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튼 휴이트

첫 날의 우천으로 연기된 경기가 둘째 날 열리면서 둘째 날 경기가 또 하루 밀리는 일이 벌어져 2라운드와 함께 1라운드 경기가 열리기도 했다. 윔블던 2라운드에서도 큰 이변 없이 우승후보들이 순항하고 있는 가운데 남자부에서는 톱 랭커들이 무난하게 3라운드까지 진출한 반면, 여자부에서는 세계랭킹 4위로 아시아인으로서 첫 그랜드 슬램 우승을 차지했던 리나(중국)가 와일드카드로 대회에 참가한 독일의 자비너 리지키에게 덜미를 잡히는 이변이 발생했다.

무너진 리나 ⓒ AELTC / N. Tingle

 

대회 3일째 (22일)

나달의 강력한 포어핸드 스트로크 ⓒ AELTC / M. Hangst

라파엘 나달(스페인), 토마스 베르디흐(체코), 영국과 미국의 두 앤디 등 톱 랭커들이 무난하게 이기며 나란히 3회전에 진출했다. 나달은 1회전에 이어 미국 출신의 라이언 스위팅과 맞붙었는데 38개의 위너를 기록하면서 실수를 7개밖에 저지르지 않는 깔끔한 경기를 보여주며 가볍게 승리했다. 시도가 많았던 네트 어프로치의 성공률도 81%로 좋았고, 첫 번째 서브의 성공률은 70%, 평균 속도는 시속 184km(114mph)였고 첫 서브에서 득점은 78%였다. 나달의 3라운드 상대는 룩셈부르크의 질레스 뮐러.

 

베르디흐는 목이 마르다 ⓒ AELTC / N. Tingle

베르디흐는 첫 번째 서브 성공률이 58%에 그칠 정도로 부정확했지만 첫 서브를 성공시킨 후 득점률이 89%였다. 낮은 첫 서브 성공률에도 불구하고 더블 폴트는 단 한 차례밖에 저지르지 않는 놀라운 두 번째 서브의 정확도를 보여주었다. 리시빙 포인트가 무려 51%에 달하는 등 상대의 서브게임을 쉽게 브레이크하며 3:0(6-1 6-4 6-2)로 쉽게 이겼다. 서브 최고 속도는 시속 216km(134mph).

로딕이 백핸드샷의 정확도만 높인다면.. ⓒ AELTC / J. Buckle

나달에 이어 센터 코트에서 메인 이벤트를 장식한 앤디 로딕은 상대인 빅토르 하네스쿠(루마니아)의 최고 빠른 서브의 속도보다 더 빠른 평균 서브 속도인 시속 204km(127mph)의 광속 서브를 앞세워 승리했다. 에이스는 15개에 불과했지만 첫 번째 서브 후 93%, 두 번째 서브 후 74%를 득점으로 연결시키며 확실하게 서브게임을 지킨 것이 승리의 원동력이 되었다.

승리 후 코트에 드러누워 환호하는 머레이 ⓒ AELTC / N. Tingle

홈팬들의 성원을 업은 앤디 머레이(영국)는 독일의 토비아스 캄케를 3:0(6-3 6-3 7-5)으로 누르고 3라운드에 진출했다. 머레이는 첫 번째 서브의 성공률이 54%에 그치면서 다소 어려운 게임을 했으나 고비에서 집중력을 발휘해 상대의 서브게임을 브레이크를 하면서 승리를 거두었다. 강한 상대를 만나서도 계속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느냐가 머레이에게 주어진 가장 큰 과제인 듯하다.

베라 즈보나레바 ⓒ Getty Image / C. Mason

여자부에서는 베라 즈보나레바(러시아)가 같은 나라의 엘레나 베스니나를 2:0(6-1 7-5)으로 가볍게 누르고 3라운드에 진출했다. 세계랭킹 2위이자 작년 준우승자임에도 큰 주목을 받지 못하는 불쌍한 즈보나레바는 조용히 승리를 챙기며 조금씩 우승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비너스 윌리엄스(미국)는 노장 키미코 다테-크룸(일본)과 풀세트 접전을 벌여 마지막 세트를 힘겹게 따내며 2:1(6-7 6-3 8-6)으로 승리했고, 4번 시드의 빅토리아 아자렌카(벨라루스)는 51분만에 2:0(6-0 6-3)승리를 거두며 3라운드에 합류했다.

베라 즈보나레바. 이런 것은 굴욕 사진인가 ⓒ Getty Image / C. Mason

 

대회 넷째 날 (23일)

페더러의 여유로운 스트로크 ⓒ AELTC / N. Tingle

로저 페더러(스위스)는 한 수 위의 기량으로 상대를 압도하며 프랑스의 아드리안 만나리노를 3:0(6-2 6-3 6-2)로 88분만에 가볍게 제압했다. 현지에서는 이 날 센터 코트에서 열린 두 경기가 길었는데, 페더러가 저녁 시간을 위해 빠르게 경기를 끝냈다고 표현하기도. 특별히 경기의 승부처라고 볼 수 있는 장면이 없이 무난하게 경기를 앞서가며 쉽게 경기를 따냈다. 첫 번째 서브는 페더러의 다음 상대는 28번 시드를 받은 아르헨티나의 다비드 날반디안이다.

조코비치 승자의 여유 ⓒ AELTC / N. Tingle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는 남아공의 케빈 앤더슨을 3:0(6-3 6-4 6-2)으로 가볍게 이기며 3라운드에 진출했다. 조코비치는 74%의 첫 번째 서브 성공률과 75%의 첫 서브 후 득점 성공률을 보이며 안정적으로 경기를 했다. 첫 세트에서 연속 다섯 게임을 따내며 앞서던 조코비치는 브레이크를 당하며 연달아 게임을 내주었지만 잘 마무리했고, 앤더슨이 정신차리고 맞선 두 번째 세트에서도 3-3으로 맞선 일곱 번째 게임을 브레이크하며 세트를 가져오면서 쉽게 경기를 마무리했다. 첫 번째 서브의 속도가 최고 시속 200km(124mph), 평균 시속 183km(114mph)를 기록하는 등 평소보다 시속 10km 정도 느린 속도가 나왔는데 어느 정도 체력을 비축하려고 힘을 쓰지 않는 것인지도. 조코비치의 다음 상대는 사이프러스의 마르코스 바그다티스다.

지옥 끝에서 살아난 소더링 ⓒ AELTC / T. Hindley

로빈 소더링(스웨덴)은 왕년의 세계랭킹 1위인 호주의 레이튼 휴이트에게 먼저 두 세트를 내주며 궁지에 몰렸다가 연속으로 나머지 세트를 모조리 따내며 힘겹게 3라운드에 합류했다. 휴이트는 마지막 세트에서 4:5로 뒤지던 자신의 서브게임에서 자멸한 것이 두고두고 뼈아플 것 같다. 소더링은 러시아의 이고르 안드리에프와 호주의 버나드 토믹의 승자와 3라운드에서 대결하게 된다.

3시간 54분의 대혈투 끝에 패한 휴이트. 불쌍해서 사진 한 컷. ⓒ AELTC / T. Hindley

서리나의 힘은 살아있다 ⓒ AELTC / J. Buckle

작년 우승자 서리나 윌리엄스(미국)는 루마니아의 시모나 할렙에게 첫 세트를 먼저 내주며 고전하다가 뒤늦게 발동이 걸리며 2:1(3-6 6-2 6-1)로 승리하며 3라운드에 진출했다. 서리나는 첫 번째 서브 성공률이 52%에 그치는 등 고전했으나 어지간해서는 당해낼 수 없는 파워를 앞세워 역전승을 일구어냈다. 1년만에 코트로 돌아온 탓인지 경기력이 들쑥날쑥한 면이 있는데 계속 경기를 하면서 나아질 듯하다.

리지키의 환호 ⓒ AELTC / N. Tingle

그랜드 슬램 연속 우승을 노리던 리나는 독일의 자비너 리지키에게 발목을 잡히는 이변이 일어났다. 리나는 먼저 1세트를 따냈으나 연거푸 두 세트를 내주며 1:2(6-3 4-6 6-8)로 역전패를 당했다. 3세트 세트스코어 2-2에서 리지키의 서브게임을 브레이크를 하며 경기를 앞서 나갔지만 5-3으로 앞선 상황에서 두 게임을 내주며 5-5 동점을 허용했고, 서로 브레이크를 하며 팽팽히 맞선 6-6 상황에서 체력적인 열세를 보이며 무너졌다. 리지키는 패배 직전에서 최고 시속 200km(124mph)의 강서브를 앞세워 경기를 뒤집으며 3라운드에 진출했다. 리나는 4-17로 크게 밀린 서브의 위력 앞에 자신의 주무기인 구석을 찌르는 정교한 스트로크를 보여주지 못했다.

마리아 샤라포바(러시아)와 캐롤라인 워즈니아키(덴마크)의 2라운드 경기는 앞 경기가 비로 지연됨에 따라 다음 날로 연기되었다.

조용히 3라운드에 진출한 아나 이바노비치(세르비아) ⓒ AELTC / J. Buckle

 

*주 : Sabine Lisicki 의 이름을 "WTA Media Guide" 의 선수 이름 발음 기호에 따라 사빈 리시츠키에서 자비너 리지키로 수정합니다.

남자부 톱시드의 라파엘 나달(스페인)이 2라운드 경기를 치르고 있는 지금은 다소 늦은 소식일 수 있지만 간략하게 주요 선수 위주로 윔블던 20일과 21일에 열렸던 1라운드 경기 결과를 전하려고 한다. 시드 배정 선수들이 탈락하는 등의 작은 이변은 있지만 우승 후보들은 모두 쉽게 1라운드에서 승리를 거두며 우승을 향해 한 발 앞으로 나아갔다.

대회 첫째 날 (20일)

라파엘 나달의 서브 ⓒ AELTC / T. Hindley

라파엘 나달은 1라운드에서 미국의 마이클 러셀을 세트 스코어 3:0(6-4 6-2 6-2)으로 가볍게 이기고 2라운드에 진출했다. 러셀은 33세의 노장으로 2007년 세계랭킹 60위에 올랐던 것이 최고일만큼 나달과는 급이 다른 선수. 나달의 첫 번째 서브 성공률은 67%에 그쳤지만 최고 시속 187km(116mph)까지 나온 서브를 앞세워 첫 번째 서브에서 77%의 포인트를 따내며 경기를 압도했다. 스트로크의 정확도를 보여주는 위너의 수에서 35:14로 압도한 것도 나달이 자기 경기를 확실히 했음을 보여준다.

앤디 머레이의 스트로크 ⓒ AELTC / M. Hangst

앤디 머레이(영국)는 스페인의 다니엘 히메노 트라베르에게 1세트를 먼저 내주었으나 경기를 뒤집으며 3:1(4-6 6-3 6-0 6-0)으로 이겼다. 머레이의 첫 번째 서브 성공률은 70%, 최고 속도는 시속 209km(130mph)를 기록했으며 위너의 숫자도 45:24로 우세했다. 첫 번째 서브에서 90%에 달하는 득점을 올린 것과 88%의 성공률을 기록한 어프로치가 승리의 원동력이었다.

나머지 톱 10 랭커를 보면 토마스 베르디흐(체코), 가엘 몽피스(프랑스), 마디 피쉬(미국)이 모두 3:0으로 승리하며 2회전에 진출했다. 왕년의 세계랭킹 1위 토미 하스(독일)는 룩셈부르크의 질레서 뮐러에게 1:3으로 패하며 1회전에서 탈락했다. 30번 시드를 배정받았던 브라질의 토마스 벨루치를 제외한 시드 배정 선수는 모두 2회전에 진출했다.

빠른 발을 가진 프란세스카 스키아보네 ⓒ AELTC / M. Hangst

여자부에서는 6번 시드의 프란세스카 스키아보네(이탈리아)가 왕년에 마르티나 힝기스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던 옐레나 도키치(호주)를 2:1(6-4 1-6 6-3)로 이겼다. 스키아보네는 프랑스오픈에서 우승했던 그랜드 슬램 경력이 있어서일까 작년 준우승자이자 세계랭킹 2위인 베라 즈보나레바(러시아)를 No. 1 코트로 밀어내고 센터 코트에서 경기하는 행운을 누렸다. 즈보나레바도 미국의 앨리슨 리스키를 2:1(6-0 3-6 6-3)로 이기고 2라운드에 진출했다. 오래간만에 컴백한 비너스 윌리엄스와 러시아의 스베틀라나 쿠즈네초바, 그리고 일본의 노장 키미코 다테-크룸도 2라운드에 합류했다. 비너스와 다테-크룸은 2라운드에서 맞붙을 예정이다. 의외로 시드 배정자들이 탈락한 경우가 많은 것이 이 날의 특징.

대회 둘째 날 (21일)

벌처럼 날아오르는 로저 페더러 ⓒ AELTC / N. Tingle

남녀 모두 첫째 날보다는 볼거리가 더 많은 둘째 날이었다. 샘프라스의 7회 우승에 도전하는 '황제' 로저 페더러(스위스)는 카자흐스탄의 미하일 카카시킨을 3:0(7-6 6-4 6-2)으로 가볍게 이기며 2라운드에 진출했다. 페더러의 첫 번째 서브 성공률은 71%, 첫 서브 후 득점 성공률은 89%였고 서브의 최고 속도는 시속 205km(127mph)였다. 53-16으로 압도한 위너의 숫자에서 보이듯이 모처럼 정확한 스트로크가 빛을 발한 경기였다.

승자의 환호 노박 조코비치 ⓒ AELTC / N. Tingle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는 프랑스의 제레미 샤디를 3:0(6-4 6-1 6-1)로 가볍게 제압하며 강력한 포스를 보여주었다. 샤디는 최고 시속 217km(135mph)의 강력한 서브를 가지고 있음에도 첫 번째 서브가 59%밖에 되지 않았고, 첫 서브의 득점도 68%에 그쳤다. 광서버 앤디 로딕(미국)도 최고 시속 228km(142mph)의 광속 서브를 앞세워 독일의 안드레아스 벡을 3:0(6-4 7-6 6-3)으로 누르며 2라운드에 합류했다. 로딕은 첫 번째 서브의 평균 속도가 시속 200km(124mph)로 어지간한 선수들의 최고 속도에 맞먹는 무시무시함을 보여주었다.

톱10 선수로는 5번 시드의 로빈 소더링(스웨덴)과 7번 시드의 다비드 페레르(스페인)가 2라운드에 진출했고, 스페인의 페르난도 베르다스코와 2009년 US오픈 우승자 후안 마르틴 델 포트로(아르헨티나), 무하마드 알리의 재림 조-윌프레드 송가(프랑스), 왕년의 강자 호주의 레이튼 휴이트 등도 합류했다. 지난 대회에서 사상 초유의 11시간 5분(5세트만 8시간 11분)짜리 2박 3일 매치를 벌였던 존 아이스너(미국)와 니콜라스 마후트(프랑스)는 다시 1라운드에서 맞붙었는데 이번에는 아이스너가 3:0(7-6 6-2 7-6)으로 승리했다. 아이스너가 이기기는 했지만 두 세트에서 타이브레이크까지 가는 접전이 벌어졌다고.

이것이 샤라포바 스타일! 마리아 샤라포바 ⓒ AELTC / N. Tingle

여자 경기에서는 마리아 샤라포바(러시아)가 같은 나라의 안나 차크베다체를 2:0(6-2 6-1)으로 가볍게 제압하며 산뜻한 출발을 하였다. 프랑스오픈 이후 여러 이유로 경기에 불참하다가 윔블던에 참가한 샤라포바는 경기 내용이 좋지는 않았지만 상대의 부진 덕분에 쉬운 승리를 거두었다. 한 때 톱10에 들었던 차크베다체는 첫 번째 서브 성공률이 58%에 불과하고, 첫 서브에서 54%밖에 되지 않는 득점을 기록하는 등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무릎을 꿇었다. 샤라포바의 서브 최고 속도는 시속 173km(108mph)에 불과했다.

울고 있는 서리나 윌리엄스 ⓒ AELTC / N. Tingle

작년 우승자 서리나 윌리엄스(미국)는 프랑스의 아라바네 레자이를 2:1(6-3 3-6 6-1)로 다소 힘겹게 이기고 2라운드에 진출했다. 남자 못지 않은 강서버답게 시속 188km(117mph)의 강력한 서브를 보여주었으나 서브의 정확도는 61%로 좋지는 않았다. 경기가 끝나고 윔블던에서 다시 1승만이라도 더 하고 싶었다면서 오래간만에 코트에 돌아온 소감을 밝히며 울음을 터뜨렸다고.

워즈니아키의 서브 ⓒ AELTC / N. Tingle

전직 우승자들에게 센터 코트를 빼앗기고 No.1 코트에서 경기를 치른 세계랭킹 1위 캐롤라인 워즈니아키(덴마크)와 프랑스오픈 우승자 중국의 리나, 워낙 쟁쟁한 선수들에 가려진 세계랭킹 4위 빅토리아 아자렌카(벨라루스)는 2:0으로 가볍게 2라운드에 합류했다. 이 밖에 이름이 꽤 알려진 선수로는 아나 이바노비치(세르비아), 다니엘라 한투코바(슬로바키아), 마리아 키릴렌코(러시아) 등이 2라운드에 합류했다. 호주의 희망인 세계랭킹 10위 사만다 스토서와 전 세계랭킹 1위인 세르비아의 옐레나 얀코비치는 패하며 짐을 싸게 되었다. 일본의 새로운 희망이자 아시아 랭킹 3위인 모리타 아유미는 첫 세트를 이기고도 두 세트를 연거푸 내주며 역시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첫 날부터 비가 내리며 꼬이기 시작한 경기 일정은 둘째 날에 1라운드 경기를 모두 마치지 못함에 따라 일부 선수들은 셋째 날에 1라운드 경기를 치르게 되었다. 센터 코트에는 지붕을 씌워 우천에도 경기를 할 수 있게 하였다지만 나머지 코트에서는 비가 내리면 경기를 할 수 없어 참 혼란스럽다.

지금 이 순간 나달이 벌써 2:0으로 앞선 가운데 3세트를 끝내려 하고, 머레이가 두 세트를 따내려 하고 있다. 경기 결과를 쓰느라고 두 시간이나 걸리다니.. 흑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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