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브

17. 아마루베 철교

2015. 2. 21. 01:46

시간이 많지는 않았지만 아마루베역에 내린 것은 특별히 역 근처의 명소를 찾아가기 위한 것은 아니고 그냥 아마루베역 구경을 하기 위해서였다. 철도를 정말로 좋아하는 분들의 여행기를 보면서 아마루베역에 얼마 전까지 역사가 오래된 아마루베 철교가 있었고, 이 철교 위를 지나던 열차가 강풍으로 인해 다리 밑으로 추락하면서 인명 사고가 발생했으며, 이후 그 철교가 철거되었고, 새로운 교량이 건설되었다는 사실을 접하게 되었다. 인터넷에서 본 사진으로는 새 교량이 깔끔한 모습이기는 하지만, 예전의 철교의 모습이 더 정감어린 것이 아쉽기도. 기노사키온천에서 카스미까지, 그리고 카스미에서 아마루베까지 오는 과정에서 보이듯이 산악지대가 해안선에 접한 접근성이 좋지 않은 지형에 그렇다고 내세울만한 관광지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1~2시간에 한 대 정도 밖에 열차가 없고, 그것도 운전사 혼자 운행하는 원맨열차가 돌아다니는 곳이다.

지금은 철거된 예전의 아마루베철교.
(사진의 출처는 : 위키피디아 일본어)
저 위로 열차가 지나다녔다고 한다.

아마루베 철교는 약 100여년 전인 1912년에 3년 여 간의 공사 기간을 거쳐 건설된 교량이라고 한다. 산인혼센(山陰本線.산인본선)의 미개통 구간이었던 와다야마-요나고 구간을 건설시 이 지역의 산악 지형을 뚫고 선로를 건설하자니 당시의 기술로는 어려운 터널 굴착을 피하기 위하여 우회하여 교량을 짓기로 하였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노사키온천에서 출발해서 아마루베역까지 오는 동안 산악, 터널 구간이 대부분이었다.

아마루베철교 열차 추락 사고에 대해 잠시 살펴보자면, 1986년 12월 28일 오후 1시 경에 카스미에서 하마사카(浜坂)로 가던 특급열차 미야비가 동해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밀려 교량 아래로 추락했다고 한다. 그나마 다행으로 회송 중인 빈 열차여서 차내에는 운전사와 차장, 그리고 차내 판매원만 타고 있어서 대형 참사는 모면할 수 있었지만, 열차가 교량 아래에 있던 공장을 덮치면서 공장 직원 5명과 차장이 사망하고, 차내 판매원 3명과 공장 직원 3명이 크게 다쳤다고 한다. 열차가 탈선한 적은 몇 번 있었지만, 교량 아래로 추락한 것은 거의 100년 만의 일이라서 상당히 큰 충격이었다고.

이후 사고 수습을 하고 교량을 보수하여 운행은 재개하였지만, 오래된 교량의 노후화가 심하여 안전상의 문제가 대두되었고, 지속적인 보수에 들어가는 비용 역시 만만치 않아서 거의 100년 가까운 역사를 이어오던 아마루베 철교를 철거하고 새로운 교량을 건설하기로 하였단다. 경영합리화를 위해서는 폐선을 결정하고 해당 구간을 버스와 같은 교통수단으로 대체할 수 있었음에도 새로 지은 것을 보면 역사를 중요시하는 것 같다.(실제로 아마루베 철교 철거 후 새로 건설하는 동안 버스를 이용한 대체수송을 실시했다고 한다) 가끔 역사를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왜곡하는 것이 문제이기는 하지만 자신들의 역사에 대해서 중요시하고 지키고 간직하려는 노력은 우리도 본받아야 할 부분이 아닌지.

카스미역에서 열차시각표를 확인하기는 했지만, 당장 탈 열차의 시각만 보고 아마루베역에서 내린 뒤 돌아오거나 하마사카로 가는 다음 열차 시각을 적어오지 않고 급히 열차를 타버린 것이 문제였다. 뒤늦게 아마루베역에 내린 다음에 역에 있는 시각표를 보니 카스미로 돌아가는 다음 열차는 한 시간 후에 도착할 예정인지라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할 지 막막해졌다. 이런 외진 곳에서는 열차가 한 시간에 한 대 꼴로 다니고 재수없으면 두 시간이라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계획 없이 가다보니 이런 실수를 하게 된다.


이 철로는 열차추락사고 이전에 있던 그 철로의 일부를 보존하여 과거의 역사를 남겨둔 것인데, 비극적인 사건을 기억하고 추모하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한 것은 인상깊다. 그래서인지 아마루베역에 내린 사람들은 열차가 떠나자마자 이 주변에서 사진을 찍고 정신없더니 일부는 아마루베 철교와 동네를 한 바퀴 둘러보려는지 아래로 내려간다. 

평소 같았으면 고민없이 그 사람들의 뒤를 따라서 구경을 하고 돌아왔겠지만, 여행 막바지의 피곤함이 발길을 돌려세웠다. 상행 다음 열차의 도착 시간까지는 꽤 여유가 있었지만, 태풍이 오고 있다는 소식과 일요일 오후 상행 열차의 혼잡함이 예상되기도 해서 그냥 포기했다. 역시 철덕과는 거리가 멀다. 하~

다음 날 귀국 예정인지라 돌아가는 열차 시각에 신경쓰이고, 며칠 동안 계속 열차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서 그런지 몸도 뻣뻣하게 굳은 것 같아서 맨손 체조를 하다가 사진을 찍으려고 몰려있는 사람들 사이를 설렁설렁 돌아다니며 다음 열차가 오기를 기다렸다. 시각표를 살펴보니 돌아갈 방향의 상행 열차가 아닌 하행 열차가 먼저 온다는 것이 함정이지만.

과거 철로 및 교량의 일부를 남겨두어 이렇게 기념공원처럼 만들어두었다.

일본의 역사 왜곡은 문제이지만, 역사 보존 및 사고 현장에 대한 보존을 통해 희생자 추모 및 재발 방지의 노력은 높이 살 만하다.

날이 좋았으면 저 아래 방파제 쪽으로 내려가서 바다 구경을 하고 싶었지만

귀찮아서 그냥 사진만 찍고 끝.

배수구를 통해서 아래를 보니 아찔한 높이다.

전망시설의 관람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
일본답게 주의사항이 상세히 적혀 있다.

사진에 보이는 선로는 새 선로 이전 추락 사고가 났던 아마루베 철교에 있던 구 선로이고, 사진 중앙에 있는 플랫폼 왼쪽(콘크리트 벽과 플랫폼 사이)의 선로로 열차가 운행하고 있다. 비바람에 의해 산이 무너질 수 있으니 붕괴를 방지하기 위해 콘크리트로 축벽을 쌓아둔 모양이다.

카스미 방향으로 가는 상행 열차였으면 좋겠지만, 반대로 하마사카까지 가는 하행 열차가 먼저 온다. 평소에 이용하는 사람이 많은 역이 아닌지라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한 의자가 있는 것도 아니고, 마냥 밖에서 서서 기다리기도 그렇고 해서 하마사카행 열차를 기다린다.

아마루베역에서 요로이(鎧)역으로 보통열차를 타고 가서, 요로이역에서 구경을 하고 보통열차를 타고 아마루베역으로 돌아오는 모델 코스 시각표를 알려주고 있다. 열차를 타고 아마루베에서 요로이에 다녀오면서 경치를 감상하라는 취지인데, 열차 운행횟수가 많지 않은 지역이라서 하루 3회 왕복이 가능하단다. 시간이 많아서 역에서 한두 시간 기다릴 여유가 있다면 상관없겠지만.. 세 번째는 아마루베에서 카스미까지 오가는 오가면서 경치 감상을 하라는 것이네. (현재시점에서는 열차 시각표가 변경되었을 수 있으니 미리 검색이 필요할 것 같다)

'아마루베 철교 공중역(餘部鉄橋空の駅)' 이라고 써있다. 여기서 내린 사람들은 죄다 이 역 혹은 아마루베 철교 및 경치를 구경하려고 내렸다.

역사가 깊은 역이지만 불의의 사고로 새로 역을 정비하면서 신식 화장실이 설치되어 있다. 목이 타서 계속 물을 마신 탓에 잠시 이 곳에 들어가 생리적 현상을 해결한다. 계속 역 아래로 내려가서 아마루베 철교를 구경하고 바닷바람이나 쐬고 올까 고민을 하다가 결국에는 무리하지 않기로 한다. 귀국이 다음 날인데 그동안 많이 걸었으니 몸 조심을 해야지 싶고..

그리고 기다리던 카스미행 보통열차가 기름타는 냄새를 풀풀 풍기며 들어온다.

기노사키 온천에서 하마사카까지 오가는 원맨열차다. 도중 역무원이 상주하는 유인역이 거의 없으니 대부분의 역에서 정차할 때마다 기관사가 운임징수까지 하는 그런 시스템. 한국이야 지하철이 있는 대도시권을 제외하면 이런 완행열차가 없으니 마땅히 비유할 것이 없지만, 일본에서는 통근, 통학용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열차를 운행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한다.

바로 다음 역인 쿠타니역은 아주 황량하다.

오래된 열차라서 천장 위에 선풍기가 있다.
오래 전 서울지하철1호선, 당시에는 국철이라 불리던 경인선 전동차에서 선풍기를 볼 수 있었는데..

열차를 부분적으로 리모델링하였지만, 좌석은 예전 그대로라서 허리에 매우 좋지 않은 모양새. 
당연히 편하지는 않으나 짧은 거리를 탄다면 괜찮겠지.
아마루베에서 하마사카까지는 고작 역 두 개 뿐이지만, 역간 거리가 길어서 대충 15분 정도 걸린다. 

하마사카역에 도착 후 돌아갈 열차가 대기 중인 플랫폼으로 왔다.
역시 세월의 흐름을 간직한 떵차!
잠깐 시간이 있지만 역을 나갔다 오기에는 모자란 듯하고, 그냥 플랫폼에서 얼쩡거리며 사진이나 찍기로.

하마사카에서 산인혼센을 타고 대충 40~50분 정도 더 가면 돗토리역이라, 따로 요금을 지불하더라도 돗토리에 가려고 했는데, 태풍이 온다고 해서 계획은 완전히 바뀌었다. 태풍이 간사이지역을 덮칠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교통편이 끊길 수 있으니 공항에서 먼 곳으로 가는 것은 위험한 일이니 다시 돌아가는 열차를 타고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지루한 여정을 시작하기로.

심심해서 역 사진이나 찍고.
아~ 포켓와이파이라도 빌려서 들고 다니면서 써야 하나.

하마사카까지 타고 왔던 열차는 돗토리행 열차로 변신.
아직까지 돗토리는 미정복지역인데..


연명개조를 하였다지만 세월의 흐름이 곳곳에 묻어나는 떵차.

역에 명소를 소개하는 간판이 있는데 안타깝게도 시간이 없어서 돌아가야 한단다.

자~ 이제부터 산인혼센을 타고 상경하는 길고 긴 여정이 남았구나.

기노사키온센역에서 탈 열차는 카스미행 보통열차. 두 시 넘어서 도착을 해서 온천을 여유있게 즐기려면 이동하는 것은 무리였지만, 그래도 가지고 있는 패스의 이용범위가 여기까지가 아니고 하마사카(浜坂)까지여서 한 번 가보고 싶어졌다. 조금 일찍 출발했더라면 온천도 하고, 카스미, 하마사카를 조금 여유있게 둘러볼 수도 있는데, 밤이면 숙소에 들어가 TV를 보면서 일본어공부를 한다거나 야식을 먹으면서 일을 하는 경우가 있어서 새벽녘에 잠들어 8시가 넘어 눈을 떠서 이불 속에서 뒹굴고 있다가 나오는지라 10시 전후에 출발을 하고 목적지에 늦게 도착하는 악순환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왼쪽은 상행(교토) 방면이고 오른쪽이 하행(하마사카) 방면이다. 기노사키온천에도 로프웨이가 있어서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는데 작년 초에 갔을 때 돈이 없어서 로프웨이를 못탔다. 이번에는 시간이 없었고..

탈 열차는 카스미(香住)까지 가는 보통열차. 흔히 완만렛샤(ワンマン列車)라고 하는 운전사가 차장 역할까지 다 하면서 운행하는 열차가 들어올 예정이다. 인구가 적은 시골 지역에는 무인역이 많아 요금 징수가 어렵기 때문에, 기관사가 그 역할까지 한다. 전광판에 선두차량부터 하차해달라는(先頭車両から降車)는 것도 운전사에게 운임을 지불하라는 이야기다.

열차는 두 량짜리 열차. 외관은 꽤 오래된 열차였는데 내부는 현대화 공사를 하여 신형차량처럼 잘 개조를 해놓았다. 역시 타는 사람은 거의 없다. 차창에 보이는 서양인 아저씨 하나와 나와 단 둘이 승차. 그런데 이 아저씨는 다음 역인 타케노(竹野)에서 내리더라. 그럼 이 칸에는 혼자란 이야기네.

이 열차가 달리는 산인혼센(山陰本線). 도호쿠혼센(東北本線)이 도호쿠신칸센 신아오모리 연장 이후 일부 구간을 지역 철도 회사에 운영을 넘긴 후 일본의 재래선 노선 중에서는 가장 긴 노선이 되었다. 일본에 여러 번 다녀오면서 어지간히 이름이 알려진 동네는 가보았지만, 기노사키온천 이후 산인혼센 구간을 가보는 것은 처음. 그래서인지 차창 밖의 경치를 유심히 보게 된다. 사실 이 노선이 다니는 지역은 인구밀도가 높지 않은 곳인데다, 산인혼센이 지나가는 곳 중에서 그나마 알려진 돗토리가 있는 돗토리현이나 마츠에, 이즈모가 있는 시마네현은 일본에서도 가장 인구가 적은 현 1,2위를 다투는 곳인데다, 효고현 북쪽 역시 인구가 적은 곳이라 열차 운행도 뜸하고 달리는 열차도 썰렁하기 그지없다. 거기에 태풍이 온다고 하니 이 지역으로 여행을 계획했던 사람들도 대부분 취소를 했다고.

도시 생활에 익숙해진 사람으로서 이런 시골에서 생활하라고 한다면 어렵겠지만, 나중에 이런 곳에서 조용히 지내는 것을 꿈꾸고 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친구들은 요즘에 시골에서 생활하려는 사람이 어디 있냐며 늙은이 같은 소리를 한다고 그러니까 여자친구가 없는 거라고들 한다. 난 그저 삭막한 도시에서 벗어나 공기 좋고 물 좋은 곳에서 지내고 싶을 뿐이라고.

사츠(佐津)역이다. 다케노역에 정차했을 때는 사진을 못 찍었는데, 그냥 찍어봤다. 역시 무인역으로 운전사가 승객 관리 업무를 전담하게 된다.

산인혼센 복선 전철화를 추진하자고 하는데, 복선화가 되면 양방향 열차 운행 속도가 빨라지고, 열차 교행을 하지 않아도 되니 열차 편성 역시 늘어날 수 있을테고, 전선을 설치하면 열차 운행비용이 감소하겠지. 그런데 이 노선을 이용하는 수요가 중요한 것인데, 복선화를 한다면 새로이 선로를 깔아야 하고, 전선을 설치하는 비용을 회수할 수 있을 만큼의 수요가 증가할 것인지는 의문이다. 이 지역 주민으로서는 갈수록 사람들이 도회지로 빠져나가고, 지역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노인들만 거주하게 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치 않다.

시바야마(柴山)역. 열차가 출발하고 사진을 찍었더니 흔들려버렸다. 다음 역은 열차의 종착역인 카스미. 무인역이라 잡초가 무성하고 역명판을 받치는 기둥에 녹이 슨 것이 관리가 잘 되지 않았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역시 이 동네도 일본에서는 니혼카이(日本海)라 부르는 동해에 접한 곳인데, 몇몇 민숙 여관이 있는 듯하다. 

조금 더 가니 약간은 규모가 있는 마을이 나오는데 아마도 이 열차의 종착역인 카스미에 곧 도착할 것 같다. 카스미는 카스미가니(香住ガニ.카스미 게)로 유명한 동네로 겨울철이면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 한다. 맛있는 게요리를 먹고, 온천을 즐기고 가는 1박 2일 여행 상품이 인기라고. JR에서도 동절기에는 오사카에서 출발해서 카스미 또는 하마사카까지 운행하는 카니카니하마카제(かにカニはまかぜ)열차를 운행한다. 이 열차 탑승객은 대개 왕복 열차 승차권과 게요리 식사가 제공되는 온천 근처의 숙소에서의 하루 숙박이 포함된 여행 상품을 통해 관광을 하고 돌아간다고. 예전에 멋모르고 기노사키온천에서 오사카로 돌아가려고 이 열차를 탔었는데, 전 좌석이 지정석에 만석이라서 다음 역인 토요오카에서 재빨리 내렸던 기억이 있다. 계속 그 열차를 타고 있었다면, 차장이 검표를 하다가 나에게 지정석 특급권 요금을 징수했을 것이야.


지금까지 지나왔던 곳에 비해서는 제법 큰 동네라는 느낌이 온다.

카스미역에 내렸다. 키하 47계의 오래된 열차다.

그래도 내부는 리모델링을 한데다 이용승객도 많지 않아서 상당히 깔끔하다. 역시 JR니시니혼의 차량 재활용실력은 뛰어나다.

열차가 여기까지만 운행을 하니 잠시 역 바깥으로 나가서 다음 열차 시각을 알아보고 동네 한 바퀴 돌아보기로 한다. 저 지오파크와 바다의 문화관을 오가기에는 시간이 없어요.

반대편에는 토요오카행 쾌속열차가 정차해 있다. 이 열차를 타면 기노사키온천까지 빨리 돌아갈 수 있으나, 여기까지 온 의미가 없어지므로 아쉽지만 패스하기로 한다. 이 열차 역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차량이다.

카스미역은 역무원이 있는 유인역이라서 역무원 아저씨에게 품 안에 있던 패스를 보여주고 역 바깥으로 나왔다. 역시나 이 역의 상징은 게다. 그리고 아무것도 없다. 태풍만 아니었더라면 이 날은 기노사키온천에서 온천을 즐기고 여기에서 하룻밤 묵으면서 게를 먹으려고 했는데 조금은 아쉽다. 그 아쉬움보다 당장 할 일이 없다는 것이 참 괴롭다. 다시 역으로 돌아가 열차 시각표를 뒤적이는데 하마사카까지 가는 열차 시각이 많이 남아서 절망에 빠지려는 찰나, 역 개찰구 앞에 달린 LCD모니터에서 임시쾌속 산인카이간지오라이너(山陰海岸ジオライナー.산인해안지오라이너)열차가 15시 9분에 카스미에서 출발한다고 한다. 다시 패스를 보여주고 안으로 들어가 지하도를 지나 건너편 플랫폼으로 갔다.

차량 전체에 새로이 도색을 한 신형 차량인 듯 싶다. 썩은 차량 재생만 하는 줄 알았던 JR니시니혼도 이런 신형 열차를 투입하고 있구나 싶다. 산인카이간지오라이너는 주말과 공휴일에만 운행하는 임시열차로 토요오카에서 돗토리까지 꽤 먼 거리를 운행하는 열차다. 이름처럼 산인해안을 따라 달리면서 자연을 감상하는 열차인데, 패스의 유효구간이 하마사카까지이니 거기까지만 갔다가 돌아오면 되는데, 문제는 하마사카에 가기 전에 내릴 역이 있다는 것.

신형 열차답게 내부도 깔끔하고 장거리 운행을 하는 열차인지라 화장실도 있다.

열차의 랩핑 역시 잘 되어 있는데..

문제는 이 열차를 타고 끝까지 갈 수 없다는 것이겠지.

내부에도 이 열차가 다니는 지역의 특색을 보여주는 사진들로 랩핑을 해놓았다. 저 샌드보드 타는 사진은 사구로 유명한 돗토리일테고..

이 열차를 타면서 저 광경들을 다 볼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물어볼걸 그랬나 싶다.

다행히 구름이 걷히고 파란 하늘이 보이는가도 싶은데..

열차는 텅텅 비었다. 태풍의 여파인가. 계속 주변 안내방송을 하는 승무원 민망하게시리.

바다가 보인다.

그리고 내가 내릴 곳인 장소에 거의 다 왔다.

바로 이 역이다.

열차 앞 칸에 타고 있던 사람들도 여기서 많이 내리고, 역에 있던 사람들은 이 열차를 탄다.

사진 실력이 형편없어서 죄송합니다.

돗토리행 인증샷.

승무원 인증샷. 이 열차에는 운전사 외의 승무원이 둘인데, 아마도 이 여자 승무원이 짬이 덜 되는지 차내 안내방송은 물론 문 닫는 것도 다 맡아서 하고 있다. 나머지 한 명 남자 승무원은 보이지 않네.

열차는 문을 닫고 떠나간다. 가지 말라고 소리치고 싶었으나 그런다고 가지 않을 열차도 아니고..

아직 가지 않는 것은 붙잡으면 문 열어주려는 것인가. 얼른 가라!

그렇습니다. 이 역은 아마루베역입니다.


 잠꾸러기의 여행노트

<임시 쾌속열차 산인카이간지오라이너(山陰海岸ジオライナー)>

토요오카(豊岡)-돗토리(鳥取)를 오가는 임시 쾌속열차. 토요일, 일요일과 슈쿠지츠(祝日.축일)라고 부르는 한국으로 따지면 공휴일에만 왕복 1편성 운행하며, 2월 28일까지 운행이 예정되어 있다. 하행은 오후에, 상행은 오전에 있으므로 시간을 잘 맞추어야 한다. 토요오카-돗토리 구간을 약 두 시간 정도 걸려서 운행하며, 주요 역에만 정차하는 쾌속열차다. 차내 안내방송이 있어서 별도의 가이드 없이 여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일본어로만 방송을 해서 일본어를 모르면 아무 소용이 없다.열차시각표는 첨부파일을 참조(일본어 문서).

saningeoliner.pdf


15. 기노사키온천 가는 길

2014. 11. 19. 05:28


12일 일요일은 3연휴의 두번째 날로 관광업계에서 바라는 황금연휴 기간인데, 태풍이 정말 오고야 말았다. 가을에 태풍이 오다니.. 악! 오사카를 비롯한 긴키 지역은 태풍의 영향권에 아직 접어든 상태는 아니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예정했던 여행 계획을 취소하면서 8,9,10일 숙박을 예약하고 11일 밤은 미처 예약을 못하고 12일만 간신히 길 건너에 있는 역시 싸구려 호텔에 예약을 한 상태였다. 그것도 일본 사이트가 아닌 아고다에 있던 마지막 간신히 하나를 예약했다. 11일에는 어떻게 할 지 도착한 이후부터 계속 고민을 하다가 그나마 사람이 없는 역시 기타킨키의 하마사카나 카스미에서 하룻밤 묵고 돗토리에 들렀다 올 생각도 했는데, 미리 예약했던 사람들이 취소를 한 바람에 운 좋게 하루를 묵던 곳에서 더 있을 수 있었고, 귀국 전날인 12일만 같은 동네의 길 건너편에서 하루 묵고 집으로 가는 계획이 완성되어 있었다. 덕분에 11일은 카스미에 가서 유명한 카스미가니(香住ガニ.카스미 게)를 먹으려던 계획을 대신해 아마노하시다테에 다녀오고, 12일에 기노사키온천에 다녀오는 힐링 여행 일정으로 바꾸었다. 인터넷으로 예약만 해놓은 상태였다면 12일 역시 같은 곳에서 하루 더 묵을 수 있었는데, 아고다에서 예약을 하고 결제까지 해버린 뒤여서 취소할 수도 없고, 조금 귀찮은 상황을 감수하는 수밖에. 오사카의 싸구려 호텔보다 카스미의 민숙이 더 비싼지라 돈이 부족했던 상황에서 오히려 잘 되었다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 어쩔 수 없이 인터넷카페를 전전해야 하는 상황을 피할 수 있어서 다행이기는 하지만 아쉬운 마음도 들고.

날이 맑았던 어제와는 달리 비가 내리지는 않지만 구름이 낀 날씨여서 몸도 찌뿌둥한 것이 아침이 상쾌하지 않다. 낮에는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지만, 밤에 들어가서는 넷북을 열고 회사 일을 살펴야 하는지라 잠이 부족하기도 하고, 이틀 연속으로 많이 걷고 열차에 오래 앉아 있었더니 적지 않은 피로가 쌓인 듯한 느낌. 어른들 말씀처럼 하루하루가 다르다는 느낌은 아니지만 피로 회복이 늦어지는 것은 사실인 듯하다.


오사카칸조센을 타고 텐노지역에 도착.

역시 시작은 텐노지역으로 가서 특급 하루카를 타는 것이다. 산인혼센(山陰本線)의 시작이 교토니까 교토까지 가는거다. 특급열차를 타도 기노사키온천까지밖에 못 가기는 하지만 온천은 즐거우니까. 이 때만 해도 마음이 바뀔 지는 몰랐는데..


건너편에 반대방향으로 가는 소토마와리(外回り.한국식으로는 외선) 열차가 역시 정차중이다.


일요일이라고 철덕 아저씨가 커다란 렌즈가 달린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고 있다. 부럽다~ 카메라가.

자주 오면서도 그냥 지나쳤던 역 명판이나 찍어본다.

동일본대지진 이후 오사카에 자주 가는 편이지만 초심자라면 복잡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노선들이다.

위에 있는 야마토지카이소쿠(大和路快速)는 오사카-나라 방면, 키슈지카이소쿠(紀州路快速)는 오사카-와카야마 방면의 열차, JR난바에 가는 보통열차는 아마도 나라 쪽에서 오는 열차겠지. 들어오는 열차도 가지각색이지만 타는 곳이 열차에 따라 달라지니까 헤매기 쉽다. 대충 구분은 할 수 있는데 정신을 놓고 있다가 종종 실수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열차들은 내가 탈 열차가 아니라는 말씀.

특급 하루카를 탈거다. 키슈지쾌속열차가 늦어서 특급열차도 지연되나 싶었는데 그렇지는 않은 모양.
야! 그런데 5분이나 늦었는데 출발하지 않고 있잖아.

갑자기 4분 지연으로 말을 바꾸고 있다. 5분이라고!!

하루카는 제 시간에 왔습니다!!! 이래서 비싼 돈을 주고 특급열차를 타는가 BoA요.

신오사카역. 태풍 19호 접근에 따른 안내를 하는데.. 모르겠다!!

다음은 교토.

산토리 교토 공장을 지난다.

밤이 되면 여기에 열차 수십 대가 들어오겠지.

드디어 낡은 밥통열차가 걸렸구나.

시간이 약 18분 정도 남아 있어서 일단 역에서 늦은 아침 식사를 해결하기로 한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어. 교토역 30번, 31번 승차홈 사이에 우동과 소바를 파는 가게가 있는데 지난밤에 이 앞에서 저녁을 먹을까 말까 망설이다가 동전이 부족해서 그냥 오사카로 갔는데, 이번에는 부족한 동전 대신 잔액이 조금 남아 있는 스이카로 결제를 했다. 지난달에 삿포로에서 3,000엔 충전해서 공항에 가고, 과자를 산 후에 조금 남은 잔액이 있었다.


카츠카레동과 미니우동 세트.

맛은 뭐 잘 모르겠다. 먹을 만한 그런 정도랄까.

원래 음식 가지고 장난치는 것 별로 안 좋아해서 카레돈까스 같은 것은 잘 안 먹는데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었음.

이것은 심플한 우동.

먹고 나면 잠이 잘 올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간밤에 규동으로도 부족해서 마트에서 니기리즈시 12개짜리와 삿포로 맥주를 사서 잘 먹었는데 그래도 배가 고팠는지 순식간에 뚝딱하고 열차를 타러 간다. 아직 2분 정도 남은 것 같다. 먹는데 10분 정도 걸린 모양이네.

출발을 앞두고 차장이 문을 닫을 준비를 하고 있다.


열차는 확실히 별로다. 특히 화장실은 여자라면 참 불편하게 생겼다.

니조역 지나고 나니까 그 다음에는 그냥 산이다.

왠지 진행방향 오른쪽에 앉고 싶어졌다.

차장이 아직 검표를 안 해서 카메오카(亀岡)역에서부터 앞 칸으로 이동해서 오른쪽 좌석에 착석. 여기는 소노베(園部)역.

졸다보니 어느새 복지산(福知山. 일본식 발음은 후쿠치야마)역. 여기를 다시 오다니..

반대쪽에 소학교 저학년 정도로 보이는 어린 아이와 할아버지가 함께 열차를 타고 후쿠치야마역에서 내리는데 승차권인지 특급권인지는 모르겠는데 둘 중 하나를 잃어버린 모양. 차장이 검표까지 했으니 두 장을 모두 가지고 있었을 텐데 화장실이나 어디 좌석 틈바구니로 흘려버린 모양. 결국 못 찾고 내렸는데 요금을 더 내지는 않았는지 모르겠다. 열차를 타면 표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저 코노토리는 어제 내가 아마노하시다테에 갈 때 탔던 그 열차다. 그리고 지금 탄 열차는 그 때 보았던 기노사키 열차고.


후쿠치야마에서 토요오카까지는 JR의 산인혼센과 KTR의 미야즈센이 있는데 열차 시간이 띄엄띄엄한 것도 있겠지만 KTR의 역은 황량하기 이를 데 없다. 이래서야 망하지 않고 배기겠느냐 싶은 생각이 든다.

후쿠치야마부터 계속 단선이기 때문에 역에서 교행을 하느라 열차가 서 있다. 역시 특급열차가 우선이겠지.

눈에 보이는 것은 산과 들판.

토요오카역. 저 열차는 빨간 색인 것을 보건대 KTR에서 요즘 홍보하는 탄고 아카마츠 열차인 것 같다.

신오사카발 기노사키온천행 특급열차의 이름 코노토리는 '황새'라는 뜻인데, 토요오카를 지나서 마루야마가와를 지나다 종종 황새를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날은 황새가 보이지 아니한다. 황새는 국제적으로 멸종 위기에 처한 귀한 새로 토요오카시에서는 이 황새 복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런 노력 덕분인지 종종 황새들이 보이기도 하고 열차 이름도 황새라고 지은 것 같다.

키타킨키 빅X 네트워크를 여기서도 홍보를 하고 있다. 좀 안쓰럽기도 한데..

주말이나 연휴 기간에는 코노토리나 기노사키 열차의 자유석이 바글바글해서 빈 자리가 별로 없는데 태풍 앞에서 모든 것이 무너지고 말았다. 기노사키온천까지 가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자리가 텅텅 빈 채로 간다.

종점인 기노사키온천에 도착.

기노사키온천은 오사카, 교토에서 세 시간 정도 걸리는 가깝다고 할 수 없는 거리에 있는데(비싸기는 하지만 신칸센을 타면 두 시간 반에 도쿄나 후쿠오카에 갈 수도 있으니), 유서깊은 온천인지라 외국인보다 현지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그러나.. 태풍 때문에 썰렁하다.


타고 온 열차는 이제 코노토리로 이름을 바꾸고 신오사카로 간단다.

온천욕을 즐기고 나오면 시간이 남을 것 같으니 카스미까지 갔다가 온 다음에 온천을 하고 돌아가기로 한다. 기노사키온천에 처음 오는 것이 아니라서 온천가를 돌아보며 구경할 필요는 없고 소토유 한두 군데 들어가서 몸만 담그고 나오면 되는지라. 돌아오는 열차 시간이 조금 애매하기는 한데 18시 18분에 신오사카 행 코노토리 마지막 열차가 있으니 오후 4시 즈음해서 이 곳에 돌아오면 될 것 같다. 정신을 어디에 팔아먹고 다니는지 매표소에서 열차 시각표 확인하고 나오다가 투명한 유리창벽에 들이박았다. 터벅터벅 걸었으니 다행이지 서둘러 달리기라도 했으면 대형참사가 벌어질 뻔했네. 안에 있던 역무원들이 볼까 싶어 서둘러 도망쳐 나왔다.

14. 오사카로 돌아오는 길

2014. 11. 18. 14:29

혹시나 해서 역에 서둘러 왔는데 운이 좋게도 곧 출발하는 열차가 있다. 하시다테 8호를 탈 수 있으니 아마노하시다테에서 교토역까지는 약 두 시간 정도 걸리니까 생각보다 일찍 오사카에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 별로 잘 먹지도 못하면서 지난밤에 많이 걷고, 또 적지 않은 거리를 걸었으니 일찍 들어가서 쉬어야지 이러다가 한국에 돌아가서 드러누우면 큰일이다.

하시다테 8호는 17시 36분에 출발. 이 때가 열차 출발 10분 정도 전이었던 것 같다.

지정석이면 일찍 들어와서 기다릴 필요가 없는데 자유석이라서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좌석이 지정되지 않은 자유석 승차권 소지자는 자유석으로 정해진 객실에만 승차할 수 있고, 사람이 많아서 자리가 없으면 서서 가는 입석과 다를 바 없다. 더구나 하시다테 8호는 열차의 시발역이 아닌지 플랫폼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서 혹시 자리가 모자랄 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미리 줄을 섰다.

저 밥통열차를 타는가 싶었는데 그건 아닌가보다. 의자가 편한 열차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열차가 들어온다. 그리고 앞에 있던 중국인 아줌마 관광객들의 질주가 시작된다. 오 마이 갓~ 사진이나 찍고 있을 때가 아니다. 어서 열차를 타고 앉을 자리를 찾아야 한다. 기왕이면 단체 승객과 같은 차에 타고 싶지는 않았는데, 다른 차 승차구 앞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더 많아서 별로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 같다. 아줌마들과 함께 가야 한다. 사람 나름이겠지만 대체로 중국인 아줌마들이 여럿 있는 경우 목소리가 커서 시끄럽지 않을까 걱정을 했는데, 그렇게 목청이 좋은 아줌마들은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아마노하시다테에 갈 때와 마찬가지로 미야즈역에서 열차는 방향을 바꾼다. 다행히 뒤에 앉은 사람이 없어서 의자를 돌리고 간다. 카메라가 후져서 어두워지면 노이즈가 심하다.

KTR은 여러 사철 회사 중에서도 경영 상태가 상당히 좋지 않아서 영업 적자가 매년 8억엔에 육박해서 지자체에서 나오는 지원금으로 간신히 연명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열차를) 타서 보존하자, 미래의 아이들에게" 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눈에 띈다. 적어도 후쿠치야마까지는 이래서는 잘 될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드는 노선이었다. 사실 이 철도 노선의 중심인 미야즈시의 총인구가 2만 명에 채 미치지 못하고, 미야즈센의 마이즈루시와 토요오카시 역시 각각 총인구가 8만여 명에 그치는 정도인데다 산골 마을이 많은지라 철도가 유동인구를 모두 흡수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아 보인다.

이 열차는 그동안 보아왔던 JR의 열차가 아니고 아마노하시다테에 올 때 탔던 KTR의 열차와 같은 열차였다. 나중에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KTR의 8000계 디젤동차라고 한다. 하시다테가 운행하는 구간은 전화(電化)가 되어 있어 전동차가 다닐 수 있지만, KTR의 다른 구간에 비전화구간이 많아서 디젤동차를 굴리는 것 같다. 연료비가 많이 들어가지만, 그렇다고 수요가 많지 않은 구간에 전선을 설치하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노릇이니 이해가 된다. 열차의 애칭은 탄고 디스커버리(Tango Discovery. タンゴディスカバリー)로 특급형 열차. 처음에 타고 왔던 후쿠치야마-아마노하시다테를 비롯해서 KTR의 모든 특급 노선에 투입되고 있다고. 열차 시트커버에 탄고치리멘(丹後ちりめん)이라는 광고가 있는데, 이 지역의 특산물이 견직물이라고 한다.

미야즈역을 출발하면서 차장 아저씨가 와서 검표를 한다. JR간사이 와이드 패스와 아마노하시다테 패스를 같이 보여주면서 교토까지 간다고 했다. 이제 잠을 자면 되는구나.

잠깐 졸다가 안내방송 소리에 깨어 눈을 떠보니 후쿠치야마역에 도착한 모양이다. 옆 플랫폼에 신오사카방면의 코노토리가 대기하고 있다. 역시 건너가서 올라타면 신오사카까지 갈 수 있지만, 이미 한 번 지나온 길을 또 가면 재미없으니까 돌아가는 길은 산인혼센(山陰本線)을 이용해서 교토를 거쳐 내려가기로 한다. 이미 어두컴컴해져서 경치를 본다거나 그런 것은 어려울 것 같지만.

카사마츠공원에 가면서 지났던 코노진자(籠神社)의 광고가 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이 신사의 이름을 어떻게 읽는지 몰라서 나중에 찾아보려고 사진을 찍어두었다. 일본어 한자 읽기는 쉽지 않다.

후쿠치야마역을 출발하면 정차하는 역은 아야베(綾部), 소노베(園部), 카메오카(亀岡), 니조(二条), 그리고 종착역인 교토. 후쿠치야마-아야베 구간과 사가노센(嵯峨野線)이라는 애칭이 붙은 소노베-교토 구간은 복선으로 되어 있다. 교토부라는 행정구역상에 있지만 그 면적이 워낙 넓은지라 후쿠치야마는 사실상 생활권이 다르다고 보아야 하는데, 기타긴키 빅X 네트워크의 중심지이자, 교토부 북부의 중심도시이기에 근교까지는 복선화를 한 것 같다. 소노베는 보통열차로도 40여 분 걸리는 정도라서 교토생활권에 들기 때문에 교토-소노베 구간은 산인혼센 중에서 가장 열차 운행이 많지 않나 싶다. 참고로 단풍으로 유명한 아라시야마에 갈 때도 이 사가노센을 타고 간다.

차장이 특급 마이즈루가 조금 늦게 도착을 해서 열차 운행이 지연된다고 했는데, 아야베역에 도착했을 때 열차가 한 번에 서지 않고 속도를 줄인 뒤에 슬금슬금 전진하다 "쿵" 소리가 나면서 멈췄는데 사고는 아닌 것 같고 느낌이 다른 열차와 병결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렇구나, 이 역에서 마이즈루와 병결해서 한꺼번에 가는 것 같다. 아무래도 열차 두 대를 따로 운행하는 것보다 하나로 합쳐서 가는 것이 비용이 절감되고 효율적이겠지. 시간표를 들고 있지 않아서 얼마나 늦어지는지는 몰랐는데, 병결 작업을 빨리 마치고 출발해서인지 열차의 출발은 정시에 한 것 같다.

졸다 깨기를 반복하다가 어느 순간 눈을 떠보니 니조역이라는 방송이 나온다. 서울로 치자면 영등포역에 도착한 셈이네. 슬슬 정신을 차리고 내릴 준비를 하고 다시 언제 탈 지 모르는 열차 사진 한 장 찍는다.

헤이세이 8년이라면 1996년일텐데 열차가 거의 30년이 다 된 것 같다. 그래도 많이 낡은 것 같지 않아보이는 것을 보면 여기저기 보수를 하고 교체를 한 모양이다.

이것이 내가 탔던 2호차고.

열차는 마이즈루와 합체를 하면서 행선안내는 특급 하시다테/마이즈루로 이름이 바뀌었다.

같은 계열의 열차가 병결되어 있다.

열차 안에는 이렇게 라운지도 있다.

이 열차는 다시 왔던 길을 돌아가야 한다.

하시다테 9호, 마이즈루 15호로 이름을 바꾸어서 각각 미야즈, 히가시마이즈루까지 간다.

내가 다음에 탈 열차는 간사이공항행 특급 하루카. 출발까지 시간이 남았다.

철도팬들이 왜 이렇게 차량 연결 부분의 사진을 찍는가 했더니 여기에 열차 정보가 있다.형식이 KTR8000, 정원 49명에 공차중량이 41.7톤. 후지중공업 제작 등.

열차 안에 있을 때는 잘 몰랐는데, 교토역 30번 승강장이 바람이 잘 통하지 않는 곳이라서 그런지 열차에서 나오는 매연이 괴로웠다. 기름 냄새와 타는 냄새가 진동을 한다.

뭐 이렇게 생겼다.

열차의 애칭인 탄고 디스커버리가 적혀 있다.

청소는 매일 하지만 언제 마지막으로 빨았을지 모르는 열차 시트다. 하~

사실 내가 타려던 하루카는 아까부터 기다리고 있었다.

역시 밥통 비스무리하게 생기기는 했지만 "하루카" 라는 이름을 좋아해서 이 열차도 좋아한다.

교토에서 간사이공항까지 환승 없이 한 번에 가는 유일한 열차이기도 하다.

하루카의 좌석은 버튼 하나 누르면 자동으로 방향이 바뀐다. 물론 수동으로 바꿀 수도 있다.

순대다. 아마 한국만큼이나 치열한 일본의 입시학원인 것으로 알고 있다.

신오사카에 내린다. 텐노지까지 갈까 했는데 너무 오래 앉아 있어서인지 허리도 아프고 지루해서 참지 못하고 뛰쳐내렸다.

이번에는 신산다행 보통열차를 탄다. 어차피 신오사카에서 오사카는 바로 다음 역이라서 어떤 열차를 타도 똑같다.

오사카역에서는 칸조센을 타고 돌아간다.

그냥 일찍 들어가서 자려고 했는데 배가 고파서 신이마미야에서 내려서 열차를 갈아타고 JR난바역으로 갔다. 난바 일대를 돌아다니다 주머니에 있는 동전을 모아 마츠야에 가서 규메시를 사먹었다. 마츠야의 규메시는 미소시루가 포함되어 있어서 좋다. 맛은 마츠야보다는 요시노야가 나은 것 같은데 참 오랜만에 먹는 규동이다. 고기가 적어서 아쉬운 감이 크지만.. 듣자니 일본에서 여자들은 이런 규동 가게를 잘 안 온다고 하는데, 토요일 밤이라고 쇼핑을 한 뒤에 집에 가는 어떤 아가씨가 규메시를 먹고 있고, 옆의 나이 좀 드신 아저씨는 병맥주를 시켜서 마시고 있다. 안쪽에는 한국말을 하는 성형괴물 언니들도 있고 뭐 그렇다. 사람이 바글바글해서 사진은 안 찍었다. 신기할 것도 없고 모두 먹느라 정신없는데 아마추어같이 신기하다고 사진 찍고 그러기는 좀.. 돌아오는 길에는 홋카이도 한정 삿포로 맥주를 오사카에서 팔고 있어서 식스팩 하나 사고, 니기리즈시와 군것질거리를 사려다 현금이 얼마 없어서 숙박비 외에는 쓰지 않으려고 봉인해두었던 카드를 쓰는 수밖에. 아마도 카드를 보는 순간 외국인인 것을 눈치 챘겠지 싶지만 뭐..


시무룩 노란동글이 잠꾸러기의 여행노트

<특급 하시다테>

JR니시니혼과 KTR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교토-아마노하시다테 구간의 특급열차. 상하행 5편씩 있으나, 마지막 하행편은 아마노하시다테가 아닌 미야즈가 종착역이다. 대신 미야즈에서 보통열차가 바로 연결되어 아마노하시다테에 갈 수 있다. 2014년 11월 현재 시각표에 의하면 09:25발 하시다테 1호, 10:25발 하시다테 3호, 12:25발 하시다테 5호, 14:25발 하시다테 7호는 교토에서 아마노하시다테까지 직통 운행한다. 소요시각은 약 2시간. 하시다테 5호는 미야즈센을 경유하여 토요오카까지 간다. 토요오카에 갈 목적이라면 그냥 특급 기노사키를 타는 것이 더 빠르다.

상행선은 09:58발 하시다테 2호, 13:54발 하시다테 4호, 15:01발 하시다테 6호, 17:36발 하시다테 8호, 18:46발 하시다테 10호가 있다. 이 중 하시다테 2호와 8호는 아마노하시다테가 시발역이 아닌 토요오카에서 출발하여 미야즈센을 타고 아마노하시다테에 도착한 다음 후쿠치야마를 경유하여 교토로 향한다. 굳이 이 시간을 맞추기 어렵다면 후쿠치야마-아마노하시다테 구간을 운행하는 KTR의 열차를 타고 후쿠치야마에 가서 열차를 갈아타는 방법이 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

교토부터 아마노하시다테까지의 열차운임은 편도 지정석 4,300엔, 자유석 3,880엔. 교토-후쿠치야마의 산인혼센 구간은 JR패스, JR간사이와이드패스로 이용가능하지만, 후쿠치야마-아마노하시다테 구간은 KTR의 구간이어서 따로 요금을 내야 한다. 보통열차의 경우 770엔이지만, 특급열차를 타는 경우 지정석 750엔, 자유석 650엔의 추가 요금이 발생한다. JR패스와 간사이와이드패스가 있으면 후쿠치야마역 또는 하시다테호 차내에서 KTR이 판매하는 아마노하시다테패스(1,600엔)를 사서 열차에 추가요금 없이 탈 수 있고 여러 혜택이 있다.

리프트에서 내린 다음 이번에는 신사를 지나지 않고 큰 길을 따라 슬슬 내려왔다. 큰 길이라고 해봤자 국도 178호선 2차선 도로와 그 옆의 인도에 불과하지만. 일본은 한국과 같은 시간대를 쓰고 있는데 사실 이 시간대가 도쿄를 기준으로 한 시간대여서 적지 않은 차이를 느낄 수가 있다. 홋카이도와 같이 위도가 차이나는 경우는 제외하더라도 오사카나 교토와 같은 간사이 지방만 하더라도 서울보다 30분 정도 해가 빨리 뜨고 빨리 진다. 이는 도쿄 쪽으로 갈수록 더 심해진다. 그래서 한국에서 해가 18시 정도에 진다고 해서 일본에서도 같은 시간에 해가 지겠거니 하다가는 낭패를 보게 된다. 그 대표적인 케이스가 하루 전에 겪었던 어둠 속에서 헤매야 했던 와슈잔 전망대의 일이기도 하다. 혹시라도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서 친절히 링크를 하자면 "온천에 갔다가 막차를 놓치다!"편을 참조해 주시기를 바라는 바임.

길가에 있는 기념품 가게에서도 마타노조키의 모습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것 같다.
기념품을 사야 사진을 찍을 수 있는지, 돈을 내고 찍는지는 잘 모르겠다.

정확한 기상 정보를 찾아보지 않았지만 경험에 의해 대략 17시 30분에 일몰로 어두워진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다 이번에도 전철을 놓쳐서 오사카 시내를 걸어다니며 헤맬 수는 없는 일이니 시간 관리를 잘 해야한다. 교토까지 한 번에 가는 특급 하시다테 열차는 18시 46분이 막차라는 것은 알고 있는데, 그보다 한 시간 전에 이미 어두워지기 때문에 굳이 이 곳에서 있을 이유가 없는지라 가능하다면 더 일찍 출발하는 열차를 타는 편이 낫다. 일본 역시 밤문화가 발달한 나라이기는 하지만 한국에는 비할 바가 못 되고, 이런 관광지라면 밤이 되면 정말 할 것이 없다. 각설하고 후추역에서 내려와서 관광선을 타고 왔던 이치노미야역에 왔을 때 대략 16시 20분이었다.

이미 해의 위치가 일몰이 머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내가 가야하는 길은 바로 저 소나무숲이다.

자전거를 빌리려고 왔는데 남아있는 자전거는 마마챠리 한 대밖에 없다. 어차피 경사가 험한 길을 가는 것이 아니라서 굳이 기어가 필요하지는 않지만 자전거가 작고 낮아서 타면 더 힘들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서 다시 배를 타고 돌아가는 방법도 있지만, 소나무숲을 그냥 지나치기는 아쉬워서 혹시라도 자전거를 반납하는 사람이 있나 잠시 주변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그런데 아무도 없다.ㅠ.ㅠ 아무리 그래도 이 마마챠리는 나의 체격에 맞지 않는 것 같아서 단념하고 그냥 두 다리에 미안하지만 걸어가기로 마음을 바꾼다.

나도 저런 자전거를 타고 싶다.

여기저기 자전거를 빌려주는 곳은 많은데 패스로 이용가능한 회사 외의 다른 곳은 돈을 주고 빌려야 해서 중간중간 망설이기도 했는데 환전을 안 한 바람에 주머니 사정이 상당히 좋지 않아서 몸을 고생시키는 수밖에 없다. 삼림욕하는 셈치고 슬슬 걸어가면 되지 않겠나.

여기서부터 아마노하시다테 소나무숲을 지나는 길이 시작된다. 여기서부터 125cc이상의 원동기를 포함한 자동차는 통행이 금지된다.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이 있을까 싶었는데 걷는 도중에는 보지 못했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은 당연히 많다.

그냥 이렇게 길 사이로 소나무들이 있고, 개중에는 특이한 소나무들이 있어서 그런 소나무들은 이름표와 함께 설명을 해놓기도 하였다.

월척을 낚은 낚시꾼이 기분좋게 걸어가고 있다.

나무를 보는 눈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유달리 눈에 띄는 녀석이 있어서 사진을 찍어봤다.

카이센쿄(廻旋橋)까지 2.1km 남았다고 한다. 그럼 역까지는 대충 3km가 안 되고, 40분 정도면 충분히 갈 수 있을 듯하다.

V자 모양의 소나무. 이름은 나가요시노마츠라고 되어 있네.

석양은 아름답지만 안타깝게도 즐길 여유가 없구나.

이럴 줄 알았으면 아마노하시다테에서 하루 묵어가는 것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북쪽에 있는 이네에도 가고 싶은데 미리 오사카에서 머물기로 결정하고 숙박비를 다 지불해서 별 수가 없다. 아~

키가 커서 사진에 다 들어오지 않는 이 나무의 이름은 잘 모르겠다.

킨키자연보도. 아마노하시다테역이 2km 남았다고 한다.

하고로모(羽衣)의 소나무다.

아마노하시다테는 모래 퇴적층에 소나무들이 자라서 지금처럼 되었는데, 소나무재선충 때문에 소나무들이 멸종될 위기에 빠졌다가 최근에는 해충이 소강 상태여서 위기를 넘긴 상태라고 한다. 그러나 퇴적과 침식 작용의 균형이 무너져 이 소나무들이 심어져 있는 곳의 면적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어 침식을 방지하는데 애를 쓰고 있다고 한다.

부부소나무란다. 좋겠다.

윗부분.

천관 소나무다. 가치가 천관이라는건가.

1km를 더 걸어왔군.

 코죠로노마츠(小女郎の松)민화 하시다테코죠로에서 유래했다고 하는데..

오테우에노마츠(御手植の松)
타이쇼(大正) 5년, 메이지 천황이 황태자일 때 심었다는 소나무다.

중간중간 이 연인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간다.

걷다보면 이들을 앞질러 가다가도 중간중간 멈춰서 사진 찍고 주변을 둘러보다보니 뒤쳐지고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된다. 저 아가씨는 신발도 걷기에 편하지 않아보이는데 잘 걷는다. 

이제 역이 1km 남았다.

원래 모래가 쌓여 만들어진 지형인지라 소나무숲 양쪽으로 백사장이 있고 해수욕장도 있다. 다만, 가을인지라 해수욕장은 문을 닫고 있는 상태라고.

멀리 보이는 백사장 끝에서 노는 젊은 친구들이 몇 명 있기는 했다.

지혜의 소나무.

이제 거의 다 왔다. 다리 두 번 건너면 몬쥬에 도착한다.

'특별명승 아마노하시다테' 라고 한다.

'일본의 길 100선' 어쩌고 뭐라뭐라 써 있는데 귀찮아서 안 읽어봤다.

일본삼경비

이 다리를 건너면 점심을 먹고 관광선을 탔던 몬쥬다.

사람이 북적이던 선착장도 조용하다.

점심을 먹었던 식당이 오른쪽에 보이고, 아마노하시다테역으로 가야하니 이 방향이 아닌 반대쪽으로 간다.

역으로 향하는 길은 이미 어둠이 깔리고 있다.

역에 도착했다.

이치노미야 선착장에는 여러 종류의 배 - 목적은 승객 수송의 유람선이겠지 - 들이 정박해 있다. 관광선의 경로는 '미야즈-아마노하시다테-이치노미야' 인데, 아마노하시다테까지 사람이 많다가 이치노미야까지 오는 배에 사람들이 별로 없는 것을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마노하시다테에 내려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소나무숲을 지나서 카사마츠 공원을 갔다와서 다시 자전거를 타고 가거나, 올 때만 자전거를 타고 와서 갈 때는 페리를 타는 것 같기도 하다. 계속 지켜본 것은 아니라서 잘은 모르겠다.

관광선들이 이치노미야 부두에 정박해 있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꽤 많고, 여기저기 자전거 빌려주는 곳도 있다. 세상에 공짜는 없으니 돈 받고 빌려준다.

카사마츠 공원은 산 위에 있지만, 리프트와 케이블카를 타는 후추역은 멀리 있지 않아서 굳이 자전거를 탈 필요는 없고, 오히려 얕은 오르막이라서 자전거라면 더 불편할 것 같다. 일본인들은 자전거가 생활화되어 있어서 남녀노소 자전거를 타는데,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 세워두고 구경해야 하고 그런 것이 귀찮아서.

이치노미야 선착장에서 나와서 직진하면 국도 178호가 나오는데, 이 길을 건너면 모토이세코노진쟈(元伊勢籠神社)가 있다. '籠' 라는 글자를 카고(かご)라고 읽어야 하는지 아닌지 몰라서 헤매고 있었는데, 나중에 구글에 쳐보니 "코-"로 발음한다고 한다.

조금씩 있던 구름도 보이지 않는 아주 맑은 날이다.

안에는 이런 곳이 있다.

사진을 찍지 말라는 안내가 있어서 사진은 여기까지만 찍고, 옆으로 난 길을 따라서 후추역으로 간다. 딱히 종교를 믿는 편은 아니어서 가는 곳마다 다르지만 여기는 그냥 넘어간다. 다들 어디서 왔는지 적지 않은 사람들이 신사 옆으로 난 길을 따라서 후추역으로 가는 것 같다. 어디로 가야하는지 헤맬 필요 없이 사람들을 졸래졸래 따라서 간다.

신사에서 나와서 가운데에 난 길을 따라서 찍은 곳까지 걸어오면 후추역이 있다.

관광지답게 기념품과 군것질거리를 파는 가게들이 줄을 서 있다. 탄고 지역의 토산물인 검은 콩으로 만든 음식과 주걱 등 여러가지 기념품이 보인다. 기념품은 딱히 마음에 드는 것이 없어서 그냥 넘어간다. 살짝 목이 마른 상태라서 맥주라도 한 잔 마실까 했는데, 마시고 난 뒤에 다시 목이 마를 것 같아서 참는다.

리프트, 케이블카와 나리아이등산버스(成相登山バス)를 타는 후추역.


검표하는 아저씨가 숫자를 세면서 승객들을 입장시키고 있다.

등산버스는 패스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도 하지만, 애시당초 관심이 없었고 방향이 산을 보고 올라가는 것이라 올라갈 때는 케이블카로, 내려올 때는 리프트를 타려고 했는데 케이블카는 20분 정도 기다려야 탈 수 있다고 해서 그냥 리프트를 타러 갔다. 케이블카, 리프트 모두 편도 330엔, 왕복 660엔인데, 패스가 있으면 무료로 탈 수 있다. 사람들 사이에서 줄을 서서 검표를 하는데 패스를 들고 있는 사람은 혼자인 것 같다. 그러나 줄을 서 있는 다른 사람들은 나를 혼자서 편하게 놀러온 일본인 청년 혹은 동네 백수 녀석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

눈에 딱 들어온다. 토비오리킨시(飛び降り禁止.투신금지)

리프트 의자에 안전벨트는 없는데 지면에서 높이가 많이 높지 않아서 성인이라면 그다지 위험해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술 한 잔 드셨다거나 어린이들이라면 잘못하면 다칠 수 있으니 주의를 해야겠지. 맞은편에서 내려오는 사람들 중에서 치마를 입은 언니들이 있어서 시선 처리하는 것이 곤란해지기도 하는데..

이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뛰어내리는 이상한 애들이 있는가보다.


아이를 안고 탄 저 아저씨 부럽더라~.


지금까지 완만한 경사였다면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올라가는 느낌이 난다.


흔들지 말란다. 진짜 생각없는 녀석들이 있는가보다.

리프트를 타고 이동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약 6분이라고 하는데, 조금 지루해질 무렵 카사마츠 공원이 있는 카사마츠역에 도착했다. 카사마츠역에서 내리면 바로 아마노하시다테를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고, 마타노조키(股のぞき)라 하여 뒤돌아서서 다리를 벌리고 몸을 숙여 얼굴을 가랑이 사이로 해서 보는 단이 있다. 아마노하시다테라는 이름이 "하늘로 이어지는 다리" 라는 의미라는데, 마타노조키로 보면 아마노하시다테의 소나무들이 하늘로 이어지는 것 같이 보인다고 한다.


일단은 심플하게 아마노하시다테를 찍어보았다.
왜 올라오니까 구름이 끼고 난리냐.


아직까지는 특별한 감흥이 없다.


카와라케 던지는 곳이 있다.

카와라케나게(かわらけ投げ. 토기던지기) 3장에 200엔인데 사람이나 기계가 판매하는 것은 아니고 자율적으로 사람들이 요금함에 200엔을 넣고 세 장의 납작한 접시를 가져가서 가운데 보이는 원 안으로 던진다. 세 개 던져서 세 개 다 넣으면 지혜를 얻는 현명한 사람이 된다고. 안 속아. 카와라케나게는 교토의 진고지(神護寺)라는 곳에서 유래한 것이라는데, 토기로 된 술잔이나 접시를 던져 소원을 비는 것이라 하며 일본의 관광지에서 종종 볼 수 있다고. 사진에서는 거리가 가까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생각보다 멀다 싶은 거리이고, 이 토기가 의외로 조준하기 힘든지 많은 사람들이 실패를 하였다. 1,000엔 이상 기념품을 사면 카와라케 던지기를 할 수 있다는데, 마땅히 마음에 드는 기념품이 없었다. 뭔가 귀엽고 깜찍한 아이템 있으면 사려고 했는데 그런 것이 없더라는..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는 간판도 있다. 양 옆에는 마타노조키용 계단.


여전히 시야가 좋지 않다.

마타노조키를 해보려고 했는데 사람들이 많아서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그렇다면 다른 곳으로 가야겠다 싶은데 사람들이 계단 위로 올라가는 것이 보였다. 위에서 보면 더 잘 보일 수도 있겠다 싶어서 사람들을 따라서 위로 올라간다. 마타노조키 계단이 빈 곳이 있어서 올라가서 고개를 가랑이 사이로 해서 보니 어지럽다. 놀이기구도 뒤집어지는 것을 상당히 꺼리는 편인데, 다시 시도하니 피가 거꾸로 쏠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계단이 생각보다 많았다. 앜!


마타노조키 자세로 사진을 찍었더니 이렇다.

경치가 좋은데 구름이 끼어 시야가 흐릿해서 좀 별로다. 아직 하늘로 올라가는 계단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확 트인 광경을 보니 뭔가 답답했던 것이 풀리는 기분도 들고 그렇다.


이게 조금 더 하늘로 올라가는 것 같은가?


아~ 피가 쏠린다.


사진을 찍은 장소를 찍어두고


마지막으로 사진을 찍고 내려간다. 좋은 카메라를 사고 싶어지네.
(그럼 뭐하냐 사진을 찍는 사람이 별로인데..)


케이블카와 리프트 영업시간이 16시 30분까지라고 해서 서둘러 내려왔는데, 이 날은 관광객이 많아서 17시 30분까지 연장하기로 했다고 한다. 연장을 하더라도 저 소나무숲에 해가 지기 전에 가보려면 지금 내려가야 할 것 같다. 케이블카보다는 리프트가 내려갈 때 더 재미가 있을 것 같아서 이번에도 리프트를 탄다.


사람들이 다 같은 생각인지 케이블카에는 사람이 별로 없다. 그래도 우천, 강풍 등 날씨가 좋지 않을 때는 리프트는 운행하지 않는다고 하니 케이블카가 필요한 것 같다. 장애인 한 명이 있었는데 직원들이 가서 부축해서 태워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일본의 서비스 정신은 유명하지 않던가.


상당히 단순한 리프트라서 그냥 플라스틱 의자에다가 줄을 매달아 놓은 듯한 느낌이다. 줄 대신 봉일 뿐이지 실제로도 그렇구나. 안전벨트는 없지만 지붕은 있어서 비나 눈이 오더라도 어느 정도라면 리프트를 운행하는 것 같다.


내려간다!


이 봉 하나가 큰 일을 하고 있는 듯하다.

오사카 시내에서 오전 11시가 못 되어서 출발을 했는데 벌써 오후 1시 40분이 다 되어가니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그나마 환승 대기 시간이 짧아서 대충 세 시간 정도 걸린 것 같은데, 돌아갈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끔찍해지는군.

헬로키티는 참 바쁘다. 총무성 행정상담 안내 포스터에도 등장하다니.
산리오는 고양이도 아닌 저 캐릭터 하나로 얼마나 울궈먹는거냐.

역에서 나가려다가 이 사진 하나 찍고 가려고 기다렸다.
뭔가 이 지역에서 먹어주는 캐릭터인가 해서 찍었는데 그다지 존재감은 없는 듯하다.

관광지라면 어디에나 있는 상점가. 기념품, 술과 음식을 파는 가게들이 모여 있다.

길을 따라 상점가를 지나서 조금 더 걸어갔는데 페리와 모터보트 선착장이 있고 그 앞으로는 바다가 있어 더 이상 갈 수가 없다. 아마노하시다테라고 불리는 그 소나무밭으로 가기 위해서는 다른 길로 가야 하는 것 같다. 다시 돌아와서 주변을 살펴보니 리프트와 모노레일을 타는 곳이 근처에 있는데 아마노하시다테는 위에서 내려보는 것이 제맛이라고 해서 사람들이 가는 방향으로 철로를 한 번 건너서 따라갔다. 시설의 이름은 '아마노하시다테 뷰랜드' 라고 하는데,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매표소에 패스를 보여주고 여기서 타는 것이 맞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매표소 직원이 지도를 하나 꺼내서 보여주면서 여기는 다른 회사라면서 패스로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은 저 건너편 카사마츠(笠松)에 있는 리프트와 케이블카라고 설명해준다. 지도를 가져가도 되냐고 하니 그래도 된다고 해서 지도를 챙겨서 대충 지리를 파악한다. 이럴 줄 알았으면 역 안에 있는 관광안내소에 물어보고 올 것을 그랬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아마노하시다테도 일단 먹고 나서 보는거다. 일어나서 호텔에서 커피 한 잔 마신 것이 전부라 배가 고픈데 식당 여기저기를 살펴보다가 입간판에 있는 사진에 꽂혀 바로 들어갔다.

카이센동(海鮮丼). 새우에 연어에 가리비에 연어알에 맛있겠다.

사진과 매우 흡사한 편이다. 이타다키마스~!

야호~

시원한 나마비루 한 모금 마시고 식사 시작하여 순식간에 끝을 낸 다음 남은 맥주를 다 비우고 일어선다. 밥 한 그릇과 맥주 한 잔의 값이 2,000엔이나 하는군. 아껴두었던 5,000엔짜리 지폐를 여기서 쓰게 된다. 카이센동이 1,450엔이었고, 생맥주 중사이즈가 550엔. 역시나 이 곳은 관광지였음. ㅠ.ㅠ 그래도 맛있게 먹었으니 기분좋게 나온다.

레스토랑 몬쥬(れすとらん文珠)라는 곳이었음.

배가 부르고 하니 갈 때는 페리를 타고 올 때는 자전거를 타고 오면 될 것 같아서 선착장으로 간다. 야밤 행군의 피로가 풀리지 않아서 많이 걷는 것은 피하는게 좋겠지 싶다. 그렇게 걸었는데도 아무렇지 않고 멀쩡한데 그래서 더 불안하네.

이틀 후면 태풍이 온다는데 날씨가 좋다. 썬크림을 가져왔어야 하는데..

관광선 타는 곳이다.

이번에는 이 곳에서 배를 타는 것이 맞다고 확신하고 직원 아줌마에게 패스를 보여주며 물어봤다. 승차권을 살 필요 없이 그냥 패스를 들고 타라고 하는데 배 출발시간은 3시니까 조금 기다리라고 한다. 어설프게 야매로 배운 일본어가 어느 정도 통하고 있다. 공항이라든가 큰 도시일수록 역이나 관광시설 직원들이 영어를 조금씩 하지만, 이런 곳에서는 일본어를 못하면 손짓 발짓을 해가면서 의사소통을 해야 한다. 그래서 어떻게든 일본어를 공부하려고 하는데 이제 머리에 잘 안 들어가고 공부도 하기 싫고 그렇네. 패스가 있으면 여기서 자전거를 공짜로 빌릴 수 있는데 돌아올 때 빌리면 되겠지라고 생각을 했다...

스릴을 즐기는 사람은 여기의 모터보트를 추천. 관광선보다 훨씬 빠르다.

원래 요금은 카사마츠까지 왕복이 1,500엔이다. 이거 한 번 왕복하면 패스 가격의 대부분을 뽑는 셈이네.

배가 도착했다.

사람들이 내리고 있어서 기다리고 있다.

모터보트는 사람이 타면 그냥 출발한다.

저 멀리 산 위에 있는 것이 처음에 잘못 갔던 아마노하시다테 뷰랜드.

갈매기 먹이를 팔고 있다. 새우깡의 원조인 카루비의 캇파 에비센.

갈매기들에게 새우과자 던져주는 것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똑같나보다. 100엔을 앞에 있는 통에 넣고 과자 한 봉지 가져가면 되는데, 이번 여행에서는 군것질은 최대한 삼가야 하는 형편이라 어쩔 수 없네. 새우과자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돈이 없으니 다음에 먹어보겠습니다. ㅋ 참고로 새우깡이 표절인가에 대해서는 N사에서는 공식적으로 인정한 바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캇파 에비센이 출시 50주년을 맞았으니, 1971년에 처음 나온 새우깡보다 먼저 만들어졌다는 이야기 그 다음은 알아서 생각하시기를..

1층 선실은 텅텅 비었다.
2층 갑판 위로 올라가자.

아마노하시다테를 오른쪽에 두고 저 끝까지 간다.

걸어서 아마노하시다테에 가려면 저 다리를 건너가면 된다.

그리고 한 번 더 다리를 건너야 한다.

저렇게 바다 사이에 이어진 곳에 소나무들이 있는 곳이 아마노하시다테

카사마츠 방면인 이치노미야 선착장까지 가는 사람은 고작 다섯 명.
모녀와 연인, 그리고 여기 이상한 녀석 하나 추가요.

갈매기들이 날아든다.
위의 사진을 보면 오른쪽의 여자가 새우과자를 들고 있다.

나도 날개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제 과자 투척은 다 끝났다.

저 소나무길이 생각보다 길다.

멀리 카사마츠공원의 리프트와 케이블카가 보인다.

이치노미야역에 도착했다.

탔던 배는 카모메 11호였다. 배 이름도 갈매기구나.

선착장 부근에서 할 일은 없고 케이블카가 되었든 리프트가 되었든 아무 것이나 타러 간다. 벌써 오후 3시가 넘었으니 주어진 시간이 딱 3시간 남짓이기도 하거니와, 일본은 한국보다 해가 빨리 지기 때문에 시간을 허비하다가는 여기서 어둠을 맞이하면 전날의 비극을 다시 경험할 지도 모르는 일이니.

사실상 셋째 날인 4일차. 이 날의 목적지는 아마노하시다테(天橋立). 아마노하시다테는 일본 3경(日本三景)의 하나로 꼽히는 곳인데, 이 일본 3경이 객관적으로 평가하여 뽑은 것은 아니고 에도 시대의 하야시 슌사이(林春祭)라는 유학자가 자신이 여기저기 다녀보면서 이 곳의 경치가 제일 좋더라고 꼽은 것에서 유래하여 지금까지 통용되고 있다고 한다. 일본 3경은 이 아마노하시다테와 히로시마의 미야지마(宮島), 그리고 센다이의 마츠시마(松島)를 말하는데 뒤의 두 곳은 각각 2007년과 2008년에 갔다 온 적이 있고, 마츠시마는 그 이후에 한 번 더 다녀온 적이 있다. 반면 아마노하시다테는 교토에 있다고는 하지만, 교토부(미야즈시)에 있다는 것이지 교토시에 있는 것이 아니라 찾아가기 귀찮은 곳에 있어 가본 적이 없었다. 차를 가지고 운전해서 가는 것이 아니고 주로 열차에 의존하다보니 생기는 불편함도 있거니와 아마노하시다테까지 이어지는 노선은 JR이 아닌 키타킨키탄고철도(北近畿タンゴ鉄道.KTR)라는 별개의 회사가 운영하고 있어 추가요금이 필요한 탓에 이것저것 군것질을 하다가 돈이 부족하면 포기하기도 하고, 늦잠을 잔다거나 난키 시라하마라든지 기노사키온천 등 다른 곳에 가다보니 계속 밀리고 밀려서 이번이 처음이다.

미야지마와 마츠시마는 히로시마와 센다이 시내 중심부에서 한 시간 안에 갈 수 있는 곳인데 반해, 아마노하시다테는 교토 시내에서 상당히 먼 거리다. 교토역에서 특급열차 하시다테를 타고 가도 최소 두 시간 걸리는 거리라서 왕복 4시간 정도 소요되고, 그만큼 운임이 비싸서 다른 곳들에 비해 진입 장벽이 있는 것 같다.


오사카칸조센 소토마와리 구간을 운행하는 야마토지쾌속 열차를 타고 간다. 용케도 시간을 딱 맞추어서 왔네.


오사카역 도착. 역시 역 몇 개 건너뛰니까 빠르다. 움직이면서 찍으니 흔들리는구나.


일단 열차를 갈아타기 위해서 저 위로 올라가야 한다. 토요일이라고는 하지만 생각보다 사람이 많다.


열차 시각 및 승강장 확인, 4번 승강장에서 기다리면 되겠네.

교토에서 한 번에 아마노하시다테까지 가는 특급 하시다테와 시간이 맞지 않아서 후쿠치야마(福知山)까지 가서 환승을 해야 한다. 굳이 하시다테를 타려면 12시 25분에 출발하는 열차가 있기는 한데, 이 열차를 타고 도착하면 거의 오후 2시 반이 되기에 너무 늦는 감도 있고 해서, 번거롭지만 환승을 하는 편이 낫지 싶다. 경로가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하시다테나 다른 열차나 후쿠치야마역에 서는 것은 똑같고 후쿠치야마역부터는 같은 길을 가게 된다. 후쿠치야마를 경유하기 싫으면 니시마이즈루(西舞鶴)까지 가서 KTR선으로 갈아타는 방법이 있기는 한데, 니시마이즈루까지 가는 열차 편수가 적어서 기다리다 보면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다.


어우 이 사람들 어디가는거지? 연휴의 시작이라고 해외여행을 가는 것인가?
참고로 이 연휴 기간 동안 엔저에도 불구하고 많은 일본인들이 해외여행을 하고 돌아왔다고.


이 곳은 JR다카라즈카센과 JR고베센을 타는 곳이다.
특급 코노토리는 JR다카라즈카센을 경유해서 후쿠치야마까지 가니까 이 플랫폼에서 출발한다.


쾌속열차를 한 대 보내고 다음에 오는 특급 코노토리 7호를 타고 간다. 코노토리는 한 시간에 한 대 꼴로 운행하는데, 일부 열차는 기노사키온천까지 가고, 나머지는 후쿠치야마까지 운행한다. 연휴라서 온천여행가는 사람도 많을테니 아무래도 기노사키온천행 열차에 사람이 더 많지 않을까 싶은데, 어차피 후쿠치야마에서 내려야 하니까 잘 되었다. 사람이 북적이고 시끄러운 것보다는 조용한 열차가 좋다.


3번 플랫폼에 특급 선더버드가 들어온다.
오사카와 호쿠리쿠 지역의 카나자와, 도야마 사이를 운행하는 열차인데, 이것은 호쿠리쿠에서 출발해서 도착하는 상행 열차.

그런데 왜 사진이 이 모양이냐고 할 수 있겠는데, 우선 찍는 사람의 능력이 부족해서이고, 그리고 카메라가 좀 낡았다. 소니 T5와 H7을 쓰고 있는데, T5는 2005년에 출시되어 조금 있으면 열 살이 되는 노친네고, H7은 2007년에 나온 역시 적지 않은 연식을 가지고 있다. 화소 역시 각각 500만, 810만 정도에 불과하고 렌즈 역시 일체형으로 붙은 것이라 사진의 깊이가 떨어질 수밖에. 사진 전문가가 아니고, 평소에 사진을 찍을 기회가 많지도 않아서 좋은 최신 카메라를 사는 것은 주저하게 되어서 그냥 계속 가지고 다니게 되는 것 같다. 망가지면 새로 사는 것을 고려해보겠으나.. 하늘에서 100D가 떨어지는 일은 없겠지?

선더버드라는 로고가 열차에 있다. 선더버드는 JR니시니혼의 재래선에서 중요한 밥줄인 호쿠리쿠센을 달리는 열차인데, 선형이 좋고 복선으로 되어 있어 표정속도가 거의 시속 100km에 육박한다. 예전에 새마을호가 한창 잘 나갈 때 서울-부산간을 달렸던 그 속도와 거의 비슷하거나 살짝 못 미치지 않나 싶다. 지금 바보가 되어버린 새마을호와 비교하면 곤란하고.


아침 이른 시간대를 피해서 그런지 사람이 많지는 않다. 태풍 때문에 사람들이 여행을 많이 취소해서 관광업계가 울상이라는 것을 뉴스에서 보았는데, 그럼 나는 뭐가 되는거냐. 오사카역에 사람이 많지는 않아서 앞쪽에 앉았는데, 아마가사키, 다카라즈카를 지나면서 사람이 탈 수 있으니까 뒤편에 짱박혀 가기로 한다. 조그만 카메라로 찍은 사진은 열차의 흔들림을 이기지 못하고 흔들려버려서 올리기는 그렇네. 어쨌든 이렇게 편하고 고요한 열차 안이 마음에 든다.


아마가사키역에서 JR다카라즈카센으로 분기가 된다.

JR패스를 사서 전국여행을 하다보면 신칸센을 주로 타고 신칸센이 없는 곳에서 특급열차를 타고 이동하다보니 노선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는데, 간사이 지방에 자주 오다보니 이제는 어느 정도 노선 분기라든가 어느 열차를 타야 하는지 대충 알게 되었다. 목 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고 했던가.


구름이 끼어 있지만 파란 하늘이 보이는 좋은 날씨다.


갈수록 시골 느낌이 나는데, 아직까지는 고층 맨션도 있고 그러네.


도심을 제외하고 고층 건물이 많지 않은 일본에서 저 맨션은 꽤 높은 편이 아닌가 싶어요.


이 열차는 먼저 보냈던 쾌속열차인 것 같은데 여기서 만난다.


다카라즈카역이다.

일본어 실력이 늘면 다카라즈카 극단 공연을 보고 싶다.


다카라즈카역을 출발하고 몇 분 지나지 않아 산이 등장한다.
이와 함께 의자를 뒤로 젖혀서 편히 잠을 자기 시작한다.

...

..

거의 40분 정도 꿀잠을 자고 일어났다.


카이바라(柏原)역에 정차했다가 출발하고 있다.

잠든 사이에 사사야마구치(篠山口)를 통과했구나. 사사야마구치는 오사카를 중심으로 한 어반 네트워크의 마지막 역인데, 이 역을 지나면 선로가 단선으로 줄어들어 열차들이 교행하는 장면을 종종 볼 수 있다. 운행하는 열차 편수가 적어지고, 무인역이 등장하고, 교통카드 사용도 안 된다. 열차가 달리는 이 노선의 이름이 후쿠치야마센(福知山線)인데 사사야마구치 남쪽까지는 다카라즈카센이라고 애칭을 붙여서 부르고 북쪽으로는 그냥 원래 이름 후쿠치야마센이라 부른다.


후쿠치야마성이 보이는 것을 보니 이제 다 왔다.


후쿠치야마역 승강장은 고가다.

후쿠치야마역에 내리면 특급 코노토리와 기노사키온천행 특급 기노사키가 서로 연결되도록 시간표가 짜여져 있다. 타고 온 코노토리가 기노사키온천까지 가지 않는 이유는 후쿠치야마에서 바로 기노사키와 환승이 되도록 하였기에 쓸데없는 열차 운행을 피하려는 의도다. 교토발 기노사키 중에는 이름은 기노사키지만 기노사키온천까지 가지 않고 후쿠치야마가 종착역인 열차가 있는데, 이 경우에는 반대로 코노토리와 환승해서 기노사키 온천까지 갈 수 있다.

후쿠치야마역은 JR니시니혼에서 기타긴키지역 빅X 네트워크의 중심지로, 산인혼센과 후쿠치야마센, KTR미야후쿠센이 X자 모양으로 서로 갈라지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교토부 북부 교통 요지라고나 할까. 그래서인지 후쿠치야마센을 따라 오면서 보지 못했던 빌딩과 상업용 건물, 광고판들이 보이고 제법 큰 도시구나 싶은 느낌을 준다.




역시 건너편에 특급 기노사키가 대기하고 있다. 토요오카역이나 기노사키온천으로 가려면 이 열차를 타면 되는데, 나는 이걸 타면 안 되는거다.

복지산이라..


아마노하시다테에 가려면 KTR로 환승을 해야한다.

처음부터 교토에서 하시다테를 타고 왔으면 환승없이 갈 수 있지만, 그걸 못 탔으니 고생을 해야하는거다. 열차 출발 시각은 10분이 채 남지 않았는데, 줄 선 사람들이 줄지를 않는다. 나는 여기서 새로 패스도 사야해서 시간이 좀 걸릴텐데..


혹시나 다른 입구가 있나 해서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더니만 바로 옆이다. 그 사이 사람들이 줄어서 다행이기는 한데 저 역무원 혼자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 검표는 물론 표를 팔고 잔돈 거슬러주고 승객 안내도 하고 바쁘다 바빠.

단기체재 외국인은 1,600엔을 내면 KTR의 전 노선을 이용할 수 있는 아마노하시다테 패스를 살 수 있다. 다만 조건이 하나 더 있는데 JR패스 또는 JR간사이와이드패스를 가지고 있어야 한단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는데, JR에서 외국인용 패스 발행시 여권을 보고 단기체재 여부를 확인하니 그런 것일 수도 있는데, 패스 사용일까지 확인하는 것을 보면 JR패스를 가진 사람들이 후쿠치야마까지 왔을 때, 별도 요금을 내야 해서 가지 않는 경우를 대비해서 파는 패스인 것 같다.

아마노하시다테 패스의 유효기간은 1일이다. 이틀간 사용 가능한 패스가 있기는 한데, 이틀 동안 이 멀리까지 올 수는 없으니.. 이 패스로는 KTR의 보통열차와 특급열차의 자유석 무제한 승차가 가능하고, 아마노하시다테에서 자전거 대여, 리프트카, 케이블카, 유람선을 추가 요금 없이 이용할 수 있다. 2,000엔을 내고 거스름돈을 받고, 저 역무원이 패스를 꺼내서 날짜를 비롯한 몇몇 도장을 찍어서 준다. 일당백의 위용을 보여주는 느낌이었다.

패스를 받았으니 따로 열차표를 살 필요는 없고 승강장으로 간다. 어느새 열차 출발 시간이 다 되어 차장 아저씨가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고, 얼른 뛰어가서 열차에 올라탔다.


열차 안은 이렇게 생겼다.

열차는 미야즈(宮津)역까지 갔다가 앞뒤를 바꾸어 아마노하시다테역으로 간다. 일본에서는 이런 경우가 종종 있는데, 대개 이런 진행방향으로 좌석이 배열된 경우 승객들이 알아서 좌석을 돌려 앉는데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다. 조금 의아한 생각이 들었는데 곧 그 의문이 풀렸다. 아마노하시다테에 도착한 것.


아마노하시다테역에 도착하자 열차는 특급이 아닌 쾌속열차로 등급이 바뀌어 도요오카까지 간다고 하네.

듣자니 이 회사의 경영상태가 좋지 않다는데 아마노하시다테까지 오는 사람들은 관광객들이니 이들에게는 특급요금이라도 받아야 하는 사정이 있겠지 싶다.

열차의 앞은 이렇게 생겼다.

JR과 직통운행을 해서인지 전차선이 있기는 하지만, 미야후쿠센 이외에는 비전화 구간인지 열차는 디젤 차량이다. 가뜩이나 엔저라서 수입하는 기름값이 올랐을 터인데 걱정되는군. 시간이 있으면 도요오카나 니시마이즈루까지 가고 싶은데 그럴 시간이 있을지 모르겠고


쾌속열차의 이름은 단고지(丹後路)구나.


기념 사진 하나 찍고.


멀리서 단칸방 열차가 들어온다.


이거슨 하시다테 열차다.
후쿠치야마까지 타고 왔던 코노토리와 같은 전기밥통 287계 열차네.


대기선로에서 놀고 있는 또다른 하시다테 열차. 183계 떵차다.

다른 열차는 몰라도 기타긴키 빅X 지역 돌아다니다보면 183계와 287계를 계속 타고 다니게 되어서 저절로 알게 된다. 만약 선택권이 있다면 183계 열차를 피하고 287계 열차를 타는 것이 좋다.


돌아갈 때 어떤 열차가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열차를 타고 싶은데..


시간 낭비하지 말고 밖으로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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