道東旅行


간밤에 비가 꽤 왔는지 열차 승강장 위가 젖어 있다. 쿠시로에서는 이 쿠시로습원노롯코 열차를 관광상품으로 몇년 째 계절마다 우려먹고 있는데, 여름에는 쿠시로습원노롯코호라는 열차로, 겨울에는 SL후유노시츠겐(冬の湿原)호라는 계절한정 이벤트로 열차를 운행하고 있다. JR패스나 홋카이도레일패스가 있으면 좌석 지정을 할 수 있어서 신토쿠역에서 쿠시로행 열차 예약을 할 때 함께 좌석을 예약하여 지정석권을 미리 받아두었다. 


쿠시로 습원의 종이란다.

음..


쿠시로역 건물은 꽤 오래된 듯한 모습인데 과거에는 쿠시로역 안에 상업시설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1층에 편의점 키오스크와 서점, 식당만 남아있고, 별다른 상업시설이 없다. 이 지역의 쇠락을 보여주는 하나의 단면이 아닐까 싶다. 홋카이도 전체적으로 인구 유출이 심해지고 있는데, 삿포로권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은 수도권으로 향하고, 삿포로 이외의 다른 홋카이도 지역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은 삿포로권으로 들어오는 추세라고 한다. 홋카이도의 면적이 현 시점에서 대한민국의 실효적 지배영역의 80%를 넘어서는 정도인데, 이촌향도 현상이 심해지면서 지방의 쇠락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노롯코 트레인 

이번에 타고 갈 열차인 노롯코 열차. 앞의 헤드마크에 있는 글자는 ノロッコ 를 부드럽게 폰트를 만들어 놓은 것인데, 처음 보았을 때 도대체 저것이 무엇인가 잠시 고민을 하기도 했다. 센모본선 열차를 타도 이 쿠시로습원을 지나가지만, 운행하는 열차가 몇 편 안 되는데다 배차간격이 길어서 한 번 놓치면 오래 기다려야 하고 불편함이 있는데다, 용케 열차를 탄다고 해도 평상시 속도를 유지하면서 운행하다가 정차하는 역에서 정차할 뿐이라 관광 목적으로 타면 재미가 떨어질 것 같다. 대신 노롯코열차를 타면 운행 중간중간 차내 안내원이 두루미라든가 야생동물이 나타났다고 알려주고, 열차 역시 속도를 낮추어 천천히 가면서 승객들이 차창 밖으로 보이는 동물의 모습을 보도록 친절하게 알려준다. 주된 언어는 당연히 일본어이지만, 최근에는 중국어를 하는 사람도 이 열차에 타서 요즘 일본 여행의 대세인 중국인 관광객에 대한 배려도 하고 있다. 한국인은 찬밥.. 역시 쪽수가 많은 것이 좋다. 흑흑


처음 이 열차를 보았을 때 이 열차 석탄 때서 증기뿜으면서 가는 열차인가 싶었는데, 이 열차는 디젤기관차가 견인을 하고, 증기기관차는 SL(Steam Locomotive)열차로 부른다. 증기기관차는 겨울철에 SL후유노시츠겐호로 운행하는 열차로 활약을 한다. 

노롯코열차는 천천히 움직이는 노로이(鈍い)와 토롯코(トロッコ)라는 화물 수송용 소형 화물차를 합친 단어라고 할 수 있는데, 트럭이나 일반 열차가 들어갈 수 없는 장소에 선로를 깔아서 달리게 한 상자 모양의 차량을 말한다고. 


이 기관차도 꽤 오래된 녀석인 것 같은데..


열차가 꽤 낡아보이는 것이 적잖은 연식을 자랑할 것 같다.


측면에서 보니 카와사키중공업에서 쇼와 49년에 제작한 기관차인가보다. 

쇼와 49년이면 1974년이니 얘가 형님이네.. 

몰라뵈서 죄송합니다.



지금이야 별 생각 없지만 언젠가는 열차 안의 노부부처럼 나이가 들면 누군가와 함께 늙어가면서 지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별로 오래 살 것 같지는 않지만..


이 열차는 10년 전과 비교해서 크게 달라진 것은 없는 것 같은데..

겨울이 아니어서 그런가 화로가 없나..


쿠시로역

저 건너편에서는 삿포로행 특급열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이틀 후에 돌아갈 때 저 사람들처럼 삿포로행 특급열차를 타게 된다. 열차로는 5시간에서 5시간 반 정도 걸리는데, 고속버스 역시 비슷한 시간이 걸리지만 가격은 더 저렴한 편이다. 돈이 없으면 버스를 타는 것이 정답. 단, JR패스를 가진 외국인은 예외.


건너편 승강장에는 네무로행 쾌속 노샷푸 열차가 대기중이다. 네무로에도 한 번 가보고 싶은데, 하루에 6왕복이고, 대충 두 시간 반에서 세 시간 가까이 걸린다. 네무로에 가면 일본 최동단 노샷푸미사키까지 다녀와야 하니 버스비도 만만치 않고 하루를 통째로 날려버리는지라 다음 기회로.


어느덧 열차는 쿠시로 습원에 들어온 듯하다.


날씨가 우중충해서 조금 그런데 뭐 별 수 있나. 날씨는 사람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 아니거늘 그냥 팔자려니 생각한다.


사람들도 차창 왼쪽으로 보이는 습원을 주시하고 있다.


낡은 카메라라서 셔터스피드가 따라가지 못한다. 에잇!!


중간중간 두루미도 있었는데 늘 한 발 늦어서 사진을 못 찍었다.


호소오카역

쿠시로습원에 호소오카전망대라는 곳이 있는데, 이 곳에 가려면 호소오카역이 아닌 쿠시로시츠겐(釧路湿原)역에서 내려야 한다. 이번에는 종점인 토로역까지 가기 때문에 도중에 쿠시로시츠겐역에서 내리지 않고 호소오카역을 지나 일단 토로역까지 가본다.


센모본선은 쿠시로습원 한가운데를 통과하는 노선이라서 왼쪽 오른쪽에 두루미가 나타나기도 하는데 뒤늦게 알아차리고 카메라로 초점을 맞추다보면 날아가버린다. 이 열차를 타고 왕복하면서 사진을 찍기도 그렇고..


두루미 없는 습원 사진이나 찍자..


안 될 놈은 안 된다는 말이 떠오른다. 

흑흑 ㅜㅜ


노롯코열차는 여기서 운행을 멈추지 않고 토로역까지 가지만, 쿠시로습원역에 내렸다. 호소오카전망대는 쿠시로시츠겐역에서 산을 올라가면 나온다고 하니 우선 전망대에 다녀올 생각이었다. 다만 백팩에 캐리어를 끌고 산을 올라가려니 생각보다 시간이 걸리고 개고생을 좀 할 것 같은데..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