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 이바노비치

블로그 유입 검색어에 은퇴한 여자 테니스 선수 아나 이바노비치가 꽤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어서 방문객들을 위한 서비스용으로 그녀의 사진을 소개하려고 한다.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port Illustrated)에서는 매년 여자 테니스 선수를 모델로 수영복 사진을 게재하는데, 아나 이바노비치는 2010년 모델이었다. 색상이 다른 세 벌의 수영복을 입고 사진을 찍었다. 

아래의 링크를 따라서 가면 해당 페이지에 접속 가능하다. 저작권 문제가 있으므로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아래 링크에 접속하여 확인하면 되겠다.


https://www.si.com/swimsuit-2010/photos/2010/02/12/ana-ivanovic-2010-sports-illustrated-swimsuit-edition-si-com#1


ⓒ Sports Illustrated

여자부 4강전 첫 경기와 다음 경기 사이에 쉬는 시간이 생겨서 잠시 밖으로 나와서 로드 레이버 아레나 근처를 돌아다니다가 다시 들어왔다. 어느덧 점심 먹을 시간이 된데다 어제 밤부터 강제로 단식을 계속해왔으므로 뭐라도 먹어야겠는데 늘 돈이 발목을 잡는다. 5.5달러였던가 했던 핫도그로 적당히 끼니를 때우고 경기장 주변을 한 바퀴 슬슬 걸어서 돌아본 뒤 자리로 돌아왔다. 그런데 선수들이 경기를 할 때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데, 경기 전에 선수들이 몸을 풀 때나 쉬고 있을 때는 혼자서 할 일이 없다. 앉은 자리 주변에 사람이 없어서 편하기는 하지만 말 한 마디 나눌 사람이 없으니 금방 지루해졌다. 영어가 짧아서 대화가 잘 되지 않았겠지만..


아나 이바노비치

이 때만 해도 이바노비치가 샤라포바와 함께 여자 테니스를 주름잡을 것으로 여겨졌으나, 실제로는 테니스 선수로서의 전성기가 짧았다. 2008년 프랑스오픈 우승 후 잠시 세계랭킹 1위에 오르기도 했지만, 한 달 후에 열린 윔블던부터 하락세를 보여 시드 배정조차 받지 못한 중국의 정제에게 덜미를 잡혀 일찌감치 탈락하는 등 들쑥날쑥한 성적을 내면서 랭킹이 떨어졌고, 테니스로 주목받는 것도 줄어들기 시작했다. 반대로 가십이나 남자관계로 주목받는 경우가 늘어났는데, 잠깐 회복하는 듯하다가 다시 가라앉고, 작년에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와 결혼을 했다.


좌우로 폴짝폴짝 뛰고 있다. 공이 오는 방향으로 바로 움직일 수 있도록 긴장감 유지를 위해서일 것 같다.


모처럼 앞모습 사진을 찍을 기회였으나, 셔터스피드가 따라가지 못했다..


서브를 넣기 전.


예상 밖으로 한투코바의 일방적인 경기로 흘러가고 있다.


상대인 다니엘라 한투코바 

비록 단식에서 그랜드슬램 우승은 커녕 결승에도 올라간 적도 없고, 토너먼트 대회에서 얻은 트로피도 손에 꼽을 정도이기는 한데, 경기에 많이 참여하면서 포인트를 올려서 랭킹을 끌어올린 하드워커라고 해야겠다. 여기에 복식과 혼합복식도 출전하는 경우가 있으니 '질 보다는 양' 을 택한 것인지도. 한투코바 역시 예쁜 외모로 주목을 받아 실력에 비해서 조금 더 유명세를 얻은 면도 없지 않지만, 출신국가인 슬로바키아의 인구가 5백만 남짓에 불과하고, 테니스 스타일이 점잖아서 그런지 시끌벅적하게 소리를 질러대는 친구들보다는 인기가 떨어지는 편.


한투코바가 메이저 대회 단식에서 4강까지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첫 세트는 일방적으로 점수를 따내며 6-0으로 손쉽게 승리했으나, 2세트부터 본격적인 경기가 펼쳐졌다.

 

한투코바의 서브

사진의 질이 대단히 좋지 않아서 참 그렇다.
이것은 다 날씨가 좋지 않아 지붕을 닫은 것과 고물 카메라 탓이다.


카메라 셔터 스피드가 못 따라가서 한 번에 찍지는 못하고 각기 다른 서브 상황에서 찍은 사진을 연결해보았다. 하나의 연속되는 동작의 사진은 아니고, 


서브를 넣기 전 바닥을 보는 한투코바


서브 토스를 하고

 

강하게 서브를 때린다


이바노비치의 리턴


리턴에 실패했다..


득점에 성공한 한투코바는 즐거운 마음으로 볼보이로부터 공을 받았다.


서브를 위해 엔드라인 쪽으로 걸어감


서브에 들어가는 준비 동작


토스 후에 점프


공중에서 서브를 위해 백스윙


이바노비치의 강한 서브


서브 후 연속동작


저 스윙에 맞으면 골로 갈 것 같다.


착지

여기까지..


포핸드 스트로크


백핸드 스트로크를 날리는 이바노비치


그러나 이 게임 역시 이바노비치가 내주고 말았다.

1세트 마지막 게임은 한투코바의 서브게임.


이바노비치는 한 게임도 못 따고 세트를 내줄 위기에 처했다.


이바노비치는 1세트의 향방이 달린 여섯 번째 게임 역시 고전하는데..


이바노비치가 1세트에서 한 게임도 못 따고 퍼펙트로 지고 말았다. 토너먼트 대회 초기에나 나올 법한 일이 이런 그랜드슬램의 4강에서 나오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었다. 누가 뭐래도 한투코바가 이바노비치를 이기고 결승에 진출할 것 같았다.


이바노비치가 1세트를 0대 6의 치욕적인 점수로 내주고 코트체인지를 하고 있다.


경기 중간 잠시 쉬고 있는 이바노비치


한투코바도 쉬고 있다.

경기가 일방적인 한투코바의 승리로 끝날 것 같았는데 2세트에서는 접전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바노비치의 결정적인 브레이크로 6대 3으로 세트를 따내면서 마지막 세트로 이어지게 된다.


땀을 닦는 이바노비치


이바노비치가 포인트를 얻은 다음에 즐겨하는 세리머니 포즈


이바노비치의 득점 후에는 항상 저 모습을 볼 수 있다.


마지막 세트에서 한투코바는 4대 3으로 앞서고 있었다. 그러나 이바노비치는 연속으로 세 게임을 따내 마지막 세트에서 이기며 대역전승을 거두면서 결승에 진출하여 샤라포바와 맞붙게 되었다.


전광판에 나오는 한투코바의 표정


구입했던 티켓으로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볼 수 있는 데이 세션 경기는 다 봐서 밖으로 나가야 한다. 남자 4강전 경기는 나이트 세션 경기라서 따로 티켓을 구입해야 하는데, 시간대도 시간대지만, 남자 경기가 더 박진감이 있어서 그런지 이 경기는 대부분의 좌석이 다 팔렸다. 취소하여 남은 좌석이 몇 개 있기는 하지만, 자리가 좋지 않은 편이고, 여러 경기를 볼 수 있는 데이 세션 입장권과는 달리 한 경기만 볼 수 있음에도 가격이 더 비싸서 사기는 부담스럽고. 그냥 밖에 나가서 페더레이션 스퀘어에서 앉아서 보거나 펍에 가서 텔레비전 중계를 보는 것이 더 낫다.


경기가 끝나고 이바노비치가 인터뷰를 준비하고 있다.


호주의 채널 7(Seven)에서 단독으로 호주오픈 테니스 경기 생중계를 한다. 뉴스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정규프로그램은 결방되고, 테니스 경기 중계를 하는데 대회 초반에는 톱랭커들의 경기가 프라임타임이 아닌 시간대에도 있기에 대부분을 테니스 중계에 시간을 할애한다. 토너먼트 대회의 특성상 대회가 진행될수록 생존하는 선수들이 적어지므로 이 채널의 저녁시간 프로그램을 즐겨 시청하는 사람들이라면 테니스가 원망스럽겠지만, 테니스 팬이라면 아주 반가운 일이다. 

 

기아자동차가 이 대회의 공식 스폰서라는 것은 이미 앞에서 언급했던 것 같은데..


세션이 끝났으니 사람들이 대부분 밖으로 나갔다. 한꺼번에 사람이 많이 몰리는 것을 피해 조금 기다렸다가 나간다. 이 시간에 나가봤자 사람들만 많고 바깥 날씨는 더우니.. 냉방시설이 있기는 하지만 별로 시원하지 않다고 한다. 반소매 티셔츠에 반바지를 입고 와서 가만히 앉아서 경기를 보는 경우라면 조금 썰렁한 느낌이 들기는 하는데, 냉방을 가동해도 경기를 하는 선수들의 땀이 식지 않을 정도에 맞추어 할테니 냉기가 직접적으로 나오는 곳이 아니라면 많이 시원하거나 춥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고 한다.

 

로드 레이버 아레나의 천장


마거릿 코트 아레나

그라운드패스만 있으면 들어갈 수 있는 코트 중에서 가장 좋은 코트다. 이 경기장에는 남녀 단식 경기 중에서 중요도에 따라 로드 레이버 아레나와 하이센스 아레나에 배정된 경기 다음으로 높은 랭커의 선수 또는 인기 선수들의 경기가 배정된다. 이 시점에서는 이미 각 부문에서 4강전을 진행하고 있어서 이 경기장에서 그 경기들이 열리지는 않고, 주로 복식 경기가 펼쳐지고 있었다. 누가 뭐래도 테니스에서는 남녀 단식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상금 역시 가장 많으며, 이 종목의 선수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기에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조금 전에 있던 로드 레이버 아레나와는 너무도 다른 분위기


메인 경기장인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 경기가 있을 때는 저 전광판에 경기 중계 영상을 틀어준다.


메인 경기장인 로드 레이버 아레나

어차피 경기장 내에서 볼 수 있는 경기가 없어서 밖으로 나왔다.

피곤하니 잠시 호스텔로 돌아가야 할 것 같은데, 지금은 서두를 필요가 없으니 천천히 걸어서 시내를 구경하면서 가보도록 한다. 아침에 비싼 택시비를 내고 온 것이 아까운 생각이 드는데 처음이라 이런 시행착오를 겪는다고 위안을 삼는다.


최근 10년 동안 단식 우승자 사진을 전시해두었다.

안드레 애거시가 가장 눈에 먼저 띄었고..

 

1998년 우승자 마르티나 힝기스.


힝기스는 1997년에도 우승을 했었고, 이 때만 해도 샘프라스도 마지막 불꽃을 태우던 시절이었네.


우승 트로피 사진

 

멜번 파크(Melbourne Park)라 불리는 테니스 공원. 주요 경기는 돔형식으로 된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열리고,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경기 또는 인기가 있는 경기는 하이센스 아레나에서 열린다. 이 때까지만 해도 하이센스 아레나가 아닌 보다폰 아레나(Vodafone Arena)라는 이름이었는데, 중국의 궐기로 하이센스가 급격히 성장하면서 다음 해부터는 네이밍 스폰서가 하이센스로 바뀌었다. 보다폰은 예전에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유니폼에 로고를 달 정도였으나, 역시 돈 전쟁에서 밀리면서 자리를 빼앗겼다.

 


보다폰 아레나


그라운드패스로는 들어갈 수 없는 2개의 유료 경기장이다. 대신 이 유료 경기장의 입장권을 사면 그라운드패스가 따라오게 되기에 자신이 구입한 경기장의 경기는 물론, 멜번 파크에 개방된 경기장에서 열린 다른 경기를 그냥 볼 수 있다. 이런 대회에 처음 와서 그라운드 패스가 무엇인지 몰랐는데..

멜번 시내는 물론 교외지역까지 연결하는 철도가 경기장 주변을 지나간다.

 

대회 막바지인지라 저녁에는 남자 단식 준결승 1경기가 열리는데, 이 경기가 로드 레이버 아레나의 나이트 세션이라서 데이 세션 티켓을 산 사람은 경기장에 들어갈 수 없어서 그냥 돌아간다. 데이 세션은 여러 경기가 있지만, 상대적으로 사람들의 관심이 적기 때문에, 남자부 준결승 경기 하나만 볼 수 있는 나이트 세션 티켓이 더 비싸다.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으니 이 경기는 백패커스로 돌아가서 텔레비전으로 봐야 할 것 같다.

윔블던 3라운드가 끝나고 16강이 가려졌다. 4라운드까지는 무난히 진출하리라 예상되었던 선수들이 종종 탈락하면서 이변이 일어나고 있지만,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던 선수들은 여전히 안정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어 갈수록 흥미진진한 승부가 이어질 것 같다. 여자부의 마리아 샤라포바(러시아)와 카롤리네 보스니아키(덴마크, a.k.a. 캐롤라인 워즈니아키) 등은 예정된 경기가 우천과 일몰로 취소되면서 하루 밀린 스케쥴을 소화하게 되었고, 남자부 경기에서도 여러 경기가 중단되면서 다음 날로 밀려서 선수들이 컨디션 조절이라는 다른 과제를 안게 되었다.

 

대회 5일째 (24일)

비가 와서 많은 경기들이 다음 날로 밀리며 많은 선수들이 고생을 해야했다. 톱시드를 받은 세계랭킹 1위 라파엘 나달도 비 앞에서는 경기를 할 수 없었다.

재빠르게 공을 향해 달리는 앤디 머레이 ⓒ AELTC / M. Hangst

앤디 머레이(영국)는 유일하게 지붕이 있는 경기장인 센터 코트에서 경기를 한 덕분에 예정대로 경기를 치를 수 있었다. 크로아티아의 이반 류비치치를 맞은 머레이는 1세트를 먼저 따냈지만 2세트에서 갑자기 흔들리며 세트 스코어 1:1을 허용하고 말았다.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 순간적으로 페이스를 잃어버리는 고질적인 문제가 머레이의 발목을 잡으며 이미 탈락한 앤디 로딕(미국)에 이어 앤디들이 모두 탈락하는 듯했다. 그러나 3세트에서는 다시 자기 페이스를 찾으며 6-1로 쉽게 이기고, 4세트에서 타이 브레이크 끝에 7-6으로 마무리하면서 4라운드에 진출하였다. 류비치치는 최고 시속 224km(139mph)의 강서브를 앞세워 밀어붙였지만 스트로크의 정교함에서 머레이에 밀리며 경기를 내주었다.

 

세상에 아니 로페스에게 영원한 천적이란 없다 ⓒ AELTC / M. Hangst

이 날의 가장 큰 이변은 다른 앤디, 로딕의 탈락이었다. 로딕의 상대였던 스페인의 펠리시아노 로페스는 로딕과 일곱 번 맞붙어 단 한 번도 이긴 적이 없었기에 로딕의 낙승이 예상되었다. 로딕은 특기인 최고 시속 230km(143mph)의 광속 서브를 넣으며 로페스를 압박했지만 정확도가 떨어졌고, 로페스가 로딕의 코스를 잘 파악하고 대처하면서 힘든 경기를 하였다. 스트로크가 길게 이어질수록 단점이 많이 드러나는 로딕으로서는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1세트와 2세트에서 타이브레이크에서 패하고, 3세트에서 결정적인 브레이크를 당하며 로딕은 0:3의 완패를 당하고 말았다. 남자부의 톱 10 선수 중에서 첫 번째 탈락이었다.

굿바이 롸딕! ⓒ AELTC / M. Hangst

머레이에 밀려 센터 코트 대신 No.1 코트에서 경기를 하던 나달은 1세트를 7-6으로 따낸 후 경기가 비로 연기되었고, 후안 마르틴 델 포트로(아르헨티나), 가엘 몽피스(프랑스) 등도 역시 도중에 경기가 중단되었다.

샤라포바와 롭슨의 등장 ⓒ AELTC / N. Tingle

여자부에서는 전날 경기가 연기되어 치르지 못한 샤라포바와 보스니아키 등이 다른 선수들의 3라운드 경기에 앞서 2라운드 경기를 하였다. 샤라포바는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안은 17세 소녀 로라 롭슨에게 고전하며 1세트에서 1-4로 밀리며 첫 세트를 내주는 듯이 보였지만 익숙하지 않은 상대 파악이 완료되자 무섭게 점수를 따내며 타이브레이크까지 끌고 갔고, 타이브레이크에서도 2-4로 뒤지다가 다섯 점을 연속으로 내면서 승리했다. 1세트의 역전패의 충격이 컸을까 롭슨은 2세트에서는 큰 저항을 하지 못하며 경기는 샤라포바의 2:0(7-6 6-3) 승리로 끝났다.. 샤라포바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롭슨이 대단한 잠재력을 가졌다고 극찬하였다고. 보스니아키는 프랑스의 버지니 라자노를 1시간 6분만에 2:0(6-1 6-3)으로 제압하고 3라운드에 진출했다.

왜 아자렌카는 모두 인상을 쓴 사진만 있을까 ⓒ AELTC / M. Hangst

3라운드 경기에서는 빅토리아 아자렌카(벨라루스)가 다니엘라 한투코바(슬로바키아)와 풀세트 접전 끝에 2:1(6-3 3-6 6-2)로 이겼다. 한투코바는 2세트에서 무서운 집중력으로 아자렌카의 서브게임을 브레이크하며 3세트까지 경기를 끌고 갔지만 3세트 초반부터 발걸음이 무뎌지면서 패하고 말았다. 한투코바는 단식과 복식을 병행하고 있는데 적지 않은 나이에 많은 경기 때문인지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조금씩 체력의 한계가 드러나는 듯하다. 샤라포바 못지 않게 경기 중에 괴성을 지르는 아자렌카는 음역대가 높아 경기를 볼 때 자연스럽게 음소거를 하게 된다.

2인자를 이긴 피론코바는 쩜오인가 ⓒ AELTC / T. Hindley

2번 시드, 세계랭킹 2위, 작년 준우승자 삼박자를 갖춘 2인자 베라 즈보나레바(러시아)는 불가리아의 스베타나 피론코바에게 덜미를 잡히며 탈락했다. 피론코바는 작년 준결승에서 즈보나레바에서 패하여 아쉽게 결승 진출에 실패했는데 그 빚을 제대로 갚았다. 어떻게 3라운드까지 올라오기는 했지만 뭔가 좋아보이지는 않았던 즈보나레바는 피론코바에 그냥 일방적으로 밀리며 졌다. 비너스 윌리엄스(미국)는 순식간에 마리아 호세 마르티네스 산체스를 이겼고, 프랑스의 마리온 바르톨리, 벨기에의 야니나 위크마이어, 체코의 페트라 크리토바 등도 승리를 거두며 4라운드에 진출했다.

 

대회 6일째 (25일)

포어핸드 스트로크 발사 준비 완료 ⓒ AELTC / M. Hangst

이 날의 일정은 밀린 경기의 재개부터 시작되었다. 나달은 룩셈부르크의 질레스 뮐러를 3:0(7-6 7-6 6-0)으로 물리치며 한 세트도 내주지 않고 승승장구하고 있다. 왼손잡이 선수끼리의 대결이어서 흥미있는 경기였는데 뮐러가 한 세트라도 타이브레이크에서 따냈더라면 나달을 조금 더 괴롭힐 수 있었겠지만, 아쉽게 두 세트를 내준 후 3세트에서는 전의를 상실하며 그냥 무너지고 말았다.

페더러의 원핸드 백핸드 스트로크는 정말.. ⓒ AELTC / J. Buckle

로저 페더러(스위스)는 아르헨티나의 다비드 날반디안을 3:0(6-4 6-2 6-4)으로 물리치며 1시간 46분만에 경기를 끝냈다. 그동안 애먹던 서브 성공률도 71%로 많이 올라왔고 최고 시속 209km(130mph)까지 나온 서브 속도 역시 지난 경기에 비해서 좋았다. 서브의 위력이 살아나자 경기를 유리하게 이끌어가면서 브레이크를 한 번만 허용하였고, 일곱 번의 브레이크 포인트에서 다섯 번 브레이크를 성공시키며 쉽게 경기를 이겼다.

공공의 적이 되어버린 조코비치 ⓒ AELTC / M. Hangst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는 사이프러스의 마르코스 바그다티스와의 접전을 3:1(6-4 4-6 6-3 6-4)로 승리하였다. 스코어처럼 조코비치가 우세한 경기를 했지만 바그다티스 또한 물러서지 않고 끈질기게 조코비치를 괴롭혔다. 각 세트마다 단 한 번씩만 브레이크가 있었는데, 세 번의 브레이크를 한 조코비치가 바그다티스를 눌렀다. 조코비치는 종종 날카로운 백핸드 스트로크를 보여주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실수가 많아서 경기를 어렵게 했다. 그러나 4세트에서 고비에서 서브 에이스를 기록하며 바그다티스를 압박하여 승리했다. 경기장 내에는 사이프러스 출신의 바그다티스의 팬도 많았고, 심지어 페더러를 응원하던 팬들까지도 잠재적 위협인 조코비치보다는 바그다티스를 응원하면서 조코비치는 공공의 적이 되는 듯싶었으나 관중들의 일방적인 응원도 잠재울만큼 조코비치의 기량이 한 수 위였다. 조코비치는 2세트 중반 랠리에서 샷을 미스한 후 라켓을 바닥에 세 번 치면서 부러뜨리는 모습을 연출하는 등 심한 감정 기복을 다시 보여주었다.

3년 전 바그다티스를 처음 보았을 때, 나는 그를 아저씨라 불렀다 ⓒ AELTC / T. Hindley

호주의 테니스 아이돌 버나드 토믹 ⓒ AELTC / T. Hindley

3라운드에서 호주의 레이튼 휴잇을 이겼던 5번 시드 로빈 소더링(스웨덴)은 호주의 버나드 토믹에게 0:3(1-6 4-6 5-7)로 힘없이 무너지며 탈락했다. 소더링은 휴잇과의 경기에서도 그다지 좋은 모습은 아니었는데 이 경기에서도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로딕에 이은 두 번째 톱10 선수의 탈락이 되었다. 휴잇으로 대표되던 호주 남자 테니스의 에이스 자리에 토믹이 세대교체를 선언하는 계기가 될지 관심이 간다. 휴잇의 패배로 상심했을 오지팬들이 다시 토믹의 이름을 외치며 경기장을 시끄럽게 할 것 같다. 그 외에 후안 마르틴 델 포트로(아르헨티나)와 다비드 페레르(스페인) 등이 역시 4라운드에 진출하며 16인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현지 캐스터는 캐롤라인 보스니아키라고 그녀를 부른다. 쳇! ⓒ AELTC / J. Buckle

하루 만에 경기를 다시 치르게 된 보스니아키는 호주의 자밀라 가조소바를 2:0(6-3 6-2)로 가볍게 이기고 4라운드에 진출했다. 이틀 연속 1시간 6분 만에 경기를 끝낼 정도로 좋은 몸 상태와 안정된 기량을 보여주고 있어서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우승 가능성을 밝히고 있다. 가조소바는 예전에 자밀라 그로스라는 이름으로 뛰던 선수인데, 이혼을 하고 다시 결혼 전의 성으로 경기에 나서고 있다. 태생은 슬로바키아지만 호주 이중국적을 가지고 있어 호주 국적으로 경기에 출전하고 있다.

그녀는 마치 성난 암사자와 같았다 ⓒ AELTC / S. Wake

샤라포바와 서리나 윌리엄스(미국)도 한 수 위의 기량으로 모두 2:0 승리를 거두며 가볍게 4라운드에 진출했다. 샤라포바는 여전히 서브의 정확도에 문제를 드러내고 있지만 경기력이 안정 궤도에 올라 있는 상황이고, 서리나는 초반 두 경기에서는 코트가 낯선 듯 경기 중반부터 발동이 걸리는 모습이었지만 경기 감각을 차츰 회복해가는 것이 눈에 보인다. 이 두 선수는 경기를 치를수록 더 강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2라운드 최고의 이변을 일으켰던 자비너 리지키(독일)도 일본의 미사키 도이를 꺾고 4라운드에 합류했고, 아나 이바노비치는 체코의 페트라 세트코브스카에 가볍게 패하며 다시 짐을 싸게 되었다.

6일 동안의 일정을 마친 윔블던은 오늘 하루를 쉬고 내일 7일째 일정을 재개한다. 7일째에는 단식 4라운드 경기가 모두 열려 절반이 탈락하고 8강이 가려지게 된다. 과연 누가 남고 누가 집으로 돌아갈 것인가.

마지막 사진은 신데렐라가 될 뻔했던 롭순이로.. ⓒ AELTC / N. Tingle

첫 날의 우천으로 연기된 경기가 둘째 날 열리면서 둘째 날 경기가 또 하루 밀리는 일이 벌어져 2라운드와 함께 1라운드 경기가 열리기도 했다. 윔블던 2라운드에서도 큰 이변 없이 우승후보들이 순항하고 있는 가운데 남자부에서는 톱 랭커들이 무난하게 3라운드까지 진출한 반면, 여자부에서는 세계랭킹 4위로 아시아인으로서 첫 그랜드 슬램 우승을 차지했던 리나(중국)가 와일드카드로 대회에 참가한 독일의 자비너 리지키에게 덜미를 잡히는 이변이 발생했다.

무너진 리나 ⓒ AELTC / N. Tingle

 

대회 3일째 (22일)

나달의 강력한 포어핸드 스트로크 ⓒ AELTC / M. Hangst

라파엘 나달(스페인), 토마스 베르디흐(체코), 영국과 미국의 두 앤디 등 톱 랭커들이 무난하게 이기며 나란히 3회전에 진출했다. 나달은 1회전에 이어 미국 출신의 라이언 스위팅과 맞붙었는데 38개의 위너를 기록하면서 실수를 7개밖에 저지르지 않는 깔끔한 경기를 보여주며 가볍게 승리했다. 시도가 많았던 네트 어프로치의 성공률도 81%로 좋았고, 첫 번째 서브의 성공률은 70%, 평균 속도는 시속 184km(114mph)였고 첫 서브에서 득점은 78%였다. 나달의 3라운드 상대는 룩셈부르크의 질레스 뮐러.

 

베르디흐는 목이 마르다 ⓒ AELTC / N. Tingle

베르디흐는 첫 번째 서브 성공률이 58%에 그칠 정도로 부정확했지만 첫 서브를 성공시킨 후 득점률이 89%였다. 낮은 첫 서브 성공률에도 불구하고 더블 폴트는 단 한 차례밖에 저지르지 않는 놀라운 두 번째 서브의 정확도를 보여주었다. 리시빙 포인트가 무려 51%에 달하는 등 상대의 서브게임을 쉽게 브레이크하며 3:0(6-1 6-4 6-2)로 쉽게 이겼다. 서브 최고 속도는 시속 216km(134mph).

로딕이 백핸드샷의 정확도만 높인다면.. ⓒ AELTC / J. Buckle

나달에 이어 센터 코트에서 메인 이벤트를 장식한 앤디 로딕은 상대인 빅토르 하네스쿠(루마니아)의 최고 빠른 서브의 속도보다 더 빠른 평균 서브 속도인 시속 204km(127mph)의 광속 서브를 앞세워 승리했다. 에이스는 15개에 불과했지만 첫 번째 서브 후 93%, 두 번째 서브 후 74%를 득점으로 연결시키며 확실하게 서브게임을 지킨 것이 승리의 원동력이 되었다.

승리 후 코트에 드러누워 환호하는 머레이 ⓒ AELTC / N. Tingle

홈팬들의 성원을 업은 앤디 머레이(영국)는 독일의 토비아스 캄케를 3:0(6-3 6-3 7-5)으로 누르고 3라운드에 진출했다. 머레이는 첫 번째 서브의 성공률이 54%에 그치면서 다소 어려운 게임을 했으나 고비에서 집중력을 발휘해 상대의 서브게임을 브레이크를 하면서 승리를 거두었다. 강한 상대를 만나서도 계속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느냐가 머레이에게 주어진 가장 큰 과제인 듯하다.

베라 즈보나레바 ⓒ Getty Image / C. Mason

여자부에서는 베라 즈보나레바(러시아)가 같은 나라의 엘레나 베스니나를 2:0(6-1 7-5)으로 가볍게 누르고 3라운드에 진출했다. 세계랭킹 2위이자 작년 준우승자임에도 큰 주목을 받지 못하는 불쌍한 즈보나레바는 조용히 승리를 챙기며 조금씩 우승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비너스 윌리엄스(미국)는 노장 키미코 다테-크룸(일본)과 풀세트 접전을 벌여 마지막 세트를 힘겹게 따내며 2:1(6-7 6-3 8-6)으로 승리했고, 4번 시드의 빅토리아 아자렌카(벨라루스)는 51분만에 2:0(6-0 6-3)승리를 거두며 3라운드에 합류했다.

베라 즈보나레바. 이런 것은 굴욕 사진인가 ⓒ Getty Image / C. Mason

 

대회 넷째 날 (23일)

페더러의 여유로운 스트로크 ⓒ AELTC / N. Tingle

로저 페더러(스위스)는 한 수 위의 기량으로 상대를 압도하며 프랑스의 아드리안 만나리노를 3:0(6-2 6-3 6-2)로 88분만에 가볍게 제압했다. 현지에서는 이 날 센터 코트에서 열린 두 경기가 길었는데, 페더러가 저녁 시간을 위해 빠르게 경기를 끝냈다고 표현하기도. 특별히 경기의 승부처라고 볼 수 있는 장면이 없이 무난하게 경기를 앞서가며 쉽게 경기를 따냈다. 첫 번째 서브는 페더러의 다음 상대는 28번 시드를 받은 아르헨티나의 다비드 날반디안이다.

조코비치 승자의 여유 ⓒ AELTC / N. Tingle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는 남아공의 케빈 앤더슨을 3:0(6-3 6-4 6-2)으로 가볍게 이기며 3라운드에 진출했다. 조코비치는 74%의 첫 번째 서브 성공률과 75%의 첫 서브 후 득점 성공률을 보이며 안정적으로 경기를 했다. 첫 세트에서 연속 다섯 게임을 따내며 앞서던 조코비치는 브레이크를 당하며 연달아 게임을 내주었지만 잘 마무리했고, 앤더슨이 정신차리고 맞선 두 번째 세트에서도 3-3으로 맞선 일곱 번째 게임을 브레이크하며 세트를 가져오면서 쉽게 경기를 마무리했다. 첫 번째 서브의 속도가 최고 시속 200km(124mph), 평균 시속 183km(114mph)를 기록하는 등 평소보다 시속 10km 정도 느린 속도가 나왔는데 어느 정도 체력을 비축하려고 힘을 쓰지 않는 것인지도. 조코비치의 다음 상대는 사이프러스의 마르코스 바그다티스다.

지옥 끝에서 살아난 소더링 ⓒ AELTC / T. Hindley

로빈 소더링(스웨덴)은 왕년의 세계랭킹 1위인 호주의 레이튼 휴이트에게 먼저 두 세트를 내주며 궁지에 몰렸다가 연속으로 나머지 세트를 모조리 따내며 힘겹게 3라운드에 합류했다. 휴이트는 마지막 세트에서 4:5로 뒤지던 자신의 서브게임에서 자멸한 것이 두고두고 뼈아플 것 같다. 소더링은 러시아의 이고르 안드리에프와 호주의 버나드 토믹의 승자와 3라운드에서 대결하게 된다.

3시간 54분의 대혈투 끝에 패한 휴이트. 불쌍해서 사진 한 컷. ⓒ AELTC / T. Hindley

서리나의 힘은 살아있다 ⓒ AELTC / J. Buckle

작년 우승자 서리나 윌리엄스(미국)는 루마니아의 시모나 할렙에게 첫 세트를 먼저 내주며 고전하다가 뒤늦게 발동이 걸리며 2:1(3-6 6-2 6-1)로 승리하며 3라운드에 진출했다. 서리나는 첫 번째 서브 성공률이 52%에 그치는 등 고전했으나 어지간해서는 당해낼 수 없는 파워를 앞세워 역전승을 일구어냈다. 1년만에 코트로 돌아온 탓인지 경기력이 들쑥날쑥한 면이 있는데 계속 경기를 하면서 나아질 듯하다.

리지키의 환호 ⓒ AELTC / N. Tingle

그랜드 슬램 연속 우승을 노리던 리나는 독일의 자비너 리지키에게 발목을 잡히는 이변이 일어났다. 리나는 먼저 1세트를 따냈으나 연거푸 두 세트를 내주며 1:2(6-3 4-6 6-8)로 역전패를 당했다. 3세트 세트스코어 2-2에서 리지키의 서브게임을 브레이크를 하며 경기를 앞서 나갔지만 5-3으로 앞선 상황에서 두 게임을 내주며 5-5 동점을 허용했고, 서로 브레이크를 하며 팽팽히 맞선 6-6 상황에서 체력적인 열세를 보이며 무너졌다. 리지키는 패배 직전에서 최고 시속 200km(124mph)의 강서브를 앞세워 경기를 뒤집으며 3라운드에 진출했다. 리나는 4-17로 크게 밀린 서브의 위력 앞에 자신의 주무기인 구석을 찌르는 정교한 스트로크를 보여주지 못했다.

마리아 샤라포바(러시아)와 캐롤라인 워즈니아키(덴마크)의 2라운드 경기는 앞 경기가 비로 지연됨에 따라 다음 날로 연기되었다.

조용히 3라운드에 진출한 아나 이바노비치(세르비아) ⓒ AELTC / J. Buckle

 

*주 : Sabine Lisicki 의 이름을 "WTA Media Guide" 의 선수 이름 발음 기호에 따라 사빈 리시츠키에서 자비너 리지키로 수정합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