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코비치 결승 진출

노박 조코비치(24·세르비아, 세계 2위)가 드디어 꿈에 그리던 세계랭킹 1위에 오르게 되었다. 조코비치는 윔블던 4강에서 조-윌프레드 송가(26·프랑스, 세계 19위)를 누르고 결승에 진출하면서 결승 결과에 상관없이 2004년 2월부터 페더러와 나달이 번갈아가면서 독점해오던 세계랭킹 1위를 빼앗은 첫 번째 선수가 되었다.

조코비치, 내가 월드 넘버 원이다 ⓒ AELTC / N. Tingle


대회 11일째 (7월 1일)

남자 4강 제 1경기 노박 조코비치 vs 조-윌프레드 송가 (13:00, 센터 코트)

송가는 8강에서 페더러에게 기적같은 역전승을 일구어냈지만, 송가를 우승 후보로 꼽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오히려 나달이나 조코비치의 우승 확률이 높아졌다는 반응이 대세였다. 송가가 페더러에게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1세트 이후 단 한 번도 브레이크를 허용하지 않은 강력한 서브에 있었는데, 경기마다 가장 기복이 심한 것이 바로 이 서브다. 서브로 흥한 자 서브로 망하는 테니스에서 강서버들이 꾸준하게 성적을 내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조코비치의 백핸드 스트로크 ⓒ AELTC / N. Tingle

송가는 조코비치의 서브를 브레이크하면서 기세를 올렸다. 송가는 40-40 듀스에서 네트로 달려가며 발리로 어드밴티지를 얻었고, 베이스라인에서 벌어진 긴 랠리 끝에 조코비치가 친 공이 벗어나며 첫 게임을 가져왔다. 그리고 서로 자신의 서브를 지키며 4-5 까지 왔다. 송가는 첫 세트를 끝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지만 송가의 서브 앤 발리의 전술을 파악한 조코비치가 각을 찾아 반격하며 순식간에 40-0 쓰리 브레이크 포인트가 되었다. 송가는 힘겹게 듀스를 만들었지만 더블 폴트로 다시 브레이크 포인트에 몰렸고, 긴 랠리 끝에 덜미를 잡혔다. 한 게임씩 주고 받으며 두 선수는 타이 브레이크에 돌입했다. 3-2에서 송가는 두 번의 서브 중 포인트를 하나만 얻었지만, 4-3에서 조코비치는 두 포인트를 모두 따내며 6-3이 되면서 순식간에 쓰리 세트 포인트에 도달했다. 송가는 뒤늦게 두 포인트를 추격했지만 7-5로 조코비치가 승리하며 첫 세트를 가져갔다.

달려라 조코비치 ⓒ AELTC / N. Tingle

2세트는 조코비치가 완벽하게 송가를 제압했다. 첫 게임부터 송가의 서브를 브레이크하고 3-1로 앞선 다섯 번째 게임도 브레이크하면서 송가를 밀어붙였다. 페더러와의 경기와 달리 강력한 서브의 위력이 사라진 송가는 조코비치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3세트 역시 2세트와 비슷한 분위기로 흘러갔다. 1-1에서 송가의 서브를 브레이크하면서 조코비치는 리드를 잡았고, 4-3으로 앞서갈 때만 해도 조코비치가 송가를 셧아웃시킬 것 같았다. 그러나 송가는 강력한 리턴과 포어핸드가 터지며 조코비치의 서브를 브레이크하였다. 서로 서브를 지키며 5-5가 된 11번째 게임에서 조코비치는 네트 앞에서 치열한 접전을 벌인 끝에 승리하며 송가의 서브를 브레이크하였다. 자신의 서브만 지키면 경기를 끝낼 수 있는 조코비치의 방심이었을까 아니면 패배에 몰린 송가의 의지였을까 기적 같은 강력한 서브 리턴을 앞세워 송가는 살아나며 다시 타이 브레이크로 승부를 끌고 갔다. 관중들의 열렬한 성원에 힘입어 송가는 긴 타이 브레이크를 11-9로 따내며 기사회생에 성공했다.

송가 날다 ⓒ AELTC / N. Tingle

두 선수 모두 조금 지친 기색이 보이는 가운데 4세트를 시작했다. 분명 페더러의 패배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을 조코비치는 브레이크 포함 연속 세 게임을 따내며 3-0으로 앞서 나갔다. 송가는 서브를 앞세워 한 게임을 만회한 후 조코비치의 서브 게임에서 0-30으로 앞서가며 브레이크를 노렸다. 그러나 조코비치는 견고한 수비로 송가의 실책을 유도했고, 백핸드로 게임을 챙기며 4-1로 도망가면서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다. 이후 두 게임씩 서로 챙기며 조코비치가 6-3으로 세트를 가져가며 3:1(7-6 6-2 6-7 6-3)로 승리했다.

 

수고했어 ⓒ AELTC / T. Hindley


경기 요약 (출처 : 윔블던 공식 사이트)

송가는 최고 시속 222km(138mph)의 강서브를 날리기도 했지만, 서브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속도를 줄일 수밖에 없었고, 이는 상대적으로 그라운드 플레이가 뛰어난 조코비치에게 기회를 주는 셈이었다. 특히 두 번째 서브를 넣은 후 득점 성공률이 47%에 그친 것은, 조코비치가 강력한 리턴으로 득점으로 연결시키는 기회가 되었음을 보여준다. 송가가 서브 에이스에서 조코비치보다 앞섰지만, 조코비치의 수비망을 뚫지 못하며 페더러와의 경기에서만큼의 위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송가는 강력한 서브를 살릴 수 있는 스트로크, 특히 백핸드의 정확도와 파워를 향상시키지 않는 한 우승 후보를 잡는 복병은 될 수 있을지언정 우승은 할 수 없는 선수에 머무르고 말 것이다.

조코비치는 이 승리로 7월 4일 월요일에 발표되는 ATP 세계 랭킹에서 나달을 제치고 1위에 오르게 되었다. 디펜딩 챔피언 나달이 조코비치를 꺾고 우승을 하더라도 포인트에 변화가 없는 반면, 나달에 65점 뒤진 조코비치는 패하더라도 작년 4강에 올라서 얻었던 720점보다 480점을 더 획득하여 나달을 앞서게 된다. 나달과 조코비치의 상대 전적은 나달이 16승 11패로 앞서고 있지만, 이번 시즌 네 번의 대결에서는 모두 조코비치가 승리하였다. 두 선수의 윔블던 상대 전적은 2007년 조코비치가 기권하면서 패한 적이 있는데, 이 경기가 두 선수가 잔디 코트에서 맞붙은 유일한 경기다. 과연 윔블던 트로피는 누구의 품에 안기게 될 지 흥미진진한 경기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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