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샤라포바

경기에 앞서서 두 선수가 몸을 풀기 시작했다. 우선 서로 공을 주고 받으면서 슬슬 시동을 걸기 시작하는데, 이 경기에서 샤라포바에게 관심이 있지, 얀코비치는 처음부터 신경쓰지 않았기 때문에 사진은 주로일방적으로 샤라포바를 중심으로 찍었다. 그런데 흐린 날씨로 간간히 빗방울이 떨어지는 상황이라 지붕을 닫은 경기장 내에서 사진을 찍으니 셔터스피드가 선수들의 빠른 움직임을 따라가지 못해서 사진이 많이 흔들린 것도 있다. 그나마 쓸만하다 싶은 것만 골랐는데도 만족스럽지 못하다.


샤라포바의 왼손에 공이 쥐어져 있다.


그리고 이 공을 쳐서 얀코비치와 서로 주고 받는다. 워밍업을 할 때는 서로 받기 쉬운 코스로 공을 치는 것이 예의이고, 한 쪽 방향만 고집하지 않고 포핸드, 백핸드 번갈아가면서 공을 보내준다. 


샤라포바의 백핸드

카메라가 고물딱지라서 사진이 이 모양이다..


서브를 넣는 샤라포바. 어이구 길다..


서브 연습을 할 때는 서로 번갈아가면서 상대방이 없는 쪽으로 공을 치는 것이 예의다.


입장권을 늦게 예매해서인지 중간 정도의 좌석인데 거리가 꽤 멀어서 사진 찍기에는 좋지 않았다. 전 좌석이 지정석이어서 다른 곳으로 옮길 수는 없는데, 예매할 때 빈 좌석이 많지 않았던 것을 생각해보면, 좋은 위치의 좌석들은 기업용으로 판매가 되었거나 여러 스폰서 업체들에 제공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 기간 중 호주의 TV채널 7에서 대부분의 경기를 생중계하고, 멜번의 페더레이션 스퀘어에서는 대형 스크린에 중계방송 영상을 생중계하고 있다. 돈 없으면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거나 멜번 파크와 야라강을 사이에 두고 있는 페더레이션 스퀘어 바닥에 앉아서 경기를 지켜볼 수 있다.


선수들은 양쪽에서 서로 빈 곳을 향해서 서브를 하면서 몸을 풀었다.


덩치가 크다보니 더 역동적으로 보이는 샤라포바

샤라포바의 공식 프로필 상의 신장은 약 188cm, 6피트 2인치인데, 실제로는 190cm를 넘는다는 것이 중론. 남자친구들과 서 있는 사진을 보면 아무래도 여자다보니 키를 실제보다 줄여서 표기한다는 것인데, 샤라포바의 라이벌인 서리나 윌리엄스가 175cm, 비너스 윌리엄스가 180cm인데, 이들과 비교하면 공식 신장보다 더 클 것이라고.


공을 주우러 가는 샤라포바


볼보이가 공을 들어보이며 샤라포바에게 신호를 하고 있다.


심판이 두 선수를 불러모으고 경기 시작을 준비한다.


이제 워밍업도 끝났고, 경기 시작을 준비한다.


워밍업할 때와는 반대로 샤라포바가 왼쪽에 얀코비치가 오른쪽에서 경기를 한다. 여기서 왼쪽, 오른쪽은 내가 앉은 좌석 기준. 세상이 내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지만, 이 경기장에 처음 왔는데 어디가 어딘지 알 리가 없으니.. 얀코비치의 서브로 시작을 하는데, 샤라포바가 잠시 기다려달라는 신호를 하고 있다.


샤라포바가 백핸드로 받아내고 있다. 스포츠 모드인데도 카메라가 구려서 사진이 이 모양이다..


샤라포바가 점수를 얻었고, 왼손 주먹을 불끈 쥐는 특유의 세레모니가 나온다.


서브를 기다리는 샤라포바


백핸드


샤라포바는 자신만의 독특한 서브 루틴이 있다. 

① 공을 받아서 왼손으로 바닥에 튀긴 후 

② 튀어오르는 공을 라켓으로 다섯 번 바닥에 튀긴 뒤 

③ 왼손으로 공을 잡고 

④ 왼쪽 귓가와 오른쪽 귓가의 머리카락을 매만지고 

⑤ 공을 바닥에 두 번 튀긴 뒤 

⑥ 상대방을 잠시 주시한 뒤 서브를 한다. 


② 라켓으로 공을 바닥에 튀기는 모습


③④ 왼손으로 공을 잡고 양쪽 머리를 매만지는 모습


⑤ 왼손으로 공을 잡아 바닥에 2번 튀긴 뒤


⑥-1 공을 잡고 상대방을 주시하고


⑥-2 서브 토스 직전


⑥-3 서브 토스에 들어감


⑥-4 서브에 들어간다


⑥-5 토스 후 스윙


⑥-6 착지 직전

그 다음 서브 장면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라 생략..



한 번이라도 그 루틴을 따르지 않는 경우가 있는지 유심히 봤는데 저러는 것이 몸에 배인 것 같다. 이 서브가 잘 들어가는 날은 경기가 잘 풀리는데, 언제나 자기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어서 서브가 잘 안 들어가서 경기를 망치는 날도 있다. 샤라포바의 가장 큰 천적은 서리나 윌리엄스인데, 데뷔 초기인 2004년에 윔블던 단식 결승과 BNP파리바 WTA 챔피언스 파이널 스테이지에서 이긴 것이 전부이고, 이후에는 만나는대로 족족 박살나고 있다. 테니스 경기에서 서브의 중요성이 큰데 어깨 부상 이후 서브에 약점을 갖게 된 것도 하나의 이유일 듯.

이 경기에서도 샤라포바와 서리나의 대결이 이루어질 뻔하였으나, 8강에서 얀코비치에게 덜미를 잡히며 떨어지고 말았다. 만약 서리나가 올라왔더라면 경기 결과가 달라졌을 수도 있었겠지만, 하늘은 샤라포바에게 행운을 주었다.


무슨 심령사진 같지만 그걸 의도한 것은 아니다..


경기 끝나고 주관방송사인 채널7과 인터뷰하는 모습

결승전에서는 패자 역시 인터뷰를 하기는 하지만, 그 외의 경기에서는 인터뷰는 승자만 한다. 


유튜브에 이 경기 영상(공식영상은 아니고)이 있어서 링크를 걸어두었다.

저작권 문제로 인해 언제 사라질 지는 모르겠다.


처음에 예매할 때는 이 경기만 보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여자 준결승전 이바노비치와 한투호바의 제 2경기 역시 데이 세션에 포함되어 있어서 볼 수 있다고 해서 다음 경기 역시 보기로 한다. 하루 종일을 테니스를 보면서 보내게 되었지만, 지난 밤에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해서 돌아다닐 힘도 없고 앉아서 테니스나 보면서 시간을 보내며 한량 놀이를 하기로 한다.

1라운드에서 라파엘 나달(스페인·2위)이 무명의 선수에게 크게 혼나더니 2라운드에서는 앤디 머리(영국·4위)가 로빈 하세(네덜란드·41위)에게 혼쭐이 나며 3:2(6-7(5) 2-6 6-2 6-0 6-4)의 진땀승을 거두었다. 시드 배정자들이 더러 탈락하기도 하였지만 톱랭커들과 미국 선수들이 4라운드에 진출하며 큰 이변은 일어나지 않았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는 샤라포바 ⓒ Philip Hall/usopen.org

여자 3라운드 경기에서는 우승 후보 중의 하나로 꼽혔던 마리아 샤라포바(러시아·4위)가 플라비아 페네타(이탈리아·25위)에게 패하며 조기 탈락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실력을 떠나 흥행 면에서도 최고 인기 스타인 샤라포바의 탈락은 대회 관계자들은 물론 중계하는 사람들까지도 상당히 실망했을 것 같다.

<남자 2라운드>

나달은 윔블던에서 존 이스너와 사상 최장 시간 경기의 기록을 세웠던 니콜라 마위(프랑스·99위)를 만났다. 나달은 1라운드의 고전이 약이 된 덕분인지 훨씬 나아진 움직임을 보였는데, 강력한 톱스핀 스트로크를 앞세워 마위를 밀어붙여 두 세트 모두 6-2로 쉽게 이기며 앞서갔다. 3세트 첫 게임에서 마위는 갑자기 복근의 통증을 호소하며 경기를 기권했고, 나달은 손쉽게 3라운드에 진출하였다.

나달의 명품 포핸드 스트로크 ⓒ Philip Hall/usopen.org

머리는 경기 후 "이렇게 경기를 한다면 나는 집에 돌아가고 말 것이다" 고 말할 정도로 예상 밖의 고전을 했는데, 마치 두 명의 다른 사람이 경기를 한 듯한 앞의 두 세트와 뒤의 세 세트의 경기 내용은 천지차이였다. 1세트 타이브레이크에서 머리는 4-1로 앞서다 실책 4개를 포함하여 연속해서 다섯 포인트를 내 주며 충격의 역전패를 당하더니 2세트에서는 실책으로 스스로 무너지고 말았다. 궁지에 몰리니 정신을 차렸을까 머리는 3세트부터 달라진 모습을 보이며 경기를 뒤집었다.

집에 갈 뻔했던 머리 ⓒ Philip Hall/usopen.org

앤디 로딕(미국·21위)은 미국에서 개최되는 대회의 이점을 안고 와일드카드를 받아 출전하게 된 잭 삭(미국·555위)을 3:0(6-3 6-3 6-4)으로 이기고 3라운드에 진출했다. 아직 19세 생일도 지나지 않은 삭은 대선배인 로딕을 맞아 분전했지만 실수를 연발하며 경험을 쌓는데 만족해야 했다. 로딕은 최고 140mph(225km/h)의 광속 서브를 꽂아 넣으며 11개의 에이스를 기록했고, 서브를 넣은 뒤 70% 이상을 득점으로 연결하면서 경기를 쉽게 이겼다.

로딕은 3년만에 US오픈 4라운드에 진출했다 ⓒ Rob Loud/usopen.org

마위와 함께 장시간 경기 기록을 세웠고 로딕에 지지 않는 강서버인 존 이스너(미국·22위)도 역시 와일드카드로 출전한 로비 지네프리(미국·363위)를 3:0(6-4 6-3 6-4)으로 이겼다. 이스너는 20개의 서브 에이스를 기록하면서 지네프리를 압도하였는데, 서브 게임을 단 한 번도 빼앗기지 않으며 세트마다 한 번씩 나온 브레이크로 승리를 거두며 최근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왠지 이번 대회의 다크호스가 될 것 같은 이스너 ⓒ Philip Hall/usopen.org

다비드 페레르(스페인·5위) 역시 제임스 블레이크(미국·63위)를 3:0(6-4 6-3 6-4)으로 제압했다. 페레르와 블레이크는 어느 한 쪽이 상대를 압도하지 못하는 거의 대등한 경기를 했지만 블레이크가 무려 51개의 실책을 저지르며 점수를 헌납하면서 페레르의 손쉬운 승리로 끝이 났다.

나달에 가려진 스페인 2인자 페레르 ⓒ Don Starr/usopen.org

아르헨티나 선수들의 선전도 눈에 띄었는데 후안 마르틴 델 포트로(18위)를 비롯하여 주니어 시절 페더러보다도 잘 나갔던 다비드 날반디안(76위)과 노장 후안 이그나시오 첼라(24위)가 승리했고, 질레스 시몬(프랑스·12위)과 펠리시아노 로페스(스페인·26위) 등이 역시 3라운드에 진출했다. 반면에 시드 배정자 중 스타니슬라스 바브링카(스위스·14위)와 위르겐 멜처(오스트리아·17위), 이반 류비치치(크로아티아·31위)가 2라운드에서 탈락하였다.

 

<여자 3라운드>

서리나 윌리엄스(미국·27위)는 부상 이후 아직 정상 궤도에 오르지 못했고 이제 나이가 부담스러워지는 시기가 되었고, 전년도 우승자 킴 클라이스테르스(벨기에·3위)는 출전하지 않았다. 부상 복귀 이후 아직 그랜드슬램 우승이 없는 샤라포바에게는 이번 대회가 화려한 부활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샤라포바를 이긴 페네타 ⓒ Philip Hall/usopen.org

그러나 샤라포바는 그동안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노장 페네타를 상대하여 화려한 실책쇼를 벌이며 2-1(6–3 3–6 6–4)로 패했다. 1세트에서 서브에 심각한 난조를 보인 샤라포바는 더블 폴트와 실책으로 두 번의 브레이크를 당하며 힘없이 무너지는가 싶더니 연달아 두 번의 브레이크를 하면서 동점으로 갈 절호의 찬스를 잡았다. 그러나 실책과 더블 폴트로 서브 게임을 내주며 추격 의지가 꺾이고 말았다. 2세트에서 여전히 샤라포바가 자신의 점수는 물론 페네타의 점수까지도 올릴 정도로 불안정한 경기를 했지만 집중력이 살아나면서 1세트와는 반대로 샤라포바가 세트를 따내고 3세트를 맞이했다. 페네타는 먼저 세 게임을 따내며 3-0을 만들었지만 4-1에서 연속으로 세 게임을 내주며 동점을 허용하였다. 그러나 페네타가 서브 게임을 지키며 5-4로 만든 반면, 샤라포바는 연속하여 더블 폴트로 0-30으로 몰린 후 페네타에게 백핸드와 포핸드 위너를 얻어맞고 무릎을 꿇었다. 이 경기에서 샤라포바의 더블 폴트는 12개, 실책은 60개에 달했다.

서브를 넣는 즈보나레바 ⓒ Philip Hall/usopen.org

샤라포바와 같은 러시아 출신의 베라 즈보나레바(2위)와 마리아 키릴렌코(29위)는 2:0의 승리를 거두면서 4라운드에 진출했다. 그랜드슬램과는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는 즈보나레바 역시 이번 대회가 무관의 한을 풀 좋은 기회가 되었는데, 아나벨 메디나 가리게스(스페인·33위)를 맞아 2:0(6-4 7-5)으로 승리하며 4라운드에 진출하여 자비너 리지키(독일·22위)와 맞붙게 되었다. 더운 날씨 탓이었을까 두 선수 모두 서브 난조를 보이기도 했고 임팩트 없이 경기가 다소 지루했는데 팽팽한 순간에서 즈보나레바가 가리게스의 서브 게임을 빼앗으며 승리를 가져갔다.

기계같은 느낌을 주는 스토서 ⓒ Don Starr/usopen.org

호주의 희망 사만다 스토서(10위, 호주를 비롯한 영미권에서는 애칭인 샘 스토서라고 부른다)는 러시아의 나디아 페트로바(25위)와 매 세트 접전을 치르며 2:1(7-6(5) 6-7(5) 7-5)로 3시간이 넘는 대혈전에서 승리했다. 2세트에서 타이브레이크 끝에 기사회생한 페트로바는 3세트 초반 상승세를 이어가며 3-1로 앞서갔다. 그러나 스토서는 페트로바가 서브를 넣는 여덟 번째 게임을 듀스 끝에 브레이크하면서 4-4 동점을 만들었고, 6-5로 앞선 마지막 게임을 페트로바의 연속 실책에 힘입어 승리하면서 4라운드 진출권을 손에 넣었다. 올해는 물론 작년 프랑스오픈 준우승 이후 그랜드슬램에서 4라운드 이상 올라간 적이 없었던 스토서는 모처럼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강서버 리지키 ⓒ Andrew Ong/usopen.org

비너스의 기권으로 인한 부전승으로 쉽게 3라운드에 올라온 리지키는 이리나 팔코니(미국·79위)에게 52분만에 2:0(6-0 6-1)의 완승을 거두었다. 리지키는 서브 성공률의 난조에도 불구하고 남자 선수 수준의 강한 서브로 팔코니를 압박하였고, 약점인 수비에서 팔코니의 서브를 강한 리턴으로 반격하여 점수를 내면서 정신없이 몰아붙이며 역시 4라운드에 진출했다. 중국의 펑슈웨이(14위)는 독일의 줄리아 괴르게스(19위)를 2:0(6-4 7-6(1))로 이기면서 유일한 아시아 선수의 자존심을 지켰다.

 

<Player of the Day>

페네타가 "오늘의 선수"로 선정되었다 ⓒ Philip Hall/usopen.org

그리고 페네타를 오늘의 선수로 만들어 준 샤라포바 ⓒ Philip Hall/usopen.org

여자 선수들은 1라운드를 통과한 마치고 2라운드에 돌입하였고, 지난 이틀 동안 경기가 없었던 32명의 남자 선수들은 1라운드 경기를 가졌다. 상위권 선수끼리 초반에 맞붙어 탈락하는 사태를 예방하고자 상위 32명의 선수에게 시드를 배정하여 최소 3라운드까지는 맞대결을 피하도록 대진표를 편성하지만 꼭 생각지도 않았던 선수들에게 혹은 잠시 랭킹이 떨어져 시드를 받지 못한 선수들에게 덜미를 잡혀 조기 탈락하는 선수들이 어김없이 발생했다.

6번 시드를 배정받았던 로빈 소더링(스웨덴·6위)이 허리부상으로 대회 직전 불참을 통보하면서 운좋게도 호게리오 다 실바(브라질·111위)에게 자리가 주어졌다. 다 실바는 1라운드를 통과하면서 최소한의 체면치레는 하였는데 어느 정도까지 갈 지는 알 수 없다.

대회 3일째 (8월 31일, 현지 시간 기준)

<남자부>

이미 대부분의 선수들이 1라운드를 경기를 치른 뒤라 두 명의 앤디, 머리와 로딕에게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2년 전 우승을 차지했던 후안 마르틴 델 포트로(아르헨티나, 19위) 정도에 눈길이 가는 정도였다.

올해 노박 조코비치를 이긴 단 두 명의 선수 중의 하나인 앤디 머리(영국·4위)는 인도의 솜데브 데바르만을 맞아 첫 경기를 가졌다. 데바르만은 세계랭킹이 64위로 머리와는 꽤 차이가 나지만 첫 세트에서 선전하면서 머리를 압박했다. 머리는 자신의 서브게임을 내주며 끌려갔지만 1-3에서 4-3으로 역전시키며 분위기를 가져왔다. 그러나 데바르만은 쉽게 물러나지 않고 서브게임을 지키며 6-6까지 끈질기게 따라갔고 타이브레이크에 돌입하였다. 초반에 실책으로 경기를 어렵게 풀어갔던 머리는 승부처에서 긴장을 잃지 않고 적시에 브레이크를 하면서 리드를 잡았고 첫 세트를 가져갔다. 그리고 기세가 꺾인 데바르만을 몰아붙여 이어진 두 세트를 어렵지 않게 이기며 두 시간 반 가까이 걸린 경기를 3:0(7-6 6-2 6-3)으로 승리했다.

이틀이나 라이벌들의 경기를 지켜보았던 앤디 머리가 드디어 첫 경기를 가졌다 ⓒ Nick Laham/Getty Images

대회가 열리는 미국의 간판 스타인 앤디 로딕(21위)은 최근 계속되는 부진으로 랭킹은 많이 하락하였지만 강서브를 앞세워 역시 미국의 마이클 러셀(96위)을 누르고 2라운드에 진출했다. 로딕은 두 세트를 쉽게 이긴 후 3세트에서 러셀의 거센 저항에 세트를 내주며 4세트까지 가면서 3:1(승리를 거두었다. 서브와 포어핸드 스트로크 외에는 상위 랭커들과의 경기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없는 것이 로딕의 한계이기는 하지만 유일하게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차지한 대회가 US오픈이었다는 점이 그에게는 좋은 기억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이제는 서브마저도 예전만큼 빠르고 날카롭지 않아서 문제다.

로딕은 올해의 부진을 씻을 수 있을지 ⓒ Nick Laham/Getty Images

최근 US오픈 시리즈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랭킹을 끌어올려 시드 배정까지 받은 존 이스너(미국·22위)는 난적 마르코스 바그다티스(사이프러스·59위)를 3:1(7-6 7-6 2-6 6-4)로 이기고 2라운드에 진출했다. 이스너는 최고 141mph(227km/h)의 강서브를 앞세워 코트에 폭격을 가했는데 바그다티스가 끈질긴 선수이기도 하지만 실책을 남발하면서 어려운 승부를 했다. 그러나 이스너는 두 번의 타이브레이크, 특히 2세트에서는 13-11로 세트를 가져오면서 경기를 승리로 이끌 수 있었다. 2006년 세계랭킹 8위까지 올라갔던 바그다티스지만 부상과 부진이 이어지면서 최근에는 헤매고 있는 모습. 팬서비스도 좋고 애국심도 있어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선수인데 아쉽다.

한창 물오른 기량의 이스너 ⓒ Chris Trotman/Getty Images

역시 전 우승자인 델 포트로는 이탈리아의 필리포 볼란디(85위)를 3:0(6-3 6-1 6-1)으로 1시간 28분만에 쉽게 이겼다. 서브부터 공격과 수비 모두 델 포트로의 일방적인 우위여서 다소 싱거웠던 경기였다. 상대가 약했기에 델 포트로에 대한 평가는 이른 것 같은데,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스페인의 니콜라스 알마그로(10위)는 시드 배정 후 출전 포기를 선언한 소더링을 제외하고는 이 날 탈락한 유일한 남자 단식 시드 배정자였다.

델 포트로는 2년 전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 ⓒ Chris Trotman/Getty Images

 

<여자부>

2라운드 첫날 경기에서 시드 배정자들 중 마리온 바르톨리(프랑스·9위), 아그네스카 라드반스카(폴란드·13위), 도미니카 치불코바(불가리아·15위)와 야니나 위크마이어(벨기에·21위)가 탈락했고, 자비너 리지키(독일·18위)와 파워넘치는 서브 대결을 벌일 것으로 기대했던 비너스가 기권하면서 리지키는 손쉽게 3라운드에 진출하는 행운을 잡았다.

첫 경기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마리아 샤라포바(러시아·5위)는 한층 나아진 모습으로 가볍게 3라운드에 진출했다. 아나스타샤 야키모바(벨라루스·84위)를 상대한 샤라포바는 서브가 잘 들어가면서 경기를 쉽게 풀어갔는데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실책이 많아진 것이 조금 아쉬웠다. 샤라포바를 상대하기에는 야키모바(야키소바가 아님)의 실력이 많이 부족해서 재미없었다. 2:0(6-1 6-1)의 샤라포바의 완승. 샤라포바의 경기는 그 날 컨디션이 어떠냐에 따라서 너무 달라져 복불복 수준이다.

이제 20대 중반이 된 샤라포바는 경기력이 안정될 때도 되었는데.. ⓒ Nick Laham/Getty Images

실력에 비해 저평가되고 유명하지 않은 베라 즈보나레바(러시아·2위)는 카테리나 본다렌코(우크라이나·69위)와 접전을 벌여 2:1(7-5 3-6 6-3)으로 이겨 3라운드에 진출했다. 실력에 비해 스타성이 부족한 것이 즈보나레바의 아쉬운 점이기도 한데 어느 정도는 타고나는 것도 있고 주변에서 어떻게 포장을 해주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즈보나레바는 1세트에서 본다렌코와 브레이크를 한 번씩 주고 받으며 팽팽한 접전을 벌였는데 5-5에서 포핸드 위너로 상대 서브게임을 가져오고 마지막 게임을 잘 지키며 7-5로 마무리했다. 그러나 3-2로 앞서던 2세트를 3-6으로 역전당하며 위기를 맞았는데, 3세트 4-3으로 앞선 상황에서 본다렌코의 서브를 다시 브레이크하면서 승기를 굳혀 2시간 6분의 경기를 승리로 마무리했다.

그동안 보잘 것 없는 이 리뷰에서도 소외되었던 베라 즈보나레바 ⓒ Nick Laham/Getty Images

사만다 스토서(호주·10위), 마리아 키릴렌코(러시아·29위) 등이 승리를 거두며 3라운드에 진출했고 중국의 펑슈아이(14위) 역시 츠베타나 피론코바(불가리아·50위)를 이기고 3라운드에 나가면서 리나는 떨어졌지만 "베이징 키즈" 의 위력을 보여주고 있다.

호주의 희망 사만다 스토서 ⓒ Chris Trotman/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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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너스 사진>

남자 테니스의 아내(혹은 애인)들 중에서 꽤 유명한 로딕의 아내 브루클린 데커 ⓒ Nick Laham/Getty Images

개인적으로 관심은 없지만 혹시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싶어서..

US오픈의 공식 일정에 따르면 여자 선수들은 대회 첫 날과 둘째날에 1라운드 경기를 모두 마치도록 되어 있지만, 남자 선수들은 3일에 걸쳐 경기를 진행하게 된다. 남자 경기는 하루씩 밀려서 진행이 되는데 어차피 결승이 여자 경기 다음날에 열리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는 것 같다. 중간에 휴식일이라는 것이 없어서 비가 내리다보면 일정이 꼬일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회 첫 날 (8월 29일)

<남자부>

이변은 그다지 일어나지 않았다. 윔블던 우승자 페트라 크비토바(체코)가 1라운드에서 덜컥 발목이 잡혀 탈락하였지만 대부분의 시드 배정자들은 무사히 1라운드를 통과했다.

남자부에서는 빅4 중에서 가장 먼저 경기를 치르는 로저 페더러(스위스·3위)에게 관심이 모아졌다. 페더러는 윔블던에서 충격의 역전패를 당하며 8강에서 떨어지기도 했지만, 그의 커리어 중에서 가장 쓸쓸한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역시 하향세를 맞이했다는 말을 들었던 작년에 US오픈 시리즈인 로저스컵에서 준우승에 이어 W&S마스터스에서 우승을 차지하였고 US오픈도 준결승까지 진출하였던 것에 비해 올해는 그랜드슬램 무관에 윔블던 이후 W&S오픈 8강이 최고 성적인지라 전망이 그다지 밝지는 않은 상태다. 그래도 대회 첫 날 메인 경기장인 아더 애쉬 스타디움에서 저녁 마지막 경기로 페더러의 경기가 열릴 만큼 여전히 테니스계의 최고 스타임을 입증하였다.


페더러의 전매특허인 한손 백핸드 ⓒ Rob Loud/usopen.org

페더러의 상대는 세계랭킹 52위인 콜롬비아의 산티아고 히랄도였는데 그는 호주오픈을 제외한 다른 그랜드슬램에서 한 번도 승리를 거둔 적이 없었다. 경기 초반 페더러는 첫 서브 성공률이 50%에 그칠 만큼 서브에 애를 먹으며 고전하였고, 스트로크 역시 좋지 않아 실책을 남발하면서 접전을 이어갔다. 특히 이제 공공연한 페더러의 약점이 되어버린 한 손 백핸드는 높게 오는 공을 원하는 곳으로 쉽게 쳐내지 못하며 경기를 어렵게 풀어가는 원인이 되었다. 그러나 1세트를 6-4로 따낸 후 2세트부터는 히랄도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과감한 네트플레이를 앞세워 경기를 주도해갔다. 올 어라운드 플레이어지만 피트 샘프라스 이후 현재 최고의 서브 앤 발리 플레이어이기도 한 그의 능력이 돋보였다고나 할까. 결국 3:0(6-4 6-3 6-2)으로 페더러의 승리.

피쉬의 강서브 ⓒ Philip Hall/usopen.org

설마하는 마음이 있기는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주목해야 할 다크호스인 미국의 마디 피쉬(8위)는 US오픈 시리즈에서의 상승세를 몰아 1라운드를 가볍게 통과했다. 자국에서 열리는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안은 피쉬는 아더 애쉬 스타디움의 대회 첫 경기에서 독일의 토비아스 캄케를 3:0(6-2 6-2 6-1)으로 이겼다. 피쉬는 페더러와 동갑인 81년생이지만 최근에 와서야 세계 무대에서 빛을 보기 시작한 특이한 케이스다. 2살 때부터 베이스라인에서 공을 넘길 수 있었을 만큼의 천재였다고 하는데(대개 톱클래스의 선수들은 5,6세 전후로 테니스를 배우기 시작한다고 알려져 있다), 늘 동료인 앤디 로딕에게 가려져 있다가 올해 세계랭킹에서도 로딕을 추월하면서 미국 남자 테니스계의 에이스로 떠올랐다. 역시 이 경기에서 장기인 강서브와 포어핸드 스트로크를 앞세워(로딕과 비슷한 스타일을 떠올리면 된다) 일방적인 경기를 펼쳤다. 서브에이스는 4개에 불과했지만 첫 서브의 86%가 득점으로 이어질만큼 강력한 서브였다.

테니스 최강국으로 떠오른 세르비아의 팁세라비치 ⓒ Andrew Ong/usopen.org

다른 시드 배정자 중에는 프랑스의 가엘 몽피스(7위), 체코의 토마스 베르디흐(9위), 세르비아의 얀코 팁세라비치(20위) 등이 3:0으로 가볍게 1라운드를 승리로 장식했고, 세르비아의 No.2 인 빅토르 트로이키(15위)가 콜롬비아의 알레한드로 팔라(119위)에게 2:3으로 역전패하며 시드 배정자 중에서 첫 희생자가 되었다. 윔블던에서 선전했던 호주의 버나드 토믹(60위)도 승리를 거두었고, 노장 후안 카를로스 페레로(스페인·105위)와 토미 하스(독일·475위)도 1라운드를 통과했다.

 

<여자부>

앞서 설명한대로 이변은 여자부에서 일어났다. 크비토바가 루마니아의 알렉산드라 둘게루(48위)에 0:2(6-7 3-6)로 완패하며 윔블던 우승자가 US오픈 1라운드에서 탈락하는 사상 최초의 기쁘지 아니한 기록을 세운 것. 최근 크비토바의 경기를 보면 윔블던에서 보여주었던 힘과 세기를 찾아볼 수 없어 이번 대회 직전에 우승 후보로 꼽는 이들이 드물었다. 크비토바에 따르면 윔블던 우승이 큰 부담으로 작용했고 그 이후 경기에 집중하기 어려웠다고 하는데, 유망주에서 그랜드슬램 우승자가 되고 난 후 다른 선수들의 견제도 심해지고 작은 행동에도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면서 여러 면에서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꾸준하게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도 실력이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크비토바는 첫 서브 성공률이 50%에 채 미치지 못하였고, 52개의 실책을 저지르는 등 스스로 경기를 말아먹으며 패하였다. 다음 대회에서는 심기일전하여 달라진 모습을 기대해본다.

안녕, 크비토바 ⓒ Philip Hall/usopen.org

이제 더이상 정상권에서 멀어졌지만 여전히 이름만 들어도 무서운 비너스 윌리엄스(미국·36위)는 러시아의 베스나 도론츠(91위)를 맞아 여전히 남자보다 강한 서브를 뿜어내며 1라운드를 가볍게 이겼다. 비너스는 서브는 최고 126mph(202km/h)이나 나오며 여전함을 과시했지만 운동량과 움직임에서 노쇠한 기미를 전혀 떨쳐내지는 못했다. 상대보다 많은 27개의 실책을 저질렀음에도 28개나 되는 위너를 앞세워 2:0(6-4 6-3)의 승리를 거두었다.

비너스의 서브는 무서웠다 ⓒ Rob Loud/usopen.org

마리아 샤라포바(러시아·5위)는 첫 경기부터 고질적인 문제인 들쑥날쑥한 경기력을 보여주며 그녀를 우승후보로 점찍었던 사람들에게 물음표를 던져주었다. 샤라포바는 무명의 히더 왓슨(영국·102위)에게 첫 세트를 내주며 끌려가다가 2세트를 7-5로 이기며 힘겹게 경기를 원점으로 돌려놓았고 3세트를 따내며 2:1(3-6 7-5 6-3)로 간신히 경기를 가져올 수 있었다. 좋지 않은 날에 꼭 보여지는 저조한 서브 성공률과 결정적인 순간의 더블 폴트, 그리고 상대를 압도하는 수의 실책이 쏟아져 나오며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경기력이었다. 상대가 약했던 것이 샤라포바가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였지 조금이라도 경험이 많고 차분하게 대처하는 선수였더라면 1라운드 탈락이라는 수모를 당할 뻔했다.

샤라포바는 그때 그때 달라요 ⓒ Philip Hall/usopen.org

베라 즈보나레바(러시아·2위), 마리온 바르톨리(프랑스·9위), 펑슈아이(중국·14위) 등 크비토바를 제외한 시드 배정자 모두가 1라운드를 통과했다. 일본 선수로는 미사키 도이와 아유미 모리타 등이 출전했지만 모두 경기 도중 기권하며 탈락했고, 16세 신인 메디슨 키스(미국·455위)가 자신보다 21살이나 많은 질 클레이바스(미국·111위)를 누르며 2라운드에 진출해 '오늘의 선수'에 선정되었다.

"Player of the Day" 메디슨 키스. 그녀가 미국 테니스계의 희망이 될지 ⓒ Andrew Ong/usopen.org

시간적 여유가 없어 대회 5일째가 끝난 후에야 겨우 첫 날 리뷰를 작성했다. 그래도 주말이니 따라잡기 위해 계속 분발하는 수밖에..

 

오프닝 나이트 세레모니였다고.. 앗 직접 보고 싶다. ⓒ Don Star/usopen.org

US오픈 2011 늦은 프리뷰

2011. 8. 31. 19:30

 

먹고 사는 문제로 인해 윔블던 이후 잠시 블로그를 버려둔지가 어느덧 두 달이 지나서 벌써 US오픈이 개막하였다.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테니스 경기가 한창 진행중일 때 잠시 여유가 생기는지라 짬짬이 경기 리뷰와 관련 소식을 전하고자 한다. 그동안 포스팅하지 않은 것들은 시간이 된다면 대회가 진행되면서 조금씩 올리도록 일단 노력은 해야겠다. (블로깅이 밥 먹여주는 것은 아니라서 장담은 할 수 없고..)

테니스팬들이라면 윔블던이 끝난 7월 초중반은 유럽에서 작은 클레이코트 대회들이 열리는데 상금의 규모는 물론 랭킹 포인트 역시 크지 않아 대개 윔블던에서 진을 뺀 정상급 선수들은 잠시 몸을 추스르는 시간이 되고, 다른 선수들이 상금과 포인트를 얻는 기회가 된다. 7월말부터 미국과 캐나다에서 본격적인 하드코트 시즌이 시작하게 되는데, 메이저대회 바로 밑에 위치한 큰 투어가 열리면서 상위권 선수들도 슬슬 대회에 나서며 US오픈을 위한 워밍업을 시작한다.

남자부에서 중요한 대회라고 한다면 ATP 마스터스 1000의 큰 대회인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리는 로저스컵과 미국 신시내티에서 열리는 W&S오픈인데 월드 넘버 원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와 앤디 머리(영국·4위)이 서로 나누어 타이틀을 가져갔다. 조코비치는 윔블던 우승 직후 데이비스컵에서 복식 경기에 참가한 것을 빼고는 오랜 휴식을 가지다 한 달만에 코트에 돌아와 로저스컵에 참가하여 우승했는데, 1993년 피트 샘프라스(미국) 이후 세계랭킹 1위에 오른 후 출전한 첫 ATP 토너먼트에서 우승한 최초의 선수가 되었다. 그러나 기세를 몰아 W&S오픈까지 노리던 조코비치는 결승에서 머리를 만나 고전하다가 기권하면서 시즌 두 번째 패배를 기록했다. 휴식 없이 연속으로 대회에 참가하면서 누적된 피로와 가벼운 어깨의 이상이 기권의 이유였는데 1세트를 먼저 내주며 출발이 좋지 않았던데다 2세트에서도 0-3으로 끌려가면서 경기를 이길 가능성이 적어지면서 US오픈을 바라보면서 일찌감치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다시 US오픈으로 돌아오면 이 대회는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골프의 메이저대회와 종종 혼동을 일으키기도 한다. 1881년에 첫 대회가 시작하여 1877년에 시작한 윔블던 다음의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대회이며 중간에 세계대전 등으로 중단되기도 해서 올해 130회째가 열린다. 1987년부터는 테니스 4대 메이저대회 중에서 그 해의 가장 마지막에 열리는 것으로 정해지면서 8월 말부터 9월 초중순 사이에 열리는 것이 계속 이어져 오고 있다. 올해는 허리케인 아이린의 영향으로 미국이 피해를 보았지만 이 대회의 정상적인 진행에는 별 문제가 없다고 한다. 올해는 8월 29일부터 9월 11일(현지시간)까지 2주일간 경기가 진행되며, 대회에 앞서 23일부터 26일까지 4일간 퀄리파잉 매치가 진행되었다. 올해 총상금은 2370만 달러이고 남녀 단식 우승자는 180만 달러를 받게 되며, US오픈에 앞서 벌어지는 US오픈 시리즈 대회에서 얻은 포인트를 합산하여 최고 100만 달러의 보너스 상금을 준다. 이 보너스 상금의 주인공은 미국의 마디 피쉬(8위)와 서리나 윌리엄스(27위)다.

작년 대회에서 준우승에 그쳤던 조코비치는 생애 첫 US오픈 우승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올해 57승 2패의 경이적인 승률을 자랑하는 조코비치의 상승세에 비해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천재" 라파엘 나달(스페인·2위)과 "황제" 로저 페더러(스위스·3위)의 여름 성적표는 초라하였다. 나달은 로저스컵과 W&S오픈에서 각각 32강, 8강에서 탈락하였고, 페더러도 같은 대회에서 16강, 8강에서 침몰하며 US오픈 전망을 어둡게 하였다. 그러나 남자 테니스에서 여전히 빅4 체제가 무너지지 않고 있고, 5세트 경기에 긴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메이저대회의 특성과 큰 대회에서 경기를 하는 부담감 등을 고려할 때 여전히 이들이 조코비치의 가장 큰 견제 세력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전년도 우승자인 나달은 이번 대회에서 타이틀을 방어하지 못할 경우 조코비치와의 랭킹포인트 격차가 벌어지는 것은 물론 3위 페더러와의 격차도 줄어들며 연말 랭킹 2위를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이어서 이번 대회가 중요하다. 페더러에게는 이번 대회가 2003년부터 매년 메이저대회 타이틀을 한 개 이상 차지해온 기록을 이어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다. 큰 대회 울렁증에 시달리는 앤디 머리 역시도 이제는 어떤 가능성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점에서 모두가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라 치열한 접전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자부는 디펜딩 챔피언 킴 클레이스테르스(벨기에·3위, a.k.a. 킴 클리스터스)가 불참한 가운데 세계랭킹이 27위까지 내려갔지만 뱅크 오브 웨스턴 클래식과 로저스컵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부활을 알린 서리나 윌리엄스가 여전히 강력한 우승후보이며, 들쑥날쑥한 경기력을 보이면서도 W&S오픈 우승을 차지한 마리아 샤라포바(러시아·4위)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세계랭킹은 굳건한 1위이지만 큰 대회 울렁증을 극복하지 못하며 디나라 사피나(러시아)의 재림이 아닌가 싶기도 한 카롤리네 보스니아키(덴마크, a.k.a. 캐롤라인 워즈니아키)의 활약은 두 우승 후보의 행보에 변수가 될 수도 있다. 대회 개막 직전의 뉴 헤이븐 오픈에서 우승하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올해 열린 메이저대회마다 전초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고서도 일찌감치 물을 먹었던 전례가 있는지라 큰 의미는 없는 듯하다. 오히려 로저스컵과 W&S오픈 2라운드 탈락이라는 초라한 성적표 덕분에 톱시드를 받아 유리한 대진임에도 큰 기대는 되지 않는다. 윔블던 여왕 페트라 크비토바(체코·7위)는 한 달 휴식 후 참가한 로저스컵과 W&S오픈에서 연속으로 16강에서 탈락하면서 페이스가 많이 떨어져 있어 역시 전망이 밝지는 않다고 적으려고 했는데 29일(현지시간)에 열린 1라운드에서 가볍게 탈락해버렸다. 이미 노쇠한 기미가 역력한 비너스 윌리엄스는 랭킹이 36위까지 떨어지고 시드 배정조차 받지 못했지만 관록과 자국에서 경기가 치르는 홈의 이점을 안고 있어 우승은 어렵더라도 우승을 노리는 선수들의 발목을 붙들고 늘어지며 물귀신 놀이를 할 수 있다.

프리뷰라면 대회 시작 전에 글을 썼어야 하는데 조금 늦었지만 사진 몇 장과 함께 간략하게 마무리하고 이어지는 글에서 29일과 30일에 열린 경기 결과를 전하도록 하겠다.

서브 연습을 하고 있는 로저 페더러 ⓒ Andrew Ong/usopen.org

큰 대회 울렁증이라면 역시 빠질 수 없는 앤디 머리 ⓒ Phil Hall/usopen.org

나달은 10살 이하의 어린이들을 상대로 테니스 클리닉을 열었다고 ⓒ Jennifer Pottheiser/usopen.org


 



테니스 선수들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윔블던 챔피언쉽이 오늘부터 시작한다. 가장 전통있고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대회답게 올해는 125회째인데 역시 누가 최고의 자리에 오를 것인지 관심이 모아진다. 작년도 남자 단식 우승자는 세계랭킹 1위의 라파엘 나달(스페인), 여자 단식 우승자는 서리나 윌리엄스(미국)인데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맛을 안다' 고 이들이 수성을 할 지 쟁쟁한 도전자들이 그 자리를 빼앗을지 치열한 대결이 기다리고 있다.

 

라파엘 나달이 2010년 윔블던 우승 후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모습 © AELTC / M. Hangst

나달은 윔블던에서 두 차례 우승을 차지한 적이 있다. 윔블던의 명승부 중의 하나로 꼽히는 2008년 로저 페더러와의 결승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승리하면서 첫 우승을 차지하였고, 지난 해에는 경쟁자들이 알아서 떨어지면서 조금은 편하게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클레이 코트에서는 절대 강자로 군림하던 나달이었지만 윔블던 우승은 클레이 코트가 아닌 장소에서 처음 차지한 그랜드 슬램이었다. 이 우승은 나달이 페더러의 시대의 막을 내리고 새로운 최강자로서 군림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서리나 윌리엄스가 2010년 윔블던 우승 후 쟁반을 들고 있다  © AELTC / M. Hangst

서리나는 윔블던을 네 차례나 우승한 전력이 있는 절대 강자다. 작년 윔블던 우승 이후 고질적인 왼쪽 발목 부상 이외에도 혈종과 폐 색전증 등으로 1년을 쉬고 이제 다시 코트로 복귀했다. 세계 랭킹은 1위에서 급추락하여 현재 25위까지 내려갔는데 이번에 윔블던에서 우승을 차지하지 못하면 100위권 바깥으로 밀려날 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윔블던 직전인 이스트번에서 열린 토너먼트에서는 2회전에서 랭킹 3위이자 2번 시드를 받고 윔블던에 참가한 베라 즈보나레바와 풀세트 접전을 벌이며 아쉽게 패하는 등 기량이 많이 회복된 모습이어서 큰 경기에 강한 그녀 역시 강력한 우승 후보라고 할 수 있다. 비록 랭킹은 25위까지 내려갔지만 전년도 우승자라는 배려 속에 7번 시드를 받아 대진운이 크게 나쁘지는 않다.

 

2011 윔블던 프레스센터에서 로저 페더러 © AELTC / N. Tingle

이들의 아성에 도전하는 자는 누가 있을까. 썩어도 준치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페더러는 여전히 나달의 가장 강력한 맞수이다. 페더러는 나달과 윔블던에서 두 번 맞붙어 1승 1패를 기록하였는데, 윔블던에서 6번 우승한 관록은 무시할 수 없다. 작년에는 토마스 베르디흐(체코)에게 8강에서 패하며 7년 연속 윔블던 결승 진출 기록이 중단되었지만, 윔블던에서 가장 화려한 성적을 낸 선수인 그의 관록을 무시할 수 없다. 서브와 스트로크의 정확도가 떨어지면서 노쇠하였다는 평이 지배적이지만 프랑스오픈에서도 조코비치의 연승 행진을 중단시키는 등 여전히 떨어지지 않는 클래스를 자랑하고 있다.

 

2011 윔블던 프레스센터에서 노박 조코비치 © AELTC / N. Tingle

올 시즌 41승 1패의 경이적인 기록을 자랑하고 있는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역시 강력한 우승 후보 중의 하나다. 최근 나달과의 상대에서도 4연승을 달리고 있고, 랭킹 포인트에서도 단 55점 차이로 나달을 뒤쫓고 있어 나달이 우승을 차지하더라도 조코비치는 결승에만 오르더라도 나달을 제치고 세계랭킹 1위로 올라설 수 있다. 조코비치는 메이저 대회 중에서 윔블던에서 가장 낮은 승률(76.92%)을 기록하고 있고, 최고 성적도 준결승 진출(2007, 2010)에 그치고 있기는 하지만 시즌 초반의 상승세가 폭발할 경우 나달을 위협할 가장 위험한 선수가 될 것이다. 나달로서는 페더러와 조코비치가 준결승에서 맞붙을 수밖에 없는 대진이 행운일 수도 있다.

 

2011 윔블던 프레스센터에서 앤디 머레이 © AELTC / N. Tingle

세계랭킹 4위 앤디 머레이(영국) 역시 홈 그라운드의 이점을 안고 나달을 위협할 선수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머레이는 영국인들에게 계속되는 자국 선수들의 메이저 대회 무관의 아픔을 씻어줄 선수로 꼽히고 있다. 다혈질의 성격에 가다듬어지지 않은 플레이가 아직은 완성 단계에 오른 선수는 아니지만, 천재의 기질은 가지고 있다. 윔블던에서 나달과 두 번 상대하여 모두 패했고, 프랑스오픈 준결승에서도 패하는 등 역대 전적에서도 크게 밀리고 있지만, 머레이의 강력한 서브와 스트로크는 잔디 코트에서 빛을 발할 수도 있다. 나달과는 준결승에서 붙는 대진인데 광서버 앤디 로딕을 제외하면 4강까지는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여자 단식에서는 남자들과는 달리 뚜렷한 강자가 없는 덕분에 딱히 누구를 꼽기 애매한 혼전이 예상되는데 세계랭킹 1위 캐롤라인 워즈니아키(덴마크)와 2004년 윔블던에서 신데렐라로 떠올랐던 마리아 샤라포바(러시아), 프랑스오픈 우승의 상승세를 탄 중국의 리나, 이스트번에서 서리나를 꺾었던 즈보나레바 등이 서리나의 연패를 저지할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로 보인다. 세계랭킹 4위 빅토리아 아자렌카(벨라루스)와 서리나의 언니 비너스 윌리엄스(미국) 역시 우승이 가능한 선수들이다.

 

2011 윔블던 프레스센터에서 캐롤라인 워즈니아키 © AELTC / N. Tingle

워즈니아키는 세계랭킹 1위이지만 아직 메이저 대회 우승이 없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극복해야 하는 것이 부담이 될 수 있다. 윔블던에서는 4라운드 진출이 최고 성적이었을 정도로 늘 부진했는데 이번 대회에서는 톱시드를 받아 대진운이 좋은 편이라 기대를 해볼만 하다. 이변이 없다면 8강까지는 무난해보이는데 샤라포바와, 준결승에서 서리나 혹은 리나와 붙을 가능성이 크다.

 

2011 윔블던 프레스센터에서 마리아 샤라포바 © AELTC / N. Tingle

부상에서 회복하면서 세계랭킹을 6위까지 끌어올린 샤라포바는 최근 4년간 윔블던에서 4라운드 이상 진출하지 못했지만, 윔블던에서 우승을 하면서 테니스계에 충격을 안겨주었던 적이 있다. 그 좋은 기억을 되살린다면 이번 대회에서도 충분히 그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전성기의 기량을 많이 회복하여 선전이 기대되는데 호주의 사만다 스토서와 4라운드에서 워즈니아키에서 8강에서 붙을 가능성이 큰 대진은 그다지 좋지만은 않다.

 

2011 윔블던 프레스센터에서 리나 © AELTC / N. Tingle

프랑스오픈 우승 직후 윔블던을 목표로 하겠다는 야심을 밝힌 리나는 대진이 나쁘지 않아 8강에서 서리나를 만날 가능성이 크다. 최근 회복세에 있다지만 전성기보다 폼이 떨어진 아나 이바노비치(세르비아)나 아그네스카 라드반스카(폴란드)가 크게 위협을 하지는 못할 것 같고, 오히려 3라운드에서 만날 수 있는 같은 중국 선수인 정지에가 가장 위협적인 존재가 아닐까 싶다.

아자렌카는 대진이 좋은 편이라 쉽게 4강에 갈 가능성이 크고, 작년 준우승자인 즈보나레바는 비너스 윌리엄스와 옐레나 얀코비치 정도만 잘 넘기면 역시 4강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처음으로 등장할 공주님은 마리아 샤라포바. (이전 블로그에는 아나 이바노비치가 처음이었지만 내용 수정 후에 다시 등장할 예정이다) 테니스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샤라포바는 알 정도로 유명한 그녀는 우리나라에도 여러 번 찾아와서 친숙하기도 하다. '러시안 뷰티' 라는 별명에서처럼 샤라포바는 세계 정상권의 실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테니스 외적인 외모라든가 그녀의 패션 등에 관심이 많이 쏠려 오히려 테니스 선수로서의 샤라포바는 평가 절하되는 부분이 없지 않다. 샤라포바 이전에 같은 러시아 출신인 안나 쿠르니코바라는 유명한 선수가 있었다. 한 때 세계랭킹 8위까지 올라갔던 적이 있지만, 단 한 번도 WTA(Women's Tennis Association, 여자 테니스 협회) 주관의 단식에서는 우승을 차지하지 못하며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선수 자신도 테니스 선수로서의 커리어보다는 연예계 외도에 더 관심을 두었는데 외모와 몸매 때문에 그 어떤 선수보다도 테니스 외적인 면이 더 부각된 스타였다. 그녀가 한창 잘 나갈 때는 그녀의 이름이 구글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단어였다고 할 정도다. 테니스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샤라포바 역시 쿠르니코바와 같은 그런 러시아 미녀 정도로 인식될 지도 모르는 일이나 그녀는 이미 메이저 대회 우승 타이틀을 세 개나 가지고 있는 실력파 선수다.

 



<프로필>

이름 : 마리아 유리에브나 샤라포바 (Maria Yuryevna Sharapova)
출생지 : 러시아 니아간
생년월일: 1987년 4월 19일
거주지 : 미국 플로리다 브래든턴
신장 : 6피트 2인치 (188cm)
체중 : 130파운드 (59 kg)
경기 : 오른손 (투핸드 백핸드 스트로크)
프로데뷔 : 2003년 4월
세계랭킹 : 6위 (2011.6 현재)
총우승 : WTA 23회 '11(1), '10(2), '09(1), '08(3), '07(1), '06(5), '05(3), '04(5), '03(2), ITF 4회
메이저대회 : 2004 윔블던 우승, 2006 US오픈 우승, 2008 호주오픈 우승, 2007, 2011 프랑스오픈 4강
의류/라켓 : 나이키, 헤드
공식홈페이지 : http://www.mariasharapova.com

 

수년 째 파워 테니스를 정착시킨 윌리엄스 자매에 대적할 자 없던 여자 테니스계는 새로운 스타를 필요로 했고, 마침 17세의 샤라포바가 윔블던에서 우승하며 혜성처럼 등장했다. 윌리엄스 자매가 전통적으로 백인 스포츠였던 테니스에서 흑인이라는 핸디캡이 있지만, 그보다도 교과서적인 테니스 지도나 성장 과정을 거치지 않은 비주류로서 주류 테니스계와 사이가 좋지 못했던 점이 그들의 상품성을 떨어뜨리는 원인이었다. 갑자기 등장한 신인이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을 듯했던 윌리엄스 자매를 꺾었는데, 늘씬한 백인 미녀라는 사실이 그녀의 스타성을 더욱 돋보이게 하였겠지만. 잠시 그녀의 바이오그래피를 간략하게 정리해 본다.

유년 시절

원전폭발로 유명한 체르노빌에 살던 샤라포바의 부모는 미래에 태어날 아이에게 해가 될까 두려워 니아간으로 이주를 결심한다. 4살 때 러시아 남자 테니스 선수 예브게니 카펠니코프의 아버지인 알렉산더 카펠니코프에게 라켓을 받은 후 테니스를 배우기 시작했고, 7살 때 전설적인 러시아 여자 선수인 마르티나 나브로틸로바의 테니스 클리닉에 참가했다가 대성할 자질이 있다는 말을 듣고 플로리다의 닉 볼레티어리 아카데미로 가서 전문적인 테니스 교육을 받기 시작한다. 닉 볼레티어리 아카데미는 안드레 아가시, 모니카 셀레스와 역시 러시아 출신의 스타 안나 쿠르니코바 등이 거쳐 간 세계적인 명문 테니스 교육 기관. 플로리다 이주 과정에서 마리아의 아버지 유리는 단 700달러 밖에 가지고 있지 않았고, 비자 문제로 어머니는 2년 후에나 동행할 수 있었다고 한다.


테니스 요정의 등장과 전성기

13살 때부터 주니어 대회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한 샤라포바는 2001년 프로 자격이 주어지는 만 14번째 생일에 프로로 전향하였다. 그러나 여러 참가 제한으로 인해 이듬해까지는 주니어 대회 참가를 병행하였고, 2003년에서야 비로소 풀타임 프로 생활을 하게 되었다. 2003년 일본 오픈에서 첫 WTA 우승을 차지하였고, 꾸준한 활약으로 연말 세계 랭킹을 50위권으로 끌어올렸다. 2004년 독일오픈에서 엘레나 데멘티에바에게 이기며 처음으로 랭킹 10위 이내의 선수를 격파한 샤라포바는 프랑스 오픈에서 역시 첫 메이저 대회 8강 진출을 하더니 윔블던의 전초전인 DFS 클래식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곧 이어질 이변을 예고하였다. 윔블던 결승에서 디펜딩 챔피언 서리나 윌리엄스를 꺾고 여자 테니스계의 슈퍼스타로 떠오르게 된다. 이후 메이저 대회에서는 기복을 보이며 큰 성과를 내지 못하다가 한솔오픈과 일본오픈에서 연달아 우승하고, 시즌을 마무리하는 WTA 투어 챔피언쉽에서 서리나 윌리엄스를 다시 누르고 우승하며 기분 좋게 연말 랭킹 4위로 시즌을 마감하였다. 2005년은 메이저 대회 우승은 차지하지 못했지만 시즌 중 두 차례 세계랭킹 1위에 오르는 기쁨을 누렸다. 2006년은 US오픈에서 쥐스틴 에넹을 누르고 두 번째 메이저 대회 우승을 비롯 투어 연속 우승으로 분전하였지만, 에넹에 밀려 아쉽게 랭킹 2위로 시즌을 마쳤다.

 

2004년 윔블던 우승 ⓒ Sports Ilustrated

어깨 부상과 끝없는 추락

2007년 호주오픈에서 서리나에게 결승에서 패하였지만 다시 세계랭킹 1위에 오르며 출발이 나쁘지만은 않았으나 어깨 부상이 생기면서 힘든 시즌을 보내게 된다. 2008 시즌 개막과 함께 첫 메이저 대회인 호주오픈에서 우승을 하였는데, 당시 세계랭킹 5위였던 샤라포바는 세계랭킹 1위 쥐스틴 에넹과 3위 옐레나 얀코비치, 4위 아나 이바노비치를 모두 눌렀을 뿐 아니라 대회 기간 내내 단 한 세트도 빼앗기지 않는 괴력을 발휘하였다. 그러나 2007년 시즌 자신을 괴롭혔던 어깨부상이 다시 재발하여 코트를 떠나 부상 치료 및 회복에 시간을 보내야 했다. 2008년 7월 치명적인 어깨부상을 당한 샤라포바는 뼛조각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한참 전성기를 구가하던 샤라포바는 이 수술 이후 참가한 프랑스 오픈에서 4강에 진출해 건재함을 과시했다. 하지만, 이 대회를 끝으로 극심한 침체기에 빠졌고 세계랭킹 10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2008 호주오픈 우승. 왼쪽은 준우승자 아나 이바노비치

요정의 부활

2010년 126위까지 떨어졌던 세계 랭킹을 14위까지 끌어올렸지만 전 성기의 경기력에 비해 들쑥날쑥한 모습이었다. 원래 샤라포바는 기복이 심한 편에 속했지만 몸상태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서인지 대회마다 그리고 대회 중 경기마다 기복이 심했고, 두 차례의 우승을 차지했지만 메이저 대회에서는 부진한 모습이었다. 결국 2011년이 되면서 6년 반이나 함께 해오던 코치 마이클 조이스와 잠시 결별하고 새 코치인 토마스 획스테트와 함께 호흡을 맞추기 시작했다. 획스테트는 작년에 중국의 리나를 지도했고 과거 토미 하스의 코치이기도 했는데, 오프 시즌에 조이스와 함께 그녀를 도울 코치로 영입되었다가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는 셈이 되었다. 조이스는 샤라포바의 전성기를 함께 한 코치이기는 하지만 작년에 메이저 대회에서 단 한 번도 8강 이상을 가지 못하면서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다고.

샤라포바는 호주오픈에서 4라운드에서 탈락하는 등 확실히 예전만은 못했지만 캐롤라인 워즈니아키와 베라 즈보나레바 등의 톱 5 랭커들을 한 번씩 꺾는 등 전성기의 기량을 찾아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세계랭킹도 10위권 안으로 들어오게 되었고 마침내 로마오픈에서 세계랭킹 4위인 호주의 사만다 스토서를 누르며 1년만의 우승을 차지하면서 부활을 알렸다. 늘 클레이코트 시즌에는 부상과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던 그녀의 최고 성적이었다. 그리고 여세를 몰아 프랑스오픈에 도전하였지만 4강에서 리나에게 패배하면서 커리어 그랜드슬램은 내년 시즌을 기약하게 되었다. 리나와의 4강전에서는 샤라포바의 고질적인 약점인 실책 남발이 많았는데 경기력을 꾸준하게 유지하는 것이 샤라포바의 과제로 남아 있다.

 


이탈리아 로마오픈 여자 단식 우승 ⓒ Getty Images

테니스 스타일

샤라포바는 188cm라는 여자 선수로는 큰 키에도 상당히 빠른 움직임을 가진 선수다. 그녀 역시 큰 체격에서 나오는 힘을 바탕으로 한 플레이를 하는데 베이스라인에서 강력한 포핸드와 백핸드 스트로크를 구사하는 스타일이다. 네트 플레이시 그녀의 강력한 파워와 빠른 발놀림을 살려 일반적인 발리샷이나 스매시보다 스윙 발리를 구사한다. 힘과 스피드를 앞세운 단순한 플레이에서 경험이 쌓이면서 드롭샷이나 슬라이스 등을 사용하며 경기 운영 능력의 향상을 보여주고 있다.

샤라포바는 최고 시속 190km에 육박하는 강력한 첫 번째 서브를 구사하는데 평균적으로 시속 170km 후반대의 스피드를 자랑한다. 그러나 어깨 부상이 생긴 후 서브의 스피드 및 정확도에 큰 영향을 미쳤고, 그녀의 주 무기 중의 하나였던 서브에 대한 자신감을 잃고 고전을 하였다. 부상으로 서브 동작이 간결해지면서 고전하였으나, 부상 회복 후에는 다시 전성기와 비슷한 폼으로 돌아와 2010년 버밍엄 대회에서 자신의 최고 속도인 시속 194km(121mph)를 기록하였다.

무엇보다 샤라포바의 상징이 된 "함성"을 빼놓을 수 없다. 2005년 윔블던에서 101데시벨까지 기록했던 그녀의 함성은 경기 중에 다른 선수가 소리를 낮춰 달라는 항의를 받기도 했다. 교성을 연상시키는 그녀의 함성은 날씬하고 잘 빠진 몸매와 어우러져 테니스 선수를 넘어 섹시 스타로 발돋움하게 하였다.


스캔들 메이커와 광고계의 블루칩

샤라포바는 많은 스캔들로도 유명하다. 테니스 선수인 앤디 로딕, 후안 카를로스 페레로를 비롯 마룬 파이브의 애덤 레빈과도 염문을 뿌렸다. 레빈은 코트에서는 야성적인 샤라포바가 "잠자리에서는 죽은 개구리 "샤라포바가 죽은 개구리처럼 누워서 내가 신음 소리만 내도 집중할 수가 없다며 화를 냈다. 부활절 토끼가 없다는 걸 알게 됐을 때보다 더 충격적이었다"는 말을 했다고 전해지는데, 레빈과 대변인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고. 최근에는 NBA선수 사샤 부야치치와 약혼하였다고 전해진다.

 

왼손가락의 반지가 부야치치와의 약혼 반지라고 한다  ⓒ Bauer Griffin

한동안 샤라포바는 부진에 빠져 정상권에서 멀어져 있었음에도 그의 상품 가치는 전혀 떨어지지 않아서 2010년 나이키와 8년간 7000만 달러의 재계약을 하였다. 이는 세레나 윌리엄스의 2000년 리복과 5년간 4500만 달러의 계약을 넘어서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테니스 선수 전성기가 지나는 30살까지 계약을 한 셈이다. 샤라포바를 유명하게 하는 것은 남다른 그녀의 패션 센스다. 다른 유명 여자테니스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샤라포바 역시 자신의 경기복 및 스폰서를 받는 제품컬렉션의 디자인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 은퇴 후 희망이 패션 디자이너라고 한다. 샤라포바는 현재 나이키를 비롯 헤드, 티파니 앤 코, 소니 에릭슨, 태그호이어, 에비앙, 콜 한, 클리어 등과 스폰서 계약을 맺고 있다.

나이키 광고의 샤라포바

귀걸이 등은 티파니 앤 코의 스폰서를 받고 있다

태그호이어의 광고모델이기도 하다


샤라포바를 이야기할 때 그녀의 아버지 유리 샤라포프를 빼놓을 수 없다. 아버지이자 코치, 매니저, 그리고 운전기사 등의 역할을 모두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경기 중에는 관중석에 앉아 샤라포바가 부진할 때 화를 내고 있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녀에 대한 사람들의 말

"tough as nails(강하고 완고하다)" 닉 볼레티어리.

"그녀가 악수를 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

 


샤라포바는 가십 사진 전문 기자들의 먹잇감이 되기도 한다. 2009년 윔블던.

2011 프랑스오픈 준결승전. 이 경기에서 샤라포바는 리나에게 졌다. ⓒ FFT

2008년 호주오픈 우승 후 야라강에서 퀸 세리머니 중 ⓒ Mark Dadswell / Getty Images

2011년 크라운 호텔에서 열린 호주오픈 개막 전 선수 파티에 참석한 샤라포바 ⓒ Graham Denholm / Getty Images

 

2010년 US 오픈  ⓒ Matthew Stockman / Getty Images

 


즘 한물 갔다고 여겨지던 마리아 샤라포바가 다시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단다. 어깨부상으로 신음하던 그녀가 최근 전성기의 기량을 회복하고 있는 중인데, 날도 더워지고 해서 2006년에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ports Ilustrated)에서 찍은 수영복 화보를 잠시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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