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후쿠오카 상륙

2018. 8. 21. 21:11


일본에서 창고 재고 관리라든가 신제품 정보 수집을 위해 다시 일본행. 창고에는 직접 들어갈 수 없어서 미리 문제가 되는 상품들을 돌려받아서 확인을 하고, 상품으로서의 가치가 떨어져 폐기할 것인지, 아니면 이상이 없어서 재입고를 할 것인지 등을 결정해야 하는데, 정확하게 언제 묵고 있는 곳에 도착할 지를 몰라서 출발 전에 며칠 여유를 두고 가게 된다. 할 일 없이 마냥 기다리기만 하는 것도 난감해서 며칠 동안 그냥 설렁설렁 돌아다닐 생각인데, 덕분에 본의 아니게 여행을 하는 셈이 되었다. 최종 목적지는 홋카이도지만, 삿포로에 바로 가는 비행기는 더럽게 비싸기도 하고, 마지막에는 토쿄에 들러야 해서 가장 저렴한 후쿠오카 왕복 비행기를 탔다. 후쿠오카는 서울에서 제주에 오가는 것보다 조금 더 먼 정도겠지만, 목적지인 후쿠오카부터 홋카이도까지 가는 것이 문제인데..


내 기억에 예전에 티웨이항공 후쿠오카행 비행기는 과자 한 봉지를 주었던 것 같은데, 언제부터 바뀐 것인지 물만 주었다. 저가항공에서는 기내 서비스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할 터이니 그러려니 해야지. 뭐.. 사실 FSC라고 해도 이런 초단거리 국제선에서는 아주 간단한 음식만 나오니 뭐..


불빛이 많아진 것을 보니 후쿠오카에 다 온 것 같다.


하카타인형이라는 것이 있다.

후쿠오카공항을 몇 번 이용한 적이 있는데 이런 것이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늦은 시간이기도 해서 재빨리 나가서 국내선터미널 앞에 내려주는 후쿠오카공항 무료 셔틀버스를 탔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국제선터미널에서 하카타역, 텐진 방면의 버스도 있다고. 다만 버스 운행간격이 30분이라 시간을 잘 맞추지 못하면 낭패를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익숙한 지하철 하카타역


일단은 밖으로 나가고 봅시다.

하카타역에서 밥이나 먹고 예약한 숙소를 찾아가려고 했는데, 도착한 뒤에 보니 가려고 했던 식당은 영업을 마친 상태였다. 음.. 역 안에 있는 드럭스토어에서 포카리스웨트나 하나 사서 마시고, JR패스 교환을 하고 구글 지도를 따라서 숙소를 찾아갔다. 생각보다 거리가 멀기도 하고 어둠 속에 초행길이어서 헤매다가 대충 30분 정도 걸은 것 같다.


이름 그대로 호스텔과 카페가 함께 있는 곳이었는데, 저녁밥을 안 먹어서 이 늦은 시간에도 식사가 가능하냐 물었더니, 여러 메뉴 중에서 치킨 난반(チキン南蛮)은 가능하다고 한다. 다른 메뉴는 안 되는 모양..


카페이자 호스텔의 프런트로 사용되는 공간


양이 좀 적은 것 같은데, 곱배기로 달라고 할 것을 그랬나보다.


사람 많은 곳에 가서 줄 서서 기다리는 것도 싫고, 배고프면 그냥 가까운 곳에 있는 것을 먹는 편이기도 하고, 이 근처는 처음이라서 늦은 밤에 헤매고 다니기도 싫어서 여기서 간단히 저녁을 먹고 씻고 잠을 자야겠다. 언젠가부터 여행을 다니면서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였는지 기록을 하는 편인데, 시간이 지나면 무엇을 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아서 이렇게 위해 밥을 먹는다거나, 입장권을 사서 구경을 할 때, 중간중간 음료수, 아이스크림 같은 것을 살 때 영수증을 챙기는데, 밥을 주문하면서 영수증을 줄 수 있겠냐고 하니 매니저 또는 오너인 것 같은 중년 아저씨가 친히 영수증 용지에 써서 주셨다.


사실 이것만으로는 배가 차지 않을 것 같기는 했는데..

역시 먹고 나서도 허기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은 것이 밥을 곱배기로 달라고 할 것을 그랬나 싶었다. 그런데 곱배기가 있었던가..

 

사진이나 찍어둡시다..


내일 아침에 후쿠오카공항에서 삿포로행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일찍 씻고 오기 전에 커피를 잔뜩 마셔서 그런지 아니면 잠자리가 바뀌어서 그런지 깊은 잠은 들지 못하고, 중간에 일어나 부엌 겸 거실이 있는 곳에서 방명록 같은 낙서장을 천천히 보다 보니 적지 않은 한국인들이 왔다가 간 모양이다. 서울보다는 대구나 부산 등에서 온 사람들도 많은 것 같았다. 내일 어떻게 움직일 지 대충 생각해보고, 다시 잠을 청했다. 여기에 도착하기 전에 토요코인에 예약을 했는데, 어째 이번에는 돈이 많이 들어갈 것 같아서 몇 시간만 머물면 되니 저렴한 호스텔로 정했는데, 쉽게 잠이 들지는 않는 것을 보니 나이를 먹기는 먹은 모양이다. 계속 뒤척이다가 날이 밝아올 즈음에 눈을 떴고, 씻고 슬슬 후쿠오카공항으로 갈 차비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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