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마츠공원

이치노미야 선착장에는 여러 종류의 배 - 목적은 승객 수송의 유람선이겠지 - 들이 정박해 있다. 관광선의 경로는 '미야즈-아마노하시다테-이치노미야' 인데, 아마노하시다테까지 사람이 많다가 이치노미야까지 오는 배에 사람들이 별로 없는 것을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마노하시다테에 내려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소나무숲을 지나서 카사마츠 공원을 갔다와서 다시 자전거를 타고 가거나, 올 때만 자전거를 타고 와서 갈 때는 페리를 타는 것 같기도 하다. 계속 지켜본 것은 아니라서 잘은 모르겠다.

관광선들이 이치노미야 부두에 정박해 있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꽤 많고, 여기저기 자전거 빌려주는 곳도 있다. 세상에 공짜는 없으니 돈 받고 빌려준다.

카사마츠 공원은 산 위에 있지만, 리프트와 케이블카를 타는 후추역은 멀리 있지 않아서 굳이 자전거를 탈 필요는 없고, 오히려 얕은 오르막이라서 자전거라면 더 불편할 것 같다. 일본인들은 자전거가 생활화되어 있어서 남녀노소 자전거를 타는데,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 세워두고 구경해야 하고 그런 것이 귀찮아서.

이치노미야 선착장에서 나와서 직진하면 국도 178호가 나오는데, 이 길을 건너면 모토이세코노진쟈(元伊勢籠神社)가 있다. '籠' 라는 글자를 카고(かご)라고 읽어야 하는지 아닌지 몰라서 헤매고 있었는데, 나중에 구글에 쳐보니 "코-"로 발음한다고 한다.

조금씩 있던 구름도 보이지 않는 아주 맑은 날이다.

안에는 이런 곳이 있다.

사진을 찍지 말라는 안내가 있어서 사진은 여기까지만 찍고, 옆으로 난 길을 따라서 후추역으로 간다. 딱히 종교를 믿는 편은 아니어서 가는 곳마다 다르지만 여기는 그냥 넘어간다. 다들 어디서 왔는지 적지 않은 사람들이 신사 옆으로 난 길을 따라서 후추역으로 가는 것 같다. 어디로 가야하는지 헤맬 필요 없이 사람들을 졸래졸래 따라서 간다.

신사에서 나와서 가운데에 난 길을 따라서 찍은 곳까지 걸어오면 후추역이 있다.

관광지답게 기념품과 군것질거리를 파는 가게들이 줄을 서 있다. 탄고 지역의 토산물인 검은 콩으로 만든 음식과 주걱 등 여러가지 기념품이 보인다. 기념품은 딱히 마음에 드는 것이 없어서 그냥 넘어간다. 살짝 목이 마른 상태라서 맥주라도 한 잔 마실까 했는데, 마시고 난 뒤에 다시 목이 마를 것 같아서 참는다.

리프트, 케이블카와 나리아이등산버스(成相登山バス)를 타는 후추역.


검표하는 아저씨가 숫자를 세면서 승객들을 입장시키고 있다.

등산버스는 패스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도 하지만, 애시당초 관심이 없었고 방향이 산을 보고 올라가는 것이라 올라갈 때는 케이블카로, 내려올 때는 리프트를 타려고 했는데 케이블카는 20분 정도 기다려야 탈 수 있다고 해서 그냥 리프트를 타러 갔다. 케이블카, 리프트 모두 편도 330엔, 왕복 660엔인데, 패스가 있으면 무료로 탈 수 있다. 사람들 사이에서 줄을 서서 검표를 하는데 패스를 들고 있는 사람은 혼자인 것 같다. 그러나 줄을 서 있는 다른 사람들은 나를 혼자서 편하게 놀러온 일본인 청년 혹은 동네 백수 녀석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

눈에 딱 들어온다. 토비오리킨시(飛び降り禁止.투신금지)

리프트 의자에 안전벨트는 없는데 지면에서 높이가 많이 높지 않아서 성인이라면 그다지 위험해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술 한 잔 드셨다거나 어린이들이라면 잘못하면 다칠 수 있으니 주의를 해야겠지. 맞은편에서 내려오는 사람들 중에서 치마를 입은 언니들이 있어서 시선 처리하는 것이 곤란해지기도 하는데..

이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뛰어내리는 이상한 애들이 있는가보다.


아이를 안고 탄 저 아저씨 부럽더라~.


지금까지 완만한 경사였다면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올라가는 느낌이 난다.


흔들지 말란다. 진짜 생각없는 녀석들이 있는가보다.

리프트를 타고 이동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약 6분이라고 하는데, 조금 지루해질 무렵 카사마츠 공원이 있는 카사마츠역에 도착했다. 카사마츠역에서 내리면 바로 아마노하시다테를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고, 마타노조키(股のぞき)라 하여 뒤돌아서서 다리를 벌리고 몸을 숙여 얼굴을 가랑이 사이로 해서 보는 단이 있다. 아마노하시다테라는 이름이 "하늘로 이어지는 다리" 라는 의미라는데, 마타노조키로 보면 아마노하시다테의 소나무들이 하늘로 이어지는 것 같이 보인다고 한다.


일단은 심플하게 아마노하시다테를 찍어보았다.
왜 올라오니까 구름이 끼고 난리냐.


아직까지는 특별한 감흥이 없다.


카와라케 던지는 곳이 있다.

카와라케나게(かわらけ投げ. 토기던지기) 3장에 200엔인데 사람이나 기계가 판매하는 것은 아니고 자율적으로 사람들이 요금함에 200엔을 넣고 세 장의 납작한 접시를 가져가서 가운데 보이는 원 안으로 던진다. 세 개 던져서 세 개 다 넣으면 지혜를 얻는 현명한 사람이 된다고. 안 속아. 카와라케나게는 교토의 진고지(神護寺)라는 곳에서 유래한 것이라는데, 토기로 된 술잔이나 접시를 던져 소원을 비는 것이라 하며 일본의 관광지에서 종종 볼 수 있다고. 사진에서는 거리가 가까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생각보다 멀다 싶은 거리이고, 이 토기가 의외로 조준하기 힘든지 많은 사람들이 실패를 하였다. 1,000엔 이상 기념품을 사면 카와라케 던지기를 할 수 있다는데, 마땅히 마음에 드는 기념품이 없었다. 뭔가 귀엽고 깜찍한 아이템 있으면 사려고 했는데 그런 것이 없더라는..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는 간판도 있다. 양 옆에는 마타노조키용 계단.


여전히 시야가 좋지 않다.

마타노조키를 해보려고 했는데 사람들이 많아서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그렇다면 다른 곳으로 가야겠다 싶은데 사람들이 계단 위로 올라가는 것이 보였다. 위에서 보면 더 잘 보일 수도 있겠다 싶어서 사람들을 따라서 위로 올라간다. 마타노조키 계단이 빈 곳이 있어서 올라가서 고개를 가랑이 사이로 해서 보니 어지럽다. 놀이기구도 뒤집어지는 것을 상당히 꺼리는 편인데, 다시 시도하니 피가 거꾸로 쏠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계단이 생각보다 많았다. 앜!


마타노조키 자세로 사진을 찍었더니 이렇다.

경치가 좋은데 구름이 끼어 시야가 흐릿해서 좀 별로다. 아직 하늘로 올라가는 계단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확 트인 광경을 보니 뭔가 답답했던 것이 풀리는 기분도 들고 그렇다.


이게 조금 더 하늘로 올라가는 것 같은가?


아~ 피가 쏠린다.


사진을 찍은 장소를 찍어두고


마지막으로 사진을 찍고 내려간다. 좋은 카메라를 사고 싶어지네.
(그럼 뭐하냐 사진을 찍는 사람이 별로인데..)


케이블카와 리프트 영업시간이 16시 30분까지라고 해서 서둘러 내려왔는데, 이 날은 관광객이 많아서 17시 30분까지 연장하기로 했다고 한다. 연장을 하더라도 저 소나무숲에 해가 지기 전에 가보려면 지금 내려가야 할 것 같다. 케이블카보다는 리프트가 내려갈 때 더 재미가 있을 것 같아서 이번에도 리프트를 탄다.


사람들이 다 같은 생각인지 케이블카에는 사람이 별로 없다. 그래도 우천, 강풍 등 날씨가 좋지 않을 때는 리프트는 운행하지 않는다고 하니 케이블카가 필요한 것 같다. 장애인 한 명이 있었는데 직원들이 가서 부축해서 태워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일본의 서비스 정신은 유명하지 않던가.


상당히 단순한 리프트라서 그냥 플라스틱 의자에다가 줄을 매달아 놓은 듯한 느낌이다. 줄 대신 봉일 뿐이지 실제로도 그렇구나. 안전벨트는 없지만 지붕은 있어서 비나 눈이 오더라도 어느 정도라면 리프트를 운행하는 것 같다.


내려간다!


이 봉 하나가 큰 일을 하고 있는 듯하다.

오사카 시내에서 오전 11시가 못 되어서 출발을 했는데 벌써 오후 1시 40분이 다 되어가니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그나마 환승 대기 시간이 짧아서 대충 세 시간 정도 걸린 것 같은데, 돌아갈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끔찍해지는군.

헬로키티는 참 바쁘다. 총무성 행정상담 안내 포스터에도 등장하다니.
산리오는 고양이도 아닌 저 캐릭터 하나로 얼마나 울궈먹는거냐.

역에서 나가려다가 이 사진 하나 찍고 가려고 기다렸다.
뭔가 이 지역에서 먹어주는 캐릭터인가 해서 찍었는데 그다지 존재감은 없는 듯하다.

관광지라면 어디에나 있는 상점가. 기념품, 술과 음식을 파는 가게들이 모여 있다.

길을 따라 상점가를 지나서 조금 더 걸어갔는데 페리와 모터보트 선착장이 있고 그 앞으로는 바다가 있어 더 이상 갈 수가 없다. 아마노하시다테라고 불리는 그 소나무밭으로 가기 위해서는 다른 길로 가야 하는 것 같다. 다시 돌아와서 주변을 살펴보니 리프트와 모노레일을 타는 곳이 근처에 있는데 아마노하시다테는 위에서 내려보는 것이 제맛이라고 해서 사람들이 가는 방향으로 철로를 한 번 건너서 따라갔다. 시설의 이름은 '아마노하시다테 뷰랜드' 라고 하는데,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매표소에 패스를 보여주고 여기서 타는 것이 맞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매표소 직원이 지도를 하나 꺼내서 보여주면서 여기는 다른 회사라면서 패스로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은 저 건너편 카사마츠(笠松)에 있는 리프트와 케이블카라고 설명해준다. 지도를 가져가도 되냐고 하니 그래도 된다고 해서 지도를 챙겨서 대충 지리를 파악한다. 이럴 줄 알았으면 역 안에 있는 관광안내소에 물어보고 올 것을 그랬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아마노하시다테도 일단 먹고 나서 보는거다. 일어나서 호텔에서 커피 한 잔 마신 것이 전부라 배가 고픈데 식당 여기저기를 살펴보다가 입간판에 있는 사진에 꽂혀 바로 들어갔다.

카이센동(海鮮丼). 새우에 연어에 가리비에 연어알에 맛있겠다.

사진과 매우 흡사한 편이다. 이타다키마스~!

야호~

시원한 나마비루 한 모금 마시고 식사 시작하여 순식간에 끝을 낸 다음 남은 맥주를 다 비우고 일어선다. 밥 한 그릇과 맥주 한 잔의 값이 2,000엔이나 하는군. 아껴두었던 5,000엔짜리 지폐를 여기서 쓰게 된다. 카이센동이 1,450엔이었고, 생맥주 중사이즈가 550엔. 역시나 이 곳은 관광지였음. ㅠ.ㅠ 그래도 맛있게 먹었으니 기분좋게 나온다.

레스토랑 몬쥬(れすとらん文珠)라는 곳이었음.

배가 부르고 하니 갈 때는 페리를 타고 올 때는 자전거를 타고 오면 될 것 같아서 선착장으로 간다. 야밤 행군의 피로가 풀리지 않아서 많이 걷는 것은 피하는게 좋겠지 싶다. 그렇게 걸었는데도 아무렇지 않고 멀쩡한데 그래서 더 불안하네.

이틀 후면 태풍이 온다는데 날씨가 좋다. 썬크림을 가져왔어야 하는데..

관광선 타는 곳이다.

이번에는 이 곳에서 배를 타는 것이 맞다고 확신하고 직원 아줌마에게 패스를 보여주며 물어봤다. 승차권을 살 필요 없이 그냥 패스를 들고 타라고 하는데 배 출발시간은 3시니까 조금 기다리라고 한다. 어설프게 야매로 배운 일본어가 어느 정도 통하고 있다. 공항이라든가 큰 도시일수록 역이나 관광시설 직원들이 영어를 조금씩 하지만, 이런 곳에서는 일본어를 못하면 손짓 발짓을 해가면서 의사소통을 해야 한다. 그래서 어떻게든 일본어를 공부하려고 하는데 이제 머리에 잘 안 들어가고 공부도 하기 싫고 그렇네. 패스가 있으면 여기서 자전거를 공짜로 빌릴 수 있는데 돌아올 때 빌리면 되겠지라고 생각을 했다...

스릴을 즐기는 사람은 여기의 모터보트를 추천. 관광선보다 훨씬 빠르다.

원래 요금은 카사마츠까지 왕복이 1,500엔이다. 이거 한 번 왕복하면 패스 가격의 대부분을 뽑는 셈이네.

배가 도착했다.

사람들이 내리고 있어서 기다리고 있다.

모터보트는 사람이 타면 그냥 출발한다.

저 멀리 산 위에 있는 것이 처음에 잘못 갔던 아마노하시다테 뷰랜드.

갈매기 먹이를 팔고 있다. 새우깡의 원조인 카루비의 캇파 에비센.

갈매기들에게 새우과자 던져주는 것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똑같나보다. 100엔을 앞에 있는 통에 넣고 과자 한 봉지 가져가면 되는데, 이번 여행에서는 군것질은 최대한 삼가야 하는 형편이라 어쩔 수 없네. 새우과자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돈이 없으니 다음에 먹어보겠습니다. ㅋ 참고로 새우깡이 표절인가에 대해서는 N사에서는 공식적으로 인정한 바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캇파 에비센이 출시 50주년을 맞았으니, 1971년에 처음 나온 새우깡보다 먼저 만들어졌다는 이야기 그 다음은 알아서 생각하시기를..

1층 선실은 텅텅 비었다.
2층 갑판 위로 올라가자.

아마노하시다테를 오른쪽에 두고 저 끝까지 간다.

걸어서 아마노하시다테에 가려면 저 다리를 건너가면 된다.

그리고 한 번 더 다리를 건너야 한다.

저렇게 바다 사이에 이어진 곳에 소나무들이 있는 곳이 아마노하시다테

카사마츠 방면인 이치노미야 선착장까지 가는 사람은 고작 다섯 명.
모녀와 연인, 그리고 여기 이상한 녀석 하나 추가요.

갈매기들이 날아든다.
위의 사진을 보면 오른쪽의 여자가 새우과자를 들고 있다.

나도 날개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제 과자 투척은 다 끝났다.

저 소나무길이 생각보다 길다.

멀리 카사마츠공원의 리프트와 케이블카가 보인다.

이치노미야역에 도착했다.

탔던 배는 카모메 11호였다. 배 이름도 갈매기구나.

선착장 부근에서 할 일은 없고 케이블카가 되었든 리프트가 되었든 아무 것이나 타러 간다. 벌써 오후 3시가 넘었으니 주어진 시간이 딱 3시간 남짓이기도 하거니와, 일본은 한국보다 해가 빨리 지기 때문에 시간을 허비하다가는 여기서 어둠을 맞이하면 전날의 비극을 다시 경험할 지도 모르는 일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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