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샤의추억

후시미이나리타이샤 ②

2018. 4. 28. 16:35


계속해서 산 정상을 향해서 올라간다. 여기까지 와서 밑에 있는 토리이 몇 개만 보고 돌아가기도 그렇고, 영화 게이샤의 추억을 보지 않아서 내용도 잘 모르지만, 계속해서 등장하는 토리이가 어디까지 있는가 궁금하기도 하고..


앞의 포스트에서 이미 언급한대로 이 토리이는 신도 개인이나 회사 등에서 봉납한 것이라 누가 보내온 것인지 적혀 있다. 그 효과가 얼마나 클 지는 모르겠지만, 토리이를 봉납한 사람 또는 회사로서는 자신들을 알릴 수 있는 광고효과를 얻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토리이를 봉납할 정도라면 그 회사가 꽤 경영상태가 좋다는 뜻이 아닐까 싶다. 설마 망해가는 회사가 다시 잘 되고 싶다고 빚내서 봉납을 하지는 않을 것 같고. 


히잡을 쓰고 있는 저 여성 분은 동남아권에서 온 관광객인가 보다. 히잡스터가 새로운 동남아시아의 소비주체로 떠오르고 있다는 신문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일본은 한국에 비해 해외 관광객 유치에 더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사실 일본은 이미 정체에 접어든 자국민들의 소비를 대신하여 해외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인바운드 관광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세상에 여행하러 갈 나라가 한두 곳이 아니고, 서로 자국에 관광객을 유치하려는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일본은 아주 적극적으로 관광 일본을 기치로 외국인들이 돈을 쓰고 가도록 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어서, 초창기에는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소비세를 제외한 상품가 10,000엔부터 소비세 8%를 면제하는 면세정책을 펼쳤는데, 면세가 가능한 금액을 5,000엔(소비세 포함 5,400엔)으로 하향하면서 주머니가 가벼운 관광객들까지도 소비를 하게 만드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비록 정부 입장에서는 소비세라는 주요 세원이 감소하겠지만, 그만큼 외국인 관광객들이 상품을 많이 사서 돌아간다면, 민간 부문의 매출이 늘어나고, 자국민의 수입이 늘어나 민간 부문의 경제 활동을 촉진하기에 정부로서는 법인세나 소득세의 증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터. 이에 따른 민간 분야의 소득이 늘어남에 따라 일본 정부에서는 해외 여행객을 대상으로 하는 면세를 더욱 확대하고, 드럭스토어나 편의점 등의 일반 점포에서도 일본 내에 머무는 동안에 사용하지 않고, 출국시에 가지고 간다는 조건 하에 투명한 비닐백에 밀봉을 해서 판매하는 곳이 많다.


아직은 올라가는 사람이 내려오는 사람보다는 많은 것 같다. 빙빙 돌아서 가는 킨테츠를 타고 온 탓에 길바닥에 적지 않은 시간을 깔고, 호텔에 가서 짐을 두고 오느라 꽤 늦었는데 다행인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하자마자 저 쪽에서 많은 사람들이 내려오고 있다.

 위에 쓴 것을 취소해야 할 지도..

 

갈수록 내려오는 사람이 많아진다. 이 사람들은 부지런해서 일찍 올라갔다가 일찍 내려오는 것 같은데, 나는 왜 해가 지려고 하는 이 시간이 되어서야 올라가려고 하고 있는거냐.. 생각해보니 일찍 일어나더라도 짐을 다시 정리하면서 분실물이 있는지 확인한답시고 짐을 다 풀고 다시 싸면서 시간을 쓰다보니 쓸데없이 시간 낭비를 해서 그런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간에 소지품을 잃어버리는 일이 종종 있는데, 대개는 다시 찾게 되지만 잃어버린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

 

산 위로 올라갈수록 길이 좁아지고 토리이의 크기도 작아진다. 이 곳을 찾는 사람 중에서 산정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기도 하겠지만, 토리이 역시 신사 근처에 세우는 것과 산 정상에 가는 길에 세우는 것의 가격이 다르지 않을까 싶다. 

 

가도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가다보면 끝이 나오기는 하겠지만 슬슬 지겨워지고 있다.


괜히 산 정상까지 가겠다고 올라온 것인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인데, 무모함은 나의 특기였던가.. 드라마 아이리스가 한국과 일본에서 인기가 많았던 7년 전 겨울에 아키타에 가서 더 무모한 타자와코 도보 일주를 했더니 당시에 타자와코역 관광안내소에서 근무하던 한국인 직원이 놀라던 모습이 떠오른다. 돈이 없던 터라 가방도 그냥 보관해주고, 나는 그냥 빵 몇 개와 물 한 병을 가지고 그냥 눈 쌓인 호수 주변을 한 바퀴 돌았던 적이 있는데, 지금은 아주 양반이지 싶다. 야간열차로 오가며 숙박을 해결하였지만, 지금은 뭐 돈이 없다 싶으면 카드로 긁어버리면 되니.. 물론 그 돈을 메꾸기 위해서 적지 않은 고생을 해야하기는 하지만.

  

계속해서 토리이가 이어지니 이제 신기하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고, 지겹고 징그러울 정도. 이 산 위에 이렇게 토리이를 세우느라 많은 고생을 했을 것 같은데, 설마 인부들이 이것을 나누어 지고 들고 왔으려나. 이것들을 어떻게 여기까지 옮겨 왔는지 궁금해진다.


도대체 끝이 어디란 말인가..

 

아무래도 해가 질 시간이 되니 올라가는 사람들보다는 내려오는 사람들이 많아 보인다. 처음에는 그냥 적당한 지점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올 생각으로 왔는데, 계속 가다보니 끝까지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걷는 속도를 조금 높여서 부지런히 걸어간다. 지형이 험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어둠 속에서 산 속을 헤매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다.

 

이렇게 참배도가 있다. 아직 더 올라가야 하는 것 같다.

도대체 끝은 어디란 말인가.

 

산 위로 올라갈수록 길은 좁아지고 있고, 역시 세워져 있는 토리이의 폭과 높이도 좁아졌다.


이 쯤 되면 거의 다 올라온 것 같은데 아직 갈 길이 남은 것 같다.

마음 같아서는 그냥 내려가고 싶지만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베어야 한다고, 계속 가보기로 한다.

 

길이 두 갈래로 나 있다. 왼쪽은 내려가는 길[각주:1], 오른쪽은 올라가는 길. 당연히 정상에 도달하지 못하였으니 계속 올라가는 길로 걸음을 옮긴다.


토리이 봉납 가격에 대한 안내도 있다. 당연히 큰 토리이일수록 가격이 올라가는데, 175,500엔에서 시작하는 5호부터 130만엔이 넘는 10호까지 있다고 한다. 큰 토리이는 개인이 봉납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가격인 만큼 기업에서 큰 마음 먹고 내놓는 봉납금으로 지었을 것 같다. 


산 위로 올라갈수록 길이 좁아지고, 길이 좁아진 만큼 토리이의 폭도 좁아졌다. 여기까지 저 토리이를 옮기느라 인부들이 적지 않은 고생을 했을 것 같다.


빽빽하게 토리이가 세워져 있던 산의 초입부분과는 달리 이 곳에는 토리이 간의 사이가 꽤 멀고 띄엄띄엄 세워져 있다. 이미 산의 초입부분에 있는 눈에 잘 띄는 자리는 더 비싸고, 크기가 크니 제법 크고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는 회사나 재력가가 봉납하였을 것 같고, 이 정도 위치라면 그 자리를 놓친 사람들이 아쉽지만 그래도 이 곳에 봉납을 하겠다고 세운 토리이가 아닐까 싶다. 

 

걷는 속도를 빠르게 해서 앞에 가는 사람들을 추월하려고 하는데 길이 좁아져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세상 일이 모두 뜻대로 되면 뭐가 문제겠나, 잘 되지 않는 것이라 할 지라도 어떻게든 되도록 노력하는 수 밖에.. 결국 이들을 앞지르지는 못했다.


이 토리이는 조금 불안한 상태인지 보수 중인 것 같다. 아마도 비가 많이 와서 토리이를 세워둔 곳의 흙이 쓸려나가면서 불안한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 


이 쯤 되면 슬슬 끝이 보여야 하는데 아직 더 올라가야 하는 모양이다. 그냥 밑에서 구경하고 잠깐 올라왔다가 내려갈 것을 괜한 뻘짓을 했는가 싶은 생각이 들면서 내가 이러려고 여기까지 올라왔는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제 토리이만 봐도 신기하구나, 대단하다라기보다 징그럽다는 느낌이 든다. 이거 좋지 않다..


의도한 바는 아니나 저 커플이 계속 눈 앞에 있다.

 부부인지 연인인지 남자가 여자를 밀어주면서 올라가고 있다.


계속 올라가다가 잠시 뒤를 돌아보면서 사진 하나 찍고

 

계속해서 올라간다.

밑에서 보았던 두 남녀가 걸어가고 있다.

하나도 부럽지 않다.

 

 

아 스르발.. 언제 끝나는거냐..

 

여기는 토리이도 정말 띄엄띄엄 세워져 있다. 이 정도 위치라면 대형 토리이를 세우기는 어려울 것 같아서 적당한 가격으로 봉납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적은 금액은 아닐 것 같지만 그게 내 알 바는 아니고. 

 

저 두 사람은 여전히 잘 올라가고 있다.

추월은 나중에 내려갈 때 해야겠다.

 

지겨울 정도로 계속 올라가고 있는데 이 쯤 되니 정상이 머지 않았는데 여기까지 올라온 것이 아까워서라도 계속해서 올라가게 된다. 오르막을 오르는 것은 극도로 꺼리지만 그래도 산세가 험하지 않아서 별로 힘들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산 정상으로 갈수록 토리이의 크기가 작아지는데, 저 무거운 토리이를 인부들이 짊어지고 올라가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닐 터. 


드디어 산정에 도착했다.

산정이라고 하는데, 여기서 내려다 보는 경치 구경을 기대하였지만, 보이는 것은 묘와 묘비 뿐이다.

 

이제 더 올라갈 일은 없는 것 같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런 곳에서 별로 사진을 찍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산정에 도착한 뒤에 보니 이 곳이 해발 233미터라고 하니 산 치고는 그리 높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다. 계단이 많아서인지 여기 올라오는 길이 꽤 멀게 느껴졌는데 서울의 남산 높이가 262미터이니 남산보다 낮은 곳이더라는.. 

 

스에히로오카미(末広大神)라는 신을 모시는 곳이 있다.

산 정상에 왔으니 사진이나 찍어야겠는데 이 곳에서는 주변에 마땅히 사진 찍기에 좋은 곳이 안 보였다. 밑을 볼 수 있는 곳은 이런 신사 건물들로 막혀 있어서 산 밑이 보이지 않는데, 그렇다고 처음 온 이 곳에서 사진 찍을만한 장소를 찾는다고 주변을 돌아다니기도 애매하였다. 산 위에서 도시를 내려다보는 풍경을 기대하면서 왔건만 기대가 깡그리 사라져버렸고, 올라오다가 보았던 어느 바위 근처에 가서 사진을 찍어야 할 것 같다.


이제 잠시 숨을 돌리고 나서 해가 지기 전에 산 위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초스피드로 하산을 시작했다. 올라가는 것에 비해 내려가는 것은 빠를 터이니 조금 서둘러서 내려갔다. 


이 시간에 산 정상까지 올라오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빠르게 내려갈 수 있는데, 움직이면서 사진을 찍기도 하고 사람의 눈에 비치는 것보다 카메라 렌즈로 보이는 빛의 양이 적어서 그런지 흔들리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해질 시간이 다가오고 있어서 해가 지는 모습을 찍으려면 슬슬 서둘러야 할 것 같다. 


사진을 찍고 보니 저 멀리 세라복을 입은 사람이 있었던가..

 

꽤 내려온 뒤에 계단을 올라오고 있는 부부 또는 연인으로 보이는 서양인들을 보고 서로 가볍게 인사를 했다. 모르는 사람이지만, 이 사람들은 지나가는 사람들끼리 서로 그냥 인사 한 번 하면서 얼마나 더 올라가야 하는지 물어본다거나 서로를 격려하는 의미라고나 할까.


잠시 뒤돌아 사진 하나 더 찍고

  

더 내려와서 누군지 모르는 걸어가는 사람 뒷모습 사진도 하나 찍고


이제 슬슬 지겨워지고 있다.. 어흑 

  1. 이 지점을 기준으로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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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시미이나리타이샤 ①

2018. 2. 11. 16:54

교토라는 곳에 오면 특별한 목적지 없이 걸어다니는 것이 주가 되기 때문에..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방 안에 짐을 던져놓은 다음 바로 남쪽으로 방향을 잡고 걸어갔다. 킨테츠 레일패스는 교토 시내 관광에는 거의 도움이 안 된다고 보면 되는데, 그 이유는 주된 관광지를 피해서 다니고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나마 킨테츠 교토역에서 킨테츠 교토선 첫 역인 토지(東寺)역에 내리면 토지에 갈 때 조금 편할까, 다른 곳에 갈 때는 있으나 마나한 그런 물건이 되겠다. 구글 지도를 켜고 대충 살펴보니 그래도 교토역에서부터 걸어가는 것보다는 두 역 다음인 쥬죠(十条)역이 조금 더 가까운 것 같아서 일단 열차를 타러 갔다. 나중에 보니 카미토바구치(上鳥羽口)역에서 내리는 것이 조금 더 가깝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뭐 큰 차이는 없을 것 같다..


쥬죠역(十条駅)

거리로 보면 교토역까지 약 1.5km 이내인 것 같은데, 쥬죠역에서 이나리신사까지 걸어가는 거리를 생각하면 조금이라도 덜 걷는 것이 나을 듯해서 귀찮지만 열차를 타고 왔다. 어차피 돈이 더 들어가는 것도 아니니 뭐.. 열차를 이용해서 간다면 케이한 본선의 후시미이나리(伏見稲荷)역 또는 JR의 나라선 이나리(稲荷)역에서 내리는 것이 가깝다. 케이한이나 JR을 타면 따로 돈이 들어가기도 하고, 그냥 시간이 많이 있어서 설렁설렁 걸어서 가보기로 한다. 열심히 돌아다닐 의욕은 별로 없는 것 같은데, 여기까지 와서 방 안에 틀어박혀 있는 것도 그렇고 하니.. [각주:1]


이번에는 닌텐도 건물을 사진에 담아보고 구글 지도를 따라서 후시미이나리신사로 걸어갔다. 지도에서는 약 2.6km라고 32분에 걸어갈 수 있다고 하는데, 평균적으로 1시간에 4km정도를 걷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다리 긴 양놈들 기준으로 계산해서 그런 것인지, 구글 지도에서 너란 놈은 평소에 빨리 걸으니 한 시간에 5km를 걸을 수 있다고 여겨서인지..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면서 슬슬 걸어가니 대충 40분 정도 걸리지 않을까 싶다.


해외에서 온 여행객의 대부분은 열차를 타고 가장 가까운 역까지 와서 내려서 들어가기 때문에 걸어가는 동안 거의 보지 못하고, 이나리신사 근처에 와서야 몇몇 사람들을 보고 거의 다 왔구나 싶었다. 관광객이 많은 곳이라 그런지 이렇게 타코야키라든지 오코노미야키를 파는 곳들이 있는데, 이런 곳은 뜨내기 사람들이 많은데다 이 곳에서 장사하는 자릿세라는 것도 있어서 비싸지 않을까 싶다. 별로 뭔가 먹고 싶은 생각도 없고, 빵 몇 조각 먹고 왔다고 배가 고프지도 않아서 그냥 가볍게 지나서 바로 이나리신사로 간다.


와규스테이크도 팔고 있다. 고기는 좋아하는데 치아불량으로 스테이크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그냥 지나친다.


저기 보이는 토리이 밑으로 들어가면 되는 것 같다.


역시나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아침 일찍 왔어야 했는데 해가 중천에 떴을 때 출발을 했으니 뭐 어쩔 도리가 없다. 업무 관계로 일본에 자주 드나들면서 이번에는 어떤 장소에 꼭 들러서 보고 와야겠다 싶은 생각은 들지 않게 되는 것 같다. 이번에 시간이 안 되면 다음에 가지 싶은 정도라고나 할까..

 

여기서 손과 입을 헹구도록 합시다.


여우상이 있는데, 이것도 봉납으로 누군가가 바친 모양이다. 이 녀석이 '여우신사' 라는 별칭이 붙게 한 그 여우인가보다. 


후시미이나리타이샤(伏見稲荷大社)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오른쪽에 있는 여우를 사진에 담아본다. 그런데 저 여우가 물고 있는 저 동그란 것은 무엇일까. 여의주인가..


왼쪽에 있는 여우.

얼핏 열쇠같이 보이는 이상한 것을 물고 있다.


사람들이 보내온 술이 잔뜩 있고 사람들은 뭔가를 기원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곳에 오면 사람이라는 것이 이렇게 보이지 않고 다가갈 수 없는 존재에게 기원하고 의지하는 참 나약한 존재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도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짧게나마 빌어본다.


오른쪽에는 수험생들의 면학향상, 수험합격에 효험이 있다는 히가시마루신사가 있다. 수험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는 그냥 공부 열심히 하는 것이 중요하고, 시험 날에 컨디션을 최고가 되도록 차분히 준비하는 것이 좋지, 뭐 별 소용없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고 경험. 물론 이런 믿음을 통해서 자신감을 얻는다든지, 심리적 안정을 찾을 수 있다면 도움이 되겠지만..


이 사람들은 여기서 뭔가를 빌고 있다. 아무래도 외국에서 온 관광객들은 방문기념으로 여기저기 배경으로 사진 찍기에 바쁘지만, 일본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바라는 것을 이 신사에 와서 기원하기 위함이겠지 싶다. 신의 존재를 검증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믿는 것 밖에는 없겠지만, 무언가 믿고 의지하고 싶은 인간의 나약함을 보게 되는 것 같다. 


가족 단위로 온 사람들도 있고, 외국인들도 보인다.


삿포로맥주에서 맥주를 보내왔고, 옆에는 아사히맥주로 보이는 것이 있고, 간장회사에서도 간장을 보내왔다. 술 이외에도 자기 회사에서 만든 것들을 공물로 바치기도 하는가 보다. 이게 나름대로 광고효과도 있을 터이니 회사 입장에서는 얼마 되지 않을 공물을 보내면서 생색을 낼 수도 있을 것 같다.


종교라든가 공물 같은 것에는 별 생각이 없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사람들의 모습만 바라보고 있다.


저 연인을 찍으려 한 것은 아닌데 얘들이 알아서 프레임에 들어왔다.


이 신사는 게이샤의 추억에 나온 뒤로 더 유명해지면서 외국에서 온 사람들이 많이 찾게 되었다고 한다. 9년 전 즈음에 교토에 있는 친구집에 방문했을 때만 해도 이 곳이 키요미즈데라나 금각사, 은각사, 그리고 아라시야마만큼 유명하지 않아서 친구와 친구의 아버님은 이 곳을 추천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키요미즈데라나 킨카쿠지, 긴카쿠지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 되었다. 집에 게이샤의 추억 영화가 잘 보존되어 있기는 한데, 영화평이 별로여서 안 보고 그냥 내버려두었다가 봤다. 일본을 배경으로 하면서 중국 출신의 배우들이 등장해서 연기하는 것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고, 극 중에서 일본인으로 등장하는 사람들이 영어로 대사를 한다고 해서 별로 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던 것 같다. 어느 순간부터 영화와 담을 쌓고 지내게 되면서 영화를 잘 보지 않은 것도 있고..


왼쪽에는 단체로 온 관광객인 것 같다. 


교토시에서 다국어로 설명을 함께 적어두었다. 외국어로는 영어, 중국어, 그리고 한국어가 있다.


경내 안내도

설마설마했는데 결국 산 정상까지 올라가는 짓을 해버리게 된다.


이 신사의 이름인 이나리(稲荷)는 여우라는 뜻이 있는데, 여우는 신의 곡식을 맡은 사자라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나리즈시(稲荷寿司)는 유부초밥을 말하는데, 여우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그냥 이름만 같은 것일까.. 이 신사는 711년 이로코노하타노키미(伊侶巨秦公)가 이나리 산의 3개 봉에 하타(秦) 씨족의 수호신을 모신 것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하타씨는 정확히 어디 출신인지는 모르겠지만, 고대에 백제, 신라, 가야 쪽에서 온 도래인이라는 것 같다고 한다. 


한국에서 온 패키지여행 일행인가보다.

일정이 짜여져 있는 패키지여행은 참 별로라고 생각하는데, 요즘에는 텔레비전에서 패키지로 세계여행을 한다는 프로그램도 있을 정도라서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것 같다. 아무래도 일정이 잘 짜여져 있고, 가격 면에서도 개별적으로 다니는 것보다 저렴한데다, 지역에 익숙한 가이드가 동행하면서 안내를 해주기에 편한 점도 많겠지만, 그 정해진 일정에 맞추어야 한다는 것이 별로 내키지 않아서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통제받는 것을 싫어해서 그런가..


남녀가 사이좋게 있다. 부럽다..

환상이 깨질 수 있으니 저 여자의 얼굴은 보지 않기로 하는데 조금 전에 보았던 남녀가 다시 이 사진 속에 들어왔다. 나는 당신들 사진을 찍으려던 것이 아니었는데 당신들이 가는 곳마다 있으니 어쩔 수 없었소. 


여우가 금실을 물고 있다.


저 사진을 찍고 있는 아저씨 조금 전에 본 것 같은데..


이아이엔부(居合演舞). 교토카메오카지부란다. 이아이는 앉아 있다가 재빨리 칼을 뽑아 적을 베는 검술이라고 한다. 이 곳에서는 이 검술을 연습하는 것 같은데, 연습하는 사람들은 안 보였다.

 

사람들이 봉납한 쌀인가보다.


저기 보이는 계단으로 올라가면 산으로 올라갈 수 있다.


서양인들도 많이 찾는 것을 보니 영화라든가 미디어의 힘은 무시할 수 없는 것 같다.


이 신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인지 뭔가를 들고 나가고 있다.


이 방향으로 가면 이나리산을 올라갈 수 있다는 것 같은데 앞에 보이는 큰 토리이도 봉납으로 지어진 것이라고 한다. 계단을 올라가면 이나리산(稲荷山. 이나리야마)에 올라갈 수 있다고. 아무래도 높은 곳에 올라가서 밑을 내려다보는 것이 좋지 않겠나 싶어서 무턱대고 올라가보기로 했다.


중요문화재 곤덴(権殿)이라고 한다.

설명이 있기는 한데 귀찮아서 읽지 않고 지나쳐서 뭐하는 곳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 아가씨들 입은 옷이 예뻐서 그냥 살짝 사진을 찍어봄. 뒤통수만 봐서 얼굴이 예쁜지는 잘 모르겠고 별다른 의도는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예쁜 아가씨 있다고 그냥 막 사진찍고 그러는 사람이 아니올시다...


저 토리이를 지나 왼쪽에 있는 계단으로 올라가면 산 정상까지 갈 수 있다고 한다. 사실 오르막길은 질색이라서 별로 내키지는 않지만, 큰 마음 먹고 운동삼아서 한 번 올라가보려고 한다. 높은 곳은 싫지만,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전망은 아름다운 경우가 많아서..


타마야마다이메이신(玉山大名神)의 신사가 있다.


이 녀석도 여우인 것 같다.


맨 앞에 있는 토리이에 이나리오카미라고 써진 현판이 있고, 토리이 기둥에 봉납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다. 이제부터 징그러울 정도로 길게 이어지는 붉은 기둥의 토리이를 보게 된다.


처음에는 누구나 사진을 찍고 밝은 모습이다.

이나리오카미(稲荷大神)라는 작은 현판이 있다.


사람이 많다..


생각만큼 빨리 지나갈 수는 없을 것 같다.


이 여우는 뭔가를 물고 있다.


헤세 9년, 1997년에 지어진 것이니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가는구나.


조금 무섭게 생긴 여우가 여기도 있다.


두 갈래로 달라지는 길이 있다.

마음 같아서는 왼쪽의 아가씨들 따라가고 싶지만 오른쪽으로 간다. 그냥 오른손잡이라는 이유에서..


길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데 토리이의 크기도 작아져서 길이 좁아진다.


신사로 보이는 곳이 있지만 딱히 믿는 종교가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뭔가 바라고 기원한다고 해서 들어줄 것도 같지 않아서 그냥 사진만 찍고 말았다.


진짜 이 산을 올라가야 하는 것인가..


사나이가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베어야 한다는 말을 누군가가 했던 것 같은데, 그래 까짓 것 올라가보기로 한다.



이 신사의 유명한 토리이는 사람들이 봉납으로 보내온 것이라고 한다. 얼마나 그 수가 많은지 토리이들이 수 천개나 되어 센본도리이(千本鳥居)라고 불린다고. 토리이마다 '奉納' 이라는 글자가 있는데, 한국식으로 읽으면 봉납이라 하여, 즉 종교단체에 헌금을 하듯이 토리이를 바친다고. 이나리신사는 쌀, 농업, 성공의 신이 있는 곳이라고 하여 봉납이 많이 들어온다고 한다. 이 토리이가 산 꼭대기까지 계속 이어져 있을 정도이니, 이 신사로 들어오는 봉납품이 적지 않을 것임을 익히 짐작할 수 있다.


토리이의 크기에 따라서 길이 조금 넓은 곳도 있고, 좁은 곳도 있다.

아마도 돈이 많고 부유한 사람들이 조금 더 큰 토리이를 만들어 봉납하지 않았을까 싶다.


한국인도 보이고 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이 사람들이 누구인지 몰라서 그렇지..


서양에서 온 가족들도 있는데 쟤네들이 좁은 길을 다 차지한 채 걸어가고 있다...


잠시 기다려서 앞에 있는 서양인 가족과 조금 거리를 두고 가기로 한다. 사실 추월하고 싶었는데, 쟤네들이 비켜줄 생각을 안 하는 것 같아서 그냥 포기하고 천천히 걸어가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을 것 같다.


어디에서든 머릿수로 압도하는 쭝궈인들은 당연히 많고 서양에서 온 사람들도 종종 보인다. 서양인들에게는 자신들의 나라에서 보지 못한 동양의 모습을 보는 것이 신기하고 색다른 경험일 터. 사실 동양의 모습이라기 보다는 일본의 모습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겠지만, 얘네들은 그런 것을 잘 알지도 못하고 구분하지도 못하는 것이 대부분인지라. 그렇다고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서 설명하자니 쉬운 일도 아니고.


어우.. 사진이 어둡게 나왔다..


오후 4시가 가까워지고 있는데, 산 위로 올라갈수록 사람들은 줄어드는 것 같다.


이 등산로에 지어진 토리이가 처음에는 신기하고, 이런 산 위에 지어놓은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올라가는 도중 끝없이 이어지는 광경을 보니 그냥 그러려니 하는 생각이 든다.





<잠꾸러기의 여행노트>

후시미이나리타이샤행 교통편 안내



대중교통으로 후시미이나리타이샤에 간다면, JR나라선 이나리역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가깝고 출구에서 신사와 연결이 되어 있어서 이용하기 편하다. JR나라선 이나리역은 교토역에서 두 번째 역으로, 5분 정도 걸리며 운임은 140엔. 오사카 방면에서 찾는 경우라면 케이한본선 후시미이나리역을 이용하는 것이 편할 수도 있는데, 오사카시영지하철 미도스지선의 요도야바시역에서 케이한본선으로 갈아타고 갈 수 있다. 특급과 보통열차가 섞여서 들어오는데, 빠르게 가려면 탄바바시까지 특급열차를 타고 가서 보통열차로 갈아타면 된다. 약 50분 정도 걸리며, 운임은 편도 400엔. 오사카에서 왕복하는 경우라면 케이한 교토-오사카 관광패스(1일 700엔)를 사는 것이 낫다.

  1. 물론 호텔방에 쳐박혀 있다가 저녁 때나 밥먹으러 잠깐 나갔다 오는 경우도 있기도 하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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