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보기

잠이 오지 않습니다. 게임도 준비해야 하는데
가슴이 답답하고 제게는 참 혹독합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제가 팀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바로 알려드리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것을 글로써
알려드릴수는 없지만 그래도 한번 써보려고 합니다. 이 글을 통해 저에 대한 논란의 많은 부분을 풀어질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프로 야구를 잘 아시는 분들은 이미 충분히 아실거라 생각됩니다만 모르는 분들을 위해서 다시 한번 간략하게 전력분석팀의 역할에
대해 정리해 보겠습니다.

캠프등 비시즌 기간에는 선수들의 훈련을 돕습니다. 연습 인원과 연습량이 시즌과는 다르기 때문에 부족한 일손을 아무래도 선수 출신이 대부분인 전력분석파트 도 함께 도와줍니다. 아직은 운영 규모가 크지 않은 국내구단 대부분이 비슷한 운영을 합니다. 

그리고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에 들어가면서 조금씩 본연의 전력분석 업무를 시작합니다.

야구계를 포함해서 의외로 전력분석 업무에 대해서 현실과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고 모르는 분들이 계시더군요. 물론 이것은 각 팀의 담당파트의 경쟁력이 다르고 또 팀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이렇다라고 한마디로 정리해서 쉽게 말씀드리기가 어렵기는 합니다. 

하지만 제 스스로가 전력분석이라는 한 분야에서 20여년간을 종사하면서 얻은 전력분석에 대한 나름의 큰 정의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이 부분은 선진 야구인 미국과 일본의 시스템을 보고 듣고 공부하면서 어느 정도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

팀에서 전력분석파트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외부(타팀)의 정보와 내부(한화)의 정보를 폭넓고 깊게 다루며 이를 분석한 내용들을 기반으로 하여 경기에 대한 플랜을 만들어 팀과 선수들이 게임을 플어가야 하는 방향을 앞서 제시하는 겁니다. 

쉽고 간단히 일반적인 예를 들면 배터리들에 게는 상대타자들을 어떻게 상대할 것인지, 타자들에게는 어떻게 상대투수들을 공략할 것인지, 그리고 수비수들에게는 어떤 주의 사항들이 있는지 알려주고 그에 따라 해야 할 행동들을 숙지시키고 확인하는 것 입니다.

물론 당연스럽게도 분석팀의 게임에 대한 플랜은 게임 전의 플랜이고 경기에 들어가서는 경기 플랜을 중심으로 순간순간 달라지는 각 상황에 맞게 선수들과 담당 코칭스탭들이 판단하고 응용하여 움직이게 됩니다. 그리고 경기가 끝나면 결과에 대해 경기전 플랜과 게임중 실행과정에 대해 피드백을 하게 됩니다.

아마 여기까지만 읽으셨어도 제가 왜 팀 밖에 있는 야구계의 일부 관계자분들을 비롯 많은 분들에게 오해 아닌 오해의 시선을 받을 수 밖에 없는지 대략 감이 오실거라 생각합니다.

앞서 간단한 예로 들어 드렸지만 상대타자 공략에는 투수와 배터리코치, 상대투수 공략에는 타격코치와 주루코치, 또 수비와 관련해서는 수비코치와 각 역할이 겹쳐질 수 밖에는 없습니다. 이 미묘한 관계의 해법은 20년간을 해왔지만 평소 생각이 많고 말이 많지 않은 제 성격상 가장 어려운 문제였습니다.

그리고 덧붙이자면 경기 준비를 위해 주어진 시간은 서로에게 충분치 않고 중복된 얘기는 선수들에게 피로만 느끼게 할 뿐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불가피한 환경적인 요소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특별한 사항이 아니고서는 분석팀을 대표 창구로 선수들에게 이야기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 과정을 밖에서 잘 알지 못하고 볼 때 월권행위로 오해 받을 수 있고 그렇게 비춰질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작년 시즌에는 감독님을 포함 대부분의 스탭진이 1군 경기에 공백기가 있어서 부득불 앞에 나서는 일이 많게 되었습니다. 결국 팀 사정에 맞게 감독이 팀의 이익을 위해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 지시를 하신 것 입니다. 

그 근거를 굳이 얘기하자면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2014시즌 128경기를 시즌 시작전 전부 봤습니다. 따라서 제 머릿속에는 남들이 갖지 못한 많은 정보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2015시즌을 통해서도 상대팀에 대한 정보를 연전마다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 했습니다. 야구의 전부가 정보는 아니지만 분명 다른 팀이 가질수 없는 경쟁력을 가질수 있었다는 것에는 자신이 있었습니다.

단, 이것을 쓰고 안쓰고 또 어떻게 쓰는가 에 대한 것은 감독의 권한이고 팀 문화입니다. 제가 거쳐온 LG 11년간, SK 9년간은 당시 모셨던 감독님과 코치님들 그리고 구단 프런트의 도움을 받아 팀문화로 정착되었고 높은 성과를 올렸습니다. 사실 그것이 발단이 되어 각팀도 전력분석팀을 만들고 역할과 역량을 격상시키는 움직임이 만들어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어쩌면 업계에서는 선구자 역할이 된 셈입니다. 

글의 요지에는 조금 벗어나지만 저는 비록 선수로서 야구는 다치고 못해서 일찍 접었지만 그후 한 길을 걸어왔고 국내에서는 가장 오래된 경력자이지 싶습니다. 

저에게는 전력분석 파트와 그에 속한 많은 후배들에게 보다 발전적인 비젼을 만들어 주어야 하는 책임과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더 나아가서는 프로야구 발전에도 분명히 도움이 되리라고 믿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그렇게 걸어갈거고 또 걸어가고 싶습니다.

글이 길어지지만 논란의 중심이 되는 부분을 들어서 제 얘기를 조금 더 하겠습니다.

제가 캠프때 불펜에서 투수들의 공을 받거나 감독님의 지시로 선수들을 지도했다는 것에 대한 것 입니다.

먼저 제가 불펜에서 투수들의 공을 받고 있는 이유는 이미 SK시절 매스컴을 통해서 대략적인 내용이 밖으로 알려져서 알고 계신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하지만 조금더 자세히 얘기해 보겠습니다. 

우선 투수들의 공을 직접 받게 된 배경은 저는 아시다시피 현역시절 입스에 걸려 선수들의 훈련을 돕는 그 쉬운 베팅 볼을 던져주지 못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고
생하는데 나만 편히 있을수도 없고 불편한 마음에 그래서 뭔가 도움을 줘야 한다는 마음으로 처음 받기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그러더군요. 무섭지 않냐고. 무섭습니다. 그리고 힘듭니다. 하지만 지금 위치와 나이의 저에겐 받고 안받고는 선택사항이겠지만 어린 시절 저에게는 야구단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의 선택이었습니다. 

그 선택은 당연하게 투수들의 공을 직접 받으면서 제가 선수들에게 이야기 해주는 분석의 질적인 부분도 향상되었습니다. (아직은 국내 현실이 상업성이 높은 미국과 달리 현대화 과학화에 뒤떨어집니다. 좀더 사정이 나아진다면 굳이 받지 않아도 다른 방법이 있다는 것도 압니다. 이렇듯 현실상의 문제도 있지만 저는 손으로 아픔으로 직접 느껴서 얻는 정보가 아직은 더 믿음이 가고 저보다 과학적인 환경 혜택에서 동떨어져 있는 선수들과 공감대 형성에 맞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시작된 불펜포수 역할은 제가 팀에 있으면 캠프때부터 시즌전까지 늘 제 역할의 한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실천해 왔습니다. 

그 과정 속에서 투수들의 공을 직접 받으면서 그 소감을 투수와 서로 이야기하고 이해하고 내 생각을 조언합니다. 또 다른 훈련일정이 많은 포수들에게 투수들의 현 상황을 알려 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제가 우리를 누구보다 자세히 알아가는 정보 수집의 과정입니다. 

아마도 이러한 부분이 제가 업계에서 인정받으며 지금껏 한 분야를 파고 들수 있게 해주었던 핵심요소 일 것 입니다. 

결국 글이 또 길어졌습니다. 마음이 급하고 답답한가 봅니다.

마지막으로 시즌 중에 제가 그라운드에서 선수들의 타격과 투수들을 지도하는 경우는 기본적으로 없습니다. 물론 제가 어릴 때 팀과 선수에 대한 열심이 지나쳤던 기억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새로운 팀문화인 한화에 와서는 무엇보다 신경 쓰고 주의하고 있는 부분 중에 하나가 바로 선수 지도의 부분입니다. 

그럼에도 매스컴을 통해 알려진 것들은 첫째는 이번 캠프 때처럼 어린 포수들의 1단계 기본(송구동작 관련)을 봐주라는 일시적인 감독님의 지시입니다.

솔직하게 감독의 아들이라는 부분을 떠나 전 팀의 일개 코치입니다. 저의 팀에서의 일거수 일투족이 왜 이렇게 주목을 받아야 하는건지 알 수 없습니다. 코치인 전 감독의 결정과 지시에 따라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리고 혹여 잘못 움직이고 있다면 감독이하 수석코치 등 선배 코치님들께 주의를 들었고 그 잘못을 수정했습 니다, 이 사실은 누가 감독이어도 똑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역량에 대해서는 제 스스로가 야구는 비록 못했지만 프로야구판의 밑바닥부터 하나씩 배우며 기어 올라온 야구인으로서의 제 삶에 자신있고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가 저를 평가, 판단할 수는 없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감독이 팀의 사정과 형편 그리고 제 역량을 판단하고 역할과 그 영역을 결정하고 지시합니다. 그 자리에는 저를 포함 다른 코치들도 함께 합니다. 그리고 저는 주어진 제 역할과 임무에 대해 누구보다 충실히 해야 하고 그렇게 했습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둘째는 캠프시 연습 인원과 연습량이 많아 일손이 딸려서 부족했던 스탭 인원의 보충 역할이었습니다. 가끔 펑고를 쳐주기도 하고 팀 수비훈련시 단순히 공을 굴려주는 역할도 했습니다. 또 지난해에는 선수 출신인 제가 뉴앙스가 애매한 기술적인 부분의 일본어 통역도 이전 경력도 있고 해서 일시적으로 한 적도 분명히 있습니다. 

저에게는 팀과 그 안의 선수가 최우선이라는 한가지 변하지 않는 원칙이 있습니다. 제가 여러 사태들에 대한 긴 글을 쓰는 이유도 같습니다.

따라서 저는 팀에서 제게 주어진 역할에 대해서는 제 능력 닿는 한 모든 열정과 최선의 힘을 다하려고 합니다. 피는 못 속인다고 저또한 일에 대한 열심과 열정에 대해서는 누구에게도 지지않는다 생각합니다. 집중하고 몰입합니다. 그 모습들을 잠깐 지켜보고 말하기를 조심하지 않는 이들에게 곱지않은 시선과 오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도 나이를 드니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다시한번 말씀드리지만 제게 최우선은 팀이고 그안의 선수들입니다. 조금이나마 팀과 선수들에게 도움이 되고 좋아질 수 있는 계기가 될수만 있다면 가지고 있는 내 모든 것을 다 털어낼 수 있는 각오와 신념을 가지고 팀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찌되었건 20여년간 프로야구계에 종사하면서 나름 희생과 열심을 다해 여기까지 왔는데 지금의 상황은 제게 너무도 혹독합니다. 살며 한번도 떠나지 않았던 내 삶의 터전을 떠나는 당찬 각오도 이제는 조금씩 용기를 잃어 갑니다.

그럼에도 이 긴 글을 쓰는 이유는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이제 겨우 시작인 팀과 선수들, 또 긴 부진을 벗어나려고 노력하고 애쓰는 모든 노력들을 외부의 잘못된
흔들기로 흔들리지 않기를 바라는 작은 바람에서 입니다.

프로는 결과에 대해 자유로울수 없습니다. 팬들에 기대에 부응하고 부끄럽지 않은 게임을 해야 합니다. 시작이 잘못된 것은 어딘가 잘못이 있었겠지요. 그러한 잘못에 대한 비평에 대해서는 겸허히 받아 들이고 더 큰 성장을 위한 거름을 삼겠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결과에 대해 단정 짓지 않아주셨으면 합니다. 진실된 가슴으로 부탁드리겠습니다. 

팀의 일개 코치에 불과한 제가 많은 분들께 그리고 팀과 선수들에게 여러가지 심려와 불편을 드려서 다시한번 죄송스럽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먼저 한화 이글스를 사랑하시는 팬 여러분들의 큰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좋지 못한 결과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지금 이런 상황에서 염치 없지만 4/15일자 KBSN 알럽 베이스볼에 출연한 이용철 위원과 스포츠 동아 이경호 기자가 저와 팀에 관련된 있지 않는 허위 사실을 마치 사실처럼 방송을 통해 이야기 했습니다.


오늘 구단 측에서는 KBSN 알럽 베이스볼 제작팀과 출연진에게 정정, 사과 방송을 요구 했습니다. 방송사측도 이에 대해 1차적으로 내일 중계방송에서 사과 방송을 하기로 하였고 당시 출연진이 출연하는 다음주 금요일 알럽 베이스볼 시간에 당사자 또한 직접 정정, 사과 방송을 하기로 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보겠지만 이번 일로 저와 팀에 대한 많은 부분들이 사실과 다르게 왜곡되었고 그 정도가 제가 참고 감당 하기에 이미 선을 넘어섰다고 생각되어 관련된 모든 문제에 대해서 법적 조치를 검토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저와 팀에 관련된 좋지 않은 루머와 왜곡된 사실들이 그밖에도 많이 있습니다. 하나 하나 풀어보고 싶은 심정으로 가득하지만 지금은 우선 이번 방송 내용과는 분명하게 다른 사실을 정리해서 알려드립니다.


2016시즌 캠프 시작부터 지금까지 저와 로저스는 서로 인사를 주고 받는 것 이외에는 야구와 관련 그 어떤 대화도 나누지 않았습니다. 


로저스가 불펜 피칭을 할 때 단 한번 그의 공을 받아보고 좋다 라고 혼자 느낀 적은 있습니다. 


하지만 방송의 내용처럼 메이저리그까지 경험한 투수에게 너의 수비가 이렇다 저렇다, 투구가 이렇다 저렇다 얘기할 팀 내 입장도 아니고 로저스 본인이 스스로 제게 물어보기 전에 그의 PLAY에 대해 내 생각과 의견을 얘기할 필요가 없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었습니다.


또 고치 캠프에서 저는 어린 포수들의 기본기 담당을 했기 때문에 투수조에서 훈련 중인 로저스 선수를 운동장에서 만나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서로 훈련중에 통역을 통해 얘기를 하는 여유는 전혀 없었습니다.


이어진 오끼나와 캠프도 제가 본진보다 며칠 먼저 오끼나와로 넘어왔습니다. 이후 본진이 합류한 시점부터는 팀 훈련과 경기를 함께 하기 보다는 다른 팀 경기 분석을 집중적으로 맡아서 다른 구장들을 돌아다녔습니다. 고치 캠프보다 로저스 선수를 만나는 것이 더욱 어려웠던 환경이 바로 오끼나와 캠프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캠프가 종료하고 귀국 후 곧바로 서산에서 합숙, 재활이 시작된 로저스 선수와 매일 시범경기와 시즌을 치르고 있던 제가 어떻게 만날수 있었을까요. 단 한번도 만남을 가질수 없었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 입니다.


팀이 이처럼 어렵고 힘들 때 뭐라도 도움이 되려고 노력해야 하는 시간들, 이렇게 긴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무슨 이유가 되었던 이유가 될 수 없고 한화 이글스를 사랑하시는 팬 여러분들께 현 상황으로 심려와 불편을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고개숙여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자타가 공인하는 현재 최고의 투수 류현진이 지난주 일요일 통산 22번째이자 한국 프로야구 역대 최연소(24세 2개월 25일, 종전 주형광의 24세 3개월 14일), 최단 경기(153경기, 종전 정민철의 180경기) 1000탈삼진 기록을 수립했다. 탈삼진 1000개가 얼마나 대단한 기록인지 피부에 와닿지 않을 수 있지만, 30년 역사의 한국 프로야구에서 활약했던 그 많은 투수들 중에서 류현진을 제외한 고작 21명밖에 이 고지에 오르지 못한 어려운 기록임이 분명하다. 류현진은 가장 어린 나이에 그리고 가장 짧은 5년 2개월 여라는 시간만에 이 기록을 달성했고, 1000개의 탈삼진은 더 많은 기록을 세우는 과정의 일부이지 종착점이 아니라는 것이다.


탈삼진 1000개의 기록을 달성한 2011년 6월 19일 류현진의 역투 ⓒ 연합뉴스


류현진과 함께 최고 투수로 꼽히는 김광현이 525개, 윤석민이 643개에 그치고 있어 동 시대의 비슷한 연령대의 투수들이 이 기록을 깨기 위해서는 적어도 2~3년은 걸려야 할 것이다. 이들이 최연소라든가 최단 경기와는 거리가 먼 것은 당연하다. 단지 탈삼진만이 아니고 이들은 류현진만큼 데뷔하자마자 강력한 포스나 꾸준한 건강 상태와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류현진은 시즌 중에 피로가 누적되어 선발 로테이션을 건너뛰거나 이미 팀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후 등판을 하지 않은 적이 있지만, 한창 순위 다툼을 하는 와중에 부진으로 2군으로 내려가거나 부상으로 이탈해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꾸준함 역시 프로야구 선수가 지녀야 할 하나의 덕목이기에 류현진의 가치는 더 빛날 수 밖에 없다.


고졸 출신 선수들의 데뷔 5년간 성적표 (자료출처 : www.istat.co.kr)


류현진은 프로야구 역사상 성공했던 고졸 출신 에이스들과 데뷔 후 5년간의 성적 비교에서도 전혀 밀리는 바가 없다. 투수 분업화가 자리 잡은 최근의 투수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많은 이닝을 던졌으며, 데뷔 이후 시즌 중간이나 말에 열린 국제대회에는 빠짐없이 참가하면서 오프 시즌에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역사상, 그리고 동시대의 경쟁자들에 비해 강한 내구력과 꾸준함으로 리그를 지배하는 투수로 활약하고 있다.

이번 시즌 초반 류현진은 부진한 투구 내용으로 혹사와 피로 누적으로 인한 기량 저하를 의심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류현진은 데뷔 첫 해부터 풀타임 선발투수로 활약하면서 5년 동안 가장 많은 공을 던진 선수 중의 하나였다. 과거 장명부, 최동원 등이 말도 안되는 이닝을 소화하였지만(이들은 결국 혹사로 인해 선수 생활을 일찍 접게 된다) 프로야구에 선수 보호에 대한 개념이 없던 시절의 일이었으니 제외한다면 류현진의 팔에 무리가 왔다는 걱정을 해도 큰 무리는 없었다. 더구나 고등학교 때 수술을 받은 적이 있는 팔꿈치는 류현진이 부진하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늘 염려되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류현진은 자신을 둘러싼 온갖 이야기들을 비웃듯 다시 예전의 무서운 기량을 보여주며 가장 강력한 투수로 돌아왔다. "앞으로는 세게 던질 것" 이라고 공언했던 류현진은 120개를 넘게 던져도 시속 150km의 강속구를 뿌리며 막판까지 타자를 힘으로 압도하였다. 벌써 세 번째 완투를 하였고, 다승 공동 4위(7승), 평균자책 10위(3.83), 투구 이닝 2위(96.1이닝), 탈삼진 1위(103개)를 기록하고 있다. 이미 시즌 절반이 지난 상황이어서 작년과 같은 1점대의 평균자책을 기록하기는 어렵겠지만 지난 주에 보여주었던 모습이 이어진다면 3점대 초반 아래로 내릴 가능성이 높고, 선두와 1승 차이로 따라붙은 다승 부문의 타이틀도 노려볼 수 있게 되었다. 5년 동안 단 한 번밖에 놓치지 않았던 탈삼진은 이닝 당 1개 이상의 삼진을 잡아내는 페이스로 보아 올해도 부상과 같은 큰 변수가 없다면 가장 강력한 수상 후보다.

류현진은 완투형 투수가 거의 사라진 요즘 유일하게 혼자서 경기를 마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투수다. 고독한 황태자의 윤학길의 100완투를 깨기는 어렵겠지만 26번의 완투로 현역 투수 중 이 부문 최다를 달리고 있다. 완투를 하는 것이 투수 자신에게 좋은가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지만, 완투를 할 수 있는 투수가 있다는 것은 팀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 5일 쉬고 나오는 선발 투수가 5회를 막기도 힘들어 초반에 강판되고, 불펜 위주로 마운드 운용을 하면서 불펜 투수들에 과부하가 걸리는 현대 프로야구의 추세에서 한 경기를 스스로 끝내면서 불펜에 휴식을 가져다주는 것은 정말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류현진의 다른 기록으로는 정규이닝 최다 탈삼진을 들 수 있다. 류현진은 작년 5월 11일 청주구장에서 LG를 맞아 9이닝 동안 17탈삼진을 기록하며 완투승을 거두었다. 한 경기 최다 탈삼진은 선동열 삼성 운영위원이 해태 시절 빙그레를 상대로 13이닝 동안 18개의 탈삼진을 기록한 것이지만, 연장까지 가지 않은 정규이닝에서의 최다 기록은 최동원(당시 롯데)과 선동열, 그리고 이대진(당시 해태)이 기록했던 16개가 최다였다. 비록 탈삼진은 투수를 평가하는 척도 중의 일부라고는 하지만 최동원과 선동열이라는 누구나 인정할 프로야구의 대투수들을 넘은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이 기록과 함께 선발 타자 전원 탈삼진과 매 이닝 탈삼진(개인 통산 두 번째)의 기록도 함께 세웠으니 잊지 못할 기억을 남긴 날이었다.

최동원과 선동열의 활약상에 대해 평가절하할 의도는 없지만 투수에 대한 평가는 활동하는 시기의 타자들의 실력 역시 중요한 변수 중의 하나다. 수가 많지 않지만 외국인 타자나 해외 리그 경험을 가진 타자도 있고, 전반적으로 과거에 비해 타자들의 힘과 기량이 나아진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적게는 2점대에서 평균적으로 3점대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던 80년대의 야구에 비해 한두 팀을 제외하고 대부분 4~5점대의 평균자책을 기록하는 것은 투수의 기량에 비해 타자의 기량 발전 속도가 빠른 것을 의미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5년 동안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는 류현진의 성적을 단지 숫자상의 비교만으로 그들보다 못한 투수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류현진이 지금과 같이 좋은 투수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입단 당시 류현진이 보고 배울 수 있는 훌륭한 노장 투수들이 있었다는 점을 꼽는 사람들이 많다. 타고난 재능이 있더라도 갈고 닦지 않으면 소용이 없는 법이듯이 어떻게 자기 관리를 하는가에 따라서 선수의 실력은 달라지게 된다. 류현진이 돌풍을 일으키며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면서 조금은 나태해지려고 할 때, 송진우, 구대성과 정민철 등 삼촌뻘의 고참 선수들이 지적을 하면서 야구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고 전해진다. 스스로 "구대성·송진우 선배님을 닮고 싶다" 고 밝힌 바 있듯이 프로 투수로서의 롤 모델로 삼고, 이를 넘어 더 큰 선수가 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목표를 세운 것이 지금의 류현진이 있기까지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모두 은퇴하고 갑자기 꼴찌팀 에이스가 된 류현진의 어깨는 무거워졌다. 류현진이 아무리 LG를 상대로 맹위를 떨쳤다고는 하나 팀타율 최하위인 소속팀 한화 타선을 상대하지 않았다는 점은 투수로서는 불리한 조건이었다. 미안하지만 꼴찌팀들은 대부분 타격과 투수력을 비롯한 수비력이 모두 다른 팀에 미치지 못한다. 부족한 공격력은 점수를 못 내는 만큼 점수를 내주지 않기 위한 부담을, 부족한 계투진과 수비는 혼자서 모든 것을 다 책임지고 경기를 끌어나가야 한다는 부담을 안겨준다. 이런 점에서 류현진이 만약 계투진과 타력이 강했던 삼성이나 두산에서 뛰었더라면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지 않았을까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류현진은 작년에 가공할만한 위력을 보여주었다. 1점대 평균자책점과 29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라는 괴물같은 기록을 세우며 그가 한국 최고의 투수라는 것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었다. 다른 해와 달리 전년도 시즌을 마친 후 포스트시즌이나 국제대회가 없어서 충분히 휴식을 취할 수 있었던 것이 류현진이 작년에 좋은 활약을 할 수 있었던 원인 중의 하나가 아닌가도 싶다.

류현진에 대한 찬사는 다른 곳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는 내용이니만큼 여기서 마치도록 하고, 글의 제목처럼 류현진의 탈삼진 기록에 도움을 준 사람들을 찾아보자. 대부분의 전문가들도 기대하지 않았던 신인 투수를 과감히 선발로 기용하는 믿음을 보여주었던 김인식 전 한화 감독이나, 바닥을 치는 팀 성적에도 고생하는 에이스의 등판 일정을 조절해주려고 애썼던 한대화 감독, 그리고 한용덕, 이상군, 정민철 등 한화의 전현직 투수코치들과 트레이너 등 여러 사람들을 빼놓을 수 없다. 이러니저러니 말이 많아도 류현진의 공을 묵묵히 받아왔던 포수 신경현 역시 그 기록의 동반자이자 공로자로 인정받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글은 1000개의 탈삼진 중에서 어떤 타자가 그리고 어떤 팀이 가장 많이 삼진을 당해서 그 기록 달성을 도왔는지 하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단 하나의 탈삼진이라도 반드시 누군가는 타석에서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오는 공을 가만히 보거나 헛스윙으로 삼진을 당해야 기록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류현진의 탈삼진 기록에 가장 큰 공헌을 한 팀과 선수들을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자. 우선 팀을 살펴보면 누구나 쉽게 류현진에게 약했던, 그리고 류현진 뿐만이 아닌 좌완 투수에게 절대적으로 약했던 LG트윈스를 떠올릴 것이다. 실제로 류현진은 '표적 등판' 이라고 할 정도로 LG를 상대로 등판한 적이 많았다. 데뷔 이후 현재까지 류현진은 LG전에 모두 31번 선발 등판을 하여 232이닝을 던졌다. 다음으로 많이 등판한 팀은 26경기의 삼성인데, 경기 수는 고작 다섯 경기 차이지만 투구이닝에서 거의 60이닝이 차이가 나고, 2.25라는 평균자책점에서 보이듯이 LG에는 상당히 강했음을 알 수 있다.


류현진의 통산 팀별 상대기록 (자료출처 : www.istat.co.kr)


류현진은 LG를 상대로 240개의 탈삼진을 기록했는데, 1003개의 탈삼진 중에서 무려 23.9%에 이르는 수치다. 경기마다 평균 7이닝 이상을 소화하면서 경기 당 8개에 가까운 탈삼진을 차곡차곡 쌓았다. 9이닝당 탈삼진 부문에서도 9.31개로 9.21개의 SK를 제치고 LG가 선두를 달리고 있다. 류현진은 데뷔전이었던 2006년 4월 12일 잠실 LG전에서 7.1이닝 동안 탈삼진 10개를 기록하며 첫 승을 거두었고, 작년 5월 11일 청주구장에서 다시 LG를 상대로 9이닝 동안 17개의 탈삼진을 잡아내며 LG를 상대로 탈삼진과 관련된 많은 기록을 만들었다. LG는 전통적으로 좌타자가 많아서 좌완 투수에게 약한 점이 있지만, 타자들의 선구안이 좋지 않아 볼넷은 적게 고르고 삼진은 많이 당하는 편이어서 류현진의 밥이 되고 말았다. 어쨌든 류현진의 탈삼진 기록이 있기까지는 그 누구보다도 LG의 공헌이 컸으니, LG 3D TV 한 대 정도는 사야하지 않을까 싶다.

 

둘이 합쳐 40개의 삼진을 당한 조인성과 박용택. 전체 탈삼진의 4%가까이 차지한다. ⓒ OSEN


류현진에게 가장 많은 삼진을 당한 타자 역시 LG에 두 명이나 있는데, 다른 팀의 선수도 같은 개수의 삼진을 당한 것이 눈에 띈다. 그 선수는 바로 삼성의 조동찬이다. 조동찬은 LG의 박용택, 조인성과 함께 20개의 삼진을 당해 류현진의 탈삼진 기록에 가장 큰 공헌을 하였는데 박용택과 조인성이 나란히 79타석에 들어서며 타석 당 0.253개의 삼진을 기록했다면, 조동찬은 46타석밖에 들어서지 않아 타석 당 0.435개의 삼진을 기록하고 있다. 조동찬은 10번 이상 타석에 들어선 타자들의 삼진율에서도 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조인성은 작년 류현진이 17탈삼진의 기록을 세우던 때 4연타석 삼진을 당하며 호구라는 인상을 심어주었다. 그러나 조인성이 처음부터 류현진에게 약한 타자는 아니었다. 2006년에는 단 한 차례의 삼진도 당하지 않고 .308의 상대 타율을 기록하는 등 오히려 류현진에게 강했지만, 류현진과 자주 승부하면서 자연스럽게 삼진의 숫자가 늘어나고 타율이 떨어지면서 류현진의 기록 달성에 큰 도움을 주었다. 다음으로 18개의 삼진을 당한 LG의 박경수, 17개를 당한 이대형(LG), 이대호, 강민호(이상 롯데), 16개를 당한 강봉규(삼성), 15개를 당한 박재홍(SK), 김상현(KIA) 등이 뒤를 따르고 있다. 지금은 경찰청에서 군복무 중인 LG의 박용근은 26타석에 들어서서 12번 삼진을 당하면서 무려 46.15%의 삼진율을 기록하는 등 류현진의 탈삼진 리스트에서 LG 타자들의 이름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류현진의 연속 경기 퀄리티스타트를 23경기에서 마감시켰던 기록브레이커 넥센의 강귀태는 류현진에게 .320의 높은 상대 타율과 27번 승부를 하여 단 두 번밖에 삼진을 당하지 않는 강한 면모를 보였다. 지금은 같은 팀에서 뛰고 있는 강동우와 이대수는 이전에 각각 14타석과 22타석씩 류현진을 상대하면서 한 차례씩밖에 삼진을 당하지 않았는데 이들이 한화로 오면서 류현진의 탈삼진 행진에 더 도움을 주었을 수도 있다.

류현진이 현재 단 4명만이 달성한 1500탈삼진을 넘어 송진우의 2048탈삼진을 넘어설 수 있을 지는 장담할 수 없다. 예기치 않은 부상이나 부진이 찾아올 수 있고, 꾸준하게 기량을 유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류현진은 연평균 180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면서 큰 기복 없는 활약을 해왔고, 자신을 둘러싼 환경이 유리하지 않아도 꿋꿋이 이겨내고 싸워왔다. 어쩌면 류현진이 기록을 세우는 과정에서 가장 큰 고비는 해외진출 여부에 달렸다고 해야 할 것이다. 올해 6년차인 류현진은 소속팀 한화가 해외 진출을 허락한다면 다음 시즌 후부터 늦더라도 FA 자격을 획득하는 2014년 시즌 후에는 해외 진출이 유력해보인다. 선수의 입장에서는 연봉과 같은 금전적 처우를 무시할 수 없거니와 새로운 무대에 도전하면서 더 많은 경험을 하고 싶은 것이 당연한 일이다. 안타깝게도 일본이나 미국으로 가는 순간 류현진이 한국프로야구에서 세우던 탈삼진 기록은 잠시 멈추어 있을 수밖에 없기에 류현진이 큰 무대에서 뛰는 모습을 보고 싶으면서도 아쉬움이 남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더 규모가 큰 일본과 미국으로 선수가 유출되는 것을 막을 수도 없고, 탈삼진만이 아닌 모든 누적 기록에 있어서 새로운 기록을 기대하는 것은 힘든 일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야구보기 > 9회말 투아웃'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파란만장 김광삼에게 봄은 오는가  (0) 2011.04.23

어제 승리를 거둔 김광삼은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짠한 기분이 드는 투수다. 곱게 생긴 외모와는 달리 험하고도 험했던 그의 야구 인생 역정이 공을 던지는 순간순간 애잔함을 느끼게 한다.

2006년 팔꿈치 부상으로 수술을 하고 1년여의 재활기간을 거쳐 마운드에 올랐지만 예전과 같은 공을 던질 수 없었다. 수술 후 제대로 펴지지도 않는 팔로 던진 공은 힘이 없었다. 주변에서는 투수 김광삼에 대해서 더 이상 기대하지 않았다. 코칭스태프는 고등학교 때 보여주었던 타자로서의 재능을 살려 야수로 전업하기를 바랐다. 그는 장고 끝에 사랑하는 야구를 계속하기 위해 타자 전향이란 힘든 선택을 하였다.

그러나 타자로서의 제 2의 야구인생은 기대만큼 쉽지 않았다. 고교 시절의 강타자였을지언정 프로의 벽은 높았다. 입단 이후 몇 년 동안 하지 않았던 타격과 주루, 수비에 적응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쟁쟁한 LG의 외야수들의 틈바구니에서 경쟁의 기회도 얻기 힘들었다. 남몰래 방망이를 휘두르며 힘들게 연습했지만 외야수로서의 성공할 수 있을 지 알 수 없었다.

2009년 주루 도중에 입은 왼쪽 무릎 부상은 그의 야구 인생의 또 다른 전환점이 되었다. 어느덧 펴지지도 않던 팔이 회복되어 외야에서 강한 송구를 할 수 있었고, 다시 그가 마운드에 서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나 2년 동안의 타자 전환 과정이 힘들었던 만큼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다시 시작하기에는 적지 않은 나이, 그는 고민 끝에 다시 투수의 길을 걷기로 결심하고 여름부터 조용히 변신을 준비했다. 그동안 쓰지 않았던 근육을 단련하고, 오랜 시간 던지지 않았던 변화구를 가다듬는 연습을 하였다.

2010년 4월, 김광삼은 거의 3년 만에 마운드에 올랐다. 유망주 투수가 어느덧 30대의 고참 선수가 되어 있었고, 신인 시절 뿌리던 강속구도 평범해졌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고 1656일만의 승리를 거두었다. 그의 표정에는 만감이 교차하고 있었다. 다시 마운드에 선 기쁨과 그토록 갈구하던 승리의 환희, 그동안 길고도 힘들었던 재활과 준비 과정, 함께 걱정하고 힘든 시간을 보내왔던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 그는 승리 소감으로 묵묵히 기다려왔던 가족과 격려와 응원을 아끼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시즌 내내 100이닝만 던지면 좋겠다던 그의 소박한 바람 이상으로 다른 투수들이 줄줄이 퇴출과 부진으로 전력에서 이탈할 때 김광삼은 봉중근과 함께 무너진 선발 로테이션을 끝까지 지켰다.

2011년의 시작은 불투명했다. 심수창에게 4선발 자리를 내주며 개막 2주가 지나서야 처음 마운드에 오를 수 있었다. 봉중근이 돌아오면 둘 중 하나는 자리를 내주어야 하는 치열한 경쟁이 시작되었다. 작년의 활약이 올해의 활약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고, 언제라도 경쟁에서 지면 자리를 내줄 수밖에 없는 것이 냉혹한 프로의 세계다.

긴장과 부담 속에 첫 등판은 12년의 프로생활에서 한 번도 승리를 거두지 못한 롯데와의 경기였다. 타선이 초반에 점수를 냈지만, 2회에 무사 만루의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이했다. 그러나 침착하게 1실점으로 위기를 막아내며 승리 투수가 되었다. 어제는 시즌 첫 완봉승을 거둔 트레비스와의 팽팽한 투수전에서 이기며 2승째를 따냈다. 84개의 공으로 7회까지(6.2이닝) 공을 던질 정도로 완벽에 가까운 투구였다.

어딘가 쫓기는 듯 하던 작년과 달리 마운드에서 한층 여유있는 그의 모습에서 자신감이 엿보인다. 이제 그를 볼 때 안타까움보다는 든든함이 느껴지는 선수로서의 활약을 기대한다. 파란만장했던 그의 야구 인생에도 따뜻한 봄날이 찾아오기를 소리쳐 응원해본다.

"올해는 10승 투수 합시다!"




역투하는 김광삼




조인성과 심수창의 언쟁. 그리고 내분설. LG는 야구를 못하는 것 뿐 아니라 아름답지 못한 뉴스의 주인공이 되고 있다. LG가 시즌 초반의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하위권으로 추락하면서 팬들의 실망은 커져만 가고, 그 가운데서 김재박 감독과 주전 포수 조인성이 패배의 원흉으로 몰리고 있는 것 같다. 보는 사람마다 다른 관점이 있기 때문에 무엇이 맞다고 단정지어 말할 수는 없지만, 조인성 문제는 한 번 짚고 넘어갈 부분인 듯하다.


아마 최고의 포수였던 조인성은 1998년 연세대 졸업과 동시에 LG 유니폼을 입는다. 당시 OB와 주사위로 드래프트 1순위를 나누어먹던 LG는 어쩌다 한 번 진 덕분에 강타자 김동주를 놓치고, 조인성을 영입하게 된다. 이 때 프로야구에서 FA제도가 시작이 되었는데, 향후 10년은 안방을 책임질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던 조인성이 들어오자 당시 주전 포수 김동수를 애써 붙잡지 않고 삼성으로 내어주고 오히려 삼성에서 보호 명단에서 제외되었던 김상엽을 데리고 온다. 조인성은 "앉아쏴" 라는 별명처럼 강한 어깨를 앞세운 도루 저지 능력으로 어필하였고, 그 외에는 무언가 특출난 기록은 없음에도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자리하게 된다.


2001년 말부터 LG 감독을 맡은 김성근 감독은 조인성의 투수 리드에 문제가 있다며, 그를 벤치에 앉혀 두고 쌍방울에서 데리고 온 장재중을 기용하는 일도 많았다. 장재중을 보고 투수와 경기 리드를 보고 배우라는 것이었고, 어느 기간 이후에는 그를 다시 기용하기 시작했다. 김성근 감독이 LG에서 쫓겨 떠난 이후 조인성은 다시 주전 포수 자리를 되찾게 되지만, 그 이후부터는 팀의 성적은 하위권에서 헤매게 되었다. 그리고 팀의 부진한 기간 동안 주전 포수였다는 이유로 조인성이 다시 책임의 논란이 되고 있다.


그러나 그 기간 중에 LG의 투수력이 어떠했는가를 살펴보는 것이 좋겠다. 이진영의 보상 선수로 SK로 가서 2군에 있는 이승호가 한 해 에이스 역할을 했고, 다음 해에는 최원호가 잠시 12승으로 팀의 에이스였다. 2006년 감독 경질 사건이 있었던 해, 유일하게 10승을 거둔 투수가 어제 그 문제의 주인공 심수창이었다. 그러나 그의 방어율을 보면 에이스라고 하기에는 어울리지 않았다. 2007년 FA로 영입한 박명환이, 작년에는 봉중근, 옥스프링. 그리고 올해는 옥스프링도 사라지고 봉중근 하나 믿고 시즌을 버티고 있다. 기껏해야 1년에 한 명 10승 투수가 나올 정도로 빈약한 투수력이다. 그렇다고 중간계투와 마무리가 튼실한 것도 아니다. 94년 우승 당시 맹활약했던 민원기, 차동철, 강봉수의 중간계투진이 그리워질 정도로 2000년대 들어서는 선발보다 더 허약한 불펜 덕분에 이기던 경기조차 막판에 내어주는 일이 잦아졌다.


조인성 이전 LG의 포수 김동수는 본인의 능력도 뛰어났지만, LG의 좋은 투수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기에 더 빛이 날 수 있었다. 김용수, 정삼흠, 김태원, 이상훈 등의 투수와 호흡을 맞추었고, 당시 LG의 투수 운용은 다른 팀들이 배워서 선발-중간계투-마무리 시스템을 구축할 정도로 선진화되어 있었고, 불펜 역시 상당히 우수한 편이었다. 현재 한국프로야구 최고의 포수는 박경완이라고 하지만, LG가 좋은 성적을 내고 반대로 박경완이 몸담고 있던 쌍방울의 성적이 하위권일 때는 김동수와 박경완을 라이벌이라고 하면서도 김동수를 조금 높게 보는 것이 일반적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김동수가 삼성 이적 후 최악의 시간을 보내는 동안, 박경완은 투수왕국 현대를 거쳐 SK로 오면서 우수한 투수들과 호흡을 맞추게 되고 절대적인 명성을 얻게 되지 않았나 조심스레 생각을 해본다.


좋은 포수의 유무가 투수들의 능력 향상에 영향을 미치는 점은 부인할 수 없지만, 그보다 투수들의 능력이 얼마나 뛰어나느냐가 결정적인 부분이라고 본다. 포수가 아무리 리드를 잘 하고, 타자가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곳으로 공을 달라고 한들 투수가 그 곳에 던지지 못하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덕아웃에 노트북이 들어와 있고, 각 팀의 전력분석원들이 상세한 보고서를 작성하는 요즘 타자들에 대한 데이터 분석을 하지 않고 나오는 포수가 어디 있으며, 데이터를 나몰라라 하고 자신의 감만 믿고 경기하지도 않을 것이다. 물론 순간순간 자신의 노하우와 분석으로 결정구를 구사하도록 하여 효과를 보기도 하지만, 그것도 투수가 따라와주어야 가능한 일이다.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보자면 현재 팀의 주축 혹은 베테랑 급이 되어 있어야 하는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중반에 입단한 투수 치고 제대로 성장을 한 선수들이 없다. 아마시절 국가대표 에이스였던 경헌호는 타구에 안면을 맞은 이후부터 구위가 뚝 떨어져 프로 입단 이후 중간계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가능성 많았던 고졸 신인 김민기는 2000년대 중반 잠시 중간에서 활약했다가 지금은 1군 엔트리에 올라오기도 힘들고, 그나마 성공했던 케이스였던 이동현은 부상으로 수 년간 재활 끝에 복귀했지만 빠른 공은 사라져 버렸다. 먹튀의 원조 이정길부터 데뷔 시즌 제구가 되지 않는 빠른 공을 던지던 김상태, 배영수와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으나 프로 입단 후에는 완전히 극과 극이 되어버려 방출당한 장준관이라든지, 투수에서 성공하지 못하고 타자로 전향한 김광삼까지 2000년대에는 아예 투수를 길러내지 못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90년대 후반부터라고 해도 될 것이다.


현재 투수코치인 김용수의 은퇴 이후 LG는 마운드에서 에이스라고 불릴만한 선수가 있지도 않았고, 다른 팀에 가면 기껏해야 선발 로테이션에 드는 선수들이 한 해씩 돌아가면서 에이스 역할을 했을 뿐이다. 거기에 물량공세로도 해결이 되지 않는 구멍난 불펜진과 노벨문학상에 도전하는 마무리 투수들. 이런 투수들을 가지고 경기를 하는데 아무리 포수가 뛰어나서 리드를 잘 한다고 해도 경기를 이길 수 있었을까? 더군다나 올해 이전 LG의 공격력은 극악에 가깝던 수준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오늘 LG가 이겼으니 기사에 조바깥이 없어서, 김태군이가 마스크를 쓰니 팀이 이긴다는 댓글이 줄을 이을 것 같다. 아마 오늘 투수가 존슨이 아니라 심수창이나 정재복이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LG를 응원하면서도 조인성과 4년 34억의 계약에 대해서는 "글쎄?" 라는 말이 먼저 나오고 그가 과대평가된 부분이 있음은 인정, 아니 그렇다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올해 조인성은 팔꿈치 부상 덕분에 그의 장기인 "송구 능력"을 잃어버렸다. 개인적인 느낌인지는 몰라도 패스트볼이나 원바운드공에 대한 블로킹 실패도 잦고 몸놀림이 조금씩 둔화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어제까지 그를 주전으로 고집했던 것은 그것도 4강에 목을 매야 하는 김재박 감독을 비롯한 코치진들이 그랬던 것은 일반인들이 아닌 야구를 직업으로 해왔던 이른바 "전문가" 라는 사람들이 보기에 최선의 방법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본다.


간혹 김정민이 마스크를 쓸 때와 조인성이 마스크를 쓸 때의 기록을 토대로 조인성을 더 바보를 만들기도 하는데, 사실 이 기록 중의 가장 큰 맹점은 에이스 봉중근이 김정민과 함께 등판을 했다는 것이다. 김정민의 투수 리드가 조인성보다는 다소 낫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결정적인 차이를 만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김정민이 있을 때 8연승을 하였지만, 올시즌 붕괴의 시발점이었던 SK와 잠실 3연전부터 KIA와의 광주 원정에서 부상으로 그라운드를 떠날 때까지도 김정민이 포수 마스크를 쓰고 출전을 했다. 특히 김정민이 쓰러진 날은 봉중근조차 대량실점으로 무너진 날이었는데, 김정민 대신 조인성이 주전으로 나오기 때문에 팀이 무너졌다고 주장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러나 조인성 역시 상당 부분 잘못한 점이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팀의 주장이자 베테랑으로서 후배 투수를 다독이고 경기를 이끌어가지 못한 점, 특히 대량 실점을 한 상황에서 손목이 아픈지 시간을 끌면서 공을 던지는 투수에게 경기가 끝나고 나서 이야기를 해도 될 부분을 교체 시점에 해야만 했을까 싶다. 본의와는 달리 그렇게 나타나는지 몰라도 투수들이 간혹 어이없는 공을 던질 때 황당한 듯 투수를 노려보는 것은 경기를 보다보면 "저건 아니다" 는 말이 절로 나온다. 계속 끄집어내자면 공격에서도 시도 때도 없는 풀스윙으로 득점 기회를 날리는 것을 보는 것도 전혀 달갑지 않다. 오죽하면 팬들이 "희생삼진" 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냈을까 싶기도 하다.


어느 팬은 조인성의 차 유리창을 부수고 가기도 했다는데, 지는 것이 누구보다 기분 나쁜 선수가 자꾸 패배의 원흉으로 몰리고 게시판에서 논란이 되는 것을 보고 마음이 편할 리는 없을 것이다. 오죽하면 프로 11년차 베테랑 포수에게 벤치에서 사인을 내어줄 정도였겠나 싶다. 팬이면 응원 뿐 아니라 비판도 삼가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비판이 도를 넘어 비난이 되어서는 안 되지 않겠나 생각을 해본다. 조인성 선수도 이번을 계기로 심기일전하고, 본인의 아쉬운 점도 고쳐 돌아오기를 바란다.



현재 한국 프로야구에서 김성근 감독과 SK만큼이나 논쟁의 대상이 되는 사람이나 팀은 없을 것이다. 골수 LG팬의 입장에서 6년 전에 김성근 감독이 해임되지 않고 LG에 계속 있었더라면 두 번이나 꼴지를 하면서 엘롯기 동맹에 합류하고, 5년만의 8연승 한 번 했다고 주목받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지금 그는 내가 응원하는 팀을 며칠 전에 때려부순 적장일 뿐이다.


나는 김성근 감독의 경기스타일을 좋아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먼저 밝혀두고 싶다. 이미 떠나간 선수이지만 김재현이 플래툰 시스템에 갇혀 있고, 타자 라인업이 매일 바뀔 정도에 투수들은 벌떼로 등판을 한다. (최근에는 팀 사정상 벌떼 마운드가 어렵다지만) 선수가 사람이 아닌 기계의 부속품처럼 생각한다는 말도 일정 부분 일리가 있다. 그런데 만약 내가 응원하는 팀이 저렇게라도 야구를 해서 이기면 몇 가지 아쉬운 점은 있더라도 기분이 좋더라는 것이다. 투수들이 좌르르 등판하여 꾸역꾸역 경기를 이기고 나면 몇 시간이 걸리더라도 승리의 기쁨을 안고 집으로 돌아오더라는 것이다.


김재박 감독이 LG로 오기로 결정이 되었을 때, 번트야구에 대해서 많은 팬들이 우려를 했다. LG의 신바람 야구하고 김재박 감독의 번트 야구와는 맞지가 않는다고.. 그런데 하도 팀이 바닥을 기고 있어서였을까, 이대형이 기습번트로 출루하고 도루한 다음 2번 타자가 번트로 3루 보내고, 3번 타자가 스퀴즈로 불러들여 점수를 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매경기를 이렇게 하면 또 불만의 소리가 나오겠지만, 내가 응원하는 팀이 이기는 것을 보고 싶었다. 타선이 강공으로 점수를 낼 능력이 안 된다면 번트를 대서라도 점수를 내서 이겼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다른 팀의 팬이 볼 때는 얄밉고 짜증나는 경기일지라도, 프로 구단은 응원하는 팬들에게 승리하는 경기를 보여주어야 한다. 홈런 6개를 치면서 22대 17로 이기나, 투수 돌려막기와 스퀴즈로 1대 0으로 이기나 승리하는 것은 똑같다. 진정 자신이 좋아하는 팀을 응원하는 팬들이라면 규칙 안에서 경기를 하여 이긴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다.


김재박 감독이 LG로 와서는 예전만큼 번트를 많이 대는 것 같지 않아 보인다. 당연히 LG의 투수진들이 점수를 지켜낼 수 없으니 경기가 팽팽해서 선취점을 내야 할 때나 하위타선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타자들에게 맡기는 것 같다. 작년까지만 해도 김재박 감독에 경질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요즘에는 그 수가 확 줄어들었다. 최근 KIA의 조범현 감독 경질론도 조금은 수그러들었다고 하고, 반대로 로이스터 감독에 대한 불만의 소리는 조금 더 많아졌다니 역시 프로는 성적으로 모든 것을 말하는가 싶다.


그나저나 김성근 감독의 경기 스타일 중 잦은 투수교체는 이미 한국 야구의 트렌드가 되었다. 덕분에 우리 경기 시간은 다른 나라보다 훨씬 길고 조금 지루한 면이 있기도 하다. 그런데 이는 열심히 하고 있는 선수들에게 미안하지만 과거처럼 강력한 투수가 없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선동열, 최동원 시절에 이 선수들은 하루 쉬고 나와서도 혼자서 몇 이닝을 무식하리만큼 공을 뿌려주었으나 요즘에는 이런 투수를 찾기가 힘들다. 선발 투수의 완투가 사라져 가고 있고, 중간에서도 2이닝 이상 길게 가 줄 수 있는 투수를 찾기도 힘들다. 사상 최악의 타격전이었던 15일 목동 경기만 보아도 어떻게 한 타자 막기가 힘드니 이런 투수들에게 몇 이닝을 맡기고 한 두번의 투수 교체로 경기를 마무리하는 것은 애시당초 어려운 일이다.


만약에 한 팀의 선발 투수진이 선동열-최동원-이상훈-정민태-봉중근(LG팬이라 취향이 반영되었음)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어느 감독도 이런 벌떼 야구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 여기에 전천후로 뛸만한 송유석 같은 투수에 마무리 김용수가 있으면 1군 엔트리에 투수를 7명만 올려도 될 것이다. 교체는 기껏해야 한두 번이고, 때로는 선발 투수가 경기를 마무리지어 줄 터이니.. 그러나 우리 야구가 발전하면서 타자들의 힘이 부쩍 늘었고, 예전처럼 타자를 압도할 만한 투수는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그러니 어쩌랴 어떻게든 9이닝을 최소실점으로 막아야 하니, 이런 저런 투수를 다 불러모아 어떻게든 막아보겠다는 것이다. 기계 부속품처럼 짜맞추는 느낌이 들지만, 이는 선수들에게는 오히려 행복한 일이다. 이런 방식의 투수 교체가 없다면 정말 미안하지만 지금 LG에서 좌완 스페셜리스트로 나오는 류택현 선수는 유니폼을 벗고 다른 일을 찾아야 할 것이다. 선수마다 능력이 다르고 자신의 장기를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다르니 여기에 맞추어 선수에게 능력에 맡는 임무를 부여하는 것이다.


신기한 것은 이미 팀을 떠난 선수들이 그에게 싫은 소리를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한국의 정서에 그런 말을 대놓고 할 수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싫은 소리를 하지 않는 것만이 아니라 좋은 말만 하고 있더라는 것이다. 그와 단 1년을 같이 했던 양준혁 선수가 "야구에 혼을 심는 것을 배웠다" 고 하는 것이나, 역시 얼마 함께 하지 않았고, 야구계를 떠나버린 이상훈이 스승의 날에 화분을 선물할 정도라는 것은 TV를 통해서, 혹은 관중석에 앉아서 경기만을 보는 사람들은 모르는 무엇인가가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김성근 감독이 한국 야구계를 주름잡는 실력자이기 때문에 은퇴 후에 덕을 보겠다고 아부하는 것은 당연히 아니요, 오히려 그 반대일지언대 그렇게 감사의 표시를 하는 것을 보면 "이 사람(주 : 나이 어린 사람이 반말을 해서 죄송하지만, 여기서는 존대를 하지 않겠다)이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구나" 고 생각을 하게 된다. 승부욕 덕분에 매너 없는 경기를 한다고 하는데(주 : 이 부분은 내가 전 경기를 본 것도 아니고, 김성근 감독이 승부욕이 강한 것은 여기저기서 드러나니 어느 정도는 사실일 수도 있다고 하겠다), 일정 부분은 왜곡 전달된 것도 없지 않아 있는 듯하다. 특히 김성근 감독이 데드볼 이후 사과했다고 2군으로 내려보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님이 드러났지만, 언제나 "왜곡된 진실" 은 나중에 바로잡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정근우, 윤길현, 채병용, 그리고 박재홍은 SK와 김성근 감독을 욕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인물들이다. 이들의 행동이 잘 한 것이라거나 감독과 선수 관계가 "사제 관계" 로 얽힌 한국 야구에서 김성근 감독이 선수들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책임에서 자유롭다고 말할 수 없다. 다만 그 대상이 SK이고, 김성근 감독이기 때문에 과장, 과대 포장이 되는 면은 없지 않아 보인다. 타 구단에는 별의별 사회적 범죄를 저지르는 선수들이 있지만, 이 선수들의 감독들은 선수 통제를 못했다고 김성근 감독처럼 비난받지는 않는다. 선수 개개인에게 그 비난이 집중될 뿐이고, 가끔 구단을 싸잡아 욕을 하지 로이스터 감독이나 김경문 감독이 선수가 경기장 바깥에서 일으킨 사건 때문에 크게 욕을 먹는 것 같지는 않다. 채병용이 조성환을 맞춘 것이 고의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그 상황에 빈볼을 던질 필요가 있었나 싶지만 판단을 유보해두고),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박재홍의 행위이지만 그 비난은 해당 선수들을 넘어 감독과 구단으로 향했다. 문제의 사구 역시도 SK가 아닌 다른 팀에서 맞추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LG의 박경수는 두산 김선우에게 머리를 맞은 이후 손목에 또 공을 맞아 결국 2군으로 내려갔다. 그러나 두산을 질책하는 목소리는 찾기 힘들다. LG 유니폼을 새로 입은 이진영에 대한 자료를 찾다보니 SK시절 KIA 이범석의 공에 늑골을 맞아 시즌 아웃된 적이 있었고, 이범석은 작년에는 김태완의 얼굴에 공을 던진 적이 있지만 그에 대한 비난의 강도는 크지 않았다.


SK가 너무 잘 나가기 때문에, 그것도 김성근 감독이 부임하고 2년 연속 통합 우승에 올해도 선두를 달리는 것에서 공공의 적이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에 대해 과거 해태가 전성기를 달릴 때 지금의 SK처럼 공공의 적이었는지, SK가 더러운 경기를 하기 때문에 비난을 받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이 나오겠지만, 이에 대해서는 그럴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불행히도 해태가 V9를 하던 시절에는 전 경기를 방송으로 중계하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모든 비난과 논쟁의 중심인 인터넷이라는 것이 있지도 않았다. 지금에야 모두가 실시간으로 경기를 볼 수 있고, 그에 대한 글을 바로 올리며 자유롭게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중의가 형성이 되지만 당시에는 경기를 보고 같이 어울려 경기를 본 사람들과 술 한 잔 하는 것이 야구 관람 이후의 커뮤니케이션의 전부였다. 다음 날 신문에 경기 결과가 나와도 독자들이 접할 수 있는 것은 신문 기사일 뿐, 확대 재생산하는 댓글과 팬 커뮤니티의 글은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이다. 따라서 해태가 공공의 적일지라도 그에 대한 의사 표현은 경기장에 모인 관중들과 가끔 중계되는 경기를 보는 야구팬들의 개인적인 의견에 불과했다. 지금처럼 팬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수백 명, 수천 명이 클릭하여 읽고 나서 동조하는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김성근 감독의 WBC 감독 제의 고사 부분은 그를 향한 비난 여론에 더욱 불을 지폈다. 그러나 내가 들었던 생각은 김성근 감독이 단기전인 WBC의 특성상 거절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애초부터 KBO와는 사이가 좋지 않은 것은 너무도 당연한 사실이고, 김성근 감독의 야구가 상대를 철저히 분석하고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자신이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찻집에서 30분도 안 되어 끝났다는 무성의한 감독 제안 등 KBO가 김성근 감독을 원하지 않았다는 것도 감독직을 거부하는 하나의 이유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김성근 감독이 그 파장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가뜩이나 자신을 비난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또 하나의 빌미를 제공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여기서 그를 옹호하지는 않겠다. 상황이 어찌되었든 책임을 회피한 것은 사실이고, 이에 관해서 논쟁하고 싶지도 않으니..


글을 시작했으니 마무리를 지어야 하는데, 주저리주저리 늘어놓고 정리하려니 쉽지가 않다. SK가 싫고 김성근이 싫다는 것은 개인의 취향이요, 이는 자유로운 의사로 존중받아야 한다. 그리고 SK의 선수들이 잘못한 것은 사실이요, 개중에는 비판받을 것도 있다. 다만 SK니까, 김성근이니까 편견을 가지고 다른 잣대로 그들을 평가하지 말자는 것이다. 김성근 감독이 바른 말을 하면, "김성근이 싫다. 하지만 김성근의 저 말은 이치에 맞다" 고 하면 되는 것이다. "너나 잘하세요" 라는 식으로 잘못을 들추고 흠집을 내고자 한다면 완전 무결한 사람이나 뭐라고 말을 할 수 있겠다. 털어서 먼지 안 나고, 모든 것이 완벽한 사람은 어디에 있겠나.

'야구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화 김정준 코치 페이스북 글 2편  (0) 2016.04.17
한화 김정준 코치 페이스북 글  (0) 2016.04.17

LG의 이진영, 이병규는?

2009. 5. 17. 00:42



이진영이 올시즌 핀스트라이프를 입으며 LG에 합류한 이후, 그가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관중석에서는 "LG의 이진영" 이라는 응원가가 흘러나온다. 지난 2년간 어느 선수도 그 노래를 들을 수 없었던, 상징적인 "LG의 아무개" 노래가 새로 입단한 선수에게 주어진 것이다. 이진영이 국민우익수라 불릴 정도의 좋은 선수이고 그의 합류가 정말 반갑지만, 이제 갓 입단한 선수에게 그 노래를 부르는 것을 듣다보면 좀 복잡한 기분이 든다. 그 노래의 원주인이었던 이병규는 누가 뭐래도 입단 이후 10년 동안 LG의 간판이었고 가장 사랑을 받는 선수 중의 하나였다. 2006 시즌을 마치고 나고야행 비행기를 탔지만, 계속 그의 복귀설이 흘러나올 정도로 여전히 많은 팬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덕분에 그가 없는 동안에도 팬들은 그의 응원가를 다른 선수를 향해 부르지 않았고, 심지어 LG의 프랜차이즈 선수인 조인성, 박용택 등도 "LG의 아무개" 로 칭해지지는 않았다.




이진영은 프랜차이즈 선수도 갖지 못한 "LG의 이진영" 칭호를 얻었다. ⓒ 연합뉴스




이병규는 일본 투수들의 변화구에 약점을 드러내며 자신의 장점인 공을 맞추는 능력을 살리지 못했다. 지난 두 시즌 동안 3할은 커녕 2할 7푼에도 미치지 못하는 타율. 간간히 한 방을 날려서 생명연장을 하더니 올 시즌에는 개막부터 2군에서 시작하며 아직 1군 경기에 출전을 못하고 있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한국 복귀는 없다고 선언한 이병규였지만, 올해 계약이 만료되면 현재까지의 그의 성적과 그리고 적지 않은 그의 나이로 보건대 그가 현 소속팀인 주니치와 계약을 연장하거나, 다른 팀으로 이적할 가능성은 아주 낮아보인다. 큰 것 한 방을 날릴 수 있는 장거리 타자가 아닌 그가 정확한 타격을 못하는 상황에서 용병 쿼터를 소진해가며 계약할 필요를 느낄 것 같지는 않고, 더구나 그는 이승엽처럼 방송사에서 막대한 중계권료를 가져다주는 선수도 아니다.




일본에서 활약 중인 이병규 ⓒ 일간스포츠



비록 그의 일본 진출이 실패한 것으로 보이지만, 국내 투수들이 변화구 구사와 제구력에서 일본 선수들에게 아직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에서는 여전히 3할에 근접한 타율을 기록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가 복귀한다면 아무래도 친정팀이었던 LG일 가능성이 크다. 작년까지만 해도 김재박 감독은 이병규가 복귀했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피력한 바 있지만, 올 시즌 이진영을 FA로 영입하면서 그의 필요성이 급감해버렸기 때문. 그러나 여전히 주전 경쟁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LG의 팀사정과 그를 기억하는 많은 팬들(그는 94년 신인 3인방 이후 잘 나가던 90년대를 추억할 수 있는 마지막 남은 선수다)은 그의 복귀에 대한 기대를 하게 한다. 박용택-이병규-이진영으로 외야 라인을 구축하고 이대형, 안치용이 이들과 경쟁한다면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병규의 나이가 적지 않다는 점이 걸리지만, 그보다 나이가 많은 전준호, 이종범도 충분히 좋은 활약을 하고 있다.


외야가 아니라면 이병규가 맡을 수 있는 포지션은 1루수와 지명타자가 있는데, 올해 서로 수비와 지명타자를 번갈아가며 맡고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페타지니-최동수 콤비에게 미안하지만 역시 또 하나의 경쟁자가 출현하면서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올 것이다. 안타깝게도 현재로서는 이 둘을 대신할 수 있는 선수가 없다는 점 역시 팀으로서는 염려가 되는 부분이고, 노장 세 명이 돌아가면서 나오는 것은 나쁘지 않아 보인다.




여전히 LG의 이병규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많다. ⓒ OSEN



달라진 프런트와 최근의 프랜차이즈 스타 우대 정책은 이병규가 국내 복귀시 LG가 그를 반길 것으로 믿지만, 지난 2007년 초의 동계 전지 훈련 참가 거부로 빚어진 갈등이나, 그의 등번호 9번을 올해 입단한 오지환에게 배정한 것 등은 조금 염려되는 부분이다. 국내 구단들은 출신 선수가 해외 진출시 선수의 등번호를 돌아올 때까지 다른 선수들에게 배정하지 않고 남겨두지만(이상훈의 주니치, 보스턴 시절에도 47번은 그의 몫으로 남아 있었다), 그가 내년 복귀가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다른 선수에게 번호를 배정한 것은 예사롭지는 않아 보인다.


그러나 다른 7개 구단이 이병규가 여전히 수준급의 기량을 가지고 있더라도 선뜻 영입 의사를 밝히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LG의 이병규였던 그의 고착화된 이미지는 그의 영입을 주저하게 만들 것이다. 따라서 공은 이병규의 복귀 의지와 LG 구단에 달려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는 이병규라는 한 선수에게 최악의 상황이 닥친 것을 가정한 것이고, 내년에 복귀하지 않더라도 올해 일본에서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연패 팀끼리의 단두대 매치는 궂은 날씨 속에 의외의 승부가 펼쳐졌다. 양 팀의 선발 투수들이 강하지 않아서 타격전이 벌어질 것은 충분히 예상 가능했지만, 둘이 합쳐 39점이나 뽑아내는 서커스야구까지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히어로즈는 분위기 쇄신을 위해 2군으로 내려가 있던 이숭용, 송지만, 김동수 등이 한꺼번에 복귀하면서 좋은 활약을 보여주었지만 충분히 잘 하고도 투수진의 부진으로 7연패에 빠지고 말았다. LG는 25안타를 몰아치며 SK를 제치고 시즌 팀타율 1위(.287)로 올라섰으나, 팀방어율은 6위(5.10)로 추락하고 말았다.

이 날 나온 기록을 살펴보면

한 경기 최다안타 40개(LG 25개, 히어로즈 15개)
한 경기 최다득점 39점(LG 22점, 히어로즈 17점)
한 경기 최다루타 84루타(LG 47개, 히어로즈 37개)
역대 11번째 팀 싸이클링 홈런 LG(1점 박용택, 이진영, 2점 박용택, 권용관, 3점 이진영, 4점 페타지니)
LG트윈스 최다실점 승리, 히어로즈 최다득점 패배
LG트윈스 최다이닝 득점 타이기록 8이닝

이 밖에도 연타석 홈런(박용택, 이진영), 백투백 홈런(페타지니, 이진영), 한 경기 2홈런 선수 4명 (박용택, 이진영, 송지만, 황재균)이 나올 정도로 무시무시한 타격전이 펼쳐졌다.

<발단>

1회초에 박용택의 선두타자 홈런을 비롯 2점을 선취한 LG는 1회말 수비에서 브룸바를 거르고 송지만과 승부를 택했다가 초구에 역전 쓰리런 홈런을 맞고 말았다. 그러나 2회초 박용택의 연타석 투런 홈런으로 다시 역전을 했고, 3회초에도 1점을 추가하여 5대 3을 만들었다.


<전개>

선발 정재복은 1회 3실점 이후 2회는 삼자범퇴로 막으며 안정되는 모습이어서 초반 분위기는 LG의 우세로 가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모 야구인의 명언이자 절대적 진리인 "야구 몰라요" 가 여기서부터 등장하게 된다. 히어로즈는 3회말 공격에서 선두 타자 황재균이 솔로 홈런을 치며 한 점차로 추격을 했고, 이택근의 안타 이후 브룸바의 타구를 LG 2루수 박용근이 실책을 저질러 병살 위기에서 벗어나 무사 1,3루의 찬스를 맞이하면서 정재복을 압박했다. 이미 1군 복귀 축포를 쏘아 올렸던 송지만은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로 다시 타점을 올리며 정재복을 아예 끌어내렸다. 이어 등장한 이재영은 이숭용, 김동수에게 연속으로 2루타를 맞고 3점만(?)을 더 내주고 3회말을 마쳤다.


<위기>

4회초 히어로즈는 리드를 지키기 위해 선발 김수경을 내리고 강윤구를 마운드에 올렸다. 강윤구는 선두 타자 권용관에게 안타를 허용했지만 이대형을 병살타로 잡아내며 쉽게 이닝을 마무리했고, 이제 경기에서 중요한 대목 중의 하나인 4회말 히어로즈의 공격이 돌아왔다. 3회말 이재영에게 2루타 두 방으로 경고 사격을 했던 히어로즈 타선은 브룸바의 적시타, 송지만의 쓰리런 홈런으로 두들기더니 김동수가 솔로 홈런으로 완전히 보내버렸다. 점수는 13대 5. 아무리 히어로즈의 투수진이 약하다고 해도, 그리고 LG가 8점은 한 회에 우습게(?) 뽑아낼 수 있는 점수라고 해도 지난 이틀 동안 물에 젖은 방망이를 휘두르던 팀이 경기를 뒤집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절정>

4회말 2사 이후 마운드를 이어받은 김광수는 전날 홈런으로 무너졌던 SK전과는 달리 히어로즈 타자들을 완벽히 제압하며 6회말까지 무실점으로 막았다. 그 사이 LG는 5회초 최동수와 권용관의 안타로 3점을 추격하며 13대 8로 따라붙더니, 6회초에는 이진영의 쓰리런 홈런을 포함 4점을 내며 한 점차로 추격하였다. 그러나 여기까지는 이 역전대하드라마의 서막에 불과했다. 마침내 7회초 박용택, 이대형, 정성훈이 하나씩 차곡차곡 루를 채운 LG는 마법의 지니 페타지니가 역전 만루포를 쏘아 올리며 경기를 뒤집어버렸다. 이어 이진영이 쐐기를 박는 백투백이자 연타석 솔로 홈런을 쳐내며 반전드라마 연출에 성공했다. 여기서 끝났더라면 8점차를 극복한 대역전극에 불과했겠지만 히어로즈의 반격은 거셌다. 7회말에 황재균이 정찬헌을 상대로 3점 홈런을 치며 다시 한 점차 추격에 나선 것이다.



 


투수진 궤멸의 경기에서 그나마 살아남은 투수였던 김광수 ⓒ 마이데일리



<결말>

8회초 LG는 김태완과 페타지니의 안타로 2점을 추가하며 리드를 3점차로 벌렸고, 8회말 수비를 정찬헌이 삼진 두 개 포함 삼자범퇴로 막으며 깔끔히 끝냈다. 9회초 권용관의 투런 홈런을 포함 3점을 내면서 승리를 굳혔다. 9회말에 등판한 우규민은 투아웃까지 잘 잡고 갑자기 난조를 보이며 1실점, 그리고 만루 위기를 맞았으나 브룸바를 유격수 직선타로 막고 힘들게 팀 승리를 지켰다.


이렇게 타선이 폭발하는데 어느 타격 코치가 흐뭇하지 않을 수 있을까 싶지만 한 주에 내어 줄 점수를 한 경기에 모조리 내주고 만 투수들을 보는 투수 코치의 심정은 답답하다는 말로 표현할 수 없어 보인다. 3과 1/3이닝을 1실점으로 막고 승리투수가 된 김광수가 경기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보인 투수라는 것은 양 팀의 투수진이 얼마나 허약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히어로즈가 7연패에 빠지며 계속 부진한 것도 허약한 투수진 덕분이고, 한동안 안정세를 보이던 LG의 마운드도 SK를 만나 불이 나고 난 뒤에는 방화신기가 부활하는 듯한 조짐이다.





다카하시 미치다케 투수코치. 최악의 마운드를 이 정도로 만든 것도 다행이지만 아직 과제가 많다.



선발로 롤러코스터 피칭을 하는 정재복은 현재 팀의 2선발의 중임을 맡고 있지만, 박명환과 새 용병 바우어가 성공적으로 선발진에 합류한다면 중간 계투로의 보직 변경을 고려해야 할 것 같다. 김재박 감독은 최원호와 이범준을 불펜으로 돌리겠다고 했지만, 구위가 아닌 기교로 승부하는 최원호는 중간 보직이 어울리지 않고, 현재까지 정재복보다 5이닝을 막기에는 더 나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우규민을 대신할 마무리 투수를 찾아내는 것이지만, 이미 시즌이 시작한 상태이고 시장에 나올 만한 쓸만한 투수가 없기에 별다른 방책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페타지니는 이 날 홈런 1개 포함 3안타 5타점을 추가하며, 타점 2위로 뛰어올랐고, 타율 1위, 홈런 2위를 질주 중이다. 일본야구를 흔들었던 괴물 타자가 한국에서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할 수 있을 지 기대된다. 현재 장타율과 출루율에서도 독보적인 1위를 질주중인 페타지니는 여전히 볼넷이 삼진보다 많고, 주력이 거의 상실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병살타를 1개밖에 치지 않았을 정도로 엄청난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다른 타자들이 그를 보면서 배우는 긍정적이 효과도 많다고 하니 작년 불화운을 방출하면서 퇴물을 영입하는 것이 아닌가 싶던 LG의 도박은 현재까지는 대성공이다.




LG의 올시즌 상승세의 주역 페~ 페~ 페타지니 오오오~ ⓒ 마이데일리


LG는 연패를 끊고 승리를 챙겼지만 다음 주에 광주에서 만나야 할 4위 KIA가 3연승의 상승세를 타고 맹추격 중에 있는 것이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마운드의 열세는 김재박 감독과 다카하시 코치를 비롯한 코칭스태프들의 큰 고민거리임에 틀림없다. 그나마 위안인 점은 3연전 첫 경기에 봉중근이 등판한다는 점이지만, KIA에서도 가장 좋은 페이스를 보이고 있는 양현종이 등판하는 것이 반가운 일은 아니다. 양현종은 아직 언론과 팬의 주목을 받고 있지 못할 뿐, 류현진, 김광현보다도 더 뛰어난 투구를 하고 있다.


오늘 경기는 LG는 봉중근 다음가는 필승카드인 심수창이 선발 등판하며, 히어로즈는 첫 승에 도전하는 좌완 에이스 장원삼이 나온다. 장원삼이 좌타자가 많이 포진한 LG를 맞아 부진을 떨치고 첫 승을 거둘 수 있을지, 아니면 심수창이 4승째를 수확할 수 있을 지는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대개 대량득점 경기 후에 타선이 급침묵을 지키는 경우가 많고, 두 팀의 불펜진이 뻥 뚫려 있어서 선발 투수가 리드한 상태에서 내려오더라도 승리를 지킬 수 있을 지가 의심스럽다. 



두산은 소리없이 7연승을 달리며, KIA에 패한 선두 SK 추격에 시동을 걸었다. 반면 두산에 패한 삼성은 4연패, 최근 7경기에서 1승 6패의 부진을 보이며, 4위에서 밀려난 데 이어 6위 롯데에 추격을 허용하고 있다. 롯데는 신나는 4연승으로 엘롯기 팀이 모두 승리를 합창했다. 깊은 부진에 빠진 한화와 히어로즈의 분발이 필요하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