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패스

야경 사진을 찍고 전망대에서 내려와서 트레이드센터마에역으로 향하는 중에 밖에서 색색의 조명이 눈에 띄어 잠시 건물 밖으로 나가보았다. 그랬더니 이런 광경이.

원전 사고 이후에 전력난 어쩌고 하더니 이렇게 전기를 쓰고 있다. 이제는 괜찮아진건가?

날도 좋지 않고, 아무도 없는 이 곳에 혼자 다니자니 참 그렇네.

트레이드센터마에역 사진을 찍으려고 했는데, 카메라 성능이 좋아서 어두울 때 찍으면 노이즈가 아주 가관이다.

DSLR을 장만하고 싶지만 돈도 없고 그다지 쓸 일이 없어서 늘 우선 순위에서 밀린다.

잠시 고민을 하게 되었는데 스미노에의 온천에 가려면 뉴트램을 타고 스미노에코엔역까지 주욱 가면 되는데 이거 시간이 조금 애매하다. 온천욕을 마치고 나면 도톤보리의 돔보리 크루즈 시간을 맞추지 못할 것 같은데 온천은 밤 늦게까지 문을 여니까 우선 돔보리 크루즈 다음에 온천욕을 하기로 계획을 변경했다. 그렇다면 난바로 가야지. 왔던 길을 되짚어 코스모스퀘어역까지 뉴트램을 타고, 코스모스퀘어에서 쿠조(九条. 외래어 표기법에 의하면 구조라고 써야겠지만 여기서는 쿠조로 할래)역까지 지하철 추오센을 타고 간다. 지하철 쿠조역은 한신 난바센(阪神なんば線) 쿠조역과 환승이 가능해서 여기서 난바 방면으로 가는 열차를 잡아타면 오사카난바역에 갈 수 있다.

눈치없는 카메라 셔터가 움직이는 열차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서 벌어진 일.

이번에도 녹색 띠를 두른 오사카시영지하철의 차량.

한신전차로 갈아타는 곳을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다. 나 같은 사람에게는 이런 것이 필수.

한신전차 쿠조역 입구.

사진이 뭐 이렇게 괴상하게 나왔냐..

직결운행도 아니고 별개의 회사의 노선이기 때문에 일단 지하철역을 빠져나온 후 들어가야 한다. 즉, 요금을 두 번 내야한다는 말인데 주유패스가 있으니 그런 걱정은 없다. 하하하~ 퐈이야~~~~♡

내가 타는 방향은 아니고 고베 방면으로 가는 승강장이네.

한신난바센의 완전 개통은 5년 반 전인 2009년 3월이었는데, 한신은 킨테츠(近鉄.이것도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긴테츠라고 해야할텐데 후미오군의 발음을 들으니 킨테츠에 더 가깝기 때문에 킨테츠라고 할란다)와 직결운행을 위해 아마가사키에서 니시쿠조까지 니시오사카센(西大阪線)을 연장했지만, 오사카시 당국과 지역 주민의 반발에 의해 50년 가까이 노선을 연장하지 못하고 40여 년을 날려먹고 있었다. 그러나 낙후된 지역 개발을 위해 오사카시가 전향적인 태도를 보임에 따라 2003년부터 공사를 시작해서 거의 6년이 걸려 니시쿠조에서 킨테츠의 난바역까지 지하 구간으로 연장하였고, 노선의 명칭을 한신난바센으로 개칭하였다. 두 회사의 직결운행이 시작되었다. 그 이후 고베에서 나라 혹은 나라에서 고베까지 환승 없이 열차를 타고 다닐 수 있게 되었다는..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는데 이 한신난바센 중에서 새로 연장된 구간인 니시쿠조-난바 간의 요금은 터무니없이 비싼데, 고작 3,8km를 가는데 요금이 200엔이나 한다. 아마가사키에서 니시쿠조까지는 거리가 6.3km인데도 요금은 190엔. 이 구간은 한신이 직접 소유하는 것이 아니고 한신과 오사카부, 오사카시 등이 공동출자한 별개의 회사 소유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이 노선 개통 덕분에 한신은 유명한 야구단 한신 타이거즈의 홈구장 고시엔(甲子園) 앞의 고시엔역과 오릭스 버팔로스의 홈구장이자 한신이 고시엔 기간 중에 종종 빌려 쓰는 오사카 교세라돔 앞의 돔마에역을 갖게 되어 한신의 팬들을 한신전차에 태워 나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고 있다고.

이름은 쾌속급행이지만 각역정차하는 보통열차와 다름없는 녀석을 타고 오사카 난바역에 도착. 한신과 킨테츠가 직결운행하면서 한신을 배려해서인지 킨테츠 난바역이 오사카 난바역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역 명판은 여전히 킨테츠 스타일이지만..

이 열차는 나고야로 가는 특급 어반라이너. 
하지만 이번에 나고야에 갈 일은 없다. ㅋ

내가 타고 온 쾌속급행 나라행 열차는 아직도 서 있다. 3분 정도 정차를 한다고 하네. 정차역이 몇 개 되지 않으니 타지 않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꽤 된다. 수도권 지하철도 머리를 좀 써서 몇몇 역에 추월선로를 만들어 급행을 운행하면 좋을텐데, 기존에 서울지하철 구간을 연장하면서 왜 이런 생각은 하지 못했는지. 출퇴근하면서 같은 열차를 한 시간 넘게 타고 다니는 것은 아주 지겨워 죽겠다.


나고야까지 정차역 달랑 세 개의 어반라이너의 위엄 보소.

어반라이너는 오사카 시내 구간에서 오사카우에혼마치와 츠루하시역에 정차한 다음 나고야에 도착할 때까지 츠역에서만 선다(오사카우에혼마치와 츠루하시는 킨테츠의 특급열차라면 무조건 정차). 역시 열차 스피드 향상을 위해서는 정차역을 줄이는 것이 필수다. 어반라이너가 나고야까지 대략 2시간 10분 정도 걸리는데 신오사카역에서 나고야까지 신칸센을 타고 50여 분 걸리겠지만, 난바에서 가는 경우라면 신오사카역까지 지하철을 타고 가서 내려서 환승하고 하는 시간 등이 대략 30분 정도 걸린다 치면 총 소요시간은 40여 분 정도 차이로 줄어든다. 거기에 JR이 고전하는 미에현 지역을 킨테츠 노선이 커버하고 있고, 요금도 저렴해서 의외로 이 열차의 이용 승객이 많다.

중요한 것은 이게 아니고, 난바역을 나가서 돔보리 크루즈를 타러 가야하니까 아직 완전히 습득하지 못한 난바역 던전 속으로 몸을 던진다.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킨테츠난바역이라는 이름을 여기서 볼 수 있네.

던전 속에서 길을 잘 찾아 나갔는데 비가 온다. 비가 오면 크루즈가 취소될 수 있다고 하는데 취소 여부가 문제가 아니라 빗줄기가 조금 세서 맞고 다니기는 조금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다시 지하 던전 안으로 몸을 피신. 막상 배를 타러 갔는데 운항을 하지 않는다고 하면 그것도 낭패이기는 한데, 지금 생각해보니 문의 전화를 해서 운항여부를 물어보고 그 때 결정해도 되는데 왜 그랬을까 싶네.

계획했던 일정이 하나 취소되었으니 걸렀던 스파 스미노에로 가기로 했다. 저녁 8시가 넘으니 조금씩 쫓기는 느낌이 든다. 난바에서 스미노에코엔까지는 지하철 요츠바시센(四つ橋線)을 타고 가면 된다. 스미노에코엔역은 요츠바시센의 종점. 대략 15분 정도 걸려서 도착하고, 지하철역에 주유패스 소지자들을 위해 스파 스미노에 가는 길을 친절히 안내하고 있다. 2번 출구로 나가서 직진하면 끝. 가는 길에 경정장을 지나게 되는데, 역 주변에 1엔 파칭코도 있고 그러더라는. 경정에서 돈을 날리면 1엔 파칭코에 들르라는 것인가..

주유패스 스캔하고 들어가는데 수건을 가지고 있느냐고 묻는다. "이라나이데스(要らないです)"수건이 없으면 돈을 내고 빌려야하는데, 그럴 줄 알고 호텔 수건을 들고 왔다. 온천 원데이 투데이 가는 아마추어도 아니고.. 이런 곳에서 돈을 아껴서 군것질을 해야지.ㅋ


사진은 귀찮아서 우유병 사진만..
사람들이 옷을 다 벗고 있는 곳이니까 사진을 찍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온천욕을 마치고 시계를 보니 어느새 10시가 다 되어간다. 음.. 이렇다면 헵파이브 관람차도 제끼고 나니와노유에 가서 2차 온천욕을 하기로 한다. 어차피 돈 드는 것 아니니까 뽕을 뽑아보자. 땀을 빼고 난 뒤에 체중을 재보니 600g이 빠져 있다. 어머나.. 덴진바시스지록초메(天神橋筋六丁目)역에 제대로 내렸고 방향도 잘 찾아서 나왔는데 배가 고프다. 생각해보니 낮에 오므라이스를 먹은 다음 목욕 후에 우유 한 병 마신 것이 전부네. 이러다가는 온천욕을 하고난 뒤에 힘이 빠져서 호텔로 돌아가는 길이 힘들 것 같아서 역에서 가까운 한큐 오아시스에 가서 메이지 오이시이 우유 500ml와 폐점 직전 마감세일하는 빵 세 개를 샀다. 밥을 먹고 싶어서 오니기리나 도시락을 찾는데 보이지 않네.

석 달 전에 갔을 때는 워낙 길을 잘 잃어버리기 때문에 큰 길로 돌아갔는데 이번에도 역시 자신이 없기에 큰 길을 택했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 빵과 우유를 먹으며 길을 걸어가는데 이 쯤 되면 나와야 할 고가도로가 나오지 않고 이상한 느낌이 든다. 길을 잘못 들었나 싶은데 다카츠키행 JR열차가 지나가는 것이 보인다. 역시 불길한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니까. 전에는 보지 못한 광경에 당황하면서 더 걸었는데.. 이런! 우메다가 저 멀리 보이네. 그렇다. 길을 잘못 온 것이 확실하다. 어우~ 다시 출발 지점까지 돌아오느라고 30분 가까이 낭비를 했다. 10시 반에 들어가서 한 시간 동안 온천욕을 하고 지하철을 타고 돌아가려고 했는데 아이씨~

이번에는 덴진바시스지록초메역 5번 출구에서 지도에 나온대로 그대로 따라가보기로 한다. 30분이라도 온천욕을 해야겠다고 조심스럽게 가다가 이번에는 우측으로 꺾어야 할 지점을 지나치고 한 블럭 더 가서 헤매다가 10여 분을 더 낭비하고 겨우 나니와노유를 발견. 이건 뭐 바보컨테스트도 아니고 뭐하는 짓이냐. 시간은 이미 11시를 훌쩍 넘어 11시 30분에 가까워지고 있고, 돌아가는 지하철 막차는 11시 52분에 있으니 이건 답이 안 나온다. 온천으로 상쾌해진 기분은 온데간데없고, 아무리 짐이 얼마 없다지만 백팩을 멘 등은 땀으로 젖었다. 역으로 돌아와서 지하철을 타고 호텔로 복귀. 피로가 더 쌓이고 말았다. ㅉㅉ


텐진스지바시록초메역 5번 출구로 나와서 왼쪽 골목으로 들어가서 주욱 직진한 후 우회전, 좌회전하는 루트가 최단 경로다.
그런데 나는 이 동네에서 걷다가 1시간 반 가까이를 날려먹었다. ㅠ.ㅠ

망했어요!! ㅠ.ㅠ

텐포잔 관람차 이후 계획했던 것 중에서 전망대와 스파 스미노에만 다녀오고, 헵파이브 관람차, 돔보리 크루즈와 나니와노유는 가보지도 못했다. 아아~

비가 그친 것 같으니 서둘러 역으로 걸어간다. 버스가 있다고는 하는데 노선을 잘 살펴보지 않아서 어디까지 가는지 잘 모르겠고, 일본의 버스는 한국의 수도권 시내버스처럼 몇 분에 한 대 꼴로 다니는 것이 아니라서 시간표를 확인하고 제 시간에 맞춰서 타야지 그렇지 않으면 마냥 기다리는 수가 있다. 그리고 심야버스 이런 거는 거의 없고, 저녁 퇴근 시간 이후에는 어지간해서는 보기 힘든 것이 버스다.


짠. 오사카코역.

오사카에서 오는 장음이어서 옛날 책에서는 오오사카라는 것을 볼 수 있고, 심지어 한국식으로 한자를 읽은 대판이라고도 한 책들도 있다. 요즘에는 오사카로 쓰는 것이 일반적. 항구의 의미인 港이라는 글자 역시 장음이어서 코우라고 써있는데, 우를 굳이 발음하지 않고 "코" 를 살짝 길게 읽어주면 된다. "오-사카코-" 누가 보면 일본어 잘 하는 줄 알겠지만 야매로 익히고 있어서 얼마 알지도 못하는데, 일본어를 몰라서 고생하는 한국 사람들을 오가면서 보는 경우가 많은지라 혹시라도 도움이 될까 해서.

여기서는 다음 역인 코스모스퀘어 역에 간다. 이 역에서 난코포트타운선이라는 무인 운행하는 열차로 갈아타고 역시 역 하나를 더 가면 트레이드센터마에(トレードセンター前)역에 도착한다. 이 역과 오사카 사키시마 청사가 바로는 아니지만 어쨌든 연결이 되어 있다. 고작 역 두 개인데 하나씩 갈아타는게 귀찮네. 문제는 잘 찾아가느냐인데..


이 열차는 혼마치역에서 타고 올 때와 색상이 다른 열차다. 열차 역시 차종이 다양한데, 어느 계열 차량인지 그런 거는 잘 모르겠고 오사카시영지하철 소속의 차량이다. 그래서인지 차량에 노선 색상인 녹색이 들어가 있다. 다음 역이 종점이라 그런지 사람이 별로 없다. 코스모스퀘어역에서 뉴트램으로 환승. 뉴트램 승강장으로 가니 도착해 있는 열차가 있어서 바로 탑승 그리고 다음 역에 하차하느라 사진을 안 찍었다. ㅋ

코스모스퀘어에서 트레이드센터마에역에서 안내표지를 잘 따라가면 청사 전망대까지 갈 수 있는데, 상점에서 구경도 좀 하고, 길도 잃어버리고 해서 어렵사리 전망대 입구를 찾았다. 아마 6년 전 쯤에 왔을텐데 그 때는 주유패스를 보여주면 입장권을 한 장 주었는데, 요즘에는 역시 바코드를 찍고 주유패스용 입장권이라고 그냥 종이에 인쇄하여 자른 종이를 준다. 뭐 쓸데없이 종이 낭비할 필요는 없으니까.

에스컬레이터는 여전하군.

이것이 입장권. 오늘만 유효하단다. 나도 알아. ㅡ.ㅡ;;

날이 구질구질하고 그래서인지, 아니면 퇴근하고 저녁 먹을 시간이어서 그런지 사람은 별로 없다. 예전처럼 야경 사진을 찍어볼까 하는데 이 곳의 최대 단점은 실내 조명이 전망대 유리창에 반사되어 야경 사진을 찍기 어렵다는 것. 온천욕하려고 들고 온 수건으로 비치는 조명을 막고 그림자를 없애고, 안내 팸플릿으로 가리고 별 짓을 다해보는데 역부족이다. 그래도 몇 장 그나마 괜찮은 것을 골라보면..

저 멀리 혼자 높은 빌딩은 아마도 아베노 하루카스가 아닐까 싶다.

잠깐 아베노 하루카스를 설명하자면, 오사카에서 남쪽 지역은 개발이 더딘 탓에 슬럼화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긴테츠가 일본에서 가장 높은 건물을 JR텐노지역 건너편에 지어버렸다. 높이 300m로 기존의 일본 최고층 빌딩이던 요코하마의 랜드마크타워(296m)를 제치고 이 부문 최고에 올랐다. 구조물 중에는 도쿄 스카이트리라든지 도쿄 타워가 더 높지만, 이것은 1층부터 60층까지 모두 사용하는지라 가장 높은 건물이라는 칭호를 얻게 되었다. 긴테츠 백화점과 호텔, 사무실, 미술관 등이 입주해있으며 전망대는 58~60층에 있다고 한다. 남쪽에는 높은 건물이 거의 없는데다 이미 가장 높은 건물이라서 오사카의 전경이 잘 보인다고. 나중에 예쁜 아가씨와 함께 한 번 가봐야지.

저것은 조금 전에 탔던 관람차 되겠슴돠.
사진 위에 조명이 반사되어 별로다.

조명 반사를 막았더니 초점이 안 맞았네. ㅠ.ㅠ

동쪽 방향인데 이건 그나마 잘 나온 것 같다.

줌을 사용하지 않고 멀리서 찰칵~

역시 아베노하루카스는 혼자 눈에 띄는군.

이 방향이 그나마 조명 반사가 덜 되는 것 같다.

아베노하루카스를 조금 더 당겨보자.

이 방향은 북동쪽, 우메다 방면이다.

여기는 어디더라..

엇! 다시 동쪽이다.
츠텐카쿠도 보인다.

이 쪽은 어딘지 잘 기억이 안 나네.

오사카항 방면이겠지?

동쪽이다.

멀리서 찍고.

조금 가까이서.

이제 그만..
다음에는 좋은 카메라를 사서 와야겠다.
별로다.

내려가자. 시간이 많지 않다.

이렇게 야경 감상을 끝내고. 대충 구경하고 내려가려고 했는데 막상 올라가니 고물 카메라를 가지고 계속 사진만 찍느라 어느새 카메라 배터리가 많이 소모된 듯하다. 카메라 배터리만 그런게 아니고 나도 배가 고프네. 점심을 먹은 후 아직 아무것도 먹지 않고 있다. 일단은 나가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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