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무로본선



후라노에는 라벤더만 있는 것이 여러 꽃이 있고, 와이너리도 있고, 후라노가 아니면 그리 멀지 않은 비에이의 언덕과 해바라기도 있고, 여러가지 볼 것이 많겠지만, 이번에는 그냥 거쳐가는 곳일 뿐 방문하고자 하는 장소는 아니었다. 후라노역부터 네무로본선을 따라서 가면 도토지역의 중심 도시인 쿠시로에 가게 되는데, 특급열차는 쿠시로까지만 운행하고, 쿠시로 동쪽에 있는 네무로까지는 보통, 쾌속열차만 운행을 한다.


점심을 먹기는 하였지만, 아침을 안 먹었으니 늦은 아침을 먹은 셈으로 치고, 이제 늦은 점심을 먹어야 할 것 같다. 일단 수퍼마켓에 들러서 간식거리를 조금 사고, 시간이 좀 남길래 후라노 마르쉐에 있는 '푸치푸치버거' 라는 곳에서 햄버거를 하나 주문했다.


딱히 특별해보이지는 않지만..


꽤 맛있게 먹었다. 배가 고파서 그랬을 수도 있는데..


이 키하40계의 낡아빠진 열차가 히가시시카고에(東鹿越)역까지 데려다 줄 예정이다. 원래는 히가시시카고에를 지나 신토쿠까지 열차를 운행했으나 2016년 여름에 태풍 라이언록이 이 지역을 쓸고 가는 바람에 네무로본선이 작살이 나버렸다. JR홋카이도 입장에서는 네무로본선에 열차를 굴리면 굴릴수록 수익이 나지 않는 구간이어서 어쩌면 잘 되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이 보통열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통근 및 통학을 위한 것이라 장기간 운행을 중단할 수 없어서 열차 대신에 대행버스 운행 계획을 세워서 버스를 대신 투입하고 있다.


이 동네의 주요 관광지로는 후라노스키장, 후라노와인하우스, 텔레비전 드라마 '키타노쿠니카라' 의 로케이션 장소 등이 있다고 한다. 가본 곳은 라벤더 언덕 정도인가.. 몇 번 이 동네를 지나가기는 했는데, 주로 후라노와 비에이 정도만 갔던 것 같다.


열차가 출발하기도 전에 전광판에는 다음 열차 안내를 하고 있다. 쾌속 카리카치는 타키카와를 출발해 네무로본선 후라노, 신토쿠 등을 거쳐 오비히로를 지나 이케다역까지 운행한다. 철도 거리는 204.2km라고 하는데, 히가시시카고에역과 신토쿠역 사이는 열차 대신 대행버스로 대체운송을 하고 있어서 시간이 조금 더 걸린다. 여기가 대도시이고,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다면 철도회사에서 어떻게든 재빨리 복구를 하여 승객 운송을 하려고 할 터인데, JR홋카이도는 적자가 아닌 구간이 한 손에 꼽기도 어려울 정도로 경영상태가 좋지 않아서 어떻게든 적자노선은 운행 재개를 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일본의 수도권이나 칸사이권에서 열차 사고가 나면 어떻게든 재빨리 복구해서 운행을 하려고 달려드는 것과는 아주 대조적이다.


후라노역 바로 다음 역인 누노베역은 잘라먹고 그 다음 역인 야마베역.

이런 역이 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


이 역에서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내렸다. 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많지 않으니 열차 운행 간격도 길고, 그 덕분에 어느 정도 자리를 채워서 다니고 있다. 사진 속의 책을 보는 여학생은 공부 열심히 하는 모범생인 것 같은데 저 학생 부모님이 좋아하시겠다. 나는 왜 학교 다닐 때 그렇게 잠만 쳐 잤던가..


히가시시카고에역부터 철도 운행이 중단되어서 열차에 탄 사람들 중 히가시시카고에가 목적지인 사람을 제외하고는 나머지는 내려서 버스로 갈아타고, 반대로 버스를 타고 왔던 사람들은 열차로 갈아타고 후라노 방면으로 간다. 학생들은 정기권을 보여주고 버스에 타는데, 그런 보통열차만 탈 수 있는 정기권이 아닌 JR패스를 꺼내서 버스기사 아저씨에게 보여드리고 올라탔다. 후라노에서 출발할 때는 열차에 빈 자리가 없었지만, 역을 하나 둘 지나면서 많이 내려서 셋 중에 둘 이상은 이미 내려서 집으로 간 것 같다.

 

버스는 JR홋카이도에서 대체수송 목적으로 계약한 전세버스인 것 같다. 후라노역에서 탔을 때나 자리가 없어서 서서 가는 학생들이 몇 있었지, 갈수록 하나둘 내리더니 대행버스를 탄 사람은 많지 않았다.


대행버스라고 해서 뭔가 특별한 것이 있는 것은 아니고 관광버스를 대절하여 열차운행 불통구간을 버스로 대신 운행하는 것 뿐이다. 주로 학생들이 많이 이용해서 이들이 주된 대상인데, 소요시간은 열차로 다닐 때보다 조금 더 걸리는 것 같다. 일본의 도로 자체가 대부분 제한속도가 낮은데다 도로에 있는 버스정류장이 아니고 역 앞까지 가서 버스를 세우고, 차를 돌려서 나오는 것도 시간을 더 잡아먹으니 이래저래 시간이 많이 걸릴 수 밖에.


슬슬 해가 지고 있고


이쿠토라역에 도착했다.


첫 일본여행에서도 이쿠토라역에 들른 적이 있었는데, 말도 잘 안 통하고, 어디가 어딘지도 모르면서도 열차를 타고 왔던 기억이 있다. 그 당시에는 뭐가 뭔지도 모르고 사진찍고 눈 속을 헤매면서 다녔는데.. 영화로도 제작된 철도원의 호로마이역의 배경이 이쿠토라역이었고, 아직까지 당시의 세트가 남아 있기는 한데, 겨울철에는 찾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서 앞으로 어떻게 될 지는 잘 모르겠다.


호로마이역 간판이 아직 남아 있구나.. 시간이 조금 더 있으면 여기서 내려서 구경을 하고 다음 버스를 타면 되겠지만, 이미 어두워지고 있어서 그냥 버스 안에서 사진만 찍었다.


이 때 히로스에 료코 참 예뻤는데.. 요즘에는 약에도 손을 대고 이래저래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준다고 한다.


다음은 오치아이역

어두워지고 있다.

그리고 신토쿠역.

신토쿠역에 도착할 때는 이미 주변이 다 어두워진 뒤였다. 보통열차는 네무로본선으로 다니지만, 특급열차는 세키쇼선으로 다니는 덕분에 운행에 별다른 차질이 없어 정상운행을 하고 있다. 다만, 여러가지 이유로 조금씩 열차가 늦어지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강풍이 불면 열차 운행에 지장이 있다고 속도를 늦추고, 눈이 많이 오면 눈이 많이 온다고 속도를 늦추고.. 대행버스를 운행하는 회사는 '후라노버스' 라는 회사라고 한다. 어디선가 본 것에 의하면 올해는 대행버스의 운행편수를 늘렸다고 하는 것 같던데.. 아닌가.


저 떵차를 타고 가는 것은 아니고, 특급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이런 떵차를 타는 사람들은 역시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사람이 별로 없는데 한 학생이 걸어온다.


키하 40계 똥차를 원없이 보고 있다.


오비히로까지만 간다면 보통열차라도 타고 갈텐데 쿠시로까지 가야하니 특급열차를 타야한다.


도시락을 사놓은 것이 있어서 이걸로 저녁을.

설마 상하지는 않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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