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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이미 한물 갔다지만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이라고 할 수 있던 멕 라이언을 보는 것은 상당히 기분 좋은 일이다. 90년대 들어서 멕 라이언이 출연했던 영화를 하나씩 보면서 그녀를 상당히 좋아했고, 특히 1993년 작품인 시애틀의 잠못이루는 밤(Sleepless in Seattle)을 보면서 트렌치 코트를 입고 나왔던 그녀의 모습이 참 예뻤다. 이 영화는 시애틀 이후 5년만에 뉴욕을 배경으로 주연 남녀배우와 감독이 다시 만나 만든 작품이라 기대가 컸다. 고등학교에 다닐 때 개봉을 했지만, 첫 번째 영화관람의 암흑기였던지라 10년이 훨씬 지난 이제서야 DVD를 통해서 멕 라이언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그다지 촌스럽지 않다는 점이 상당히 신기하고 놀라울 정도였다.




시애틀이 러브 어페어의 리메이크작이었다면, 유브 갓 메일은 모퉁이 서점이라는 40년대의 영화의 리메이크라고 한다. 원작에서는 주인공들이 엽서를 주고 받으며 "펜팔" 을 했다고 하는데 90년대 말의 주인공들은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투박한 검정색 IBM 노트북을 사용하고, 전화선 모뎀을 이용해서 삐비빅 하는 소리와 함께 AOL을 통해 인터넷에 접속한다.(영화의 제목인 "You've got mail" 은 메일이 도착했으면 AOL에 접속할 때 나오는 소리라고 한다.) 하긴 나도 그 때 친구의 엄마 몰래 전화선에 연결해서 당시 좋아하던 머라이어 캐리의 사진 한 장을 받느라 엄청난 시간을 소비했던 기억이 난다. 이제 나이가 들어가는 것인지 시간이 지난 영화는 예전 추억을 되새길 수 있게 해주어서 참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캐슬린 켈리(멕 라이언 분)는 어머니로부터 아동 서점 "The shop around the corner" 를 물려받아 운영하고 있고, 조 폭스(톰 행크스 분)는 대형 서점 업체인 "The fox and sons books" 의 사장이다. 이 둘은 뉴욕의 같은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고,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지만 서로의 존재를 모른 채 인터넷상에서 "Shopgirl" 과 "NY152"라는 아이디로 자신의 이야기를 상대방에게 전하며 친해진다.

조는 캐슬린의 가게 맞은 편 코너에 새로운 점포를 개업하기에 앞서 캐슬린의 가게에 들러 살펴보고 그녀와 . 그러나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 자신의 성 폭스는 말하지 않는다. 조의 서점이 개업하면서 가격 할인 및 물량 공세와 서점 내의 에스프레소 카페 입점 등을 앞세워 모든 고객들을 끌어들이고 캐슬린의 서점은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한다.

메일로 자신의 사업이 잘 되어가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조언을 구하는 캐슬린. 조 역시 상대방이 캐슬린일 것이라는 것은 상상하지 못하고 조언을 해주는데, 실망이 커져가는 캐슬린은 조에게 직접 만날 것을 제안한다. 약속된 장소에 간 조는 자신이 그동안 메일을 주고 받던 사람이 캐슬린이라는 사실에 놀란다. 조는 차마 자신이 캐슬린이 기다리는 사람이라고 할 수가 없어 정체를 밝히지 않고, 캐슬린은 자신을 위기로 몰아넣는 조에게 험한 말을 하고야 만다.

결국 캐슬린은 서점의 문을 닫기로 결심하는데, 미련이 남았는지 자신에게 시련을 안겨준 조의 서점을 잠시 들러 아동 서적 코너를 돌아보다가 슬픔이 북받쳐 오르며 눈물을 흘리게 된다. 어느 고객의 질문에 자신의 직원이 알지 못해 당황하고 있을 때 울먹이며 그것을 상세히 알려주는 캐슬린의 모습을 본 조는 그녀에 대한 연민을 느끼며 그녀를 다시 보게 된다. 캐슬린이 서점을 닫은 이후 조는 그녀의 집을 찾아가 친구가 되고 싶다며 접근하고, NY152라는 아이디를 쓰는 사람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자작극을 펼치면서 조금씩 친해진다. 마침내 조는 캐슬린에 대한 감정이 사랑임을 확신하게 되고 캐슬린에게 만나자고 메일을 보낸다. 조는 자신의 개와 함께 등장하여 약속 장소에서 기다리고 있던 캐슬린을 안으며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나이는 들었지만 여전히 귀여운 멕 라이언과 모든 것을 알면서도 능청스러운 연기를 보여준 톰 행크스는 이 영화에서 세 번째로 만나며 완벽한 호흡을 보여주었고, 두 사람의 호연을 보면서 두 시간이 금방 지나가버렸다. 다만 캐슬린이 자신의 삶에서 소중한 부분이었던 서점의 문을 닫게 한 조에게 사랑을 느낄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또 두 사람 모두 애인과 동거하던 중 상대와 메일을 주고 받으며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애인과 결별을 하는데, "서양 사람들은 원래 쿨하지 않니?"라고만 하기에는 조금 걸리는 부분이 없지 않다. 로맨틱 코미디를 감성으로 즐기지 못하고 너무 이성적으로 생각을 하려고 하는 것이 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원수지간에서 사랑하는 사이로 되는 과정에서 쉽게 납득할만한 계기가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뭐 그래도 멕 라이언을 다시 본 것만으로도 어디냐, 개인적인 평점은 그녀의 귀여운 미소 보너스 점수를 더해서 7.0 / 10 .

- 이 글은 네이버 블로그 "잠꾸러기의 이런저런 이야기" 에 올렸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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