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미

#12. 마슈코(摩周湖)

2018. 9. 9. 15:40


토로역에서 내려서 예약한 트윙클버스를 기다린다. 이 버스는 마슈호를 거쳐 카와유온센까지 가는데, 여름 휴가기간이 지나고 평일이라서인지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주변에는 음식을 팔고 있기는 한데 주머니 사정이 열악하기도 하지만 딱히 먹고 싶은 것이 없다. 구운 옥수수는 겉을 너무 태운 것 같고, 음료는 가격이 비싼 것 같고..

사람이 어느 정도 있을 것 같았는데, 타려는 버스에는 고작 나를 포함한 세 명만 예약을 했다고 한다. 이 중에 두 명은 모녀. 버스는 40인승이 넘는 대형버스인데, 버스기사, 가이드까지 다섯 명이서 조촐하게 가게 되었다. 가이드 아주머니는 꽤 오랜 경력을 가지고 있는 듯한데, 외국인이라서 잘 알아듣지 못할까봐 이것저것 신경을 써서 조금이라도 더 쉽게 설명하려고 노력하셨다.


버스를 타고 가다보니 두루미 두 마리가 보인다. 

이 지역에 두루미들이 서식을 해서 쿠시로 공항의 이름 역시 탄쵸쿠시로공항이라는 것을 이미 언급하기도 했다.


얘네 둘이 서로 그렇고 그런 사이인가..

개체 수 감소로 위급한 상황에 있다는 두루미는 한국에서도 천연기념물 제257호로 등록된 개체이기도 한데, 일본에서는 국가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이후부터 개체수가 늘어나서 지금은 약 1,500마리 정도 있다고 한다. 개체수가 순조롭게 증가함에 따라 환경성에서는 머지않아 이 보호증식사업을 중단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동물에 약해서 암수 한 쌍인지 아니면 같은 성별인지는 모르겠고.


지나다니는 차량을 많이 봐서 익숙해진 것인지 여유있게 풀밭에 있다.


일본에서도 두루미를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멸종을 면할 수 있는 정도가 되자 인위적으로 번식시키지 않고 현재의 개체들이 잘 적응하여 살도록 하는 방향으로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것 같다.

 

안녕~ 나중에 BoA요!

두루미들이 잘 살아서 개체 번식을 잘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지방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적기 때문에 도로 역시 왕복 2차선이다. 이제 슬슬 여름은 끝나가고 있으니 짧은 가을이 지나가면 온 세상이 하얗게 물드는 겨울이 찾아올텐데, 이 동네의 겨울은 길고 눈이 많이 와서 걸어다니는 것도 힘이 들겠지..


버스에는 운전수, 가이드아주머니, 그리고 한 쌍의 모녀와 외국인 승객 1명이 타고 있다. (총 5명)

그 분들의 초상권을 침해할 수 있어서 사진은 안 찍었다.



영어를 익힐 때도 그랬지만, 일본어 역시 말하기보다는 듣는 것부터 먼저 트이는 편이기도 하고, 아무래도 책에 나온 표현들을 어거지로 머릿 속에 우겨넣는 식으로 익혔더니 별다른 미사어구 없이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는 부족한 편이다. 평소에 사무실에서 쓰는 일본어도 일과 관련된 단순한 문구라서 사교적인 대화가 오히려 어렵게 느껴진다. 

가이드 아주머니가 일본어로 설명을 하다보니 중간중간 나를 바라보면서 알아듣고 있냐고 신호를 보내는데, 지금이야 시간이 지나서 무슨 말을 주고 받았는지 대화 내용이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럭저럭 대부분 이해하였던 것 같다. 다만 거기에 맞장구치면서 호응을 해주지는 못하고, 예와 아니오 정도의 의사표현과 함께 중간에 잘 듣지 못한 것을 물어보기도 하는 정도. 일본 아주머니들처럼 감탄사를 내뱉으면서 적극적인 반응은 해본 적도 없고..


버스는 마슈코(摩周湖)를 향해서 가는데, 뭔가 낯이 익은 느낌이 들었다. 예전에 온 적이 있었던가.. 아마도 2011년 동일본대지진 한 달 전쯤이었을 터인데, 여기를 돌아다니던 때는 여전히 눈 쌓인 겨울이었다.


여기에 도착하니 잊고 지냈던 예전의 기억이 조금 되살아나는 것 같다. 어떤 산 위에 있는 호수를 보고 버스를 타고 가서 카와유온센에 머문 적이 있는데, 그 때는 KKR카와유에서 묵었다. 그 때 그럭저럭 괜찮았던 기억이 있어서 다시 예약을 하려고 했는데 이 날은 만실이어서 다른 곳으로 예약을 했다.

가이드 아주머니가 모녀의 사진을 같이 찍어주고 내 사진도 찍어주고, 혹시라도 일본어로 잘 이해하지 못해서 어려움이 없는지 중간중간 물어보고 쉽게 설명해주려고 애를 써주셔서 사람이 없으니 아주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지만.. 버스는 대형 관광버스라서 썰렁하기 그지 없는 상황이다. 


6년 전 겨울에는 사방이 눈으로 덮여 있었는데, 지금은 푸른 나뭇잎을 볼 수 있다.


아칸마슈국립공원(阿寒摩周国立公園)으로 지정되어 보호를 받고 있는 마슈호는 호수의 물이 유입 및 유출되는 주변의 하천이 없어서 빗물이 주된 수원이라고 한다. 이 호수 밑으로 복류수가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날이 조금 더 맑았다면 좋았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 햇빛이 쨍쨍한 날이었다면 타죽을 것 같다고 불평을 했겠지.


칼데라호가 있다. 호수 중앙에는 카무이슈지마(カムイシュ島)라는 작은 섬이 있는데, 이 섬 역시 화산으로 인해 분화구가 생겼다고 한다. 외부에서 물의 유출 및 유입이 되지 않는다고 하니, 이 물은 빗물이 그대로 고여 있는 것 같다. 그래서 호수에 내린 빗물의 수질을 검사해서 대기오염의 정도를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한국 만큼은 아니지만 일본 역시 중국의 오염물질로 인해 대기 오염의 영향을 받고 있어서, 그 영향이 수질검사에서 나타난다고 한다. 중국이 환경오염에 미치는 영향이란..


고맙게도 안내원 아주머니가 사진을 찍어주신다고 해서 사진을 찍고 - 사실 내 사진은 잘 찍지 않는 편이기는 한데 성의를 무시하기도 그래서 사진을 찍고 잠시 주변을 구경했다.

저 날짜는 누가 매일 바꾸어 두는 것 같다.


주변에는 산과 들판, 나무 뿐이다.


보이는 것은 산과 나무들..


큰 호수라서 빠지면 구하는 것도 쉽지 않겠다.


마슈호에 대한 설명이 있는데..

번역하기 귀찮다.


아칸국립공원 마슈호.

스타크래프트에 나오는 아칸이 아니다.


파노라마로 한 번 돌려봄..

난간이 나온 것이 좀 아쉽기는 한데..


어느새 구름 속에 가려져 있던 햇빛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앗! 태양이 구름을 뚫고 나오려고 한다. 

다시 버스를 타고 다음 장소로 갈 시간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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