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치토세공항



지하철을 타고 다시 후쿠오카공항에 도착했다.

버스는 막힐 가능성도 있고, 노선을 잘 몰라서 그냥 지하철을 탔다.


일본 국내선을 타는 것은 6년 여 전에 일본항공 마일리지로 김포에서 삿포로까지 다녀왔던 것 이후 아주 오래간만인 것 같다. 거리가 짧은데다 고속철도나 버스 등이 잘 갖추어져서  한국과 달리 일본에서는 국내선도 수익성이 나쁘지 않은데, 지리적으로 동서남북으로 길게 늘어져 있어서 후쿠오카에서 삿포로 같은 곳에는 비행기 외에는 다른 수단이 없다고 보면 된다. 이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는 사람은 열차 하나로 계속 내달리기도 한 적이 있는데 하카타역에서 출발해서 토쿄까지는 약 6시간 정도 걸리고, 토쿄에서 삿포로까지 약 8시간 반 정도 걸리니, 아침에 눈뜨자마자 신칸센을 타도 삿포로에는 자정이 가까운 시각에 도착하게 된다. 단기체재 외국인의 특권으로 JR패스를 사용할 수 있기는 하지만, 토카이도-산요신칸센에서 노조미호를 탈 수 없어서 시간이 오래 걸리고, 환승 대기시간이 길어져서 하루 종일 열차를 타고 가야 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후쿠오카에서 바로 삿포로에 가는 비행기를 타기로 했는데, 2만엔이 넘어가는 제 가격을 주고는 못 타고, 단기체재 방일외국인용 국내선 항공권을 꽤 저렴하게 구입했다. 사실 이것을 믿고 후쿠오카로 들어오는 경로를 택했지 아니었다면 오사카나 토쿄에서 신칸센으로 하루 걸려 움직이는 고난의 이동을 했을 것이 안 봐도 뻔하다.


일본의 지형이 크게 혼슈, 시코쿠, 큐슈, 홋카이도 네 섬으로 이루어져 있는데다 길게 늘어진 모습이어서 국내선 항공 역시 활발하게 다니고 있다. 한국에서는 땅덩어리가 좁은데다 고속도로가 잘 갖춰져 있어서 고작 200~300km 정도의 거리라면 비행기가 버스나 철도 등의 육상교통수단을 앞지르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고, 거리가 짧다보니 출발 한 시간 전 쯤에 공항에 도착해서 탑승수속을 하면서 짐을 맡기고, 도착 후에 짐 찾고 그러다보면 짧은 이동시간으로 얻은 시간을 공항에서 도심까지 오가는 시간을 생각해보면 큰 시간 절약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 후쿠오카공항은 지하철로 도시의 중심인 하카타역까지 10분 이내에 갈 수 있고, 버스로도 텐진, 하카타역에 금방 오갈 수 있다.

  

보잉 777-200 기종인 것 같다.

비즈니스클래스 포함해서 405석이라는 것 같던데 중간에 빈 좌석이 보이기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탔다. 

  

자~ 이제 출발한다.


이륙하자마자 후쿠오카 시내가 보인다.

언제나 느끼지만 후쿠오카공항의 입지는 참 좋은 것 같다.


국내선치고는 꽤 큰 기재인 777-200ER인데 빈 자리가 있기는 하지만 충분히 많은 사람들이 탔다.

 

기내 엔터테인먼트는 없었던 것 같고, 커피나 음료수 한 잔씩 주었던 것 같다. 기내 와이파이접속이 된다고 하는데 그것은 유료라서 굳이 한 시간 남짓 사용할 거면서 비싼 금액을 지불하기는 싫다. 종종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기도 하고, 업무 관련된 자료도 찾아보고 그러지만, 별다른 용무가 없을 때는 몇 시간 씩 가방 속에 넣어두고 보지도 않을 때도 많아서 기내 모니터에 보이는 이동상황이나 뉴스를 보면서 간다. 

 

등록부호는 JA713A


기내 텔레비전에 하네다공항에서 이륙한 뉴욕행 JAL항공기가 긴급착륙을 했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다. 삿포로에 도착하고 난 뒤에 버드스트라이크로 인해 연료를 버리고 착륙했다는 기사를 봤는데, 다행히도 별다른 인명피해는 없었다는 것 같다.

 

이제 바다를 건너서 홋카이도에 온 것 같다.


삿포로 신치토세공항에 도착했다.

두 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점심을 안 먹었기 때문에 일단 공항에 있는 모스버거에 들어가서 점심을 먹었다. 일본에 수십 번 드나들면서도 그냥 역에 있는 롯데리아나 맥도날드 같은 패스트푸드점은 잘 가지 않아서 메뉴판을 보고 고르는 것도 시간이 꽤 걸렸다. 카레모스버거와 튀긴 양파와 감자, 그리고 레몬티를 시켰다. 패스트푸드점은 한국이든 일본이든 기껏해야 1년에 한두 번 정도 갈까 말까한 정도라서 메뉴 자체가 생소하고, 어색한 느낌이 든다. 기간한정으로 파는 것들도 많아서 나중에 가면 찾아볼 수 없기도 하고..


뭔가 오묘한 맛이었다.

삿포로역에 가야하는데 도중에 잠시 아울렛 레라에 들러 선물을 사려고 레라 셔틀버스를 탔다. 막상 마음에 드는 것은 비싸고, 세일 상품이라고 하는 것들은 마음에 안 들어서 그냥 나왔다. 종종 지름신이 들러서 생각지도 않았던 지출이 생기기도 하는데, 유혹에 넘어가서 낭비하지 않은 것을 스스로 칭찬하면서 미나미치토세역으로 걸어갔다.


저 스즈란은 비싼 특급열차이므로 가볍게 보내주려고 하는데, 생각보다 길게 정차하는 것 같다. 

기분 탓인가..


JR패스 인환권이 가방 안에 있는데, 다음 날부터 사용할 계획이어서 곱게 모셔두고, 그냥 스이카에 1,000엔을 충전하고 삿포로에 간다.


미나미치토세역

이 역은 원래 치토세공항역이었으나, 신치토세공항역이 생기면서 미나미치토세역으로 역명이 변경되었다. 미나미치토세역은 홋카이도의 열차 운행에 있어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역인데, 치토세선에서 세키쇼선, 치토세선 지선(신치토세공항 방면) 등을 다니는 열차들이 이어지는 이 역에서 분기한다. 오비히로, 쿠시로 등의 도동 방면, 하코다테, 오샤만베, 무로란 등의 도난 방면의 모든 특급열차가 이 역에 정차한다. 그런데 이 역 주변에는 아울렛 말고는 별다른 상업시설이 없어서 썰렁하기 그지없고, 치토세선의 삿포로 방면 다음 역인 치토세역 주변이 그나마 상권이 형성이 되어 있다.


삿포로에 숙소 예약을 해두었으니 쾌속 에어포트를 타고 삿포로에 간다. 지정석인 U-시트는 520엔을 추가로 내야하기에 그냥 자유석 차량에 타고 가는데 용케도 빈 자리가 있어서 힘들지 않고 앉아서 갔다. 

삿포로의 숙소는 9월이니 최성수기가 끝났을 것이라 생각하고 미리 예약을 하지 않다가 전날에서야 호스텔 예약을 했는데, 주로 방을 혼자 쓰다가 여러 명이 한 공간에서 함께 자는 호스텔이 조금은 부담스러운 면도 있고, 호스텔의 매트리스는 보통 집에서 사용하는 침대의 매트리스와는 아주 다른 것이라 불편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밤중에 젊은 청춘들의 혈기왕성한 목소리가 거슬리기도 해서 이제는 이런 곳을 가급적 피하게 되는데, 6천~7천엔 수준의 비즈니스호텔이 만실이어서 그냥 이 곳으로 정했다. 조금 더 알아본다거나  

삿포로역에 내려서 구글 지도를 켜고 가는데 지하철 스스키노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인 것 같다. 지도를 따라서 어찌어찌 도착해서 체크인을 하고 배정받은 방으로 들어가서 짐을 내려놓았다. 대개 호텔에서 묵다보니 수건이나 칫솔 같은 어메니티가 비치되어 있어서 별 준비없이 가도 문제가 없는데, 여기는 호스텔이었다. 그나마 칫솔은 지난 번에 사용하던 것이 있어서 어제도 샤워를 하고 나서 수건이 없어서 입었던 옷을 벗어 물기를 대충 닦았는데, 아무래도 큰 타월 하나 있는 것이 좋겠다 싶어서 먼 길을 걸어 돈키호테까지 가서 거금 540엔이나 주고 배스타월을 하나 사왔다.


친구 중에 쿠데타마를 좋아하는 녀석이 있어서 하나 사다줄까 했는데 이건 하루 숙박비에 육박하므로 그냥 포기.



현재 기온은 섭씨 22도라고 한다.


저녁을 먹어야 하는데, 무엇을 먹을까 고민을 하고 있는데, 호스텔에 있는 한국인 직원 분이 먹어본 스프카레 중에 가장 맛있었다는 가게를 추천해주었다. (대단히 미안하지만)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믿지는 않았지만, 뭐 그냥 딱히 가서 먹고 싶은 음식점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이렇게라도 추천을 해주니 그 곳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분은 나보다 어린 듯하지만 이미 일본인 여성과 결혼해서 삿포로에 살고 있다고 하면서 몇 마디 주고 받다가, 호스텔에 묵는 사람들에게 주변에 있는 음식점 방문해서 음식을 시키면 랏시 1잔의 특전이 주어지는 쿠폰을 주었다. 호스텔에 드나들다가 사무라이라는 카레 가게의 쿠폰을 하나 챙겨두었는데, 이 가게가 멀지 않은 곳에 있다니 추천하는 사람을 한 번 믿어보고 가보기로 했다. 사실 믿고 말고를 떠나서 있는 곳에서 멀지 않다니 그걸로 충분하기도 하고..


호스텔에서 받은 쿠폰을 건네주니 랏시라는 인도의 음료가 먼저 나왔다. 랏시가 뭔가 궁금해서 찾아보니 플레인 요거트에 물과 설탕을 넣어서 만드는 것이라고 하는데, 처음 맛보는 것이라 이게 맛있는 것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어서 뭐라 평가는 못하겠고, 그냥 잘 마셨다.


잠시 후에 카레와 밥이 나왔다.

 

약간 매운 맛을 선택했던 것 같은데 그럭저럭 매웠다. 그 맵다는 느낌이 한국음식의 매운 맛과는 다른 맛이기는 하지만..


채소들이 투박하게 썰어져 들어가 있다.

 

언제나 그렇듯이 이번에도 설거지를 편하게 할 수 있도록 다 먹었다.


코로나가 300엔이었나 350엔이었던가 해서 한 병 시켜서 입가심을 하고 돌아왔다.

카레를 먹고 있는데, 묵었던 호스텔에서 이 가게로 보내진 것 같은 한국인 남성 4인조가 들어왔다. ㅋㅋㅋ 

다음 날 역시 아침 일찍부터 움직이기 위해서 일찍 잠을 청했는데 한참 뒤척이다가 겨우 잠에 들었는데 밖에서 술쳐드시고 지랄발광하는 놈들이 등장해서 계속 뒤척이면서 이틀 연속으로 잠을 설쳤다. 시부랄.. 갈수록 예민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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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비행기를 예약을 해서 시간적인 여유는 충분하였지만, 새벽 3시가 다 되어 집에 도착해서 준비를 하다보니 정신이 멍해져서 제대로 짐을 꾸리지 못하고,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다 간신히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체크인 수속을 하였다. 인천에서 삿포로까지 바로 가는 비행기는 처음이었던 것 같다. 대개는 혼슈의 다른 도시를 거쳐서 하루 걸려 열차로 육로 이동을 했고, 이틀에서 사흘 정도 홋카이도에서 머물면서 삿포로와 하코다테 정도만 보고 머물다가 인천까지 직항편을 타고 돌아오거나, 아니면 혼슈의 다른 도시로 가서 서울행 비행기를 타고 돌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경제적인 이유도 있고, 다른 도시에 용무가 있어서 며칠 보낸 뒤에 여정의 마지막 쯤에 삿포로로 이동해서 하루나 이틀 정도 묵고 비행기를 타고 귀국한 지라.


이번에는 패스를 따로 사지 않았는데 지난 달에 쓰다가 남은 청춘18 티켓의 4일분이 남아 있어서 이 승차권을 사용할 계획이었다. 철덕이라면 이 승차권에 대해서는 익히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을 터인데, 당분간 사용할 계획은 없어서 사용하는 날부터 자세히 설명을 할 예정인데, 이것 때문에 4일 동안 하루 종일 보통열차를 타고 삿포로에서 아사히카와, 후라노, 비에이에 갔다가 다시 삿포로에 돌아와 하코다테를 거쳐 토쿄까지 다니느라 만만치 않은 여정을 이어가게 된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금전적,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조금 더 보태서 단기체재 외국인이 구입가능한 JR패스나 홋카이도 레일패스의 구입을 추천하고 싶다. 이거 좀 아껴보겠다고 하루 종일 열차 타고 다니다가 개고생만 죽어라 해서 몸이 축난다는..


공항리무진버스를 타고 인천대교를 건너고 있다.

여러 번 다니다보니 이제는 별 감흥이 없어졌다.


인천 출발 시각이 오후이고, 8월 말이어서 홋카이도의 성수기를 지나서인지 빈 자리가 꽤 많았다. 덕분에 비행기 뒤편에는 사람이 없어서 부대끼지 않고 편하게 갈 수 있었다. 생각해보니 한국에서 신치토세공항까지 한 번에 가는 직항 비행기를 탄 것은 처음인데, 지금까지 삿포로가 여정에 포함된 경우는 토쿄나 오사카, 혹은 후쿠오카로 입국을 해서 삿포로까지 육로 이동을 주로 했다. 요즘에는 저가항공사들도 인천-삿포로 노선을 경쟁적으로 운항하고 있지만, 얼리버드로 구입하지 않는 이상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서 다른 도시를 거쳐서 가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귀국할 때만 신치토세공항에서 인천까지 직항편은 여러 차례 탄 기억이 있다.


삿포로는 대한항공 독점의 노선이었는데, 저가항공사들이 경쟁적으로 뛰어들면서 대한항공의 동생 진에어는 물론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에 이어 제주항공까지 취항하고 있다. 아시아나는 삿포로가 아닌 아사히카와 노선이 있었지만, 이 노선의 수익성이 좋지 않았는지 언젠가부터 정기 운항은 하지 않고, 종종 이벤트성으로 전세기 형식으로 가끔 운항하는 것 같은데, 요즘에는 항공사 홈페이지에서 항공권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고 여행사를 통해서 모객을 해서 손익분기점이 넘어서면 운항을 하는 것 같더니 2년 전부터 삿포로 직항편을 취항했다. 시간대가 애매한 것이 단점이기는 하나 처음부터 오후 출발편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서 이 항공편을 이용하게 되었다.


FSC의 장점이라면 이렇게 기내식을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속이 조금 더부룩해서 소화 촉진을 위해 맥주가 있는가 물어봤더니 없다고 해서 탄산음료라도 있는가 물어봤더니 없단다. 여기는 탄산이 들어간 음료는 아예 취급을 안 하는가보다. 최근에는 단거리만 타서 잘 모르겠는데 언제부터 얘네들이 이렇게 짠돌이가 되었나. 삿포로면 두 시간 이상 걸릴텐데..


그래도 주는 음식을 먹어두어야 식비가 줄어들기에 먹는다. 

맛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영국 맨체스터대학교 앤디 우드 교수는 2010년 10월 ‘음식품질과 선호'(Food Quality and Preference)에 실린 논문에서 소음과 맛의 관계에 대해서 밝혔다고. 그는 소음이 증가할수록 음식의 맛을 사람들이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영국 맨체스터대학교 앤디 우드 교수는 48명의 실험자의 눈을 가린 뒤 이들에게 비스킷과 감자 칩과 같은 맛있는 음식을 주고 헤드폰을 쓰게 하면서 소리에 따라서 맛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지 실험을 했는데, 실험자들은 소리가 커질수록 단맛이나 짠맛을 느끼지 못했다. 그 이유는 주의가 분산되기 때문이라고. 그렇다고 착륙 후에 기내식을 먹겠다고 할 수도 없고..[각주:1] 


동해를 지나고 있다.

 

조금 더 가다보니 하늘이 흐려졌다. 태풍 라이언록의 영향으로 일본으로 가는 일부 항공편이 결항되어 못 갈 수도 있었는데, 이 항로에서 이 시간대는 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는지 정상적으로 운항을 하였다. 태풍이 약해졌다거나 예상진행경로에서 벗어났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아직 태풍의 영향권에 들지 않았기 때문에 그랬다고.


빈 자리가 꽤 많은 기내 역시 조용하다.

성수기를 피하면 비행기 가격도 내리고, 사람도 적어서 좋기는 한데, 이 시기라면 후라노의 라벤더는 볼 수 없을 것 같다. 후라노는 지난 달에 다녀왔으니 굳이 다시 가지 않아도 되겠지만.. 그보다 일단 태풍이라는 녀석이 온다니 무사히 넘어갔으면 좋겠다.

 

심지어 햇빛이 나기도 한다.

 그래서 태풍인지 뭔가 하는 것에 대해서는 잊어버렸다.

 

논밭이 보이는 것을 보니 슬슬 도착할 때가 된 것 같다.

 

저 멀리 바다가 보인다.


이제 정말 다 왔다.

 

웰컴 투 홋카이도.

홋카이도 한정 삿포로 클래식 맥주가 환영을 해준다.

그래 반갑다.


신치토세공항은 국내선과 국제선 터미널로 나뉘어 있는데, 수시로 다니는 국내선과 달리 국제선은 한가한 편이다. 터미널 규모를 보아도 국내선 터미널이 국제선 터미널보다 큰데, 국제선의 절반 이상은 한국에서 오가는 여객기이고, 중국, 타이완, 홍콩 등에서 오가는 비행기들이 있다. 당연히 한국 사람들이 많은데, 입국 심사는 아주 간단히 끝났고, 짐을 찾아서 공항을 빠져나갈 준비를 한다. 신치토세공항에서 삿포로 시내까지 가는 방법은 공항버스, 철도, 그리고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이들에 한해 택시라는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고, 차량을 빌려 렌트카로 돌아다니는 방법도 있다. 

홋카이도의 주요 도시는 철도로 연결이 되어 있지만, 삿포로 근교를 제외하면 열차가 드물게 다니고, 면적으로 따지자면 대한민국 정부의 실효지배권에 있는 영토의 약 83%에 이르므로, 일본 여행을 가서 오사카 및 칸사이권 여행을 하는 것과 달리 도시 간 이동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철도가 그나마 자주 다닌다고 할 수 있지만, 삿포로에서 도내 지방 거점 도시까지 가는데 특급열차로도 5시간 전후 걸리고, 항공편은 가격이 무시무시하고 하루에 한두 편 있을까 말까하여 원하는 시간대에 타기 어려워서, 결국 차량으로 이동하는 것이 가장 나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도로 사정이 좋은 것도 아니고, 마지막으로 운전대를 잡은 것이 거의 10년 전인데다 중간에 맥주라도 마시기 부담스럽고, 혼자서 운전하며 다니는 적막함과 귀찮음, 그리고 이동 중간에 쉬지 못하는 현실적인 문제가 발목을 잡아서 포기했다.


슈타이프 페스티벌 플라자라는 것이 있는데 뭔지 모르겠다. 유럽 쪽에는 아주 취약해서 아는 것이라고는 스테프 핫도그 밖에 없다. 


헬로키티 별로 안 좋아한다니까..


삿포로 클래식 맥주와 로이스 초콜릿, 유바리 멜론 젤리..

저런 것은 지금 사면 짐이 되니까 나중에 갈 때 사든가 하고, 지금은 우선 짐을 가지고 호텔로 가는 것이 먼저다. 곧장 신치토세공항역으로 가서 스이카를 찍고 들어가려는데 잔액이 모자라서 천 엔을 충전한 뒤에 카드를 찍고 열차에 탔다. 아직 퇴근러쉬가 불을 뿜는 시간이 아니라서 그런지 용케 빈 자리가 있다. 지정석인 U시트를 제외하면 자유석이라서 먼저 앉아서 가는 사람이 임자다. 청춘18 킷푸를 사용하는 거지 주제에 520엔이 더 필요한 지정석 U시트는 차마 꿈꿀 수 없다. 


일본은 철도노선이 여기저기 있기 때문에 매달 JR시각표라는 책을 정기적으로 발행한다. 이 책에는 당연히 모든 신칸센과 JR재래선 및 최근에는 모바일판으로도 나오는 모양인데, 이 책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이 있다면 그/그녀를 철덕이라 생각해도 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요즘에는 인터넷을 통해 웹사이트에 접속해서 쉽게 시각표를 확인할 수 있기는 하지만, 아날로그 시대의 사람이라서 그런지 책장을 넘기며 시각표를 확인하는 것이 더 익숙해서 종종 매표소에 가서 시각표를 뒤져서 찾아보게 된다. 사실 돈 주고 이 책을 사는 것은 짐만 되고 돈도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시각표를 안 사면 아이스크림 몇 개 사먹을 수 있는데..


치토세역에 정차. 지정석 U시트는 지정석 요금 520엔을 추가로 내야 하므로, 빈 자리가 많은 자유석에 앉아서 간다. 어차피 이번에는 가난한 상태로 골골거리면서 돌아다니는 고된 여정이므로 이렇게 빈 자리가 많은데 쓸데없이 돈 낭비를 하고 싶지는 않다. 이렇게 돈을 아끼다가, 나중에 크게 펑 터뜨려서 빚쟁이가 되기도 하는 것이 문제이기는 한데..


에니와역에 정차

홋카이도에 최소 두 자릿 수 정도 온 것 같은데 에니와역에 내린 적은 없다. 이 근방에 무엇이 있던가..


키타히로시마 정차. 이름처럼 혼슈에 있는 히로시마에서 이주해 온 사람들이 개척한 동네라고 해서 이름 역시 북쪽의 히로시마라는 뜻의 키타히로시마(北広島)가 되었다고 한다. 홋카이도 남부와 동부에서 열차로 삿포로에 갈 때는 반드시 키타히로시마를 지나게 된다. 그 다음 정차역은 신삿포로인데, 이 역은 귀찮아서 그냥 무시하고 사진을 안 찍었다. 일본에서 역명에 '신(新)'이 붙는 역은 신칸센 역이 많은데, 신요코하마, 신후지, 신오사카, 신코베, 신쿠라시키, 신오노미치, 신이와쿠니, 신야마구치, 신하나마키, 신시라카와, 신하나마키, 신아오모리, 신하코다테호쿠토 등이 그런 예인데, 신삿포로역은 신칸센이 들어올 계획은 없는 듯하다. 

 

삿포로역 도착.

쾌속 에어포트 중에는 삿포로까지만 운행하는 열차와 오타루까지 운행하는 열차가 있다. 대개 신치토세공항에서 15분 간격으로 열차가 있는데, 두 편은 삿포로행, 그 사이는 오타루행으로 운행한다. 신치토세공항에 내려서 바로 오타루로 가고 싶다면 오타루행 열차를 타고, 삿포로에 가려면 아무 열차나 타면 된다.


반대쪽 승강장에 아사히카와행 특급 수퍼 카무이가 있다. 그런데 2017년부터는 앞에 붙은 '수퍼' 가 빠진채 그냥 카무이라는 이름으로 운행하고 있다. 같은 구간을 달리는 일부 열차는 라일락이라는 예전에 운행하던 열차를 부활시키기도 했는데, 카무이는 그린차가 없는 열차, 라일락은 그린차가 있는 열차라고 한다. 세이칸터널 구간에서 아오모리와 하코다테를 오가던 789계 전동차들이 실업자가 되어 이 녀석들을 재취업시키기 위해서 그런 것 같다. 

  

방송국에서 나와서 뭔가 취재를 하고 있다.

내 모습도 잠깐 나왔을 것 같아서 밤새 뉴스를 보았는데 안 보임..


저게 중요한 것이 아니고 일단 숙소에 가서 짐을 내려놓고 쉬어야겠다. 밤을 새고 왔더니 슬슬 긴장이 풀리려고 해서 짐을 끌고 밖에서 돌아다니다가는 뭔가 사고를 치거나 당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삿포로역의 와이파이에 접속해서 송영버스 시간을 보니 20분 정도 기다려야 한단다. 가만히 의자에 앉아서 내일 무엇을 할 지 웹 검색을 하다가(당연히 구체적인 계획은 늘 하지 않기에..), 관광안내소에 들어가서 팸플릿 몇 장 집어온 뒤 나가서 버스를 탔다. 몇 번 묵었던 적이 있는 곳이라서(물론 호텔 측에서는 나를 기억하지 못하고..) 버스 기사 분은 야구를 좋아하시는지 저녁 시간에 타면 라디오 야구 중계를 틀어놓으신다. 

버스를 타고 편하게 도착한 뒤 체크인을 하고, 텔레비전을 켜고 기상상황을 살펴보면서 잠시 침대 위에 누워서 쉬다가 로비로 내려가서 생맥주 한 잔을 마시고, 사우나에 들어가 땀을 흘린 뒤에 저녁을 먹으러 간다. 삿포로에 맛있는 것이 많고도 많지만, 피곤해서 그냥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곳을 찾다가 마츠야가 눈에 띄었다.


잠이 잘 오도록 생맥주 한 잔 시키고 야마가타다시규야사이메시(山形だし牛やさいめし) 오오모리로 하나 시킨다. 마츠야는 점원에게 직접 먹을 것을 주문하는 방식이 아니고, 입구 근처에 있는 자동판매기에서 돈을 넣고 식권을 뽑아서 점원에게 주는 방식이다. 자동판매기가 한국어도 지원하므로 쉽게 사용할 수 있으나, 음식 정도는 일본어로도 큰 무리가 없으니 그냥 시키고, 잔돈을 챙겨 빈 자리를 찾아 앉으면서 식권을 건네면 잠시 후 이렇게 주문한 음식이 나온다. 생야채가 딸린 세트를 시키면 야채를 따로 주문하는 것보다 가격이 저렴해서 세트로 시켰던 것 같다. 먹고 돌아서면 금방 잊어버리는지라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이런 음식은 처음이어서 호텔로 돌아가서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야마가타현에서 밥 위에 이렇게 오이나 가지 같은 야채를 잘게 썰어서 낫토나 다시마를 넣고 술과 간장으로 간을 맞춘다는 것 같다. 


잘 먹겠습니다...


잘 먹었습니다..


음식점 직원이 잔반처리하지 않아도 되도록 깨끗이 먹어주는 친절한 고객이다. 배가 부르니 호텔까지 슬슬 걸어서 갔는데, 방에 들어가고 얼마 되지 않아서 날씨가 막 험악해지면서 바람이 거세지고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드디어 태풍의 영향권에 들은 것 같아서 혹시 모르니 텔레비전을 켜고 뉴스를 보다가 언제 재난 경보가 발령될 지 모르니 소리를 살짝 줄여놓고 잠을 청했다. 




- 잠꾸러기의 원포인트 가이드

<신치토세공항에서 삿포로 시내 가기>

열차 : JR 쾌속에어포트 15분 마다 운행. 약 37분, 1,060엔. 지정석 U시트는 지정석권 520엔 추가, U시트 이외의 좌석은 그냥 승차권만으로 승차 가능.

        삿포로 종착 열차와 삿포로 정차 후 오타루까지 가는 열차를 번갈아 운행한다. 

        쾌속열차는 어느 정도 이용자가 많은 역에만 정차하므로, 하차하려는 역을 통과하는 경우는 하차역 직전 정차역에서 내려 보통열차로 갈아타면 된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그냥 삿포로 방면 각역정차 보통열차에 승차 후 약 55~60분 정도 소요.

리무진 버스 : 츄오버스(Chuo Bus)와 호쿠토버스(Hokuto Bus)에서 운행하며, 삿포로역 및 주요 호텔에 정차한다.

                아침 이른 시간과 19시 이후를 제외하고 매시간 약 4~5편의 버스가 다닌다. (도심 기준) 약 65~80분 소요. 1,030엔. 열차보다는 가격을 저렴하게 한 것인가..


  1. 출처 http://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569755.html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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