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사이공항난바



9월에 늦은 여름휴가 겸 작은 일 몇 가지로 일본에 갔다온 후 한 달 정도 지나서 다시 가게 되었다. 이번에는 동쪽과 북쪽이 아닌 칸사이지방의 오사카. 요즘에는 토쿄에 머무는 경우가 더 많지만, 오래간만에 칸사이지역 탐방을 위해서 오사카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칸사이지방을 찾는 외국인들이 늘어나면서 사철회사의 외국인용 패스의 이용범위 및 가격 등의 변화가 생겼는데, 여행 목적의 단기체재 외국인들의 방문이 늘어나면서 이래저래 재미를 본 철도회사들이 조금씩 패스의 혜택을 줄이는 식으로 이용 규칙을 변경하기 시작했다. 특히 '혜자패스' 로 인기가 있었던 킨테츠레일패스는 유효 기간 중 3회의 특급열차를 탈 수 있어서 오사카난바역에서 나고야 또는 토바 등에 갈 때 특급열차를 이용할 수 있었으나, 9월 말에 이 패스의 판매를 종료하고, 특급권을 빼고 200엔을 할인한 가격에 판매하기 시작하였다. 장사가 잘 되다보니 굳이 외국인들에게 많은 혜택을 주면서 판매하고 싶지 않았을 수도 있고, 킨테츠 노선이 지나가는 지역자치단체에서 어느 정도 보조금이 있었을 터인데 막상 사람들이 그 지역 방문을 잘 하지 않아서 별다른 효과가 없어 이를 중단했을 수도 있고,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외부자의 입장에서 그 자세한 내막까지 알 리는 없고 그냥 아쉬운 마음이 들지만,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다시 이용조건이 좋아질 때까지 이 패스는 이용하지 않게 될 것 같아서 킨테츠레일패스의 개정에 앞서 마지막으로 이 패스를 사용하면서 언제까지일지는 모르겠지만 이별 여행을 해야겠다고 처음부터 작정하고 갔다.


낮 비행기인데 점심을 안 먹어서 배가 고파서 기내에서 컵반을 시켜서 먹었다. 일본에서 고추장 먹을 일은 없을 터이니 미리 먹어두려는 의도는 아니고, 밥을 먹어야 속이 편한 밥돌이라서 회사 카드를 꺼내 스윽 긁어주었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해 비행기 안에서는 비싸더라도 이 즉석밥 외에 밥을 먹을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부르는 것이 값이다. 심지어 이 음식은 면세일텐데, 여기서 경제학의 원리를 다시 깨우치게 된다.


양이 많지 않은데 두 개를 먹자니 뭔가 눈치가 보인다.
저 X돼지새끼가 먹기는 엄청 먹는다고 승무원 언니가 째려볼 지도 몰라.. 


장거리는 아니지만 이렇게 실내 조명을 거의 내린 상태.

한 시간 반 정도 걸려서 칸사이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윙셔틀을 기다리고 있다.


셔틀이 왔다.

셔틀을 타고 내렸는데 입국장에 사람이 많아서 입국 수속에 한 시간 이상이 걸렸다. 얘네들도 이게 심각한 문제라고 판단했는지 나중에 칸사이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미리 입국자의 지문과 얼굴 사진을 찍도록 지문인식기와 카메라를 설치해두고, 입국심사대에서는 입국심사관이 여권과 입국신고서를 보고 단기체재 스티커를 붙여주는 방식으로 입국수속시 걸리는 시간을 줄이도록 하였더라는.. 


칸사이공항역

왼쪽에는 난카이, 오른쪽에는 JR서일본의 창구가 있다. 저렴하게 오사카 시내로 간다면 난카이를, 오사카를 넘어서 칸사이지역 구석구석을 돌아보고 싶다면 다양한 외국인용 패스를 판매하는 JR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이번에는 킨테츠레일패스를 이용하려고 하는데, 2016년 10월부터 킨테츠레일패스가 개정되어 특급권이 사라지면서 가격 대 성능비가 급격히 떨어지게 되었다. 그러나 9월 30일 이전에 구입한 기존의 패스는 여전히 이용할 수 있어서 한국의 여행사에서 남은 재고를 팔 때 하나 사둔 것이 있었다. 예전에 난바에서 나고야를 오갈 때 패스에 포함된 특급권 세 장 중 두 장을 사용하고 한 장씩 남아 있던 것들도 챙겨와서 무려 다섯 장의 특급권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히히히...


칸사이공항역 매표소 근처에는 일본인도 많지만 외국인이 상당히 많다. 내국인은 자가용이나 리무진버스 등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을 터이고, 단기체재 외국인처럼 파격적인 할인 티켓 구매 대상이 아닌지라 IC카드를 이용하기도 하니 줄을 서서 기다릴 필요가 없기도 할 터이고..

 

아예 IC카드만 사용할 수 있는 게이트도 있다. 스이카, 이코카, 파스모 등 여러 카드가 호환이 되는데, 처음에 출시했을 때는 발행한 회사의 지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제약이 있었지만, 이런 점 때문에 이용자들이 여러 카드를 사야하는 불편함이 있어 하나 둘씩 호환이 되도록 하여 대부분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진 교통계 IC카드로 JR및 사철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미안하지만 어릴 때부터 이런 것 별로 안 좋아했다..


난카이선을 타는데, 이런 급행열차는 안 탄다.


난카이전철의 간판특급 라피트를 타고 가겠다.

원래 라피트의 편도 정규 가격은 1,430엔(운임 920엔, 특급료 510엔)인데, 공항철도가 늘 번잡한 것은 아니라서 빈 자리가 많은 편이라 여러 이유로 할인승차권을 판매하고 있어서 제 돈을 주고 사면 바보가 될 수 있다. 회사 사정이 좋으면 이런 것 저런 것 신경 안 쓰고, 그냥 매표소에 가서 가장 빠른 라피트 표를 하나 달라고 하겠지만, 예산이 졸라 빠듯해서 허리를 졸라매야하는 상황이라면 뭐라도 조금 더 싸거나 부수적인 혜택이 있는 승차권을 찾게 마련이다. 우선 난카이전철 매표소에 가서 라피트 승차권을 달라고 말하면, 알아서 300엔이나 저렴한 1,130엔에 라피트 편도 승차권을 준다.[각주:1] 

그런데 어차피 저녁에 호텔에 가서 바로 잠을 자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므로, 시내를 싸돌아다니기 위해 라피트 편도 승차권에 오사카시영지하철 1일 승차권이 합쳐진 오사카 출장 킷푸(大阪出張きっぷ)[각주:2]를 샀다. 가격은 예나 지금이나 1,500엔이지만, 예전에는 매년 기간을 연장해가면서 연중 판매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어떤지 정확히 잘 모르겠지만 일단 2018년 3월 31일까지 판매한다고 한다. 한국의 여행사에서 미리 구입을 하거나 난카이 웹사이트에서 미리 구입을 하고 수령하는 것이 좋겠다.

 

비행기 승무원 복장과 유사하게 만든 제복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열차는 만화 철인 28호에서 모티브를 열차라고도 불린다고 하는데, 철인 28호 만화를 안 봤다...


이 열차는 라피트 베타(β), 라피트 알파에 비해서는 정차역이 더 많다.


라피트는 전석지정석이므로 좌석지정을 하지 않고 탈 수 없다고 하는데, 빈 자리가 있는 경우 일단 올라 탄 다음에 따로 차장이 검표할 때 특급권을 구입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안해봐서 어떤지는 잘 모르겠고..


라피트가 먼저 출발하고 4분 후에 난바행 급행열차가 출발한다. 난카이선 급행열차도 크게 느리지는 않아서 평소에는 즐겨타는 편인데, 지하철 1일 승차권 가격을 고려하면 오사카 출장 킷푸가 더 저렴해서 라피트를 타게 되었다.


일본에는 여성전용차량이 있다. 한국에서는 서울지하철에서 여러 차례 실패한 적이 있고, 부산지하철에서 실시중이라고 하는데, 언젠가 유튜브에서 일본의 어느 전철의 여성전용칸에 남자가 타서 여자가 여기는 여성전용칸이니 다른 칸으로 가달라 했으나, 남자가 그냥 무시해버리고 버티자 여자가 울부짖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여성전용칸에 탄 남자도 이상하지만, 그 여자는 남성혐오증세가 있다고 보일 정도로 난리를 치는 것 역시 이상해서.. 


칸사이공항역을 출발


바다를 건넌다. 이 연륙교는 트러스공법으로 지어진 세계 최장의 다리라고 한다. 왕복 6차선의 차량용 도로가 있고, 아래에 철도용 복선 철로가 있다. JR과 난카이는 모두 협궤차량을 사용하고 있어 이 두 회사가 선로를 공유하고 있다. 린쿠타운까지 선로를 공유하고, 이후에는 각자 자기들만 사용하는 노선으로 운행하는데, 둘 중 한 쪽이 더 많은 열차를 투입하려고 해도 병목구간이 있어서 한계가 있다고 한다.


칸사이공항은 말도 안 되게 비싼 일본의 땅값으로 인해 토지수용이 사실상 불가능해서 아예 땅을 매립하여 인공섬을 만들었고, 육지에서 섬을 연결하는 다리를 건설했다. 그런데 이 동네의 지반이 연약지반이라서 공항이 위치한 땅이 조금씩 가라앉고 있다고 한다. 워낙 이상한 일들을 많이 하는 곳이라 어떻게든 지반침하를 막는 뭔가 수단을 찾아내서 하지 않을까 싶다. 설마 그냥 공항이 가라앉는 것을 보고 있지만은 않겠지..


사람이 많지는 않은 것을 보니 왜 할인티켓을 만들어 파는지 알 수 있다.


키시와다역. 아직 절반도 지나지 않았다.

 

도착한 역은 신이마미야역.

오사카 시내에서 저렴한 숙소가 몰려있는 곳이다. 지난 달에 출장여비로 돈을 많이 써버려서 구멍가게 같은 회사 재정에 엄청난 타격을 입혔기에 숙박비를 아끼려다보니 별 수가 없다. 비싼 호텔이 좋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그냥 찬바람 막아주고 잠만 잘 수 있어도 큰 상관하지 않아서 숙박비는 최대한 아껴서 먹는 것에 보태는 거렁뱅이 여행이 이번의 컨셉. 그냥 노숙만 하지 말자 정도라고나 할까..


라피트는 떠나간다..


월드컵 지역별 최종예선 경기를 보는데 일본이 이겼다. 이 때만 해도 한국이 그럭저럭 괜찮은 출발을 해서 무난히 월드컵 본선에 출전하겠거니 했는데, 1년 여 후에 보니 일본이 편하게 본선 진출을 확정지은 반면, 한국은 똥줄을 태우다 간신히 본선에 진출하는 신세가 되었다. 슈팅영개 감독의 경질도 있었고, 막판에는 탈락을 염려했을 만큼 대표팀도 지켜보는 국민들도 힘들었던 시간이었다.


우편물 몇 개 보내고, 난바에 들러 수퍼마켓에서 먹을 것을 조금 사와서 늦은 저녁을 먹었다. 이번 비즈니스 트립의 "거지모드" 와 아주 잘 어울리게 마트의 땡처리 음식을 사들고 와서 배불리 먹고 내일부터 시작되는 '킨테츠레일패스 마지막 이용이 될 가능성이 높은 여행' 을 시작하기 위해 잠을 청했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역시 초밥의 나라 답게 한국에서 파는 것보다는 훨씬 맛있다.

  1. 그러나 올해 봄부터 300엔 할인은 칸쿠-웹토쿠 티켓이라 하여 웹사이트에서 미리 구입하는 경우만 적용되고, 칸사이공항역에서는 160엔 할인된 라피트 승차권(특급권포함)을 판다. 결론은 제 가격 주고 타면 호구. [본문으로]
  2. 예전에는 외국인대상으로 팔던 요코소오사카티켓과 내국인대상의 오사카출장킷푸가 따로 있었는데, 오사카출장킷푸가 사라진 듯하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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