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의호수


한국에서는 '청(青)의 호수' 라고도 부르는 아오이이케(青い池)를 찾아서 계속 걸어간다. 흰수염폭포부터는 약 3.1km 거리라고 하는데 이 정도면 가볍게(?) 다녀올 만한 거리인지라.. 물론 태양이 작열하는 날씨라 걸을 때마다 땀이 몇 방울씩 떨어지기는 했지만.. 

앞의 글에서 시라히게노타키(白ひげの滝)를 보고 계속 비에이 방면으로 걸어가는 내용이 이어지는데, 나무가 쓰러져 있는 마지막 사진을 찍고 약 20분 정도 걸려서 아오이이케에 걸어서 도착했다. 아이폰7의 배경화면에 나왔다는 곳이라고 하는데, 아이폰7이 나오자마자 사서 쓸 정도로 돈이 많지 않아서 이 때는 몇 만원 주고 산 아이폰5c를 쓰고 있었던 것 같다. 화면이 큰 스마트폰이 좋은 점도 있지만,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사이즈가 편하기도 하고..

 

신기하게도 연못에 있는 물의 색이 푸르다.

 정말 호수의 이름처럼 푸른(青い) 호수다.

어쩌다 나무들이 이렇게 수몰당했나 싶어서 찾아보니, 화산 니류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고자 만든 언제(堰堤)라는 둑을 여러 곳에 만들어 두었는데, 1988년 12월 토카치다케의 화산 분출 당시 이 중 하나의 제방에 물이 고인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일까 이 연못에 갇힌 나무들은 비쩍 말라 있다.


지나가듯이 아오이이케의 사진을 한 번 본 적이 있었는데, 그냥 쓱 보고 넘어가서 '물 속에 나무가 사는가보군' 이렇게 생각했는데, 그건 착각이었다. 토카치다케의 화산 분출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제방을 만들어 두었는데, 여기에 물이 들어차 고이면서 연못처럼 되었다고 한다. 그 덕분에 멀쩡히 잘 있던 나무들은 물에 잠기게 되었고, 물 속에서 크는 식물이 아니었기에 저렇게 말라죽게 되었다고 한다.


저렇게 죽어간 나무를 보니 뭔가 짠한 느낌이 들었다. 나무 입장에서는 '나는 물 속에 사는 나무도 아닌데, 어디서 물이 들어오더니 순식간에 수몰당했다' 고 생각하지 않겠는가. 나무는 생각을 못하나..

 

물 색깔은 청색보다는 옥색에 가까운 듯한데, 이 연못이 알려지게 된 것은 1997년 일본의 타카하시 마스미라는 사람이 블루리버라는 사진집에 이 곳의 사진을 수록하면서 아오이이케라는 곳이 사진 애호가들을 중심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파랗긴 파랗다.


이 나무들이 불쌍하다.

동물이었다면 피하려고 움직이기라도 했을 터인데 나무는 땅에 뿌리를 박고 있었을 터이니 그냥 꼼짝없이 수몰될 수 밖에 없었을 것 같다. 동일본대지진이라든지 최근에 일어난 서일본 지역의 홍수피해 등을 보면 확실히 이 나라는 자연재해가 빈번하고 그 규모가 큰데, 그나마 자연재해에 대한 대비가 철저하여 그나마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것 같다. 한국은 최근에 들어서 일본에 비하면 약하지만 지진을 겪은 경험이나 대비가 거의 없었기에 사람들이 놀라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부터라도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시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미리 방재훈련을 철저히 해야할 것 같다. 막상 민방위훈련도 귀찮기는 하더라만 그래도 할 것은 해야겠지.


저렇게 계속 물에 잠겨 있으면 이미 뿌리까지 다 썩었을 것 같은데..


그렇게 죽어간 나무들은 저렇게 말라서 잎사귀 하나 없이 있는가 보다. 


아오이이케의 끝부분. 

어디가 끝인가 보려고 한 바퀴 돌다보니 여기까지 왔다.


물에 잠기지 않은 곳에는 나무들이 잘 있는데, 저렇게 죽었거나 죽어가는 식물들의 삶 역시 사람들과 크게 다를 바가 없는 것 같다.


수몰된 나무들. 겨울이면 여기는 꽁꽁 얼어 있을 것이고 얼음과 눈 위에서 라이트업을 한다고 하던데 갈 기회가 있어도 추워서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나이가 들수록 추운 것이 싫어진다.


이 곳에는 끊임없이 사람들이 왔다 가고, 개중에는 단체관광객들, 중궈와 한국의 패키지 관광객들이 많아서 복잡한데, 집단으로 움직이다보니 꽤 소란스럽다. 그들을 이리저리 피해서 가는 것도 일이라 귀찮다. 개별적으로 일행이 없이 자유롭게 여행하는 사람의 한 명으로서 떼지어 다니면서 질서를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눈꼴사나울 따름. 

 

사람들이 계속 몰려들기에 시야가 확보되면 바로 사진을 찍고 움직인다.

 

덕분에 사진의 질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렌즈에 김이 서렸나..

 

사람들이 남는 것은 사진이라고 하는데 혼자서 돌아다닐 때 셀카는 얼굴에 뭐가 묻었나 확인할 때나 찍고, 대개 어딘가에 가고 본 것을 기억하고 남겨두기 위해 사진을 찍는 편이라 눈에 보이는 것만 사진으로 남기고 있다.


구름이 잠시 따가운 햇살을 막아주고 있다. 아리가또~ 이제 사진 몇 장 더 찍고 이 곳을 떠나야 할 것 같다.


수몰 피해 나무들.. ㅠㅠ


나무의 뿌리는 이미 썩었을 터이고. 동물이라면 어떻게든 피하려고 애를 써보기라도 했을텐데 이 나무들은 그저 뿌리내리고 있다가 그냥 참사를 당한 셈일 터이니.저렇게 말라버리고 죽어가는 나무가 안타깝기도 하고..

파노라마로 사진을 찍어볼까 했는데 지나다니는 사람이 많아서 잘 나오지 않을 것 같아서 포기하고, 그냥 한 바퀴 돌며 중간중간 멈춰 사진 한두 장씩 찍고 이동을 했다. 초반에는 대륙인 단체관광객이 와서 난리부르스를 추더니 잠시 후에는 한국이었나 중국이었나 아니면 둘 다였나 패키지투어 관광객들이 와서 시끌벅적해짐과 동시에 혼잡해졌다. 얼른 사진 몇 장 찍고 도망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퍼뜩 드는데 이 정도면 사진을 찍을만큼 찍었다 싶은데, 다시 이 곳에 오지 않을 수도 있겠다 싶어서 잠시 이 호수를 더 바라보다가 다시 이동을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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