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디스



지하철을 타고 다시 후쿠오카공항에 도착했다.

버스는 막힐 가능성도 있고, 노선을 잘 몰라서 그냥 지하철을 탔다.


일본 국내선을 타는 것은 6년 여 전에 일본항공 마일리지로 김포에서 삿포로까지 다녀왔던 것 이후 아주 오래간만인 것 같다. 거리가 짧은데다 고속철도나 버스 등이 잘 갖추어져서  한국과 달리 일본에서는 국내선도 수익성이 나쁘지 않은데, 지리적으로 동서남북으로 길게 늘어져 있어서 후쿠오카에서 삿포로 같은 곳에는 비행기 외에는 다른 수단이 없다고 보면 된다. 이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는 사람은 열차 하나로 계속 내달리기도 한 적이 있는데 하카타역에서 출발해서 토쿄까지는 약 6시간 정도 걸리고, 토쿄에서 삿포로까지 약 8시간 반 정도 걸리니, 아침에 눈뜨자마자 신칸센을 타도 삿포로에는 자정이 가까운 시각에 도착하게 된다. 단기체재 외국인의 특권으로 JR패스를 사용할 수 있기는 하지만, 토카이도-산요신칸센에서 노조미호를 탈 수 없어서 시간이 오래 걸리고, 환승 대기시간이 길어져서 하루 종일 열차를 타고 가야 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후쿠오카에서 바로 삿포로에 가는 비행기를 타기로 했는데, 2만엔이 넘어가는 제 가격을 주고는 못 타고, 단기체재 방일외국인용 국내선 항공권을 꽤 저렴하게 구입했다. 사실 이것을 믿고 후쿠오카로 들어오는 경로를 택했지 아니었다면 오사카나 토쿄에서 신칸센으로 하루 걸려 움직이는 고난의 이동을 했을 것이 안 봐도 뻔하다.


일본의 지형이 크게 혼슈, 시코쿠, 큐슈, 홋카이도 네 섬으로 이루어져 있는데다 길게 늘어진 모습이어서 국내선 항공 역시 활발하게 다니고 있다. 한국에서는 땅덩어리가 좁은데다 고속도로가 잘 갖춰져 있어서 고작 200~300km 정도의 거리라면 비행기가 버스나 철도 등의 육상교통수단을 앞지르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고, 거리가 짧다보니 출발 한 시간 전 쯤에 공항에 도착해서 탑승수속을 하면서 짐을 맡기고, 도착 후에 짐 찾고 그러다보면 짧은 이동시간으로 얻은 시간을 공항에서 도심까지 오가는 시간을 생각해보면 큰 시간 절약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 후쿠오카공항은 지하철로 도시의 중심인 하카타역까지 10분 이내에 갈 수 있고, 버스로도 텐진, 하카타역에 금방 오갈 수 있다.

  

보잉 777-200 기종인 것 같다.

비즈니스클래스 포함해서 405석이라는 것 같던데 중간에 빈 좌석이 보이기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탔다. 

  

자~ 이제 출발한다.


이륙하자마자 후쿠오카 시내가 보인다.

언제나 느끼지만 후쿠오카공항의 입지는 참 좋은 것 같다.


국내선치고는 꽤 큰 기재인 777-200ER인데 빈 자리가 있기는 하지만 충분히 많은 사람들이 탔다.

 

기내 엔터테인먼트는 없었던 것 같고, 커피나 음료수 한 잔씩 주었던 것 같다. 기내 와이파이접속이 된다고 하는데 그것은 유료라서 굳이 한 시간 남짓 사용할 거면서 비싼 금액을 지불하기는 싫다. 종종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기도 하고, 업무 관련된 자료도 찾아보고 그러지만, 별다른 용무가 없을 때는 몇 시간 씩 가방 속에 넣어두고 보지도 않을 때도 많아서 기내 모니터에 보이는 이동상황이나 뉴스를 보면서 간다. 

 

등록부호는 JA713A


기내 텔레비전에 하네다공항에서 이륙한 뉴욕행 JAL항공기가 긴급착륙을 했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다. 삿포로에 도착하고 난 뒤에 버드스트라이크로 인해 연료를 버리고 착륙했다는 기사를 봤는데, 다행히도 별다른 인명피해는 없었다는 것 같다.

 

이제 바다를 건너서 홋카이도에 온 것 같다.


삿포로 신치토세공항에 도착했다.

두 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점심을 안 먹었기 때문에 일단 공항에 있는 모스버거에 들어가서 점심을 먹었다. 일본에 수십 번 드나들면서도 그냥 역에 있는 롯데리아나 맥도날드 같은 패스트푸드점은 잘 가지 않아서 메뉴판을 보고 고르는 것도 시간이 꽤 걸렸다. 카레모스버거와 튀긴 양파와 감자, 그리고 레몬티를 시켰다. 패스트푸드점은 한국이든 일본이든 기껏해야 1년에 한두 번 정도 갈까 말까한 정도라서 메뉴 자체가 생소하고, 어색한 느낌이 든다. 기간한정으로 파는 것들도 많아서 나중에 가면 찾아볼 수 없기도 하고..


뭔가 오묘한 맛이었다.

삿포로역에 가야하는데 도중에 잠시 아울렛 레라에 들러 선물을 사려고 레라 셔틀버스를 탔다. 막상 마음에 드는 것은 비싸고, 세일 상품이라고 하는 것들은 마음에 안 들어서 그냥 나왔다. 종종 지름신이 들러서 생각지도 않았던 지출이 생기기도 하는데, 유혹에 넘어가서 낭비하지 않은 것을 스스로 칭찬하면서 미나미치토세역으로 걸어갔다.


저 스즈란은 비싼 특급열차이므로 가볍게 보내주려고 하는데, 생각보다 길게 정차하는 것 같다. 

기분 탓인가..


JR패스 인환권이 가방 안에 있는데, 다음 날부터 사용할 계획이어서 곱게 모셔두고, 그냥 스이카에 1,000엔을 충전하고 삿포로에 간다.


미나미치토세역

이 역은 원래 치토세공항역이었으나, 신치토세공항역이 생기면서 미나미치토세역으로 역명이 변경되었다. 미나미치토세역은 홋카이도의 열차 운행에 있어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역인데, 치토세선에서 세키쇼선, 치토세선 지선(신치토세공항 방면) 등을 다니는 열차들이 이어지는 이 역에서 분기한다. 오비히로, 쿠시로 등의 도동 방면, 하코다테, 오샤만베, 무로란 등의 도난 방면의 모든 특급열차가 이 역에 정차한다. 그런데 이 역 주변에는 아울렛 말고는 별다른 상업시설이 없어서 썰렁하기 그지없고, 치토세선의 삿포로 방면 다음 역인 치토세역 주변이 그나마 상권이 형성이 되어 있다.


삿포로에 숙소 예약을 해두었으니 쾌속 에어포트를 타고 삿포로에 간다. 지정석인 U-시트는 520엔을 추가로 내야하기에 그냥 자유석 차량에 타고 가는데 용케도 빈 자리가 있어서 힘들지 않고 앉아서 갔다. 

삿포로의 숙소는 9월이니 최성수기가 끝났을 것이라 생각하고 미리 예약을 하지 않다가 전날에서야 호스텔 예약을 했는데, 주로 방을 혼자 쓰다가 여러 명이 한 공간에서 함께 자는 호스텔이 조금은 부담스러운 면도 있고, 호스텔의 매트리스는 보통 집에서 사용하는 침대의 매트리스와는 아주 다른 것이라 불편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밤중에 젊은 청춘들의 혈기왕성한 목소리가 거슬리기도 해서 이제는 이런 곳을 가급적 피하게 되는데, 6천~7천엔 수준의 비즈니스호텔이 만실이어서 그냥 이 곳으로 정했다. 조금 더 알아본다거나  

삿포로역에 내려서 구글 지도를 켜고 가는데 지하철 스스키노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인 것 같다. 지도를 따라서 어찌어찌 도착해서 체크인을 하고 배정받은 방으로 들어가서 짐을 내려놓았다. 대개 호텔에서 묵다보니 수건이나 칫솔 같은 어메니티가 비치되어 있어서 별 준비없이 가도 문제가 없는데, 여기는 호스텔이었다. 그나마 칫솔은 지난 번에 사용하던 것이 있어서 어제도 샤워를 하고 나서 수건이 없어서 입었던 옷을 벗어 물기를 대충 닦았는데, 아무래도 큰 타월 하나 있는 것이 좋겠다 싶어서 먼 길을 걸어 돈키호테까지 가서 거금 540엔이나 주고 배스타월을 하나 사왔다.


친구 중에 쿠데타마를 좋아하는 녀석이 있어서 하나 사다줄까 했는데 이건 하루 숙박비에 육박하므로 그냥 포기.



현재 기온은 섭씨 22도라고 한다.


저녁을 먹어야 하는데, 무엇을 먹을까 고민을 하고 있는데, 호스텔에 있는 한국인 직원 분이 먹어본 스프카레 중에 가장 맛있었다는 가게를 추천해주었다. (대단히 미안하지만)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믿지는 않았지만, 뭐 그냥 딱히 가서 먹고 싶은 음식점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이렇게라도 추천을 해주니 그 곳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분은 나보다 어린 듯하지만 이미 일본인 여성과 결혼해서 삿포로에 살고 있다고 하면서 몇 마디 주고 받다가, 호스텔에 묵는 사람들에게 주변에 있는 음식점 방문해서 음식을 시키면 랏시 1잔의 특전이 주어지는 쿠폰을 주었다. 호스텔에 드나들다가 사무라이라는 카레 가게의 쿠폰을 하나 챙겨두었는데, 이 가게가 멀지 않은 곳에 있다니 추천하는 사람을 한 번 믿어보고 가보기로 했다. 사실 믿고 말고를 떠나서 있는 곳에서 멀지 않다니 그걸로 충분하기도 하고..


호스텔에서 받은 쿠폰을 건네주니 랏시라는 인도의 음료가 먼저 나왔다. 랏시가 뭔가 궁금해서 찾아보니 플레인 요거트에 물과 설탕을 넣어서 만드는 것이라고 하는데, 처음 맛보는 것이라 이게 맛있는 것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어서 뭐라 평가는 못하겠고, 그냥 잘 마셨다.


잠시 후에 카레와 밥이 나왔다.

 

약간 매운 맛을 선택했던 것 같은데 그럭저럭 매웠다. 그 맵다는 느낌이 한국음식의 매운 맛과는 다른 맛이기는 하지만..


채소들이 투박하게 썰어져 들어가 있다.

 

언제나 그렇듯이 이번에도 설거지를 편하게 할 수 있도록 다 먹었다.


코로나가 300엔이었나 350엔이었던가 해서 한 병 시켜서 입가심을 하고 돌아왔다.

카레를 먹고 있는데, 묵었던 호스텔에서 이 가게로 보내진 것 같은 한국인 남성 4인조가 들어왔다. ㅋㅋㅋ 

다음 날 역시 아침 일찍부터 움직이기 위해서 일찍 잠을 청했는데 한참 뒤척이다가 겨우 잠에 들었는데 밖에서 술쳐드시고 지랄발광하는 놈들이 등장해서 계속 뒤척이면서 이틀 연속으로 잠을 설쳤다. 시부랄.. 갈수록 예민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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