윔블던 4강

1936년 브래드 페리의 우승 이후 영국인들은 그 후로 자국 선수들이 윔블던 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불행히도 1938년 버니 오스틴의 결승전 패배 이후 70년이 넘도록 영국 선수들은 윔블던 결승조차 진출하지 못했다. 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영국의 에이스였던 팀 헨만도 네 번이나 준결승에서 좌절을 맛보아야 했고 헨만의 은퇴 후 그들의 염원은 스코틀랜드 출신의 앤디 머리(24·영국, 세계 4위, a.k.a 앤디 머레이)를 향해 있었다. 그런 홈팬들의 열렬한 성원을 입고 경기에 나섰지만 머리는 2년 연속 라파엘 나달(25·스페인, 세계 1위)에게 4강에서 패하며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윔블던 2연패, 통산 3번째 우승에 도전하는 라파엘 나달 ⓒ AELTC / T. Hindley


대회 11일째 (7월 1일)

남자 4강 제 2경기 라파엘 나달 vs 앤디 머리 (센터 코트)

디펜딩 챔피언 라파엘 나달의 입장 ⓒ AELTC / N. Tingle

영국의 희망 앤디 머리의 입장 ⓒ AELTC / N. Tingle

영국 홈팬들의 염원을 안고 경기에 나선 머리는 1세트에서 정말 그 꿈을 이룰 것만 같은 경기를 하였다. 반면에 나달은 마치 예열이 덜 된 듯하였다. 머리는 서브 에이스 두 개를 앞세워 첫 게임을 기분 좋게 시작하며 앞서 나갔다. 나달은 아직 평소같이 날카롭지 못한 모습이었지만 특유의 톱 스핀 스트로크를 앞세워 머리를 베이스라인에 묶어 둔 채 경기를 하며 팽팽한 승부를 이어갔다. 나달은 심판이 친 크로스 샷을 아웃으로 판정하였는데 이에 대한 챌린지를 하지 않았다. 이어진 플레이에서 나달이 득점을 했는데, 챌린지를 했더라면 머리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할 수 있었는데 이 게임은 머리의 승리로 끝이 났다. 머리는 힙에 이상을 느껴 트레이너를 불렀는데, 별 이상이 없는지 다시 경기에 임했다. 두 선수는 5-6까지 서브 게임을 잘 지키며 팽팽한 승부를 이어갔는데, 나달의 서브 게임을 머리가 처음이자 마지막 브레이크를 하며 5-7로 세트를 따냈다. 이번 만큼은 머리가 나달을 이길 가능성이 높다고 기대하였던 영국인들의 바람이 이루어지는 듯했다.

나달의 강력한 포어핸드 스트로크 ⓒ AELTC / N. Tingle

그러나 2세트부터 영국인들에게 악몽같은 일들이 펼쳐졌다. 머리는 1-2로 앞선 상황에서 나달의 서브 게임을 다시 챙길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15-30의 리드가 15-40으로 변해야 할 순간 머리가 친 포어핸드 시터가 사이드라인을 벗어나며 30-30이 되면서 나달이 쉽게 게임을 마무리지었다. 위기 뒤에 바로 기회가 오는 법이라고 다음 게임에서 바로 나달이 경기에서 첫 번째 브레이크에 성공하며 리드를 잡았다. 스코어는 팽팽해도 랠리를 주도하는 것은 머리였는데 30-30에서 더블 폴트를 기록하면서 나달에게 브레이크 포인트를 주었고, 나달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게임을 따냈다. 이어진 게임에서는 감을 잡기 시작한 나달의 스트로크가 머리의 좌우를 흔들며 괴롭히며 4-2로 리드하였다. 머리의 부진 역시 갑작스러운 반전에 한 몫을 하였다. 머리는 첫 서브가 잘 들어가지 않으며 고전하기 시작했고, 스트로크는 구석으로 향하지 않으면서 두 번째 브레이크를 당하고 말았다. 나달은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는 선수였다. 기세를 몰아 마지막 게임을 따내며 36분 만에 2세트를 끝냈다.

나달의 백핸드 ⓒ AELTC / T. Hindley

3세트에서 머리는 완전히 경기 리듬을 잃어버렸다. 여전히 첫 서브가 말을 듣지 않으며 고전했고, 포어핸드 스트로크는 전혀 들어가지 않으며 첫 서브 게임을 내주고 말았다. 반대로 나달은 완전히 자신의 리듬을 찾아 경기를 유리하게 전개하였다. 서브 에이스 세 개를 기록하며 4-2로 달아났고, 다시 머리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하면서 3세트의 승부를 결정지었다. 나달이 이어진 서브 게임을 지키며 다시 6-2로 세트를 따냈다.

이기고 있는 나달은 미끄러지면서도 여유가 있다 ⓒ AELTC / N. Tingle

4세트는 마지막에 몰린 머리의 분발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그러나 나달은 첫 게임부터 브레이크하면서 일말의 희망을 갖던 영국인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았다. 머리의 서브는 여전히 말을 듣지 않았고, 힘없는 두 번째 서브는 나달에게 밥을 갖다 주는 셈이었다. 머리는 첫 포인트를 내준 후 오래간만에 터진 서브 에이스로 만회하는 듯하였지만 연속으로 스매시와 포어핸드를 네트에 꽂으며 브레이크 포인트를 헌납하였고, 나달은 머리의 성의에 브레이크로 보답하였다. 이 브레이크 하나를 끝내 극복하지 못한 머리는 6-4로 패하게 된다. 나달의 3:1(5-7 6-2 6-2 6-4) 승리.

경기 요약 (출처 : 윔블던 공식 사이트)

기록을 보면 머리의 첫 서브 성공률은 58%인데, 1세트에서는 66%였던 서브 성공률이 2,3세트를 거치며 50% 이하로 내려갔다가 다시 4세트 중반 이후의 선전으로 간신히 조금 올랐다. 머리는 나달보다 강한 서브를 가지고 있음에도 자신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며 나달에게 많은 반격의 기회를 주었다. 머리의 실책이 39개로 단 7개만을 기록한 나달보다 다섯 배 이상 많았던 것도 경기를 결코 유리하게 가져갈 수 없는 원인이 되었다. 경기 리뷰를 하면서 쓰기는 했지만 2세트부터는 나달의 일방적인 페이스로 경기가 진행되어 박진감을 느낄 수 없는 지루한 경기가 되었다.

풀죽은 머리의 인터뷰 모습 ⓒ AELTC / N. Tingle

나달은 승리와 함께 결승에 진출하게 되었음에도 월요일에 발표되는 ATP 랭킹에서 노박 조코비치에게 1위 자리를 내어주게 되었다. 세계 1위는 나달이 로저 페더러의 4년 6개월 간의 장기 집권을 무너뜨린 후 다시 한 번씩 주고 받으며 7년 가까이 두 사람만이 차지하던 자리였으나, 조코비치가 그 성역을 깨뜨렸다. 나달이 우승으로 그 아쉬움을 달랠 수 있을지 조코비치가 새로운 월드 넘버 원이 된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두 선수의 팽팽한 접전이 예상된다.

노박 조코비치(24·세르비아, 세계 2위)가 드디어 꿈에 그리던 세계랭킹 1위에 오르게 되었다. 조코비치는 윔블던 4강에서 조-윌프레드 송가(26·프랑스, 세계 19위)를 누르고 결승에 진출하면서 결승 결과에 상관없이 2004년 2월부터 페더러와 나달이 번갈아가면서 독점해오던 세계랭킹 1위를 빼앗은 첫 번째 선수가 되었다.

조코비치, 내가 월드 넘버 원이다 ⓒ AELTC / N. Tingle


대회 11일째 (7월 1일)

남자 4강 제 1경기 노박 조코비치 vs 조-윌프레드 송가 (13:00, 센터 코트)

송가는 8강에서 페더러에게 기적같은 역전승을 일구어냈지만, 송가를 우승 후보로 꼽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오히려 나달이나 조코비치의 우승 확률이 높아졌다는 반응이 대세였다. 송가가 페더러에게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1세트 이후 단 한 번도 브레이크를 허용하지 않은 강력한 서브에 있었는데, 경기마다 가장 기복이 심한 것이 바로 이 서브다. 서브로 흥한 자 서브로 망하는 테니스에서 강서버들이 꾸준하게 성적을 내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조코비치의 백핸드 스트로크 ⓒ AELTC / N. Tingle

송가는 조코비치의 서브를 브레이크하면서 기세를 올렸다. 송가는 40-40 듀스에서 네트로 달려가며 발리로 어드밴티지를 얻었고, 베이스라인에서 벌어진 긴 랠리 끝에 조코비치가 친 공이 벗어나며 첫 게임을 가져왔다. 그리고 서로 자신의 서브를 지키며 4-5 까지 왔다. 송가는 첫 세트를 끝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지만 송가의 서브 앤 발리의 전술을 파악한 조코비치가 각을 찾아 반격하며 순식간에 40-0 쓰리 브레이크 포인트가 되었다. 송가는 힘겹게 듀스를 만들었지만 더블 폴트로 다시 브레이크 포인트에 몰렸고, 긴 랠리 끝에 덜미를 잡혔다. 한 게임씩 주고 받으며 두 선수는 타이 브레이크에 돌입했다. 3-2에서 송가는 두 번의 서브 중 포인트를 하나만 얻었지만, 4-3에서 조코비치는 두 포인트를 모두 따내며 6-3이 되면서 순식간에 쓰리 세트 포인트에 도달했다. 송가는 뒤늦게 두 포인트를 추격했지만 7-5로 조코비치가 승리하며 첫 세트를 가져갔다.

달려라 조코비치 ⓒ AELTC / N. Tingle

2세트는 조코비치가 완벽하게 송가를 제압했다. 첫 게임부터 송가의 서브를 브레이크하고 3-1로 앞선 다섯 번째 게임도 브레이크하면서 송가를 밀어붙였다. 페더러와의 경기와 달리 강력한 서브의 위력이 사라진 송가는 조코비치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3세트 역시 2세트와 비슷한 분위기로 흘러갔다. 1-1에서 송가의 서브를 브레이크하면서 조코비치는 리드를 잡았고, 4-3으로 앞서갈 때만 해도 조코비치가 송가를 셧아웃시킬 것 같았다. 그러나 송가는 강력한 리턴과 포어핸드가 터지며 조코비치의 서브를 브레이크하였다. 서로 서브를 지키며 5-5가 된 11번째 게임에서 조코비치는 네트 앞에서 치열한 접전을 벌인 끝에 승리하며 송가의 서브를 브레이크하였다. 자신의 서브만 지키면 경기를 끝낼 수 있는 조코비치의 방심이었을까 아니면 패배에 몰린 송가의 의지였을까 기적 같은 강력한 서브 리턴을 앞세워 송가는 살아나며 다시 타이 브레이크로 승부를 끌고 갔다. 관중들의 열렬한 성원에 힘입어 송가는 긴 타이 브레이크를 11-9로 따내며 기사회생에 성공했다.

송가 날다 ⓒ AELTC / N. Tingle

두 선수 모두 조금 지친 기색이 보이는 가운데 4세트를 시작했다. 분명 페더러의 패배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을 조코비치는 브레이크 포함 연속 세 게임을 따내며 3-0으로 앞서 나갔다. 송가는 서브를 앞세워 한 게임을 만회한 후 조코비치의 서브 게임에서 0-30으로 앞서가며 브레이크를 노렸다. 그러나 조코비치는 견고한 수비로 송가의 실책을 유도했고, 백핸드로 게임을 챙기며 4-1로 도망가면서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다. 이후 두 게임씩 서로 챙기며 조코비치가 6-3으로 세트를 가져가며 3:1(7-6 6-2 6-7 6-3)로 승리했다.

 

수고했어 ⓒ AELTC / T. Hindley


경기 요약 (출처 : 윔블던 공식 사이트)

송가는 최고 시속 222km(138mph)의 강서브를 날리기도 했지만, 서브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속도를 줄일 수밖에 없었고, 이는 상대적으로 그라운드 플레이가 뛰어난 조코비치에게 기회를 주는 셈이었다. 특히 두 번째 서브를 넣은 후 득점 성공률이 47%에 그친 것은, 조코비치가 강력한 리턴으로 득점으로 연결시키는 기회가 되었음을 보여준다. 송가가 서브 에이스에서 조코비치보다 앞섰지만, 조코비치의 수비망을 뚫지 못하며 페더러와의 경기에서만큼의 위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송가는 강력한 서브를 살릴 수 있는 스트로크, 특히 백핸드의 정확도와 파워를 향상시키지 않는 한 우승 후보를 잡는 복병은 될 수 있을지언정 우승은 할 수 없는 선수에 머무르고 말 것이다.

조코비치는 이 승리로 7월 4일 월요일에 발표되는 ATP 세계 랭킹에서 나달을 제치고 1위에 오르게 되었다. 디펜딩 챔피언 나달이 조코비치를 꺾고 우승을 하더라도 포인트에 변화가 없는 반면, 나달에 65점 뒤진 조코비치는 패하더라도 작년 4강에 올라서 얻었던 720점보다 480점을 더 획득하여 나달을 앞서게 된다. 나달과 조코비치의 상대 전적은 나달이 16승 11패로 앞서고 있지만, 이번 시즌 네 번의 대결에서는 모두 조코비치가 승리하였다. 두 선수의 윔블던 상대 전적은 2007년 조코비치가 기권하면서 패한 적이 있는데, 이 경기가 두 선수가 잔디 코트에서 맞붙은 유일한 경기다. 과연 윔블던 트로피는 누구의 품에 안기게 될 지 흥미진진한 경기가 예상된다.

마리아 샤라포바(24·러시아, 세계랭킹 6위)가 돌아왔다. 7년 전 그녀를 세계적인 스타로 만들었던 그 윔블던 결승의 현장으로. 샤라포바는 자비너 리지키(21·독일, 세계랭킹 62위)를 맞아 2:0(6-4 6-3)으로 승리를 거두고 통산 두 번째 윔블던 우승, 네 번째 그랜드 슬램을 위해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7년만에 윔블던 결승에 진출한 샤라포바 ⓒ AELTC / N. Tingle

 

대회 10일째 (30일)

여자 4강 제 2경기 마리아 샤라포바 vs 자비너 리지키 (센터 코트)


Come On!! ⓒ AELTC / N. Tingle


샤라포바의 출발은 좋지 않은 정도가 아니고 4강에서 탈락했던 프랑스오픈을 연상시키는 최악의 모습이었다. 리지키의 서브로 시작한 첫 게임에서 지고, 자신의 서브 게임을 맞이했다. 그런데 샤라포바의 서브는 말을 듣지 않았다. 더블 폴트로 첫 점수를 내주고 실책과 리지키의 포어핸드 득점으로 순식간에 쓰리 브레이크 포인트에 몰리더니 다시 더블 폴트로 게임을 내주었다. 리지키가 다시 서브 게임을 지키면서 0-3으로 밀린 상황에서 샤라포바는 이 경기의 중대한 전환점이 되는 게임에 돌입하였다. 다시 더블 폴트로 먼저 점수를 내주며 불안했던 샤라포바는 동점을 만들며 트레이드 마크인 "Come On" 을 터뜨렸다. 연속으로 두 포인트를 얻으며 게임 포인트에 도달했지만 다시 집중력을 잃으며 듀스를 허용했고 더블 폴트로 리지키의 어드밴티지까지 몰렸다. 리지키의 드롭샷은 벗어나 다시 듀스가 되었고, 위기를 넘긴 샤라포바는 두 포인트를 연속으로 얻으며 간신히 서브 게임을 지켰다. 1-3에서 리지키의 서브, 그러나 샤라포바는 조금씩 자신의 주무기인 포어핸드의 감을 잡아가고 있었다. 미사일같은 강력한 포어핸드 스트로크가 나오며 브레이크 포인트에 도달했고 리지키가 네트에 공을 치며 첫 브레이크에 성공했다. 샤라포바는 여전히 더블 폴트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베이스라인에서 상대의 좌우로 흔들어대는 강력한 스트로크가 뿜어져 나오며 3-3 동점을 만들었다. 둘 다 서브 게임을 지키며 팽팽히 맞선 4-4, 리지키는 첫 서브에서 실패하면서 약한 세컨드 서브로 샤라포바에게 반격의 기회를 스스로 제공해주며 무너졌다. 샤라포바의 두 번째 브레이크로 5-4 역전, 기세를 몰아 샤라포바는 더블 폴트가 있었지만 강력한 포어핸드로 40-15로 투 세트 포인트에 도달했다. 리지키는 드롭샷으로 포인트를 올리며 저항했지만, 샤라포바는 서브 에이스로 세트를 끝냈다.

 

샤라포바의 백핸드 미사일 스트로크 ⓒ AELTC / T. Hindley

다시 리지키의 서브로 시작한 2세트. 그러나 서브가 잘 들어가지 않는 것이 전염되었는지 리지키의 첫 서브 성공률은 계속 떨어지고 있었다. 리지키는 주무기인 시속 200km에 달하는 강력한 서브가 말을 듣지 않자 스스로도 어이없어 하면서 경기를 풀어가는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샤라포바는 리지키의 세컨드 서브를 적극적으로 공략해 폭격을 가해 게임을 브레이크했다. 샤라포바는 계속 더블 폴트를 저지르면서도 미사일 쇼로 리지키를 꼼짝 못하게 하면서 2-0, 다시 리지키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하며 3-0으로 앞섰다. 리지키는 여전히 말을 듣지 않는 샤라포바의 서브를 포어핸드로 리턴하여 3-1로 따라갔지만, 서브가 들어가지 않아 듀스 끝에 게임을 내주어 4-1이 되었다. 리지키는 윔블던 4강이라는 무대에 오른 것만으로도 기쁜지 뜻대로 되지 않는 경기에 어이가 없는지 리나를 상대할 때처럼 끈질긴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샤라포바의 서브는 여전히 말을 듣지 않아 듀스와 어드밴티지를 반복하며 고전하였지만, 노련한 샤라포바는 힘들게 지키며 5-1을 만들어 승기를 굳혔다. 샤라포바는 5-2에서 서브 게임을 더블 폴트로 놓치며 5-3으로 추격을 허용하였지만, 리지키의 서브를 다시 브레이크하면서 경기를 마무리했다.

 

리지키는 경기에 밀리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는데 승부욕이 부족한 것일까. ⓒ AELTC / N. Tingle

 

경기 요약 (출처 : 윔블던 공식 홈페이지)

경기 결과를 요약하면 두 선수 모두 전반적으로 경기 내용이 좋지는 않았다. 샤라포바는 첫 서브의 성공률이 절반도 미치지 못했고, 리지키 역시 53%로 아주 좋지 않았다. 샤라포바는 더블 폴트를 13번이나 저질렀지만, 리지키 역시 첫 서브를 제대로 넣지 못해 두 번째 서브에서 리턴하기 쉬운 공이 들어온 덕분에 특유의 베이스라인 플레이가 가능했다. 리지키는 첫 서브와 두 번째 서브의 위력 차이가 심했는데, 약한 두 번째 서브가 샤라포바에게 반격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말았다. 샤라포바는 서브가 좋지 않은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고 자신의 장점을 살리는 경기를 하면서 좋지 않은 컨디션에서도 경기를 이끌어 갈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준 점이 고무적이다. 55%에 달하는 리시빙 포인트의 득점 연결과 더 많은 실책, 적은 위너 속에서도 집중력있게 필요한 순간에 점수를 올린 것이 승리의 원동력이 되었다. 리지키는 비슷한 상황에서 샤라포바의 강력한 스트로크에 밀려 드롭샷과 같은 변칙적인 플레이를 할 수밖에 없었던 점도 있지만, 더 많은 포인트를 올리면서도 게임은 따내지 못하는 효율적이지 못한 경기를 하며 패배하였다.

샤라포바는 과연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까.

 

 

윔블던 결승에서 빅토리아 아자렌카와 마리아 샤라포바의 스테레오 사운드는 듣지 못하게 되었다. 만약 이 두 선수가 윔블던 결승에 진출하고 비가 와서 센터 코트의 지붕을 닫았다면 사상 최고로 시끄러운 경기를 지켜보게 되었을 것이다. 윔블던 결승의 길목에서 맞붙은 아자렌카와 페트라 크비토바는 누가 결승에 올라가든 생애 첫 그랜드 슬램과 윔블던 결승 진출이라는 부담 속에서 승부를 펼쳐야 했고, 크비토바가 풀세트 매치 끝에 승리를 거두었다.


대회 10일째 (30일)

4강 제 1경기 페트라 크비토바 vs 빅토리아 아자렌카 (13:00 센터 코트)

생애 첫 그랜드 슬램 결승에 오른 페트라 크비토바 ⓒ AELTC / T. Hindley


빅토리아 아자렌카(21· 벨라루스, 세계 4위)는 이번 시즌 들어 그녀의 테니스 커리어 중에서 가장 빛나면서도 다른 어느 선수보다도 안정된 활약을 해왔다. 랭킹 포인트를 1500점 이상 쌓으면서 작년 연말 10위였던 랭킹도 4위까지 끌어 올렸고, 생애 첫 그랜드 슬램 단식 4강에도 올랐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기존의 스타들에 가려져 주목을 받지 못했을 뿐 무서운 경기력을 보여주었던 페트라 크비토바(21· 체코, 세계 8위)와 맞붙게 되었다. 왼손잡이, 체코 출신으로 전설적 스타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의 재림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크비토바는 강력한 서브와 공격적인 플레이가 돋보이는 선수다.

경기 이전 두 선수의 상대 전적은 2승 2패로 팽팽하였지만, 윔블던에서 작년에도 4강에 올랐던 크비토바가 3라운드에서 2:0으로 이긴 것을 비롯하여 올해 마드리드에서도 승리를 추가하는 등 최근에는 크비토바의 우세였다. 그리고 4강까지 올라오는 과정에서 보여주었던 크비토바의 강력함은 대단했다. 비록 아자렌카가 경험이나 현재 랭킹에서도 더 높지만, 크비토바의 우세를 조금씩 점쳤던 것은 이런 여러 가지가 반영되었을 것이다.

큰 경기에 대한 부담 때문일까 크비토바는 자신의 서브로 시작한 1세트부터 브레이크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간신히 듀스를 만들고 서브 에이스로 위기를 탈출했다. 1세트의 승부처는 크비토바가 2-1로 앞선 아자렌카의 서브 게임이었다. 크비토바는 시작부터 강한 리턴으로 맞서며 아자렌카를 압박해 40-15의 브레이크 포인트를 만들었고, 각이 큰 포어핸드로 사이드라인을 공략하는 위닝샷으로 게임을 따냈다. 승기를 잡은 크비토바는 두 개의 서브 에이스로 무력 시위를 했는데, 갑자기 경기장 내에서 장비 소음이 발생하여 몇 초간 경기가 중단되기도 하였다. 아자렌카는 인상을 크게 찌푸리며 상당히 신경에 거슬리는 모습이었는데, 자신의 괴성 역시 거슬리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은 아는지 모르는지. 소리가 멈추고 아자렌카는 분발하여 듀스를 만드는 데는 성공했지만 크비토바는 강한 백핸드 스트로크로 위닝샷을 날리며 4-1로 도망갔다. 크비토바는 완전히 경기를 지배하며 아자렌카를 압박하였다. 두 선수 모두 베이스라인에서 경기를 펼치는 스타일이어서 스트로크 싸움으로 경기가 이어졌지만 크비토바의 힘이 아자렌카를 무너뜨리고 있었다. 크비토바는 다시 아자렌카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하고, 서브 에이스 3개로 세트 포인트를 만들며 마지막 게임까지 따내 6-1로 1세트를 마쳤다.


자신감이 넘치는 크비토바 ⓒ AELTC / T. Hindley


크비토바의 강한 모습은 예상했지만 경기는 기대보다 더 일방적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러나 아자렌카는 2세트에서 시작과 동시에 강력한 반격을 보여주었다. 2세트 시작과 동시에 연속으로 7개의 포인트를 얻어 자신의 서브 게임을 지키고 쓰리 브레이크 포인트로 크비토바의 서브 게임을 위협했다. 크비토바는 1세트와는 달리 실책이 연속되며 처음으로 서브 게임을 놓친 반면 아자렌카의 발놀림은 갈수록 좋아졌다. 크비토바는 이어진 아자렌카의 서브 게임에서 강력한 리턴으로 브레이크를 노려봤지만 아자렌카의 손쉬운 승리로 끝나며 0-3이 되었다. 크비토바는 2-4에서 포어핸드를 앞세워 브레이크를 노렸지만 실패하였고, 서브 게임을 서로 잘 지키며 3-6으로 아자렌카가 두 번째 세트를 가져갔다.

운명을 가르는 3세트가 시작되었다. 먼저 서브를 넣게 된 크비토바는 뭔가 어수선했던 2세트와 달리 강한 서브로 가볍게 게임을 선취하며 쉽게 경기를 풀어갔다. 그리고 기세를 몰아 경기의 승부처가 된 아자렌카의 서브 게임을 뺏으며 분위기를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크비토바가 서브 게임을 지키며 점수는 3-0으로 벌어졌고, 서로 두 번의 서브 게임에서 점수를 얻어 5-2에서 아자렌카의 서브로 이 날 경기의 마지막 게임에 돌입했다. 크비토바는 아자렌카의 서브를 포어핸드, 백핸드를 가리지 않고 강하고 깊은 리턴으로 괴롭혔고, 마침내 매치 포인트에 돌입했다. 부담을 이기지 못한 아자렌카는 더블 폴트로 허무하게 1시간 44분이 걸린 경기에서 패하고 말았다. 작년 준결승에서 서리나 윌리엄스에게 패하며 눈물을 흘렸던 크비토바는 두 번째 도전만에 윔블던 결승 진출이라는 기쁨을 누리게 되었다.


경기 요약 (출처 : 윔블던 공식 사이트)


경기 기록을 잠시 살펴보면 가장 빠른 서브는 크비토바 시속 181km(113mph), 아자렌카 시속 170km(106mph), 평균(첫 서브)은 각각 시속 164km(102mph), 158km(98mph)였는데 서브 에이스는 9-1로 크비토바가 압도적이었다. 두 선수 모두 첫 서브 성공률이 60%대로 좋지 않아서 두 번째 서브에서 상대의 공격적인 리턴을 허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힘에서 밀린 아자렌카는 수비적으로 경기에 임했는데, 안정보다는 모험을 택하고 공격적으로 나선 크비토바가 결국 경기에서 승리했다. 아자렌카는 실책이 7개로 적었지만 위너 역시 9개로 적었고, 크비토바는 14개의 실책을 했지만 40개에 달하는 위너가 승리에 절대적인 요인이었다.


경기 후 서로 안아주고 얼굴을 비비는 훈훈한 장면을 연출한 두 선수 ⓒ AELTC / N. Tingle

크비토바는 피론코바와의 8강 경기에서도 나타났듯이 1세트의 압도적인 경기력에 비해 2세트에서 집중력이 떨어지는 점을 보완하면 결승에서도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상대인 샤라포바가 베이스라인의 최강자이지만, 대회 내내 서브에서 애를 먹고 있어서 크비토바와의 경기는 접전이 되지 않을까 싶다.


* 4강 두 번째 경기인 마리아 샤라포바와 자비너 리지키의 경기는 다음 글에서 계속.

많은 이들이 기대하던 16년 전인 1995년 세계랭킹 1위부터 4위였던 안드레 애거시, 피트 샘프라스, 보리스 베커와 고란 이바노세비치가 함께 4강에 올라 우승을 다투던 일의 재현은 없었다. Big 4 중에서 가장 안정된 경기를 하면서 윔블던 정상 탈환의 가능성을 높였던 로저 페더러(29, 스위스, 세계랭킹 3위)가 예상을 깨고 두 세트를 먼저 따내고도 나머지 세트를 모두 잃은 믿기지 않는 패배를 당하며 탈락한 것이다.

2011 Wimbledon Gentlemen's Single Final 4 ⓒ AELTC

대회 9일째 (29일)

센터 코트에서 조-윌프레드 송가(26, 프랑스, 세계랭킹 19위, a.k.a. 총가, 쏭가)를 상대하는 페더러의 4강은 눈 앞에 있는 듯했다. 같은 시각 옆 경기장에서 노박 조코비치(24, 세르비아, 세계랭킹 2위)가 버나드 토믹(18, 호주, 세계랭킹 158위)의 격렬한 저항에 부딪혀 2세트를 내주며 고전하고 있을 때 페더러는 2:0으로 앞선 상태에서 3세트를 맞이하고 있었다. 페더러는 두 세트를 먼저 따낸 후 토너먼트 경기에서 178승 무패의 신화적인 전적을 자랑하고 있었고, 그의 서브와 스트로크는 전성기에 못지않을 정도로 정확도를 자랑하고 있었다. 아마 그는 피트 샘프라스의 윔블던 7회 우승과 동률을 이루는 꿈을 꾸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마도 페더러의 그랜드 슬램 우승은 16회에서 멈추게 될 지도 모르겠다 ⓒ AELTC / N. Tingle

그러나 페더러는 3세트 1-1로 맞선 상황에서 자신의 서브게임을 어이없는 실수로 내주면서 위기를 맞이하였다. 0-30에서 누가 보아도 페더러의 득점이다 싶은 쉬운 스매시를 사이드라인 바깥으로 날리며 브레이크 포인트에 몰렸고, 15-40에서 이번에는 반대쪽 사이드라인으로 날린 스매시를 송가가 강력한 포어핸드 위너로 연결시키며 브레이크했다. 송가와 페더러는 각자 자신의 서브게임을 잃지 않으며 5-4에서 송가의 서브게임을 맞이했다. 페더러는 이 서브게임을 브레이크하여 세트를 더 끌고 가서 역전을 노렸고, 송가는 마무리 짓기 위해 치열한 다툼을 벌였다. 페더러는 30-0으로 앞서며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으나, 송가가 네트를 살짝 넘기는 드롭샷과 서브 에이스로 30-30을 만들었다. 송가의 서브 에이스는 더블 폴트로 판정되어 40-15로 브레이크 포인트에 몰리게 되었지만, 송가의 챌린지로 판독한 결과 라인 끝에 아주 살짝 걸친 것이 인정되어 30-30으로 정정되었다. 송가는 포어핸드로 40-30을 만들며 세트 포인트에 도달했지만 페더러 역시 포어핸드로 듀스를 만들며 격렬히 저항했다. 송가가 한 점을 내면 페더러는 기어이 다시 점수를 내면서 어드밴티지와 듀스가 다시 반복되었는데 페더러의 샷이 네트로 향하고 송가가 서브 에이스로 점수를 내면서 세트를 끝냈다.

벌처럼 날아오른 송가 ⓒ AELTC / M. Hangst

이때까지만 해도 페더러가 경기에 패할 것이라 예상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4세트부터 페더러의 체력 고갈이 눈에 보였다. 발놀림이 둔해져 좌우로 흔드는 서브와 스트로크를 보면서도 따라가지 못하였고, 공격에서도 첫 두 세트에서 80%가 넘었던 첫 서브 성공률이 낮아졌다. 3세트와 마찬가지로 1-1로 맞선 상황에서 다시 브레이크를 당하며 끌려가는 경기를 하다가 다시 4-6으로 세트를 내주었다. 두 선수의 운명을 가르는 5세트 역시 페더러의 서브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첫 게임에서 송가에게 브레이크를 당하며 힘겨운 출발을 했고, 마지막까지 송가의 서브게임을 브레이크하지 못하면서 4-5로 뒤진 채 송가의 서브게임을 맞이하였다. 송가는 페더러를 거세게 밀어붙여 쓰리 매치 포인트를 만들었고 페더러는 이를 극복하지 못하며 패하였다. 두 세트를 먼저 이긴 경기의 무패 기록이 깨짐과 동시에 윔블던 7회 우승을 노리던 그의 목표가 좌절되는 순간이었다. 송가의 3-2(3-6 6-7 6-4 6-4 6-4) 승리. 페더러는 실책을 고작 11개밖에 하지 않았음에도 송가의 힘과 스피드를 당해내지 못하고 무너지고 말았다.

No.1 코트에서 No.1을 바라보는 조코비치의 포효 ⓒ AELTC / N. Tingle

페더러와 같은 시간에 No.1 코트에서 경기를 하였던 조코비치는 져도 잃을 것이 없는 토믹에게 고전을 하였다. 토믹의 서브로 시작한 1세트 첫 게임을 가볍게 브레이크하며 1세트를 6-2로 가볍게 이겼다. 토믹은 긴장한 티가 역력했고 조코비치는 한 수 가르친다는 듯 여유 있는 경기를 했다. 그러나 여유가 방심이 되었을까 토믹은 2세트를 6-3으로 따냈고 조코비치는 햇빛을 피하기 위해 쓴 모자를 벗고 경기를 하였다. 3세트 역시 토믹은 상승세를 이어가며 3-1로 앞서갔지만 여기서 조코비치는 3세트와 4세트 첫 게임까지 이어지는 여섯 게임을 연속해서 따내며 3세트를 이겼다. 그대로 무너질 것 같던 토믹은 4세트에서는 격렬히 저항하며 5-5까지 따라갔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하고 5-7로 패하였다. 조코비치의 3:1(6-2 3-6 6-3 7-5) 승리.

조코비치와 송가는 4강에서 맞붙게 되는데 이 경기에서 이길 경우 결승 결과는 상관없이 라파엘 나달(25, 스페인, 세계랭킹 1위)을 밀어내고 월드 넘버 원에 오르게 된다. 패하더라도 나달이 우승을 하지 못하는 경우 역시 세계랭킹 1위에 오르게 되어 나달이 수성을 위해서는 우승과 조코비치의 결승 진출 실패라는 두 가지 조건이 모두 만족되어야 하는 불리한 상황에 처했다. 조코비치와 송가의 상대 전적은 송가가 5승 2패로 앞서 있는데, 5세트 경기인 그랜드 슬램에서는 1승 1패로 팽팽하다.

나달, 윔블던 2연패를 향하여 ⓒ AELTC / S. Wake

나달은 조코비치가 승리를 거두고 떠난 No.1 코트에서 마디 피쉬(29, 미국, 세계랭킹 10위)와 4강 진출을 다투었다. 나달은 초반부터 거세게 몰아붙여 피쉬의 서브게임을 브레이크하면서 첫 게임을 따내 기선을 제압했다. 나달은 첫 서브 성공률이 50%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좋지 않았지만 나달의 주 무기는 서브가 아니었다. 4-2로 앞선 일곱 번째 게임에서 다시 브레이크를 하며 5-2로 달아나며 승기를 잡았고, 브레이크로 따라 붙는 피쉬를 브레이크로 맞불을 놓으며 1세트에서 승리했다. 2세트는 2-1로 근소한 리드를 유지하던 네 번째 게임에서 단 한 번의 브레이크로 승부의 향방을 바꾸었다. 피쉬는 3-5로 뒤진 아홉 번째 게임에서 15-0으로 앞서면서 저항하려 했으나 나달은 가볍게 연달아 네 포인트를 따내며 "Vamos" 를 외쳤다.

3세트는 서로 한 번씩 사이좋게 상대의 서브게임을 브레이크하면서 시작하더니 5-5까지 쫓고 쫓기는 랠리가 이어졌다. 피쉬는 40-15로 앞선 열한 번째 게임을 서브 에이스로 마무리하면서 6-5로 앞서갔고, 기어이 다음 게임까지 강력한 포어핸드 스트로크로 따내면서 집에 가지 않기 위한 저항을 하였다. 승부가 갈린 4세트에서 나달은 1-1에서 피쉬의 서브게임을 브레이크하면서 앞서기 시작하면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피쉬에게 큰 부담을 주었다. 피쉬는 0-30으로 뒤진 마지막 게임에서 포어핸드 스트로크가 벗어나 쓰리 매치 포인트에 몰렸고, 나달은 마지막 포인트를 백핸드 발리로 따내 6-4로 세트를 마감하며 경기의 승자가 되었다. 나달의 3:1(6-3 6-3 5-7 7-4) 승리.

3년 연속 윔블던 4강의 앤디 머리. 이번에도 여기가 끝인가 ⓒ AELTC / J. Buckle

나달이 피쉬를 상대하는 동안 센터 코트에서는 앤디 머리(24, 영국, 세계랭킹 4위)는 펠리시아노 로페스(29, 스페인, 세계랭킹 44위)의 경기는 가장 재미없는 8강 경기였다. 1세트에서 2-2로 팽팽하게 가면서도 머리의 일방적인 흐름으로 가는 듯했던 경기는 3-2 에서 맞은 로페스의 서브게임을 머리가 브레이크하면서 확실히 기울어졌다. 5-3으로 앞선 머리는 아홉 번째 게임 40-15에서 서브 에이스로 세트를 따냈다. 머리는 자신의 서브게임은 전혀 내주지 않으면서 2세트와 3세트에서도 한 번씩 로페스의 서브게임을 브레이크하며 단 세 번의 브레이크로 경기를 이기는 효율적인 경기를 했다. 광서버 앤디 로딕(미국)을 서브로 때려눕혔던 로페스였지만 서브 에이스는 고작 7개밖에 기록하지 못해 머리의 13개에 밀렸다. 머리는 첫 서브의 성공률이 56%에 그치는 서브의 부진이 아쉬웠지만 40개의 위너를 기록하면서 11개의 실책밖에 저지르지 않는 안정적인 스트로크가 돋보였다. 머리의 3:0(6-3 6-4 6-4) 완승.

나달은 머리와 4강에서 맞붙게 되었는데 두 선수의 상대전적은 11승 4패로 나달의 우세다. 특히 윔블던에서 나달이 우승한 2008년과 2010년 두 차례 맞붙어 두 번 모두 나달이 3:0으로 이긴 바 있다. 머리에게는 이번이 복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자 3년 연속 4강을 넘어 첫 결승 진출을 노려볼 때가 되었다. 반면에 나달은 머리를 이기면 항상 우승했던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어서 두 선수의 승부가 어떻게 펼쳐질 지 관심이 간다.

토믹은 어떤 선수로 성장할 것인가? ⓒ AELTC / S. Wake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