 있어서 무슨 일인가 싶어서 발걸음을 멈춘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사진 윗쪽 가운데에 갓세븐 사진이 있네. 얘네들도 일본 진출을 했었나.. 


아직 학생으로 보이는 젊은 남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 같다.


카멘죠시(仮面女子)라는 여자 아이돌그룹명이 적힌 현수막들이 있는데 얘네가 걔들인가.. 그런데 이 소녀들은 가면을 안 쓰고 나온 것을 보니 카멘죠시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다. 사토미라면 눈에 불을 켜고 관심을 갖겠지만..


도톤보리

오사카에서 유명한 장소이고, 주요관광스팟 중의 하나인데 사람 많고 시끌벅적해서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사진을 찍어둔 것이 없는 것 같아서 찍어본다. 예전에 찍은 사진이 어딘가 있지 않을까 싶은데, 없으려나..


여기는 완전히 신났다..


손 들고 있는 저 언니는 꽤 키가 큰 것 같은데..


우왁! 저 소녀는 치마 길이가 대단히 짧다!!!


신사이바시스지는 이름처럼 신사이바시로 가는 길이다. 이 거리에는 지붕이 씌워져 있어서 비가 와도 비를 피할 수 있고, 한여름에는 그냥 땡볕에 노출되는 것보다는 조금 시원하기도 하다.

겨울연가 덕분에 히메가 되신 지우히메께서 파칭코 광고를 하고 계신 것을 보니 아직까지 겨울연가의 영향이 남아 있는 것인가. 아니면 한국인들이 많은 오사카라서 한국인들을 타켓으로 한 광고 전략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사이바시스지를 지나면 신사이바시가 나온다. 이거 너무 당연한 소리 같은데..


그리고 오른쪽에 만세를 외치는 구리코 광고판이 있다. 사진이 잘리기는 했는데.. 


구리코라는 제과회사에서 만든 과자 중 한국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것은 아마도 포키가 아닐까 싶은데, 한국에서는 이 포키를 표절한 것일 가능성이 높아보이는 빼빼로가 먼저 나왔고, 11월 11일이 되면 한국에서는 빼빼로데이라고 부르지만 일본에서는 포키노히(ポッキーの日)라고 부른다. 제품 홍보만을 놓고 보면 빼빼로데이를 내세운 롯데가 먼저였고, 구리코에서는 한참 뒤에야 이 날에 맞추어 포키노히의 마케팅을 시작했다고. 롯데가 영리했다는 것으로 결론지을 수 있을까..


종종 시기에 따라 구리코상의 옷 색깔이 바뀌는 경우가 있었던 것 같은데 잘 기억이 안 난다.


도톤보리 돔보리 크루즈선이 지나가고 있다. 생각해보니 오사카에서 여러 차례 오사카 주유패스를 사용했는데, 돔보리 크루즈는 한 번도 안 타본 것 같다.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타보든가 해야지.


일본을 찾는 이들이 돈을 많이 쓰도록 유도


아까 보았던 그 아이들 같은데..


카니도라쿠는 한 번 가보고 싶은데 이번에는 돈이 없어서 안 되겠고, 다음을 기약해야겠다.

 

이렇게 기념사진을 찍는 것을 보면 다른 지방에서 왔는지도 모르겠다.


금요일 오후라고 하지만 뭐 사람이 이리도 많다냐..

 

카니도라쿠 본점. 비싸서 못 들어간다.


카니도라쿠의 매장은 이 도톤보리에도 여러 곳이 있고, 오사카 시내 우메다와 키타신치 등을 비롯해 근교의 도시인 코베, 나라, 사카이 등 칸사이지역에만 20여 점포가 있다고 하며, 칸토에도 진출해서 체인점들이 여럿 있다고 한다.


오사카의 유명한 쿠시카츠 가게인 다루마.

묵고 있는 숙소 근처에 본점이 있고, 오사카 시내에 분점들이 있다.


타코야키 가게인 타코하치(たこ八)의 총본점이란다.

자세한 내용은 이 링크를 참조하시길.

https://tabelog.com/kr/osaka/A2701/A270202/27076174/


코나몬텐코쿠(こなもん天国)라는 가게는 이름처럼 밀가루를 주재료로 사용한 타코야키, 오코노미야키, 쿠시카츠 등을 파는 가게인 것 같다.


도톤보리에는 큰 돈키호테 매장도 있다.


이치란라멘 이름을 들어본 것 같아서 사진을 찍었는데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아가씨들에 사진에 같이 담겼다. 


여기는 원조 타코야키 가게인 앗치치혼포라고 한다. 옆에는 이치란 라멘이 있고, 마츠사카 쇠고기를 판매하는 가게도 있다. 2월에 나고야와 교토를 다녀온 여행기에도 언급은 했는데 마츠사카 쇠고기 역시 일본의 3대 쇠고기로 꼽히기도 한다. 대개 오미 쇠고기와 코베 쇠고기가 두 자리 정도 차지하고, 나머지 한 자리를 놓고 여러 쇠고기들이 경쟁을 벌이는 양상이 아닌가 싶은데, 먹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한국에서 유명한 킨류라멘 광고도 보이는데..

음.. 뭐 그냥 그렇다고..


에비스바시를 건너는 사람들이 많다.


지금이라면 킨류라멘을 먹지는 않을 것 같은데 킨류라멘이 맛있냐 맛없냐의 문제를 떠나서 라멘이라는 음식 자체가 별로 입에 맞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이유고, 외국의 여행책자에 실려서 사람들이 몰리는 곳보다는 현지인들이 주로 찾는 숨겨진 장소를 찾고 싶은 마음이 있기도 하고... 날이 추울 때는 따뜻하게 국물과 함께 먹기 좋은 음식이지만, 여기는 여전히 더운 곳이라 뜨거운 음식이 먹고 싶지는 않았다.


금요일이라 사람이 많은 것 같은 느낌도 들고..


이 사람들은 텔레비전에서 본 사람들 같은데 아마도 일본의 예능인이겠지 싶다. 역시 관심이 없어서 이름도 모르겠고 누군지 잘 모르겠다. 사진 밑에 이름이 적혀 있는 것 같은데, 잘려서 읽을 수가 없다. 어차피 누구인지 알아도 달라지는 것은 없을 터이니..


얼레.. 킨류라멘 점포가 여기에 또 있다. 

아마 사실 누가 이 곳이 맛집이라고 책에 써놓은 것인지 궁금하기도 한데, 언젠가부터 가이드북에 나오는 정보는 적당히 흘려버리는지라 잘 보지도 않고 보더라도 그냥 그런 것이 있는가보다 하면서 넘어가는 것이 대부분이기도 한데, 사람마다 취향이 다른데 특정한 사람의 경험에 바탕을 둔 정보를 무조건 신뢰하기 어려운 것도 있고, 뭐 그렇다.


아직 안 먹었어.


사토미와 영어회화를 한다면 이온에 다닐텐데..

난바역에서 다시 지하철을 타고 숙소로 돌아갈까 하다가 우메다로 갔다.


한신명물 이카야키나 먹어야겠다. 오사카의 기념품으로 전국에 배달이 가능하다고.


이 곳은 늘 사람이 끊이지 않는 것 같다.


돈이 없으니 심플하게 이카야키 세 장을 샀다.


이게 늦은 점심이 되겠다. 뭐든지 계속 늦어지는 것 같은데..


이카야키를 사서 나오니 이미 밖은 어두워졌는데 식기 전에 먹기 위해 적당한 곳에 앉아서 JR서일본의 와이파이에 접속해서 메일 확인을 하면서 이카야키를 먹었다. 역 건물에 있는 백화점 구경을 하고 다시 지하철을 타러 갔다. 


오사카역 주변은 공사중이어서 이래저래 복잡했다. 사실 지금도 오사카역 주변에 가면 길을 헤매는 경우가 다반사라서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를 부르면서 듀스를 소환하고는 한다.


JR을 타면 돈이 들어가니 돌아갈 때 역시 지하철을 타야한다. 어우~ 인파가 장난이 아니다.


지하철은 따로 돈을 내지 않아도 되니 우메다역에서 난바까지 지하철로 가서 난바워크를 구경하다가 저녁에 먹을 것을 사왔다. 시간은 빠르게 지나가고 딱히 뭘 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아, 오늘 일을 거의 안했다. 이 정도랄까..


마트에서 산 니기리즈시와


치라시스시를 저녁으로 먹었다.

그래도 삼시세끼를 잘 챙겨먹고 있다는 것에 의미를 둔다.

  1. 오사카출장킷푸를 살 때 받은 지하철1일승차권이 정말 다음날까지만 사용할 수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괜히 사용하지 않았다가 멀쩡한 승차권을 못 쓰게 될까 싶어서 그냥 써버렸다.칸사이공항역에서 살 때도 판매하는 아줌마에게 문의를 했는데 다음 날까지 사용해야 한다는 답변을 들어서..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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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에 늦은 여름휴가 겸 작은 일 몇 가지로 일본에 갔다온 후 한 달 정도 지나서 다시 가게 되었다. 이번에는 동쪽과 북쪽이 아닌 칸사이지방의 오사카. 요즘에는 토쿄에 머무는 경우가 더 많지만, 오래간만에 칸사이지역 탐방을 위해서 오사카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칸사이지방을 찾는 외국인들이 늘어나면서 사철회사의 외국인용 패스의 이용범위 및 가격 등의 변화가 생겼는데, 여행 목적의 단기체재 외국인들의 방문이 늘어나면서 이래저래 재미를 본 철도회사들이 조금씩 패스의 혜택을 줄이는 식으로 이용 규칙을 변경하기 시작했다. 특히 '혜자패스' 로 인기가 있었던 킨테츠레일패스는 유효 기간 중 3회의 특급열차를 탈 수 있어서 오사카난바역에서 나고야 또는 토바 등에 갈 때 특급열차를 이용할 수 있었으나, 9월 말에 이 패스의 판매를 종료하고, 특급권을 빼고 200엔을 할인한 가격에 판매하기 시작하였다. 장사가 잘 되다보니 굳이 외국인들에게 많은 혜택을 주면서 판매하고 싶지 않았을 수도 있고, 킨테츠 노선이 지나가는 지역자치단체에서 어느 정도 보조금이 있었을 터인데 막상 사람들이 그 지역 방문을 잘 하지 않아서 별다른 효과가 없어 이를 중단했을 수도 있고,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외부자의 입장에서 그 자세한 내막까지 알 리는 없고 그냥 아쉬운 마음이 들지만,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다시 이용조건이 좋아질 때까지 이 패스는 이용하지 않게 될 것 같아서 킨테츠레일패스의 개정에 앞서 마지막으로 이 패스를 사용하면서 언제까지일지는 모르겠지만 이별 여행을 해야겠다고 처음부터 작정하고 갔다.


낮 비행기인데 점심을 안 먹어서 배가 고파서 기내에서 컵반을 시켜서 먹었다. 일본에서 고추장 먹을 일은 없을 터이니 미리 먹어두려는 의도는 아니고, 밥을 먹어야 속이 편한 밥돌이라서 회사 카드를 꺼내 스윽 긁어주었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해 비행기 안에서는 비싸더라도 이 즉석밥 외에 밥을 먹을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부르는 것이 값이다. 심지어 이 음식은 면세일텐데, 여기서 경제학의 원리를 다시 깨우치게 된다.


양이 많지 않은데 두 개를 먹자니 뭔가 눈치가 보인다.
저 X돼지새끼가 먹기는 엄청 먹는다고 승무원 언니가 째려볼 지도 몰라.. 


장거리는 아니지만 이렇게 실내 조명을 거의 내린 상태.

한 시간 반 정도 걸려서 칸사이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윙셔틀을 기다리고 있다.


셔틀이 왔다.

셔틀을 타고 내렸는데 입국장에 사람이 많아서 입국 수속에 한 시간 이상이 걸렸다. 얘네들도 이게 심각한 문제라고 판단했는지 나중에 칸사이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미리 입국자의 지문과 얼굴 사진을 찍도록 지문인식기와 카메라를 설치해두고, 입국심사대에서는 입국심사관이 여권과 입국신고서를 보고 단기체재 스티커를 붙여주는 방식으로 입국수속시 걸리는 시간을 줄이도록 하였더라는.. 


칸사이공항역

왼쪽에는 난카이, 오른쪽에는 JR서일본의 창구가 있다. 저렴하게 오사카 시내로 간다면 난카이를, 오사카를 넘어서 칸사이지역 구석구석을 돌아보고 싶다면 다양한 외국인용 패스를 판매하는 JR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이번에는 킨테츠레일패스를 이용하려고 하는데, 2016년 10월부터 킨테츠레일패스가 개정되어 특급권이 사라지면서 가격 대 성능비가 급격히 떨어지게 되었다. 그러나 9월 30일 이전에 구입한 기존의 패스는 여전히 이용할 수 있어서 한국의 여행사에서 남은 재고를 팔 때 하나 사둔 것이 있었다. 예전에 난바에서 나고야를 오갈 때 패스에 포함된 특급권 세 장 중 두 장을 사용하고 한 장씩 남아 있던 것들도 챙겨와서 무려 다섯 장의 특급권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히히히...


칸사이공항역 매표소 근처에는 일본인도 많지만 외국인이 상당히 많다. 내국인은 자가용이나 리무진버스 등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을 터이고, 단기체재 외국인처럼 파격적인 할인 티켓 구매 대상이 아닌지라 IC카드를 이용하기도 하니 줄을 서서 기다릴 필요가 없기도 할 터이고..

 

아예 IC카드만 사용할 수 있는 게이트도 있다. 스이카, 이코카, 파스모 등 여러 카드가 호환이 되는데, 처음에 출시했을 때는 발행한 회사의 지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제약이 있었지만, 이런 점 때문에 이용자들이 여러 카드를 사야하는 불편함이 있어 하나 둘씩 호환이 되도록 하여 대부분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진 교통계 IC카드로 JR및 사철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미안하지만 어릴 때부터 이런 것 별로 안 좋아했다..


난카이선을 타는데, 이런 급행열차는 안 탄다.


난카이전철의 간판특급 라피트를 타고 가겠다.

원래 라피트의 편도 정규 가격은 1,430엔(운임 920엔, 특급료 510엔)인데, 공항철도가 늘 번잡한 것은 아니라서 빈 자리가 많은 편이라 여러 이유로 할인승차권을 판매하고 있어서 제 돈을 주고 사면 바보가 될 수 있다. 회사 사정이 좋으면 이런 것 저런 것 신경 안 쓰고, 그냥 매표소에 가서 가장 빠른 라피트 표를 하나 달라고 하겠지만, 예산이 졸라 빠듯해서 허리를 졸라매야하는 상황이라면 뭐라도 조금 더 싸거나 부수적인 혜택이 있는 승차권을 찾게 마련이다. 우선 난카이전철 매표소에 가서 라피트 승차권을 달라고 말하면, 알아서 300엔이나 저렴한 1,130엔에 라피트 편도 승차권을 준다.[각주:1] 

그런데 어차피 저녁에 호텔에 가서 바로 잠을 자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므로, 시내를 싸돌아다니기 위해 라피트 편도 승차권에 오사카시영지하철 1일 승차권이 합쳐진 오사카 출장 킷푸(大阪出張きっぷ)[각주:2]를 샀다. 가격은 예나 지금이나 1,500엔이지만, 예전에는 매년 기간을 연장해가면서 연중 판매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어떤지 정확히 잘 모르겠지만 일단 2018년 3월 31일까지 판매한다고 한다. 한국의 여행사에서 미리 구입을 하거나 난카이 웹사이트에서 미리 구입을 하고 수령하는 것이 좋겠다.

 

비행기 승무원 복장과 유사하게 만든 제복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열차는 만화 철인 28호에서 모티브를 열차라고도 불린다고 하는데, 철인 28호 만화를 안 봤다...


이 열차는 라피트 베타(β), 라피트 알파에 비해서는 정차역이 더 많다.


라피트는 전석지정석이므로 좌석지정을 하지 않고 탈 수 없다고 하는데, 빈 자리가 있는 경우 일단 올라 탄 다음에 따로 차장이 검표할 때 특급권을 구입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안해봐서 어떤지는 잘 모르겠고..


라피트가 먼저 출발하고 4분 후에 난바행 급행열차가 출발한다. 난카이선 급행열차도 크게 느리지는 않아서 평소에는 즐겨타는 편인데, 지하철 1일 승차권 가격을 고려하면 오사카 출장 킷푸가 더 저렴해서 라피트를 타게 되었다.


일본에는 여성전용차량이 있다. 한국에서는 서울지하철에서 여러 차례 실패한 적이 있고, 부산지하철에서 실시중이라고 하는데, 언젠가 유튜브에서 일본의 어느 전철의 여성전용칸에 남자가 타서 여자가 여기는 여성전용칸이니 다른 칸으로 가달라 했으나, 남자가 그냥 무시해버리고 버티자 여자가 울부짖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여성전용칸에 탄 남자도 이상하지만, 그 여자는 남성혐오증세가 있다고 보일 정도로 난리를 치는 것 역시 이상해서.. 


칸사이공항역을 출발


바다를 건넌다. 이 연륙교는 트러스공법으로 지어진 세계 최장의 다리라고 한다. 왕복 6차선의 차량용 도로가 있고, 아래에 철도용 복선 철로가 있다. JR과 난카이는 모두 협궤차량을 사용하고 있어 이 두 회사가 선로를 공유하고 있다. 린쿠타운까지 선로를 공유하고, 이후에는 각자 자기들만 사용하는 노선으로 운행하는데, 둘 중 한 쪽이 더 많은 열차를 투입하려고 해도 병목구간이 있어서 한계가 있다고 한다.


칸사이공항은 말도 안 되게 비싼 일본의 땅값으로 인해 토지수용이 사실상 불가능해서 아예 땅을 매립하여 인공섬을 만들었고, 육지에서 섬을 연결하는 다리를 건설했다. 그런데 이 동네의 지반이 연약지반이라서 공항이 위치한 땅이 조금씩 가라앉고 있다고 한다. 워낙 이상한 일들을 많이 하는 곳이라 어떻게든 지반침하를 막는 뭔가 수단을 찾아내서 하지 않을까 싶다. 설마 그냥 공항이 가라앉는 것을 보고 있지만은 않겠지..


사람이 많지는 않은 것을 보니 왜 할인티켓을 만들어 파는지 알 수 있다.


키시와다역. 아직 절반도 지나지 않았다.

 

도착한 역은 신이마미야역.

오사카 시내에서 저렴한 숙소가 몰려있는 곳이다. 지난 달에 출장여비로 돈을 많이 써버려서 구멍가게 같은 회사 재정에 엄청난 타격을 입혔기에 숙박비를 아끼려다보니 별 수가 없다. 비싼 호텔이 좋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그냥 찬바람 막아주고 잠만 잘 수 있어도 큰 상관하지 않아서 숙박비는 최대한 아껴서 먹는 것에 보태는 거렁뱅이 여행이 이번의 컨셉. 그냥 노숙만 하지 말자 정도라고나 할까..


라피트는 떠나간다..


월드컵 지역별 최종예선 경기를 보는데 일본이 이겼다. 이 때만 해도 한국이 그럭저럭 괜찮은 출발을 해서 무난히 월드컵 본선에 출전하겠거니 했는데, 1년 여 후에 보니 일본이 편하게 본선 진출을 확정지은 반면, 한국은 똥줄을 태우다 간신히 본선에 진출하는 신세가 되었다. 슈팅영개 감독의 경질도 있었고, 막판에는 탈락을 염려했을 만큼 대표팀도 지켜보는 국민들도 힘들었던 시간이었다.


우편물 몇 개 보내고, 난바에 들러 수퍼마켓에서 먹을 것을 조금 사와서 늦은 저녁을 먹었다. 이번 비즈니스 트립의 "거지모드" 와 아주 잘 어울리게 마트의 땡처리 음식을 사들고 와서 배불리 먹고 내일부터 시작되는 '킨테츠레일패스 마지막 이용이 될 가능성이 높은 여행' 을 시작하기 위해 잠을 청했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역시 초밥의 나라 답게 한국에서 파는 것보다는 훨씬 맛있다.

  1. 그러나 올해 봄부터 300엔 할인은 칸쿠-웹토쿠 티켓이라 하여 웹사이트에서 미리 구입하는 경우만 적용되고, 칸사이공항역에서는 160엔 할인된 라피트 승차권(특급권포함)을 판다. 결론은 제 가격 주고 타면 호구. [본문으로]
  2. 예전에는 외국인대상으로 팔던 요코소오사카티켓과 내국인대상의 오사카출장킷푸가 따로 있었는데, 오사카출장킷푸가 사라진 듯하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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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 곳이 어디인지 감을 잡아야 하는 것이 과제다. 길을 잘 잃어버리는 특기를 가지고 있고, 두 달 전에 교토에 와서 치온인과 헤이안진구 등에 다녀오면서 교토 시내를 돌아다니기는 했지만 여전히 교토 시내의 지리는 잘 모르는데다, 방향이나 거리감 모두 어설픈지라 혹시라도 길을 잘못 든다면 어떻게 될 지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오후 9시 즈음에 교토역에서 열차를 타면 자정 이전에 킨테츠나고야역까지 갈 수 있기는 한데, 그러면 나고야 도착이 너무 늦으니 그보다는 두세 시간은 먼저 출발하려면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아서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비로 인해 토사가 쓸려나갔는지 이런 출입금지 표시가 있는데, 이런 안내를 아주 잘 따르는 말 잘 듣는 사람이어서 당연히 들어가지 않았다. 들어오지 말라는데 들어가는 사람들이 이상하지 않은가.. 주변에 자주 일어나는 사고 역시 평소에 하라는 것을 제대로 안 하고, 하지 말라는 것을 하다가 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본이라고 항상 원칙을 준수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보다는 많은 부분에서 나은 것은 사실이라 조금 안타깝다.


이 곳에도 리니어신칸센(츄오신칸센)을 교토에 유치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포스터를 붙여놓았다. 그러나 이 새로운 자기부상철도는 교토를 피해서 가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그럼에도 아직 나고야-오사카 구간은 아직 착공조차 하지 않아 개통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서인지 결정을 번복하기 위한 교토의 상공인들이 애를 쓰고 있는 모양이다. 지금도 토카이도신칸센 노조미라면 토쿄에서 두 시간 남짓이면 오는데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가 싶은 생각이 든다. 츄오신칸센 개통 이후 50년 이상 휴식 없이 계속 운행해온 토카이도신칸센의 대대적인 정비 및 보수를 위하여 장기간 운행 중지를 계획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확실히 결정난 것은 아니지만 1차 개통구간인 시나가와-나고야 구간이므로, 나고야 이서 지역인 교토, 오사카까지는 나고야부터 특급열차로 오사카까지 수송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나고야 서쪽의 구간은 현재 계획만 발표되었지 2045년에 개통 예정이라고 하니 아직 30년 가까이 남았다. 그 때까지 살아있을 지도 모르겠네 뭐..


그런데 뭔가 눈에 띄는 것이 있어서 보니 불상이 있다. 크고 아름다워요. 웅장한 느낌이다.


안에 들어가면 입장료를 내야해서 그냥 밖에서 사진을 찍었다. 매표소의 직원이 보고 있어서 그냥 대충 한 장 찍고 말았다. 평소 종교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데다 절과 신사를 자주 다니다보니 별로 특별한 것도 못 느끼겠고, 입장료는 300엔이지만 시간이 여유있는 것도 아니고 들어가도 저 불상 말고는 특별히 볼 것이 없을 것 같아서 그냥 발길을 돌렸다. 역사와 문화재 구경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으로 밥먹고 사는 사람도 아니기도 해서 생소한 것은 그냥 건너뛰기도 한다.


저 관음상은 료젠칸논(霊山観音), 한국식으로는 영산관음이라고 한다. 이제 지겨울 정도로 반복하지만 종교에 대한 지식이나 이해가 부족해서 딱히 덧붙일 말도 없지만, 적어도 저 불상이 누구인지는 알려야 할 것 같아서. 홈페이지 주소는 http://www.ryozen-kwannon.jp 라고 한다. 료젠칸논인데 사이트 이름은 료젠-콴논으로 되어 있는 것이 이상하네..

스펙을 적어보자면,

높이:24m

얼굴:6m

눈썹:1m 10cm

눈:1m

코:1m 6cm

입:90cm

총중량:500t


어마어마하다.


저 그림을 보는 순간 달심이 떠올랐다. 죄송합니다.. ㅋ


뒤를 돌아보니 멀리 키요미즈데라가 보인다.


료젠칸논을 마지막으로 북쪽으로 방향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지금까지 계속 북쪽으로 가고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게 된다. 길치의 비애.. ㅠㅠ

그렇다고 당황하지는 않는다. 흔히 겪는 일이라서 아무렇지도 않다.


코다이지(高台寺) 종루


료젠칸논에서 북쪽으로 가면 코다이지가 있다. 이 절의 정식명칭은 코다이쥬쇼젠지(高台寿聖禅寺)로 토요토미 히데요시 사후 그의 부인이었던 키타노만도코로 네네(寧々)가 출가하여 코다이인코게츠니(高台院湖月尼)라는 칭호를 받고, 이 절에서 지내면서 가문의 영속을 기원하였다고 한다. 결국 토요토미 가문은 멸문하고 말았지만.. 교토의 유명한 절이 한두 곳이 아니라 주목받지 못하고 자주 거론되는 장소는 아니지만 중요문화재 여럿이 보존된 곳이라 들어가고 싶지만, 어느덧 오후 3시가 넘어가고 있어서 발길을 돌렸다. 코다이지는 히가시야마토로(야간에 등불을 밝히는 행사)의 지역이기도 한데, 갈 곳은 많으니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는 수밖에. 이래놓고 가지 않을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 

다음에 교토에 초청해주시면 제가 코다이지 방문하여 여기저기 둘러보면서 세세한 여행기를 쓰도록 하겠습니다..


사진을 찍는데 방해가 되는 차들이 있는데 주차장이라고 표시를 해두었으니 어쩔 수 없다.


코다이지

시간이 없어서지 돈이 없어서 들어가지 않은 것은 아니다..


두꺼운 겨울용 외투와 점퍼를 입어야하는 한국에 비해서는 따뜻해서 사람들의 옷차림이 가벼워 보인다.


이 사진을 보니 겨울에 한 번 와서 보고 싶은데, 어디에서 사진을 찍어야 저런 구도가 나올지 궁금해졌다.


네네노미치(ねねの道)로 가기 위해 내려갔다.

네네(寧寧)는 위에서 잠시 등장했던 히데요시의 정실 키타노만도코로의 본명인데, 히데요시 사후 네네는 19년을 코다이지에서 보내고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그 이름을 따서 이 길을 네네노미치라고 명명했다고.



뭔가 특이한 탑이 하나 있는데..


특이하네..

나중에 찾아보니 다이운인(大雲院)이라는 절이고, 저 높은 누각은 기온카쿠(祇園閣)라는 누각이라고 한다.

 

하수도 맨홀 뚜껑의 무늬도 특이하다.

벚꽃과 단풍인가..


교토에 흔한 인력거

저걸 타면 편하기는 할텐데 혼자 타면 재미없을 것 같다.
그래서 안 탐..


여기는 키모노렌탈가게인 것 같다. 해당사항 없는 곳이므로 패스.


더 깊이 들어가면 다시 나와서 돌아가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서 적당히 멈추고 왼쪽을 살짝 보다가 뭔가 절 같은 것이 보이는 곳으로 방향을 바꾸어 가본다. 계속 가다가는 길을 잃어버리고 헤맬 것 같은 불길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래서 더이상의 무모한 도전은 하지 않기로 했다.


오타니소뵤

이미 방향감각을 상실한 채 어느 절 같은 장소에 도착했다. 이 곳이 정확히 어디였는지 기억이 잘 안 나서, 동선을 보았을 때 소린지(雙林寺)라는 곳이 아니었던가 싶었는데, 구글에서 찾아보다가 겨우 비슷한 사진을 하나 찾아서 여기저기 찾아보니 오타니소뵤(大谷祖廟)라는 곳이다. 이 곳은 히가시혼간지에서 운영하는 납골당과 같은 장소인 것 같다. 그러고보니 처음에 키요미즈데라에 가기 전에 들렀던 곳이 오타니혼뵤라는 곳이었다는 생각이 났다.


혹시 몰라서 잠시 들어가보기는 했는데 예상대로 납골당 같은 곳. 이런 곳에는 용무가 없으니 들어가다가 발길을 돌렸다. 이제 엔잔공원쪽으로 갔다가 슬슬 호텔로 돌아가 짐을 챙겨 나고야로 떠날 차비를 해야할 것 같다. 지난 이틀 동안 너무 일에 매달려 있던 탓에 교토 구경을 제대로 하지 못한 아쉬움이 진하게 느껴졌다.


네네노미치(ねねの道)의 구글지도

14. 오사카로 돌아오는 길

2014. 11. 18. 14:29

혹시나 해서 역에 서둘러 왔는데 운이 좋게도 곧 출발하는 열차가 있다. 하시다테 8호를 탈 수 있으니 아마노하시다테에서 교토역까지는 약 두 시간 정도 걸리니까 생각보다 일찍 오사카에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 별로 잘 먹지도 못하면서 지난밤에 많이 걷고, 또 적지 않은 거리를 걸었으니 일찍 들어가서 쉬어야지 이러다가 한국에 돌아가서 드러누우면 큰일이다.

하시다테 8호는 17시 36분에 출발. 이 때가 열차 출발 10분 정도 전이었던 것 같다.

지정석이면 일찍 들어와서 기다릴 필요가 없는데 자유석이라서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좌석이 지정되지 않은 자유석 승차권 소지자는 자유석으로 정해진 객실에만 승차할 수 있고, 사람이 많아서 자리가 없으면 서서 가는 입석과 다를 바 없다. 더구나 하시다테 8호는 열차의 시발역이 아닌지 플랫폼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서 혹시 자리가 모자랄 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미리 줄을 섰다.

저 밥통열차를 타는가 싶었는데 그건 아닌가보다. 의자가 편한 열차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열차가 들어온다. 그리고 앞에 있던 중국인 아줌마 관광객들의 질주가 시작된다. 오 마이 갓~ 사진이나 찍고 있을 때가 아니다. 어서 열차를 타고 앉을 자리를 찾아야 한다. 기왕이면 단체 승객과 같은 차에 타고 싶지는 않았는데, 다른 차 승차구 앞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더 많아서 별로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 같다. 아줌마들과 함께 가야 한다. 사람 나름이겠지만 대체로 중국인 아줌마들이 여럿 있는 경우 목소리가 커서 시끄럽지 않을까 걱정을 했는데, 그렇게 목청이 좋은 아줌마들은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아마노하시다테에 갈 때와 마찬가지로 미야즈역에서 열차는 방향을 바꾼다. 다행히 뒤에 앉은 사람이 없어서 의자를 돌리고 간다. 카메라가 후져서 어두워지면 노이즈가 심하다.

KTR은 여러 사철 회사 중에서도 경영 상태가 상당히 좋지 않아서 영업 적자가 매년 8억엔에 육박해서 지자체에서 나오는 지원금으로 간신히 연명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열차를) 타서 보존하자, 미래의 아이들에게" 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눈에 띈다. 적어도 후쿠치야마까지는 이래서는 잘 될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드는 노선이었다. 사실 이 철도 노선의 중심인 미야즈시의 총인구가 2만 명에 채 미치지 못하고, 미야즈센의 마이즈루시와 토요오카시 역시 각각 총인구가 8만여 명에 그치는 정도인데다 산골 마을이 많은지라 철도가 유동인구를 모두 흡수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아 보인다.

이 열차는 그동안 보아왔던 JR의 열차가 아니고 아마노하시다테에 올 때 탔던 KTR의 열차와 같은 열차였다. 나중에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KTR의 8000계 디젤동차라고 한다. 하시다테가 운행하는 구간은 전화(電化)가 되어 있어 전동차가 다닐 수 있지만, KTR의 다른 구간에 비전화구간이 많아서 디젤동차를 굴리는 것 같다. 연료비가 많이 들어가지만, 그렇다고 수요가 많지 않은 구간에 전선을 설치하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노릇이니 이해가 된다. 열차의 애칭은 탄고 디스커버리(Tango Discovery. タンゴディスカバリー)로 특급형 열차. 처음에 타고 왔던 후쿠치야마-아마노하시다테를 비롯해서 KTR의 모든 특급 노선에 투입되고 있다고. 열차 시트커버에 탄고치리멘(丹後ちりめん)이라는 광고가 있는데, 이 지역의 특산물이 견직물이라고 한다.

미야즈역을 출발하면서 차장 아저씨가 와서 검표를 한다. JR간사이 와이드 패스와 아마노하시다테 패스를 같이 보여주면서 교토까지 간다고 했다. 이제 잠을 자면 되는구나.

잠깐 졸다가 안내방송 소리에 깨어 눈을 떠보니 후쿠치야마역에 도착한 모양이다. 옆 플랫폼에 신오사카방면의 코노토리가 대기하고 있다. 역시 건너가서 올라타면 신오사카까지 갈 수 있지만, 이미 한 번 지나온 길을 또 가면 재미없으니까 돌아가는 길은 산인혼센(山陰本線)을 이용해서 교토를 거쳐 내려가기로 한다. 이미 어두컴컴해져서 경치를 본다거나 그런 것은 어려울 것 같지만.

카사마츠공원에 가면서 지났던 코노진자(籠神社)의 광고가 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이 신사의 이름을 어떻게 읽는지 몰라서 나중에 찾아보려고 사진을 찍어두었다. 일본어 한자 읽기는 쉽지 않다.

후쿠치야마역을 출발하면 정차하는 역은 아야베(綾部), 소노베(園部), 카메오카(亀岡), 니조(二条), 그리고 종착역인 교토. 후쿠치야마-아야베 구간과 사가노센(嵯峨野線)이라는 애칭이 붙은 소노베-교토 구간은 복선으로 되어 있다. 교토부라는 행정구역상에 있지만 그 면적이 워낙 넓은지라 후쿠치야마는 사실상 생활권이 다르다고 보아야 하는데, 기타긴키 빅X 네트워크의 중심지이자, 교토부 북부의 중심도시이기에 근교까지는 복선화를 한 것 같다. 소노베는 보통열차로도 40여 분 걸리는 정도라서 교토생활권에 들기 때문에 교토-소노베 구간은 산인혼센 중에서 가장 열차 운행이 많지 않나 싶다. 참고로 단풍으로 유명한 아라시야마에 갈 때도 이 사가노센을 타고 간다.

차장이 특급 마이즈루가 조금 늦게 도착을 해서 열차 운행이 지연된다고 했는데, 아야베역에 도착했을 때 열차가 한 번에 서지 않고 속도를 줄인 뒤에 슬금슬금 전진하다 "쿵" 소리가 나면서 멈췄는데 사고는 아닌 것 같고 느낌이 다른 열차와 병결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렇구나, 이 역에서 마이즈루와 병결해서 한꺼번에 가는 것 같다. 아무래도 열차 두 대를 따로 운행하는 것보다 하나로 합쳐서 가는 것이 비용이 절감되고 효율적이겠지. 시간표를 들고 있지 않아서 얼마나 늦어지는지는 몰랐는데, 병결 작업을 빨리 마치고 출발해서인지 열차의 출발은 정시에 한 것 같다.

졸다 깨기를 반복하다가 어느 순간 눈을 떠보니 니조역이라는 방송이 나온다. 서울로 치자면 영등포역에 도착한 셈이네. 슬슬 정신을 차리고 내릴 준비를 하고 다시 언제 탈 지 모르는 열차 사진 한 장 찍는다.

헤이세이 8년이라면 1996년일텐데 열차가 거의 30년이 다 된 것 같다. 그래도 많이 낡은 것 같지 않아보이는 것을 보면 여기저기 보수를 하고 교체를 한 모양이다.

이것이 내가 탔던 2호차고.

열차는 마이즈루와 합체를 하면서 행선안내는 특급 하시다테/마이즈루로 이름이 바뀌었다.

같은 계열의 열차가 병결되어 있다.

열차 안에는 이렇게 라운지도 있다.

이 열차는 다시 왔던 길을 돌아가야 한다.

하시다테 9호, 마이즈루 15호로 이름을 바꾸어서 각각 미야즈, 히가시마이즈루까지 간다.

내가 다음에 탈 열차는 간사이공항행 특급 하루카. 출발까지 시간이 남았다.

철도팬들이 왜 이렇게 차량 연결 부분의 사진을 찍는가 했더니 여기에 열차 정보가 있다.형식이 KTR8000, 정원 49명에 공차중량이 41.7톤. 후지중공업 제작 등.

열차 안에 있을 때는 잘 몰랐는데, 교토역 30번 승강장이 바람이 잘 통하지 않는 곳이라서 그런지 열차에서 나오는 매연이 괴로웠다. 기름 냄새와 타는 냄새가 진동을 한다.

뭐 이렇게 생겼다.

열차의 애칭인 탄고 디스커버리가 적혀 있다.

청소는 매일 하지만 언제 마지막으로 빨았을지 모르는 열차 시트다. 하~

사실 내가 타려던 하루카는 아까부터 기다리고 있었다.

역시 밥통 비스무리하게 생기기는 했지만 "하루카" 라는 이름을 좋아해서 이 열차도 좋아한다.

교토에서 간사이공항까지 환승 없이 한 번에 가는 유일한 열차이기도 하다.

하루카의 좌석은 버튼 하나 누르면 자동으로 방향이 바뀐다. 물론 수동으로 바꿀 수도 있다.

순대다. 아마 한국만큼이나 치열한 일본의 입시학원인 것으로 알고 있다.

신오사카에 내린다. 텐노지까지 갈까 했는데 너무 오래 앉아 있어서인지 허리도 아프고 지루해서 참지 못하고 뛰쳐내렸다.

이번에는 신산다행 보통열차를 탄다. 어차피 신오사카에서 오사카는 바로 다음 역이라서 어떤 열차를 타도 똑같다.

오사카역에서는 칸조센을 타고 돌아간다.

그냥 일찍 들어가서 자려고 했는데 배가 고파서 신이마미야에서 내려서 열차를 갈아타고 JR난바역으로 갔다. 난바 일대를 돌아다니다 주머니에 있는 동전을 모아 마츠야에 가서 규메시를 사먹었다. 마츠야의 규메시는 미소시루가 포함되어 있어서 좋다. 맛은 마츠야보다는 요시노야가 나은 것 같은데 참 오랜만에 먹는 규동이다. 고기가 적어서 아쉬운 감이 크지만.. 듣자니 일본에서 여자들은 이런 규동 가게를 잘 안 온다고 하는데, 토요일 밤이라고 쇼핑을 한 뒤에 집에 가는 어떤 아가씨가 규메시를 먹고 있고, 옆의 나이 좀 드신 아저씨는 병맥주를 시켜서 마시고 있다. 안쪽에는 한국말을 하는 성형괴물 언니들도 있고 뭐 그렇다. 사람이 바글바글해서 사진은 안 찍었다. 신기할 것도 없고 모두 먹느라 정신없는데 아마추어같이 신기하다고 사진 찍고 그러기는 좀.. 돌아오는 길에는 홋카이도 한정 삿포로 맥주를 오사카에서 팔고 있어서 식스팩 하나 사고, 니기리즈시와 군것질거리를 사려다 현금이 얼마 없어서 숙박비 외에는 쓰지 않으려고 봉인해두었던 카드를 쓰는 수밖에. 아마도 카드를 보는 순간 외국인인 것을 눈치 챘겠지 싶지만 뭐..


시무룩 노란동글이 잠꾸러기의 여행노트

<특급 하시다테>

JR니시니혼과 KTR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교토-아마노하시다테 구간의 특급열차. 상하행 5편씩 있으나, 마지막 하행편은 아마노하시다테가 아닌 미야즈가 종착역이다. 대신 미야즈에서 보통열차가 바로 연결되어 아마노하시다테에 갈 수 있다. 2014년 11월 현재 시각표에 의하면 09:25발 하시다테 1호, 10:25발 하시다테 3호, 12:25발 하시다테 5호, 14:25발 하시다테 7호는 교토에서 아마노하시다테까지 직통 운행한다. 소요시각은 약 2시간. 하시다테 5호는 미야즈센을 경유하여 토요오카까지 간다. 토요오카에 갈 목적이라면 그냥 특급 기노사키를 타는 것이 더 빠르다.

상행선은 09:58발 하시다테 2호, 13:54발 하시다테 4호, 15:01발 하시다테 6호, 17:36발 하시다테 8호, 18:46발 하시다테 10호가 있다. 이 중 하시다테 2호와 8호는 아마노하시다테가 시발역이 아닌 토요오카에서 출발하여 미야즈센을 타고 아마노하시다테에 도착한 다음 후쿠치야마를 경유하여 교토로 향한다. 굳이 이 시간을 맞추기 어렵다면 후쿠치야마-아마노하시다테 구간을 운행하는 KTR의 열차를 타고 후쿠치야마에 가서 열차를 갈아타는 방법이 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

교토부터 아마노하시다테까지의 열차운임은 편도 지정석 4,300엔, 자유석 3,880엔. 교토-후쿠치야마의 산인혼센 구간은 JR패스, JR간사이와이드패스로 이용가능하지만, 후쿠치야마-아마노하시다테 구간은 KTR의 구간이어서 따로 요금을 내야 한다. 보통열차의 경우 770엔이지만, 특급열차를 타는 경우 지정석 750엔, 자유석 650엔의 추가 요금이 발생한다. JR패스와 간사이와이드패스가 있으면 후쿠치야마역 또는 하시다테호 차내에서 KTR이 판매하는 아마노하시다테패스(1,600엔)를 사서 열차에 추가요금 없이 탈 수 있고 여러 혜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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