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열차의 지연이 발생하고 있다는 운행정보.

교토에 다녀오는 것은 역시 무리였단 말인가.. 사실 모든 열차들이 시각표에 맞춰 정시운행을 했다면 모를까 빠듯한 일정이어서 어려울 것이라 생각은 했지만..

 

재수없으면 귀국편 비행기를 날려먹을 수도 있을 것 같은 불길한 느낌이 든다. 여태까지 비행기를 날려먹은 것은 일부러 공항에 안 갔던 경우 빼고는 호주에서 국내선 1회와 일본에서 서울행 2회에 불과하지만... 다른 경우에는 미리 취소를 해서 위약금 왕창 물고 쥐꼬리만큼 세금이라도 환불을 받기는 했다.

 

사토미는 계속 광고에 나오고 있고..

 

직접 한 번 만나봐야 하는데.. 얼마면 되냐..

 

달지 않은 남자의 클리어, 나왔다.

 

훈와리쿄게츠가 그래도 꽤 팔리니까 저렇게 광고를 하는 것 같은데..

 

타카츠키역. 여기에는 스크린도어를 대신하는 로프가 생겼다. 한국의 도시철도 역처럼 아예 스크린도어로 선로에 접근을 막는 방식이 아닌 로프로 막는 형태다. 누가 마음먹고 뛰어들려고 하면 뛰어들 수 있기는 하지만, 이런 것을 설치하면 열차에 뛰어들려고 했던 사람들의 행동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 같다.

 

마이바라행 신쾌속은 계속 발목 잡혀서 못 가고 있다.

 

마이바라행 신쾌속은 45분 지연이라고 뻥치고 있는데, 14시 정각에 출발인 열차가 49분 정도 늦었는데 여전히 퍼져 있다. 이 상황을 보고 나니 여기서 몇 분 더 버티다가는 집에 못 갈 수 있겠다 싶어서 잠시 역 바깥으로 나갔다 와서 다시 오사카로 돌아가는 열차를 타야겠다고 마음을 바꾸게 되었다. 비행기값이 한두 푼도 아니고..

 

트와일라잇 익스프레스 미즈카제가 6월 17일부터 운행을 개시한다고.. 저런 것 탈 돈은 없다...

 

프라다냐..

당연히 이런 것 살 돈이 있을 리가 없다.

 

스카이버스라는 교토에서 영업을 하는 전망버스가 있는 모양이다. 교토에는 몇 번 다녀왔는데 늘 걸어다녀서 저런 버스가 있는지도 몰랐다. 하루에 평균 15km 정도씩 며칠 걷다보면 운동화 밑창이 사라지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거기에 근육통은 덤이고..

 

죄송합니다만 교토에서 꽃 사진은 이 사진으로 갈음하기로 합시다.

안 그러면 집에 못 갈 수도 있으니..

 

유카타 체험중인 관광객인가..

 

기온이나 키요미즈데라 근처에서 자주 볼 법한 유카타를 여기서 보게 되는군..

 

이세탄은 비싼 곳이니 못 가고..

 

여전히 못생긴 교토타워

 

열차 시간이 조금 남았길래 교토역 꼭대기에도 다녀오고

 

 

음.. 지금 종을 칠 기분이 아니다...

 

여기서 떨어지면 굉장히 위험하겠다. 조심해야지..

 

저 꼭대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서 그냥 포기.

왜 여기에 왔을까...

 

저 멀리에 JR토카이의 토카이도신칸센 승강장이 보이고, 가까운 쪽에는 JR서일본의 재래선들이 다닌다.

 

여기는 재래선인 나라선 열차가 다니고 있고..

 

유코 누나가 있네..

 

신쾌속으로 냅다 달려야 하는데... 상행 열차는 별 문제가 없으면 좋겠다. 그래도 역이 꽤 많아서 걱정이 되는데..

 

뭔가 허술해보이기는 하지만, 비용절감 및 설치기간 단축을 위해 이런 로프로 된 안전장비를 설치했다고 한다.

 

교토에서 오사카로 가는 길이나 오는 길에 요도가와를 건너게 된다.

야구 연습을 할 수 있게 마련된 곳에서 학생들이 열심히 야구 연습을 하고 있다.

  

오사카역에서 관공/키슈지쾌속열차로 환승. 이게 마지막 열차이길 바라지만, ㅅㅂㄹ 짐을 호텔에 맡겨놓고 와서 짐 찾으러 가야 하니 신이마미야역에서 내려서 짐 찾아서 다시 공항행 열차를 타야한다. 갈수록 위태로운 상황...

 

열차는 출발을 안 하고, 마음이 급해진다...

 

이 열차는 텐노지역까지 오사카칸죠선으로 운행한다.

 

니시쿠죠역

유니버설스튜디오 안 가니까 빨리 출발하자!!

 

신이마미야역에 내렸다.

 

급할 때는 열차도 잘 안 다닌다... 엿먹으라는 것인가..

 

동네는 많이 낙후된 지역이지만, JR이외에도 난카이, 한카이, 지하철로 환승이 가능해서 교통은 편리하여 이용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런.. 반대 방향의 열차만 들어오고..

 

슬슬 공항이 가까워지는 것 같은데..

 

이 쯤되면 칸사이공항에 거의 다 온 느낌이 든다.

 

건너편에 있는 라피트 같은 열차는 아니었지만 JR의 관공쾌속으로 무사히 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 탑승 역시 별 일 없이 진행되었고

 

맥주와 샌드위치 기내식을 먹으면서 왔다.

 

그런데 왜 아사히는 일본산이 아닌 중국산이냐..

후시미이나리타이샤 ②

2018. 4. 28. 16:35


계속해서 산 정상을 향해서 올라간다. 여기까지 와서 밑에 있는 토리이 몇 개만 보고 돌아가기도 그렇고, 영화 게이샤의 추억을 보지 않아서 내용도 잘 모르지만, 계속해서 등장하는 토리이가 어디까지 있는가 궁금하기도 하고..


앞의 포스트에서 이미 언급한대로 이 토리이는 신도 개인이나 회사 등에서 봉납한 것이라 누가 보내온 것인지 적혀 있다. 그 효과가 얼마나 클 지는 모르겠지만, 토리이를 봉납한 사람 또는 회사로서는 자신들을 알릴 수 있는 광고효과를 얻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토리이를 봉납할 정도라면 그 회사가 꽤 경영상태가 좋다는 뜻이 아닐까 싶다. 설마 망해가는 회사가 다시 잘 되고 싶다고 빚내서 봉납을 하지는 않을 것 같고. 


히잡을 쓰고 있는 저 여성 분은 동남아권에서 온 관광객인가 보다. 히잡스터가 새로운 동남아시아의 소비주체로 떠오르고 있다는 신문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일본은 한국에 비해 해외 관광객 유치에 더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사실 일본은 이미 정체에 접어든 자국민들의 소비를 대신하여 해외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인바운드 관광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세상에 여행하러 갈 나라가 한두 곳이 아니고, 서로 자국에 관광객을 유치하려는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일본은 아주 적극적으로 관광 일본을 기치로 외국인들이 돈을 쓰고 가도록 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어서, 초창기에는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소비세를 제외한 상품가 10,000엔부터 소비세 8%를 면제하는 면세정책을 펼쳤는데, 면세가 가능한 금액을 5,000엔(소비세 포함 5,400엔)으로 하향하면서 주머니가 가벼운 관광객들까지도 소비를 하게 만드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비록 정부 입장에서는 소비세라는 주요 세원이 감소하겠지만, 그만큼 외국인 관광객들이 상품을 많이 사서 돌아간다면, 민간 부문의 매출이 늘어나고, 자국민의 수입이 늘어나 민간 부문의 경제 활동을 촉진하기에 정부로서는 법인세나 소득세의 증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터. 이에 따른 민간 분야의 소득이 늘어남에 따라 일본 정부에서는 해외 여행객을 대상으로 하는 면세를 더욱 확대하고, 드럭스토어나 편의점 등의 일반 점포에서도 일본 내에 머무는 동안에 사용하지 않고, 출국시에 가지고 간다는 조건 하에 투명한 비닐백에 밀봉을 해서 판매하는 곳이 많다.


아직은 올라가는 사람이 내려오는 사람보다는 많은 것 같다. 빙빙 돌아서 가는 킨테츠를 타고 온 탓에 길바닥에 적지 않은 시간을 깔고, 호텔에 가서 짐을 두고 오느라 꽤 늦었는데 다행인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하자마자 저 쪽에서 많은 사람들이 내려오고 있다.

 위에 쓴 것을 취소해야 할 지도..

 

갈수록 내려오는 사람이 많아진다. 이 사람들은 부지런해서 일찍 올라갔다가 일찍 내려오는 것 같은데, 나는 왜 해가 지려고 하는 이 시간이 되어서야 올라가려고 하고 있는거냐.. 생각해보니 일찍 일어나더라도 짐을 다시 정리하면서 분실물이 있는지 확인한답시고 짐을 다 풀고 다시 싸면서 시간을 쓰다보니 쓸데없이 시간 낭비를 해서 그런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간에 소지품을 잃어버리는 일이 종종 있는데, 대개는 다시 찾게 되지만 잃어버린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

 

산 위로 올라갈수록 길이 좁아지고 토리이의 크기도 작아진다. 이 곳을 찾는 사람 중에서 산정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기도 하겠지만, 토리이 역시 신사 근처에 세우는 것과 산 정상에 가는 길에 세우는 것의 가격이 다르지 않을까 싶다. 

 

가도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가다보면 끝이 나오기는 하겠지만 슬슬 지겨워지고 있다.


괜히 산 정상까지 가겠다고 올라온 것인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인데, 무모함은 나의 특기였던가.. 드라마 아이리스가 한국과 일본에서 인기가 많았던 7년 전 겨울에 아키타에 가서 더 무모한 타자와코 도보 일주를 했더니 당시에 타자와코역 관광안내소에서 근무하던 한국인 직원이 놀라던 모습이 떠오른다. 돈이 없던 터라 가방도 그냥 보관해주고, 나는 그냥 빵 몇 개와 물 한 병을 가지고 그냥 눈 쌓인 호수 주변을 한 바퀴 돌았던 적이 있는데, 지금은 아주 양반이지 싶다. 야간열차로 오가며 숙박을 해결하였지만, 지금은 뭐 돈이 없다 싶으면 카드로 긁어버리면 되니.. 물론 그 돈을 메꾸기 위해서 적지 않은 고생을 해야하기는 하지만.

  

계속해서 토리이가 이어지니 이제 신기하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고, 지겹고 징그러울 정도. 이 산 위에 이렇게 토리이를 세우느라 많은 고생을 했을 것 같은데, 설마 인부들이 이것을 나누어 지고 들고 왔으려나. 이것들을 어떻게 여기까지 옮겨 왔는지 궁금해진다.


도대체 끝이 어디란 말인가..

 

아무래도 해가 질 시간이 되니 올라가는 사람들보다는 내려오는 사람들이 많아 보인다. 처음에는 그냥 적당한 지점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올 생각으로 왔는데, 계속 가다보니 끝까지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걷는 속도를 조금 높여서 부지런히 걸어간다. 지형이 험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어둠 속에서 산 속을 헤매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다.

 

이렇게 참배도가 있다. 아직 더 올라가야 하는 것 같다.

도대체 끝은 어디란 말인가.

 

산 위로 올라갈수록 길은 좁아지고 있고, 역시 세워져 있는 토리이의 폭과 높이도 좁아졌다.


이 쯤 되면 거의 다 올라온 것 같은데 아직 갈 길이 남은 것 같다.

마음 같아서는 그냥 내려가고 싶지만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베어야 한다고, 계속 가보기로 한다.

 

길이 두 갈래로 나 있다. 왼쪽은 내려가는 길[각주:1], 오른쪽은 올라가는 길. 당연히 정상에 도달하지 못하였으니 계속 올라가는 길로 걸음을 옮긴다.


토리이 봉납 가격에 대한 안내도 있다. 당연히 큰 토리이일수록 가격이 올라가는데, 175,500엔에서 시작하는 5호부터 130만엔이 넘는 10호까지 있다고 한다. 큰 토리이는 개인이 봉납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가격인 만큼 기업에서 큰 마음 먹고 내놓는 봉납금으로 지었을 것 같다. 


산 위로 올라갈수록 길이 좁아지고, 길이 좁아진 만큼 토리이의 폭도 좁아졌다. 여기까지 저 토리이를 옮기느라 인부들이 적지 않은 고생을 했을 것 같다.


빽빽하게 토리이가 세워져 있던 산의 초입부분과는 달리 이 곳에는 토리이 간의 사이가 꽤 멀고 띄엄띄엄 세워져 있다. 이미 산의 초입부분에 있는 눈에 잘 띄는 자리는 더 비싸고, 크기가 크니 제법 크고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는 회사나 재력가가 봉납하였을 것 같고, 이 정도 위치라면 그 자리를 놓친 사람들이 아쉽지만 그래도 이 곳에 봉납을 하겠다고 세운 토리이가 아닐까 싶다. 

 

걷는 속도를 빠르게 해서 앞에 가는 사람들을 추월하려고 하는데 길이 좁아져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세상 일이 모두 뜻대로 되면 뭐가 문제겠나, 잘 되지 않는 것이라 할 지라도 어떻게든 되도록 노력하는 수 밖에.. 결국 이들을 앞지르지는 못했다.


이 토리이는 조금 불안한 상태인지 보수 중인 것 같다. 아마도 비가 많이 와서 토리이를 세워둔 곳의 흙이 쓸려나가면서 불안한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 


이 쯤 되면 슬슬 끝이 보여야 하는데 아직 더 올라가야 하는 모양이다. 그냥 밑에서 구경하고 잠깐 올라왔다가 내려갈 것을 괜한 뻘짓을 했는가 싶은 생각이 들면서 내가 이러려고 여기까지 올라왔는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제 토리이만 봐도 신기하구나, 대단하다라기보다 징그럽다는 느낌이 든다. 이거 좋지 않다..


의도한 바는 아니나 저 커플이 계속 눈 앞에 있다.

 부부인지 연인인지 남자가 여자를 밀어주면서 올라가고 있다.


계속 올라가다가 잠시 뒤를 돌아보면서 사진 하나 찍고

 

계속해서 올라간다.

밑에서 보았던 두 남녀가 걸어가고 있다.

하나도 부럽지 않다.

 

 

아 스르발.. 언제 끝나는거냐..

 

여기는 토리이도 정말 띄엄띄엄 세워져 있다. 이 정도 위치라면 대형 토리이를 세우기는 어려울 것 같아서 적당한 가격으로 봉납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적은 금액은 아닐 것 같지만 그게 내 알 바는 아니고. 

 

저 두 사람은 여전히 잘 올라가고 있다.

추월은 나중에 내려갈 때 해야겠다.

 

지겨울 정도로 계속 올라가고 있는데 이 쯤 되니 정상이 머지 않았는데 여기까지 올라온 것이 아까워서라도 계속해서 올라가게 된다. 오르막을 오르는 것은 극도로 꺼리지만 그래도 산세가 험하지 않아서 별로 힘들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산 정상으로 갈수록 토리이의 크기가 작아지는데, 저 무거운 토리이를 인부들이 짊어지고 올라가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닐 터. 


드디어 산정에 도착했다.

산정이라고 하는데, 여기서 내려다 보는 경치 구경을 기대하였지만, 보이는 것은 묘와 묘비 뿐이다.

 

이제 더 올라갈 일은 없는 것 같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런 곳에서 별로 사진을 찍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산정에 도착한 뒤에 보니 이 곳이 해발 233미터라고 하니 산 치고는 그리 높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다. 계단이 많아서인지 여기 올라오는 길이 꽤 멀게 느껴졌는데 서울의 남산 높이가 262미터이니 남산보다 낮은 곳이더라는.. 

 

스에히로오카미(末広大神)라는 신을 모시는 곳이 있다.

산 정상에 왔으니 사진이나 찍어야겠는데 이 곳에서는 주변에 마땅히 사진 찍기에 좋은 곳이 안 보였다. 밑을 볼 수 있는 곳은 이런 신사 건물들로 막혀 있어서 산 밑이 보이지 않는데, 그렇다고 처음 온 이 곳에서 사진 찍을만한 장소를 찾는다고 주변을 돌아다니기도 애매하였다. 산 위에서 도시를 내려다보는 풍경을 기대하면서 왔건만 기대가 깡그리 사라져버렸고, 올라오다가 보았던 어느 바위 근처에 가서 사진을 찍어야 할 것 같다.


이제 잠시 숨을 돌리고 나서 해가 지기 전에 산 위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초스피드로 하산을 시작했다. 올라가는 것에 비해 내려가는 것은 빠를 터이니 조금 서둘러서 내려갔다. 


이 시간에 산 정상까지 올라오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빠르게 내려갈 수 있는데, 움직이면서 사진을 찍기도 하고 사람의 눈에 비치는 것보다 카메라 렌즈로 보이는 빛의 양이 적어서 그런지 흔들리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해질 시간이 다가오고 있어서 해가 지는 모습을 찍으려면 슬슬 서둘러야 할 것 같다. 


사진을 찍고 보니 저 멀리 세라복을 입은 사람이 있었던가..

 

꽤 내려온 뒤에 계단을 올라오고 있는 부부 또는 연인으로 보이는 서양인들을 보고 서로 가볍게 인사를 했다. 모르는 사람이지만, 이 사람들은 지나가는 사람들끼리 서로 그냥 인사 한 번 하면서 얼마나 더 올라가야 하는지 물어본다거나 서로를 격려하는 의미라고나 할까.


잠시 뒤돌아 사진 하나 더 찍고

  

더 내려와서 누군지 모르는 걸어가는 사람 뒷모습 사진도 하나 찍고


이제 슬슬 지겨워지고 있다.. 어흑 

  1. 이 지점을 기준으로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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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에 갑니다

2018. 1. 28. 16:57



오사카의 신이마미야에서 사흘 밤을 보내고, 이제 교토로 향한다. 이 블로그였는지 아니면 다른 네이버 블로그였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오사카에서 교토에 가는 방법은 경우의 수가 참 많다. 사실 서울에서 인천에 갈 때 어떻게 가는 것이 좋은지 검색을 해보면 서울의 어디에서 인천의 어디에 가느냐가 중요한데, 강남역에서 출발하여 부평이나 주안에 가려면 인천광역시의 광역버스를 타거나 강남역 서에서울지하철 2호선을 타고 신도림에서 인천 방면의 열차로 갈아타면 되듯이, 출발지점과 도착지점이 어디인지를 잘 생각해서 가야 한다.

오사카(우메다)역 기준으로 오사카에서 교토에 갈 때는 JR이 가장 편하고 빠르지만 가장 비싸다. 자그마치 540엔[각주:1]이나 해서 400엔대의 다른 한큐, 케이한 등의 사철보다 더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그나마 JR과 가장 비슷하게 가는 노선은 한큐이고, 케이한은 오사카부의 북동쪽을 쓸고 다니면서 돌아가는 경로인데다 역이 많아서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리고 여기에 킨테츠가 있는데, 이 킨테츠 교토선은 상당히 변태스러운 노선이라서 나라를 거쳐서 가는 가장 멀고 긴 시간이 걸리는 경로이다. 빙빙 돌아가는 경로에 중간에 1회 환승이 있어서(특급열차가 있기는 하지만, 이 열차는 출퇴근 시간대 위주로 운행을 해서 관광객용은 아니고, 특급권 가격을 따로 지불해야 하는 비싼 열차인데 시간은 더 걸리니 별로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오사카에서 교토에 가는 것이 지랄스럽지만 이미 지불한 패스 가격 외에 추가적인 비용이 들어가지 않는 킨테츠 패스가 있으니 타고 가는 것이지 철로 위에서 시간을 보내려고 타는 것은 절대 아니다. 교토역은 이름처럼 교토의 관문의 역할을 하는 곳으로, 역 건물을 나오자마자 눈앞에 보이는 버스정류장에서 각 관광지로 가는 버스를 타기 편하고, 지하철과도 연결이 된다. 

체크아웃 시각인 오전 11시 바로 전에 짐을 가지고 내려가서 체크아웃을 하고 커피 한 잔 마시고 여유를 부리다 밖으로 나왔다. 빨리 간다고 "오라버니 오셨어요? 시원한 물이라도 한 잔 하세요~♪" 라고 반겨줄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늘어져 있으면서 뒹굴거리는 것을 좋아하는 한량인지라 뭐 천천히 나가도 별 상관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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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난바역에서 열차를 탄다. 원래 역명은 킨테츠난바역이었으나 한신난바선 개통 이후 한신과 킨테츠가 직통운행을 하면서 오사카난바역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덕분에 교토를 제외하고, 나라-오사카-코베로 노선이 이어지면서 JR이 독점하다시피했던 나라에서 서쪽인 오사카, 코베 등지로 가는 열차를 환승없이 탈 수 있게 되었다. 오사카 남쪽(난바, 닛폰바시, 우에혼마치, 츠루하시 등)의 역 근처에 숙소를 정한 경우라면 JR보다는 킨테츠를 이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돈이 없으니까) 특급열차는 안 타고..


선로와 가까이에 가정집들이 있는데, 해가 뜰 때부터 밤 늦게까지 열차가 다녀서 그런지 창문을 다 막아 두었다. 방음 설비는 잘 되어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른 아침부터 밤 늦은 시간까지 열차가 지나다니는 소리를 듣다보면 스트레스가 심할 것 같다. 여기 사는 사람들은 인이 박혀서 별로 상관하지 않으려나..


지나다닐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오사카 시내의 남쪽은 높은 건물이 없고 오래된 동네의 모습이다. 그나마 북쪽의 우메다 부근은 그럭저럭 개발이 되었지만, 남쪽은 킨테츠가 아베노바시에 지은 300미터짜리 아베노하루카스 주변을 빼고는 여전히 오래된 건물이 많고 낙후된 상태. 언젠가 재개발을 하면 이 동네에도 대형 쇼핑몰과 상점가가 생기고 주변에는 고층 맨션이 들어서게 되려나..


중간중간 이 나라에서는 맨션이라 부르는 한국의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이 있기도 하지만, 한국에서처럼 대단위의 단지가 조성된다거나 초고층 건물이 들어서지는 않는 편이다. 일본에서 아파트는 경량 철골이나 목조 등으로 지은 높이가 낮고 쉽게 철거가 가능한 공동주택을 말하고, 한국의 아파트처럼 철근 콘크리트가 들어간 건물은 맨션이라고 부른다. 부자 동네가 아니면 넓은 집은 별로 없는데, 물가나 지대가 비싸기 때문일까..


날씨가 조금 거시기하다.


킨테츠나라선과 킨테츠교토선의 환승역인 야마토사이다이지(大和西大寺)역에서 내렸다.


혹시 모를 철도팬을 위해서 찾아보니 아마도 킨테츠의 8810계 열차가 아닌가 싶다.


오사카난바에서 나라까지의 킨테츠 난바선, 나라선은 특급열차도 다니지만, 운행 시각이 출퇴근 시간대 중심으로 짜여져 있는데다 구간 거리가 짧고, 특급과 쾌속급행 또는 급행과 소요시간의 차이가 크지 않아서 비용을 고려했을 때 추가 비용이 들지 않는 쾌속급행이나 급행을 타는 것이 낫다. 난바에서 나라까지의 구간은 JR과 킨테츠가 경쟁을 하고 있는데, 나라 공원 부근을 구경하려면고, 열차의 배차 간격이 더 조밀하여 이용하기 편하다. 킨테츠는 직통운행을 하는 한신전철과는 달리 특급열차는 전석 지정석에 특급료를 따로 내야 하는데, 미리 좌석을 확보하고 편하게 가고 싶다면 510엔을 내고 특급권을 사면 된다. 킨테츠나라역이 나라공원에 더 가까이에 있어서 나라에 갈 때는 킨테츠가 더 편하다.


역시 같은 그룹사인 아베노하루카스 홍보를 깨알같이 하고 있다. 


나라행 쾌속급행


교토행 열차로 갈아타기 위해서 3번 승강장으로 건너갔다. 열차번호를 보니 이 열차는 8600계인 것 같은데, 이 열차를 먼저 보내고 다음의 급행열차를 타는 것이 더 빠를 것 같아서 과감히 열차를 먼저 보냈다. 어차피 기다리면서 하는 일 없이 허비하는 시간과 짐을 가지고 다니는 불편함을 생각하면, 조금 늦게 도착하더라도 빈 자리가 있는 열차에 타서 편하게 가는 편이 나을 듯 싶기는 하지만, 어쩌면 후속 급행열차가 중간에 먼저 출발한 열차보다 먼저 도착할 것 같다.


야마토사이다이지역

야마토사이다이지역은 흔히 사이다이지역으로 줄여서 부른다. 킨테츠 나라선, 교토선, 카시하라선과 히라하타(平端)역에서 분기되는 텐리선의 환승역으로 킨테츠 철도노선에 있어 큰 역할을 맡고 있는 역이다. 생각해보니 연초에 교토에 갔을 때도 킨테츠 레일패스를 사서 나고야에서 교토를 오갔던 적이 있다. 그 때는 정말 나고야-교토 구간만 이용하기 위해서 패스를 샀는데, 개정된 킨테츠 레일패스에는 특급권이 빠져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보통열차만 타고 다녀야 한다. 그러나 나의 패스는 9월 30일 이전에 구입한 것이라 특급권 세 장이 포함되어 있다. 


점심은 마트의 베이커리 코너에서 산 빵으로..


산노미야행 쾌속급행열차다.

쾌속급행열차는 킨테츠의 열차 중 운임 외의 추가요금을 내지 않는 등급 중 가장 빠른 열차다. 나라-오사카-코베를 잇는 구간은 전체 거리가 길지 않고 중간에 이용자들이 많은 역들이 많아서 유료특급보다는 쾌속급행이나 급행열차가 속달열차의 역할을 하고 있는데, 오사카난바 서쪽의 한신구간은 아예 유료특급이 다니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이 열차의 운행구간은 킨테츠 구간과 한신 구간으로 나뉘는데, 킨테츠 구간은 오사카난바까지이므로 킨테츠레일패스만 가지고 있다면 오사카난바역부터 서쪽인 한신전철의 구간의 운임은 따로 지불해야 한다. 반대로 한신투어리스트패스를 가지고 있다면 오사카난바에서 니시다이까지의 한신전철과 코베고속철도 노선을 이용할 수 있지만, 난바 동쪽의 킨테츠선은 이용할 수 없다. 직통운행을 하는 두 회사의 노선을 모두 지나는데, 한 회사의 승차권 또는 패스를 가지고 있다면 나갈 때 개찰구에서 역무원에게 가진 승차권이나 패스를 보여주고, 추가로 지불해야하는 금액을 추가로 내면 된다. 역무원이 조금 센스가 있어서 패스 이용범위를 벗어난 구간의 요금을 영어로라도 간단하게라도 알려준다면 편하게 추가요금을 내고 나올 수 있겠지만.. 


타려는 교토행 급행열차와 야마토사이다이지가 종착역인 구간준급열차가 거의 비슷하게 들어온다. 


킨테츠가 아닌 한신전철의 신형 차량인 1000계. 

2007년부터 킨테츠와 직통운행을 시작하면서 도입된 열차인데, 벌써 1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다. 한신에서 모처럼 신조차량을 투입했으니 기념으로 사진을 찍어둔다. 한신과 킨테츠 두 회사 노선에 걸쳐 직통운행을 하면서 한신의 열차가 킨테츠의 구간까지 운행하고 있다. 이 열차는 사이다이지까지만 운행하고 다시 산노미야 방면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 열차의 운행거리가 늘어나면서 기존의 배차간격을 유지하기 위해 두 회사의 차량이 모두 투입되고 있다.



운행을 마치고 차장이 안 내린 승객이나 승객이 두고 내린 물건이 있는지 점검하고 있다. 

탈 열차가 들어왔으니, 타지도 않을 열차 구경은 그만하고 짐을 가지고 차내로 들어가서 빈 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사이다이지에서 교토역까지는 약 40분 정도 걸리는데, 난바에서 사이다이지까지 오는데 걸린 시간도 그 정도 되니 한 시간 반 정도 걸리는 셈. 토카이도본선 신쾌속은 오사카역에서 교토역까지 30분이 채 걸리지 않는데.. ㅜㅜ


교토지하철과 킨테츠의 환승역인 타케다역.

교토지하철 카라스마선은 타케다역이 종착역인데, 이 역부터 일부 열차는 여기서 운행을 종료하지 않고 킨테츠 교토선에 입선하여 등급에 따라 신타나베역이나 킨테츠나라역까지 운행을 한다. 이용의 편의성은 있으나, 이용하는 구간인 교토지하철과 킨테츠 노선을 각각 내야한다는 단점이 있다. 킨테츠 레일패스가 있으면 킨테츠노선 구간은 그냥 이용할 수 있지만, 지하철 구간은 따로 운임을 지불해야 하는 조금은 복잡한 방식이다. 


쥬죠역 근처에 마리오로 유명한 닌텐도 본사가 있다.

처음에는 화투 제조업으로 시작한 회사였다고 하는데 벌써 창업 12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교토역에 내려서 예약해 둔, 지난 2월에 두 번이나 묵었던 그 호텔로 30분 가까이 걸어서 갔다. 마음 같아서는 버스를 타고 싶지만, 버스비도 아껴야 하니 두 다리를 믿고 가는 수밖에..

  1. 그나마 특정구간운임으로 계산을 해서 540엔이지, 실제 거리비례운임으로 한다면 더 비싸진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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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오후 4시가 다 되어가고 있어서 슬슬 짐을 맡겨둔 호텔로 돌아갈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호텔에 가서 짐을 찾는 시간을 6시 정도로 생각하고 있지만, 사람 일이라는 것이 모르는 것이라 중간에 길을 잃어버린다거나 뭔가 재미있는 것을 발견해서 거기에 빠져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있다가 늦을 수도 있으니.. 


히가시야마지역에서 헤매다가 정원처럼 생긴 공원에 다다르게 되었다. 이름하여 마루야마공원(円山公園, 마루야마코-엔). 처음에는 멋모르고 엔잔코엔이라고 읽었는데, 친구가 아니란다. 나무들이 앙상한 가지만 있어서 썩 아름답지는 않지만 따뜻한 봄날이라면 다를 것 같다. 일본식으로 잘 가꾸어 놓은 공원이라 깔끔하고 관리가 잘 된 것 같다.


사진에 보이는 사람들처럼 저 다리도 건너보고 한 바퀴를 설렁설렁 돌아봤다. 딱히 특별한 느낌은 안 드는데, 이 때가 2월 초니까 두 달 정도 지나면 이 공원도 지금은 앙상한 가지만 있는 나무들에 벚꽃이 만발하여 더 아름답게 변해 있을 것 같다.


새들이 있다.

저 세 녀석이 새라는 것만 알지 어떤 새인지는 모르겠다.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리 같은 녀석도 있는 것 같고..


벚나무는 아직 가지만 앙상하다. 한 달 반 정도 지나야 슬슬 꽃이 피기 시작하겠지.


사카모토 료마와 나카오카 신타로의 동상이 있다.

이들은 에도 막부 말기에 대정봉환과 메이지유신에 기여를 한 유명한 무사 사카모토 료마(坂本龍馬). 나카오카 신타로(中岡真太郎)는 그의 혁명 동지라고 할 수 있겠고. 막부 말의 대정봉환 이전의 역사는 거의 다 잊어버려서 기억이 잘 안 나서 첨언을 하려니 좀 생각나는 것이 별로 없다. 시바 료타로씨의 책을 다시 읽어야 하나..


그리고 피리부는 사나이도 계시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돈을 조금씩 내고 가는가 보다.

뭐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도와달라는 것보다는 낫지 싶다.

조금 더 북쪽으로 가니 눈에 익은 곳이 등장했다. 두 달 전에 다녀온 적이 있는 치온인(知恩院)이었다. 조금씩 미련이 남아서 계속 북쪽으로 올라가고 있었는데 이제 여기서 발길을 돌려도 될 것 같다. 


치온인의 산몬은 멀리서 봐도 거대하다.


계속 걸어나와서 여기서부터 돌아가려면 대충 한 시간은 걸릴 것 같다. 기온에서 버스를 타면 20분 남짓이면 되지만, 이번에는 교토의 여기저기를 많이 가보고, 지리를 익히기 위해 조금 힘들더라도 계속 걸어가기로 했다. 일주일 정도 가만히 한 곳에 눌러 앉아서 슬슬 여기저기 둘러보면서 메모를 하고 나름대로 움직인 곳을 지도에 표시해가면서 동선을 그려놓으면 좋을텐데 그런 여유가 없어서 아쉽다.


글씨를 못 읽겠다... 뭐라고 써놓은 것일까.


이런 내용의 비석이라는 것 같다.


슬슬 매화가 피기 시작하는 것 같다. 

교토에서는 2월 말이면 매화축제가 열린다고 하는데, 확실히 따뜻하기는 따뜻한 모양이다.


시간이 지나면 이 나무들도 꽃이 만발하겠지. 그 모습은 보지 못하고 돌아가겠지만..


교토라는 도시가 바둑판처럼 되어 있기에 가려는 곳의 방향을 대충 알면 굳이 구글 지도가 알려주는 길이 아니더라도 갈 수 있어서 과감히 경로이탈을 했다. 호루몬, 야키니쿠 가게가 있어서 슬쩍 보았더니 가게 이름이 아재(アジェ)다. 야키니쿠 가게는 한국 사람들이 많이 하거니와, 이 '아재' 라는 상호는 가게 주인 분이 한국 출신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들어가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식당에서 고기를 혼자서 구워먹는 것은 어색한 일이라서 일본에서 고깃집은 가본 적이 없다. 일본 사람들은 혼자서도 고기를 잘 구워먹는다고 하더마는..


이 사진은 왜 찍은건지 잘 모르겠다. 찍을 때는 뭔가 생각이 있어서 그랬으려니 싶은데, 시간이 지나니까 기억이 안 난다. 내 머리 속에는 지우개가 있어서 잘 잊어버린다.. ㅠㅠ

일단 이 곳이 어디인지 감을 잡아야 하는 것이 과제다. 길을 잘 잃어버리는 특기를 가지고 있고, 두 달 전에 교토에 와서 치온인과 헤이안진구 등에 다녀오면서 교토 시내를 돌아다니기는 했지만 여전히 교토 시내의 지리는 잘 모르는데다, 방향이나 거리감 모두 어설픈지라 혹시라도 길을 잘못 든다면 어떻게 될 지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오후 9시 즈음에 교토역에서 열차를 타면 자정 이전에 킨테츠나고야역까지 갈 수 있기는 한데, 그러면 나고야 도착이 너무 늦으니 그보다는 두세 시간은 먼저 출발하려면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아서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비로 인해 토사가 쓸려나갔는지 이런 출입금지 표시가 있는데, 이런 안내를 아주 잘 따르는 말 잘 듣는 사람이어서 당연히 들어가지 않았다. 들어오지 말라는데 들어가는 사람들이 이상하지 않은가.. 주변에 자주 일어나는 사고 역시 평소에 하라는 것을 제대로 안 하고, 하지 말라는 것을 하다가 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본이라고 항상 원칙을 준수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보다는 많은 부분에서 나은 것은 사실이라 조금 안타깝다.


이 곳에도 리니어신칸센(츄오신칸센)을 교토에 유치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포스터를 붙여놓았다. 그러나 이 새로운 자기부상철도는 교토를 피해서 가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그럼에도 아직 나고야-오사카 구간은 아직 착공조차 하지 않아 개통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서인지 결정을 번복하기 위한 교토의 상공인들이 애를 쓰고 있는 모양이다. 지금도 토카이도신칸센 노조미라면 토쿄에서 두 시간 남짓이면 오는데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가 싶은 생각이 든다. 츄오신칸센 개통 이후 50년 이상 휴식 없이 계속 운행해온 토카이도신칸센의 대대적인 정비 및 보수를 위하여 장기간 운행 중지를 계획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확실히 결정난 것은 아니지만 1차 개통구간인 시나가와-나고야 구간이므로, 나고야 이서 지역인 교토, 오사카까지는 나고야부터 특급열차로 오사카까지 수송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나고야 서쪽의 구간은 현재 계획만 발표되었지 2045년에 개통 예정이라고 하니 아직 30년 가까이 남았다. 그 때까지 살아있을 지도 모르겠네 뭐..


그런데 뭔가 눈에 띄는 것이 있어서 보니 불상이 있다. 크고 아름다워요. 웅장한 느낌이다.


안에 들어가면 입장료를 내야해서 그냥 밖에서 사진을 찍었다. 매표소의 직원이 보고 있어서 그냥 대충 한 장 찍고 말았다. 평소 종교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데다 절과 신사를 자주 다니다보니 별로 특별한 것도 못 느끼겠고, 입장료는 300엔이지만 시간이 여유있는 것도 아니고 들어가도 저 불상 말고는 특별히 볼 것이 없을 것 같아서 그냥 발길을 돌렸다. 역사와 문화재 구경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으로 밥먹고 사는 사람도 아니기도 해서 생소한 것은 그냥 건너뛰기도 한다.


저 관음상은 료젠칸논(霊山観音), 한국식으로는 영산관음이라고 한다. 이제 지겨울 정도로 반복하지만 종교에 대한 지식이나 이해가 부족해서 딱히 덧붙일 말도 없지만, 적어도 저 불상이 누구인지는 알려야 할 것 같아서. 홈페이지 주소는 http://www.ryozen-kwannon.jp 라고 한다. 료젠칸논인데 사이트 이름은 료젠-콴논으로 되어 있는 것이 이상하네..

스펙을 적어보자면,

높이:24m

얼굴:6m

눈썹:1m 10cm

눈:1m

코:1m 6cm

입:90cm

총중량:500t


어마어마하다.


저 그림을 보는 순간 달심이 떠올랐다. 죄송합니다.. ㅋ


뒤를 돌아보니 멀리 키요미즈데라가 보인다.


료젠칸논을 마지막으로 북쪽으로 방향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지금까지 계속 북쪽으로 가고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게 된다. 길치의 비애.. ㅠㅠ

그렇다고 당황하지는 않는다. 흔히 겪는 일이라서 아무렇지도 않다.


코다이지(高台寺) 종루


료젠칸논에서 북쪽으로 가면 코다이지가 있다. 이 절의 정식명칭은 코다이쥬쇼젠지(高台寿聖禅寺)로 토요토미 히데요시 사후 그의 부인이었던 키타노만도코로 네네(寧々)가 출가하여 코다이인코게츠니(高台院湖月尼)라는 칭호를 받고, 이 절에서 지내면서 가문의 영속을 기원하였다고 한다. 결국 토요토미 가문은 멸문하고 말았지만.. 교토의 유명한 절이 한두 곳이 아니라 주목받지 못하고 자주 거론되는 장소는 아니지만 중요문화재 여럿이 보존된 곳이라 들어가고 싶지만, 어느덧 오후 3시가 넘어가고 있어서 발길을 돌렸다. 코다이지는 히가시야마토로(야간에 등불을 밝히는 행사)의 지역이기도 한데, 갈 곳은 많으니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는 수밖에. 이래놓고 가지 않을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 

다음에 교토에 초청해주시면 제가 코다이지 방문하여 여기저기 둘러보면서 세세한 여행기를 쓰도록 하겠습니다..


사진을 찍는데 방해가 되는 차들이 있는데 주차장이라고 표시를 해두었으니 어쩔 수 없다.


코다이지

시간이 없어서지 돈이 없어서 들어가지 않은 것은 아니다..


두꺼운 겨울용 외투와 점퍼를 입어야하는 한국에 비해서는 따뜻해서 사람들의 옷차림이 가벼워 보인다.


이 사진을 보니 겨울에 한 번 와서 보고 싶은데, 어디에서 사진을 찍어야 저런 구도가 나올지 궁금해졌다.


네네노미치(ねねの道)로 가기 위해 내려갔다.

네네(寧寧)는 위에서 잠시 등장했던 히데요시의 정실 키타노만도코로의 본명인데, 히데요시 사후 네네는 19년을 코다이지에서 보내고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그 이름을 따서 이 길을 네네노미치라고 명명했다고.



뭔가 특이한 탑이 하나 있는데..


특이하네..

나중에 찾아보니 다이운인(大雲院)이라는 절이고, 저 높은 누각은 기온카쿠(祇園閣)라는 누각이라고 한다.

 

하수도 맨홀 뚜껑의 무늬도 특이하다.

벚꽃과 단풍인가..


교토에 흔한 인력거

저걸 타면 편하기는 할텐데 혼자 타면 재미없을 것 같다.
그래서 안 탐..


여기는 키모노렌탈가게인 것 같다. 해당사항 없는 곳이므로 패스.


더 깊이 들어가면 다시 나와서 돌아가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서 적당히 멈추고 왼쪽을 살짝 보다가 뭔가 절 같은 것이 보이는 곳으로 방향을 바꾸어 가본다. 계속 가다가는 길을 잃어버리고 헤맬 것 같은 불길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래서 더이상의 무모한 도전은 하지 않기로 했다.


오타니소뵤

이미 방향감각을 상실한 채 어느 절 같은 장소에 도착했다. 이 곳이 정확히 어디였는지 기억이 잘 안 나서, 동선을 보았을 때 소린지(雙林寺)라는 곳이 아니었던가 싶었는데, 구글에서 찾아보다가 겨우 비슷한 사진을 하나 찾아서 여기저기 찾아보니 오타니소뵤(大谷祖廟)라는 곳이다. 이 곳은 히가시혼간지에서 운영하는 납골당과 같은 장소인 것 같다. 그러고보니 처음에 키요미즈데라에 가기 전에 들렀던 곳이 오타니혼뵤라는 곳이었다는 생각이 났다.


혹시 몰라서 잠시 들어가보기는 했는데 예상대로 납골당 같은 곳. 이런 곳에는 용무가 없으니 들어가다가 발길을 돌렸다. 이제 엔잔공원쪽으로 갔다가 슬슬 호텔로 돌아가 짐을 챙겨 나고야로 떠날 차비를 해야할 것 같다. 지난 이틀 동안 너무 일에 매달려 있던 탓에 교토 구경을 제대로 하지 못한 아쉬움이 진하게 느껴졌다.


네네노미치(ねねの道)의 구글지도

교토 니넨자카(二年坂)

2017. 2. 25. 16:41


점심을 먹고 나오자마자 절에 있는 탑이 보인다. 역시 교토는 절과 신사의 도시. 이 절은 호칸지(法観寺. 한국식으로 읽으면 법관사)라는 곳이라고. 이 절은 고구려 도래인, 즉 일본으로 건너온 고구려인들이 지은 곳이라고 한다. 고구려가 보낸 사신인 이리지(伊利之)라는 분이 건너와서 일본 왕실로부터 야사카노미야츠코(八坂造)라는 성씨를 받았고, 이리지의 후손들이 대대로 신관을 이어 왔다고 한다. 지금은 후손들이 신관을 이어오지는 않지만, 고구려의 후손들이 이 신사를 세운 것이라는 것은 대부분 인정하고 있다고. 여름에 열리는 교토의 기온마츠리는 일본의 3대 마츠리 중의 하나인데, 이 야사카신사에서부터 시작한다고 한다.


야사카신사의 5층탑

안에 들어가볼까 했는데, 별로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이 곳이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곳이기는 한데, 굳이 들어가고 싶지는 않더라는.. 날이 우중충해서 기분도 별로고, 오래간만에 많이 걸었다고 피곤하기도 해서.


토요일이라 사람도 많고, 이 좁은 골목까지 인력거는 운행하고 있다.

물론 나는 오랜 시간 걸어다닐 수 있는 튼튼한 두 다리가 있어서 인력거를 탈 생각이 없지만..


좁은 골목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다.

역시 주말은 주말인가보다.


웅장함을 자랑하는 야사카신사의 5층탑

그냥 밖에서 보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한다. 이것저것 다 들어가기도 그렇고, 무엇보다 문화재 보는 수준이 높지 않아서 크게 감동을 받는다거나 꼭 안에 들어가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도 않고..


이번에는 니넨자카 방면으로 가본다. 


교토에는 여러 차례 왔지만, 거리 구석구석을 이렇게 걸어다니는 것은 처음인 것 같다. 7년 전에 친구와 버스를 타고 키요미즈데라와 금각사에 다녀온 것이나, 언젠가 다른 친구와 교토에서 잠깐 만나서 그냥 도심 상점가를 구경하다가 차 한 잔 마신 것이 전부라서. 아무래도 이 친구들과 다니다보면 말상대가 되어주니 좋은 점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자신이 일본에 거주하는 일본인으로 외국의 방문객보다는 조금 더 잘 알고 있으니 뭐라도 안내를 해주려고 해서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없는 점도 있어서 불편한 점 역시 없지는 않다.


한국보다 따스하기는 해도 2월 초는 여기도 겨울이라서 사람들의 옷차림이 가볍지는 않다. 


니넨자카. 이렇게 사람이 많으니 다시는 올 때는 주말을 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舞妓를 마이코라 읽어야 할 지, 부키라고 읽어야 할 지 잘 모르겠는데 이 곳이 교토인 만큼 마이코로 읽지 않을까 싶다. 어쨌든 이런 차림을 하고 사진을 촬영하는 서비스도 있다고 한다. 카부키스튜디오에서 6장 촬영 플랜이 13,000엔, 12장 플랜은 15,000엔이라고 한다. 그 외에 옵션이 추가되는 경우는 가격이 꽤 올라가고, 이 업체의 스페셜은 33,000엔이라고 한다. 내가 가진 돈을 탈탈 털어도 스페셜 플랜은 할 수 없구나. 사진 촬영 후에 후보정까지 포함된 가격이겠지만. 어차피 데리고 온 아가씨도 없으니 뭐..


계속 가다보니 고양이 같이 생겼는데 고양이가 아니라는 녀석이 등장하는 음식점이 보였다. 헬로키티의 계절야채생파스타, 행복의 리본파스타, 친구들의 플레이트 등 헬로키티를 소재로 음식을 만들어 팔고 있는 모양이다. 처음 보았을 때는 한 두개 정도 키티 모형으로 음식같이 만들어 놓은 것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 이렇게 음식을 만들어 파는 모양이다.


키티모양의 유부초밥을 먹으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하다. 혹시 아이들은 귀여운 키티를 어떻게 먹냐면서 울고불고 난리치지 않을까 싶은데, 유부초밥은 유부초밥이니 그냥 먹고 말려나. 생각해보면 아이들도 귀여운 모양의 코알라노마치 같은 과자를 잘 먹던데..


식사류 이외에도 옷을 비롯한 잡화류 역시 판매하고 있다. 교토 한정 상품이라고 하니 키티덕후라면 키요미즈데라나 산넨자카보다 이 곳이 더 흥미롭고 즐거울 것 같다. 아마 딸이 있었다면 이 곳에서 점심을 먹지 않았을까 싶은데, 딸이 없는 것이 다행인가..


이 가게의 이름은 하로-키티챠료(はろうきてぃ茶寮), '헬로키티의 다실이 있는 장소' 정도의 의미일 듯하다. 여기서 판매하는 모든 제품이 헬로키티 관련 제품이고 이 곳에서만 판매하는 특별한 상품들이 많아서 키티빠들이 오면 좋아서 환장할 것 같다. 헬로키티는 고양이가 아니고 고양이를 닮은 영국 소녀라고 하는데..


헬로키티의 마수에서 벗어나 가던 길을 계속 걸어간다. 


여기서는 토토로가 등장하는 것 같다. 사실 난 토토로만 알지 내용은 잘 모른다. 지브리의 유명한 캐릭터이기는 하지만, 애니메이션에 별 관심이 없고 실존하는 사람들이 나오는 드라마나 영화를 더 좋아하기에. 중학교였나 고등학교였나 어느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반딧불의 묘를 보여준 적이 있는데, 그 때 보다가 졸리다고 잠을 잤던 것 같다.


지브리가 이빠이 있다는 돈구리쿄-와코쿠(どんぐり共和国, 돈구리공화국)라는 곳. 인형과 각종 지브리 캐릭터를 파는 곳으로 보이는데, 애니메이션에 별로 관심이 없는지라 그냥 슬쩍 둘러본 뒤에 발길을 돌렸다. 많은 사람들이 애니메이션으로 시작해서 일본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되는데, 만화 역시 아다치 미츠루의 작품 정도나 좋아할까 딱히 찾아보지 않아서 별 느낌이 없다. 그나마 좋아하는 배우인 이시하라 사토미가 나오는 드라마나 영화 역시 안 본 것도 많고, 볼 시간도 없어서 어떻게 의무적으로 다운로드 받은 파일도 열어보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라..


니넨자카를 지나와서 왔던 방향으로 뒤돌아 사진을 찍었는데 야사카신사의 5층탑이 멀리서도 우뚝 솟아있는 것이 보인다.


마지막으로 니넨자카에서 내려온 길 사진을 찍고 돌아갈 차비를 하였다. 저녁에 호텔로 돌아가서 짐을 찾아서 다시 나고야로 가야하는데 여기서 호텔까지 가려면 바로 가도 한 시간 정도는 걸릴 것 같은데 마냥 여기서 시간을 보내고 있을 수는 없었다. 나고야의 호텔 예약을 하였고, 설날 전에 돌아가려면 다른 방법이 없었다. 신칸센을 제 금액 주고 타기에는 부담스럽고, 킨테츠를 타고 돌아가야하니 계속 손목시계를 보면서 바쁘게 움직이는 수밖에.. 어제 하루를 그냥 날려버린 여파가 크다.

이미 한 번 왔던 키요미즈데라의 재방문 목적은 아래 사진(출처 : 위키피디아)에 있다.

예전에 키요미즈데라의 본당을 이런 각도에서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해가 일찍 지는 겨울이었던 탓에 입장할 때부터 이미 해가 지고 있었고, 올라가니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할 무렵이기도 했거니와, 경내를 오가는 관람객들이 많아 지나가면서 셔터 한 번 누르고 말았는데, 흔들림도 있고 어두워서 낮에 다시 와야겠다 생각했는데, 6년 반이나 걸렸다. 


교토를 대표하는 관광지이자 랜드마크이고, 또 토요일이니 사람들이 많다. 이미 예상하고 있던 바라서 놀랍지는 않지만, 사람들이 많으면 귀찮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을 굳이 찾게 되니 이거 참 알 수 없다.


올라가다보니 즈이구도(髄求道)라고 불리는 곳이 있다. 외국인은 별로 없는 듯하고 일본인들이 여기에 와서 봉납을 하고 소원을 빌거나 기도를 하는 것 같은데, 정확히는 잘 모르겠다.


즈이구도의 맞은편에는 종루가 있다. 케이쵸(慶長) 12년(1607년)에 재건되어 헤이세이(平成) 11년(1999년)에 모모야마(桃山) 양식으로 채색을 다시 했다고 하며, 중요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고 키요미즈데라 홈페이지에 적혀 있다. 모모야마 양식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옆에는 삼층탑이 있다. 아마 본당 다음으로 관심을 모으는 건물일 것 같은데, 키요미즈데라는 맨 위 사진 속의 본당이 가지는 의미가 크기 때문에 안타깝지만 그냥 지나치기로 한다.


카메라가 8년 전에 살 때는 꽤 괜찮은 녀석이었는데 좀 연식이 되어서 그런지 사진을 찍어놓으면 그다지 만족스럽지가 않다. 찍는 사람의 능력 부족도 중요한 원인이라고 생각하지만..


즈이구도에 다시 가보았지만, 뭐 별 흥미있는 것은 없는 것 같다.


사람들이 많은데 종종 한국어도 들리고, 알아들을 수 없지만 중국어 같은 말이 계속 들린다. 일본인들은 가족, 연인이나 친구들끼리 온 것 같은데, 외국인의 수가 더 많은 것 같다. 혼자 온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아서 조금 쓸쓸한 기분이 든다.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 매표소로 가는데 토도로키몬(轟門)을 해체수리한다고 이렇게 둘러 싸놓았다. 본당에는 들어갈 수 있다고 하지만, 이렇게 가림막을 쳐놓았으니 사진을 찍어도 아무런 의미가 없으니 들어갈 필요가 없어졌다. '가는 날이 장날' 이라는 말이 이럴 때 쓰는 것인가 보다.


예전에 입장료는 300엔이었던 것 같은데, 그동안 물가 인상도 있었을 것이고, 소비세도 올라서인지 400엔이란다. 굳이 들어갈 생각은 없어서 그냥 사진 한 장 찍고 돌아서 나왔다.


나오면서 졸지에 주연이 되어버린 삼층탑 사진을 하나 더 찍고 왔던 길로 다시 나간다.


나가고 있음.

혹시나 해서 출구 쪽으로 살짝 가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지 살펴보았는데 가림막투성이인 것은 마찬가지라서 가볍게 포기하고 돌아서 나왔다.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상점가.

왔던 길인 마츠바라도리(松原通り)를 따라 내려간다. 키요미즈만쥬라는 것이 있는데, 개인차가 있겠지만 단 음식은 잘 먹지 않아서 화과자는 그다지 즐기지 않는 편이다. 일본식 과자라고 이해하면 될 화과자(和菓子)는 모치, 만쥬가 대표적인데, 차와 함께 먹는 음식이라 단 맛이 특징이다. 일본 음식의 단맛은 한국 음식에서 느껴지는 단맛과는 또 달라서 재작년에 히로시마의 모미지만쥬와, 오카야마의 키비당고를 사서 집에 가져간 적이 있는데, 단맛이 강해서 가족들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그 뒤로는 과자류는 잘 사지 않고, 가끔 어머니로부터 직장 동료들에게 줄 선물로 로이스 초콜릿이나 사오라는 부탁이 있을 때 공항에서 초콜릿 몇 상자만 사가는 편이다.

9년 전 일본에 처음 왔을 때는 원화 가치가 높아서 100엔에 700원 중후반대였고, 소비세도 5%라서 물가가 싼 편이어서 편의점에서 이것저것 군것질거리를 사고, 관광지에서 기념품을 사도 큰 돈을 쓴다는 느낌이 없었는데, 엔화 가치가 오르면서 확실히 소비에 있어서 주저함이 생기고, 꼭 필요한 것만 사게 된다.


일본제라는 접시와 그릇이 있는데, 그릇은 깨질 수 있으니 선물로 가져가기 번거롭고 받는 사람의 취향도 생각해야해서 그냥 넘어간다.

그릇을 잘 모르는 사람도 딱 보자마자 탐이 나는 다기는 무려 4백만원이 넘는다.


세상에.. 접시 하나 팔면 일본에서 6개월은 나름대로 잘 먹고 잘 쓰면서 지낼 수 있는 돈이 나올만한 가격이다.
그래도 사는 사람이 있으니 이렇게 팔고 있는 것이 아닐까.


좁은 길이 북적북적하다.

마츠바라도리를 따라서 가다보면 산넨자카(三年坂), 니넨자카(二年坂) 방면으로 향하는 길과 고조자카(五条坂)로 내려가는 길로 갈 수 있는 갈림길이 나오는데 산넨자카와 니넨자카 방면으로는 조금 후에 가보기로 하고, 일단 밑으로 내려가보기로 한다. 8년 전에 왔을 때는 그냥 나가타를 따라다니기 바빠서 여기저기 살필 여유도 없었기에 이 곳에 왔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 


계속 돌아다녔더니 목이 마르고, 점심을 먹어야 하니 일단 내려가기로 한다. 아무래도 키요미즈데라 가까운 곳은 관광객들이 많아서 기다려야 할 것 같고 사람이 많아서 여유있게 밥을 먹기 어려울 것 같으니 일단 큰 길로 나가서 시원한 녹차를 사고 조용한 음식점을 찾아보기로 한다.

이틀 동안 교토에 머물렀지만 교토 관광은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고야로 가기 전에 몇 군데 들러서 구경을 하면서 교토의 매력을 조금이라도 느껴보기로 했다. 교토에 대한 많은 책이 나왔고, 역사가 깊은 고도(古都), 가장 일본적인 도시, 역사와 전통의 도시 등 화려한 수식어들이 많지만, 의외로 다른 중소도시에 가느라 그저 환승을 위해 거쳐가는 정도에 그친 경우가 많았고, 교토에서 호텔을 예약하고 묵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친구 집에서 한 번, 그리고 역시 친구가 예약해준 호스텔에서 하루를 묵기는 했지만, 내 주머니에서 돈이 나간 적은 없었으니.. 기껏해야 반나절 정도에 불과하겠지만 그 시간 동안 부지런히 돌아다니는 계획을 세웠다.


호텔에서 주는 아침밥을 먹었다.

아침식사용 플레이트와 테이블을 보면 어느 호텔인지 눈치를 채는 분들도 있을 듯하다.


방으로 돌아와서 짐을 챙겨 나와 체크아웃을 하면서 짐을 잠시 맡겨놓았다. 집에서 출발할 때는 가방 하나에 불과했지만, 면세점에서 가족 선물 및 부탁을 받아 구입한 것과 여러 이유로 회사에서 납품했다가 반품된 것도 있어서 백팩 외에도 양손 가득 짐이 생겨서, 모두 짊어지고 다니다가는 얼마 못가서 짐의 무게에 쓰러질 것 같아 일단 두고 가기로 했다.

키요미즈데라(清水寺)에 들렀다 긴카쿠지(銀閣寺.은각사)에 다녀오는 정도라면 서두르지 않고서 시간을 보내기에 큰 어려움은 없겠다 싶어 대충 지도 검색을 하면서 거리를 보았는데, 어제 하루 잘 쉰 덕분인지 조금 많이 걸어도 괜찮을 것 같아 교토 시가지 구경을 할 겸 슬슬 걸어다니면서 교토 지리를 익히기로 했다. 구글 맵으로 경로 검색을 해보니 키요미즈데라는 고죠도리(五条通り)를 따라 3.8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단다. 이번에도 구글 맵은 시속 5km의 속도로 도보 소요시간을 계산하여 45분 정도라고 예상하는데, 초행길이라 여기저기 둘러보면서 천천히 가다보면 조금 늦어질 터이고, 중간중간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신호를 기다리는 시간도 있을테니 한 시간 정도 걸릴 것이라 생각하고 갔다.

토요일 오전이라 그런지 시내의 차량은 많지 않고 조용한 편, 고죠도리는 교토에서 가장 번화한 상점가인 시죠도리(四条通り) 와는 달리 주거용 맨션이 많고, 간혹 오피스용 빌딩이 하나씩 있는 정도라서 대로변이지만 의외로 넓은 길에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뜨거운 금요일 밤을 보내고 토요일 오전이 조용한 것은 어디든 다를 바 없나보다. 교토 시내이지만 거리에는 맥도날드 같은 패스트푸드점이나 편의점이 간혹 보이는 정도이고, 상점들이 별로 없어 이 곳은 토요일 오전이 아니라 해도 조용할 것 같은 느낌이다. 유량이 많지 않고 수심도 그다지 깊어 보이지는 않지만 카모가와(鴨川)라는 강이 장애물로 있는데, 친절하게도 큰 길마다 차량 및 보행자가 모두 지나갈 수 있는 다리가 있다. 고죠도리에 있으니 이 다리의 이름은 고죠오하시(五条大橋)일테고, 이 다리를 건너 슬슬 오르막이 시작되는 길을 따라 걷는데 조금이라고 하기는 부족하고 그렇다고 먼 것 같지는 않은데 꽤 걷다보니 오타니혼뵤(大谷本廟)라는 곳에 도착했다. 뵤(廟.한국에서는 '묘' 라고 읽는다)라는 글자에서 납골당 같은 곳이 아닐까 싶었는데, 시간 여유가 있으니 잠시 들어가보기로 하였다. 문득 호기심이 생겨서.


오타니혼뵤는 키요미즈데라로 가는 언덕길을 오르기 전에 있는데, 혹시 길을 헤맬까 싶어서 지도를 사진에 담아두었다.


현판을 보자 닛폰햄 파이터스의 투수 오타니 쇼헤이(大谷翔平)가 생각이 났다. 물론 관계없을 것 같지만..


납골당 같은 곳인데, 분위기는 사찰의 느낌이 난다.


깔끔하게 정돈된 모습을 보니 이른 아침부터 누군가는 청소하느라 애를 썼을 것 같다.


참배하는 사람들을 보니 젊은 사람들보다는 중장년층이, 남성보다는 여성들이 더 많았다. 아무래도 여성의 수명이 남성에 비해 더 길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한국에서도 납골당 같은 곳에 가면 찾는 사람들 중에는 여성이 많으니까.


지붕 양 끝이 잘리기는 했지만 뭐..

여기서 키요미즈데라까지 가는 길을 검색해보니 몇 가지 있다고 하는데, 오타니혼뵤에 처음 들어왔던 지점인 히가시야마고죠(東山五条)교차점까지 가서 언덕길인 고죠자카(五条坂)를 올라가다 오른쪽으로 난 키요미즈신미치(清水新道)를 거쳐서 가거나, 더 올라가서 마츠바라도리(松原通り)에서 우회전하는 두 가지 길의 거리가 비슷하고, 가장 가까운 듯하다. 나갈 때는 들어올 때와 다른 곳으로 나갔더니 납골당 방면으로 우회로가 있다고 하여 그 길을 따라서 갔다.


우회로라고 하는 길을 따라서 올라간다.

이렇게 납골이 많은 곳을 지나는데 날씨까지 흐려서 음습한 기분이 느껴지기도 하는데 가다보니 우회로가 호우로 인한 지반붕괴로 폐쇄되었다는 안내가 있었다. 그래도 우회로 가는 길이라는 표지판을 보고 온지라 긴가민가해서 조금 더 가보기로 했다. 멀리 키요미즈데라의 삼층탑이 보여서 어떻게든 갈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바닥에 붙어있는 화살표를 따라 가보았는데, 더 이상 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호우로 인한 지반붕괴로 인하여 길이 끊어져 있다.

안내를 확실히 해놓았으면 좋았을텐데, 잘못 이해한 것인가 다시 보아도 우회로 안내하는 표지판이 있는가 하면, 키요미즈데라에 갈 수 없다는 안내도 있고 혼란스럽게 되어 있다. 우회로 안내 표지판은 길이 끊기기 전에 세워둔 것이고, 우회로 폐쇄 안내는 그 후에 세워둔 모양이다. 폐쇄한 길로 질러가는 얌체짓을 할 수는 없고, 다시 내려갔다가 고죠자카를 따라가다 키요미즈신미치를 따라서 올라갔다. 처음부터 남들이 지나다니는 평범한 길을 따라갔으면 시간 절약하고, 쓸데없이 힘을 낭비하지 않았을텐데 꼭 이렇게 뻘짓을 한다. 그렇지만 이런 뻘짓이 시간이 흐른 뒤 기억이 가물가물해질 때 그 때를 되새길 수 있는 추억거리가 되고, 그 시절을 떠올리면서 웃음짓게 만들기도 한다.

길 양쪽으로 늘어선 상점가 사이사이 토요일이라 관광객들이 많아서 길은 복잡하고 시끌시끌하지만, 뭐 나도 관광객 중의 한 명이니까 그러려니 하고 주변을 둘러보면서 올라갔다. 지난 이틀과 여기에 오기 전 며칠 간이 고된 시간이었기에 관광객 모드로의 전환이 쉽지는 않아서 계속 입을 굳게 다물고 다니기는 했지만..


드디어 키요미즈데라에 도착!

꽤 유명한 인왕문이 키요미즈데라에 오는 사람들을 맞이한다. 키요미즈데라는 7년 전인 2009년에 친구 나가타와 왔던 적이 있는데, 폐문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와서 구경하던 중 어두워져서 제대로 보지 못했던 기억이 있어서 다시 왔다. 일 때문에 바쁜 친구라 날을 맞추기 어렵고, 일본인답지 않게 일본에 온 외국인 친구라고 만날 때마다 밥과 술을 사는 것이 미안해서 연락을 하지 않았는데, 한 달 후에 결혼했다는 소식을 페이스북을 통해 뒤늦게 알게 되어 마음이 복잡해지기도 했다. 다음에 만날 때 작은 선물이라도 하나 준비해서 축하의 인사를 전해야 할 것 같다.


키요미즈데라에 온 기념으로 가방에 넣어둔 카메라를 꺼내서 첫 사진을 개시. 날씨도 좋고 참 좋은데 카메라에 메모리카드가 없어서 내장 메모리를 사용하다보니 몇 장 더 찍을 수 없단다. 계속 아이폰으로 사진을 찍어야 할 것 같은데, 아이폰 카메라 사용에 익숙하지 않아서 사진을 스퀘어로 놓고 찍어서 정사각형 모양의 사진이 나온 것을 나중에 사진을 옮기면서야 알았다.


뒤돌아보니 다양한 국적의 관광객들이 우르르 몰려오고 있다. 물론 대부분이 쭝꿔 언니오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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