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포잔에서 가장 유명하고 인기좋은 어트랙션은 카이유칸(海遊館)인데 주유패스로는 무료 입장이 불가한 곳이다. 대신 할인 혜택이 있기는 한데, 안내 책자에 붙은 토쿠 쿠폰을 한 장 뜯어서 내면 입장료 100엔 할인을 받을 수 있다고. 그러나 여기 입장료가 2,300엔이라는게 함정. 들어갈 만한 가치가 있는 장소이지만, 근검, 절약을 모토로 하는 이번 여행에서는 잠시 욕구를 누르고 무료 이용이 가능한 시설만을 노리기로 한다. 안내 책자를 찾아보니 역시 생각했던대로 항만 지역에는 텐포잔 대관람차와 조금 떨어진 오사카부 사키시마 청사 전망대만 남았다.

이미 오후 다섯 시가 되었기에 어지간한 장소는 문을 닫을 시간이고, 이제 남은 것은 전망대라든가 온천 시설 정도 몇 개 정도만 남았다. 대충 계산을 해보니 대관람차를 타고 사키시마 청사 전망대에 갔다가 스파 스미노에로 가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도톤보리에서 돔보리 리버크루즈를 즐기고 헵파이브 관람차를 타고 마지막으로 나니와노유에서 온천욕을 즐기면 깔끔하게 하루를 보낼 수 있겠다 싶은데, 문제는 언제나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점.

일단은 대관람차를 타고 구경을 하기로 했다. 비가 내리고 있어서 비를 피하고자 하는 목적도 있고, 7년 전에 왔을 때는 이미 검게 어두워진데다가 어디가 어디인지도 전혀 모르던 때라서 대충 방향과 몇몇 랜드마크가 되는 건물은 알고 보는 지금과는 다를 것 같다. 어둠이 깔리는 중이기는 하지만 아직 일몰까지는 시간이 조금 남은 듯하다. 이런 것은 데이트용으로 많이 타는 것 같은데.. 쩝.

텐포잔 마켓플레이스는 식당, 상점가 등이 어우러져 있는 쇼핑센터 같은 곳인데 그다지 활성화되지는 않은 것 같다. 외국인들이 많이 오는 곳이라 관광 기념품을 비롯해서 완구류와 의류, 잡화류 등을 파는데 장사가 그다지 잘 되는 것 같지는 않다. 가격도 싸지는 않은 것 같고, 다만 2층에 100엔샵 세리아가 있으니 음료수라든가 간식거리를 사려면 2층에 올라가보자. 이번에는 근검,절약이 모토이므로 가지 않았음.

텐포잔의 관람차는 높이 112.5m의 세계 최대급이라고 자랑을 한다. 주유패스로는 무료이지만. 패스가 없다면 800엔의 요금을 내야 한다. 카이유칸과 함께 세트로 입장권을 구매하면 100엔 할인이 되어 3,000엔. 예전에 나는 멋도 모르고 따로 티켓을 사서 입장했던지라 배아파했던 기억이 있다. 해당 일에 여러 번 입장할 수 있다지만 1일 입장료는 2,300엔인데, 연간권은 5,000엔이라고 하니까 오사카 혹은 인근에 산다면 연간권을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나 같은 사람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것 같아서 아쉽지만..

멀리서 보아도 빈 관람차가 많은 것 같다. 역시 평일 오후에 이런 곳에서 여유를 부릴 사람이 많지는 않겠지.
크기는 크다.

매표소에서 주유패스를 보여주었더니 따로 입장권을 주지는 않고 그냥 들어가라고 한다. 6년 전에 주유패스를 가지고 돌아다닐 때는 매번 입장권으로 바꾸어야 했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진 것 같다. 대신 입장 시에 주유패스에 있는 바코드를 찍는데 아마 중복 입장을 방지하고, 이용자들이 어디에 많이 다니는지 파악하는 용도인 것 같다. 종이로 된 입장권을 발매하지 않으니 비용 절약이나 환경 보호에도 도움이 되겠네. 입장권을 체크하는 직원이 두 개의 줄이 있다고 어디로 갈 거냐고 묻는다. 당연히 사람이 적은 줄로 가야겠지 싶은데 뭔가 있는 것 같아서 두 줄이 무슨 차이가 있는지 물었다. 일반적으로 많이 타는 관람차는 기다릴 필요 없이 바로 탈 수 있는데, 관람차의 바닥이 투명한 소재로 되어 아래가 보이는 것들이 따로 있다고 한다. 그 말에 혹해서 20분 정도 기다려야 한다는 투명바닥 관람차를 타기로 하고 앞에 사람이 기다리고 있는 줄로 간다.

직원 뒤로 오는 흰 색 관람차가 바닥도 투명한 관람차. 12대 중의 한 대가 투명한 바닥으로 되어 있는 관람차로 약 3분에 한 대 꼴로 탈 수 있다.

바로 이 녀석.

두 명의 직원이 관람차가 도착해서 내릴 때와 문을 열어주고, 타고 내릴 때 혹시라도 모를 사고에 대비해서 긴장하는 모습이다. 문은 안에서 잠글 수 없고 밖에서 잠그게 되어 있어서 승객이 무사히 올라타면 아저씨가 문을 잠근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중간에 뛰어내리는 애들도 있을 테고, 분명 관람차를 운영하는 회사가 승객 안전 관리에 소홀했다고 온갖 소송이 이어지고 민, 형사상 책임을 안고 망해버리겠지. 그리고 해당 담당자는 엄청난 죄책감 속에서 괴로운 삶을 살아야 할 것이고.. 여기서 그만하자. 그런데 밖에서 걸어잠근 문이 열리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쉬지 않고 계속 돌아야 하는 거냐?

드디어 내 차례가 되어 투명한 관람차에 올라탔다. 이래봬도 초짜 아니고 두 번째 타는 것임. ㅋ 일단은 바다가 보이는 방향으로 앉았는데 앞에는 연인이구나. 친구라도 하나 불러서 올 것을 그랬나 싶은데, 평일이라서 직장 생활하는 친구를 부를 상황은 아니었고, 징그럽게 아저씨를 불러서 함께 타는 것도 재미없잖아.

비가 와서 초점이 잘 안 잡히네.

흐릿하게 보이는 이 다리는 텐포잔오하시(天保山大橋). 앞서 산타마리아호에서 크루즈를 할 때 안내방송에서 요코하마의 베이브릿지와 같이 사장교 방식으로 지어진 다리라고 소개했는데 아무래도 바다 위에 세우는 다리라는 특성상 이런 공법을 사용한 듯하다. 교각을 세우기도 어렵고, 어렵게 세워 놓아도 관리하기 힘들고, 선박들이 지나다니면서 충돌할 위험도 있고 하니 이런 교량을 짓는 것이라 생각된다. 이 다리의 총 연장은 640m에, 주탑의 높이는 152m라고 하니 타고 있는 관람차보다 높다.

관람차 안에서 찍은 모습.
아직 꼭대기까지 올라가지는 않았다.

바다 쪽으로 난 창문에는 빗방울이 송골송골 맺혀서 사진 초점이 잘 안 맞는다. DSLR이 아니라서 수동으로 초점을 조절하기도 어렵네.

기대했던 투명한 바닥은..
보호필름으로 인해서 바깥이 잘 안 보인다.
이럴 거면 왜 기다려서 탄 거야!!!

바로 밑에 보이는 텐포잔 마켓플레이스, 카이유칸 등이 보인다.
안에서 나오는 불빛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을 보면 이미 어두워졌다는 의미겠지.

역시 일본답게 "주의"를 나타내는 안내문구가 많이 붙어 있다.
도어에는 절대로 기대지 말아주세요.
손가락 끼지 않게 주의!

높이 올라오니까 다리가 더 가깝게 보인다.

이 정도면 조금 전에 찍은 사진과 거리와 각도에서 조금 차이가 느껴진다.

어렸을 때는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이 무서웠는데 고층 아파트에 살면서 자연스럽게 조금씩 괜찮아졌다. 그래도 그냥 서 있는 상태면 괜찮은데 몸이 뒤집어져서 머리가 밑으로 간다거나 피가 머리로 쏠리는 순간은 여전히 괴롭다. 멀리뛰기라든가 높이뛰기는 꽤 했는데 공중돌기 같은 것을 잘 못하는 것도 관련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관람차라든가 자이로드롭 같이 수직낙하하는 놀이기구는 잘 탄다는 것.

벌써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사쿠라지마에 있는 미쓰비시의 창고였던 것 같다. 비도 내리고 별로 찍을 사진이 없었음.

꽤 많이 올라온 듯한 느낌이다.

눈 앞에 보이는 관람차가 가장 높은 곳에 있으니, 곧 가장 높이 올랐다가 내려가게 된다.

내리는 빗물이 창문에 맺혀서 사진 찍기 어렵게 되었다. 사진 속의 아파트는 이 관람차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데, 지금은 높이가 높아서 저렇게 보이지만 관람차가 한 바퀴 내려가면서 점점 가깝게 보여서 생활하는 모습이 그대로 노출되는 듯했다.

크루즈에서 지나왔던 미나토오하시도 보인다.

여기서는 지하철 오사카코역이 보인다. 추오센은 일부 구간이 지상 구간으로 건설되어 이름은 지하철이지만 지하로 다니지 않는다. 서울지하철 2호선의 한양대~잠실나루 구간 처럼 고가 위에 선로가 있고 열차가 그 위로 다닌다. 이렇게 공사를 한 것은 해안에 가까운 입지, 튼튼하지 않은 지반 등 복합적인 원인 때문이라고 하는데, 전기를 바닥에 설치된 선로에서 공급받기 때문에 침수에 취약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지 않았을까 싶다.

이제 거의 다 내려온 것 같다.

탈 때만 해도 카이유칸 건물이 내 기준에서 왼쪽에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오른쪽에 있다.
15분이라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빨리 지나간 기분이다.

텐포잔 마켓 플레이스 안에 이런 펫카페가 있다. 어린이들이 동물들과 함께 놀 수 있는 장소 같은데 아이가 있으면 데려가면 좋을 것 같다.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다가도 이런 곳에서 잘 놀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그 아이의 아버지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 없네..

토끼를 키우고 싶네. 하~
토끼같은 마누라가 먼저인가?


관람차를 탄 곳이 이 곳이었음.

이제 지하철 오사카코역으로 간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