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고야역

#19. 신슈소바

2019. 3. 10. 16:53

특급열차 와이드뷰 시나노

신칸센에 몰빵하기로 유명한 JR토카이의 몇 안 되는 재래선 특급열차 중 하나다. 오사카역에서 토카이도본선을 통해 나고야에 도착해서 나가노로 가는 열차도 있었는데 2016년 3월 다이어 개정 이후에는 나고야에서만 출도착을 하고 있다. 신칸센으로도 나가노까지 갈 수 있지만, 한 번에 갈 수는 없고, 나고야에서 토쿄를 거쳐 나가노까지 가야하는 돌아가는 경로라서 시간과 돈이 남아 돌아서 막 쓰고 싶은 사람 외에는 추천하지 않는다.

 

15시 정각에 출발하는 특급 시나노를 탄다.

 

나고야역

역의 안내판이라든가 여러 부분에서 다른 JR동일본, JR서일본과 비교되는 곳이기도 하다. 요즘 어지간한 JR동일본이나 JR서일본의 역에는 일본어, 영어 외에도 한국어와 중국어까지 병기를 하고 있는데, 여기는 달랑 영어와 일본어만으로 되어 있다. 아무래도 토쿄와 오사카라는 양대 도시를 가진 곳이라 사람들이 많이 오지만, 이 회사는 신칸센에만 목을 매달고 있어서 이런 작은 부분은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다. 머지않아 츄오신칸센이 개통되면 한 시간에 토쿄에서 나고야까지 갈 수 있게 되니 사축이 늘어나지 않을까 싶은데..

 

토카이도신칸센으로 세운 JR타워를 보면 얼마나 장사를 잘해온 것인지 알 수 있다.

츄오신칸센 개통 후에는 얼마나 돈을 더 긁어모을 것인지..

 

나고야 시내를 벗어나면 이렇게 금방 시골이 나온다.

 

나가노는 1998년 동계올림픽을 개최했던 곳이고, 몇 번 다녀온 적 있고, 막차를 놓쳐서 역 안에서 노숙을 한 적이 있는데.. 나가노에는 몇 번 가봐서 별로 가고 싶은 마음은 없고.. 

 

나고야에서 나가노까지의 경로는 아래의 링크를 참조하시길.

https://goo.gl/maps/e3SptMTf4gy

경로는 다르지만 오전에 타고 온 타카야마본선과 크게 다르지 않은 느낌인데..

 

근처에 강이 있는 것 같고

 

역시 빈 자리가 많다.

 

산 밖에 안 보인다.

평소에 출장이나 업무를 위해 다니는 사람이 없으면 이 열차도 이용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 같다.

 

선로에서 멀지 않은 저 가정집은 열차가 지나다닐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은데, 오래 살다 보면 익숙해지는지 궁금하다. 소음에 상당히 예민한 편이라 기찻길옆에서 살면 힘들 것 같다.

 

구름이 많이 끼었는데 비가 내리지는 않을 것 같다. 혹시라도 비가 내린다면 그냥 팔자려니 해야지..

 

재래선 열차이기는 하지만 이 선로를 이용하는 열차가 많지 않아서 생각보다 빨리 다닌다.

 

와이드뷰 히다나 시나노를 타면 창문이 커서 바깥 풍경을 보기는 좋지만, 풍경이 꼭 아름답기만 하지는 않다. 다만 산 속을 다니는 열차라 눈의 피로를 풀어준다는 초록색을 많이 보게 된다.

 

나가노로 향해 가고 있는데, 다른 날들에 비해 구름이 많은 것 같다. 다행히 비구름은 아닌 것 같지만..

 

열차는 계속 산 속으로 다니고 있고..

 

중간중간 차량이 지나다니는 도로 옆에도 철로가 있다.

 

창문 사이로 햇빛이 들어오면 사진도 이 모양이 되고..

 

대형 화물 트럭들이 종종 보이고

 

심정을 뚫고 있는 것인가..

 

카메라의 셔터 속도가 열차가 달리는 속도에 미치지 못해서 이 모양이네.

 

수력발전소 같은 시설도 보이고

 

철로와 가까이에 있는 도로는 왕복 2차선이다.

한국만큼 도로를 잘 만들어둔 곳이 그리 많지 않다.

 

이나가와발전소라는 곳이 보인다.

 

저기는 레미콘 공장 같다.

 

산 속으로 난 철로를 따라 다니다보니 이런 산촌의 풍경을 원없이 보게 된다.

햇빛이 들어와 눈이 부시네..

키소후쿠시마역

동일본 대지진으로 피해를 본 후쿠시마와는 전혀 다른 동네다.

키소후쿠시마역

이 역은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후쿠시마현과는 거리가 꽤 멀리 떨어져 있는데, 후쿠시마라는 이름 때문에 종종 오인을 받는다고 한다. 키소후쿠시마 다음에는 시오지리, 마츠모토, 그리고 종착역 나가노. 나가노는 1998년 동계올림픽을 개최했던 도시로 당시의 경기 장면을 본 기억이 있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시오지리역

학생들이 방과 후에 집에 가려는 모양이다.

 

어머 벌써 해가 지고 있네..

 

마츠모토에 도착했다.

종점인 나가노까지 가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릴 듯하여 마츠모토에서 내렸다.

마츠모토에서부터 이번 여정의 시작이었는데 다시 오게 되었다.

 

아즈사가 치바까지 가는 열차도 있었구나..

 

다시 마츠모토에 오게 될 줄은 몰랐는데..

 

봐도 어디가 어딘지 눈에 잘 안 들어온다.

어찌어찌하다보니 점심을 안 먹어서 뭐라도 먹어야겠는데..

 

가격이 만만치는 않은데, 신슈에 왔으니 신슈소바나 먹으러 소바를 파는 식당에 갔다. 어차피 내일은 아침밥 먹고 바로 나가야 하니 이게 밖에서 사먹는 마지막 식사가 될 지도 모르겠다. 튀김을 좋아하지만 이번에는 건강을 생각해서 버섯이 들어간 키노코소바를 시켰다. 평소에는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거나 일하다가 못 먹는 일이 흔한 사람이 건강이 뭐라고..

 

맛있겠다.

 

면은 수타면이라는 것 같은데..

 

소바든 우동이든 한국인은 국물 맛이 먼저이고, 일본인은 면의 식감이 먼저라고 하는 것이 다르다. 뜨거운 국물을 마시면서 "으아~ 시원하다!" 고 하는 한국인들이니..

 

이제 먹어 봅시다.

 

그럭저럭 사람들이 꽤 있는 것으로 봐서는 평판이 괜찮은 음식점인 것 같기도 하다. 일본에서는 혼자서 식당에 들어가서 음식을 주문하고 먹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 어색하지 않아서 편하기도 하고..

 

가게 한 구석에는 사케라든가 여러 가지를 기념품으로 팔고 있는 것 같다.

 

본격 수타 소바가게였구나..

 

동전을 처리하기 위해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 잔을 샀다. 음료나 간식류를 살 때 지폐를 내고 동전을 거스름으로 받다보니 생각 이상으로 동전이 남아서 1엔짜리까지 합쳐서 커피값을 계산했다. 한국에서는 커피전문점에 갈 일이 거의 없고, 연중 행사로 갈 때나 한 잔 정도 사마실까 하는 정도라..

 

신슈 소바를 먹고 안내소에 들어가서 알펜루트 관련해서 몇 가지 물어보고 바로 나고야로 돌아가는 열차를 탔다. 다음에 또 오시길 바란다고 하는데, 글쎄 한동안 일본의 츄부지역에는 갈 일이 없을 것 같아서.

'일본 JAPAN > 2017.06 알펜루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 귀국  (0) 2019.03.11
#18. 나고야에 갑시다  (0) 2019.03.10
#17. 게로온천 오가와야의 저녁식사  (0) 2019.03.04
#16. 게로온천가  (0) 2019.03.04
#15. 일본 3대 온천 게로온천  (0) 2019.03.03

#18. 나고야에 갑시다

2019. 3. 10. 15:32

아침을 내려가서 먹고 다시 올라와서 손목에 차고 있던 시계가 보이지 않아서 여기저기 찾아보다가 없길래 지난 밤에 욕탕 구석에 풀어놓았다가 챙겨오지 않은 것 같아서 로비에 내려가 혹시 파란색 천으로 된 시계줄이 달린 시계를 보지 못하였는지 문의를 하였는데, 그런 것은 보지 못했다고 한다. 비싼 시계는 아니지만 시계가 없으면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든다.


아침식사는 원하는 음식을 골라서 먹는 바이킹이다. 일본에서 여러 음식을 준비해놓고 입장한 사람들이 입에 맞는 음식을 골라 담아서 먹는 식사 형태를 바이킹이라고 하는데, 처음 들었을 때는 바이킹이 음식 이름인 것으로 알았다. 그런데 몇 번 경험을 해보니 뷔페식으로 여러 음식이 준비되어 있고, 이 음식들 중에서 골라서 먹을 수 있어서 선호하는 음식 위주로 골라 담아가서 먹을 수 있다. 당연히 식재료의 품질이 좋거나, 식사를 제공하는 숙박업소의 등급이 높고, 실력이 있는 조리사들이 있다면 더 좋은 음식이 나올 가능성이 높지만, 늘 그렇지만은 아닌 것 같기도 한데, 이 정도의 료칸이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불만 없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일 것 같다. 어쩌다보니 달걀을 많이 담은 것 같다.

 

아침부터 밥을 많이 먹는 편은 아니어서 그냥 적당하게(?) 담아서 왔다. 아침을 든든히 먹어야 한다고 하지만, 아침에는 입맛이 없어서 가볍게 먹고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집이었다면 저 음식의 절반도 채 먹지 않고 나왔을 것 같다.


어제와 비교하자면 구름이 조금 더 많이 있는 것 같지만, 맑은 날씨다.


저 다리 건너편에는 게로온천에서 유명한 스이메이칸이 보인다.


1996년에 손도장을 찍은 보도블럭이 깔려 있는데

20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여전히 멀쩡하게 잘 있다.


어제보다는 구름이 조금 많은 것 같지만, 비가 내릴 것 같은 날씨는 아니고..


게로역까지는 그냥 슬슬 걸어가면서 시계를 잃어버려 쓰린 속을 달랜다.


예상했던대로 게로역은 멀지 않아서 설렁설렁 가다보니 금방 도착했다.


하행편 특급열차 히다가 들어왔다. 나고야로 가야하니 이 열차는 그냥 보내기로 하고..


상행열차를 기다리고 있는데..

게로역은 썰렁하다...

 

역 주변에는 온통 온천료칸 건물들이 잔뜩 있다.

이렇게 많은 료칸들이 이 곳에 몰려있다는 것은 곧 이 동네에 유량이 아주 풍부하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면 되겠다. 게로역을 지나는 타카야마본선은 단선 선로에, 전동차가 다닐 수 없는 구간이어서 디젤 동차가 객차들을 끌고 다니는데 도중 교행을 위해 일부 역에 교행이 가능하도록 해 두었다.

 

짐이 있으니 일단 나고야에 가서 호텔에 짐을 맡겨놓고 다른 곳 구경을 하러 가는 것이 나을 것 같다. 비즈니스호텔에 체크인은 빨라야 오후 3시부터이기에 그 시간 동안 어디 있을 곳도 없지만, 일단 나고야행 특급 히다를 타고 나고야로 간다. 게로에 짐을 두고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것은 번거로운 일이라..


아직 장마철이 아니라 그런지 물이 얼마 없는 것 같다.


카메라 렌즈 때문에 사진이 저렇게 나오는 것 같은데..

 

평일이라 그런지 사람이 별로 없다. 2년 전이었나 히다 열차를 탔을 때도 사람이 가득 찬 것은 보지 못했다. 한창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성수기에나 꽉 차지 않을까 싶은데..


타는 사람이 적으니 이렇게 빈 자리가 더 많다.

기름 태워서 달리는 열차라 비용도 많이 들 터인데..

 

급커브구간이 있는 것 같고


저 다리는 걸어가면 흔들리려나..


운행구간의 대부분에서 산을 볼 수 있다.

 


타카야마본선은 이렇게 산 속으로 난 철로를 따라 간다.


보이는 것은 산과 강...

그리고 가끔 몇 대씩 다니는 자동차들.

타카야마본선은 선로가 단선이라서 양방향으로 열차가 만나는 경우 교행역에서 교행을 한다. 이 노선의 수요가 많다면 당연히 복선화를 했겠지만, 재래선은 이미 반쯤 포기하고 신칸센에 몰빵하는 JR토카이에서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다. 츄오신칸센이 개통되어 상업운전을 실시하는 것만을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싶은데..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 날도 맑아서 우산쓰고 다닐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


한동안 비가 많이 내리지 않았는지 물이 깊어보이지는 않는다.

 

화물차도 잘 달리고 있네.


2차선 도로이지만 차들이 많이 다니지는 않아서 속도를 잘 내고 있는 것 같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지역이라 계속 산만 보인다.

높은 산들이 계속 이어지니 타카야마본선이라는 이름과 어울리는데..

 

계속 산이 보인다. 산을 지나면 또 산이 나오고 또 지나면 또 나오고..

 

이 정도 되면 산을 보는 것이 지겨워지기 시작한다.

그러다 이제 산에서 조금 멀어진 듯한데..


미노오타역 부근에 오니 뭔가 도시 분위기가 느껴진다.

이제 기후역만 지나면 나고야에 도착하는 것인가.


날씨는 여전히 맑다. 구름이 조금씩 떠다니지만 갑자기 흐려지거나 비가 올 것 같지는 않은데..

 

이 열차는 기후역에서 타카야마본선에서 토카이도본선으로 진입하여 나고야로 간다.


저기 있는 열차는 오가키행 열차인 것 같다.

 

나고야역은 2020년까지 고가화를 목표로 공사를 한다고 하는데..

 

어이쿠! 화물열차도 다니고 있다.

재래선에서 장거리를 이동하는 여객열차는 침대특급 선라이즈 이즈모, 세토 정도만 정규편성이 되어 있는데, 아마도 이 열차는 한동안 계속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을 것 같다. 아무리 신칸센이 빠르게 달린다 하더라도, 일본이라는 나라가 길게 뻗어있는 형태라 동쪽의 토쿄에서 서쪽의 후쿠오카까지 신칸센으로는 거의 5시간이 걸리고 가격이 비싸서 회사에서 교통비를 부담하지 않는 한 보통 사람들이 타고 다니기는 쉽지 않을 터이고..

 

열차는 나고야역을 향해 마지막 스퍼트를 하고 있다.

어느새 호로요이도 다 마셨다..

나고야역에 내려서 호텔에 짐을 맡겨놓고 24시간도 남지 않은 귀국에 앞서 마지막으로 가보지 않았던 곳을 찾아서 가봐야겠다.

'일본 JAPAN > 2017.06 알펜루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 귀국  (0) 2019.03.11
#19. 신슈소바  (0) 2019.03.10
#17. 게로온천 오가와야의 저녁식사  (0) 2019.03.04
#16. 게로온천가  (0) 2019.03.04
#15. 일본 3대 온천 게로온천  (0) 2019.03.03

귀국

2017. 3. 12. 16:55

눈을 떴는데 아침식사, 체크아웃, 택배 발송이라는 과제가 있어서 평소처럼 이불 속에서 눈을 뜨고 텔레비전을 보는 여유는 부리지 못하고 서둘러 일어나 씻고 옷을 입은 뒤에 아침을 먹으러 로비로 내려갔다. 


숙박객 대상 "무료" 아침식사

이 호텔 체인에 아주 뛰어난 시설과 서비스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냥 혼자서 방에 들어가서 씻고 자고 다음날 아침식사를 부담없이 할 수 있고, 포인트를 쌓아서 무료 숙박을 할 수 있어서 코가 꿰인 마냥 가급적 이 체인을 이용하고 있다. 2015년부터 여러 이유로 일본에 드나들면서 적지 않은 포인트를 쌓아서 돈 없어도 일주일 이상 묵을 수 있는 포인트가 쌓여 있다는.. 환율이 오르면 그 때 사용하려고 고이 간직하고 있다.

밥을 먹고 커피 한 잔 마신 후 방으로 돌아와 씻고 짐을 챙긴 뒤에 로비에 가서 인쇄를 몇 장 한 뒤 체크아웃을 하면서 잠시 짐을 맡겨 두고 우체국에 다녀왔다. 어딘가에서 우체국을 본 것 같은데, 정확히 어디였는지 기억이 잘 안 나서 한참 헤매다가 겨우 찾아서 갔다. 미리 구글 지도를 켜놓고 갔어야 하는데, 그 흔하디 흔한 우체국이 이렇게 안 보일 줄이야.. 우체국에 도착한 뒤에 화물의 크기에 따라 비용이 달라지므로 최대한 줄여서 가장 작은 60사이즈에 맞추느라 들고 간 상자를 잘라서 사이즈를 줄여서 새로 만드느라 많은 시간을 잡아먹었다. 보낼 것은 보냈으니 짐을 찾아서 다시 호텔로 걸어서 돌아가는데 날씨가 좋아서 산책하는 기분으로 설렁설렁 걸어서 돌아갔다. 다만 거리가 생각보다 멀고, 중간에 헤맨 덕분에 오전을 다 잡아먹었다. 호텔에서 늦게 나오기는 했지만 공항까지 갈 시간이 촉박해지는 것 같아서 조금씩 급해지기 시작했다.


별 의미 없이 그냥 건물 유리창에 비친 송신탑의 그림자를 한 번 찍어봤다.

호텔로 돌아가서 맡겨두었던 짐을 찾아 나온 뒤에 사카에역으로 걸어갔다. 신사카에마치역이 가장 가까운 역이지만, 사카에역으로 가면서 맑은 날에 산책을 조금 더 하면서 기분 전환을 위해서. 아직 꽃이 필 시기는 아니지만 길 가운데에 꽃들이 있다. 비닐하우스에서 키워서 심어놓은 것일까.


지난 밤에 찍은 사진은 엉망이었는데, 밝은 대낮이라 사진이 깔끔하게 나온다.


겨울이라 쌀쌀한데다 평일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다. 

마음 같아서는 나고야역까지 걸어가고 싶었으나, 이미 나고야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우체국까지 다녀온데다 짐이 있으니 한 시간 정도 걸릴 것 같아서 사카에역에 지하철을 타러 갔다. 사카에역에서 나고야역까지는 역 두 개의 거리이지만 다음 역인 후시미에서 나고야역까지의 역 간 거리가 좀 긴 편이라 돌아가는 마당에 고생하고 싶지는 않고. 

 

지하철 승차권. 사카에에서 나고야까지는 200엔.

일본과 비교했을 때 한국의 지하철 요금은 저렴하다..

일본에는 노인들에 대한 지하철 무임승차제도가 없다. 한국에서 실시하는 만 65세 이상 지하철 무임승차제도의 의의는 좋게 평가하지만, 갈수록 노인은 늘어나고 청장년층의 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이 제도가 이어질 수 있을 지는 잘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일정 횟수 정도 이용할 수 있는 바우처를 배부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유권자의 눈치를 보아야 하는 정치인들이 그런 결정을 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재정적인 문제보다도 내가 이 제도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는 지역의 사람들만 이 혜택을 보는 역차별적이고, 상대적으로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더 부유하기에 소득 역진적인 복지혜택이라는 점이다. 시골에는 지하철이 아예 없을 뿐 아니라, 버스조차 다니지 않는 교통 소외지역이 많은데 이런 곳에 지원을 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데, 목소리 큰 놈이 이기는 세상인지 어느 누구도 감히 이야기를 못하는 것 같다. 노인들이 투표를 열심히 해서 그럴까..


나고야역 지하상가

지하철을 타면 단 5분 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인 나고야역에 도착했다. 지난 이틀 동안 이 거리를 걸어서 두 번 왕복을 했는데, 덕분에 나고야역에서 사카에까지 걸어가는 길은 잊어버리지 않을 것 같다. 두 달 전에는 어디가 어디인지 가물가물해서 계속 헤매면서 바보짓을 했는데, 이제 별 어려움 없이 사카에까지 갈 수 있을 듯하다.


시간 여유가 있어서 나고야역 지하 상점가를 돌아다니다가 JR나고야역에 있는 서점에서 잡지 한 권을 사고, 메이테츠 나고야역으로 갔다. 토쿄나 오사카는 JR과 사철이 경쟁하는 구조인데 나고야는 메이테츠의 독점 노선이라 선택의 여지가 없다. 


스위트 2016. 2월호. 사실 내용이 중요해서 산 것은 아니고.. 표지모델이..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할 일도 없어서 바로 메이테츠나고야역으로 들어갔다. 메이테츠나고야역은 이 회사의 중심역임에도 불구하고, 3면 2선의 최악의 구조를 자랑한다. 가운데에 섬처럼 있는 승강장은 하차 전용으로 사용되며, 승차는 양쪽 끝에 있는 승강장에서 한다. 위의 사진에서 멀리 있는 승강장은 기후 방면, 즉 서쪽으로 가는 노선이고, 기다리고 있는 승강장은 토요하시 방면의 동쪽으로 가는 노선이다. 나고야역에서 츄부국제공항에 갈 때는 토요하시 방면의 나고야본선을 따라 진구마에(神宮前)역까지 가서 토코나메선으로 분기하여 토코나메까지, 그리고 토코나메에서 쿠코선(空港線. 공항선)으로 이동한다. 시간 여유가 있어서 뮤스카이가 아닌 특급열차를 타고 가도 무방해서 그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360엔 아껴서 아이스크림이나 사먹어야지..


토코나메역을 지나면 열차는 바다를 건너게 된다. 진행방향 왼쪽으로 공항은 아니고 물류업체 건물이 있고 사진에는 안 나왔지만 호텔이 있다. 오른쪽에는 활주로가 있는데 사진을 안 찍었다. 내려서 할 일이 뭐가 있겠는가 그냥 국제선 터미널로 직진해서 체크인을 하고 짐을 맡기고 설렁설렁 돌아다니는 것 밖에..


여기서 그녀를 다시 보게 되는군.

딱히 할 일도 없어서 그냥 탑승수속을 빠르게 진행한 뒤 안으로 들어가서 기다렸다. 빨리 집에 가고 싶으나 비행기는 정시에 출발을 해서 뭐..


어느덧 해가 지고 있다.


이륙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날아올랐다.


교토에서 배달시킨 상품 하나를 받지 못한 점이 아쉬웠지만, 분실물이나 쓸데없이 쓴 돈이 없어서 그럭저럭 만족스러웠던 닷새였다. 남들이 "그래서 무엇을 했는데?" 라고 하면 딱히 답하기 어려운 것이 뭐 그렇지만.. 이 기간 중에 보고 느낀 것 모두 세세하게 밝히고 싶지도 않고, 그럴 필요도 없으니..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공항철도와 버스를 타고 평소 퇴근시간보다 빨리 집에 도착했다. 기쁘다.


<The End>

잠에서 덜깨다

2016. 3. 14. 02:59

1월 말부터 안 좋은 일이 있어서 잠을 못자서, 제 정신으로 가는 것이 아니었다. 이틀 밤을 새고 몇 시간 잠을 잔 뒤, 다시 이틀 밤을 새고 가는 것이라 이러다 탈이 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고, 항공사에 전화해서 항공편 변경을 해야하지 않나 심각하게 고민할 정도였다. 출발하는 당일도 새벽에 집에 가는 버스를 타고 들어간 뒤 세 시간 정도 후에 짐을 싸서 나와야 했다. 버스를 기다리는데 몸 상태가 좋지 않으니 추위가 느껴져서 돌아다니고 있는데 갑자기 어떤 제안을 할테니 들어주겠냐는 아가씨를 만나 당황했다. 내용인즉슨, 자신이 XX을 해줄테니 돈을 주지 않겠냐는 것인데, 놀랍기도 하면서 그래도 길거리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손 내미는 사람보다는 네가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춥고 졸리고 힘들어서 만사 귀찮아 죽겠는지라 거절을 했다.

두 시간 정도 거실에 쓰러져 있다가 도저히 버스를 타고 서울역에서 공항철도로 갈아탈 엄두가 나지 않아서 비싸더라도 공항버스를 타러 갔다. 이미 만신창이가 된 몸이 귀찮은 여정을 견딜 자신이 없었고, 공항철도를 타면 비용은 저렴하지만 갈아타는 번거로움에 시간도 많이 걸리니 일찍 도착해서 공항에서 여유있게 움직이는 것이 더 나을 듯 싶었다. 5시부터 6시까지는 20분 단위로 버스가 있는데, 5시 40분 버스를 탈 수도 있겠다 싶어서 가방을 메고 서둘러 정류장으로 뛰다 걷다를 반복하면서 갔다. 다행히 버스에 탔고, 뒤로 가는 것도 귀찮아서 맨 앞 좌석에 앉아서 갔다. 버스에 올라탄 지 얼마 되지 않아 잠이 들었는데, 옆에 앉은 아주머니의 짐이 많아 자꾸 가방 같은 것으로 쳐서 중간중간 잠에서 깼다. 일본에서 좋은 점을 꼽으라면 다른 사람과의 물리적 거리를 두고 신체적 접촉을 피하는 것을 손에 꼽는데, 평소 같았으면 그냥 넘어갈 만한 일도 내 몸이 피곤하니 짜증이 밀려온다. 그렇다고 새벽부터 아줌마에게 좋게 이야기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도 없고, 싸가지 없는 젊은 놈이라는 말밖에 듣지 못할테니 참고 가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가다보니 인천공항에 7시 정도 되어 도착했다. 이른 시각임에도 공항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아침 이른 시각에 출발하면 도착 후에 시간 여유가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나 같은 경우는 일찍 나온다고 나와도 한계가 있고, 오히려 서두르다가 챙길 것을 두고 오거나 잃어버리는 일들이 생겨서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도착 후에 다른 도시 이동이 있고, 처리할 회사 일도 있고 해서 시간을 잘 활용하고, 사람이 많은 시간을 피해서 아침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게 되었다.

아침에 출국해서 도착지에서 시간을 유용하게 쓰려는 사람이 많은데다, 2월 초라 학생들의 방학이라 그런지 어린 학생을 동반한 가족 단위의 여행객도 많아서인지 항공사 카운터나 출국장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30분 정도 걸려서 보안검색대를 통과하고 출국장을 빠져나갈 수 있었다. 김포에서 출국하는 것이 편리하기는 하지만, 김포에서 나고야로 가는 항공편(제주항공)이 없어지기도 했고, 정시성이라든지 셔틀트레인을 타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 등의 이유로 인천에서 출발하는 아시아나항공의 항공편을 이용한다.

미리 주문했던 면세품(이라고 해도 내가 사는 것은 몇 천원 짜리 초콜릿 하나 뿐이고 지인들이 부탁한 주문품들이지만)을 수령하다보니 시간이 걸려서, 잠깐 라운지에 들러서 요기라도 할까 했는데 그럴 만큼의 시간 여유는 없어서 탑승구 근처로 가서 기다렸다. 사람이 북적이지 않는 구석 자리의 자리를 받기는 했는데, 막상 기내에 들어가니 빈 자리가 많지 않고, 앉을 자리 옆의 두 좌석에는 이미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통로 쪽에 앉은 사람은 일본 아저씨, 가운데에는 일본 아줌마(인 것 같은데 한국어도 잘 하는 분이라서 확신이 없다. 교포 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에게 양해를 구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승무원에게 입국신고서와 세관신고서를 받았는데, 적당히 좌석 주머니 사이에 넣어두고, 좌석벨트를 맨 후 잠에 들었다. 졸다 깨다 반복하다가 잠시 조금 깊게 잠이 들었는지 일어나보니 테이블이 펼쳐져 있고, 식사로 나온 샌드위치가 놓여 있었다. 아무래도 잠들어 있는 사이에 아주머니가 받아서 놓으신 모양.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려 했는데 다른 일을 하시는 것 같아 그냥 잘 먹었다. 잠이 부족할 때는 늘 몸에서 수분을 많이 요구하므로 우선 물을 뜯어서 마시고, 샌드위치를 먹은 뒤, 나중에 승무원에게 음료를 따로 시켜서 마셨다. 그래도 피곤함에서 오는 갈증은 어떻게 달래지지 않는다.

인천-나고야를 운항하는 아시아나 A321항공기는 작아도 모니터가 달려서 기내엔터테인먼트 서비스가 제공되지만, 정신을 못 차리고 있으니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냥 남은 거리가 얼마나 남았는지 보여주는 운항정보를 화면에 띄워놓고 간다. 정신을 차려보려고 애를 쓰지만 배가 조금 부르니 잠이 더 잘 온다. 다시 졸다 깨다를 반복하다보니 어느새 나고야에 다 와가는 듯하다.

생각보다 탑승객이 많기도 하거니와 촌각을 다툴만큼 일찍 나가야 하는 것도 아니어서 잃어버린 물건이 없는지 확인을 하고 천천히 짐을 챙겨 나왔다. 잠이 부족한 상태에서는 지갑이나 휴대폰 같은 것을 두고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기내에서 입국 신고서를 쓰지 않아서 심사장 앞에서 줄을 서면서 끄적끄적 쓴 뒤에 통과하고, 화장실에 갔다가 물도 마시고 정신을 조금이라도 차린 뒤 ATM을 찾아서 3만엔을 출금했다. 시간이 부족해서 미리 환전은 못했는데, 숙박비는 카드로 결제하고 식비와 교통비 등의 비용만 현금으로 결제하면 될 것 같다. 물론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 문제일 듯.

행선지가 나고야 시내의 호텔이었으면 공항버스를 탈 수도 있으나 어차피 나고야역으로 가는 것이라서 열차를 타고 간다. 츄부국제공항과 나고야역 사이를 잇는 메이테츠 특급을 타면 대충 35분, 전차량 지정석인 뮤스카이를 타면 28분 정도 걸린다. 촌각을 다투는 것이 아니니까 그냥 저렴한 특급열차를 탔다. 주의할 점은 뮤스카이는 전차량 지정석이어서 뮤(μ)티켓이라 불리는 특급권을 360엔을 따로 내고 구매해야 한다. 일부 지정석인 특급열차에서도 지정석칸은 특급권을 구매해야 하지만, 자유석칸은 운임만으로 이용할 수 있다. 메이테츠나고야역 앞의 매점에서 킨테츠레일패스를 살 수 있는데, 처음이 아닌지라 여권을 먼저 보여주고 만 엔짜리 지폐를 한 장 내면서 킨테츠레일패스를 사고 거스름돈을 받으니 대충 잔돈도 생겼다.

앉은 좌석이 두 자리씩 마주보는 형태로 되어 있는데 어떤 일본인 아가씨가 대각선으로 맞은 편 자리에 앉으면서 큰 짐가방으로 옆자리를 막아준 덕분에 편하게 나고야역까지 갈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자리가 비어 있는데도 앉지 못했다면 아가씨를 욕했겠지만. 나고야역에는 12시가 못 되어 도착했고, 킨테츠나고야역으로 가서 교토행 특급열차 지정석을 예약했다. 12시 30분 출발이고 야마토야기(大和八木)역에서 내려서 한 차례 환승을 해야하며 대충 두 시간 정도 걸리니까 금전적인 여유가 있다면 교토까지 신칸센을 타는 것이 가장 빠르고 갈아타지 않아도 된다. 킨켄샵이라 불리는 할인티켓을 파는 곳에서 조금 싼 티켓을 살 수도 있는데, 그것 역시 편도 가격이 5일간 사용할 수 있는 킨테츠레일패스보다 더 비싸니 가난해서 느리고 갈아타는 번거로움이 있는 열차를 탄다. 만약 교토-나고야 간의 소요시간이 10시간이 걸린다고 한다면 생각이 달라졌겠지만.. 어쨌든 자본주의사회라는 것이 이렇다.



메이테츠나고야역에 내렸다. 츄부공항에서는 메이테츠가 제일 빠르고 편하면서 싼 시내 이동수단이다.



메이테츠나고야역에서 나와서 킨테츠나고야역으로 간다.


메이테츠를 타고 갈 수 있는 곳은 토요하시, 이누야마, 미카와, 토요카와 등 아이치현 일대와 기후 정도. 쉽게 말해서 원하는 목적지인 교토까지는 갈 수 없다. 그래서 JR이나 킨테츠 둘 중 하나를 이용해야 간사이지역이라 일컬어지는 서쪽 방면의 도시로 갈 수 있다. 메이테츠나고야역과 킨테츠나고야역 사이에는 환승개찰구가 있어서 두 회사 승차권을 함께 넣고 나갈 수 있는데, 승차권형태의 킨테츠패스도 넣을 수 있는지 잘 모르겠다. 특급열차를 타려면 매표소에서 지정석을 받아야하니까 그냥 돌아서 갔다. 패스를 보여주며 특급권 신청서 한 장을 주고 교토까지 특급 열차를 예약하니 대충 20여 분 정도 시간이 남아서 메일 확인을 하려고 JR나고야역으로 갔다. JR나고야역을 비롯한 토카이도신칸센역에서는 무료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있어서 종종 이용하는데, 와이파이에그를 따로 빌려서 다니지 않기에 역과 편의점 등에서 가끔 메시지나 메일 확인을 하고 답장을 한다. 와이파이가 있으면 괜히 인터넷 서핑이나 할 것 같고, 가지고 다니기도 귀찮아서 빌리지 않는다. 그런데 와이파이로 메일 확인을 하고 킨테츠역으로 여유있게 돌아오기는 했는데, 점심으로 어떤 도시락을 먹을까 역내 편의점에서 고민을 거듭하다가 하나를 사고 열차를 타러 가는데, 갑자기 어떤 열차 하나가 문을 닫고 출발을 했다. 설마 그 열차가 타야할 열차인지 모르고 시계를 보니 12시 30분이었다. 아~ 이런..


메이테츠를 타고 갈 수 있는 곳은 토요하시, 이누야마, 미카와, 토요카와 등 아이치현 일대와 기후 정도. 쉽게 말해서 원하는 목적지인 교토까지는 갈 수 없다. 그래서 열차를 이용한다면 JR이나 킨테츠 둘 중 하나를 이용해야 간사이지역이라 일컬어지는 서쪽 방면의 도시로 갈 수 있다.

메이테츠나고야역과 킨테츠나고야역 사이에는 환승개찰구가 있어서 두 회사 승차권을 함께 넣고 나갈 수 있는데, 승차권형태의 킨테츠패스도 넣을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특급열차를 타려면 매표소에서 지정석을 받아야하니까 그냥 돌아서 갔다. 패스를 보여주며 특급권 신청서 한 장을 주고 교토까지 특급 열차를 예약하니 대충 20여 분 정도 시간이 남아서 메일 확인을 하려고 JR나고야역으로 갔다. JR나고야역을 비롯한 토카이도신칸센의 역 또는 규모가 있는 재래선 역에서는 무료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있어서 종종 이용하는데, 와이파이에그를 따로 빌려서 다니지 않기에 역과 편의점 등에서 가끔 메시지나 메일 확인을 하고 답장을 한다. 와이파이가 있으면 괜히 인터넷 서핑이나 할 것 같고, 가지고 다니다가 잃어버릴 것 같아서 빌리지 않는다. 그런데 와이파이로 메일 확인을 하고 킨테츠역으로 여유있게 돌아오기는 했는데, 점심으로 어떤 도시락을 먹을까 역내 편의점에서 고민을 거듭하다가 하나를 사고 열차를 타러 가는데, 갑자기 어떤 열차 하나가 문을 닫고 출발을 했다. 설마 그 열차가 타야할 열차인지 모르고 시계를 보니 12시 30분이었다. 아~ 이런..



이 열차를 타고 간다. 오사카난바까지 가는 같은 특급열차인데, 나고야역 기준으로 매시 정각에 출발하는 어반라이너가 츠, 츠루하시, 오사카우에혼마치에 정차하는 것과는 달리 정차역이 많아서 이걸 타고 오사카까지 갈 때는 속이 터진다. 그러나 교토나 가시하라진구마에 등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 열차를 타는 수밖에 없다. 이 열차는 킨테츠에서 여기저기 돌려먹는 그런 열차로, 찾아보니 12200계라고 하는 것 같은데 정확히는 잘 모르겠다. 열차 형번이나 기능상의 특징은 별 관심이 없고, 이 열차가 얼마나 원하는 곳까지 빨리 가느냐에만 관심이 있는지라.


오사카난바행

킨테츠의 특급열차는 자유석이 없어서 무조건 지정된 열차의 좌석에 앉아서 가야하므로 지정석권을 발권해준 역무원에게 가서 말을 했다. 어찌어찌하다보니 플랫폼을 잘 몰라서 다른 플랫폼에 있다가 열차를 못탔다고 말했다. 사실 행선지 안내에서 오사카방면이라는 글자만 보고 다른 플랫폼으로 간 것은 사실이고, 만약 제대로 갔더라면 열차를 탈 수는 있기는 했으니.. 그런데 재수없게도 그것은 한 시간 뒤에 출발하는 열차고, 타려던 열차는 다른 플랫폼에서 출발하는 것이었다는 것이 문제였지. 역무원이 보더니 특급권에 적힌 지정된 열차를 지우고 도장을 찍어준 뒤에 빈 좌석에 앉아서 가란다. 경험상 빈 좌석이 없는 최악의 상황은 아닐 것 같지만, 그래도 언제 주인이 나타날지 모르는 탓에 계속 긴장 상태로 가야할 것 같다. 이거 좋지 않은데..


야마토야기 도착 이전에 정차하는 역이 다섯이다.

킨테츠의 나고야-오사카 간의 메이한특급(名阪特急)열차는 시간대에 따라 운행하는 패턴이 다르다. 킨테츠의 메이한특급열차는 대개 시간당 2편이 편성되는데 매시 정각에 출발하는 열차는 어반라이너, 매시 30분에 출발하는 열차는 특별한 열차명 없이 그냥 특급열차로 운행을 한다. 나고야역과 오사카난바에서 매시 정각에 출발하는 어반라이너는 도중 츠(津), 츠루하시(鶴橋), 오사카우에혼마치(大阪上本町)역에만 정차한다. 아침 이른 시간대와 밤 늦은 시간대에는 한두 역이 추가되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시간 단축을 위해 정차역을 줄여 운행하고 있으며, 중간에 교토나 카시하라진구마에 등의 다른 킨테츠 노선으로의 환승을 거의 고려하지 않고 나고야-오사카 사이의 수요만을 노리고 있다. 이에 반해 매시 30분에 출발하는 특급열차는 어반라이너가 정차하지 않는 역에 정차하며, 다른 노선의 특급열차와 연계되도록 시각표를 설정해두어서 같은 구간에서 소요시간이 긴 편이다. 킨테츠에서는 어반라이너에 더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탓에 어반라이너로 운행하는 열차는 다른 특급열차들과는 달리 21000계 및 그 후속 모델의 어반라이너 전용 열차를 투입하고 있다. 소요시간은 어반라이너가 약 1시간 10분 정도 더 걸리지만, 도착지가 시내 중심부인 난바인 덕분에 신오사카역에서 오사카 남부로 갈 경우에는 다시 시내환승을 해야하는 불편함도 없고, 금액이 저렴하기 때문.

그런데 정차하는 역마다 언제 자리 주인이 나타날 지 모르니 긴장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게 열차 시간을 잘 확인하고 미리 준비를 했어야지, 누굴 탓하겠나. 며칠 동안 밤을 새고 나와서 이러고 있으니 잠이 쏟아질텐데 이거 참 걱정이 앞선다.


맨 뒷자리에 앉았는데, 자리 주인이 나타나서 맨 앞으로 옮기게 되었다. 아이씨~

조금 지나니 검표를 하는 차장 아저씨가 들어오셔서 이리이리해서 이렇게 여기에 앉아서 가게 되었다고 설명을 했더니, 괜찮으니까 앉아서 가라고 하신다. 그래도 중간 역에서 승객들이 탔을 때, 혹시라도 앉아 있는 좌석을 가진 사람이 오는 경우라면 비켜주어야 하고, 잠들어서 환승역인 야마토야기에서 내리지 못할 수도 있으니 긴장을 늦출 수는 없다.


일단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열차를 놓치게 만든 도시락을 꺼내서 먹기로 한다.


일본의 3대 소(고기)로 효고현의 고베규(神戸牛)와 함께 항상 꼽히는 미에현의 마츠사카규(松阪牛)로 만든 마츠사카 규메시 도시락. 다른 3대 쇠고기의 한 자리는 야마가타현의 요네자와규(米沢牛)와 시가현의 오미규(近江牛)가 꼽히는데, 평가하는 사람에 따라서 달라진다고. 그래서 일본 4대 쇠고기로 꼽기도 한단다. 문득 작년에 미에현의 츠에서 묵었을 때 마츠사카에서 소 품질 검사를 하는 장면을 텔레비전으로 본 장면이 생각이 났다. 할아버지가 연로해지자 손자인 고등학생이 가업을 이어받겠다면서 소를 끌고 나와서 품질 검사 준비를 하는 모습이었는데, 어린 친구지만 단순히 할 것이 없어서 그 일을 하는 것이 아니고 일에 열정과 책임을 가진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타이쇼(大正) 11년(1922년)에 개업한 마츠우라상점에서 만드는 도시락이란다. 거의 100년이 다 되어가는 전통이 있는 노포다. 스스로가 노포의 맛이라고 자랑할 정도이니 맛있겠지. 반숙 계란과 간단한 반찬과 불고기처럼 양념을 하여 익힌 쇠고기가 밥 위에 깔린 도시락이다.


맛있게 보인다. 맛있게 먹었다.


다행히 중간 정차역에서 사람들이 타고 내리기는 했지만, 내가 앉은 자리 주변에는 사람들이 오지 않아서 자리를 비켜주는 일은 없었다. 배가 부르니 잠이 오기는 하지만 자다가 환승을 못할까 싶어서 버티다 야마토야기에서 내려서 열차를 갈아탔다. 이 곳에서 열차를 갈아탄 것은 4년 정도 된 것 같은데, 환승이 복잡하지 않아서 문제없이 교토행 열차에 탔다. 빈 자리에 앉아서 차장에게 다시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고, 열차를 타고 간다. 일부러 사람이 많지 않은 칸으로 갔는데, 그 열차는 흡연칸. 사람이 적은 것에는 다 이유가 있구나.그렇게 교토에 도착했다.

교토역은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어서 구글 맵을 켜고 호텔까지의 경로를 검색해본다. 예약한 호텔까지는 1.9km정도, 도보로 23분 정도 걸린다고 한다. 버스를 타고 갈 수도 있으나, 이 도시에서는 버스라는 것이 서울 시내버스처럼 몇 분에 한 대 씩 오는 것이 아니고 그렇다고 빠르게 다니는 것도 아니어서 기다려서 버스를 타는 시간과 버스 안에서 보낼 시간을 생각하면 걸어가는 것과 별 차이가 없을 것 같다. 일단 역에서 가까운 우체국에 들러 선불 봉투를 몇 장 사고, 지도 화면에서 나오는 경로를 따라 가면 큰 어려움 없이 길을 찾을 수 있었다. 교토의 도시 구조가 길 찾는 것이 크게 어렵지 않은 이유도 한 몫을 했지만..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