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도시마점보페리

오사카에서의 사흘, 실제로는 42시간 남짓을 보내고 카가와로 돌아가야 하는데, 대단히 귀찮다. 새벽 1시에 코베항을 떠나 타카마츠로 가는 페리를 타고 다시 쇼도시마에 가는 여정이 이어진다. 주간에 운항하는 페리는 타카마츠에 가기 앞서 쇼도시마를 들르는데, 이 새벽편은 타카마츠에 먼저 도착한 후, 다시 방향을 바꾸어 쇼도시마로 간단다. 쇼도시마 페리터미널에 하선시 선사의 직원이 있어야 할텐데 그렇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이유인 듯하다. 일단 타카마츠에 갔다가 쇼도시마로 되돌아오는데 덕분에 잠은 좀 길게 잘 수 있을 것 같기는 하다. 좌석이 그렇게 편안하지 않다는 것이 문제이기는 하지만..

일요일 밤에 출발하기에 칸사이지역에 구경왔다가 돌아가는 카가와현 사람들이 잔뜩 몰려서 빈 자리가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오후 7시 즈음에 산노미야역에 도착했는데, 페리터미널까지 걸어가보니 타카마츠행 페리는 조금 전에 출항한 모양이다. 출항시각 한 시간 전부터 승선 수속을 한다고 하니 자정까지 기다려야하는데, 거의 다섯 시간 가까이 터미널 대합실에 앉아서 있기도 그래서 샤워도 하고 조금 드러누워 있으려고 넷카페에 들어가서 부스 문을 닫고 누워 있었다. 넷카페에 가면 대개 플랫석을 고르는 편인데 아무것도 할 일이 없을 때는 드러누워 있을 수도 있어서.. 11시 정도 되었을 때 슬슬 다시 페리터미널로 설렁설렁 걸어갔다. 입출항 시각에 맞추어 산노미야역부터 페리터미널까지 버스를 운행하기는 하는데, 시간이 많이 남아서 그냥 걸어갔다. 두 번 오가기에는 조금 귀찮은 거리이기는 하지만..


11시 반 정도 되었을 때 승선수속을 시작하였는데, 아무래도 월요일 아침에 도착하는 배라 그런지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은 것 같다. 밤새 배를 타고 가서 출근하려면 짜증 지대로겠지...

이 회사에서 단기체재 목적으로 온 외국인에게 무료 승선권을 주면서 홍보를 하고 있는데, 1년하고 석 달이 지난 뒤에야 이렇게 쓰고 있다. 아직 남아있는 다른 여행기도 써야하는데 눈코 뜰 새 없이 일은 바쁘고, 오죽하면 잠꾸러기가 잠을 못 자고 이러고 있을까...


이번에도 무료 승선권. 이 회사 직원들이 점보페리 홍보 잘 부탁한다고 하는데, 솔직히 타카마츠에서 코베까지 페리를 타고 움직이는 사람이 많을 것 같지는 않다. 거지라서 이런 짓을 하는 것인데.. 게을러서 1년을 훌쩍 넘겨 이제와서 여행기를 쓰고 있는 것이 조금 마음에 걸리기는 하지만.


NHK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포츠 경기를 생중계하는 경우가 많은데, 테니스 그랜드슬램 4개 대회는 대부분 생중계하는 것 같다. 이 때가 윔블던 기간이었고, 잔디코트에서 가장 강한 페더러가 결국 우승을 차지했다. 노박과 라파가 없었던 것이 더 큰 이유인 것 같고, 페더러의 마지막 그랜드슬램 우승이 되지 않을까 싶다. 


서양인들은 있어도 일본인을 제외한 아시아인은 거의 없는 듯했다. 기다리는 18세 전후의 여학생으로 보이는 이들이 있었는데, 주말을 맞이하여 타카마츠에서 칸사이지역에 여행 겸 쇼핑을 위해 온 것인지도.


배에 올라타면서 밤새 어떻게 시간을 보낼지 걱정이 되었는데, 막상 배에 올라타고 시간이 조금 지나서 선내 매점에서 우동 한 그릇 먹고 배불러서 잠을 자려고 사먹었는데 가다보니 알아서 잠이 들었다. 주변 사람들이 시끄러워서 잠을 설치기는 했지만, 뭐 공짜인데 뭘 더 바라나 싶은 생각이 든다.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가 다시 쇼도시마에 왔을 때 짐을 챙겨서 내렸는데, 이제부터 무엇을 해야할 지 고민을 시작하게 된다. 잠을 잘 못 잔 탓에 몸이 천근만근 무겁고, 보조배터리를 가져가지 않아서 휴대폰의 배터리도 여유있다고 할 상황은 아니었는데, 선내에 있는 전기 콘센트를 차지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 

그리고 일단 엔젤로드라는 곳에 들렀다가 타카마츠로 일찍 돌아가 잠을 푹 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엔젤로드 정류장에 내려서 해안으로 걸어가는 중에 문득 든 생각. "ㅅㅂㄹ 버스에 두고 내린 물건이 있는 것 같다... 아이고~ 칠칠맞다."

타카마츠 찍고 다시 쇼도시마로 돌아온 뒤, 엔젤로드인가 뭔가 하는 것을 보러 잠시 다녀오기로 했다. 쇼도시마의 사카테항은 섬의 동쪽에 있고, 엔젤로드는 서쪽에 있어서 쇼도시마를 거의 횡단하는 셈이 되겠다. 일단 버스를 타고 섬의 서쪽으로 가는데 간밤에 배에서 의자에서 졸면서 온 탓인지 꾸벅꾸벅 졸다가 내리기 얼마 전에 눈을 떠서 내렸다.

그런데 배 안에서 보낸 시간 동안 스마트폰과 카메라의 배터리 충전을 하지 않은 탓에 사진은 못 찍고 그냥 보고 오기만 해야할 것 같다. 연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고 하니 별로 기대하는 것이 없는데, 썰물 시간까지 기다리기는 힘들 것 같고, 적당히 어떤 곳인지만 보고 버스 시간에 맞춰 토노쇼항으로 가서 페리를 타고 타카마츠로 가서 일찍 호텔에 체크인을 해서 낮잠이나 자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런 곳이라고 한다. (사진은 인터넷에서 찾은 것인데..)

물이 빠지면 저렇게 모래로 된 길이 생긴다고 하는데, 나무가 있는 저 섬은 벤텐지마(弁天島)라는 것 같다.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있을 때 관광안내소 겸 매점이 영업을 시작했고, 들어가서 음료수를 사고, 잠시 짐을 맡겨두고 엔젤로드가 어떤 곳인지 보고 오려고 했는데, 아뿔싸!! 선물로 산 쇼핑백을 버스에 두고 내린 것 같다. 연인들의 인기 스팟이라는 곳에 가려고 하니 이렇게 벌을 받는건가..

다시 매점으로 가서 쇼핑백을 버스에 두고 왔는데, 버스회사 전화번호를 알 수 있는지 물어보았더니 아주머니가 직접 전화를 걸어 버스회사에서 보관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해주셔서 버스를 타고 토노쇼항 버스터미널로 갔다. 도착해서 전화를 했더니 흰머리의 직원 분이 나오셔서 쇼핑백을 전해주신다. 폐를 끼쳐서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인사를 하고 토노쇼항에 가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얌전히 기다리고 있다가 배 출항 시간에 맞추어 배를 타고 타카마츠로 갔다. 어느덧 점심 시간이 되어서 선내에서 이것저것 음식을 시켜서 먹는 사람들이 있는데, 먹고 졸다가 또 정신줄을 놓을 수 있어서 도착하자마자 호텔에 체크인부터 하고 잠깐 눈이라도 붙여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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