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리다가 가끔 햇살이 비치기도 하는 날씨에 비가 올 듯 말 듯한 아리송한 날씨는 좋아하지 않는데 조금 신경이 쓰인다. 비가 오지 않을 것 같아서 우산을 들고 오지 않았는데 이거 재수없으면 비를 맞게 생겼다.

이번에는 지하철 난바역으로 갑니다. 퐈이야~~~~♡

지하철 난바역이 난카이 난바역보다 북쪽에 있어서 거리가 가까울 뿐 아니라, 미도스지센(御堂筋線)이라는 노선 이름처럼 미도스지라는 길 주변에 출입구가 있어서 돌아가는 길이 더 빠르다. 주유패스로는 지하철은 노리호다이(乗り放題)니까 마음껏 타줘야 제 맛이지.

오사카 지하철의 정식 명칭은 오사카시에이치카테츠(大阪市営地下鉄.오사카시영지하철)인데 이름처럼 오사카시 교통국에서 운영하고 있다. 흔히 우리가 말하는 오사카라고 하면 오사카시를 뜻하는 경우가 많다. 일본의 행정구역상 두 개의 후(府.부)가 있어서 교토와 오사카에 부가 설치되어 있고, 이 두 개의 부의 중심 도시이자 부청 소재지가 각각 교토시, 오사카시다. 교토시와 오사카시는 한국의 광역시 정도로 생각하면 되고, 이에 반해 교토부나 오사카부를 이야기하자면 대구+경북권, 부산+경남권을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경남도청은 부산에서 창원으로 옮긴 지가 이미 30년이 넘었다지만..

어쨌든 오사카시에서 운영하는 오사카 지하철은 오사카시 시내 구간이고, 시 외곽으로 직통으로 연결되는 구간은 해당 철도 노선을 운영하는 별도의 민간 사업자가 소유, 관리를 한다. 난바에서 우메다로 가는 가장 빠른 미도스지선은 에사카까지가 시영지하철 구간이고, 에사카부터 센리추오까지는 기타오사카큐코덴테츠(北大阪急行電鉄.기타오사카급행전철)라고 하는 민간사업자가 운영하는 노선이다. 오사카주유패스로 사철 구간도 부분적으로 이용 가능하지만, 대부분 행정구역상 오사카시 시내에 있는 노선에 한하여 탑승이 가능하다.(예외적으로 한신과 난카이는 오사카시 경계 밖인 아마가사키와 사카이역까지느 이용할 수 있게 자비를 베풀고 있다. 퐈이야~~~~♡) 그래서 미도스지센 열차 중에서 센리추오까지 가는 열차를 탈 경우 에사카-센리추오간의 운임은 따로 지불해야 하는 불상사가 발생한다. 이 이야기를 하려다가 쓸데없이 길어졌네. ㅋ

이 미도스지센은 오사카의 중심인 우메다와 난바 두 곳과 신칸센 정차역인 신오사카역을 비롯하여 비즈니스와 상권 수요가 많은 요도야바시, 혼마치, 신사이바시 등을 지나는 황금노선. 늘 사람이 바글바글하다.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은 없는데 일단 우메다에 가기로 결정했다. 아무래도 낮 시간에 사람이 적을 테니 우메다의 헵파이브 관람차나 탈까 하고 가려고 함. 혼자 관람차를 타는 것이 좀 그렇기는 하지만 여기는 혼자서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꽤 많고 이런 사람들에 대한 배려도 철저한 일본이니까..

홋쿄쿠세이를 찾으며 걸어다니다 찍고 돌아온 신사이바시역을 지나고, 혼마치역도 지나서 그 다음에 별 생각 없이 우메다겠지 하고 내렸는데 뭔가 분위기가 이상하다. 우메다역은 지하철도 여러 노선이 다니고, 사철인 한신, 한큐와 JR오사카역과 환승하는 곳이라 규모도 크고 정신이 없는 곳인데 왜 한큐 환승구가 보이지 않는지, 우메다역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고 어리둥절해서 계속 돌아다니면서 길을 찾는데 계속 생소한 광경만이 목격된다. 게이한전철 환승 안내가 있고 요도야바시역이라는 명판이 보인다. 지하철 우메다역에서 게이한 요도야바시역까지 지하 환승통로가 있었나 싶은데..

그렇다. 이 곳은 우메다역이 아닌 요도야바시역이었다.
이런 바보 ㅉㅉ
세 살 먹은 어린아이도 이런 실수는 하지 않겠다.

요도야바시에서 게이한전철을 타면 오사카성 방면으로 갈 수 있지만, 여기는 이미 석 달 전에 갔다 온 곳이라서 또 가기는 그렇네. 이번에는 안 가본 곳을 가봐야지 싶으니 다시 지하철역으로 유유히 들어간다. 주유패스가 있으면 지하철 타는 것은 자유니까 히히히~ 뭐 그렇게 다시 지하철을 타고 다음 역인 우메다에서 내린다. 하~ 이 낯익은 번잡함이란.. 이런 곳은 빨리 벗어나야지.

일단 밖으로 나와서 육교를 지나는데 JR오사카역이 보인다.

오사카 지역의 양대 사철인 한신, 한큐와 오사카 시영지하철 모두 우메다(梅田)라는 역명을 쓰는데, 유일하게 우메다가 아닌 오사카(大阪)라는 역명을 쓰는 역이기도 하다. 이름은 다르지만 사철 및 지하철과 환승이 가능한 거리에 있다. 7년 전에 처음 일본에 왔을 때 우메다는 어디고 오사카는 어디냐고 헤맸는데, 지금도 여전히 JR에서 다른 노선으로 갈아타려고 하면 헤매고 있다. 뭔가 던전과 같은 그런 느낌이랄까. 당시 오사카역은 오래된 허름한 건물이었고, 한동안 새로운 역사 공사중이라고 혼란스러웠는데 지금은 "오사카 스테이션 시티"라고 해서 상업시설 및 특급호텔이 자리한 대형 건물이 자리잡은 역이 되었다. 헵파이브 관람차는 한큐 우메다역에서 가까운 것 같아서 그 쪽으로 간다.

저 쪽에는 한신전차의 우메다역이 보인다. 한신백화점 역시 저 건물에 있다. 한신백화점의 지하 식품매장에 자주 다니고는 했는데 쩝.. 지금 오승환이 뛰고 있는 한신타이거스 야구팀을 소유한 모기업이기도. 덧붙이자면 한신은 또다른 사철회사를 소유한 한큐와 합병하여 한큐한신홀딩스라는 지주회사가 출범하였다. 결국 한신과 한큐가 서로 경쟁을 하지만 결국 그 놈이 그 놈이라는 것. 한신은 오사카(大阪)의 阪과 고베(神戸)의 神을 따서 오사카와 고베 지역을 일컫는 말로, 그만큼 이 두 곳이 가깝고 여러 면에서 상호의존도가 높다고 해야겠지. 그리고 같은 한자를 쓰면서도 읽는 법이 다르다는 일본어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하나의 예가 되겠네. 한큐 우메다역은 지금 사진을 찍은 곳 등 뒤에 있다.

우메다 한큐 빌딩이다. 이번에는 길을 잃지 않고 잘 찾아왔다. 하하~

여기서 바라본 JR오사카역은 역시 크다.
간사이와이드패스는 내일부터 사용가능하니 일단 역 바깥에서 입맛만 다시고 끝.

한큐 빌딩 안으로 들어오니 표지판이 헵파이브로 가는 길을 친절히 안내를 해준다.

헵파이브쪽으로 가는데 JR열차가 지나간다.

혹시라도 철로에 뛰어드는 사람이 있을까봐 이렇게 철심을 박아서 못 들어가게 하는 것 같다.

길 건너에 헵파이브 관람차가 있다.

그런데 막상 관람차를 타려니 낮보다는 밤에 타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 우메다역으로 발길을 돌린다. 야야~ 무슨 변덕이 심하냐. 귀한 시간을 이렇게 낭비하다니.. 주유패스 안내서를 살펴보니 오사카 난코(南港.남항)에서 관광유람선 산타마리아호를 탈 수 있다고 해서 거기에 가기로 한다. 역시 계획이 없으면 이렇게 오락가락하면서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니까.

아베노믹스의 영향으로 살아나던 일본 가계의 소비가 지난 4월 소비세 인상 이후에 주춤하고 있다는데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닌지 평일 대낮에도 백화점을 찾는 사람들이 꽤 있어 보인다. 그렇다면 예전 호황기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돈을 쓰고 다녔다는 이야기겠지. 일본의 경제 상황을 보면 곧 다가올 한국 경제의 미래 모습을 보는 듯해서 마음 한 구석이 무겁다. 일본의 소비 진작에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그럴 형편이 되지 않으므로 그냥 지나간다. 수중에 5천엔만 더 있었다면 화과자라도 사서 먹을텐데..

오사카항에 가려면 JR의 오사카간조센(大阪環状線)을 타고 벤텐초(弁天町)역에서 지하철 추오센(中央線)으로 환승해서 오사카코(大阪港)역에 가거나, 지하철로는 혼마치에서 역시 추오센으로 환승해서 가면 된다. 시간은 거의 비슷하게 걸릴 것 같은데 JR은 따로 요금을 내야하니까 자유이용권이 있는 지하철로 간다. 특별히 패스를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지하철은 요금을 한 번만 내면 되니까 그게 더 싸다. 지하철은 280엔, JR+지하철은 160엔+240엔으로 400엔. 여기서 기본요금이 더럽게 비싸다는 오사카 지하철의 특징을 알 수가 있겠죠?

일본에도 꼴통들이 적지 않은지 화장실 안쪽 벽에 이런 부탁의 글이 붙어 있다. 화장실 내의 거울 등에 낙서를 하는 등의 악질 행위가 발생하고 있으니 발견하면 역무원에게 알려달라고 한다. 여기나 저기나 사람 사는 것은 다 비슷한 모양.

추오센은 긴테츠노선과 직결운행하기에 긴테츠 열차 역시 이 구간을 운행하는 것 같다. 서울지하철 1,3,4호선에서 서울메트로 차량이 코레일 구간을 운행하거나 반대로 코레일 차량이 서울메트로 구간을 운행하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 그동안 오사카 지하철을 여러 번 타면서도 모르고 지나쳤는데 이 사진을 찍으면서 알게 되었는데(카메라의 셔터스피드가 느려서 열차는 흔들렸지만), 열차 차량 위에 팬터그래프가 없다. 궁금해서 찾아보니 "제3궤도집전식"이라 해서 열차 위에 전동차의 전력공급선이 있는 것이 아니고 바닥에 또 하나의 궤도를 만들어 전기를 공급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바닥에 전기가 흐른다면 승강장에서 떨어지면 위험할 것 같은데 감전되지 않도록 덮개 같은 것을 만들어두지 않았을까 싶네. 좀 자세히 살펴볼 것을 그랬다. 열차를 타고 10분 정도 가니 목적지인 오사카코역에 도착. 우메다부터는 20분 남짓 걸리는 것 같다.

오사카코역에서 내린 후 조금만 걸으면 가이유칸, 관람차 등의 관광시설과 쇼핑시설인 마켓플레이스가 있는 덴포잔. 생각해보니 2007년 처음 오사카에 왔을 때 가이유칸 구경하고 덴포잔 관람차를 한 번 타고 나서 100엔샵 세리에에서 간식거리를 사들고 돌아갔던 것 같은데.. 유람선을 타러 왔는데 날씨가 좋지 않으면 운항을 하지 않을 수도 있고 비가 올 듯 말 듯한 날씨가 조금 걱정이 된다. 주유패스로는 16시에 출항하는 데이 크루즈 마지막 편만 탈 수 있는데, 시간이 애매하게 30분 정도 남았다. 다른 곳에 가기도 애매한 시간이어서 일단 운항 여부 확인과 승선권 교환을 하러 매표소로 간다. 주유패스를 보여주면서 크루즈 티켓을 달라고 하니 주유패스는 승선권 교환을 할 필요없이 그냥 카드를 들고 타면 된다고 한다. 아 이런..

주유패스 광고에 카드를 그냥 승차장에서 보여주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네.
미리 보았더라면 굳이 매표소까지 가지 않아도 되는 것이었는데..

잠깐 날이 개는 것도 같았는데 곧 비가 올 듯한 날씨다.

항구 아니랄까봐 창고가 보이고.

배는 안 오고 심심하다.

범선형 관광선이라는데 해적선인가??

우앙~ 저기 배가 온다.

직원 아가씨가 하선 및 승선 준비를 하고 사람들은 줄을 서기 시작한다.

와~ 산타마리아호다!

배를 정박시키기 위하여 밧줄을 감고 있다.

밧줄던지기에 한 번 실패해서 두 번째에 성공. ㅋ

저 사람들이 내리고 난 후에 타면 된다.

유람선이니까 윗층 갑판에 자리를 잡는다.

오사카항 주변을 약 40분 정도 도는 코스인데 일단 아지카와(安治川) 방면으로 갔다가 방향을 돌려 오사카항 남쪽으로 간다.
저기는 아마도 유니버설 스튜디오 저팬인 듯.

저 멀리 나니와 바다의 시공간이 보인다.
예전에는 주유패스로 무료 입장 시설이었는데 요즘에는 제외되었다.

오사카부 사키시마청사와 다른 건물들. 초점이 잘 안 맞았네. ㅋ

부산과 오사카를 오가는 팬스타호의 컨테이너 박스가 쌓여 있다.
여기에 여객선 터미널이 있는 듯.

빗방울이 떨어지면서 사람들이 하나 둘씩 지붕이 있는 아래층의 선실이나 갑판으로 내려가고 위에는 비를 그냥 맞겠다는 사람 몇 명만 남는다. 셀카봉으로 열심히 사진을 찍던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아줌마도 내려가고 시끄럽던 중국인들도 내려가서 조용해진다. 비는 한두 방울 정도 떨어지는 수준이어서 그냥 그 자리에 앉아서 간다. 오히려 사람들이 없어 편하고 좋네.

승무원도 한 컷.

중국에서 온 것 같은 저 배에 비하면 산타마리아호는 보잘 것 없다. ㅋ

한신고속도로 5호 완간센과 16호 오사카코센 구간을 잇는 미나토오하시 밑을 지나고 있다.

5호 완간센은 고베까지 연결되는 고속도로이고, 16호 오사카코센은 다른 고속도로의 접속과 오사카 시내 진출입을 위한 길이라고 함. 차도는 상하 2단으로 위가 오사카코센, 아래가 완간센 구간이라고. 일본을 돌아다니다보면 지독하게 좋지 않은 지형적 요인(만 있겠냐마는..)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들을 볼 수 있는데 미나토오하시 역시 그런 것 중의 하나 내진 설계를 했음에도 1995년 한신 대지진으로 인해 일부 손상이 있어 보강 공사를 하였다고 한다. 컨테이너선이 지나다닐 수 있도록 가운데에는 교각을 설치하지 않은 트러스 공법으로 지어졌는데, 중앙 경간 510m는 세계 3위, 일본 최고의 규모라고.

뭐 이렇게 생겼다.

다리 밑을 지나니 엄청난 크기에 위압감이 느껴진다.

미나토오하시를 지나서 배는 유턴을 하고 이제 돌아간다.

몇몇 용기있는 사람들만 남아있는 2층 갑판.

조금씩 어둠이 밀려오고 있다. 시간을 보니 거의 40분 정도 배를 탄 것 같다.

이제 거의 다 왔다.

산타마리아호는 슬슬 속력을 늦추고 정박 준비를 한다.

약 45분의 항해를 마치고 도착.

내린 뒤에 기념으로 산타마리아호를 촬영한다.

저녁 시간에는 이 배가 디너 크루즈로 운항한단다.
다만 주유패스로는 디너 크루즈 탑승을 할 수 없다.

승객들이 다 내린 선착장은 한산하다.

크루즈를 마쳤더니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다. 역시 일본은 한국보다 동쪽에 있지만 같은 시간대를 쓰기 때문에 해가 빨리 뜨고 빨리 진다. 아직 6시도 안 되었는데 어두워지기 시작해서 조금씩 서늘해지고 카메라의 셔터 스피드 역시 느려져 촬영이 어렵다.ㅋ 한 시간 전에 배에 탈 때 검표를 하던 아가씨는 혼자서 씩씩하게 정선할 때 밧줄을 감고 다시 던지는 일도 잘 하더라. 약한 척 하지 않아서 좋아보였음.ㅋ

"이제 어디서 무엇을 해야하지??" 일단은 위로 올라가고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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