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유

#14. 쿳샤로코(屈斜路湖)

2018. 9. 11. 03:26



저녁 식사에 비해서는 상당히 단촐한 아침 식사.


의사들 말로는 아침을 든든히 먹고 저녁을 조금 먹는 것이 좋다고 하는데 일본에서 료칸이나 온천이 딸린 숙소에서는 저녁에 잔뜩 차려서 나오고 아침은 소박하게 나오는 정 반대다. 평소에 아침을 적당히 먹고 저녁에 많이 먹는 것이 현대인들의 습관이 아닌가 싶은데, 특히 저녁에 더 많이 먹는 식습관을 가지고 있어서.. 읔

 

체크아웃을 하고 특별히 할 일이 없기에 온천가 입구에 있는 아시유에 갔다. 백팩님과 캐리어사마는 구석에 고이 모셔두고 바짓단을 걷은 후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면서 기다렸다.


오른쪽 발톱은 일하다가 다쳐서 안에 피멍이 들었는데 나아가고 있는 것 같다.


10시 30분에 버스가 온다고 하니 미리 건너가서 기다리고 있었다.

어제처럼 사람이 별로 없을 것 같기는 한데 설마 버스 운행이 취소되지는 않았겠지..


엇! 일본인 부부 같은데, 일행인 사람들은 서양인 같다. 저 사람들에게는 출생의 비밀이라도 있는 것일까. 아니면 해외 입양이라도 하는 것인가.


버스가 와서 버스에 탔는데 승객이 아무도 없다. 아칸코에서 출발해서 쿠사하라를 거쳐 카와유온천에 들러 다시 토로역까지 가는 경로인데, 내용을 보니 어제의 버스와 가는 경로가 조금 다르다. 굿샤로코를 거쳐서 굿샤로코 근처에 있는 프린스호텔에서 점심을 먹고(비용은 개인부담), 토로역까지 이동하는 스케쥴인데, 점심은 그 호텔에서 머물지 않는 사람들도 가서 먹을 수 있다고 한다. 호텔의 식당에서 밥을 먹는 것은 문제가 아닌데, 단체로 몰려가는 것도 아니고 혼자서 거기에 가서 먹기도 그렇고, 가이드 아주머니와 버스 기사까지 내가 살테니 함께 가자고 하기도 그렇고.. 돈이 없는 것이 문제다. [각주:1]


오리배가 있는데..

혼자 타면 재미없어서 안 탄다.


음.. 난감하다..


저 배들은 관광용이라 돈 내고 타는 것 같고..


결국 다시 족욕이나 하기로.

아시유에 발 담그는 것이 이 버스 일정에 있더라는..


누군가 모래성을 지었던 모양이다.


저 멀리 보이는 산 중턱에는 구름이 걸려 있다.


이 호수 안 쪽에도 섬이 하나 있는데 '나카지마(中島)' 라고 불린다고 한다.


국립공원이라는데 물은 맑겠지 뭐..


이런 것은 혼자 타는 것이 아니니까 안 탈란다..


여기는 주차장인가보다.

 

오리배도 있고, 노 저어서 가는 작은 배도 있고..

이런 것은 혼자 타는 거 아니니까 패스.


여기도 스나유(砂湯)가 있다.

스나유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온 것도 아니고, 모래 속에 있다 가면 온몸에 모래가 붙어다녀서 버스기사가 싫어할 것 같다. 여름이면 모를까 이런 날씨에는 별로라서 그냥 족욕만 하련다. 30분 전까지 족욕을 하다 와서 발이 불어 있는데, 불어터진 어묵처럼 되겠다.


저 오리배는 타는 사람이 없는 것 같은데..


아침부터 부지런히 온 덕분인지 사람이 적다.


소프트크림 파는 가게는 어디에 가도 있는 것 같고, 날이 맑아서 햇빛이 뜨거운 날에는 저 그늘로 가서 쉬면 되겠다 싶은데, 가이드 아주머니가 아시유에 발을 담궈보라고 하셔서 '아까 카와유온천 입구에서 족욕을 했거든욧!!' 하고 말하면 무안해하실 것 같아서 그냥 '아~ 그런가요? 잘 되었군요' 라면서 순순히 족욕을 했다. 발이 불어터지게 생겼으니 많이 걸어다니면 안 될 것 같다.

 

쿳샤로코는 호수입니다


물이 꽤 맑다.

찾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일까 그래서 이렇게 유지가 되는 것 같다.


바다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넓다

쿳샤로코는 일본 최대의 칼데라 호수인데, 이 호수 안에 있는 섬 중에서 가장 큰 섬이 나카지마(中島)라고 불리며, 주변에 있는 산들이 호수를 둘러싼 형태로 보이는데, 실제로는 화산이 분화한 다음 그 자리에 물이 차면서 호수가 되었다고 한다. 이 호수 전체가 아칸마슈국립공원에 속해 있어서 낚시를 한다거나 수렵을 하는 것은 금지하고 있단다.


호수를 바라보면서 맥주 한 잔 하면 좋을 것 같은데, 그러면 술을 마실 수 없는 버스기사한테 미안할 것 같아서 그냥 참는다.


저것이 나카지마인가..


버스기사와 이야기를 잠시 하다가 버스를 타고 토로역에 간 다음에는 어디에 갈거냐 묻기에 쿠시로를 거쳐서 하코다테로 간다고 했더니, 즉시 아사이치의 카이센동이 생각난다면서 좋겠다고 부러워한다. 사실 하코다테에 가고 싶어서 가는 것은 아니고, 토쿄를 들러야 하는데 하코다테에서 토쿄까지는 신칸센으로 4시간 조금 더 걸리는지라 짐 맡기고, 탑승수속 하고, 보안검사 하는 그 과정이 귀찮아 그냥 열차로 갈 생각이어서.. 그나저나 추천하는 카이센동 가게가 있는지 물어볼 걸 그랬다.

가이드 아주머니가 여기서 점심을 안 먹어도 괜찮겠냐고 걱정을 하시는데, 아마도 이 분들은 호텔에서 식사를 할 것 같지는 않고 개별적으로 점심을 준비해왔을 것 같다. 아마도 아침에 버스에 타고 오면서 예약자가 단 한 명 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실망하기도 했을텐데.. 그렇다고 혼자 가서 먹고 오는 것도 조금 마음에 걸리기도 하고, 이걸 어떻게 하나 싶다. 고민을 하다가 아무래도 혼자 가서 먹고 오기는 조금 그런 것 같다고 하자, 가이드 아주머니가 그러면 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서 거기서 간단히 끼니를 해결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하셔서 '아~ 그게 좋겠군요!' 라고 하고 호텔 뒤편 호수에 접한 곳에 잠시 구경을 하러 갔다. 한 명 있는 승객이 말수도 그리 많지 않은 사람이라 답답하기도 할 터인데..


여기에 지나다니는 사람은 없고..


그나마 다닐 만한 곳을 찾아서 돌아보려고 하는데 이 주변의 숲은 사람이 다닐 수 있게 만들어 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냥 돌아가는 것이 신상에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호수나 구경해야겠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이 호수는 뭐랄까 그다지 인상이 강하게 남지는 않은 것 같다. 


깨끗해도 여러 성분이 섞여 있을 터이니 마셔도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물은 더러워 보이지는 않는다.


멀리 산들도 보이고


햇빛을 가려줄 정도 만큼 구름이 끼어서 슬슬 돌아다니기에 딱 좋은 날씨였다.


이제 슬슬 버스로 돌아가야 할 것 같다.

 

호텔 건물 뒷편에 호수가 있는데 이 쪽은 특별히 조경을 한다거나 관리는 하지 않는 것 같다.

 

이것으로 쿳샤로코도 끝.


쿳샤로코의 안내가 있고


마지막 사진

  1. 아마도 이 분들은 도시락을 준비해서 왔을 것 같다. 나중에 다시 트윙클버스 타면 그 때 다시 BoA요.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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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이오잔(硫黄山)

2018. 9. 10. 01:33



마슈호를 둘러보고 버스는 카와유온천으로 향했다. 흐리던 하늘에 햇빛이 나기도 하고, 비는 그쳐서 아마도 우산은 필요없을 것 같고. 가이드 아주머니는 묵는 숙소가 카와유파크가 맞는지 다시 확인을 했고, 거기가 맞다고 하니 그것이 어디에 있는지 물어보셨다. 

"아~ 글쎄요. 저도 처음이라서 잘은 모르겠어요." 

이 말 밖에는 할 말이 없었다. 포켓와이파이를 빌려서 올 것을 그랬나 싶기도 하고..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코를 찌르는 유황 냄새가 났다.

열증기와 100도에 가까운 뜨거운 물이 용출되고 있으니 발 등을 충분히 주의하라고 한다.


한국식으로 읽으면 유황산인데.. 일본어로는 이오잔(硫黄山)이라고 읽는다.


저기 누런 돌은 아직 화기를 머금고 있는 돌들.

불덩이가 눈에 보이는데 차마 만져볼 수도 없고..


보행에 주의하라는 표지판도 있다. 

직접 경험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뜨거운 돌이 날아드는 경우도 있을 것 같은데..


하늘이 일본에 온천을 주었지만, 화산과 지진, 그리고 태풍도 함께 주었으니..


그래도 오른쪽에 있는 산 밑에는 용암이 많이 있지는 않는가 보다. 이런 곳에서 사는 식물들은 생명력이 강하다고 해야 하나..


일단 멀리서 사진 한 장을 찍고 용암산에 가까이 가봐야겠다.


가까이 갈수록 매캐한 냄새가 강해진다.


이미 개별적으로 온 여행자 몇 명이 유황 덩어리 앞에 모여 있다.


조금 더 가까이 가보니 화상에 주의하라는 안내가 있다.

저 달궈진 돌에 닿으면 화상을 입겠지..


얘는 잔뜩 열기를 뿜어내고 있는데 이거 괜히 잘못 건드렸다가 화상 입을 수도 있으니 멀리 떨어져 있어야겠다.

 

간혹 불똥이 튀기도 해서 잘못하면 옷에 구멍이 날 것 같다. 그러면 또 어디서 칠칠맞게 옷에 구멍을 만들어 왔냐고 잔소리를 듣겠지..


연기를 뿜어대는 저 불덩이들.

이런 곳을 예전에 노보리베츠였던가 어딘가에서 본 것 같은데..


얘도 열기를 뿜어내고 있고..


가까이 가보니 여기는 불덩어리다. 불똥이 튀기도 해서 재수가 없으면 옷에 구멍이 날 수도 있고, 자칫 넘어져 손을 짚다가 화상을 입을 수도 있으니 주의가 필요할 것 같다.


매캐한 유황냄새에 숨쉬는 것도 쉽지 않고..


도망가야 할 것 같다.


어으~ 유황 냄새..

 

이제 조금 멀리 있어야겠다.


불덩어리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있고..


불덩어리 사진을 찍는 사람을 찍는 사람도 있고


이 쪽은 조용한 것 같은데, 나무와 풀이 보이지 않는 것으로 봐서 이미 불덩이들이 다 식어버린 모양이다.


가까이 가지 않고 멀리 떨어져서 사진이나 찍어야겠다.


저 산이 민둥산이 된 것은 뜨거운 열기 때문에 나무가 살지 못해서인 것 같다.


파노라마에 맛들려 한 번 더 돌려보고..


매캐한 냄새에 오래 있을 곳은 못 되는 것 같으니 버스로 돌아가야 할 것 같다.


맑은 공기를 마시기 위해 재빨리 도망을 쳤다. 도망자도 아니고 매번 도망을 치다니..


유황산 안녕~

 

다시 버스를 타러 주차장으로 왔다.

조금 멀리 장소를 피하니 연기와 냄새가 사그러든다. 

카와유온천은 다 온 것 같고..

예약한 카와유파크

가이드 아주머니는 카와유파크가 어딘지 아느냐고 물어보시는데, "아.. 글쎄요. 인터넷에서 보니 입구에서 멀지 않은 곳 같아서 여기에 예약을 했는데 정확하게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겠네요. 잘 모르시면 그냥 관광안내소에 가서 물어보고 찾아가면 되겠죠" 라고 대답을 했더니, 운전기사 분이 어딘지 알 것 같다면서 숙소 문 앞에서 내려주고, 남은 두 모녀를 데리고 아칸코 방면으로 떠났다. 아직 어두워지지 않았고, 저녁 식사 시간까지는 시간이 조금 남아 있어서 동네 한 바퀴 돌아본다.




카와유 후루사토관이라는 곳이 있다.

테시카가쵸카와유관광안내소가 있는데, 내일 아침에는 다시 토로역으로 돌아갈 예정이어서 관광할 시간이 없어서 여행 정보를 얻으러 들어갈 필요는 없을 것 같고, 자유롭게 동네 한 바퀴 돌아본다. 숲 속으로 들어가보니 나무에 가려서 어두워서 스윽 둘러보고 금방 나왔다.


저기 보이는 건물이 오야도 킨키유.

내일 버스를 타는 장소가 저 숙박업소 앞인데, 가격이 내가 묵는 숙소의 2~3배 정도인 꽤 좋은 곳이다.[각주:1] 이럴 줄 알았으면 삿포로행 비행기 대신 하카타역에서부터 신칸센과 특급열차로 이동할 것을 그랬나 싶기도 한데, 그랬더라면 하루를 꼬박 채우고도 아직 어딘가에서 헤매고 있었겠지. 


아시유는 여전히 잘 있는 것 같고..


카와유노모리라는 지도가 있는데, 여기 잠깐 들어갔다가 날벌레들이 있어서 살짝 당황했다. 숲에서 괜히 모기에 물릴 수도 있으니 그냥 큰 길로 나가서 한 바퀴 돌아봐야겠다.


예전에 이 동네에 왔을 때보다 많이 한산해진 느낌이 들었다. 영업하던 숙박업소 건물 중 문을 닫은 곳도 꽤 있고, 빈 건물만 남아있기도 하고.. 길에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없고.. 아직 쌀쌀한 날씨가 아니라서 온천을 찾는 사람들이 없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 카와유온천이 관광지로서 쇠락해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가을부터 겨울까지 관광객을 받으려면 지금쯤 시설 정비를 마치고 가을부터 여행자들을 받아야 할 터인데..


조금 걸어다녔다고 어두워지는 것 같은데, 북쪽이라서 해가 빨리지는 것인가..


저 공룡같이 생긴 괴생물체가 이 동네의 마스코트인가..

설마 아니겠지..


이오잔의 GPS는 (43.616480, 144.441196)


  1. 실제로 안에 들어가보지 않아서 시설이 얼마나 좋은지는 잘 모르겠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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