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르디아

#4. 레분토에 가봅시다

2019. 7. 12. 21:30

날씨가 덥고 습해서 짜증스럽지만, 일단 당일치기 온천이라도 하려고 관광안내소에 가서 온천욕을 할 수 있는 곳을 찾아서 갔다. 습한 날씨에 종일 돌아다니면서 땀을 흘린 뒤에 바로 버스에 타는 것은 옆에 앉은 사람을 불쾌하게 할 수도 있고, 땀을 흘려 끈적끈적한 것도 싫어서 낮에 관광안내소에서 받은 히가에리 온천 지도를 받아서 나왔다.


일본에서 야간버스를 탄 적이 몇 번 있기는 한데, 꽤 오래되기도 하였고, 버스회사에 따라 조금씩 다른 부분도 있어서 사실상 처음 타는 것이라 해도 틀리지 않는 셈이다. 야간버스는 운전수 두 명이 서로 교대를 하면서 운행을 하는데, 하코다테는 어두워진 뒤에는 노면전차의 운행간격도 길어져서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다니기는 어려워서 유노카와온천에 가서 씻고 일찌감치 버스에 타서 잠을 자려고 했는데, 다시 유노카와까지 오가는 것도 일이라 하코다테역에서 가까운 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는 것으로 계획을 바꾸었다.

그런데 정확하게 어느 승강장에서 버스를 타야하는지 잘 몰라서 터미널에 있는 직원에게 물어보니 자기네 회사의 버스를 예약한 것은 아니지만, 출발 예정시각에 맞추어 버스가 올 것이라고 한다. 하코다테에서 삿포로까지 가는 버스는 한 회사가 아니고 버스회사마다 각기 운행한다고 하는데, 방향을 가리키며 저 쪽에서 버스가 올 것이라고 한다. 항공권을 사느라 지나치게 많은 돈을 때려박은 덕분에 운신의 폭이 넓지 않은 터라 숙박비라도 아껴야지.

삿포로역 앞에 버스가 도착했는데, 그 때까지도 잠들어 있다가 사람들이 하나둘 내리는 동안 시끌시끌해지자 겨우 눈을 떴다. 이미 해는 떠있고, 버스 기사는 승객들이 짐칸에 넣었던 짐들을 버스 옆에다 이미 내려놓고 승객들이 짐을 찾아가는지 보고 있었다. 하코다테에서 삿포로까지 대략 7~8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왓카나이는 3년 전에 열차를 타고 다녀온 적이 있는데, 왓카나이공항은 왓카나이역과는 거리가 있어서 버스를 타고 가야한단다. 


왓카나이행 항공기는 크기가 작은 소형 비행기인데, 다행히 출발이 조금 지연되기는 하였지만 별다른 문제 없이 신치토세공항을 출발하여 왓카나이로 출발했다.


오늘의 날씨는 구름이 끼어 있다. 어제는 하늘에 구름이 거의 없어서 타죽을 뻔했는데..


다른 항공기와는 달리 0번 승강장으로 가는데, 이 곳은 소형 여객기를 타는 곳 전용인 것 같다. 레분토까지는 왓카나이공항에 내린 뒤에 근처에 있는 페리터미널로 가서 레분토로 가는 배를 타야하는데, 배로 가는 것은 처음이라.. 예전에는 레분에도 항공편이 취항했다고 하는데 수요가 많지 않아서인지 항공기 대신 페리를 이용해야 한다고..


프로펠러가 달려있네..

봄바르디아사에서 제작한 DHC8-Q400 기종이라고 한다. 항덕이 아니어서 잘은 모르겠지만..


승무원 언니는 기내의 짐을 정리하고 있다.

기체가 작아서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는데 비행중에 별다른 문제는 없었고, 무엇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신치토세공항에서 출발이 지연되어 예정 시각보다 다소 늦게 도착하였다.


꼬마 비행기네..

왓카나이까지 가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이런 소형 기재를 사용하는 모양이다. 삿포로에서 열차를 타고 갈 때도 막상 왓카나이까지 가는 사람은 많지 않으니..

 

구름 위로 날고 있는데, 뭐랄까 거품이 잔뜩 낀 것 같은 느낌이다.

삿포로에서 특급열차를 타고 왓카나이까지 가려면 최소 다섯 시간이 걸리는데, 역시 비행기가 빠르기는 빠르다. 삿포로역에서 신치토세공항까지 가는 시간과 비용, 왓카나이공항에서 왓카나이역에서 멀지 않은 페리터미널까지 가는 비용이 더 들기는 하는데.. 단기체재 외국인은 특별할인이 적용되어서 보통의 일본인들보다 더 저렴하게 탑승권을 구입할 수 있다.


생각 밖으로 구름이 많이 껴있는데 기류의 변화는 크지 않은 것 같다.


저 멀리 무슨 칼데라 화산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국내선 비행기를 타서 출입국수속 없이 메만베츠공항에 내렸는데, 출발이 예정보다 늦어서 도착하니 이미 공항버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왓카나이역까지 가는 버스를 타야하는데, 이미 버스 한 대는 사람을 꽉 채워서 떠났고 다음 버스를 기다려서 타야할 것 같다. 어차피 왓카나이항에서 출발하는 페리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어서 굳이 사람들이 잔뜩 몰리는 시간대를 피해서 가는 것이 좋겠다. 공항버스라고는 하지만 한국에서 다니는 공항리무진 같은 버스는 아니고, 일반 노선버스와 비슷한 차량을 사용하는 것 같다.

 

구름이 많은 것 같지만 저 멀리에 있는 하늘에는 구름이 별로 없는 것 같기도 하고


구름 위로 날고 있다.


오~ 논밭은 바둑판처럼 정비가 된 것 같다.


오호~!


비행기의 프로펠러는 열심히 돌고 있고


땅에서는 풍력발전을 하는 것 같다.


왓카나이공항에 도착했다.

저런 비행기 한 대 갖고 싶은데, 평생 돈을 벌어도 살 수 없겠지만..


이 노선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프로펠러가 달린 소형기를 이용하고 있어서 그만큼 비쌀 것 같은데..


FDA 소속의 항공기도 있다. 여기서 FDA는 미국 식품의약국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후지 드림 에어라인' 이라는 민간 항공사의 사명이하다. 처음 이 회사의 항공기 도장을 보았을 때 미국에서 무슨 일로 왔나 싶었는데..


예상했던대로 게이트까지 탑승교가 연결된 것이 아니고 땅바닥에 내려서 걸어서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아직 짐이 나오지는 않았고


홋카이도 유산을 둘러보는 버스투어를 광고하고 있다. 역시 소야버스에서 운행하는 것 같다. 왓카나이의 방파제 돔과 소야구릉은 예전에 일부러 반대방향으로 버스를 타고 투어를 하는 기분으로 한 바퀴 돌아본 적이 있어서..


왓카나이는 3년 전에 온 적이 있었는데, 당시에는 그냥 동네 한 바퀴 돌아보고 다음 날에 바로 삿포로로 돌아갔는데, 이번에는 왓카나이를 둘러볼 시간이 많지 않아서 레분토로 가는 페리를 타러 항구로 갔다. 이 지역에는 '소야버스' 라는 버스회사에서 운행하는데, 왓카나이와 주변 지역의 버스 노선을 거의 독점하고 있는 것 같다. 항공편이 자주 오가는 공항이 아니라서 항공 스케쥴에 맞춰 공항버스를 운행하는 모양이다.


아직 승선시각이 많이 남아서인지 아무도 없다.


선실 안에서는 야구를 틀어주고 있고, 와이파이도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포켓와이파이를 빌려오기는 했는데, 배터리 충전하는 것도 귀찮고 바다 위에서는 와이파이신호가 잘 잡히지 않아서 별로 쓸모는 없었던 것 같다.


아이들을 데리고 온 가족의 짐인가보다.


한창 휴가철이라 사람들이 많으면 어쩌나 싶었는데 생각보다 사람이 적은 것인지, 아니면 이 배의 정원이 많아서 꽉 차지 않아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사실 이렇게 7월 중순이라는 성수기에 휴가를 가는 경우는 처음이라 굉장히 어색하고, 이 비용을 어떻게 메워야 할 지도 걱정되고..


레분토행 승선구는 2번이란다.


'사이프리아 소야' 라는 페리가 레분토까지 운항한다고 한다.


가다보니 저 멀리 산이 보이는데..

슬슬 지겨워지기 시작할 때 저 멀리 섬이 보이기 시작했다.

페리터미널에 내려서 전화를 했더니 픽업하러 출발했으니 잠시만 기다리시라고 한다. 다른 여행자들도 있었고, 이미 전날에 하루 묵었던 아가씨들을 중간에 만나서 같이 타고 예약한 숙소로 갔다.


조용한 섬마을

북쪽이라 해가 길어서 늦게까지 날이 밝았다.

그런데 문제는 가진 돈이 없어서 삿포로에서 한국에 있는 친구에게 긴급자금 수혈을 부탁했고, 다행히 그 친구가 바로 돈을 송금해주어서 숙박비를 지불할 수 있었다. 섬이라 그런지 ATM도 안 보이고, ATM이 있어도 돈이 인출되지 않아서 끙끙거리다가 친구에게 전화를 해서 돈을 계좌로 보내달라고 했는데 그것도 쉽게 되지 않아서 JCB신용카드로 현금서비스를 받아서 간신히 숙박비를 지불했다. 10여 년 전과 비교해보면 일본에 관광객들이 많이 오면서 대도시의 ATM에서는 인출 수수료가 나와서 그렇지 해외에서 온 사람들도 이용할 수 있는 곳이 많아졌는데, 이 시골 섬동네는 그렇지 않아서 유쵸은행 ATM조차도 인출이 안 되더라는..

1박 2식이 포함된 플랜이어서 조금 있다가 저녁을 먹는다고 해서 잠시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길 건너편에 있는 야트막한 산을 올라가보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저녁 식사를 위해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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