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여행

#6. 아라시야마 치쿠린

2018. 10. 21. 13:44

아침에 일어나서 커피 한 잔 마시고, 교토로 이동.

신이마미야역에서 오사카칸죠선 열차를 타고 오사카역에서 환승하여 교토 방면으로 가는 신쾌속열차에 탔다. 칸사이미니패스로는 특급 하루카는 탈 수 없고[각주:1], 각역정차하는 보통열차와 쾌속, 신쾌속열차, 즉 운임만으로 이용할 수 있는 열차만 탈 수 있다. JR의 열차종별 중 급행열차는 사실상 없는 상태라고 할 수 있는데, 특급 하루카에 한하여 특급권을 따로 구입하면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교토역에 있는 식당에 들어가서 아침 겸 점심을 시켰다. 런치메뉴라고 해서 가격이 다소 저렴한 편이지만, 이 식당의 가격이 싸다고는 말할 수는 없다. 그래도 교토에서 밥 한 끼 먹는 것으로.. 교토 음식이라고 두부가 포함되어 있다.

이번에 갈 곳은 아라시야마에 있는 치쿠린(竹林). 예전에도 몇 번 다녀온 적이 있지만, 대개 겨울철이어서 여름에 녹음이 우거진 모습을 보고 싶었다. 교토역에서 사가노선(嵯峨野線)[각주:2]이라는 별칭이 있는 산인본선을 타고 사가아라시야마역까지 갈 수 있다. JR이 아닌 사철선 중 아라시야마에 가는 노선은 한큐의 아라시야마선, 케이후쿠 전기철도의 란덴이 있는데, 이 두 노선은 칸사이스루패스로 추가 비용 없이 이용할 수 있다. 

JR의 칸사이미니패스는 3일간 연속 사용의 조건으로 3,000엔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를 하고 있는데, 이용 범위는 칸사이스루패스에 비해서 좁지만, 2박 3일 일정에 최적화되어 있는 장점이 있는데 3일 꽉 채운 일정일 때 가장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공항에서 오사카 또는 교토 시내에 오가는 것만으로 패스 액면가의 2/3 이상 먹고 들어가는지라.. 다만 이 패스로는 교토 시내에서 버스를 탈 수 없어서 3회 이상 승차하는 경우라면 교토시, 교토버스 1일 승차권을 사야한다는 것이 단점이 되겠다. 


걸어가면서 사진을 찍으니 흔들린다.


텐류지라는 일본의 국보인 절도 있는데, 절은 다음에 시간이 많을 때 보기로 합시다.

이번에는 대나무숲이 주인공입니다...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삼림욕하는 셈치고 이 숲 속을 거닐어 봅시다.


주말이라 사람들이 많아서 정신이 없는데, 대륙에서 온 사람들이 워낙 소란스러워 좀 거슬린다.


숲 속이라 공기가 좋은 것 같은 느낌은 기분 때문인가..


태풍이 오거나 비바람이 몰아칠 때 이 나무들이 쓰러지지 않을까..


누가 이렇게 많은 대나무를 심어놓았을까..

이렇게 여러 생각을 하면서 걸어간다.


대나무 사이 좁은 길로 관광객들이 쏟아져 나온다. 아~

슬슬 도망쳐야 할 것 같은 예감이 드는데..[각주:3]


서양에서 온 듯한 외쿡인도 있고.

아! 나도 외국인인데 일본 아줌마들이 자꾸 뭐라고 말을 걸어온다. ㅋ



곧게 뻗은 대나무들


삼림욕을 열심히 해봅시다.

숲 속이라 그런지 공기가 맑은 것 같다.


이렇게 사람이 많다니 주말에 온 것은 최악의 선택이었나..


서양인들도 많이 볼 수 있는데, 이들은 삐까번쩍한 고층 빌딩 같은 것보다는 동양의 이국적인 모습을 더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같다. 예전에 호주에 있을 때 영국 남자 K모씨가 늘 아시안 여자들과 어울리던 것과도 관련이 있는건가.. 


사진 찍을 때는 몰랐는데 앞에 있는 아이 엄마의 표정이 아주 리얼하다. 누가 봐도 일본인의 모습인 듯.


저 아저씨는 일행이었던가..


다음에 여기에 온다면 아침 일찍 와서 사람들이 몰려오기 전에 구경하고 돌아가야 할 것 같은데, 여기에 다시 갈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겨울에는 연례행사로 홋카이도에 눈밭에서 뒹굴러 가야하고, 날씨 따뜻해지면 일해서 먹고 살아야하고.. 


한여름이지만 대나무들이 햇빛을 대부분 막아줘서 그렇게 덥지는 않았다.


어쩌다가 사가노선 철로 위로 지나가는 곳에 오게 되었다.

여기서 지나가는 열차를 사진에 담아보겠다고 생각을 했는데..

그 결과는.. 아아아아아~


이 모양임.. ㅜㅜ

보시는 분들께 대단히 죄송합니다.


체력이 방전되어서 이제 돌아가야할 것 같다. 

린쿠타운에 쇼핑이나 하러 가야겠다. 

말이 좋아 쇼핑이지 신변보장을 위해 삥뜯기는 일상의 연속이다..


여기가 오후 8시에 문을 닫는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있었다.


퇴각을 합니다.

돌아가서 저녁밥이나 먹어야겠다.



<아라시야마는 어떻게 갈 것인가>

  • 오사카 우메다에서 출발하는 경우 

우메다는 교토 방면으로 JR과 한큐의 노선이 다닌다. 케이한 역시 교토로 이어지는 노선이 있지만, 아라시야마와는 거리가 꽤 멀다. 단, JR은 우메다가 아닌 '오사카' 라는 역명을 사용하고 있으므로 오사카역이 다른 사철 및 지하철 우메다역과 환승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두는 것이 좋다. JR서일본의 단기체재 외국인 대상의 패스를 사용한다면 교토 방면의 신쾌속 또는 쾌속열차를 타고 갈 수 있으며, 칸사이공항에서 교토까지는 특급 하루카의 자유석에 추가요금 없이 승차할 수 있다. 단, 칸사이 미니패스는 특급열차를 타려면 별도로 특급권을 사야한다. 아라시야마에서 가장 가까운 JR의 역은 사가아라시야마역이며, 교토역에서 1회 환승을 하여야 한다.

사철인 한큐를 이용하는 경우는 한큐 교토선의 카츠라(桂)역에서 아라시야마선으로 환승하여 아라시야마에 갈 수 있다. 칸사이 스루패스, 한큐투어리스트패스 등이 있다면 추가금액 없이 이용할 수 있다.

란덴을 타보고 싶다면, 한큐 교토선을 타고 사이인역에서 내린 다음 란덴 사이(西院)역으로 건너가 환승할 수 있다.  

  • 오사카 난바에서 출발하는 경우

난바에서 출발하는 경우 교토행 교통편이 번거로운 편인데, 칸사이스루패스가 있다면 우메다까지 지하철로 이동 후 우메다에서 환승하여 가는 방법이 가장 무난하다. 


  1. 특급권을 따로 구입하면 하루카도 이용할 수 있지만, 긴 시간 타는 것도 아니라서 그냥 신쾌속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본문으로]
  2. 산인본선 중 교토에서 소노베까지의 구간은 어반 네트워크에 포함되어 '사가노선' 이라는 애칭으로 부르고 있다. [본문으로]
  3. 모르는 사람들과 부딪치는 것을 싫어해서 도망치는 경우가 많다... [본문으로]

후시미이나리타이샤 ②

2018. 4. 28. 16:35


계속해서 산 정상을 향해서 올라간다. 여기까지 와서 밑에 있는 토리이 몇 개만 보고 돌아가기도 그렇고, 영화 게이샤의 추억을 보지 않아서 내용도 잘 모르지만, 계속해서 등장하는 토리이가 어디까지 있는가 궁금하기도 하고..


앞의 포스트에서 이미 언급한대로 이 토리이는 신도 개인이나 회사 등에서 봉납한 것이라 누가 보내온 것인지 적혀 있다. 그 효과가 얼마나 클 지는 모르겠지만, 토리이를 봉납한 사람 또는 회사로서는 자신들을 알릴 수 있는 광고효과를 얻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토리이를 봉납할 정도라면 그 회사가 꽤 경영상태가 좋다는 뜻이 아닐까 싶다. 설마 망해가는 회사가 다시 잘 되고 싶다고 빚내서 봉납을 하지는 않을 것 같고. 


히잡을 쓰고 있는 저 여성 분은 동남아권에서 온 관광객인가 보다. 히잡스터가 새로운 동남아시아의 소비주체로 떠오르고 있다는 신문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일본은 한국에 비해 해외 관광객 유치에 더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사실 일본은 이미 정체에 접어든 자국민들의 소비를 대신하여 해외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인바운드 관광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세상에 여행하러 갈 나라가 한두 곳이 아니고, 서로 자국에 관광객을 유치하려는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일본은 아주 적극적으로 관광 일본을 기치로 외국인들이 돈을 쓰고 가도록 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어서, 초창기에는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소비세를 제외한 상품가 10,000엔부터 소비세 8%를 면제하는 면세정책을 펼쳤는데, 면세가 가능한 금액을 5,000엔(소비세 포함 5,400엔)으로 하향하면서 주머니가 가벼운 관광객들까지도 소비를 하게 만드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비록 정부 입장에서는 소비세라는 주요 세원이 감소하겠지만, 그만큼 외국인 관광객들이 상품을 많이 사서 돌아간다면, 민간 부문의 매출이 늘어나고, 자국민의 수입이 늘어나 민간 부문의 경제 활동을 촉진하기에 정부로서는 법인세나 소득세의 증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터. 이에 따른 민간 분야의 소득이 늘어남에 따라 일본 정부에서는 해외 여행객을 대상으로 하는 면세를 더욱 확대하고, 드럭스토어나 편의점 등의 일반 점포에서도 일본 내에 머무는 동안에 사용하지 않고, 출국시에 가지고 간다는 조건 하에 투명한 비닐백에 밀봉을 해서 판매하는 곳이 많다.


아직은 올라가는 사람이 내려오는 사람보다는 많은 것 같다. 빙빙 돌아서 가는 킨테츠를 타고 온 탓에 길바닥에 적지 않은 시간을 깔고, 호텔에 가서 짐을 두고 오느라 꽤 늦었는데 다행인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하자마자 저 쪽에서 많은 사람들이 내려오고 있다.

 위에 쓴 것을 취소해야 할 지도..

 

갈수록 내려오는 사람이 많아진다. 이 사람들은 부지런해서 일찍 올라갔다가 일찍 내려오는 것 같은데, 나는 왜 해가 지려고 하는 이 시간이 되어서야 올라가려고 하고 있는거냐.. 생각해보니 일찍 일어나더라도 짐을 다시 정리하면서 분실물이 있는지 확인한답시고 짐을 다 풀고 다시 싸면서 시간을 쓰다보니 쓸데없이 시간 낭비를 해서 그런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간에 소지품을 잃어버리는 일이 종종 있는데, 대개는 다시 찾게 되지만 잃어버린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

 

산 위로 올라갈수록 길이 좁아지고 토리이의 크기도 작아진다. 이 곳을 찾는 사람 중에서 산정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기도 하겠지만, 토리이 역시 신사 근처에 세우는 것과 산 정상에 가는 길에 세우는 것의 가격이 다르지 않을까 싶다. 

 

가도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가다보면 끝이 나오기는 하겠지만 슬슬 지겨워지고 있다.


괜히 산 정상까지 가겠다고 올라온 것인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인데, 무모함은 나의 특기였던가.. 드라마 아이리스가 한국과 일본에서 인기가 많았던 7년 전 겨울에 아키타에 가서 더 무모한 타자와코 도보 일주를 했더니 당시에 타자와코역 관광안내소에서 근무하던 한국인 직원이 놀라던 모습이 떠오른다. 돈이 없던 터라 가방도 그냥 보관해주고, 나는 그냥 빵 몇 개와 물 한 병을 가지고 그냥 눈 쌓인 호수 주변을 한 바퀴 돌았던 적이 있는데, 지금은 아주 양반이지 싶다. 야간열차로 오가며 숙박을 해결하였지만, 지금은 뭐 돈이 없다 싶으면 카드로 긁어버리면 되니.. 물론 그 돈을 메꾸기 위해서 적지 않은 고생을 해야하기는 하지만.

  

계속해서 토리이가 이어지니 이제 신기하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고, 지겹고 징그러울 정도. 이 산 위에 이렇게 토리이를 세우느라 많은 고생을 했을 것 같은데, 설마 인부들이 이것을 나누어 지고 들고 왔으려나. 이것들을 어떻게 여기까지 옮겨 왔는지 궁금해진다.


도대체 끝이 어디란 말인가..

 

아무래도 해가 질 시간이 되니 올라가는 사람들보다는 내려오는 사람들이 많아 보인다. 처음에는 그냥 적당한 지점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올 생각으로 왔는데, 계속 가다보니 끝까지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걷는 속도를 조금 높여서 부지런히 걸어간다. 지형이 험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어둠 속에서 산 속을 헤매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다.

 

이렇게 참배도가 있다. 아직 더 올라가야 하는 것 같다.

도대체 끝은 어디란 말인가.

 

산 위로 올라갈수록 길은 좁아지고 있고, 역시 세워져 있는 토리이의 폭과 높이도 좁아졌다.


이 쯤 되면 거의 다 올라온 것 같은데 아직 갈 길이 남은 것 같다.

마음 같아서는 그냥 내려가고 싶지만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베어야 한다고, 계속 가보기로 한다.

 

길이 두 갈래로 나 있다. 왼쪽은 내려가는 길[각주:1], 오른쪽은 올라가는 길. 당연히 정상에 도달하지 못하였으니 계속 올라가는 길로 걸음을 옮긴다.


토리이 봉납 가격에 대한 안내도 있다. 당연히 큰 토리이일수록 가격이 올라가는데, 175,500엔에서 시작하는 5호부터 130만엔이 넘는 10호까지 있다고 한다. 큰 토리이는 개인이 봉납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가격인 만큼 기업에서 큰 마음 먹고 내놓는 봉납금으로 지었을 것 같다. 


산 위로 올라갈수록 길이 좁아지고, 길이 좁아진 만큼 토리이의 폭도 좁아졌다. 여기까지 저 토리이를 옮기느라 인부들이 적지 않은 고생을 했을 것 같다.


빽빽하게 토리이가 세워져 있던 산의 초입부분과는 달리 이 곳에는 토리이 간의 사이가 꽤 멀고 띄엄띄엄 세워져 있다. 이미 산의 초입부분에 있는 눈에 잘 띄는 자리는 더 비싸고, 크기가 크니 제법 크고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는 회사나 재력가가 봉납하였을 것 같고, 이 정도 위치라면 그 자리를 놓친 사람들이 아쉽지만 그래도 이 곳에 봉납을 하겠다고 세운 토리이가 아닐까 싶다. 

 

걷는 속도를 빠르게 해서 앞에 가는 사람들을 추월하려고 하는데 길이 좁아져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세상 일이 모두 뜻대로 되면 뭐가 문제겠나, 잘 되지 않는 것이라 할 지라도 어떻게든 되도록 노력하는 수 밖에.. 결국 이들을 앞지르지는 못했다.


이 토리이는 조금 불안한 상태인지 보수 중인 것 같다. 아마도 비가 많이 와서 토리이를 세워둔 곳의 흙이 쓸려나가면서 불안한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 


이 쯤 되면 슬슬 끝이 보여야 하는데 아직 더 올라가야 하는 모양이다. 그냥 밑에서 구경하고 잠깐 올라왔다가 내려갈 것을 괜한 뻘짓을 했는가 싶은 생각이 들면서 내가 이러려고 여기까지 올라왔는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제 토리이만 봐도 신기하구나, 대단하다라기보다 징그럽다는 느낌이 든다. 이거 좋지 않다..


의도한 바는 아니나 저 커플이 계속 눈 앞에 있다.

 부부인지 연인인지 남자가 여자를 밀어주면서 올라가고 있다.


계속 올라가다가 잠시 뒤를 돌아보면서 사진 하나 찍고

 

계속해서 올라간다.

밑에서 보았던 두 남녀가 걸어가고 있다.

하나도 부럽지 않다.

 

 

아 스르발.. 언제 끝나는거냐..

 

여기는 토리이도 정말 띄엄띄엄 세워져 있다. 이 정도 위치라면 대형 토리이를 세우기는 어려울 것 같아서 적당한 가격으로 봉납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적은 금액은 아닐 것 같지만 그게 내 알 바는 아니고. 

 

저 두 사람은 여전히 잘 올라가고 있다.

추월은 나중에 내려갈 때 해야겠다.

 

지겨울 정도로 계속 올라가고 있는데 이 쯤 되니 정상이 머지 않았는데 여기까지 올라온 것이 아까워서라도 계속해서 올라가게 된다. 오르막을 오르는 것은 극도로 꺼리지만 그래도 산세가 험하지 않아서 별로 힘들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산 정상으로 갈수록 토리이의 크기가 작아지는데, 저 무거운 토리이를 인부들이 짊어지고 올라가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닐 터. 


드디어 산정에 도착했다.

산정이라고 하는데, 여기서 내려다 보는 경치 구경을 기대하였지만, 보이는 것은 묘와 묘비 뿐이다.

 

이제 더 올라갈 일은 없는 것 같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런 곳에서 별로 사진을 찍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산정에 도착한 뒤에 보니 이 곳이 해발 233미터라고 하니 산 치고는 그리 높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다. 계단이 많아서인지 여기 올라오는 길이 꽤 멀게 느껴졌는데 서울의 남산 높이가 262미터이니 남산보다 낮은 곳이더라는.. 

 

스에히로오카미(末広大神)라는 신을 모시는 곳이 있다.

산 정상에 왔으니 사진이나 찍어야겠는데 이 곳에서는 주변에 마땅히 사진 찍기에 좋은 곳이 안 보였다. 밑을 볼 수 있는 곳은 이런 신사 건물들로 막혀 있어서 산 밑이 보이지 않는데, 그렇다고 처음 온 이 곳에서 사진 찍을만한 장소를 찾는다고 주변을 돌아다니기도 애매하였다. 산 위에서 도시를 내려다보는 풍경을 기대하면서 왔건만 기대가 깡그리 사라져버렸고, 올라오다가 보았던 어느 바위 근처에 가서 사진을 찍어야 할 것 같다.


이제 잠시 숨을 돌리고 나서 해가 지기 전에 산 위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초스피드로 하산을 시작했다. 올라가는 것에 비해 내려가는 것은 빠를 터이니 조금 서둘러서 내려갔다. 


이 시간에 산 정상까지 올라오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빠르게 내려갈 수 있는데, 움직이면서 사진을 찍기도 하고 사람의 눈에 비치는 것보다 카메라 렌즈로 보이는 빛의 양이 적어서 그런지 흔들리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해질 시간이 다가오고 있어서 해가 지는 모습을 찍으려면 슬슬 서둘러야 할 것 같다. 


사진을 찍고 보니 저 멀리 세라복을 입은 사람이 있었던가..

 

꽤 내려온 뒤에 계단을 올라오고 있는 부부 또는 연인으로 보이는 서양인들을 보고 서로 가볍게 인사를 했다. 모르는 사람이지만, 이 사람들은 지나가는 사람들끼리 서로 그냥 인사 한 번 하면서 얼마나 더 올라가야 하는지 물어본다거나 서로를 격려하는 의미라고나 할까.


잠시 뒤돌아 사진 하나 더 찍고

  

더 내려와서 누군지 모르는 걸어가는 사람 뒷모습 사진도 하나 찍고


이제 슬슬 지겨워지고 있다.. 어흑 

  1. 이 지점을 기준으로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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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시미이나리타이샤 ①

2018. 2. 11. 16:54

교토라는 곳에 오면 특별한 목적지 없이 걸어다니는 것이 주가 되기 때문에..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방 안에 짐을 던져놓은 다음 바로 남쪽으로 방향을 잡고 걸어갔다. 킨테츠 레일패스는 교토 시내 관광에는 거의 도움이 안 된다고 보면 되는데, 그 이유는 주된 관광지를 피해서 다니고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나마 킨테츠 교토역에서 킨테츠 교토선 첫 역인 토지(東寺)역에 내리면 토지에 갈 때 조금 편할까, 다른 곳에 갈 때는 있으나 마나한 그런 물건이 되겠다. 구글 지도를 켜고 대충 살펴보니 그래도 교토역에서부터 걸어가는 것보다는 두 역 다음인 쥬죠(十条)역이 조금 더 가까운 것 같아서 일단 열차를 타러 갔다. 나중에 보니 카미토바구치(上鳥羽口)역에서 내리는 것이 조금 더 가깝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뭐 큰 차이는 없을 것 같다..


쥬죠역(十条駅)

거리로 보면 교토역까지 약 1.5km 이내인 것 같은데, 쥬죠역에서 이나리신사까지 걸어가는 거리를 생각하면 조금이라도 덜 걷는 것이 나을 듯해서 귀찮지만 열차를 타고 왔다. 어차피 돈이 더 들어가는 것도 아니니 뭐.. 열차를 이용해서 간다면 케이한 본선의 후시미이나리(伏見稲荷)역 또는 JR의 나라선 이나리(稲荷)역에서 내리는 것이 가깝다. 케이한이나 JR을 타면 따로 돈이 들어가기도 하고, 그냥 시간이 많이 있어서 설렁설렁 걸어서 가보기로 한다. 열심히 돌아다닐 의욕은 별로 없는 것 같은데, 여기까지 와서 방 안에 틀어박혀 있는 것도 그렇고 하니.. [각주:1]


이번에는 닌텐도 건물을 사진에 담아보고 구글 지도를 따라서 후시미이나리신사로 걸어갔다. 지도에서는 약 2.6km라고 32분에 걸어갈 수 있다고 하는데, 평균적으로 1시간에 4km정도를 걷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다리 긴 양놈들 기준으로 계산해서 그런 것인지, 구글 지도에서 너란 놈은 평소에 빨리 걸으니 한 시간에 5km를 걸을 수 있다고 여겨서인지..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면서 슬슬 걸어가니 대충 40분 정도 걸리지 않을까 싶다.


해외에서 온 여행객의 대부분은 열차를 타고 가장 가까운 역까지 와서 내려서 들어가기 때문에 걸어가는 동안 거의 보지 못하고, 이나리신사 근처에 와서야 몇몇 사람들을 보고 거의 다 왔구나 싶었다. 관광객이 많은 곳이라 그런지 이렇게 타코야키라든지 오코노미야키를 파는 곳들이 있는데, 이런 곳은 뜨내기 사람들이 많은데다 이 곳에서 장사하는 자릿세라는 것도 있어서 비싸지 않을까 싶다. 별로 뭔가 먹고 싶은 생각도 없고, 빵 몇 조각 먹고 왔다고 배가 고프지도 않아서 그냥 가볍게 지나서 바로 이나리신사로 간다.


와규스테이크도 팔고 있다. 고기는 좋아하는데 치아불량으로 스테이크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그냥 지나친다.


저기 보이는 토리이 밑으로 들어가면 되는 것 같다.


역시나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아침 일찍 왔어야 했는데 해가 중천에 떴을 때 출발을 했으니 뭐 어쩔 도리가 없다. 업무 관계로 일본에 자주 드나들면서 이번에는 어떤 장소에 꼭 들러서 보고 와야겠다 싶은 생각은 들지 않게 되는 것 같다. 이번에 시간이 안 되면 다음에 가지 싶은 정도라고나 할까..

 

여기서 손과 입을 헹구도록 합시다.


여우상이 있는데, 이것도 봉납으로 누군가가 바친 모양이다. 이 녀석이 '여우신사' 라는 별칭이 붙게 한 그 여우인가보다. 


후시미이나리타이샤(伏見稲荷大社)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오른쪽에 있는 여우를 사진에 담아본다. 그런데 저 여우가 물고 있는 저 동그란 것은 무엇일까. 여의주인가..


왼쪽에 있는 여우.

얼핏 열쇠같이 보이는 이상한 것을 물고 있다.


사람들이 보내온 술이 잔뜩 있고 사람들은 뭔가를 기원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곳에 오면 사람이라는 것이 이렇게 보이지 않고 다가갈 수 없는 존재에게 기원하고 의지하는 참 나약한 존재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도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짧게나마 빌어본다.


오른쪽에는 수험생들의 면학향상, 수험합격에 효험이 있다는 히가시마루신사가 있다. 수험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는 그냥 공부 열심히 하는 것이 중요하고, 시험 날에 컨디션을 최고가 되도록 차분히 준비하는 것이 좋지, 뭐 별 소용없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고 경험. 물론 이런 믿음을 통해서 자신감을 얻는다든지, 심리적 안정을 찾을 수 있다면 도움이 되겠지만..


이 사람들은 여기서 뭔가를 빌고 있다. 아무래도 외국에서 온 관광객들은 방문기념으로 여기저기 배경으로 사진 찍기에 바쁘지만, 일본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바라는 것을 이 신사에 와서 기원하기 위함이겠지 싶다. 신의 존재를 검증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믿는 것 밖에는 없겠지만, 무언가 믿고 의지하고 싶은 인간의 나약함을 보게 되는 것 같다. 


가족 단위로 온 사람들도 있고, 외국인들도 보인다.


삿포로맥주에서 맥주를 보내왔고, 옆에는 아사히맥주로 보이는 것이 있고, 간장회사에서도 간장을 보내왔다. 술 이외에도 자기 회사에서 만든 것들을 공물로 바치기도 하는가 보다. 이게 나름대로 광고효과도 있을 터이니 회사 입장에서는 얼마 되지 않을 공물을 보내면서 생색을 낼 수도 있을 것 같다.


종교라든가 공물 같은 것에는 별 생각이 없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사람들의 모습만 바라보고 있다.


저 연인을 찍으려 한 것은 아닌데 얘들이 알아서 프레임에 들어왔다.


이 신사는 게이샤의 추억에 나온 뒤로 더 유명해지면서 외국에서 온 사람들이 많이 찾게 되었다고 한다. 9년 전 즈음에 교토에 있는 친구집에 방문했을 때만 해도 이 곳이 키요미즈데라나 금각사, 은각사, 그리고 아라시야마만큼 유명하지 않아서 친구와 친구의 아버님은 이 곳을 추천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키요미즈데라나 킨카쿠지, 긴카쿠지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 되었다. 집에 게이샤의 추억 영화가 잘 보존되어 있기는 한데, 영화평이 별로여서 안 보고 그냥 내버려두었다가 봤다. 일본을 배경으로 하면서 중국 출신의 배우들이 등장해서 연기하는 것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고, 극 중에서 일본인으로 등장하는 사람들이 영어로 대사를 한다고 해서 별로 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던 것 같다. 어느 순간부터 영화와 담을 쌓고 지내게 되면서 영화를 잘 보지 않은 것도 있고..


왼쪽에는 단체로 온 관광객인 것 같다. 


교토시에서 다국어로 설명을 함께 적어두었다. 외국어로는 영어, 중국어, 그리고 한국어가 있다.


경내 안내도

설마설마했는데 결국 산 정상까지 올라가는 짓을 해버리게 된다.


이 신사의 이름인 이나리(稲荷)는 여우라는 뜻이 있는데, 여우는 신의 곡식을 맡은 사자라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나리즈시(稲荷寿司)는 유부초밥을 말하는데, 여우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그냥 이름만 같은 것일까.. 이 신사는 711년 이로코노하타노키미(伊侶巨秦公)가 이나리 산의 3개 봉에 하타(秦) 씨족의 수호신을 모신 것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하타씨는 정확히 어디 출신인지는 모르겠지만, 고대에 백제, 신라, 가야 쪽에서 온 도래인이라는 것 같다고 한다. 


한국에서 온 패키지여행 일행인가보다.

일정이 짜여져 있는 패키지여행은 참 별로라고 생각하는데, 요즘에는 텔레비전에서 패키지로 세계여행을 한다는 프로그램도 있을 정도라서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것 같다. 아무래도 일정이 잘 짜여져 있고, 가격 면에서도 개별적으로 다니는 것보다 저렴한데다, 지역에 익숙한 가이드가 동행하면서 안내를 해주기에 편한 점도 많겠지만, 그 정해진 일정에 맞추어야 한다는 것이 별로 내키지 않아서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통제받는 것을 싫어해서 그런가..


남녀가 사이좋게 있다. 부럽다..

환상이 깨질 수 있으니 저 여자의 얼굴은 보지 않기로 하는데 조금 전에 보았던 남녀가 다시 이 사진 속에 들어왔다. 나는 당신들 사진을 찍으려던 것이 아니었는데 당신들이 가는 곳마다 있으니 어쩔 수 없었소. 


여우가 금실을 물고 있다.


저 사진을 찍고 있는 아저씨 조금 전에 본 것 같은데..


이아이엔부(居合演舞). 교토카메오카지부란다. 이아이는 앉아 있다가 재빨리 칼을 뽑아 적을 베는 검술이라고 한다. 이 곳에서는 이 검술을 연습하는 것 같은데, 연습하는 사람들은 안 보였다.

 

사람들이 봉납한 쌀인가보다.


저기 보이는 계단으로 올라가면 산으로 올라갈 수 있다.


서양인들도 많이 찾는 것을 보니 영화라든가 미디어의 힘은 무시할 수 없는 것 같다.


이 신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인지 뭔가를 들고 나가고 있다.


이 방향으로 가면 이나리산을 올라갈 수 있다는 것 같은데 앞에 보이는 큰 토리이도 봉납으로 지어진 것이라고 한다. 계단을 올라가면 이나리산(稲荷山. 이나리야마)에 올라갈 수 있다고. 아무래도 높은 곳에 올라가서 밑을 내려다보는 것이 좋지 않겠나 싶어서 무턱대고 올라가보기로 했다.


중요문화재 곤덴(権殿)이라고 한다.

설명이 있기는 한데 귀찮아서 읽지 않고 지나쳐서 뭐하는 곳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 아가씨들 입은 옷이 예뻐서 그냥 살짝 사진을 찍어봄. 뒤통수만 봐서 얼굴이 예쁜지는 잘 모르겠고 별다른 의도는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예쁜 아가씨 있다고 그냥 막 사진찍고 그러는 사람이 아니올시다...


저 토리이를 지나 왼쪽에 있는 계단으로 올라가면 산 정상까지 갈 수 있다고 한다. 사실 오르막길은 질색이라서 별로 내키지는 않지만, 큰 마음 먹고 운동삼아서 한 번 올라가보려고 한다. 높은 곳은 싫지만,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전망은 아름다운 경우가 많아서..


타마야마다이메이신(玉山大名神)의 신사가 있다.


이 녀석도 여우인 것 같다.


맨 앞에 있는 토리이에 이나리오카미라고 써진 현판이 있고, 토리이 기둥에 봉납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다. 이제부터 징그러울 정도로 길게 이어지는 붉은 기둥의 토리이를 보게 된다.


처음에는 누구나 사진을 찍고 밝은 모습이다.

이나리오카미(稲荷大神)라는 작은 현판이 있다.


사람이 많다..


생각만큼 빨리 지나갈 수는 없을 것 같다.


이 여우는 뭔가를 물고 있다.


헤세 9년, 1997년에 지어진 것이니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가는구나.


조금 무섭게 생긴 여우가 여기도 있다.


두 갈래로 달라지는 길이 있다.

마음 같아서는 왼쪽의 아가씨들 따라가고 싶지만 오른쪽으로 간다. 그냥 오른손잡이라는 이유에서..


길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데 토리이의 크기도 작아져서 길이 좁아진다.


신사로 보이는 곳이 있지만 딱히 믿는 종교가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뭔가 바라고 기원한다고 해서 들어줄 것도 같지 않아서 그냥 사진만 찍고 말았다.


진짜 이 산을 올라가야 하는 것인가..


사나이가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베어야 한다는 말을 누군가가 했던 것 같은데, 그래 까짓 것 올라가보기로 한다.



이 신사의 유명한 토리이는 사람들이 봉납으로 보내온 것이라고 한다. 얼마나 그 수가 많은지 토리이들이 수 천개나 되어 센본도리이(千本鳥居)라고 불린다고. 토리이마다 '奉納' 이라는 글자가 있는데, 한국식으로 읽으면 봉납이라 하여, 즉 종교단체에 헌금을 하듯이 토리이를 바친다고. 이나리신사는 쌀, 농업, 성공의 신이 있는 곳이라고 하여 봉납이 많이 들어온다고 한다. 이 토리이가 산 꼭대기까지 계속 이어져 있을 정도이니, 이 신사로 들어오는 봉납품이 적지 않을 것임을 익히 짐작할 수 있다.


토리이의 크기에 따라서 길이 조금 넓은 곳도 있고, 좁은 곳도 있다.

아마도 돈이 많고 부유한 사람들이 조금 더 큰 토리이를 만들어 봉납하지 않았을까 싶다.


한국인도 보이고 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이 사람들이 누구인지 몰라서 그렇지..


서양에서 온 가족들도 있는데 쟤네들이 좁은 길을 다 차지한 채 걸어가고 있다...


잠시 기다려서 앞에 있는 서양인 가족과 조금 거리를 두고 가기로 한다. 사실 추월하고 싶었는데, 쟤네들이 비켜줄 생각을 안 하는 것 같아서 그냥 포기하고 천천히 걸어가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을 것 같다.


어디에서든 머릿수로 압도하는 쭝궈인들은 당연히 많고 서양에서 온 사람들도 종종 보인다. 서양인들에게는 자신들의 나라에서 보지 못한 동양의 모습을 보는 것이 신기하고 색다른 경험일 터. 사실 동양의 모습이라기 보다는 일본의 모습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겠지만, 얘네들은 그런 것을 잘 알지도 못하고 구분하지도 못하는 것이 대부분인지라. 그렇다고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서 설명하자니 쉬운 일도 아니고.


어우.. 사진이 어둡게 나왔다..


오후 4시가 가까워지고 있는데, 산 위로 올라갈수록 사람들은 줄어드는 것 같다.


이 등산로에 지어진 토리이가 처음에는 신기하고, 이런 산 위에 지어놓은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올라가는 도중 끝없이 이어지는 광경을 보니 그냥 그러려니 하는 생각이 든다.





<잠꾸러기의 여행노트>

후시미이나리타이샤행 교통편 안내



대중교통으로 후시미이나리타이샤에 간다면, JR나라선 이나리역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가깝고 출구에서 신사와 연결이 되어 있어서 이용하기 편하다. JR나라선 이나리역은 교토역에서 두 번째 역으로, 5분 정도 걸리며 운임은 140엔. 오사카 방면에서 찾는 경우라면 케이한본선 후시미이나리역을 이용하는 것이 편할 수도 있는데, 오사카시영지하철 미도스지선의 요도야바시역에서 케이한본선으로 갈아타고 갈 수 있다. 특급과 보통열차가 섞여서 들어오는데, 빠르게 가려면 탄바바시까지 특급열차를 타고 가서 보통열차로 갈아타면 된다. 약 50분 정도 걸리며, 운임은 편도 400엔. 오사카에서 왕복하는 경우라면 케이한 교토-오사카 관광패스(1일 700엔)를 사는 것이 낫다.

  1. 물론 호텔방에 쳐박혀 있다가 저녁 때나 밥먹으러 잠깐 나갔다 오는 경우도 있기도 하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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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오후 4시가 다 되어가고 있어서 슬슬 짐을 맡겨둔 호텔로 돌아갈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호텔에 가서 짐을 찾는 시간을 6시 정도로 생각하고 있지만, 사람 일이라는 것이 모르는 것이라 중간에 길을 잃어버린다거나 뭔가 재미있는 것을 발견해서 거기에 빠져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있다가 늦을 수도 있으니.. 


히가시야마지역에서 헤매다가 정원처럼 생긴 공원에 다다르게 되었다. 이름하여 마루야마공원(円山公園, 마루야마코-엔). 처음에는 멋모르고 엔잔코엔이라고 읽었는데, 친구가 아니란다. 나무들이 앙상한 가지만 있어서 썩 아름답지는 않지만 따뜻한 봄날이라면 다를 것 같다. 일본식으로 잘 가꾸어 놓은 공원이라 깔끔하고 관리가 잘 된 것 같다.


사진에 보이는 사람들처럼 저 다리도 건너보고 한 바퀴를 설렁설렁 돌아봤다. 딱히 특별한 느낌은 안 드는데, 이 때가 2월 초니까 두 달 정도 지나면 이 공원도 지금은 앙상한 가지만 있는 나무들에 벚꽃이 만발하여 더 아름답게 변해 있을 것 같다.


새들이 있다.

저 세 녀석이 새라는 것만 알지 어떤 새인지는 모르겠다.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리 같은 녀석도 있는 것 같고..


벚나무는 아직 가지만 앙상하다. 한 달 반 정도 지나야 슬슬 꽃이 피기 시작하겠지.


사카모토 료마와 나카오카 신타로의 동상이 있다.

이들은 에도 막부 말기에 대정봉환과 메이지유신에 기여를 한 유명한 무사 사카모토 료마(坂本龍馬). 나카오카 신타로(中岡真太郎)는 그의 혁명 동지라고 할 수 있겠고. 막부 말의 대정봉환 이전의 역사는 거의 다 잊어버려서 기억이 잘 안 나서 첨언을 하려니 좀 생각나는 것이 별로 없다. 시바 료타로씨의 책을 다시 읽어야 하나..


그리고 피리부는 사나이도 계시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돈을 조금씩 내고 가는가 보다.

뭐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도와달라는 것보다는 낫지 싶다.

조금 더 북쪽으로 가니 눈에 익은 곳이 등장했다. 두 달 전에 다녀온 적이 있는 치온인(知恩院)이었다. 조금씩 미련이 남아서 계속 북쪽으로 올라가고 있었는데 이제 여기서 발길을 돌려도 될 것 같다. 


치온인의 산몬은 멀리서 봐도 거대하다.


계속 걸어나와서 여기서부터 돌아가려면 대충 한 시간은 걸릴 것 같다. 기온에서 버스를 타면 20분 남짓이면 되지만, 이번에는 교토의 여기저기를 많이 가보고, 지리를 익히기 위해 조금 힘들더라도 계속 걸어가기로 했다. 일주일 정도 가만히 한 곳에 눌러 앉아서 슬슬 여기저기 둘러보면서 메모를 하고 나름대로 움직인 곳을 지도에 표시해가면서 동선을 그려놓으면 좋을텐데 그런 여유가 없어서 아쉽다.


글씨를 못 읽겠다... 뭐라고 써놓은 것일까.


이런 내용의 비석이라는 것 같다.


슬슬 매화가 피기 시작하는 것 같다. 

교토에서는 2월 말이면 매화축제가 열린다고 하는데, 확실히 따뜻하기는 따뜻한 모양이다.


시간이 지나면 이 나무들도 꽃이 만발하겠지. 그 모습은 보지 못하고 돌아가겠지만..


교토라는 도시가 바둑판처럼 되어 있기에 가려는 곳의 방향을 대충 알면 굳이 구글 지도가 알려주는 길이 아니더라도 갈 수 있어서 과감히 경로이탈을 했다. 호루몬, 야키니쿠 가게가 있어서 슬쩍 보았더니 가게 이름이 아재(アジェ)다. 야키니쿠 가게는 한국 사람들이 많이 하거니와, 이 '아재' 라는 상호는 가게 주인 분이 한국 출신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들어가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식당에서 고기를 혼자서 구워먹는 것은 어색한 일이라서 일본에서 고깃집은 가본 적이 없다. 일본 사람들은 혼자서도 고기를 잘 구워먹는다고 하더마는..


이 사진은 왜 찍은건지 잘 모르겠다. 찍을 때는 뭔가 생각이 있어서 그랬으려니 싶은데, 시간이 지나니까 기억이 안 난다. 내 머리 속에는 지우개가 있어서 잘 잊어버린다.. ㅠㅠ

일단 이 곳이 어디인지 감을 잡아야 하는 것이 과제다. 길을 잘 잃어버리는 특기를 가지고 있고, 두 달 전에 교토에 와서 치온인과 헤이안진구 등에 다녀오면서 교토 시내를 돌아다니기는 했지만 여전히 교토 시내의 지리는 잘 모르는데다, 방향이나 거리감 모두 어설픈지라 혹시라도 길을 잘못 든다면 어떻게 될 지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오후 9시 즈음에 교토역에서 열차를 타면 자정 이전에 킨테츠나고야역까지 갈 수 있기는 한데, 그러면 나고야 도착이 너무 늦으니 그보다는 두세 시간은 먼저 출발하려면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아서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비로 인해 토사가 쓸려나갔는지 이런 출입금지 표시가 있는데, 이런 안내를 아주 잘 따르는 말 잘 듣는 사람이어서 당연히 들어가지 않았다. 들어오지 말라는데 들어가는 사람들이 이상하지 않은가.. 주변에 자주 일어나는 사고 역시 평소에 하라는 것을 제대로 안 하고, 하지 말라는 것을 하다가 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본이라고 항상 원칙을 준수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보다는 많은 부분에서 나은 것은 사실이라 조금 안타깝다.


이 곳에도 리니어신칸센(츄오신칸센)을 교토에 유치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포스터를 붙여놓았다. 그러나 이 새로운 자기부상철도는 교토를 피해서 가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그럼에도 아직 나고야-오사카 구간은 아직 착공조차 하지 않아 개통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서인지 결정을 번복하기 위한 교토의 상공인들이 애를 쓰고 있는 모양이다. 지금도 토카이도신칸센 노조미라면 토쿄에서 두 시간 남짓이면 오는데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가 싶은 생각이 든다. 츄오신칸센 개통 이후 50년 이상 휴식 없이 계속 운행해온 토카이도신칸센의 대대적인 정비 및 보수를 위하여 장기간 운행 중지를 계획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확실히 결정난 것은 아니지만 1차 개통구간인 시나가와-나고야 구간이므로, 나고야 이서 지역인 교토, 오사카까지는 나고야부터 특급열차로 오사카까지 수송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나고야 서쪽의 구간은 현재 계획만 발표되었지 2045년에 개통 예정이라고 하니 아직 30년 가까이 남았다. 그 때까지 살아있을 지도 모르겠네 뭐..


그런데 뭔가 눈에 띄는 것이 있어서 보니 불상이 있다. 크고 아름다워요. 웅장한 느낌이다.


안에 들어가면 입장료를 내야해서 그냥 밖에서 사진을 찍었다. 매표소의 직원이 보고 있어서 그냥 대충 한 장 찍고 말았다. 평소 종교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데다 절과 신사를 자주 다니다보니 별로 특별한 것도 못 느끼겠고, 입장료는 300엔이지만 시간이 여유있는 것도 아니고 들어가도 저 불상 말고는 특별히 볼 것이 없을 것 같아서 그냥 발길을 돌렸다. 역사와 문화재 구경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으로 밥먹고 사는 사람도 아니기도 해서 생소한 것은 그냥 건너뛰기도 한다.


저 관음상은 료젠칸논(霊山観音), 한국식으로는 영산관음이라고 한다. 이제 지겨울 정도로 반복하지만 종교에 대한 지식이나 이해가 부족해서 딱히 덧붙일 말도 없지만, 적어도 저 불상이 누구인지는 알려야 할 것 같아서. 홈페이지 주소는 http://www.ryozen-kwannon.jp 라고 한다. 료젠칸논인데 사이트 이름은 료젠-콴논으로 되어 있는 것이 이상하네..

스펙을 적어보자면,

높이:24m

얼굴:6m

눈썹:1m 10cm

눈:1m

코:1m 6cm

입:90cm

총중량:500t


어마어마하다.


저 그림을 보는 순간 달심이 떠올랐다. 죄송합니다.. ㅋ


뒤를 돌아보니 멀리 키요미즈데라가 보인다.


료젠칸논을 마지막으로 북쪽으로 방향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지금까지 계속 북쪽으로 가고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게 된다. 길치의 비애.. ㅠㅠ

그렇다고 당황하지는 않는다. 흔히 겪는 일이라서 아무렇지도 않다.


코다이지(高台寺) 종루


료젠칸논에서 북쪽으로 가면 코다이지가 있다. 이 절의 정식명칭은 코다이쥬쇼젠지(高台寿聖禅寺)로 토요토미 히데요시 사후 그의 부인이었던 키타노만도코로 네네(寧々)가 출가하여 코다이인코게츠니(高台院湖月尼)라는 칭호를 받고, 이 절에서 지내면서 가문의 영속을 기원하였다고 한다. 결국 토요토미 가문은 멸문하고 말았지만.. 교토의 유명한 절이 한두 곳이 아니라 주목받지 못하고 자주 거론되는 장소는 아니지만 중요문화재 여럿이 보존된 곳이라 들어가고 싶지만, 어느덧 오후 3시가 넘어가고 있어서 발길을 돌렸다. 코다이지는 히가시야마토로(야간에 등불을 밝히는 행사)의 지역이기도 한데, 갈 곳은 많으니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는 수밖에. 이래놓고 가지 않을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 

다음에 교토에 초청해주시면 제가 코다이지 방문하여 여기저기 둘러보면서 세세한 여행기를 쓰도록 하겠습니다..


사진을 찍는데 방해가 되는 차들이 있는데 주차장이라고 표시를 해두었으니 어쩔 수 없다.


코다이지

시간이 없어서지 돈이 없어서 들어가지 않은 것은 아니다..


두꺼운 겨울용 외투와 점퍼를 입어야하는 한국에 비해서는 따뜻해서 사람들의 옷차림이 가벼워 보인다.


이 사진을 보니 겨울에 한 번 와서 보고 싶은데, 어디에서 사진을 찍어야 저런 구도가 나올지 궁금해졌다.


네네노미치(ねねの道)로 가기 위해 내려갔다.

네네(寧寧)는 위에서 잠시 등장했던 히데요시의 정실 키타노만도코로의 본명인데, 히데요시 사후 네네는 19년을 코다이지에서 보내고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그 이름을 따서 이 길을 네네노미치라고 명명했다고.



뭔가 특이한 탑이 하나 있는데..


특이하네..

나중에 찾아보니 다이운인(大雲院)이라는 절이고, 저 높은 누각은 기온카쿠(祇園閣)라는 누각이라고 한다.

 

하수도 맨홀 뚜껑의 무늬도 특이하다.

벚꽃과 단풍인가..


교토에 흔한 인력거

저걸 타면 편하기는 할텐데 혼자 타면 재미없을 것 같다.
그래서 안 탐..


여기는 키모노렌탈가게인 것 같다. 해당사항 없는 곳이므로 패스.


더 깊이 들어가면 다시 나와서 돌아가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서 적당히 멈추고 왼쪽을 살짝 보다가 뭔가 절 같은 것이 보이는 곳으로 방향을 바꾸어 가본다. 계속 가다가는 길을 잃어버리고 헤맬 것 같은 불길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래서 더이상의 무모한 도전은 하지 않기로 했다.


오타니소뵤

이미 방향감각을 상실한 채 어느 절 같은 장소에 도착했다. 이 곳이 정확히 어디였는지 기억이 잘 안 나서, 동선을 보았을 때 소린지(雙林寺)라는 곳이 아니었던가 싶었는데, 구글에서 찾아보다가 겨우 비슷한 사진을 하나 찾아서 여기저기 찾아보니 오타니소뵤(大谷祖廟)라는 곳이다. 이 곳은 히가시혼간지에서 운영하는 납골당과 같은 장소인 것 같다. 그러고보니 처음에 키요미즈데라에 가기 전에 들렀던 곳이 오타니혼뵤라는 곳이었다는 생각이 났다.


혹시 몰라서 잠시 들어가보기는 했는데 예상대로 납골당 같은 곳. 이런 곳에는 용무가 없으니 들어가다가 발길을 돌렸다. 이제 엔잔공원쪽으로 갔다가 슬슬 호텔로 돌아가 짐을 챙겨 나고야로 떠날 차비를 해야할 것 같다. 지난 이틀 동안 너무 일에 매달려 있던 탓에 교토 구경을 제대로 하지 못한 아쉬움이 진하게 느껴졌다.


네네노미치(ねねの道)의 구글지도

교토 니넨자카(二年坂)

2017. 2. 25. 16:41


점심을 먹고 나오자마자 절에 있는 탑이 보인다. 역시 교토는 절과 신사의 도시. 이 절은 호칸지(法観寺. 한국식으로 읽으면 법관사)라는 곳이라고. 이 절은 고구려 도래인, 즉 일본으로 건너온 고구려인들이 지은 곳이라고 한다. 고구려가 보낸 사신인 이리지(伊利之)라는 분이 건너와서 일본 왕실로부터 야사카노미야츠코(八坂造)라는 성씨를 받았고, 이리지의 후손들이 대대로 신관을 이어 왔다고 한다. 지금은 후손들이 신관을 이어오지는 않지만, 고구려의 후손들이 이 신사를 세운 것이라는 것은 대부분 인정하고 있다고. 여름에 열리는 교토의 기온마츠리는 일본의 3대 마츠리 중의 하나인데, 이 야사카신사에서부터 시작한다고 한다.


야사카신사의 5층탑

안에 들어가볼까 했는데, 별로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이 곳이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곳이기는 한데, 굳이 들어가고 싶지는 않더라는.. 날이 우중충해서 기분도 별로고, 오래간만에 많이 걸었다고 피곤하기도 해서.


토요일이라 사람도 많고, 이 좁은 골목까지 인력거는 운행하고 있다.

물론 나는 오랜 시간 걸어다닐 수 있는 튼튼한 두 다리가 있어서 인력거를 탈 생각이 없지만..


좁은 골목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다.

역시 주말은 주말인가보다.


웅장함을 자랑하는 야사카신사의 5층탑

그냥 밖에서 보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한다. 이것저것 다 들어가기도 그렇고, 무엇보다 문화재 보는 수준이 높지 않아서 크게 감동을 받는다거나 꼭 안에 들어가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도 않고..


이번에는 니넨자카 방면으로 가본다. 


교토에는 여러 차례 왔지만, 거리 구석구석을 이렇게 걸어다니는 것은 처음인 것 같다. 7년 전에 친구와 버스를 타고 키요미즈데라와 금각사에 다녀온 것이나, 언젠가 다른 친구와 교토에서 잠깐 만나서 그냥 도심 상점가를 구경하다가 차 한 잔 마신 것이 전부라서. 아무래도 이 친구들과 다니다보면 말상대가 되어주니 좋은 점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자신이 일본에 거주하는 일본인으로 외국의 방문객보다는 조금 더 잘 알고 있으니 뭐라도 안내를 해주려고 해서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없는 점도 있어서 불편한 점 역시 없지는 않다.


한국보다 따스하기는 해도 2월 초는 여기도 겨울이라서 사람들의 옷차림이 가볍지는 않다. 


니넨자카. 이렇게 사람이 많으니 다시는 올 때는 주말을 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舞妓를 마이코라 읽어야 할 지, 부키라고 읽어야 할 지 잘 모르겠는데 이 곳이 교토인 만큼 마이코로 읽지 않을까 싶다. 어쨌든 이런 차림을 하고 사진을 촬영하는 서비스도 있다고 한다. 카부키스튜디오에서 6장 촬영 플랜이 13,000엔, 12장 플랜은 15,000엔이라고 한다. 그 외에 옵션이 추가되는 경우는 가격이 꽤 올라가고, 이 업체의 스페셜은 33,000엔이라고 한다. 내가 가진 돈을 탈탈 털어도 스페셜 플랜은 할 수 없구나. 사진 촬영 후에 후보정까지 포함된 가격이겠지만. 어차피 데리고 온 아가씨도 없으니 뭐..


계속 가다보니 고양이 같이 생겼는데 고양이가 아니라는 녀석이 등장하는 음식점이 보였다. 헬로키티의 계절야채생파스타, 행복의 리본파스타, 친구들의 플레이트 등 헬로키티를 소재로 음식을 만들어 팔고 있는 모양이다. 처음 보았을 때는 한 두개 정도 키티 모형으로 음식같이 만들어 놓은 것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 이렇게 음식을 만들어 파는 모양이다.


키티모양의 유부초밥을 먹으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하다. 혹시 아이들은 귀여운 키티를 어떻게 먹냐면서 울고불고 난리치지 않을까 싶은데, 유부초밥은 유부초밥이니 그냥 먹고 말려나. 생각해보면 아이들도 귀여운 모양의 코알라노마치 같은 과자를 잘 먹던데..


식사류 이외에도 옷을 비롯한 잡화류 역시 판매하고 있다. 교토 한정 상품이라고 하니 키티덕후라면 키요미즈데라나 산넨자카보다 이 곳이 더 흥미롭고 즐거울 것 같다. 아마 딸이 있었다면 이 곳에서 점심을 먹지 않았을까 싶은데, 딸이 없는 것이 다행인가..


이 가게의 이름은 하로-키티챠료(はろうきてぃ茶寮), '헬로키티의 다실이 있는 장소' 정도의 의미일 듯하다. 여기서 판매하는 모든 제품이 헬로키티 관련 제품이고 이 곳에서만 판매하는 특별한 상품들이 많아서 키티빠들이 오면 좋아서 환장할 것 같다. 헬로키티는 고양이가 아니고 고양이를 닮은 영국 소녀라고 하는데..


헬로키티의 마수에서 벗어나 가던 길을 계속 걸어간다. 


여기서는 토토로가 등장하는 것 같다. 사실 난 토토로만 알지 내용은 잘 모른다. 지브리의 유명한 캐릭터이기는 하지만, 애니메이션에 별 관심이 없고 실존하는 사람들이 나오는 드라마나 영화를 더 좋아하기에. 중학교였나 고등학교였나 어느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반딧불의 묘를 보여준 적이 있는데, 그 때 보다가 졸리다고 잠을 잤던 것 같다.


지브리가 이빠이 있다는 돈구리쿄-와코쿠(どんぐり共和国, 돈구리공화국)라는 곳. 인형과 각종 지브리 캐릭터를 파는 곳으로 보이는데, 애니메이션에 별로 관심이 없는지라 그냥 슬쩍 둘러본 뒤에 발길을 돌렸다. 많은 사람들이 애니메이션으로 시작해서 일본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되는데, 만화 역시 아다치 미츠루의 작품 정도나 좋아할까 딱히 찾아보지 않아서 별 느낌이 없다. 그나마 좋아하는 배우인 이시하라 사토미가 나오는 드라마나 영화 역시 안 본 것도 많고, 볼 시간도 없어서 어떻게 의무적으로 다운로드 받은 파일도 열어보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라..


니넨자카를 지나와서 왔던 방향으로 뒤돌아 사진을 찍었는데 야사카신사의 5층탑이 멀리서도 우뚝 솟아있는 것이 보인다.


마지막으로 니넨자카에서 내려온 길 사진을 찍고 돌아갈 차비를 하였다. 저녁에 호텔로 돌아가서 짐을 찾아서 다시 나고야로 가야하는데 여기서 호텔까지 가려면 바로 가도 한 시간 정도는 걸릴 것 같은데 마냥 여기서 시간을 보내고 있을 수는 없었다. 나고야의 호텔 예약을 하였고, 설날 전에 돌아가려면 다른 방법이 없었다. 신칸센을 제 금액 주고 타기에는 부담스럽고, 킨테츠를 타고 돌아가야하니 계속 손목시계를 보면서 바쁘게 움직이는 수밖에.. 어제 하루를 그냥 날려버린 여파가 크다.

이미 한 번 왔던 키요미즈데라의 재방문 목적은 아래 사진(출처 : 위키피디아)에 있다.

예전에 키요미즈데라의 본당을 이런 각도에서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해가 일찍 지는 겨울이었던 탓에 입장할 때부터 이미 해가 지고 있었고, 올라가니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할 무렵이기도 했거니와, 경내를 오가는 관람객들이 많아 지나가면서 셔터 한 번 누르고 말았는데, 흔들림도 있고 어두워서 낮에 다시 와야겠다 생각했는데, 6년 반이나 걸렸다. 


교토를 대표하는 관광지이자 랜드마크이고, 또 토요일이니 사람들이 많다. 이미 예상하고 있던 바라서 놀랍지는 않지만, 사람들이 많으면 귀찮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을 굳이 찾게 되니 이거 참 알 수 없다.


올라가다보니 즈이구도(髄求道)라고 불리는 곳이 있다. 외국인은 별로 없는 듯하고 일본인들이 여기에 와서 봉납을 하고 소원을 빌거나 기도를 하는 것 같은데, 정확히는 잘 모르겠다.


즈이구도의 맞은편에는 종루가 있다. 케이쵸(慶長) 12년(1607년)에 재건되어 헤이세이(平成) 11년(1999년)에 모모야마(桃山) 양식으로 채색을 다시 했다고 하며, 중요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고 키요미즈데라 홈페이지에 적혀 있다. 모모야마 양식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옆에는 삼층탑이 있다. 아마 본당 다음으로 관심을 모으는 건물일 것 같은데, 키요미즈데라는 맨 위 사진 속의 본당이 가지는 의미가 크기 때문에 안타깝지만 그냥 지나치기로 한다.


카메라가 8년 전에 살 때는 꽤 괜찮은 녀석이었는데 좀 연식이 되어서 그런지 사진을 찍어놓으면 그다지 만족스럽지가 않다. 찍는 사람의 능력 부족도 중요한 원인이라고 생각하지만..


즈이구도에 다시 가보았지만, 뭐 별 흥미있는 것은 없는 것 같다.


사람들이 많은데 종종 한국어도 들리고, 알아들을 수 없지만 중국어 같은 말이 계속 들린다. 일본인들은 가족, 연인이나 친구들끼리 온 것 같은데, 외국인의 수가 더 많은 것 같다. 혼자 온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아서 조금 쓸쓸한 기분이 든다.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 매표소로 가는데 토도로키몬(轟門)을 해체수리한다고 이렇게 둘러 싸놓았다. 본당에는 들어갈 수 있다고 하지만, 이렇게 가림막을 쳐놓았으니 사진을 찍어도 아무런 의미가 없으니 들어갈 필요가 없어졌다. '가는 날이 장날' 이라는 말이 이럴 때 쓰는 것인가 보다.


예전에 입장료는 300엔이었던 것 같은데, 그동안 물가 인상도 있었을 것이고, 소비세도 올라서인지 400엔이란다. 굳이 들어갈 생각은 없어서 그냥 사진 한 장 찍고 돌아서 나왔다.


나오면서 졸지에 주연이 되어버린 삼층탑 사진을 하나 더 찍고 왔던 길로 다시 나간다.


나가고 있음.

혹시나 해서 출구 쪽으로 살짝 가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지 살펴보았는데 가림막투성이인 것은 마찬가지라서 가볍게 포기하고 돌아서 나왔다.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상점가.

왔던 길인 마츠바라도리(松原通り)를 따라 내려간다. 키요미즈만쥬라는 것이 있는데, 개인차가 있겠지만 단 음식은 잘 먹지 않아서 화과자는 그다지 즐기지 않는 편이다. 일본식 과자라고 이해하면 될 화과자(和菓子)는 모치, 만쥬가 대표적인데, 차와 함께 먹는 음식이라 단 맛이 특징이다. 일본 음식의 단맛은 한국 음식에서 느껴지는 단맛과는 또 달라서 재작년에 히로시마의 모미지만쥬와, 오카야마의 키비당고를 사서 집에 가져간 적이 있는데, 단맛이 강해서 가족들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그 뒤로는 과자류는 잘 사지 않고, 가끔 어머니로부터 직장 동료들에게 줄 선물로 로이스 초콜릿이나 사오라는 부탁이 있을 때 공항에서 초콜릿 몇 상자만 사가는 편이다.

9년 전 일본에 처음 왔을 때는 원화 가치가 높아서 100엔에 700원 중후반대였고, 소비세도 5%라서 물가가 싼 편이어서 편의점에서 이것저것 군것질거리를 사고, 관광지에서 기념품을 사도 큰 돈을 쓴다는 느낌이 없었는데, 엔화 가치가 오르면서 확실히 소비에 있어서 주저함이 생기고, 꼭 필요한 것만 사게 된다.


일본제라는 접시와 그릇이 있는데, 그릇은 깨질 수 있으니 선물로 가져가기 번거롭고 받는 사람의 취향도 생각해야해서 그냥 넘어간다.

그릇을 잘 모르는 사람도 딱 보자마자 탐이 나는 다기는 무려 4백만원이 넘는다.


세상에.. 접시 하나 팔면 일본에서 6개월은 나름대로 잘 먹고 잘 쓰면서 지낼 수 있는 돈이 나올만한 가격이다.
그래도 사는 사람이 있으니 이렇게 팔고 있는 것이 아닐까.


좁은 길이 북적북적하다.

마츠바라도리를 따라서 가다보면 산넨자카(三年坂), 니넨자카(二年坂) 방면으로 향하는 길과 고조자카(五条坂)로 내려가는 길로 갈 수 있는 갈림길이 나오는데 산넨자카와 니넨자카 방면으로는 조금 후에 가보기로 하고, 일단 밑으로 내려가보기로 한다. 8년 전에 왔을 때는 그냥 나가타를 따라다니기 바빠서 여기저기 살필 여유도 없었기에 이 곳에 왔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 


계속 돌아다녔더니 목이 마르고, 점심을 먹어야 하니 일단 내려가기로 한다. 아무래도 키요미즈데라 가까운 곳은 관광객들이 많아서 기다려야 할 것 같고 사람이 많아서 여유있게 밥을 먹기 어려울 것 같으니 일단 큰 길로 나가서 시원한 녹차를 사고 조용한 음식점을 찾아보기로 한다.

이틀 동안 교토에 머물렀지만 교토 관광은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고야로 가기 전에 몇 군데 들러서 구경을 하면서 교토의 매력을 조금이라도 느껴보기로 했다. 교토에 대한 많은 책이 나왔고, 역사가 깊은 고도(古都), 가장 일본적인 도시, 역사와 전통의 도시 등 화려한 수식어들이 많지만, 의외로 다른 중소도시에 가느라 그저 환승을 위해 거쳐가는 정도에 그친 경우가 많았고, 교토에서 호텔을 예약하고 묵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친구 집에서 한 번, 그리고 역시 친구가 예약해준 호스텔에서 하루를 묵기는 했지만, 내 주머니에서 돈이 나간 적은 없었으니.. 기껏해야 반나절 정도에 불과하겠지만 그 시간 동안 부지런히 돌아다니는 계획을 세웠다.


호텔에서 주는 아침밥을 먹었다.

아침식사용 플레이트와 테이블을 보면 어느 호텔인지 눈치를 채는 분들도 있을 듯하다.


방으로 돌아와서 짐을 챙겨 나와 체크아웃을 하면서 짐을 잠시 맡겨놓았다. 집에서 출발할 때는 가방 하나에 불과했지만, 면세점에서 가족 선물 및 부탁을 받아 구입한 것과 여러 이유로 회사에서 납품했다가 반품된 것도 있어서 백팩 외에도 양손 가득 짐이 생겨서, 모두 짊어지고 다니다가는 얼마 못가서 짐의 무게에 쓰러질 것 같아 일단 두고 가기로 했다.

키요미즈데라(清水寺)에 들렀다 긴카쿠지(銀閣寺.은각사)에 다녀오는 정도라면 서두르지 않고서 시간을 보내기에 큰 어려움은 없겠다 싶어 대충 지도 검색을 하면서 거리를 보았는데, 어제 하루 잘 쉰 덕분인지 조금 많이 걸어도 괜찮을 것 같아 교토 시가지 구경을 할 겸 슬슬 걸어다니면서 교토 지리를 익히기로 했다. 구글 맵으로 경로 검색을 해보니 키요미즈데라는 고죠도리(五条通り)를 따라 3.8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단다. 이번에도 구글 맵은 시속 5km의 속도로 도보 소요시간을 계산하여 45분 정도라고 예상하는데, 초행길이라 여기저기 둘러보면서 천천히 가다보면 조금 늦어질 터이고, 중간중간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신호를 기다리는 시간도 있을테니 한 시간 정도 걸릴 것이라 생각하고 갔다.

토요일 오전이라 그런지 시내의 차량은 많지 않고 조용한 편, 고죠도리는 교토에서 가장 번화한 상점가인 시죠도리(四条通り) 와는 달리 주거용 맨션이 많고, 간혹 오피스용 빌딩이 하나씩 있는 정도라서 대로변이지만 의외로 넓은 길에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뜨거운 금요일 밤을 보내고 토요일 오전이 조용한 것은 어디든 다를 바 없나보다. 교토 시내이지만 거리에는 맥도날드 같은 패스트푸드점이나 편의점이 간혹 보이는 정도이고, 상점들이 별로 없어 이 곳은 토요일 오전이 아니라 해도 조용할 것 같은 느낌이다. 유량이 많지 않고 수심도 그다지 깊어 보이지는 않지만 카모가와(鴨川)라는 강이 장애물로 있는데, 친절하게도 큰 길마다 차량 및 보행자가 모두 지나갈 수 있는 다리가 있다. 고죠도리에 있으니 이 다리의 이름은 고죠오하시(五条大橋)일테고, 이 다리를 건너 슬슬 오르막이 시작되는 길을 따라 걷는데 조금이라고 하기는 부족하고 그렇다고 먼 것 같지는 않은데 꽤 걷다보니 오타니혼뵤(大谷本廟)라는 곳에 도착했다. 뵤(廟.한국에서는 '묘' 라고 읽는다)라는 글자에서 납골당 같은 곳이 아닐까 싶었는데, 시간 여유가 있으니 잠시 들어가보기로 하였다. 문득 호기심이 생겨서.


오타니혼뵤는 키요미즈데라로 가는 언덕길을 오르기 전에 있는데, 혹시 길을 헤맬까 싶어서 지도를 사진에 담아두었다.


현판을 보자 닛폰햄 파이터스의 투수 오타니 쇼헤이(大谷翔平)가 생각이 났다. 물론 관계없을 것 같지만..


납골당 같은 곳인데, 분위기는 사찰의 느낌이 난다.


깔끔하게 정돈된 모습을 보니 이른 아침부터 누군가는 청소하느라 애를 썼을 것 같다.


참배하는 사람들을 보니 젊은 사람들보다는 중장년층이, 남성보다는 여성들이 더 많았다. 아무래도 여성의 수명이 남성에 비해 더 길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한국에서도 납골당 같은 곳에 가면 찾는 사람들 중에는 여성이 많으니까.


지붕 양 끝이 잘리기는 했지만 뭐..

여기서 키요미즈데라까지 가는 길을 검색해보니 몇 가지 있다고 하는데, 오타니혼뵤에 처음 들어왔던 지점인 히가시야마고죠(東山五条)교차점까지 가서 언덕길인 고죠자카(五条坂)를 올라가다 오른쪽으로 난 키요미즈신미치(清水新道)를 거쳐서 가거나, 더 올라가서 마츠바라도리(松原通り)에서 우회전하는 두 가지 길의 거리가 비슷하고, 가장 가까운 듯하다. 나갈 때는 들어올 때와 다른 곳으로 나갔더니 납골당 방면으로 우회로가 있다고 하여 그 길을 따라서 갔다.


우회로라고 하는 길을 따라서 올라간다.

이렇게 납골이 많은 곳을 지나는데 날씨까지 흐려서 음습한 기분이 느껴지기도 하는데 가다보니 우회로가 호우로 인한 지반붕괴로 폐쇄되었다는 안내가 있었다. 그래도 우회로 가는 길이라는 표지판을 보고 온지라 긴가민가해서 조금 더 가보기로 했다. 멀리 키요미즈데라의 삼층탑이 보여서 어떻게든 갈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바닥에 붙어있는 화살표를 따라 가보았는데, 더 이상 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호우로 인한 지반붕괴로 인하여 길이 끊어져 있다.

안내를 확실히 해놓았으면 좋았을텐데, 잘못 이해한 것인가 다시 보아도 우회로 안내하는 표지판이 있는가 하면, 키요미즈데라에 갈 수 없다는 안내도 있고 혼란스럽게 되어 있다. 우회로 안내 표지판은 길이 끊기기 전에 세워둔 것이고, 우회로 폐쇄 안내는 그 후에 세워둔 모양이다. 폐쇄한 길로 질러가는 얌체짓을 할 수는 없고, 다시 내려갔다가 고죠자카를 따라가다 키요미즈신미치를 따라서 올라갔다. 처음부터 남들이 지나다니는 평범한 길을 따라갔으면 시간 절약하고, 쓸데없이 힘을 낭비하지 않았을텐데 꼭 이렇게 뻘짓을 한다. 그렇지만 이런 뻘짓이 시간이 흐른 뒤 기억이 가물가물해질 때 그 때를 되새길 수 있는 추억거리가 되고, 그 시절을 떠올리면서 웃음짓게 만들기도 한다.

길 양쪽으로 늘어선 상점가 사이사이 토요일이라 관광객들이 많아서 길은 복잡하고 시끌시끌하지만, 뭐 나도 관광객 중의 한 명이니까 그러려니 하고 주변을 둘러보면서 올라갔다. 지난 이틀과 여기에 오기 전 며칠 간이 고된 시간이었기에 관광객 모드로의 전환이 쉽지는 않아서 계속 입을 굳게 다물고 다니기는 했지만..


드디어 키요미즈데라에 도착!

꽤 유명한 인왕문이 키요미즈데라에 오는 사람들을 맞이한다. 키요미즈데라는 7년 전인 2009년에 친구 나가타와 왔던 적이 있는데, 폐문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와서 구경하던 중 어두워져서 제대로 보지 못했던 기억이 있어서 다시 왔다. 일 때문에 바쁜 친구라 날을 맞추기 어렵고, 일본인답지 않게 일본에 온 외국인 친구라고 만날 때마다 밥과 술을 사는 것이 미안해서 연락을 하지 않았는데, 한 달 후에 결혼했다는 소식을 페이스북을 통해 뒤늦게 알게 되어 마음이 복잡해지기도 했다. 다음에 만날 때 작은 선물이라도 하나 준비해서 축하의 인사를 전해야 할 것 같다.


키요미즈데라에 온 기념으로 가방에 넣어둔 카메라를 꺼내서 첫 사진을 개시. 날씨도 좋고 참 좋은데 카메라에 메모리카드가 없어서 내장 메모리를 사용하다보니 몇 장 더 찍을 수 없단다. 계속 아이폰으로 사진을 찍어야 할 것 같은데, 아이폰 카메라 사용에 익숙하지 않아서 사진을 스퀘어로 놓고 찍어서 정사각형 모양의 사진이 나온 것을 나중에 사진을 옮기면서야 알았다.


뒤돌아보니 다양한 국적의 관광객들이 우르르 몰려오고 있다. 물론 대부분이 쭝꿔 언니오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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