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박 조코비치

지난 2주간 윔블던 관련 포스팅을 하면서 주로 남녀 단식에 초점을 맞추어 주요 경기 리뷰를 했는데, 중간에 넣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잠시 풀어놓는 것으로 철야 투쟁을 멈추고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려고 한다. 무엇보다 갑작스럽게 많은 이들이 찾아주셔서 놀랍고 감사할 따름이다.

조코비치와 크비토바는 모두 윔블던 우승 첫 경험 ⓒ AELTC / T. Lovelock

단식 경기의 우승 상금은 우승자 110만 파운드(약 18억 9천만 원)이고, 준우승 상금은 55만 파운드(약 9억 4천만 원). 윔블던에서 한 번 우승하면 상금만으로도 평생 먹고 살 돈이 마련되는 셈이다. 3라운드 탈락자까지는 한 단계 내려갈 때마다 개인이 수령하는 상금은 반으로 줄어드는데, 128명이 맞붙는 1라운드에서 패한 64명이 각각 수령하게 되는 상금이 11,500파운드로 2천만원에 가까운 돈이니 이것만 해도 대단하다. 퀄리파잉 1라운드에서 탈락해도 1,750파운드(약 3백만 원)가 주어지니 비행기삯 정도는 충분히 뽑을 수 있는 돈이다.

크비토바도 이번 대회 우승으로 7월 4일자 세계 랭킹에서 7위로 한 단계 상승했다. 이번 시즌 레이스만 놓고 보면 보스니아키(5776점)에 조금 뒤진 2위(5037점)를 달리고 있어 남은 시즌 경기 결과에 따라 연말 랭킹 1위도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 준우승자인 샤라포바도 랭킹이 한 단계 상승한 5위가 되었고, 4위였던 리나가 6위로 내려앉았다.

오픈 시대의 대기록을 세운 브라브라 ⓒ AELTC / M. Hangst

복식은 동성의 경우 우승 상금이 25만 파운드(약 4억 3천만 원), 혼성의 경우 9만 2천 파운드(약 1억 6천만원)가 한 조에 주어지는데, 어느 한 사람이 더 가져가서 서로 싸우는 일은 없는 것 같다. 남자 복식의 브라이언 브라더스(미국)는 11번 째 그랜드 슬램 우승으로 우디즈와 타이기록을 세웠다. 다른 선수들처럼 파트너의 변동없이 수년 째 정상을 지켜온 브라브라가 조만간 새로운 기록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여자 복식은 현재 가장 강한 복식조인 크베타 페스츠케(체코)와 카타리나 스레보트닉(슬로베니아)이 우승을 차지했는데 자비너 리지키(독일)와 사만다 스토서(호주)가 하루에 준결승과 결승을 치르느라 체력 소모가 커서 쉽게 승리를 거두었다.

알프스 소녀였던 힝기스가 알프스 아줌마가 되어버린 세월의 무상함이여 ⓒ AELTC / S. Wake

윔블던에서는 인비테이셔널 매치라고 해서 전 윔블던 챔피언들이 초청되어 복식 경기를 갖는데 여자 복식결승에서 린제이 데이븐포트(미국)와 마르티나 힝기스(스위스)가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미국)와 야나 노보트나(체코)를 이기고 우승을 차지했다. 아무래도 은퇴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팔팔한 젊은 선수들이 더 잘 뛸 수밖에 없다. 이 경기에서도 작지만 상금(우승 17,500파운드, 준우승 14,500파운드)이 있다고. 젊었을 때 테니스 잘 치면 나이 들어서도 먹고 살 길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샤라포바 이전에 윔블던의 연인은 힝기스였는데.. ⓒ AELTC / S. Wake

힝기스 이야기가 나온 김에 잠시 이야기하자면 뛰어났던 테니스 실력 이외에도 여러 스타들과 염문을 뿌리기로 유명했다. 스페인의 프로 골퍼 세르히오 가르시아, 영국의 축구 선수 솔 캠벨, 테니스 선수 라덱 스테파넥 등 많은 사람들과 사귀었는데 작년에 6살 연하의 남자와 결혼했다.

그러나 그녀의 테니스 실력은 그저 그렇더라는 (현재 세계랭킹 31위에 올라 있다) ⓒ AELTC / S. Wake

윔블던은 여전히 흰색 유니폼을 입도록 하는 규정이 있는데, 꼭 튀고 싶은 선수들이 유니폼을 가지고 장난을 치는 경우가 있다. 미국의 베타니 마텍-샌즈는 코트의 레이디 가가 패션을 해서 화제가 되었는데, 개인적으로는 비너스의 경기복이 더 충격적이었다.

비너스의 쇼킹 경기복 ⓒ AELTC / S. Wake

비너스는 흑인이다보니 흰색은 그다지 잘 받지 않음에도 옷에 장난을 너무 친 것 같다. 그냥 깔끔한 경기복을 입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비너스는 자신의 유니폼을 스스로 디자인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범인의 눈으로 보면 참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서리나의 인터뷰 모습 ⓒ AELTC / T. Lovelock

사실 그 동생이 인터뷰할 때 입고 나온 셔츠도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돈이 없어서 찢어진 옷을 입은 것은 아닐테고 어느 정도 예의는 지켜야 하는데 이 자매는 너무 파격을 즐긴다.

그 밖에 여러 유명 인사가 윔블던 경기장을 찾아서 화제가 되었다. 영미권 언론에서는 케이트 미들턴의 동생 피파 미들턴에 대해서 난리를 치고 있는데 이해할 수 없고 별로 마음에 들지 않으므로 여기서는 과감하게 그녀는 생략하도록 하겠다. 아는 사람들만 잠시 소개해본다.

호주의 백상어 그렉 노먼씨께서 오셨습니다 ⓒ Getty Images / Julian Finney

F1 스타 마크 웨버도 경기를 관람했다 ⓒ Getty Images / Clive Mason

래퍼 Jay-Z씨도 멀리 대서양을 건너 영국까지 와서 경기를 보았다. ⓒ AFP Photo / Glyn Kirk

루퍼트 그린트와 올리버 펠프스 ⓒ Getty Images / Julian Finney

영화 해리 포터 시리즈에 출연했던 론 역의 루퍼트 그린트와 조지 역의 올리버 펠프스도 경기를 보았다고 하는데, 원하는 사람은 이들이 아닌 엠마 왓슨인데 어흑!

아쉬움을 앤양으로 달래보자 ⓒ Getty Images / Julian Finney

앤 해서웨이는 애인 아담 슐만과 함께 여자 결승전 경기를 관람하였다. 이 아가씨 프라다를 입는 악마였을 때 참 예쁘게 나왔는데 그 이후 영화에서는 강한 인상을 남겨주지 못해 아쉽다.

윔블던은 끝나도 ATP와 WTA 투어가 계속 진행되고 있는데 매일 밤을 새우며 경기를 지켜볼 수는 없어서 당분간 테니스 리뷰는 가끔 시간이 날 때만 포스팅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쉽지만 이제부터 매주 테니스의 공주 한 명씩 골라서 선수에 대한 이야기를 다룰 계획이니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린다.

노박 조코비치(24·세르비아, 세계 2위)가 제 125회 윔블던 남자 단식 결승에서 디펜딩 챔피언이자 몇 시간 후 자신에게 세계랭킹 1위를 내어줄 라파엘 나달(25·스페인)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며 생애 첫 윔블던 우승을 차지했다. 호주오픈 두 차례 우승을 합쳐 통산 세 번째이자 올 시즌 두 번째 그랜드 슬램 우승이다.

조코비치의 작년까지의 행보를 보면 페더러-나달 시대의 또다른 희생양이 아닌가 싶었다. 2008년 호주오픈 준결승에서 로저 페더러를 꺾고 결승에 올라 첫 그랜드 슬램 우승을 차지하였지만 작년까지 두 선수에게 밀려 3인자에 머물렀고 페더러와 나달 둘 중 하나가 부진에 빠질 때에만 가끔 2위에 이름을 올려 놓는 정도였다. 사람들은 조코비치가 아닌 페더러가 17번째 그랜드 슬램을 차지할 수 있을지 혹은 나달이 페더러의 기록을 넘어설 것인지에 더 관심을 가지며 올해 초까지도 3위에 머무르던 조코비치는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았다. 테니스 선수의 전성기가 평균적으로 20대 중반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이제 정점에 거의 다다른 것일지도 모를 조코비치도 앤디 로딕이나 레이튼 휴잇처럼 그저 한 번 그랜드 슬램을 차지했던 우수한 선수의 하나로 사라질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러나 조코비치는 올해 초부터 가지고 있던 잠재력을 모두 폭발시키며 41연승의 돌풍을 일으켰다. 호주오픈에서 다시 페더러를 잡고 결승에 올라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고, 이후 출전하는 투어마다 페더러와 나달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프랑스오픈 4강에서 페더러에게 일격을 당하며 연승 행진이 중단되었지만, 이미 페더러를 2위 자리에서 끌어내린 후 멀찌감치 따돌렸고 1위 나달을 근소한 포인트 차이로 쫓았다. 그리고 윔블던 결승에 오르며 나달이 지켜오던 월드 넘버 원 등극이 예정된 상태에서 윔블던 타이틀을 놓고 현재가 아닌 전 1위가 되는 나달을 상대로 승리했다. 단 한 번의 패배가 아쉬울 정도로 시즌 48승 1패의 경이적인 승률을 자랑하며 극강의 포스를 뿜어내고 있는 조코비치는 이제 페더러-나달의 시대의 막을 내리고 자신만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선수가 될지도 모른다.

드디어 윔블던 트로피에 입을 맞춘 조코비치 ⓒ AELTC / M. Hangst

 

대회 마지막 날 (7월 3일)

남자 결승 노박 조코비치 vs 라파엘 나달 (14:00 센터 코트)

경기 시작에 앞서 서로를 격려하는 두 선수 ⓒ AELTC / M. Hangst

나달은 그랜드 슬램 결승에서 로저 페더러 이외의 선수에게 져본 일이 없었다. 그리고 두 선수의 상대전적은 나달이 16승 11패로 앞서 있었고, 윔블던 결승도 다섯 번째였다. 그러나 조코비치는 올해 나달을 만나 한 번도 지지 않아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큰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판명되었으나 8강에서 발에 통증을 느꼈던 나달의 컨디션이 최고조에 이르지 못할 것이라는 점도 조코비치에게는 유리한 부분이었다.(부상도 실력이다)

포어핸드 스트로크를 치기 전 공에서 시선을 집중하는 조코비치 ⓒ AELTC / T. Hindley


조코비치의 서브로 시작한 1세트는 팽팽하게 진행되었다. 조코비치는 서브 에이스로 기분 좋은 출발을 했지만, 나달에게 연속으로 포어핸드를 맞으며 15-30으로 끌려갔다. 조코비치는 서브 에이스를 다시 터뜨리며 동점을 만들었고, 나달이 네트에 공을 꽂고 라인 밖으로 날린 덕분에 첫 게임을 승리로 장식했다. 톱랭커 간의 승부에서 자신의 서브 게임을 지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 나달은 개의치 않고 자신의 서브 게임을 가볍게 챙기며 균형을 맞췄다. 이후 여섯 게임을 두 선수는 상대방에게 두 포인트 이상을 허용하지 않은 채 안전하게 자신의 서브 게임을 챙기며 4-4의 팽팽한 접전을 이어갔다. 조코비치가 아홉 번째 게임에서 이기며 5-4로 앞서 나갔고 나달의 서브 게임이 시작되었다. 나달은 연속으로 서브 에이스 두 개를 조코비치의 코트에 꽂으며 30-0의 리드를 잡았다. 5-5가 되고 첫 세트는 타이 브레이크로 이어질 분위기였다. 그러나 조코비치는 나달의 우측을 공략한 백핸드와 선상에 떨어지는 포어핸드로 동점을 만들었고, 나달은 포어핸드가 네트에 걸리며 세트 포인트를 허용하였다. 흔들린 나달은 포어핸드가 사이드라인을 벗어나면서 첫 세트를 내주고 말았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는 나달 ⓒ AELTC / M. Hangst

2세트는 조코비치의 페이스로 진행되었다. 조코비치의 서브로 시작된 첫 게임에서 나달은 0-30으로 앞서며 분위기 전환을 꾀했다. 앤디 머리에게 첫 세트를 내준 후 연속으로 세 세트를 따내며 역전승을 거둔 준결승을 연상시키는 플레이였다. 그러나 나달은 왼쪽 사이드라인을 벗어나는 샷으로 동점을 허용하더니 스매시가 베이스라인을 벗어나면서 역전을 허용했다. 위기를 넘긴 조코비치는 서브 에이스를 날리며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첫 게임을 가져갔고, 곧바로 나달의 서브 게임을 탈취하며 연속 브레이크에 성공했다. 15-15에서 조코비치는 나달의 서브를 노려 오른쪽 코너로 리턴하여 득점에 성공했고, 긴 랠리 끝에 나달이 백핸드를 네트에 꽂으며 브레이크 포인트가 되었다. 조코비치는 치열한 랠리가 발리로 이어지는 순간 나달의 키를 넘겨 빈 코트로 떨어지는 백핸드 샷을 날리며 승리했다. 다음 게임에서도 조코비치는 서브 에이스 두 개를 포함하여 쉽게 이기며 3-0으로 달아나 나달의 추격권에서 벗어났다. 나달은 뒤늦게 한 게임을 따내며 추격에 나섰지만, 조코비치는 4-1에서 다시 나달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하여 추격의 여지를 없애며 6-1로 세트를 마무리했다.

함성을 지르며 스스로를 격려하는 조코비치 ⓒ AELTC / M. Hangst


조코비치는 4라운드부터 준결승까지 경기를 유리하게 이끌어가며 어렵지 않게 승리를 챙겼지만 꼭 마치 다른 사람처럼 리듬을 잃고 한 세트 씩 내주었는데 결승에서도 3세트에서 갑자기 샷의 난조를 보이며 나달에게 추격의 기회를 제공하였다. 나달은 자신의 서브로 시작한 첫 게임을 이기며 반격을 위한 시동을 걸었고, 바로 조코비치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하며 기세를 올렸다. 두 번째 게임은 나달의 포어핸드 위너에 이은 조코비치의 어림없이 빗나가는 뜬 공으로 0-30이 되었고, 나달의 리턴 실패와 조코비치의 서브 에이스로 30-30이 되는 접전이었다. 그러나 조코비치의 포어핸드가 빗나가며 나달은 첫 브레이크 포인트에 도달했고, 조코비치가 백핸드를 네트에 날리며 나달은 첫 브레이크에 성공했다. 상승세를 탄 나달은 러브 게임으로 세 번째 게임까지 승리하여 3-0으로 앞서며 조코비치가 주도해오던 경기 흐름을 자기 쪽으로 가져왔다. 조코비치는 나달의 키를 넘기는 로빙 샷으로 한 게임을 따냈지만, 나달이 나머지 세 게임을 쓸어 담으며 3세트를 6-1로 이겼다.

조코비치 날다 ⓒ AELTC / M. Hangst


운명의 4세트는 조코비치의 서브 게임으로 시작하였다. 나달은 첫 게임에서 경기의 흐름을 완전히 돌릴 수 있는 결정적 기회를 잡았다. 30-30에서 조코비치가 나달의 포어핸드를 넘기지 못하고 네트에 꽂으며 나달은 브레이크 포인트가 되었다. 그러나 나달은 조코비치의 공격을 받아 친 포어핸드가 벗어나며 듀스를 허용하였고 연속으로 조코비치에게 두 포인트를 내주며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 위기에서 벗어난 조코비치는 나달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하며 2-0으로 앞서갔다. 나달은 실책을 연발하며 조코비치에게 쉬운 브레이크를 허용하며 승부가 기우는 듯했지만 아직 조코비치가 승리를 속단하기는 일렀다. 30-40으로 조코비치가 브레이크 포인트에 몰린 상황에서 넣은 서브를 나달이 포어핸드 슬라이스로 받아쳤고, 이 공은 네트 윗 부분을 맞고 조코비치의 코트로 떨어졌다. 나달은 의례적인 미안하다는 제스처를 취했지만 운이 따르는 브레이크였고, 여기에 약간 흔들린 조코비치가 이어진 게임에서 실책을 연발하며 2-2 동점이 되었다.

이겼다! ⓒ AELTC / T. Hindley


나달이 경기를 뒤집기 위해서는 조코비치가 잘 나가던 분위기가 깨진 이 때가 마지막 기회였다. 그러나 조코비치는 다시 냉정을 되찾아 나달을 무섭게 몰아붙였고 30-30에서 나달의 백핸드가 네트에 걸리고 포어핸드 리턴이 베이스라인을 넘어가면서 3-2로 앞서기 시작했다. 조코비치가 강해진 가장 큰 이유는 경기 중에 페이스가 잠시 흔들리더라도 금방 다시 마음을 다잡고 경기에 임하는 정신적인 안정인지도 모른다. 나달과 조코비치는 서로 서브 게임을 지키며 4-3이 되었고, 조코비치가 승부에 결정타를 날리는 브레이크를 하는 여덟 번째 게임에 돌입하였다. 나달은 이 경기에서 유일한 더블 폴트를 가장 중요한 시점에서 저지르며 출발이 좋지 않았는데 나달의 톱스핀 포어핸드가 벗어나고 네트에 걸리며 순식간에 쓰리 브레이크 포인트에 몰렸다. 나달은 포어핸드로 한 포인트를 만회하지만, 백핸드가 다시 길게 벗어나면서 결정적인 브레이크를 당했다. 이제 두 선수는 5-3 조코비치의 리드 속에 결승전 마지막이 된 게임에 돌입했다. 30-30으로 맞서며 아직 나달에게는 희망이 있었다. 그러나 조코비치는 재치있는 발리로 챔피언쉽 포인트에 도달했고, 나달의 백핸드를 겨냥한 조코비치의 깊은 크로스 백핸드 스트로크를 나달이 라인 밖으로 쳐내면서 조코비치의 승리로 경기가 끝났다.

 

하늘이시여! ⓒ AELTC / M. Hangst

 

경기 요약 (출처: 윔블던 공식 사이트)

나달은 첫 서브 성공률이 좋았지만 그것이 득점과 연결되는 확률이 조코비치에 비해 낮았다. 팽팽한 접전에서 랠리를 리드한 것은 조코비치였고 그런 점들이 그대로 기록에 나타나 있다.

챔피언 그리고 준우승이 어색한 나달 ⓒ AELTC / M. Hangst


이미 1위를 예약한 조코비치였지만 윔블던 우승으로 2위 라파엘 나달과의 격차를 더 벌릴 수 있게 되었다. 조코비치는 7월 4일자 ATP 랭킹에서 13,285점으로 11,270점의 나달과 2,000점 이상으로 차이를 벌렸고, 나달은 그대로 9,230점을 유지한 3위 페더러와의 격차가 줄어들었다. 조코비치는 올 시즌 나달과의 상대에서 연승 행진을 이어가면서 마지막 그랜드 슬램인 US 오픈에서 나달에게 작년의 결승전 패배를 설욕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잔디 먹는 조코비치 ⓒ AELTC / S. Wake


조코비치는 "생애 최고의 날" 이라면서 우승의 기쁨을 표현했고, 센터 코트의 잔디를 뜯어 맛을 보는 독특한 세리머니를 하여 관심을 끌기도 하였다. 첫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후 타이틀 방어와 사람들의 기대, 성적에 대한 부담 속에 많은 압박을 받았고, 최소한 4강 이상을 진출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자신을 사로잡았다고 밝혔다. 그리고 나달과 페더러가 지배하는 가운데 자신의 위치가 어디였는지 스스로도 의심하고 고민했음을 솔직히 말했다. 나달은 핑계를 대지 않고 조코비치가 대단하고 환상적인 경기를 했는데 자신이 그 이상 하지 못했음을 인정하면서 패배를 인정했다. 또 현재 최고이자 내일이면 세계 최고의 선수와 경기를 했고, 자신은 두 번째라며 조코비치를 칭찬함과 동시에 세계 1위를 내준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그리고 자신이 처음 윔블던에서 우승하던 때를 기억하기 때문에 조코비치가 지금 얼마나 기쁠지 잘 알고 있다며 그의 우승을 축하하였다. 한편 이 날 경기가 열린 센터 코트에는 세르비아의 대통령 보리스 타딕이 로얄석에서 앉아 직접 조코비치를 응원하여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1936년 브래드 페리의 우승 이후 영국인들은 그 후로 자국 선수들이 윔블던 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불행히도 1938년 버니 오스틴의 결승전 패배 이후 70년이 넘도록 영국 선수들은 윔블던 결승조차 진출하지 못했다. 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영국의 에이스였던 팀 헨만도 네 번이나 준결승에서 좌절을 맛보아야 했고 헨만의 은퇴 후 그들의 염원은 스코틀랜드 출신의 앤디 머리(24·영국, 세계 4위, a.k.a 앤디 머레이)를 향해 있었다. 그런 홈팬들의 열렬한 성원을 입고 경기에 나섰지만 머리는 2년 연속 라파엘 나달(25·스페인, 세계 1위)에게 4강에서 패하며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윔블던 2연패, 통산 3번째 우승에 도전하는 라파엘 나달 ⓒ AELTC / T. Hindley


대회 11일째 (7월 1일)

남자 4강 제 2경기 라파엘 나달 vs 앤디 머리 (센터 코트)

디펜딩 챔피언 라파엘 나달의 입장 ⓒ AELTC / N. Tingle

영국의 희망 앤디 머리의 입장 ⓒ AELTC / N. Tingle

영국 홈팬들의 염원을 안고 경기에 나선 머리는 1세트에서 정말 그 꿈을 이룰 것만 같은 경기를 하였다. 반면에 나달은 마치 예열이 덜 된 듯하였다. 머리는 서브 에이스 두 개를 앞세워 첫 게임을 기분 좋게 시작하며 앞서 나갔다. 나달은 아직 평소같이 날카롭지 못한 모습이었지만 특유의 톱 스핀 스트로크를 앞세워 머리를 베이스라인에 묶어 둔 채 경기를 하며 팽팽한 승부를 이어갔다. 나달은 심판이 친 크로스 샷을 아웃으로 판정하였는데 이에 대한 챌린지를 하지 않았다. 이어진 플레이에서 나달이 득점을 했는데, 챌린지를 했더라면 머리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할 수 있었는데 이 게임은 머리의 승리로 끝이 났다. 머리는 힙에 이상을 느껴 트레이너를 불렀는데, 별 이상이 없는지 다시 경기에 임했다. 두 선수는 5-6까지 서브 게임을 잘 지키며 팽팽한 승부를 이어갔는데, 나달의 서브 게임을 머리가 처음이자 마지막 브레이크를 하며 5-7로 세트를 따냈다. 이번 만큼은 머리가 나달을 이길 가능성이 높다고 기대하였던 영국인들의 바람이 이루어지는 듯했다.

나달의 강력한 포어핸드 스트로크 ⓒ AELTC / N. Tingle

그러나 2세트부터 영국인들에게 악몽같은 일들이 펼쳐졌다. 머리는 1-2로 앞선 상황에서 나달의 서브 게임을 다시 챙길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15-30의 리드가 15-40으로 변해야 할 순간 머리가 친 포어핸드 시터가 사이드라인을 벗어나며 30-30이 되면서 나달이 쉽게 게임을 마무리지었다. 위기 뒤에 바로 기회가 오는 법이라고 다음 게임에서 바로 나달이 경기에서 첫 번째 브레이크에 성공하며 리드를 잡았다. 스코어는 팽팽해도 랠리를 주도하는 것은 머리였는데 30-30에서 더블 폴트를 기록하면서 나달에게 브레이크 포인트를 주었고, 나달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게임을 따냈다. 이어진 게임에서는 감을 잡기 시작한 나달의 스트로크가 머리의 좌우를 흔들며 괴롭히며 4-2로 리드하였다. 머리의 부진 역시 갑작스러운 반전에 한 몫을 하였다. 머리는 첫 서브가 잘 들어가지 않으며 고전하기 시작했고, 스트로크는 구석으로 향하지 않으면서 두 번째 브레이크를 당하고 말았다. 나달은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는 선수였다. 기세를 몰아 마지막 게임을 따내며 36분 만에 2세트를 끝냈다.

나달의 백핸드 ⓒ AELTC / T. Hindley

3세트에서 머리는 완전히 경기 리듬을 잃어버렸다. 여전히 첫 서브가 말을 듣지 않으며 고전했고, 포어핸드 스트로크는 전혀 들어가지 않으며 첫 서브 게임을 내주고 말았다. 반대로 나달은 완전히 자신의 리듬을 찾아 경기를 유리하게 전개하였다. 서브 에이스 세 개를 기록하며 4-2로 달아났고, 다시 머리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하면서 3세트의 승부를 결정지었다. 나달이 이어진 서브 게임을 지키며 다시 6-2로 세트를 따냈다.

이기고 있는 나달은 미끄러지면서도 여유가 있다 ⓒ AELTC / N. Tingle

4세트는 마지막에 몰린 머리의 분발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그러나 나달은 첫 게임부터 브레이크하면서 일말의 희망을 갖던 영국인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았다. 머리의 서브는 여전히 말을 듣지 않았고, 힘없는 두 번째 서브는 나달에게 밥을 갖다 주는 셈이었다. 머리는 첫 포인트를 내준 후 오래간만에 터진 서브 에이스로 만회하는 듯하였지만 연속으로 스매시와 포어핸드를 네트에 꽂으며 브레이크 포인트를 헌납하였고, 나달은 머리의 성의에 브레이크로 보답하였다. 이 브레이크 하나를 끝내 극복하지 못한 머리는 6-4로 패하게 된다. 나달의 3:1(5-7 6-2 6-2 6-4) 승리.

경기 요약 (출처 : 윔블던 공식 사이트)

기록을 보면 머리의 첫 서브 성공률은 58%인데, 1세트에서는 66%였던 서브 성공률이 2,3세트를 거치며 50% 이하로 내려갔다가 다시 4세트 중반 이후의 선전으로 간신히 조금 올랐다. 머리는 나달보다 강한 서브를 가지고 있음에도 자신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며 나달에게 많은 반격의 기회를 주었다. 머리의 실책이 39개로 단 7개만을 기록한 나달보다 다섯 배 이상 많았던 것도 경기를 결코 유리하게 가져갈 수 없는 원인이 되었다. 경기 리뷰를 하면서 쓰기는 했지만 2세트부터는 나달의 일방적인 페이스로 경기가 진행되어 박진감을 느낄 수 없는 지루한 경기가 되었다.

풀죽은 머리의 인터뷰 모습 ⓒ AELTC / N. Tingle

나달은 승리와 함께 결승에 진출하게 되었음에도 월요일에 발표되는 ATP 랭킹에서 노박 조코비치에게 1위 자리를 내어주게 되었다. 세계 1위는 나달이 로저 페더러의 4년 6개월 간의 장기 집권을 무너뜨린 후 다시 한 번씩 주고 받으며 7년 가까이 두 사람만이 차지하던 자리였으나, 조코비치가 그 성역을 깨뜨렸다. 나달이 우승으로 그 아쉬움을 달랠 수 있을지 조코비치가 새로운 월드 넘버 원이 된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두 선수의 팽팽한 접전이 예상된다.

노박 조코비치(24·세르비아, 세계 2위)가 드디어 꿈에 그리던 세계랭킹 1위에 오르게 되었다. 조코비치는 윔블던 4강에서 조-윌프레드 송가(26·프랑스, 세계 19위)를 누르고 결승에 진출하면서 결승 결과에 상관없이 2004년 2월부터 페더러와 나달이 번갈아가면서 독점해오던 세계랭킹 1위를 빼앗은 첫 번째 선수가 되었다.

조코비치, 내가 월드 넘버 원이다 ⓒ AELTC / N. Tingle


대회 11일째 (7월 1일)

남자 4강 제 1경기 노박 조코비치 vs 조-윌프레드 송가 (13:00, 센터 코트)

송가는 8강에서 페더러에게 기적같은 역전승을 일구어냈지만, 송가를 우승 후보로 꼽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오히려 나달이나 조코비치의 우승 확률이 높아졌다는 반응이 대세였다. 송가가 페더러에게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1세트 이후 단 한 번도 브레이크를 허용하지 않은 강력한 서브에 있었는데, 경기마다 가장 기복이 심한 것이 바로 이 서브다. 서브로 흥한 자 서브로 망하는 테니스에서 강서버들이 꾸준하게 성적을 내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조코비치의 백핸드 스트로크 ⓒ AELTC / N. Tingle

송가는 조코비치의 서브를 브레이크하면서 기세를 올렸다. 송가는 40-40 듀스에서 네트로 달려가며 발리로 어드밴티지를 얻었고, 베이스라인에서 벌어진 긴 랠리 끝에 조코비치가 친 공이 벗어나며 첫 게임을 가져왔다. 그리고 서로 자신의 서브를 지키며 4-5 까지 왔다. 송가는 첫 세트를 끝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지만 송가의 서브 앤 발리의 전술을 파악한 조코비치가 각을 찾아 반격하며 순식간에 40-0 쓰리 브레이크 포인트가 되었다. 송가는 힘겹게 듀스를 만들었지만 더블 폴트로 다시 브레이크 포인트에 몰렸고, 긴 랠리 끝에 덜미를 잡혔다. 한 게임씩 주고 받으며 두 선수는 타이 브레이크에 돌입했다. 3-2에서 송가는 두 번의 서브 중 포인트를 하나만 얻었지만, 4-3에서 조코비치는 두 포인트를 모두 따내며 6-3이 되면서 순식간에 쓰리 세트 포인트에 도달했다. 송가는 뒤늦게 두 포인트를 추격했지만 7-5로 조코비치가 승리하며 첫 세트를 가져갔다.

달려라 조코비치 ⓒ AELTC / N. Tingle

2세트는 조코비치가 완벽하게 송가를 제압했다. 첫 게임부터 송가의 서브를 브레이크하고 3-1로 앞선 다섯 번째 게임도 브레이크하면서 송가를 밀어붙였다. 페더러와의 경기와 달리 강력한 서브의 위력이 사라진 송가는 조코비치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3세트 역시 2세트와 비슷한 분위기로 흘러갔다. 1-1에서 송가의 서브를 브레이크하면서 조코비치는 리드를 잡았고, 4-3으로 앞서갈 때만 해도 조코비치가 송가를 셧아웃시킬 것 같았다. 그러나 송가는 강력한 리턴과 포어핸드가 터지며 조코비치의 서브를 브레이크하였다. 서로 서브를 지키며 5-5가 된 11번째 게임에서 조코비치는 네트 앞에서 치열한 접전을 벌인 끝에 승리하며 송가의 서브를 브레이크하였다. 자신의 서브만 지키면 경기를 끝낼 수 있는 조코비치의 방심이었을까 아니면 패배에 몰린 송가의 의지였을까 기적 같은 강력한 서브 리턴을 앞세워 송가는 살아나며 다시 타이 브레이크로 승부를 끌고 갔다. 관중들의 열렬한 성원에 힘입어 송가는 긴 타이 브레이크를 11-9로 따내며 기사회생에 성공했다.

송가 날다 ⓒ AELTC / N. Tingle

두 선수 모두 조금 지친 기색이 보이는 가운데 4세트를 시작했다. 분명 페더러의 패배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을 조코비치는 브레이크 포함 연속 세 게임을 따내며 3-0으로 앞서 나갔다. 송가는 서브를 앞세워 한 게임을 만회한 후 조코비치의 서브 게임에서 0-30으로 앞서가며 브레이크를 노렸다. 그러나 조코비치는 견고한 수비로 송가의 실책을 유도했고, 백핸드로 게임을 챙기며 4-1로 도망가면서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다. 이후 두 게임씩 서로 챙기며 조코비치가 6-3으로 세트를 가져가며 3:1(7-6 6-2 6-7 6-3)로 승리했다.

 

수고했어 ⓒ AELTC / T. Hindley


경기 요약 (출처 : 윔블던 공식 사이트)

송가는 최고 시속 222km(138mph)의 강서브를 날리기도 했지만, 서브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속도를 줄일 수밖에 없었고, 이는 상대적으로 그라운드 플레이가 뛰어난 조코비치에게 기회를 주는 셈이었다. 특히 두 번째 서브를 넣은 후 득점 성공률이 47%에 그친 것은, 조코비치가 강력한 리턴으로 득점으로 연결시키는 기회가 되었음을 보여준다. 송가가 서브 에이스에서 조코비치보다 앞섰지만, 조코비치의 수비망을 뚫지 못하며 페더러와의 경기에서만큼의 위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송가는 강력한 서브를 살릴 수 있는 스트로크, 특히 백핸드의 정확도와 파워를 향상시키지 않는 한 우승 후보를 잡는 복병은 될 수 있을지언정 우승은 할 수 없는 선수에 머무르고 말 것이다.

조코비치는 이 승리로 7월 4일 월요일에 발표되는 ATP 세계 랭킹에서 나달을 제치고 1위에 오르게 되었다. 디펜딩 챔피언 나달이 조코비치를 꺾고 우승을 하더라도 포인트에 변화가 없는 반면, 나달에 65점 뒤진 조코비치는 패하더라도 작년 4강에 올라서 얻었던 720점보다 480점을 더 획득하여 나달을 앞서게 된다. 나달과 조코비치의 상대 전적은 나달이 16승 11패로 앞서고 있지만, 이번 시즌 네 번의 대결에서는 모두 조코비치가 승리하였다. 두 선수의 윔블던 상대 전적은 2007년 조코비치가 기권하면서 패한 적이 있는데, 이 경기가 두 선수가 잔디 코트에서 맞붙은 유일한 경기다. 과연 윔블던 트로피는 누구의 품에 안기게 될 지 흥미진진한 경기가 예상된다.

많은 이들이 기대하던 16년 전인 1995년 세계랭킹 1위부터 4위였던 안드레 애거시, 피트 샘프라스, 보리스 베커와 고란 이바노세비치가 함께 4강에 올라 우승을 다투던 일의 재현은 없었다. Big 4 중에서 가장 안정된 경기를 하면서 윔블던 정상 탈환의 가능성을 높였던 로저 페더러(29, 스위스, 세계랭킹 3위)가 예상을 깨고 두 세트를 먼저 따내고도 나머지 세트를 모두 잃은 믿기지 않는 패배를 당하며 탈락한 것이다.

2011 Wimbledon Gentlemen's Single Final 4 ⓒ AELTC

대회 9일째 (29일)

센터 코트에서 조-윌프레드 송가(26, 프랑스, 세계랭킹 19위, a.k.a. 총가, 쏭가)를 상대하는 페더러의 4강은 눈 앞에 있는 듯했다. 같은 시각 옆 경기장에서 노박 조코비치(24, 세르비아, 세계랭킹 2위)가 버나드 토믹(18, 호주, 세계랭킹 158위)의 격렬한 저항에 부딪혀 2세트를 내주며 고전하고 있을 때 페더러는 2:0으로 앞선 상태에서 3세트를 맞이하고 있었다. 페더러는 두 세트를 먼저 따낸 후 토너먼트 경기에서 178승 무패의 신화적인 전적을 자랑하고 있었고, 그의 서브와 스트로크는 전성기에 못지않을 정도로 정확도를 자랑하고 있었다. 아마 그는 피트 샘프라스의 윔블던 7회 우승과 동률을 이루는 꿈을 꾸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마도 페더러의 그랜드 슬램 우승은 16회에서 멈추게 될 지도 모르겠다 ⓒ AELTC / N. Tingle

그러나 페더러는 3세트 1-1로 맞선 상황에서 자신의 서브게임을 어이없는 실수로 내주면서 위기를 맞이하였다. 0-30에서 누가 보아도 페더러의 득점이다 싶은 쉬운 스매시를 사이드라인 바깥으로 날리며 브레이크 포인트에 몰렸고, 15-40에서 이번에는 반대쪽 사이드라인으로 날린 스매시를 송가가 강력한 포어핸드 위너로 연결시키며 브레이크했다. 송가와 페더러는 각자 자신의 서브게임을 잃지 않으며 5-4에서 송가의 서브게임을 맞이했다. 페더러는 이 서브게임을 브레이크하여 세트를 더 끌고 가서 역전을 노렸고, 송가는 마무리 짓기 위해 치열한 다툼을 벌였다. 페더러는 30-0으로 앞서며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으나, 송가가 네트를 살짝 넘기는 드롭샷과 서브 에이스로 30-30을 만들었다. 송가의 서브 에이스는 더블 폴트로 판정되어 40-15로 브레이크 포인트에 몰리게 되었지만, 송가의 챌린지로 판독한 결과 라인 끝에 아주 살짝 걸친 것이 인정되어 30-30으로 정정되었다. 송가는 포어핸드로 40-30을 만들며 세트 포인트에 도달했지만 페더러 역시 포어핸드로 듀스를 만들며 격렬히 저항했다. 송가가 한 점을 내면 페더러는 기어이 다시 점수를 내면서 어드밴티지와 듀스가 다시 반복되었는데 페더러의 샷이 네트로 향하고 송가가 서브 에이스로 점수를 내면서 세트를 끝냈다.

벌처럼 날아오른 송가 ⓒ AELTC / M. Hangst

이때까지만 해도 페더러가 경기에 패할 것이라 예상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4세트부터 페더러의 체력 고갈이 눈에 보였다. 발놀림이 둔해져 좌우로 흔드는 서브와 스트로크를 보면서도 따라가지 못하였고, 공격에서도 첫 두 세트에서 80%가 넘었던 첫 서브 성공률이 낮아졌다. 3세트와 마찬가지로 1-1로 맞선 상황에서 다시 브레이크를 당하며 끌려가는 경기를 하다가 다시 4-6으로 세트를 내주었다. 두 선수의 운명을 가르는 5세트 역시 페더러의 서브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첫 게임에서 송가에게 브레이크를 당하며 힘겨운 출발을 했고, 마지막까지 송가의 서브게임을 브레이크하지 못하면서 4-5로 뒤진 채 송가의 서브게임을 맞이하였다. 송가는 페더러를 거세게 밀어붙여 쓰리 매치 포인트를 만들었고 페더러는 이를 극복하지 못하며 패하였다. 두 세트를 먼저 이긴 경기의 무패 기록이 깨짐과 동시에 윔블던 7회 우승을 노리던 그의 목표가 좌절되는 순간이었다. 송가의 3-2(3-6 6-7 6-4 6-4 6-4) 승리. 페더러는 실책을 고작 11개밖에 하지 않았음에도 송가의 힘과 스피드를 당해내지 못하고 무너지고 말았다.

No.1 코트에서 No.1을 바라보는 조코비치의 포효 ⓒ AELTC / N. Tingle

페더러와 같은 시간에 No.1 코트에서 경기를 하였던 조코비치는 져도 잃을 것이 없는 토믹에게 고전을 하였다. 토믹의 서브로 시작한 1세트 첫 게임을 가볍게 브레이크하며 1세트를 6-2로 가볍게 이겼다. 토믹은 긴장한 티가 역력했고 조코비치는 한 수 가르친다는 듯 여유 있는 경기를 했다. 그러나 여유가 방심이 되었을까 토믹은 2세트를 6-3으로 따냈고 조코비치는 햇빛을 피하기 위해 쓴 모자를 벗고 경기를 하였다. 3세트 역시 토믹은 상승세를 이어가며 3-1로 앞서갔지만 여기서 조코비치는 3세트와 4세트 첫 게임까지 이어지는 여섯 게임을 연속해서 따내며 3세트를 이겼다. 그대로 무너질 것 같던 토믹은 4세트에서는 격렬히 저항하며 5-5까지 따라갔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하고 5-7로 패하였다. 조코비치의 3:1(6-2 3-6 6-3 7-5) 승리.

조코비치와 송가는 4강에서 맞붙게 되는데 이 경기에서 이길 경우 결승 결과는 상관없이 라파엘 나달(25, 스페인, 세계랭킹 1위)을 밀어내고 월드 넘버 원에 오르게 된다. 패하더라도 나달이 우승을 하지 못하는 경우 역시 세계랭킹 1위에 오르게 되어 나달이 수성을 위해서는 우승과 조코비치의 결승 진출 실패라는 두 가지 조건이 모두 만족되어야 하는 불리한 상황에 처했다. 조코비치와 송가의 상대 전적은 송가가 5승 2패로 앞서 있는데, 5세트 경기인 그랜드 슬램에서는 1승 1패로 팽팽하다.

나달, 윔블던 2연패를 향하여 ⓒ AELTC / S. Wake

나달은 조코비치가 승리를 거두고 떠난 No.1 코트에서 마디 피쉬(29, 미국, 세계랭킹 10위)와 4강 진출을 다투었다. 나달은 초반부터 거세게 몰아붙여 피쉬의 서브게임을 브레이크하면서 첫 게임을 따내 기선을 제압했다. 나달은 첫 서브 성공률이 50%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좋지 않았지만 나달의 주 무기는 서브가 아니었다. 4-2로 앞선 일곱 번째 게임에서 다시 브레이크를 하며 5-2로 달아나며 승기를 잡았고, 브레이크로 따라 붙는 피쉬를 브레이크로 맞불을 놓으며 1세트에서 승리했다. 2세트는 2-1로 근소한 리드를 유지하던 네 번째 게임에서 단 한 번의 브레이크로 승부의 향방을 바꾸었다. 피쉬는 3-5로 뒤진 아홉 번째 게임에서 15-0으로 앞서면서 저항하려 했으나 나달은 가볍게 연달아 네 포인트를 따내며 "Vamos" 를 외쳤다.

3세트는 서로 한 번씩 사이좋게 상대의 서브게임을 브레이크하면서 시작하더니 5-5까지 쫓고 쫓기는 랠리가 이어졌다. 피쉬는 40-15로 앞선 열한 번째 게임을 서브 에이스로 마무리하면서 6-5로 앞서갔고, 기어이 다음 게임까지 강력한 포어핸드 스트로크로 따내면서 집에 가지 않기 위한 저항을 하였다. 승부가 갈린 4세트에서 나달은 1-1에서 피쉬의 서브게임을 브레이크하면서 앞서기 시작하면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피쉬에게 큰 부담을 주었다. 피쉬는 0-30으로 뒤진 마지막 게임에서 포어핸드 스트로크가 벗어나 쓰리 매치 포인트에 몰렸고, 나달은 마지막 포인트를 백핸드 발리로 따내 6-4로 세트를 마감하며 경기의 승자가 되었다. 나달의 3:1(6-3 6-3 5-7 7-4) 승리.

3년 연속 윔블던 4강의 앤디 머리. 이번에도 여기가 끝인가 ⓒ AELTC / J. Buckle

나달이 피쉬를 상대하는 동안 센터 코트에서는 앤디 머리(24, 영국, 세계랭킹 4위)는 펠리시아노 로페스(29, 스페인, 세계랭킹 44위)의 경기는 가장 재미없는 8강 경기였다. 1세트에서 2-2로 팽팽하게 가면서도 머리의 일방적인 흐름으로 가는 듯했던 경기는 3-2 에서 맞은 로페스의 서브게임을 머리가 브레이크하면서 확실히 기울어졌다. 5-3으로 앞선 머리는 아홉 번째 게임 40-15에서 서브 에이스로 세트를 따냈다. 머리는 자신의 서브게임은 전혀 내주지 않으면서 2세트와 3세트에서도 한 번씩 로페스의 서브게임을 브레이크하며 단 세 번의 브레이크로 경기를 이기는 효율적인 경기를 했다. 광서버 앤디 로딕(미국)을 서브로 때려눕혔던 로페스였지만 서브 에이스는 고작 7개밖에 기록하지 못해 머리의 13개에 밀렸다. 머리는 첫 서브의 성공률이 56%에 그치는 서브의 부진이 아쉬웠지만 40개의 위너를 기록하면서 11개의 실책밖에 저지르지 않는 안정적인 스트로크가 돋보였다. 머리의 3:0(6-3 6-4 6-4) 완승.

나달은 머리와 4강에서 맞붙게 되었는데 두 선수의 상대전적은 11승 4패로 나달의 우세다. 특히 윔블던에서 나달이 우승한 2008년과 2010년 두 차례 맞붙어 두 번 모두 나달이 3:0으로 이긴 바 있다. 머리에게는 이번이 복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자 3년 연속 4강을 넘어 첫 결승 진출을 노려볼 때가 되었다. 반면에 나달은 머리를 이기면 항상 우승했던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어서 두 선수의 승부가 어떻게 펼쳐질 지 관심이 간다.

토믹은 어떤 선수로 성장할 것인가? ⓒ AELTC / S. Wake

달콤한 하루 휴식을 갖고 두 번째 월요일을 맞은 선수들. 악명높은 비는 내리지 않아서 경기가 지연되거나 취소되지 않았지만 뜨거운 햇살이 선수들에게는 편하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이 경기를 마지막으로 윔블던에서 떠나야 하는 이들에게는 잔인한 블랙 먼데이가 되었다.

대회 7일째 (27일)

남자부에서는 '월드 넘버 원' 라파엘 나달(스페인)과 '황제' 로저 페더러(스위스)를 비롯한 4강 후보로 꼽힌 선수들이 모두 무사히 8강에 안착했다. 그러나 다른 네 명의 얼굴은 사실 기대했던 것과는 달랐다.

2세트 중간 인저리 타임을 갖는 라파엘 나달 © AELTC / T. Hindley

나달은 아르헨티나의 후안 마르틴 델 포트로를 3:1(7-6 3-6 7-6 6-4)로 꺾으며 8강에 올랐다. 델 포트로는 2009년 US오픈에서 페더러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지만 작년에 부진에 빠지며 한때 4위까지 올라갔던 랭킹이 485위까지 떨어지는 급추락을 경험했다. 그래도 두 개의 투어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조금씩 기량 회복을 하고 있던 중이어서 나달과의 명승부를 기대할 만하였다. 1세트부터 왼쪽 발의 이상으로 메디컬 타임을 요청하였던 나달은 다리를 저는 불편한 모습이었지만 1세트와 3세트 두 번의 타이브레이크에서 승리한 것이 컸다. 나달의 발 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한 상태로 전해지고 있는데 검진 결과에 따라 다음 경기에 출전하지 않을 수도 있다니 결과를 지켜보아야겠지만 경기를 하는 모습으로 보아서는 출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Low-Vak 조코비치 © AELTC / S. Wake

나달이 우승을 차지하지 못하거나 자신이 결승에 오르기만 해도 다음 주 세계랭킹에서 1위 자리에 오르게 되는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는 미카엘 로드라(프랑스)를 3:0(6-3 6-3 6-3)으로 쉽게 이겼다. 전형적인 서브 앤 발리 플레이어인 로드라는 54%에 그친 첫 서브 성공률이 발목을 잡았다. 바그다티스와의 힘든 경기에서 이긴 후 조금 더 정신을 차리게 된 것인지 조코비치는 냉정하게 경기를 하면서 1시간 41분 만에 경기를 마치고 8강에 진출했다. 조코비치는 8강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호주의 버나드 토믹을 상대한다.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페더러에게도 해당되는 말인지도 © AELTC / N. Tingle

페더러는 미하일 유즈니(러시아)의 공세에 첫 세트를 타이브레이크 끝에 지면서 대회 무실 세트 승리 기록이 중단되었다. 타이브레이크에서 2-1로 앞서던 페더러는 유즈니가 더블 폴트 등으로 자신의 서브 기회를 잘 살리지 못하자 4-2로 점수 차이를 벌렸지만 스트로크 미스가 이어지며 세트를 내주고 말았다. 2세트 2-2로 맞설 때만 하여도 페더러가 덜미를 잡힐 수 있겠다 싶은 분위기였지만, 페더러가 첫 브레이크를 성공시키며 3-2로 앞서 분위기를 반전시키며 세트를 따내고 3세트의 첫 게임 0-40으로 밀린 브레이크 위기에서 역전승에 이은 브레이크로 결정타를 날렸다. 페더러의 3:1(6-7 6-3 6-3 6-3) 승리. 페더러는 첫 서브의 성공률이 62%로 낮고, 실책을 25개나 범하는 등 다소 부진한 경기 내용이었지만 다재다능한 능력을 살려 승부처에서 점수를 따내며 승리를 이끌어냈다. 8강에서 맞붙는 상대는 조 윌프레드 송가(프랑스, a.k.a 쏭가 or 총가).

이제 머레이 대신 머리라고 부르기로 했다 (원어민 발음 중심주의) © AELTC / M. Hangst

앤디 머리(영국)는 리샤르 가스케(프랑스)를 상대로 3:0(7-6 6-3 6-2)의 승리를 거두었다. 첫 세트는 타이브레이크까지 가는 접전이었지만, 이후 두 세트는 머리가 쉽게 따냈다. 두 선수는 이 경기 전까지 맞대결에서 2승 2패를 기록하고 있었고, 작년 프랑스오픈에서 풀세트 접전을 벌여 머리가 두 세트를 먼저 내준 후 세 세트를 따내며 역전승을 거둔 명승부를 하기도 했었다. 머리는 첫 서브 성공률이 60%에 그쳤지만, 14개의 에이스와 36개의 리턴 실패로 이어질 만큼 위력을 발휘했고, 44개의 위너를 기록하면서 10개의 실책만을 저지르는 안정된 경기를 하였다. 머리는 쨍쨍한 햇빛을 의식한 듯 대회 처음으로 모자를 쓰고 경기를 한 것이 조금은 색달랐던 점. 8강의 상대는 이미 한 명의 앤디를 집에 보낸 스페인의 펠리시아노 로페스.

프랑스의 자존심 쏭가! © AELTC / T. Hundley

나머지 4명의 8강 진출자를 보면, 미국의 마디 피쉬(세계랭킹 9위)가 작년 준우승자 토마스 베르디흐(체코, 세계랭킹 7위)를 3:0(7-6 6-4 6-4)으로 누르고 8강에서 나달과 맞붙게 되었다. 1981년생으로 테니스계에서는 노장에 속하는 피쉬는 최근 들어 경기력이 더 좋아진 모습이어서 자신의 랭킹을 끌어올리고 있다. 송가는 세계랭킹 6위 다비드 페레르(스페인)를 3:0(6-3 6-4 7-6)으로 이기고 작년에 이어 8강 진출에 성공했다. 16강에 세 명이나 되었던 프랑스 선수 중 유일하게 살아남으며 프랑스 테니스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3라운드에서 이변을 연출했던 로페스는 역시 3라운드에서 가엘 몽피스를 누르며 이변을 일으킨 루카스 쿠보트(폴란드)와 그야말로 피 터지는 접전을 벌여 3:2(3-6 7-6 6-7 7-5 7-5)의 대역전극을 펼쳤다. 그 혈전을 치르고 나서 로페스는 바로 다음 경기장으로 달려가 혼합 복식 경기를 뛰어 승리를 거두었으니 이 사람 철인인지도. 토믹은 벨기에의 하비에르 말리세를 3:0(6-1 7-5 6-4)으로 완파하며 돌풍을 이어갔다. 세계랭킹이 고작 158위어서 이번 대회에도 예선을 거쳐 진출한 토믹은 그랜드 슬램 첫 4라운드 진출에 이어 8강 진출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호주 남자 선수가 윔블던 8강은 참 오래간만의 일이다. 버나드 토믹 © AELTC / C. Brunskill

그래도 빅4가 건재했던 남자부보다 더 심하게 진창이 된 것은 여자 단식이었다. 윌리엄스 시스터즈(미국)가 나란히 짐을 싸게 되었고, 첫 그랜드슬램에 도전하였던 세계랭킹 1위 카롤리네 보스니아키(덴마크)도 무너졌다.

작년의 한을 푼 피론코바 © AELTC / M. Hangst

3라운드에서 베라 즈보나레바(러시아)에게 성공적인 복수를 했던 불가리아의 츠베타나 피론코바(32번 시드)는 비너스 윌리엄스를 2:0(6-2 6-3)으로 간단히 제압했다. 냉정하게 보았을 때 비너스는 그랜드 슬램에서 정상에 오르기 힘들 정도로 전성기에 비해 기량이 많이 쇠퇴했다. 그럼에도 윔블던 5회 우승의 관록을 믿어볼 만하였으나 반응 속도가 많이 느려진 몸이 반응하지 못하며 피론코바의 공을 받아내지 못했다. 피론코바는 이번 대회에서 단식 외에도 복식 멀티를 하였는데 복식 2라운드에서 패배한 것이 단식에 집중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다.

바르톨리의 환호 © AELTC / N. Tingle

9번 시드를 받았던 마리온 바르톨리(프랑스, 세계랭킹 9위)는 서리나 윌리엄스를 2:0(6-3 7-6)으로 눌렀다. 오랜 공백을 가진 터라 초반에 발동이 잘 걸리지 않는 서리나는 1세트를 쉽게 내준 후에야 거센 저항을 했으나 바르톨리에게 패하고 말았다. 서리나는 비록 패하기는 했지만 윔블던 이후 다시 경기력을 회복할 경우 충분히 세계 정상권에 머물 실력을 가지고 있는 듯하여 조금 더 두고 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디펜딩 챔피언으로서 포인트를 지키지 못해 세계랭킹이 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은 면치 못하게 되었다. 바르톨리는 8강에서 이번 대회에서 무서운 기세로 달리고 있는 자비너 리지키를 상대하게 되어 쉽지 않은 경기가 예상된다.

보스니아키의 꿈을 무너뜨린 치불코바 © AELTC / J. Buckle

보스니아키의 패배는 더욱 드라마틱했다. 보스니아키는 도미니카 치불코바(불가리아, 24번 시드)를 맞아 1세트를 6-1로 가볍게 이겼다. 보스니아키는 1세트에서 첫 서브의 성공률이 79%에 달했고, 치불코바의 서브를 모두 리턴하면서 수비 여왕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러나 2세트부터 살아난 치불코바의 공격은 보스니아키의 수비를 붕괴시키기 시작했고, 타이브레이크 끝에 승리를 거두었다. 무려 74분이나 걸린 3세트는 치열한 접전이 벌어졌으나 5-5에서 치불코바가 보스니아키의 서브게임을 브레이크하면서 앞섰고, 경기를 7-5로 끝냈다. 치불코바의 2:1(1-6 7-6 7-5) 승리. 치불코바는 올해 초 시드니 메디뱅크 인터내셔널에서 보스니아키를 이긴 적이 있기는 했지만 호주오픈에서는 패했고, 상대 전적이 2승 6패로 밀리고 있었는데 메이저대회 우승이 간절했던 보스니아키에게 통쾌한 복수를 했다.

샤라포바의 아악~! 서브 © AELTC / J. Buckle

아무리 그래도 현역 선수 중 윔블던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선수는 마리아 샤라포바(러시아)다. 단 한 차례 우승이었지만 그것이 너무도 강렬했던 그녀는 7년 전의 영광을 다시 누릴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샤라포바는 계속 대진 운이 좋은 편이었는데 4라운드에서도 중국의 펑슈웨이(20번 시드)를 맞아 2:0(6-4 6-2)의 쉬운 승리를 거두었다. 샤라포바는 여전히 서브에서 고전하였지만 서브 이후 경기를 풀어나가는 능력이 좋았다. 펑슈웨이에 비해서 9개 많은 위너를 기록하면서도 실책은 7개 적게 기록한 것이 가장 큰 승인. 그러나 상대 전적 2승 2패로 팽팽히 맞선 치불코바와의 8강 승부는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올해 포함 최근 승부에서 모두 패한 것이 샤라포바로서는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다.

이번에는 인상을 덜 찌푸린 아자렌카 © AELTC / T. Hindley

빅토리아 아자렌카(벨라루스, 4번 시드)는 나디아 페트로바(러시아)를 2:0(6-2 6-2)로 가볍게 이겼다. 아자렌카는 자신보다 세계랭킹이 높은 선수들은 모두 떨어져서 첫 그랜드 슬램 달성의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페트라 크비토바(체코, 8번 시드)는 야니나 위크마이어(벨기에, 19번 시드)를 2:0(6-0 6-2)로 더 쉽게 이겼다. 시드 배정자들끼리의 경기에서 한 게임도 내주지 않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데 크비토바가 작년 윔블던 4강 진출이 운이 아니었음을 보여줄 지도 모르겠다. 시드를 받지 못한 이들의 대결에서는 3라운드에서 리나를 누르고 파란을 일으킨 자비너 리지키(독일)와 타미라 파스첵(오스트리아)이 8강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윔블던 8일째인 28일에는 남자 단식 선수들은 휴식을 취하고(복식과 혼합복식은 경기가 있다), 여자 단식 8강의 네 경기가 모두 열린다. 과연 125회 윔블던 4강은 어떤 선수들이 올라갈 지 두고 볼 일이다.

이 분들도 센터 코트의 경기를 관람하셨다. 누구는 태어날 때부터 왕자, 나는 엄마 아들 © AELTC / M. Hangst

첫 날의 우천으로 연기된 경기가 둘째 날 열리면서 둘째 날 경기가 또 하루 밀리는 일이 벌어져 2라운드와 함께 1라운드 경기가 열리기도 했다. 윔블던 2라운드에서도 큰 이변 없이 우승후보들이 순항하고 있는 가운데 남자부에서는 톱 랭커들이 무난하게 3라운드까지 진출한 반면, 여자부에서는 세계랭킹 4위로 아시아인으로서 첫 그랜드 슬램 우승을 차지했던 리나(중국)가 와일드카드로 대회에 참가한 독일의 자비너 리지키에게 덜미를 잡히는 이변이 발생했다.

무너진 리나 ⓒ AELTC / N. Tingle

 

대회 3일째 (22일)

나달의 강력한 포어핸드 스트로크 ⓒ AELTC / M. Hangst

라파엘 나달(스페인), 토마스 베르디흐(체코), 영국과 미국의 두 앤디 등 톱 랭커들이 무난하게 이기며 나란히 3회전에 진출했다. 나달은 1회전에 이어 미국 출신의 라이언 스위팅과 맞붙었는데 38개의 위너를 기록하면서 실수를 7개밖에 저지르지 않는 깔끔한 경기를 보여주며 가볍게 승리했다. 시도가 많았던 네트 어프로치의 성공률도 81%로 좋았고, 첫 번째 서브의 성공률은 70%, 평균 속도는 시속 184km(114mph)였고 첫 서브에서 득점은 78%였다. 나달의 3라운드 상대는 룩셈부르크의 질레스 뮐러.

 

베르디흐는 목이 마르다 ⓒ AELTC / N. Tingle

베르디흐는 첫 번째 서브 성공률이 58%에 그칠 정도로 부정확했지만 첫 서브를 성공시킨 후 득점률이 89%였다. 낮은 첫 서브 성공률에도 불구하고 더블 폴트는 단 한 차례밖에 저지르지 않는 놀라운 두 번째 서브의 정확도를 보여주었다. 리시빙 포인트가 무려 51%에 달하는 등 상대의 서브게임을 쉽게 브레이크하며 3:0(6-1 6-4 6-2)로 쉽게 이겼다. 서브 최고 속도는 시속 216km(134mph).

로딕이 백핸드샷의 정확도만 높인다면.. ⓒ AELTC / J. Buckle

나달에 이어 센터 코트에서 메인 이벤트를 장식한 앤디 로딕은 상대인 빅토르 하네스쿠(루마니아)의 최고 빠른 서브의 속도보다 더 빠른 평균 서브 속도인 시속 204km(127mph)의 광속 서브를 앞세워 승리했다. 에이스는 15개에 불과했지만 첫 번째 서브 후 93%, 두 번째 서브 후 74%를 득점으로 연결시키며 확실하게 서브게임을 지킨 것이 승리의 원동력이 되었다.

승리 후 코트에 드러누워 환호하는 머레이 ⓒ AELTC / N. Tingle

홈팬들의 성원을 업은 앤디 머레이(영국)는 독일의 토비아스 캄케를 3:0(6-3 6-3 7-5)으로 누르고 3라운드에 진출했다. 머레이는 첫 번째 서브의 성공률이 54%에 그치면서 다소 어려운 게임을 했으나 고비에서 집중력을 발휘해 상대의 서브게임을 브레이크를 하면서 승리를 거두었다. 강한 상대를 만나서도 계속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느냐가 머레이에게 주어진 가장 큰 과제인 듯하다.

베라 즈보나레바 ⓒ Getty Image / C. Mason

여자부에서는 베라 즈보나레바(러시아)가 같은 나라의 엘레나 베스니나를 2:0(6-1 7-5)으로 가볍게 누르고 3라운드에 진출했다. 세계랭킹 2위이자 작년 준우승자임에도 큰 주목을 받지 못하는 불쌍한 즈보나레바는 조용히 승리를 챙기며 조금씩 우승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비너스 윌리엄스(미국)는 노장 키미코 다테-크룸(일본)과 풀세트 접전을 벌여 마지막 세트를 힘겹게 따내며 2:1(6-7 6-3 8-6)으로 승리했고, 4번 시드의 빅토리아 아자렌카(벨라루스)는 51분만에 2:0(6-0 6-3)승리를 거두며 3라운드에 합류했다.

베라 즈보나레바. 이런 것은 굴욕 사진인가 ⓒ Getty Image / C. Mason

 

대회 넷째 날 (23일)

페더러의 여유로운 스트로크 ⓒ AELTC / N. Tingle

로저 페더러(스위스)는 한 수 위의 기량으로 상대를 압도하며 프랑스의 아드리안 만나리노를 3:0(6-2 6-3 6-2)로 88분만에 가볍게 제압했다. 현지에서는 이 날 센터 코트에서 열린 두 경기가 길었는데, 페더러가 저녁 시간을 위해 빠르게 경기를 끝냈다고 표현하기도. 특별히 경기의 승부처라고 볼 수 있는 장면이 없이 무난하게 경기를 앞서가며 쉽게 경기를 따냈다. 첫 번째 서브는 페더러의 다음 상대는 28번 시드를 받은 아르헨티나의 다비드 날반디안이다.

조코비치 승자의 여유 ⓒ AELTC / N. Tingle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는 남아공의 케빈 앤더슨을 3:0(6-3 6-4 6-2)으로 가볍게 이기며 3라운드에 진출했다. 조코비치는 74%의 첫 번째 서브 성공률과 75%의 첫 서브 후 득점 성공률을 보이며 안정적으로 경기를 했다. 첫 세트에서 연속 다섯 게임을 따내며 앞서던 조코비치는 브레이크를 당하며 연달아 게임을 내주었지만 잘 마무리했고, 앤더슨이 정신차리고 맞선 두 번째 세트에서도 3-3으로 맞선 일곱 번째 게임을 브레이크하며 세트를 가져오면서 쉽게 경기를 마무리했다. 첫 번째 서브의 속도가 최고 시속 200km(124mph), 평균 시속 183km(114mph)를 기록하는 등 평소보다 시속 10km 정도 느린 속도가 나왔는데 어느 정도 체력을 비축하려고 힘을 쓰지 않는 것인지도. 조코비치의 다음 상대는 사이프러스의 마르코스 바그다티스다.

지옥 끝에서 살아난 소더링 ⓒ AELTC / T. Hindley

로빈 소더링(스웨덴)은 왕년의 세계랭킹 1위인 호주의 레이튼 휴이트에게 먼저 두 세트를 내주며 궁지에 몰렸다가 연속으로 나머지 세트를 모조리 따내며 힘겹게 3라운드에 합류했다. 휴이트는 마지막 세트에서 4:5로 뒤지던 자신의 서브게임에서 자멸한 것이 두고두고 뼈아플 것 같다. 소더링은 러시아의 이고르 안드리에프와 호주의 버나드 토믹의 승자와 3라운드에서 대결하게 된다.

3시간 54분의 대혈투 끝에 패한 휴이트. 불쌍해서 사진 한 컷. ⓒ AELTC / T. Hindley

서리나의 힘은 살아있다 ⓒ AELTC / J. Buckle

작년 우승자 서리나 윌리엄스(미국)는 루마니아의 시모나 할렙에게 첫 세트를 먼저 내주며 고전하다가 뒤늦게 발동이 걸리며 2:1(3-6 6-2 6-1)로 승리하며 3라운드에 진출했다. 서리나는 첫 번째 서브 성공률이 52%에 그치는 등 고전했으나 어지간해서는 당해낼 수 없는 파워를 앞세워 역전승을 일구어냈다. 1년만에 코트로 돌아온 탓인지 경기력이 들쑥날쑥한 면이 있는데 계속 경기를 하면서 나아질 듯하다.

리지키의 환호 ⓒ AELTC / N. Tingle

그랜드 슬램 연속 우승을 노리던 리나는 독일의 자비너 리지키에게 발목을 잡히는 이변이 일어났다. 리나는 먼저 1세트를 따냈으나 연거푸 두 세트를 내주며 1:2(6-3 4-6 6-8)로 역전패를 당했다. 3세트 세트스코어 2-2에서 리지키의 서브게임을 브레이크를 하며 경기를 앞서 나갔지만 5-3으로 앞선 상황에서 두 게임을 내주며 5-5 동점을 허용했고, 서로 브레이크를 하며 팽팽히 맞선 6-6 상황에서 체력적인 열세를 보이며 무너졌다. 리지키는 패배 직전에서 최고 시속 200km(124mph)의 강서브를 앞세워 경기를 뒤집으며 3라운드에 진출했다. 리나는 4-17로 크게 밀린 서브의 위력 앞에 자신의 주무기인 구석을 찌르는 정교한 스트로크를 보여주지 못했다.

마리아 샤라포바(러시아)와 캐롤라인 워즈니아키(덴마크)의 2라운드 경기는 앞 경기가 비로 지연됨에 따라 다음 날로 연기되었다.

조용히 3라운드에 진출한 아나 이바노비치(세르비아) ⓒ AELTC / J. Buckle

 

*주 : Sabine Lisicki 의 이름을 "WTA Media Guide" 의 선수 이름 발음 기호에 따라 사빈 리시츠키에서 자비너 리지키로 수정합니다.

남자부 톱시드의 라파엘 나달(스페인)이 2라운드 경기를 치르고 있는 지금은 다소 늦은 소식일 수 있지만 간략하게 주요 선수 위주로 윔블던 20일과 21일에 열렸던 1라운드 경기 결과를 전하려고 한다. 시드 배정 선수들이 탈락하는 등의 작은 이변은 있지만 우승 후보들은 모두 쉽게 1라운드에서 승리를 거두며 우승을 향해 한 발 앞으로 나아갔다.

대회 첫째 날 (20일)

라파엘 나달의 서브 ⓒ AELTC / T. Hindley

라파엘 나달은 1라운드에서 미국의 마이클 러셀을 세트 스코어 3:0(6-4 6-2 6-2)으로 가볍게 이기고 2라운드에 진출했다. 러셀은 33세의 노장으로 2007년 세계랭킹 60위에 올랐던 것이 최고일만큼 나달과는 급이 다른 선수. 나달의 첫 번째 서브 성공률은 67%에 그쳤지만 최고 시속 187km(116mph)까지 나온 서브를 앞세워 첫 번째 서브에서 77%의 포인트를 따내며 경기를 압도했다. 스트로크의 정확도를 보여주는 위너의 수에서 35:14로 압도한 것도 나달이 자기 경기를 확실히 했음을 보여준다.

앤디 머레이의 스트로크 ⓒ AELTC / M. Hangst

앤디 머레이(영국)는 스페인의 다니엘 히메노 트라베르에게 1세트를 먼저 내주었으나 경기를 뒤집으며 3:1(4-6 6-3 6-0 6-0)으로 이겼다. 머레이의 첫 번째 서브 성공률은 70%, 최고 속도는 시속 209km(130mph)를 기록했으며 위너의 숫자도 45:24로 우세했다. 첫 번째 서브에서 90%에 달하는 득점을 올린 것과 88%의 성공률을 기록한 어프로치가 승리의 원동력이었다.

나머지 톱 10 랭커를 보면 토마스 베르디흐(체코), 가엘 몽피스(프랑스), 마디 피쉬(미국)이 모두 3:0으로 승리하며 2회전에 진출했다. 왕년의 세계랭킹 1위 토미 하스(독일)는 룩셈부르크의 질레서 뮐러에게 1:3으로 패하며 1회전에서 탈락했다. 30번 시드를 배정받았던 브라질의 토마스 벨루치를 제외한 시드 배정 선수는 모두 2회전에 진출했다.

빠른 발을 가진 프란세스카 스키아보네 ⓒ AELTC / M. Hangst

여자부에서는 6번 시드의 프란세스카 스키아보네(이탈리아)가 왕년에 마르티나 힝기스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던 옐레나 도키치(호주)를 2:1(6-4 1-6 6-3)로 이겼다. 스키아보네는 프랑스오픈에서 우승했던 그랜드 슬램 경력이 있어서일까 작년 준우승자이자 세계랭킹 2위인 베라 즈보나레바(러시아)를 No. 1 코트로 밀어내고 센터 코트에서 경기하는 행운을 누렸다. 즈보나레바도 미국의 앨리슨 리스키를 2:1(6-0 3-6 6-3)로 이기고 2라운드에 진출했다. 오래간만에 컴백한 비너스 윌리엄스와 러시아의 스베틀라나 쿠즈네초바, 그리고 일본의 노장 키미코 다테-크룸도 2라운드에 합류했다. 비너스와 다테-크룸은 2라운드에서 맞붙을 예정이다. 의외로 시드 배정자들이 탈락한 경우가 많은 것이 이 날의 특징.

대회 둘째 날 (21일)

벌처럼 날아오르는 로저 페더러 ⓒ AELTC / N. Tingle

남녀 모두 첫째 날보다는 볼거리가 더 많은 둘째 날이었다. 샘프라스의 7회 우승에 도전하는 '황제' 로저 페더러(스위스)는 카자흐스탄의 미하일 카카시킨을 3:0(7-6 6-4 6-2)으로 가볍게 이기며 2라운드에 진출했다. 페더러의 첫 번째 서브 성공률은 71%, 첫 서브 후 득점 성공률은 89%였고 서브의 최고 속도는 시속 205km(127mph)였다. 53-16으로 압도한 위너의 숫자에서 보이듯이 모처럼 정확한 스트로크가 빛을 발한 경기였다.

승자의 환호 노박 조코비치 ⓒ AELTC / N. Tingle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는 프랑스의 제레미 샤디를 3:0(6-4 6-1 6-1)로 가볍게 제압하며 강력한 포스를 보여주었다. 샤디는 최고 시속 217km(135mph)의 강력한 서브를 가지고 있음에도 첫 번째 서브가 59%밖에 되지 않았고, 첫 서브의 득점도 68%에 그쳤다. 광서버 앤디 로딕(미국)도 최고 시속 228km(142mph)의 광속 서브를 앞세워 독일의 안드레아스 벡을 3:0(6-4 7-6 6-3)으로 누르며 2라운드에 합류했다. 로딕은 첫 번째 서브의 평균 속도가 시속 200km(124mph)로 어지간한 선수들의 최고 속도에 맞먹는 무시무시함을 보여주었다.

톱10 선수로는 5번 시드의 로빈 소더링(스웨덴)과 7번 시드의 다비드 페레르(스페인)가 2라운드에 진출했고, 스페인의 페르난도 베르다스코와 2009년 US오픈 우승자 후안 마르틴 델 포트로(아르헨티나), 무하마드 알리의 재림 조-윌프레드 송가(프랑스), 왕년의 강자 호주의 레이튼 휴이트 등도 합류했다. 지난 대회에서 사상 초유의 11시간 5분(5세트만 8시간 11분)짜리 2박 3일 매치를 벌였던 존 아이스너(미국)와 니콜라스 마후트(프랑스)는 다시 1라운드에서 맞붙었는데 이번에는 아이스너가 3:0(7-6 6-2 7-6)으로 승리했다. 아이스너가 이기기는 했지만 두 세트에서 타이브레이크까지 가는 접전이 벌어졌다고.

이것이 샤라포바 스타일! 마리아 샤라포바 ⓒ AELTC / N. Tingle

여자 경기에서는 마리아 샤라포바(러시아)가 같은 나라의 안나 차크베다체를 2:0(6-2 6-1)으로 가볍게 제압하며 산뜻한 출발을 하였다. 프랑스오픈 이후 여러 이유로 경기에 불참하다가 윔블던에 참가한 샤라포바는 경기 내용이 좋지는 않았지만 상대의 부진 덕분에 쉬운 승리를 거두었다. 한 때 톱10에 들었던 차크베다체는 첫 번째 서브 성공률이 58%에 불과하고, 첫 서브에서 54%밖에 되지 않는 득점을 기록하는 등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무릎을 꿇었다. 샤라포바의 서브 최고 속도는 시속 173km(108mph)에 불과했다.

울고 있는 서리나 윌리엄스 ⓒ AELTC / N. Tingle

작년 우승자 서리나 윌리엄스(미국)는 프랑스의 아라바네 레자이를 2:1(6-3 3-6 6-1)로 다소 힘겹게 이기고 2라운드에 진출했다. 남자 못지 않은 강서버답게 시속 188km(117mph)의 강력한 서브를 보여주었으나 서브의 정확도는 61%로 좋지는 않았다. 경기가 끝나고 윔블던에서 다시 1승만이라도 더 하고 싶었다면서 오래간만에 코트에 돌아온 소감을 밝히며 울음을 터뜨렸다고.

워즈니아키의 서브 ⓒ AELTC / N. Tingle

전직 우승자들에게 센터 코트를 빼앗기고 No.1 코트에서 경기를 치른 세계랭킹 1위 캐롤라인 워즈니아키(덴마크)와 프랑스오픈 우승자 중국의 리나, 워낙 쟁쟁한 선수들에 가려진 세계랭킹 4위 빅토리아 아자렌카(벨라루스)는 2:0으로 가볍게 2라운드에 합류했다. 이 밖에 이름이 꽤 알려진 선수로는 아나 이바노비치(세르비아), 다니엘라 한투코바(슬로바키아), 마리아 키릴렌코(러시아) 등이 2라운드에 합류했다. 호주의 희망인 세계랭킹 10위 사만다 스토서와 전 세계랭킹 1위인 세르비아의 옐레나 얀코비치는 패하며 짐을 싸게 되었다. 일본의 새로운 희망이자 아시아 랭킹 3위인 모리타 아유미는 첫 세트를 이기고도 두 세트를 연거푸 내주며 역시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첫 날부터 비가 내리며 꼬이기 시작한 경기 일정은 둘째 날에 1라운드 경기를 모두 마치지 못함에 따라 일부 선수들은 셋째 날에 1라운드 경기를 치르게 되었다. 센터 코트에는 지붕을 씌워 우천에도 경기를 할 수 있게 하였다지만 나머지 코트에서는 비가 내리면 경기를 할 수 없어 참 혼란스럽다.

지금 이 순간 나달이 벌써 2:0으로 앞선 가운데 3세트를 끝내려 하고, 머레이가 두 세트를 따내려 하고 있다. 경기 결과를 쓰느라고 두 시간이나 걸리다니.. 흑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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