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라노 오무카레

2017. 10. 7. 03:38



후라노역에 도착해서 역 바깥으로 나와서 길을 건너 도도985호선과 이어지는 길을 따라서 걸어갔다. 7월 말에도 후라노에 왔던 적이 있지만, 역 바깥에 있는 관광안내소를 잠시 들러 구경을 하다가 삿포로행 특급 '후라노 라벤더 익스프레스' 열차를 타고 삿포로로 바로 가버렸기에 후라노 시가지 구경은 전혀 하지 않았다. 지난 밤에 후라노에서 점심을 먹을만한 곳을 찾다가 후라노에 꽤 유명한 카레 가게가 있다고 해서 그 곳에 가보려고 귀한 발걸음을 하였다.

흔히 카레라고 부르는 커리(Curry)라는 음식은 인도에서 유래된 것이지만, 실제로 인도에서 먹는 커리와는 차이가 있다고 한다. 카레(カレー)라는 이름 역시 일본식으로 읽은 것인데 일본의 영향을 받아서 한국에서도 카레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한국에서 흔히 접하는 카레는 노란색이 강한 색이고 밥과 함께 먹는 카레라이스가 카레의 전형처럼 여겨지는데 커리라는 단어는 어떤 특정한 소스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며, 여러 재료에 향신료를 첨가한 국물 또는 소스 요리를 일컫는 것이라고 한다. 미식연구가가 아니기에 더이상 부연하거나 설명할 능력도 없고, 그냥 이 정도에서 마치기로.

홋카이도는 일본에서도 맛있는 음식으로 잘 알려진 곳인데, 대부분 신선한 해산물이 가장 먼저 손에 꼽히고, 오비히로의 제과 및 디저트류, 유제품, 라멘, 카레 등이 유명하다고 할 수 있겠다. 카레는 삿포로를 중심으로 스프카레가 유명한데, 이 지역의 겨울이 길고 춥기 때문에 따뜻한 국물과 매운 맛이 있는 스프카레가 추운 날씨에 어울리는 음식이 되었다는 것 같다. 2007년에 가나도 제대로 읽지 못하면서 첫 일본여행을 갔을 때 삿포로에서 만났던 박ㅎㅇ 씨 덕분에 삿포로에서 스프카레를 맛보게 되었는데 혹시라도 도움이 필요하면 전화를 하겠다고 전화번호를 받은 다음에 연락을 한 번도 안 했고, 벌써 10년이 넘게 지났다. 혹시 이 글을 보시게 된다면 쪽지라도 남겨주세요.


이 열차는 '후라노 라벤더 익스프레스' 로 운행하는 특급열차인 것 같다. 7월에 왔을 때 아사히야마동물원호 열차를 라벤더 익스프레스로 돌려막기해서 사용하는 것을 봤기에 뭐.. 이번에는 특급열차는 탈 일이 없으므로 가볍게 무시하고 싶지만 타고 싶다. 부러우면 지는 것이라던데 이기고 싶은 마음은 없으니 누가 좀 태워줬으면 좋겠다. 아! 아사히카와에 짐을 놓고 와서 어차피 안 되는구나..


썰렁한 승강장


'사랑받는 후라노역' 이라고 써 있다.

나도 사랑받는 잠꾸러기가 되고 싶다.


후라노역 옆에 있는 관광안내소에 후라노 오무카레 팸플릿이 있는데 생각없이 가다가 마사야는 지나쳐버렸고, 화장실에 가려고 들른 후라노마르쉐 건물에 가게 하나를 발견해서 들어갔다. 가게 이름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고 일단 점심을 먹고 빨리 아사히카와에 돌아가서 짐을 찾아서 삿포로에 가야한다는 생각이 앞섰다.


일단 샐러드가 나와서 좋았다. 가급적 균형잡힌 음식 섭취를 위해 골고루 먹으려고 하는데 풀잎사귀가 반가웠다. 밖에 나와있다 보면 껍질을 벗겨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는 과일은 못 먹어서 일부러 하루 분의 비타민이 들었다는 쥬스를 사서 마신다거나 일부러 야채샐러드를 사서 먹기도 하는 터라..


우유는 서비스로 나왔던 것 같다.

 매운 맛을 달래라고 주는 것 같지만 고춧가루에 단련된 입이라 맵지는 않았다.


오무라이스의 계란 역시 부드럽고 푹신푹신한 느낌이었다.


큼직하게 썰어둔 야채가 마음에 들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올킬이다.

먹는 것은 참 잘해요.


이 가게의 영업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그리고 오후 5시부터 8시까지 영업을 한단다. 영업시간 외에 재료 준비와 청소 및 정돈 등을 하는 시간이 있겠지만, 영업시간을 적당하게 한 것 같다. 이 가게의 주인도 언제나 가게에서 일만 할 수는 없으니.. 


가게 안에서 보이는 바깥 사진을 찍어보고..


3시가 다 되어가고 있어서 들어오는 사람은 없었다. 대개 영업마감 30분 전부터는 주문을 받지 않아서 2시 30분 이후부터는 이미 가게에 들어와 있는 사람만 응대하기에 점심 영업을 마감할 때까지 들어오는 사람은 없을 것 같았다.


후라노아지도코로 쇼라쿠테이 (ふらの味処 笑楽亭)

구글지도 GPS (43.3430658,142.3873294)



후라노 오무카레에 대한 맛집 랭킹을 일본의 어떤 사람이 올려둔 것이 있다.

https://matome.naver.jp/odai/2142590829165480501

당연히 일본어로 되어 있다.



드디어 청춘18 승차권의 세 번째 사용일이 되었다.[각주:1] 일정은 아사히카와를 출발하여 후라노에 도착 후 후라노역 주변을 돌아보고 다시 아사히카와로 돌아와서 짐을 챙긴 뒤에 삿포로에 돌아가는 것이었다. 이 날 하루 청춘18 승차권을 사용하면 단 이틀 분이 남는데, 다음 날은 삿포로에서 아오모리까지, 마지막 날은 아오모리에서 토쿄에 가는, 하루종일 열차를 타는 이틀이 되겠다.

지난 밤에 정리를 하면서 한국으로 가지고 갈 것을 대충 추려서 가방의 빈 자리에 넣고, 남는 것은 상자 하나에 모아서 따로 포장을 하여 체크아웃을 하면서 호텔에 맡겨두고 아사히카와역으로 갔다.


홋카이도의 흔한 열차 키하 40계


JR홋카이도의 철도 노선 중 삿포로 근교 지역과 하코다테에서 신하코다테호쿠토역 사이의 하코다테라이너가 다니는 구간만 전동차가 다니고, 다른 구간은 디젤 동차로 운행하고 있다. 그 덕분에 디젤 차량에 대해서는 다른 지역의 JR 여객철도회사보다 경험도 많고 전문적이라 할 수 있지만, 자신들의 전문이라고 이 열차를 굴리는 것이 아니라 비전화 구간에 새로이 가선을 설치할 만한 재정적 여력이 없고, 불행히도 전동차를 투입하기 위해 가선 건설비용이나 열차 교체 비용을 감수할 만큼 수요가 많지 않아서 계속해서 키하 40계를 사용하고 있다. 해외여행자들이 많이 찾는다 해도 그것은 일시적 수요에 불과하고, 정기적으로 철도를 이용하는 연선 인구는 감소 추세인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새로운 열차 증비라든가 시설 개선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오히려 수요 부족 구간에서 열차가 감편되고, 폐선이 되는 것이 요즘의 상황인지라 '인구의 감소 → 열차의 감소 → 교통의 불편 → 인구의 감소' 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JR홋카이도는 지자체의 도움 없이 존속하기 어려운 노선을 추려서 발표하면서 각 지자체의 지원을 요청하였지만, 이 지역이 갑자기 인구가 늘어나거나 발전하는 곳이 아니고 쇠락하는 중이어서 재정적인 지원을 받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조만간 수요 부족의 노선의 폐선과 함께 버스 등의 대체운송수단이 도입되지 않을까 싶은데, 줄어드는 인구를 다시 늘리는 것이 하루아침에 되는 쉬운 일도 아니고, 지속적으로 적지 않은 돈이 필요할텐데 땅파면 돈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아사히카와역은 원래 지면에 지어진 역이었으나, 낡은 역 건물을 철거하고 새로 지으면서 고가화하였고, 지붕을 만들어 강우, 강설에 대비하였다고 한다. 2000년대 후반에 아사히카와역에 눈이 쌓여서 열차에서 내려 역을 나오다가 발이 다 젖어버려 가장 가까운 호텔로 들어가 말렸던 기억이 남아 있는데, 지금은 눈이 3~4층 높이까지 쌓이지 않는 한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


아사히카와와 비에이를 오가는 원맨열차. 삿포로 근교 열차와 특급열차를 제외하고 홋카이도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키하 40계 디젤동차다. 이 열차를 타고 일단 비에이까지 간다.


비에이역에 도착해서 내려서 후라노행 열차를 기다린다.

쭝꿔로 추정되는 곳에서 온 것 같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여기서 갈아탈 열차는 후라노 비에이 노롯코열차. 노롯코라는 이름은 느리다, 더디다는 의미의 노로이(鈍い)와 차체의 윗부분이 열려 있어 개방된 차량에 여객을 수송할 수 있는 열차를 말하는 토롯코(トロッコ)를 합쳐서 만들어진 단어라고 한다. JR홋카이도에서는 이 닭장 열차 같은 열차를 여름동안 후라노 비에이 노롯코열차로 운행하고 있다. 6월 말부터 8월 20일 경까지는 매일, 이후에는 주말에 운행을 한다. 이 열차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는데 운이 따랐는지 토요일에 오게 되었고, 아침에 생각없이 나왔지만 어쩌다보니 시간이 맞아서 노롯코열차를 타게 되었다. 지정석은 지정석권을 따로 구입해야 하는데, 자유석은 추가요금이 필요하지 않아서 열차에 올라타서 빈 자리를 찾아서 앉았다.

 

비에이강을 건너고 있다


주말이지만 여름이 지나서인지 열차에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JR홋카이도의 직원은 검표를 하면서 승차기념으로 스탬프 용지를 나누어 주었던 것 같다. 스탬프를 찍어서 가져오기는 했는데, 막상 돌아오고 나면 그런 것을 잘 챙겨두지는 않아서 어디에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 누군가 '이게 뭐야? 쓰레기네' 하면서 버렸을 수도 있고..


이 동네에서 언덕은 빠질 수 없는 주인공이다.


열차를 타고 가면서 제법 괜찮은 차창 밖 풍경을 볼 수 있다.


마을의 정경은 평화롭기 그지 없다.

 

올해는 이미 늦었고 언젠가 다시 홋카이도에 가게 된다면 비바우시역 주변과 파노라마로드를 보러 다녀오고 싶다.


저 홀로 덩그러니 있는 집에서 살면 어떤 기분일까 궁금하다.


비바우시역

비에이를 떠난 노롯코 열차는 비바우시역에 잠시 정차했다. 파노라마로드 코스를 완주하려면 거리가 길기 때문에 걸어서 다니기는 무리이고, 자전거를 타더라도 몇 시간이 필요하다고 들었다. 어차피 이 날은 처음부터 많이 걸어다니거나 자전거를 탈 생각이 없어서 그냥 열차 안에서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 감상만 할 생각이었다. 오후부터 상경의 대장정이 이어지므로 최대한 체력을 아끼는 것이 우선이었고, 일정을 빠듯하게 만들 생각은 없었다. 

비바우시역 가까이에 리버티유스호스텔이라는 곳이 보인다. 이 근방에는 호텔급의 숙소가 없으니 이 동네에서 묵으려면 게스트하우스나 유스호스텔, 펜션 등을 찾아보아야 한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민박집 같은 곳도 있다는 것으로 들었는데 정확히는 잘 모르겠다.


비에이역에서 비바우시역과, 비바우시역에서 카미후라노역 사이는 역간 거리가 길어서 걸어다니기에는 조금 멀다. 걸어간다면 2시간 정도 예상하고 걸어가면 되겠지만 별로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운동삼아 산책하는 기분 삼아서 여유있게 가면 괜찮을 듯하지만, 아쉽게도 시간이 빠듯한 상황이라서..


열차 내부는 이렇게 꾸며두었다.

주말을 맞아 찾아온 일본인들도 많고, 대륙과 섬에서 온 중국인들도 꽤 있었다. 이 시기라면 후라노에서 꽃구경을 하는 것은 어렵고, 비에이에서 해바라기 정도 볼 수 있을텐데..


카메라가 좋아보인다..


비바우시역을 출발하면 직선으로 쭉 뻗은 선로를 지나가게 된다. 창문이 있어서 초점이 잘 맞지 않아 뒤늦게 사진 한 장 찍었는데 끝에 곡선 구간이 사진에 담겼다. 조금 일찍 카메라를 꺼내서 사진을 찍었으면 좋았을텐데 아쉽다.


숲 속으로 선로가 있는데 이런 곳에서 가끔 야생동물들이 열차에 치이기도 해서 운행중단 또는 지연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선로 주위에 죄다 철조망을 설치하는 것은 벼룩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일이겠지 싶다.


열차는 시속 70km 정도로 달리고 있다.


후라노선은 지방교통선으로 선로의 등급이 낮아서 시속 85km로 속도가 제한되는데, 아사히카와에서 출발하여 갈수록 역간 거리가 길어져서 그럭저럭 속도를 내기는 하지만 표정속도가 그다지 빠르지는 않다. 전 구간 단선이라서 상하행 열차가 교행을 할 수 있도록 복선으로 선로가 설치된 교행역에서 2~5분 내외 정차를 하면서 시간을 까먹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가장 빠른 경우도 1시간 이상 걸리고 대개 1시간 10분~30분 정도 걸린다고 보면 된다. 


철도 건널목을 지나고

작은 교량도 지나고


이제 슬슬 후라노에 진입하고 있는 것 같다.


이 동네 역시 언덕이 많다.

지난 달에 이 곳에 왔을 때는 비가 와서 비를 쫄딱 맞고 다녔었는데..

 

농사지은 것을 수확하는 모양이다.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니..

 

카미후라노역에 정차

이름처럼 후라노시의 북쪽에 있는 지역이다.


학생 한 명이 보인다..


역 주변은 생각보다 관리를 잘 한 것 같다.

 

카미후라노역을 출발할 때 아무도 없는 차량 뒤편에 가서 사진을 찍었는데 타이밍이 조금 늦었다.

 

카미후라노역을 출발하여 니시나카역으로 향한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후라노는 평범한 시골 마을처럼 보인다.

이런 풍경은 한국에서도 볼 수 있는 평범한 농촌의 모습인데, 여름철이면 많은 관광객을 불러들이는 곳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사람들이 흥미를 가지고 찾아올 것을 발굴해내는 것도 필요하고, 어떻게 홍보하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 모으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그리고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관광객들에게 터무니없는 바가지를 씌우지 않는 양심적인 자세가 중요한데, 한 철 장사라고 단기간에 뽕을 뽑으려는 사람들이 많아서 아예 쳐다보지도 않게 되는 것 같다.


카미후라노역을 출발해서 완만한 오른쪽 곡선 구간을 지나면, 다시 길게 쭉 뻗은 선로가 나온다. 니시나카, 나카후라노, 시카우치역까지 선로는 곧게 뻗어 있고, 시카우치역에서 가쿠덴역까지는 중간에 살짝 굽이가 있는 것을 제외하면 선로가 직선으로 놓여 있다. 철도 팬이라면 적당한 곳에서 자리잡고 지나가는 열차의 사진을 찍기에 좋은 장소일 듯하다.


수확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니시나카역에 도착 직전이다. 니시나카역 다음 역은 여름철 라벤더 시즌에 사람들이 많이 찾는 나카후라노역인데, 라벤더 시즌에는 니시나카역과 나카후라노역 사이에 라벤더바타케역이라는 간이역을 임시로 만들어 노롯코 열차만 정차한다. 상하행 3왕복에 불과하여 시간을 맞추는 것이 쉽지 않아서 나카후라노역까지 걸어갈 수 있는데, 약 20~25분 정도 걸린다.

 

라벤더는 이미 다 지기도 했고, 팜 토미타는 지난 달에 다녀와서 나카후라노에 내리지 않고 목적지인 후라노까지 계속 갔다. 라벤더시즌이 한창인 7월과 8월에는 니시나카역과 나카후라노역 사이에 라벤더바타케(ラベンダー畑)역이라는 간이역을 만들어 노롯코 열차가 정차하는데, 이미 라벤더 시즌은 끝나서 이 역은 폐쇄된 상태.


해가 쨍쨍 내리쬐는 맑은 날을 좋아하지만, 햇빛이 너무 강렬하면 피부가 금방 타서 딱 이 정도가 좋다. 구름이 적당히 햇빛을 막아주는 것이 다행이다 싶은데, 지난 달 후라노에서 보았던 아름다운 풍경을 생각하고 와서인지 조금은 실망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롯코열차는 후라노역에 도착했다.

분위기로 봐서는 사람이 석탄 넣고 불을 때서 달리는 열차일 것 같지만, 그냥 디젤 동차가 나머지 객차를 끌고 다니는 열차다. 석탄 넣어서 불을 때서 달리는 열차는 SL후유노시츠겐(冬の湿原)호라는 열차가 쿠시로에서 시베챠까지 겨울 한정으로 운행을 하고 있다.  


이제 이 열차는 다시 아사히카와까지 돌아갈 예정이라서 후라노역 밖으로 나가서 구경을 하다가 아사히카와에 돌아갈 때는 평범한 보통열차를 타야한다. 오후 10시 정도에는 삿포로에 도착해야 하니 아사히카와에는 늦어도 오후 5시 이전에 아사히카와로 가는 열차를 타야할 것 같다.

 

카와사키중공업에서 제작하고 아사히카와운전구에 소속된 열차인 것 같다.


객차는 이렇게 생겼다. 정원이 50명이란다.

이제 슬슬 후라노 시내를 구경하러 바깥으로 나가본다.

  1. 앞에서 9월 1일 삿포로-오타루-삿포로-이와미자와-아사히키와 구간에서 사용한 것만 나오지만, 이미 7월 30일에 하루 사용한 적이 있어서 남은 날은 3일분이었다. [본문으로]

아무것도 안합니다

2017. 10. 6. 04:39



아침에 일어나서 아침밥을 먹고 호텔에서 무작정 나왔다. 소운쿄의 경치가 좋다하여 구경을 하러 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버스를 타고 가야하며 왕복 세 시간이 넘게 걸린다고 해서 아사히카와역 주변을 돌아보면서 체력 비축이나 하기로 했다. 예전의 기억을 바탕으로 생각해보면 아사히카와 시내에서는 그다지 볼 것이 없고 할 것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처음 이 곳에 왔을 때와 지금의 모습은 꽤 많이 달라졌으니 그냥 여기저기 둘러보면서 예전에는 보지 못했던 무언가를 찾아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서..


별로 흥미있는 것이 없어서 다시 역으로 이동.

아사히카와역에서 이온몰이 연결이 되어 있으니..


시간이 남아 돌기에 아사히카와역 남쪽 출구 뒤편에 조성된 산책로를 거닐다 돌아왔다.


뭔지 모르겠는 비석이 있다.

의욕이 없어서 읽어보지도 않았다...


독서를 하는 사람도 있고 멀리 텐트를 치고 안에 들어가 있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빈 의자에 앉아서 늘어져 있다가 이온몰에 있는 관광안내소에 가서 소운쿄에 어떻게 가는지 물어봤는데 편도 1시간 50분 걸리며, 운임이 2,100엔이란다. 12시대에 출발하는 버스는 이미 떠났고, 오후 2시 35분에 다음 버스가 있다고 한다. 버스를 타고 갔다가 구경도 못하고 다시 돌아오는 버스를 타야할 것 같아서 그냥 과감히 포기하고, 이온몰에 있는 극장에 가본다. 사토미 주연의 씬고질라는 끝물이라 구석탱이로 밀려난 지 오래된 것 같고, 히로세 스즈 주연의 '4월은 너의 거짓말' 이 개봉을 앞두고 있었다. 일본을 자주 다니면서도 극장에는 안 갔는데, 괴수물 싫어하고, 시간대가 별로라서 안 보기로 했다.


별로 보고 싶은 영화가 없어서 일단 식당가로..


눈에 들어오는 음식은 비싸다.

비즈니스호텔 숙박비보다 비싸다니..


결식을 하기로 했다. ㅜㅜ

배가 고프다..


마트에서 아이스크림 하나 먹는 걸로..

불쌍한 신세다.


거리를 돌아다니다보니 세이부백화점 아사히카와점이 폐점한다고 폐점 세일을 하고 있어서 가봤다. 그릇 매장에서는 그릇을 싸게 팔고, 의류 매장에서는 옷을 싸게 파는데, 옷은 쉽게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있어서인지 할인 폭이 별로 크지 않아서 지갑을 열 만큼 매력적이지는 않았다. 예쁜 젓가락이나 쿄세라의 세라믹 칼 정도가 눈에 들어오는데, 굳이 필요한 것도 아니어서 그냥 남성복 매장을 둘러보다가 무인양품(無印良品. 무지루시료힌)에서 긴소매 셔츠와 바지나 살까 싶어 들어가 보았다. 무인양품은 한국에도 진출해 있고, 일본에서는 그리 비싸지 않은 가격대의 브랜드로 자리를 잡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한 단계 이상 높은 브랜드로 포지셔닝을 하려는 것 같다. 유니클로도 한국이 더 비싸기는 하지만, 가끔 세일 기간에는 큰 차이는 없지 않나 싶은데..


여성복을 살 일은 없고..

세금 제외 5,000엔 이상 구입하면 면세가 되니 금액을 채우려고 애를 썼는데 마음에 드는 물건들이 없다. 사이즈가 없다거나 색상이 없다거나.. 평소에 무지는 별 것 아닌데 괜히 비싼 것 같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그것이 더 견고해진 것 같다.


토사에서 만들었다는 앗사리시테이루아이스크림과 프레첼 네 봉지를 사는 걸로 끝..

아이스크림은 삶의 낙이다..


배고파서 도시락을 사러 갔는데 어제 먹었던 하코다테 삼마이젠은 다 팔렸나보다.


대신 부타동을 사왔고


어제 배가 불러서 냉장고에 넣어두었던 문어도시락을 꺼내서 먹었다.


산책 삼아서 관광안내소 직원이 알려준 라멘가게에 가려고 했는데 배가 불러서 그냥 동네 한 바퀴 돌아보고 왔다. 이 동네도 무료안내소가 있고 유흥업소 호객 행위를 한다. 사람 사는 곳은 다 이런가 싶은 생각이 든다.



그래도 이와미자와역은 학생들이 많아서 그런지 활기가 있다. 일본의 학교는 대개 7월 20일 무렵부터 8월 말 정도까지 여름방학이기에 아마도 막 개학을 했거나 며칠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을 것 같다.


하교 시간인지 학생들이 많다. 여고가 많은 것인지 여학생들이 다수다.

이와미자와시는 과거 석탄 수송의 중심지로 개발된 도시였으나 석탄산업이 사양길로 들어서면서 이 도시는 농업과 공업이 주요 산업이 되었다. 홋카이도의 다른 도시 역시 그러하듯이 2000년대 이후 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2006년에 근교 마을인 요네자와와 키타무라를 편입하였음에도 2015년 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8만 5천명이 채 되지 않는다고. 여행지로서의 홋카이도와 주거와 생활의 터전으로서의 홋카이도는 다른 것이니.. 가뜩이나 긴 겨울 동안 매일 눈을 쓸어내고 지붕 위에 쌓인 눈을 털어내야 하고, 겨울이 길어서 난방 비용도 많이 들고, 대중교통의 접근성은 아주 나쁘고 불편하며, 온라인에서 상품을 구매해도 택배비는 더 비싼 것 등 안 좋은 것을 나열하려면 길어질 것 같다.

홋카이도의 인구는 해마다 늘어나는 관광객 수와는 달리 1995년 이후부터 계속 줄어들고 있는데, 도내 인구는 삿포로시와 삿포로 근교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삿포로는 취직이나 진학 등으로 인한 유입인구가 많은 편이라고 하지만, 자연감소인구 역시 많고, 결혼률 및 출생률이 다른 대도시에 비해서 상당히 낮은 수준이라고 한다. 즉, 도내의 인구는 도시인 삿포로에 몰려들어 다른 지역의 인구 유출이 심화되고 있으며, 유일의 대도시인 삿포로 역시 사회적인 증가가 있을 뿐, 자연적으로는 감소하고 있다는 것. 2015년 기준 인구는 1975년의 인구와 거의 비슷한 수준. 그래서 홋카이도에서는 삿포로시의 출생률을 높이기 위하여 필요한 방안을 열심히 찾고 있다고 한다. 한국 역시 고령화와 출생률 감소로 인한 문제를 겪고 있으니 이런 사례들을 보면서 대비를 해야할텐데, 아니 했어야 했는데 조금 늦은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열차를 병결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이는 시간대와 노선에 따라 유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출퇴근 시간대나 통학 시간대에는 열차를 병결하여 객차를 늘리고, 승차 인원이 적은 시간대에는 1~2량으로 편성하여 비용을 줄이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적자를 면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와미자와 역 주변에도 높은 건물은 없는 것 같다.


수퍼 카무이를 타고 싶다. 그러나 돈이 없다..

카무이를 탈 것이었다면 굳이 이렇게 열차 갈아탄다고 계단을 오르지도 않았겠지..


3번선의 아사히카와행 보통열차를 타러 간다.


그래도 이 열차를 타면 한 번에 가는게 어디냐 싶다.


이 열차가 아사히카와까지 타고 갈 열차님 되시겠다.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아 있어서 '이거 못 타면 아사히카와에 못 가요' 라는 상황은 아니지만, 땡볕에 짐 끌고 다니며 언덕 오르고, 열차 타고 가다가 환승한다고 계속 짐 끌고 돌아다니니 체력이 빠르게 고갈되고 있고, 가자마자 할 일도 있고 해서..


출입문이 열리면 일단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사람들이 눈에 불을 켜는 것은 어느 나라나 같은 모양이다. 종착역까지 먼 거리를 가야하므로 앉아서 가야할 것 같아서 사람들이 많은 곳을 피해 열차 뒤로 갔다. 작년 여름에는 이와미자와에서 아사히카와까지 가는 보통열차가 16시 38분 출발이었는데, 시각표가 개정되어 지금은 15시 38분, 17시 3분에 아사히카와행 열차가 있다. 이보다 늦은 시간에 출발한다면 20시 30분에 출발하는 타키카와행 열차를 타고, 타키카와에서 아사히카와행 열차로 환승해야 한다. 돈이 많거나 JR패스 또는 홋카이도레일패스가 있으면 특급열차를 타는 것이 정신적, 육체적 건강에 좋고..


적당한 자리를 찾아서 앉았다. 2명이 나란히 앉는 좌석이지만 옆에 앉는 사람이 없어서 편하게 갈 수 있을 것 같다.


히다카본선 무카와-사마니 구간의 운휴로 인한 대체수송 안내가 붙어 있다.


열차 출발 시각까지는 시간이 조금 남아 있어서 잠시 플랫폼으로 나왔다.


멀리서 보았던 말 동상이 인상적이어서 가까이서 보기 위해서..


농사짓는 말인가보다..


이와미자와역은 삿포로 이남의 무로란 방면으로 가는 무로란본선 열차의 시발역이자 하코다테본선과 무로란본선의 환승역이기도 하다. 겉모습은 히다카본선의 열차이지만 실제로는 무로란본선 구간을 운행하는 열차. 히다카본선이 무카와~사마니 구간의 해일 피해로 인한 운행중단으로 인해 남는 열차를 여기저기 땜빵 형식으로 때려넣고 있는 모양. JR홋카이도는 마음 같아서는 이 돈이 안 되는 노선을 폐선하고 싶겠지만, 연선 지자체에서 선로 존속 및 복구를 원하고 있다고. 지금은 운행중단 구간에 대행버스로 수송을 하고 있다. 삿포로에서 아사히카와까지의 하코다테본선은 수십 차례 오갔던 것 같은데, 늘 특급열차를 이용했지 이런 열차는 거들떠보지도 않았기에 상당히 낯선 경험을 하고 있다. 

 

무로란본선 열차를 타는 승강장

열차가 떠나간 뒤는 한산하다. 대도시의 지하철 승강장과는 다르게 인구가 적고, 보통열차의 운행 빈도 역시 적어서 시간에 맞춰 오지 않으면 안 되는 곳이다. 이런 모습을 보면 수요가 공급을 만드는 것인지, 공급이 수요를 만들어내는 것인지 궁금할 때가 있다. 열차가 자주 다니면 그 지역으로 접근성이 좋아져 사람들이 자주 찾아 상권이 발달하고, 이것이 도시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만성 적자의 철도회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냥 가기도 심심하니 창밖 구경을 하다가 잠시 철덕 흉내를 내면서 역 사진이나 찍어보기로 한다. 

이 곳은 미네노부역. 무인역으로 보이고, 그 이상의 정보는 아는 것이 없다.

 

미네노부역 명판


비바이역

비바이역 전에 코슈나이역이 있었는데 딴짓하다가 사진을 안 찍었다.

역 근처에 작은 쇼핑센터 같은 상점들이 있는 모양이다.


챠시나이역

역 주변에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나이에역

그럭저럭 크다고 할 수 있는 도시에서 멀어질수록 역과 역 사이의 간격이 길어진다.


토요누마역

역시 별로 특별한 것은 없을 것 같다.


그리고 타키카와역

타키카와역은 네무로본선의 시작이 되는 역이기도 하다. 여름철에 삿포로에서 출발하는 특급열차 라벤더 익스프레스호가 타키카와를 거쳐 네무로본선을 거쳐 후라노에 간다. 삿포로에서 후라노에 가려면 타키카와를 거쳐 네무로본선을 이용하거나, 아사히카와를 거쳐 후라노선으로 환승하는 방법이 있는데 특급열차를 탈 수 있는 패스가 있다면 아사히카와까지 특급열차를 타고 가서 후라노선으로 환승하는 것이 낫다. 여름 라벤더 시즌에는 '후라노 라벤더 익스프레스' 라는 특급열차를 운행하는데, 이 열차가 가는 경로가 타키카와까지 하코다테본선, 타키카와부터 네무로본선을 지나간다. 후라노 라벤더 익스프레스는 하코다테본선을 달릴 때는 제법 속력을 내지만, 네무로본선은 규격이 낮아서 속도가 느린 탓에 환승이 없다고 해도 생각보다 소요시간이 꽤 걸린다.

네무로본선이 나온 김에 덧붙이면, 이 역에서 홋카이도 동쪽의 쿠시로역까지 무려 8시간 27분이나 걸리는 보통열차 2427D가 있는데 현재 네무로본선에 불통구간이 생긴 탓에 이 열차는 운행하지 않고 있다. 이 구간은 복구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특급열차가 정차하는 타키카와역

특급열차를 타고 와서 보통열차로 환승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먼저 온 보통열차는 환승객을 기다렸다가 태우고 가고, 특급열차는 먼저 가버린다. 늘 특급열차만 타다가 이런 느린 열차를 타면서 추월을 당하니 약이 오른다.


역을 그렇게 깔끔하게 관리하지는 않는 것 같다.


해가 지기 전에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다..

아사히카와에 도착할 즈음에는 어둠이 깔릴 것 같다.


에베오츠역

큰 도시에 있는 역들은 역간 거리가 짧지만, 이런 동네는 7~8km 정도 되어서 걸어서 다니기는 어려운 거리다.


후카가와역

특급열차의 수퍼 카무이의 마지막 정차역이면서 ~카와(가와)역의 마지막이다. 이 역에서 특급열차가 보통열차보다 먼저 출발하는 관계로 타고 있는 보통열차는 5분 정도 정차를 한다. 후카가와역은 하코다테본선과 루모이본선의 환승역. 루모이본선은 아직 타 본 적이 없다.


수퍼 카무이가 들어오고 있다. 

이럴 것을 충분히 예상하고 왔기에 그냥 무심하게 넘기려고 애를 쓴다. 저 열차를 타려면 금전적인 출혈이 생기므로 조금 더 참는 것이 모두를 위해서 좋다. 금전적인 출혈이 생기면 스트레스를 받아서 스트레스를 푼다고 먹을 것을 사먹을 것이고, 그러다 보면 돈을 또 쓰게 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마음 같아서는 뛰쳐내려서 저 열차에 올라타고 싶지만, 지쳐서 움직이는 것 자체가 귀찮아졌다. 당장 일어나기도 싫고, 선반 위에 올려 둔 짐을 내리기도 싫고 그냥 타고 있는 열차가 아사히카와에 빨리 도착하기만 바라고 있다. 호텔에 가자마자 바로 씻고 싶다.


이 열차는 루모이본선을 운행하는 열차였던 것 같다.


오사무나이역

어두워지니 사진의 질이 확 떨어진다..


이노역

어두워져서 그런지 폐역 같은 느낌이 든다.

다음 역인 치카부미는 어두워서 넘어가고..


드디어 동물들이 반겨주는 아사히카와 도착!

 

회송열차가 있는데..


루모이본선용 열차인가보다.

루모이는 안 가봐서 잘 모른다..


몇 발짝 더 걷기 싫어서 뒤에서 명판 사진을 찍었다.



호텔로 직행한다.

예전에 가본 적이 있는 곳이라 헤매지 않고 바로 갔다.


참치(마구로) 사시미


카이센(해물) 샐러드

야채를 일부러 먹기 위해서..


홋카이도 한정 삿포로 클래식 맥주

여섯 캔이면 충분할 것 같다.


하코다테 산마이(函館三昧)라는 도시락


한 개로는 부족해서 하나 더..


타코타키코미고항(たこ炊込みご飯)

문어가 들어있는 도시락.


배불러서 잤다...



이제 다시 삿포로에 돌아가서 아사히카와로 가는 여정을 시작할 차례. 아사히카와에서는 이틀을 묵을 예정인데 마음 같아서는 세키호쿠본선을 타고 아바시리까지 갔다가 센모본선으로 쿠시로에 가서 네무로본선으로 후라노에 돌아오고 싶지만, 그렇게 여유를 부릴 만큼 시간이 있는 것이 아니어서 아바시리와 쿠시로는 잘라내고 그냥 되는대로 다녀오려는 계획. 아침에 늦잠을 잘 수도 있고, 그냥 쉬고 싶을 수도 있으니.. 가장 중요한 것은 홋카이도에서의 6일간의 여정을 마치고 혼슈로 가서 최종 목적지인 토쿄에 가는 것이라..


가기에 앞서 거리 사진을 하나 찍고..


미나미오타루역까지 가는 길은 표지판이 있어서 별로 헤매지 않고 그냥 표지판을 따라서 갔다. 오타루라고 하면 떠오르는 운하, 그리고 유리공방 등은 없고 이 동네에 사는 사람들의 현실적인 생활과 밀접한 상점들이 들어서 있다. 초행길이라 혹시라도 길을 잃을 수도 있어서 표지판이나 눈에 띄는 건물의 사진을 찍어두는데, 어떤 아주머니가 말을 걸어왔다.

"너 어디서 왔니?"

"아.. 한국에서 왔는데요."

"그런데 무슨 사진 찍는거야?" 

"미나미오타루역에 가는데 중간에 길을 잃을까 싶어서 사진을 찍었어요."

"그런데 여기에는 왜 왔는데?"

"스시거리에서 스시를 먹으려고 왔는데요."

"여기에 처음 오는 사람, 외국인들에게 바가지씌우는 가게들이 있으니까 조심해야 돼."

"아.. 그런가요. 저는 이미 먹고 왔는데.."

그 다음에는 네 이름이 뭐냐, 자기는 한국에 친구들이 많이 있다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헤어졌다. 그런데 이 아주머니는 자신의 이름은 알려주지 않았다.

보통의 여행자로 보이는 사람과는 달리 보였을 수도 있고, 평소에 도를 아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나 교회다니라는 사람들이 유달리 많이 붙는 걸로 봐서는 뭔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기운이 뿜어져 나오는지도 모르겠다. 가끔은 조금 인상이 강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


젠장.. 오르막이다.


이 길을 백팩을 메고 캐리어를 끌고 올라왔다.
그런데 오르막이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계속되는 오르막에 땀이 막 흐르는데, 이제 와서 어떻게 할 방법은 없다. 오타루역으로 돌아가기에는 너무 먼 길을 와버렸고, 이제 곧 내리막길이 있을 것이라 믿고 그냥 가던 길을 계속 가는 수 밖에..


다행히 언덕을 넘으니 미나미오타루역이 나왔다.

미나미오타루역 주변에 오타루의 관광지들이 여럿 있기는 하지만, 예전에 다녀오기도 했고, 더운 날씨에 짐을 끌고 돌아다니고 싶지 않아서 그냥 간다. 이번에는 오타루에서 초밥을 맛있게 먹은 것만 기억에 남기고 가야지.


저 아가씨들은 삿포로에 쇼핑하러 가는 것이 아닌가 싶은데..


미나미오타루역 건물은 꽤 낡은 것 같다.

메르헨 교차점에 가려면 미나미오타루역이 더 가깝다고 한다. 예전에 이 역에 내려서 돌아본 적도 있었는데 기억이 거의 없다.


출퇴근 시간이 아니라서 사람이 많지는 않다.


열차가 들어왔다.

신치토세공항행 쾌속 에어포트.

운이 좋은지 빈 자리가 있어서 앉아서 삿포로까지 갔다.


삿포로에 도착

돌아올 때 중간에 내려서 사진을 찍을까 했는데, 짐을 끌고 다니고 언덕을 오르다보니 생각보다 체력 소모가 크고 땀을 많이 흘려서 다 포기하고 삿포로까지 왔다. 여기서 잠시 쉬고 아사히카와 방면으로 가는 열차를 타야하는데..

하코다테본선의 보통열차는 하코다테-오샤만베, 오샤만베-오타루, 오타루-이와미자와, 이와미자와-아사히카와 구간으로 나누어 운행하고 있는데, 시간대에 따라 승객 수요 등에 따라 나누어진 구간 전부를 운행하지 않고 일부만 운행하는 경우가 많다. 오타루에서 출발하는 오샤만베 방면 열차는 시카리베츠나 쿳챤까지만 가는 열차가 오샤만베까지 가는 열차보다 많다. 중간에 환승을 통해 오샤만베까지 갈 수 있기는 하지만, 20분 남짓의 환승 대기 시간이 있어서 시간이 더 걸리고, 무엇보다 잘 타고 오던 열차에서 내려 다른 열차로 갈아타야 한다는 것이 짜증날 법하다.


오아사역

이 역은 행정구역상 삿포로시가 아닌 에베츠시에 위치하고 있다. 이 역부터는 대도시 삿포로가 아닌 삿포로 근교 지방의 도시인데, 사실상 삿포로 생활권에 묶여 있는 위성도시라고 보면 되겠다. 이 동네 사는 사람들에게 어디 사는지 물어보면 열에 아홉 이상은 삿포로에 산다고 할 것이다. 에베츠라고 말하면 아는 사람이 거의 없을 터이니 이것저것 설명하는 것도 쉽지 않을 터이니..

 

오아사역 정차 중


이시카리라이너 호시미행

이 열차는 오타루방면으로 가는 열차인데, 삿포로 시내구간의 수요가 많다보니 에베츠에서 호시미 사이를 운행하는 열차다. 


에베츠역.

이시카리라이너는 에베츠를 지나 이와미자와역까지 운행하는 경우가 많다. 수도권 지하철이 서울시계를 벗어나서 중간에 있는 역까지만 운행하는 경우도 많듯이 에베츠까지는 삿포로 근교라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선로에서 멀지 않은 곳에 창고가 있고, 그 뒤로는 주거용 맨션이 있다.

열차가 많이 다니지 않아도 열차가 다닐 때마다 시끄러울텐데..

 

사실 남 걱정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이 역에서 아사히카와 방면으로 갈 열차를 타야 하는데, 배차 간격이 아주 길다.


타고 왔던 이 열차는 다시 오타루 방면의 호시미로 가는 구간쾌속열차로 돌아간다고 한다. 


그리고 오타루행 보통열차가 이 열차 출발한 뒤 5분 후에 출발이고..

삿포로 근교지역이라 열차 운행이 그나마 많은데 하행열차는 뜸하다.


에베츠역

아무것도 할 것이 없다..

나가서 밖에 구경이라도 하고 싶은데 짐들고 다니기 귀찮아서 그냥 역 안에 눌러 있을란다.


심심하다..

비록 열차 시각표를 확인하지 않았지만 아사히카와까지는 쉽게 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냥 역 안 그늘에 찌그러져 있었다.


다리다가 짜증나서 그냥 홋카이도레일패스를 사러 삿포로역에 갈까 생각도 했지만, 이번에는 꾹 참고 근성의 여행을 해보기로 한다. 물론 철덕들은 각역정차도 아니고 쾌속열차 타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터이지만 뭐 괜찮다. 그런 것에 연연하지도 않고 힘들어도 꼭 보통열차로 완주를 하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어서..


차장이 차량 밖으로 나와 승객이 타는지 확인하면서 출입문을 닫고, 열차는 떠나갔다.

 

저 곳은 열차를 탈 플랫폼. 짐들고 계단 올라가기 싫어서 여태 내린 곳에서 꼼짝않고 있었다. 그러나 저 쪽으로 가야 한다.


건너오니 오타루행 보통열차가 도착했다. 저 오타루행 열차를 탈 수는 없으니..


이와미자와행 열차를 30분 넘게 기다리고 있다. 원래 이런 동네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막상 체험을 하면 York이 나온다.


드디어 이와미자와행 보통열차가 들어왔다. 그런데 이와미자와까지는 고작 역 세 개 뿐이라서 이와미자와부터 제대로 된 여정이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에베츠 다음은 토요호로역.

이런 호로...


세이코마트가 역에서 멀지 않은 것 같다.


휑하기는 마찬가지다.

그 다음 역인 호로무이, 카미호로무이역에 정차하지만 사진은 안 찍는다.


이와미자와역에 도착했다...


16시 25분 출발 아사히카와행 열차가 있지만 이것은 특급 수퍼 카무이. 그림의 떡이라는 것은 이런 것을 말한다. 아사히카와행 보통열차는 3번 승강장에서 출발한다고 해서 짐을 들고 저 계단을 또 올라가야 한다.. York이 또 나오려고 한다.


타고 왔던 열차는 회송으로 행선막이 변경되었다.

덥고 귀찮다..

오타루

2017. 10. 1. 02:17



사흘째, 어느덧 8월을 지나 9월의 첫 날. 이 날의 여정은 오타루에 들렀다가 다시 삿포로에 돌아와서 아사히카와까지 가는 것이다. 지금까지 홋카이도에서는 JR패스를 이용했기 때문에 삿포로에서 오타루에 갈 때는 쾌속 에어포트의 지정석을 예약해서 다녔으나, 이번에는 청춘18 승차권을 이용하기 때문에 지정석에 앉아서 가려면 520엔을 추가로 내야해서 가난뱅이 주제에 그런 낭비를 할 수는 없고 그냥 롱시트의 빈 자리에 앉아서 가야할 것 같다. 어차피 32분 밖에 안 걸리는데.. 여기 올 때부터 밤을 꼴딱 새고 왔고, 시차는 없지만 잠자리가 바뀌면 몸이 지쳐서 뻗기 전까지는 예민하게 굴어서 잠을 잘 자지 못해서 새벽 3시가 넘어서야 잠을 청할 수 있었기에 졸리다.


비록 보통(또는 쾌속)열차를 타고 가지만, 삿포로에서 오타루까지는 정기편성 특급열차가 없다. 여름철 8월 말에서 9월 초와 겨울 스키 시즌에 임시 특급 니세코를 운행한다. 그러나 이 열차는 특급 등급이라도 소요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려서 삿포로에서 출발하는 시간이 열차의 배차가 많은 출근시간대여서 그런지 오타루까지 가는데 쾌속 에어포트보다 10여 분 시간이 더 걸린다. 하코다테본선 산선을 따라 오타루, 요이치, 니세코, 굿챤을 지나 오샤만베를 거쳐 하코다테로 가는데, 오샤만베에서 오타루까지의 하코다테본선은 한 번도 타보지 않아서 이번에 타볼까 했는데, 거리는 가까워도 구간마다 열차 시간이 잘 맞지 않아서 그냥 포기했다. 오타루까지 갈 때 탈 열차는 쾌속 에어포트. 신치토세공항과 삿포로/오타루 간을 운행하는 열차로 전화구간이 손에 꼽을 정도인 홋카이도에서 몇 안 되는 전동차가 운행하는 구간이다.

 

삿포로에서 오타루에 갈 때 열차 진행방향 오른쪽에 앉으면 바다를 볼 수 있다. 열차 창문 좀 닦아주세요. 흑흑 ㅠㅠ


기찻길 옆 오막살이는 아니지만, 저런 장소라면 열차 소음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상당할 것 같은데..


이 아저씨는 누구인가..

키가 큰데..


큰아버지 닮은 것 같은데..


오타루역


유지로 홈이라는 간판이 붙어있는데 아까 그 사진 속의 사람인가보다.


나중에 찾아보니 이 사람은 전 토쿄도지사였던 이시하라 신타로의 동생이라고 하며, '일본인이 가장 사랑한 남자' 라는 애칭이 있다고. 그리고 배우 신성일의 롤모델이 된 사람이라고 한다. 모르는 사람이니까 이 정도까지만..



오타루역은 삿포로, 치토세 방면으로 가는 열차, 그리고 산선이라 불리는 니세코, 요이치, 오샤만베 방면의 하코다테본선이 다닌다. 오타루까지만 전화구간이어서 이후부터는 디젤똥차동차로 운행하는데, 배차 간격이 길어서 열차 시각을 잘 맞춰 오지 않으면 한 시간 이상 하염없이 기다려야 한다.


쾌속 에어포트는 방향을 바꿔서 다시 삿포로를 거쳐 신치토세공항역까지 갈 준비를 하고 있다.


쾌속 에어포트는 삿포로-오타루 구간에서 코토니, 테이네, 오타루칙코, 미나미오타루에 정차한다.


삿포로에서 오타루를 오가는 열차는 시간당 약 4~6편인데, 오타루 이후부터는 한 시간에 한 편 정도 있을까 말까한 수준이다. 수요가 공급을 만든다고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 공급이 수요를 만드는 경우도 있는데 홋카이도 전체의 인구가 감소추세여서 그것도 쉽지 않은 모양이다. 


오타루역

 

관광객이 왔다가 다시 삿포로로 돌아갈 시간대는 아니어서 썰렁하다.

 

굿챤 방면의 열차는 무려 1시간 25분 이상 기다려야 한다.


산선이라 불리는 것처럼 산이 많고 연선 인구가 적어서 열차 역시 자주 다니지 않아서 한 시간에 한 편 정도 있으며, 재수없으면 이렇게 한 시간 반 이상 기다려야 할 때도 있다. 그나마도 한 량짜리 단칸방 열차로 운행하는 경우가 많다.

에베츠행 이시카리라이너 

오타루에서 삿포로를 거쳐 에베츠까지 가는 열차인데, 구간 쾌속으로 테이네에서 삿포로까지 구간에서 코토니역에만 정차하고 나머지 구간은 보통열차처럼 각역정차를 한다.  

통근, 통학 수요가 많은 시간대에는 이렇게 병결하여 운행을 하기도 한다.


이런 단칸방 열차가 산선으로 다닌다. 거리상 산선이 훨씬 가깝기 때문에 소요시간이 짧은데, 열차가 뜸해서 시간을 잘 맞추어 오지 못하면 별 차이가 없다. 낮 시간에는 오타루-쿳챤, 쿳챤-오샤만베 구간을 나누어 운행을 해서 쿳챤에서 20여 분 정도 후에 오샤만베행 열차로 환승할 수 있고, 그 이후에는 오타루에서 오샤만베까지 운행하는 열차가 두 편 있다. 그나마 여름이면 다행인데 겨울이라면 고역일 수 밖에 없는데, 이 열차를 주로 타고 다니는 사람들은 작은 마을에 살면서 통근, 통학을 하는 사람들이라서


오타루역 역사 대합실에는 작은 등불이 대롱대롱 걸려있다.


대낮에 왜 등을 켜두었는지는 모르겠다.

전기를 아껴야지..


무카이카네(むかい鐘)라는 종이 있다.

종의 유래가 적혀 있는데 귀찮아서 읽다가 말았다.


오래된 것으로 보이는 오타루역 명판


오타루에서 요이치 방면으로는 전동차가 다닐 수 없으니 저 열차들은 이시카리라이너나 보통열차로 운행하는 열차인 것 같다. 철덕이면 저 열차 편성만 보고 잘 알겠지만, 그런 것은 별로 신경을 안 써서 잘 모르겠다.




열차가 다니지 않아 조용한 역을 빠져나와서 오타루 운하 근처로 일단 가본다. 캐리어를 질질 끌고 다니느라 움직이는 것이 귀찮기는 한데 이렇게 맑은 날에 돌아다니지 않으면 굉장히 아쉬울 터. 가진 돈이 얼마 되지 않아서 코인락커를 가급적 이용하지 않으려다 보니 고생하는 것도 있지만, 오타루역에서 내려서 동네 한 번 돌아보고 삿포로로 돌아가는 열차는 미나미오타루역에서 타려고 하니 별 수 없다. 한참 돌아다니다보니 그냥 오타루역에 짐을 두고, 미나미오타루역에서 열차로 오타루역에 와서 짐을 찾아가도 되는 것이었는데 멍청한 짓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름에도 많이 덥지 않다는 홋카이도라고 들었는데, 이 때는 홋카이도 역시 무척 더운 날씨였다. 운하까지는 내리막이라 그나마 수월하기는 한데, 


운하플라자에는 관광 안내 및 기념품 판매를 하는데, 궁금한 것이 있어서 일단 들어갔다. 영어, 한국어, 중국어를 하는 스탭이 상주하고 있다고 하는데, 어지간해서는 그냥 일본어로 물어본다. 일본어를 제대로 배운 것도 아니고, 귀동냥과 자주 다니면서 경험을 통해 얻게 된 길 물어보기, 추천하는 장소 물어보기 - 어디어디는 다녀왔고, 나는 이런 것들을 보고 싶은데 어디로 가면 좋겠냐, 당신이 초밥을 먹으러 간다면 어디에 가겠느냐 등 - 를 시작했다. 오타루에는 스시거리가 있다고 하는데 딱히 어느 가게를 추천하지는 않고, 여기에 몇몇 스시집이 있다고.. 이럴 거면 타베로그를 찾아보고 올 것을 그랬나 싶은데.. 그래도 덕분에 어디로 가면 초밥집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그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라..


오타루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오타루 운하


햇살이 너무 뜨거워서 운하 근처에 있다가는 타죽을 것 같고, 캐리어를 질질 끌고 저 운하 구경은 못하겠다 싶어서 그냥 발길을 돌려서 안내소 직원이 가르쳐 준 스시거리 쪽으로 갔다. 다시 오르막을 올라서 지금은 폐선된 구 테미야선이 교차하는 지점까지 갔다. 지도를 보니 오르막을 올라가다 왼쪽으로 이 철로를 따라 가면 되는 것 같다. 오타루에 여러 번 왔지만 운하만 보고 내뺐기 때문에 선로를 따라 걷는 것은 처음이었다.



지금은 폐선된 테미야선은 홋카이도의 최초의 철도노선으로 1880년에 개통한 노선이라고 한다. 초기에 건설 목적은 석탄 수송이었는데, 홋카이도는 겨울이 길어서 강이 결빙되는 날이 많아 수상운송이 어려워서 내륙으로 이어지는 철도를 부설했다고 한다.

 

당연히 지금은 열차는 다니지 않고 그냥 흔적만 남아 있다.


레일사이드라는 가게 이름 때문에 사진을 찍어봤다. 소품류 등을 판매하는 잡화점인 듯.


선로변은 산책 및 자전거길로 정비되어 있는데 지나다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학생들이나 직장인들이 하교, 퇴근할 때 사람이 좀 많으려나..


선로 주변에는 이렇게 산책길이 조성되어 있고, 평범한 가정집들이 있다.


오른쪽으로 가면 썬몰이라는 곳이 있단다. 

예전에 가봤던 곳 같은데 지붕이 씌워진 거리에 상점가가 이어진 곳이었던 것 같다.


아동공원이라는 히마와리 공원이라는 곳이 있다. 아동공원이라 하니 뭔가 거창해보이지만 한국의 놀이터 정도로 생가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아이들이 아무도 없네..

 

한 쪽에는 과거에 있던 레일을 철거하지 않고 그대로 쌓아두고 있다. 


벤치에는 예전에 다녔을 것 같은 증기기관차가 그려져 있는데 그림마다 이름과 나이가 적혀 있는 것을 보니 이 동네에 사는 소학교 학생들이 그린 그림인 것 같다. 잠시 아이들의 그림 솜씨를 구경해보자.


지금은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하지만 저 나이 때는 구청장 대회에 나가서 상도 타고 그랬다.


여기도 쓰레기를 슬쩍 버리는 사람들이 있는가보다. 사실 일본인들이라고 꼭 공중질서를 잘 지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자주 보기도 했고, 한국이나 일본 뿐만이 아닌 그저 사람마다 다 다른 거니까..


그림들의 수준이 꽤 높은 것 같다. 확실히 나이가 많을수록 그림의 수준이 올라가는 것 같다.


해리포터가 여기 왜 나오나 싶었는데 해리포터가 아니고 H. K. 포터라고 한다. 과거에 로코모티브 열차를 제작했던 곳이라는 것 같다.


여기서 잠시 쉬면서 땀을 식히고, 관광안내소에서 소개해 준 스시 거리로 가본다. 대낮이라 그런지 오가는 사람이 많지 않은데다 스시 거리라고 눈에 띄는 표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중간중간 스시 가게가 있다. 분위기로 보건대 가격이 평소에 들렀던 회전초밥집과는 아주 다른 곳일 것 같다.


계절한정이라는 점장의 추천 니기리


세금 빼고 2,700엔이라고 하니 아홉 점에 소비세를 포함하면 2,916엔인 셈이다. 술집이 아니니까 자릿세 의미인 오토시는 없겠지만, 여기에 음료 하나 시켜서 마시면 3천엔을 훌쩍 넘기는 금액이 되겠다. 일단 주변을 돌아보고 들어가려고 했는데 햇빛은 쨍쨍, 아스팔트는 뜨끈하고,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터라 잠시 앉아서 쉬면서 점심을 먹는다는 기분으로 이 가게에 들어갔다.

 

가게 이름은 니혼바시라는 곳.


스시로 유명한 곳이라 그런지 가격이 착하지는 않다.


가게의 모든 메뉴가 스시다. 캐리어 손잡이 끝이 특별출연하였다.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약간 무거운 느낌이 드는 곳이었다. 더운 여름날에 누가 봐도 무거운 짐을 끌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들어올 때부터 살짝 긴장을 하면서 주변을 살피니 주인 아주머니로 보이는 분이 나와서 몇 명인지 물어보신다. 

"아~ 혼자인데요.."

점장의 추천 니기리즈시를 시키려고 한다니 카운터 앞 좌석이 괜찮으면 거기에 앉으라고 하셔서 별 말 없이 가서 앉았다. 코스 요리처럼 요리사 분이 네타 이름을 말하면서 순서대로 하나씩 주신다. 날도 덥고, 오면서 땀도 꽤 흘려서 목도 마르고 해서 우선 생맥주 한 잔을 시켰다. 흰 살 생선부터 참치 뱃살, 모란새우, 연어, 성게알, 연어알, 가리비, 게, 함박조개 순으로 나온다. 비린내 나지 않는 신선한 재료에 여기까지 오느라 진을 빼서 허기를 느끼던 터라 카운터 뒤쪽에서 네타를 밥알 위에 얹어내어 접시 위에 올려주자마자 바로 받아먹는다. 생맥주를 시켜서 마시면서 시간을 조금 끌고, 입 안을 헹구고 다음 초밥을 집어 먹으면서 포만감을 느낄 시간을 벌고 싶지만, 이 놈의 뱃속에 거지가 살고 있는지 스시장인이 밥알을 뭉쳐 내려놓자마자 바로 뱃속으로 들어가버린다. 

생맥주 두 잔 마시고, 츄토로를 추가로 시켜서 먹었다. 조용한 분위기여서 차마 대놓고 사진을 못 찍겠더라는... 다시 갈 수 있을 지 모르겠지만 그 때 가면 미리 이야기를 하면서 사진을 찍으면 괜찮을 것 같은데 가격이 비싸다. 네타가 큼직큼직해서 아래에 뭉쳐진 밥알보다 두 배 정도 큰 초밥이라서 먹는 맛이 있다. 나중에 찾아보니 타베로그 평가는 나쁘지는 않은데, 저녁 시간보다는 낮에 갈 때 평가가 좋은 것 같다. 네타 재료가 신선해서 그런가. 그런데 야후에서는 접객이 별로였고, 외국인이라고 무시하는 것 같다는 리뷰(https://loco.yahoo.co.jp/place/g-0U2lXFKmXLE/review/1217930)가 있다. 호텔에서 아침을 먹고 출발하기는 했지만 더운 날에 짐 끌고 돌아다니면서 에너지 소모가 많기도 했고, 먹성이 좋은 편이라 맛있게 잘 먹었고, 대개의 사람들은 외국인이라는 것을 느끼지 못하고 일본인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을 수도 있다. 

초밥을 만들어 준 초밥장인에게 인사를 먼저 하고, 카운터로 가서 계산을 하는데 생각보다 가격이 많이 나왔다. 가격표를 안 보고 주문을 했는데 이 점장의 추천 니기리세트가 2,700엔, 생맥주 한 잔이 600엔에 두 잔, 츄토로를 추가로 시킨 것이 800엔 정도가 아니었을까 싶다. 결국 맥주를 안 마셨어야 하는 것인가. 여기에 소비세를 포함하니 5,076엔이라는 거금이 나왔다. 이거 한국에서 1주일간 점심과 저녁을 먹을 돈인데.. 이번 여정이 결국 돌아갈 때까지 버틸 돈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될 것 같다. 소비세 포함 회전초밥집에서도 기본으로 3천엔 이상 먹으니 뭐 맥주 두 잔 마시고 이 정도면 선방했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뭔가 찝찝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복잡한 심경으로 밖으로 나왔다. 어떤 젊은 남자가 짐 잔뜩 끌고 와서 점심 한 끼에 5천엔 넘게 돈을 쓰고 가니 이 사람들도 의외라고 생각했을 것 같고..


오타루 스시거리

<日本橋>

北海道小樽市稲穂1-1-4

구글지도 GPS (43.194467, 140.999439)

저녁은 규동과 생맥주

2017. 9. 29. 03:59



홋카이도는 일본의 행정구역 도도부현(都道府県) 중에서 유일한 도(道)라서 그런지, 홋카이도에서 수확한 야채, 육류, 유제품 등의 식품과 공산품은 물론, 사람까지도 도산코(どうさんこ)라고 한다. 도산코플라자에서는 주로 식료품을 파는데, 요리를 해먹을 수는 없으니 조리를 해야하는 것들은 살 수 없고, 음료나 스낵류 정도 사는 것이 고작이기는 하다.

유바리의 메론즈케

유바리는 광산이 있어서 석탄 채굴로 먹고 살았던 유바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광산업이 쇠퇴하기 시작하면서 몰락한 도시다. 1950~60년대에 인구가 10만이 넘을 정도로 지금의 오미야와 거의 비슷하고, 군마현 현청 소재지인 마에바시보다 많을 정도였으나 지금은 채 만 명도 되지 않는다. 광산업이 호황일 때 쇠락할 때를 대비하여 산업구조를 바꿨어야 하는데 실패하고, 오히려 여기저기서 자금을 유치하여 공공재 확충을 위해 무리하게 돈을 끌어다 투자하면서 시가 재정적으로 파산해버렸다고. 재정을 투입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문제는 이 때 들어간 돈이 그다지 현실성이 없는 계획을 바탕으로 낭비되었다는 것이다. 한국 역시 지방의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추세인 만큼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할 일이 아니라 심각하게 느껴야 하는데..


삿포로의 상징적인 건축물인 토케이다이 앞을 지나간다.

저 두 젊은이들은 사이가 좋아보인다.


삿포로의 대표적인 곳인 토케이다이(時計台)

이 곳은 삿포로의 키타1초메니시2(北1西2)에 위치해 있는데 JR삿포로역에서 삿포로에키마에도리(札幌駅前通)의 왼쪽 보행자길로 주욱 가다가 키타1초메니시3(北1西3)에서 좌회전을 해서 조금 걸으면 전방 왼쪽에 보인다. 홋카이도신문사 건물이 대각선으로 맞은편에 있으니 찾기 어렵지 않다. 정식 이름은 삿포로시 토케이다이(札幌市時計台)라고 한다.


스마트폰이 구려서 사진이 이 따위임..

 

토케이다이라는 명판이 붙어있다.


여기는 토케이다이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장소

낮에는 자원봉사하는 사람들이 사진을 찍어주기도 하는데 저녁이 되니 다들 들어간 모양이다. 저녁 식사 시간도 되었고, 집에 가서 할 일도 있을 터이니..



삿포로 시내에는 노면전차가 다닌다.

이 전차는 순환선이라서 안쪽으로 도는 우치마와리(内回り)와 바깥쪽으로 도는 소토마와리(外回り)가 있다. 예전에는 순환선이 아니었으나, 2015년 말에 니시욘쵸메역과 스스키노역 사이를 잇는 공사가 완료되어 순환선이 되었다. 삿포로 노면전차를 마지막으로 탄 것이 9년 전 일이라서..

 

전차 앞의 'ST' 로고는 삿포로시 교통국(Sapporo City Transportation Bureau)의 영문 약자

2017년 4월부터 요금이 인상되어 전차는 성인 기준으로 1회 승차시 200엔(균일요금)인데, 토요일, 일요일, 그리고 연말 연휴에 판매하는 1일 승차권인 도산코패스(360엔)가 있다.


일단 방에 들어갔으니 텔레비전을 켜고..

그런데 오후 7시 46분 경에 큐슈지방에 지진이 있었단다. 규모와 피해가 큰 지진은 아니었는지 방송은 편성표대로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자막을 볼 때마다 여기는 지진과 화산의 나라, 불의 고리 일본이라는 점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아이 무서워~

큐슈와는 거리가 꽤 멀기 때문에 여기서는 진동을 전혀 느끼지 못했는데..


도산코플라자에서 산 초콜릿이 들어간 옥수수 모양의 스낵을 먹으면서 잠시 텔레비전을 본다.


이렇게 생겼다.

일본에서는 지역마다 그 지역의 작은 식품업체들이 만든 식음료를 파는데, 도산코플라자에서는 이런 업체들에서 만든 상품들을 모아서 판매를 한다. 홋카이도의 유제품은 신선하고 맛있기로 유명하고, 유바리 메론으로 만든 메론술, 감자, 옥수수, 그리고 해산물과 시로이 코이비토 초콜릿 등을 판다. 규모가 작고 유통망이 충분하지 않은 작은 농가, 업체에서 만들어서 팔기 때문에 가격은 별로 저렴하지 않지만, 먹어본 결과 맛과 품질은 괜찮은 편이라서 종종 들러서 한두 개씩 사서 나온다. 시로이코이비토 초콜릿 드링크도 있고.


니세코의 타카하시목장에서 만들었다는 니세코 마시는 요구르트

500ml짜리 큰 것으로 사서 반 정도 마시고 남은 것은 냉장고에 보관하고 저녁을 먹으러 나간다.


이상은 이런 곳에 가고 싶은데 여기서 먹다보면 몇천 엔이 나올 것 같아서 참고..


낮보다 밤에 더 화려한 스스키노

호텔에서 나와서 마츠야에 가는데 여기저기서 삐끼들이 달라붙으려고 해서 슬쩍 피한다.


삿포로맥주 간판 사진을 담아보려고 일부러 길을 건너서 왔다.

 

홋카이도와삿포로비-루(北海道はサッポロビール)

가급적이면 여기서는 홋카이도 한정 삿포로 클래식을 마시려고 한다만..


현실은 이번에도 마츠야..

이번에는 그냥 규메시와 날계란, 샐러드, 그리고 나마비-루

일반적으로 쇠고기가 올라간 돈부리를 규동이라고 부르는데 마츠야에서는 규메시라고 한다.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요시노야가 규동이라고 하니 따라하는 것 같아서 이름을 다르게 붙인 것이 아닌가 싶다.


미소시루가 제일 맛있다.


전망대라고는 하지만, 이 전망대가 굉장히 좋은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은 아니고, 양이 풀 뜯어먹고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는 곳이라서 삿포로 시내를 내려다보려면 삿포로 테레비탑에 올라가거나 JR타워 38층 전망대에 올라가서 보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 테레비탑은 예전에 다녀온 적이 있어서, 누가 테레비탑 전망대 입장권을 준다거나 삿포로 시내를 헤매다가 아리따운 아가씨라도 만나서 눈이 맞지 않는 한 다시 가지는 않을 것 같고, 간다면 JR타워일 것 같은데 별로 가고 싶은 생각이 들지는 않는 것이 그래봤자 딱히 볼만한 것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것 같다..


양들은 자유롭게 잘 놀고 있다. 풀을 뜯다가 지치면 자빠져 잠이나 자는 것 같고, 얘들 팔자가 부럽다.


이런 곳은 아이를 데리고 오면 좋을 것 같은데, 아이만 없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엄마도 없다...

 

양 한 마리가 자기들을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는지 쳐다본다. 눈싸움을 해서 무찔렀다.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 는 말을 했다는 클라크 박사.

원래 이 말은 "BOYS, BE AMBITIOUS, not for money, not for selfish accomplishment, not for that evanescent thing which men call fame. Be ambitious for attainment of all that a man ought to be." 의 맨 앞 구절에 불과하다고 한다. 야망을 갖는다는 것이 돈과 권력, 명성 그리고 여자를 갖는 꿈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덧없는 것 말고 인간이 갖추어야 할 모든 것을 갖추도록 하라는 말이라고. 그런데 이 구절을 보면 일본의 만화 "Boys be" 가 생각이 나는 것은 부족한 인성 탓인가..


여기까지 왔으니 저 팻말 사진도 찍어야지.


줌으로 삿포로돔을 가까이 찍는 동안 양들은 침묵하지 않고 계속해서 풀을 뜯어 드시고 계신다.

 

얘야 살쪄. 그만 먹어..

 

저 돼지같이 생긴 양들은 계속해서 풀을 뜯고 있다.

 

'코이노마치 삿포로(恋の町札幌)' 라는 노래가 있는 모양이다.

사랑의 마을 삿포로라는데, 삿포로에서는 그런 감정을 가져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삿포로 뿐만이 아니고 일본에서는 별다른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껴보지 못한 것 같다. 처음에는 눈을 맞으며 눈쌓인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헤매느라 정신이 없었고, 몇 번 오가게 되면서 슬슬 익숙해졌다 싶을 때는 일 때문에 마음대로 다니지 못하였다. 


여기서는 사진을 찍어주는데 재미있는 조건이 있다. 우선 여기를 찾은 방문객의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주는데, 동시에 자기들의 카메라로도 사진을 찍어서 사진을 보여주고 인쇄를 원하면 그 사진을 돈을 받고 판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카메라를 사진찍는 사람에게 맡겨 사진을 찍고, 이들이 찍은 사진은 사지 않고 간다. 가만히 지켜보니 사진을 사는 사람이 많지 않은데, 이렇게 장사를 하는 것을 보면 즉석에서 인쇄하는 비용이 그렇게 비싸지는 않은 것 같다. 이 사람들도 자원봉사자가 아니니 장사가 되고 돈이 되니까 여기서 이러고 있겠지 뭐..


9년 전에 왔을 때는 온통 눈밭이었는데 감회가 새롭다. 한겨울에 와서 눈밭에서 혼자 뒹굴면서 사진 찍고 좋다고 지랄발광하면서 돌아다녔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 때는 야경 사진을 찍겠다고 삼각대를 가지고 다니면서, 사진 찍어줄 사람이 없어서 삼각대 세워서 사진을 찍기도 했다. 지금이야 스마트폰으로 그냥 셀카를 찍고 말겠지만..


삿포로의 경치를 살피자면 여기보다는 삿포로역과 연결된 JR타워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것이 더 좋겠지만, 혼자서 가기에는 전망대에 갈 돈이 아깝고, 여기는 양을 보러 간 것이니 주인공은 양이다.

 

설마 풀을 먹은 것이 배탈이 나서 저렇게 웅크려 있는 것은 아닐테고, 뭔가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네 녀석이 생각하는 양이냐?


남들은 풀을 뜯고 있는데 이 녀석은 혼자 사색을 하고 있다. 철학자의 양이냐..


얘는 아까부터 철조망을 뜯으려고 애를 쓰고 있다.

 

철조망 앞에 있는 풀을 뜯으려고 그랬던 것이냐..

 

철조망 근처의 풀이 유달리 맛이 좋을 리는 없고, 얘들도 뇌가 있으니 뭔가 생각을 할텐데 여기서 나가고 싶어도 나갈 수 없어서 답답함을 느끼는 것일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보면 안타깝고 애처로운 생각이 든다. 


들국화도 피고, 슬슬 가을이 오려는 것 같다. 겨울이 긴 홋카이도이기에 가을이 오는 시기도 빠르고, 겨울 역시 빠르게 오겠지. 그리고 어느 순간이면 눈으로 뒤덮인 곳으로 변해있을 터이고..


클라크타비타치노카네(クラーク旅立ちの鐘)라는 종이 있다.

클라크 박사 동상과 히츠지가오카 전망대 팻말을 같이 사진을 찍으려고 했는데 사람들이 많아서 기다리다가 짜증이 나서 포기했다. 


(출처 : http://www.tabirai.net/sightseeing/tatsujin/0000164.aspx)

원하는 사진이 이런 것이었는데..

사람들이 이 근처에 잔뜩 몰려 있어서 기다리다가 인내심의 한계에 도달하여 때려치웠다. 사토미짱과 데이트를 하는 일이 생기지 않는다면 이 곳에 다시 가지는 않을 것 같은데, 그냥 이런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드리기 위해서..


히츠지가오카 오스트리아관

식음료와 기념품을 파는 곳인데, 여기서 양젖을 사먹었다. 양이 뛰어노는 전망대에 왔으니 양젖이나 먹어보자 했는데, 양젖이 우유보다 진하고 영양성분이 더 뛰어나다고 한다. 다만, 가격이 410엔씩이나 하더라는.. 거지 주제에..


'소녀와 양(少女と羊)'이라는 조각상이 있다.

소녀치고는 굉장히 글래머러스한 육덕진 몸매를 자랑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여기는 내가 갈만한 곳이 아닌 것 같은 분위기라서 방향을 돌렸다. 'Blanc Birch Chapel' 라는 간판이 있는데 결혼식 같은 행사를 하는 장소인 듯했다. 이상하게 고급스러운 차량이 지나다니고, 이 건물 안에 있는 사람들이 연회나 행사를 준비하는 사람처럼 보이더라니.. 당연히 어울리지 않는 장소이므로 발길을 돌렸다.


삿포로 시내로 가는 버스가 자주 다니는 것이 아니라서 기다리다가 할 일이 없어서 여기저기 돌아다닌다. 여기 식당에서는 저녁에 여러 종류의 코스 요리가 나오는 것 같은데, 그래 돈이 없지..

 

화장실도 귀여운 양캐릭터를 그려놓았다.

떼서 집에 가져가고 싶은데, 집 화장실은 하나 뿐이라..

버스 타고 내려가서 다시 지하철 타기가 귀찮아서 그냥 삿포로역까지 가는 버스를 기다렸다. 사람들이 많이 탔지만, 일찌감치 가서 줄을 선 덕분에 착석에 성공했다. 여기에 와서 가만히 있지 않고 계속 여기저기 들쑤시면서 돌아다녔더니 잠이 온다. 스스키노에서 가까운 곳에 내리려고 했지만 앉아서 졸다보니 귀찮아서 종점인 삿포로역 앞까지 가버렸다.


이 곳이 삿포로역 앞에서 히츠지가오카 전망대로 가는 버스 타는 정류장이다.


지하철 삿포로역 14번 출구와 가깝다.


역시 이 나라 사람들은 줄을 잘 선다. 줄서기 만큼은 '선진 시민의식' 이라고 불러주고 싶다.


이왕 여기까지 온 김에 삿포로역에 잠시 들러보기로 한다. 내일부터 보통열차를 타고 돌아다니는 여정이 시작되는데 태풍으로 인한 피해로 혹시라도 운행이 중단되었다거나 대체수송을 할 수도 있으니 미리 알아보아야 할 것 같다. 성질이 급해서 느릿느릿한 열차 타는 것을 싫어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외국인용 패스를 사오지 않아서 그냥 몸으로 때워야 하는데, 열차 운행이 중단되어서 움직일 수 없으면 낭패니까 정보 수집 목적으로 갔다.


세키호쿠선은 탈 일이 없으니 어찌되든 상관이 없는 일이고.. 아바시리에서 오셨거나 가실 분, 메만베츠에 가실 분들 죄송합니다..

 

태풍의 영향으로 하코다테본선의 특급열차는 모조리 운휴가 되었다고 한다. 아무래도 노반에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 점검을 위한 것이었던 것 같다. 그래도 보통열차는 운휴라는 말이 없는 것을 보니 열차가 다니기는 다니는데, 특급열차는 정차역 이외에서 속도를 올려서 달리니 중간에 문제가 있을 수 있어서 주의하는 것 같다. 태풍이 지나간 뒤에는 언제 비바람이 몰아쳤나 싶을 정도로 날이 맑아졌으니 내일 아사히카와에 가는 것에는 별 문제가 없을 것 같은데, 그래도 모르는 일이니 역무원에게 내일 아사히카와 방면 하코다테본선 하행 보통열차의 운행은 어떻게 되냐고 물어봤더니 정상적으로 운행할 것이라고 해서 일단 마음을 놓고 도산코플라자에 들려서 간식거리를 조금 샀다. 군것질이 취미라서 뻘짓을 하더라도 뭐라도 먹으면서 하는 것을 즐기는지라..

 

어떤 젊고 잘생긴 남자가 노래를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아쉽다면 키가 조금 작다는 것인데.. 앞에 사람이 많지 않은 것을 보니 인지도가 높은 사람은 아닌 듯하고 무명의 아티스트처럼 보이는데 나름대로 마니아층을 거느린 사람일 수도 있겠다 싶다. 노래를 제법 잘하는 것을 보니 여성팬이 꽤 있을 것 같은데 완전 아마추어는 아니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작은 행사를 뛰는 그런 가수인 듯. 부러우면 지는거라지만 그냥 지고 말란다. 


노래 두 곡 정도를 듣고 나서 슬슬 걸어서 호텔로 간다. 내일부터는 오랜 시간 동안 열차를 타야하니 무리하지 않고 일찍 들어가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하니 시간적 여유가 없을 듯하고, 삿포로 시내를 산책하는 기분으로 설렁설렁 걸어서 호텔까지 가려고 한다.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지만, 가면서 토케이다이와 테레비탑도 보고 몸을 피곤하게 만들어 일찍 잠들도록 하는 목적도 있는 일타쌍피를 노리는 의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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