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롤라인 워즈니아키

테니스 경기를 대개 영어로 중계되는 방송을 통해 보면서 영어식으로 읽는 것에 익숙해지기는 했지만, 출신 국가 고유의 발음이 있을 터이니 그렇게 부르고 읽어도 되는지 조금은 신경이 쓰였다. 여러 언어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이 아닌지라 선수의 경기 장면을 짧게라도 보거나 가이드나 대회의 프로그램을 통해서 알게 된 선수 이름의 철자는 알아도 어떻게 읽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더군다나 서양에는 이민자 출신의 선수들도 많은데 이들의 이름은 모국의 방식으로 읽어야 하는지 새로 이민을 간 나라의 방식으로 읽어야 하는지 혼란스러울 따름이다. 자신의 이름에 대한 전통을 지키기 위해 그대로 이름 읽는 법을 고수하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새로 정착한 나라에 녹아들면서 사람들이 부르는대로 흘러가는 것을 좋아하는 선수가 있어서 어느 장단에 맞추어 춤을 추어야 할 지 모르겠다. 같은 나라에서 같은 스펠의 이름을 쓰면서도 사람마다 다르게 부르기도 혹은 다르게 부르라기도 하는 판이니 직접 선수 입에서 자신의 이름을 들어보지 않으면 어느 것이 맞는지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라는 것.

 

호주에 있을 때 옐레나 도키치(Jelena Dokic)의 경기를 종종 보았는데, 실제 그녀의 경기를 로드 레이버에서 보기도 있었다. 도키치가 무서운 아이로 세계 테니스계에 등장해 마르티나 힝기스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던 당시에는 유고슬라비아 국적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후 호주로 이민을 와서 호주 국적으로 경기에 참가하고 있었다. 어쨌든 유고 출신 선수로 뛰던 시절에는 이 소녀의 이름을 영어식으로 도킥이라 불러야 할 지 아니면 태생지인 유고 지역에서 불리는대로 도키치라고 불러야 할 지 모든 언론들이 고민을 하였던 적이 있다. 도키치 자신은 "도킥이라 부르든 도키치라 부르든 네 멋대로 하세요" 라고 했는데 우리나라 언론에서도 도킥이라고 기재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있다. 그런데 2009년 호주오픈에서 부활하며 '호주의 희망' 으로 떠올랐던 도키치는 도키치라고 불러달라고 했던 것 같다. 반대로 크로아티아 출신의 호주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버나드 토믹(Bernard tomic)은 호주에서 성장해서인지 "토믹" 이라는 영어식 발음을 선호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선수의 이름을 사정을 모르는 제삼자가 부르기는 쉽지가 않다.

외래어 표기법이 있다고는 하지만 사실 잘 모르겠고, 개인적으로 이름과 지명은 최대한 소리나는 것과 가깝게 쓰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여기서는 이 방식을 최대한 고수해볼까 하는데 외국 선수의 이름을 한글로 옮기다보면 발음 나는대로 옮기기가 쉽지만은 않다. 영국의 앤디 머레이의 경우 머레이가 아닌 머리가 더 비슷한 발음인데 그냥 앤디 머리라고 쓰면 병신 취급을 받게 될 지도 모른다. 미국의 앤디 로딕만 하더라도 앤디 롸딕이라고 버터를 잔뜩 발라서 표기하면 재수없는 녀석이 되고 말 것이다. 이미 벨기에 국적을 가지고 있지만 프랑스계인 사람인 쥐스틴 에넹 역시 에넹이 아닌 에나와 가깝게 발음을 하는 것은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에넹이 사람들이 자신을 영어식으로 불러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점이다. 호주오픈에서 에넹이 승리를 거두자 인터뷰를 하는데(아마 짐 쿠리어였던 것 같지만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다) "저스틴~" 하고 아주 영어식으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고 에넹 역시 아무런 거리낌 없이 자연스럽게 인터뷰에 응했다. 어쩌면 도키치가 했던 말처럼 "네 멋대로 부르세요. 대신 나를 기억하세요"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폴란드계 덴마크인 캐롤라인 워즈니아키(Caroline Wozniacki) 역시 덴마크인은 '카롤리네 보스니아키' 라고 발음을 하고 어떻게 보면 핏줄이 닿은 폴란드식으로 불러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은데 국제 무대에서 통용되는 발음은 영어식인 캐롤라인 워즈니아키다. WTA의 발음 가이드에도 보스니아키가 아닌 워즈니아키(woz-nee-AK-ee)라고 하는 것을 보면 이 경우도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테니스에서 영어가 대세이기에 굳이 자신의 이름을 원어로 불러달라기보다는 대세에 순응하는 것이 아니냐고 혼자서 지레짐작을 해본다. 우리나라의 언론에서도 한때 보즈니아키라고 하다가 워즈니아키로 쓰는 것도 이런 지침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관련링크 : http://ko.forvo.com/word/caroline_wozniacki/ (덴마크인의 워즈니아키 이름 발음)

스위스 국적의 로저 페더러(Roger Federer)의 경우도 난감한 케이스다. 스위스는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와 스위스 고유어인 래토-로만어까지 네 가지의 언어가 공식 언어인데 같은 이름을 놓고도 발음하는 법이 서로 다르단다. 그러나 페더러의 이름 로저는 남아공 출신의 어머니가 지어준 영어 이름이라고. 알면 알수록 복잡하다. 아~

관련링크 : http://ko.forvo.com/word/roger_federer/ (로저 페더러 이름의 독일식, 프랑스식 발음 비교)

재미있는 것은 역시 폴란드 출신으로 캐나다로 이민을 간 Aleksandra Wozniak 이라는 선수가 있는데, WTA 가이드에는 이 선수를 영어식이 아닌 폴란드식으로 보즈니악(VOZ-nee-ak)이라고 부르라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 미국에서는 영어식으로 워즈니악이라고 부른다는 것.

 


Predicto TV – Andy Roddick, Aleksandra Wozniak by Predicto_Mobile

 

ATP와 WTA에서 선수 이름 발음에 대한 가이드(Pronunciation Guide)를 발간한 적이 있다고 하는데 WTA의 가이드는 2011년 미디어 가이드에도 수록되어 있어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지만, ATP의 가이드는 떠돌았다는 말은 있는데 막상 구글링을 해봤는데 찾을 수가 없다. 그런데 이 가이드에 대한 평판도 좋지는 않으니 전부 믿을 것은 못 되는가보다.

 

위의 동영상은 각 나라 사람들이 자국 선수들의 이름을 읽어주는 것인데, 여기에도 발음이 틀렸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해당 언어를 모르니 어느 것이 잘못되었는지 쉽게 구할 수 있는 자료로는 가장 현실적인 것이 아닌가 싶다.

테니스 선수는 아니지만 성룡(成龍)의 경우를 보면 중국어 발음대로 하면 '청룽' 이라고 한다. 그런데 성룡이 우리나라에 오면 '안녕하세요. 성룡입니다.' 라면서 자신의 이름을 한국식으로 말을 한다. 자신의 나라에서 불리는 발음을 고집하지 않고 그 나라의 문화와 습성에 맞게 알아서 배려하는 모습이다. 성룡이라 부르든 청룽이라 부르든 크게 개의치 않듯이 테니스 선수들도 자신의 이름에 대해서 어떻게 부르든 개의치 않는다면 그냥 부르고 그렇게 읽어도 큰 지장이 없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앞으로는 어지간하면 그나마 확실한 물증이 있는 WTA의 가이드에 따라서 선수의 이름을 표기하려고 한다. 언젠가는 에넹 대신 에나라고 쓰게 될지도 모른다. ㅋ

남자부 톱시드의 라파엘 나달(스페인)이 2라운드 경기를 치르고 있는 지금은 다소 늦은 소식일 수 있지만 간략하게 주요 선수 위주로 윔블던 20일과 21일에 열렸던 1라운드 경기 결과를 전하려고 한다. 시드 배정 선수들이 탈락하는 등의 작은 이변은 있지만 우승 후보들은 모두 쉽게 1라운드에서 승리를 거두며 우승을 향해 한 발 앞으로 나아갔다.

대회 첫째 날 (20일)

라파엘 나달의 서브 ⓒ AELTC / T. Hindley

라파엘 나달은 1라운드에서 미국의 마이클 러셀을 세트 스코어 3:0(6-4 6-2 6-2)으로 가볍게 이기고 2라운드에 진출했다. 러셀은 33세의 노장으로 2007년 세계랭킹 60위에 올랐던 것이 최고일만큼 나달과는 급이 다른 선수. 나달의 첫 번째 서브 성공률은 67%에 그쳤지만 최고 시속 187km(116mph)까지 나온 서브를 앞세워 첫 번째 서브에서 77%의 포인트를 따내며 경기를 압도했다. 스트로크의 정확도를 보여주는 위너의 수에서 35:14로 압도한 것도 나달이 자기 경기를 확실히 했음을 보여준다.

앤디 머레이의 스트로크 ⓒ AELTC / M. Hangst

앤디 머레이(영국)는 스페인의 다니엘 히메노 트라베르에게 1세트를 먼저 내주었으나 경기를 뒤집으며 3:1(4-6 6-3 6-0 6-0)으로 이겼다. 머레이의 첫 번째 서브 성공률은 70%, 최고 속도는 시속 209km(130mph)를 기록했으며 위너의 숫자도 45:24로 우세했다. 첫 번째 서브에서 90%에 달하는 득점을 올린 것과 88%의 성공률을 기록한 어프로치가 승리의 원동력이었다.

나머지 톱 10 랭커를 보면 토마스 베르디흐(체코), 가엘 몽피스(프랑스), 마디 피쉬(미국)이 모두 3:0으로 승리하며 2회전에 진출했다. 왕년의 세계랭킹 1위 토미 하스(독일)는 룩셈부르크의 질레서 뮐러에게 1:3으로 패하며 1회전에서 탈락했다. 30번 시드를 배정받았던 브라질의 토마스 벨루치를 제외한 시드 배정 선수는 모두 2회전에 진출했다.

빠른 발을 가진 프란세스카 스키아보네 ⓒ AELTC / M. Hangst

여자부에서는 6번 시드의 프란세스카 스키아보네(이탈리아)가 왕년에 마르티나 힝기스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던 옐레나 도키치(호주)를 2:1(6-4 1-6 6-3)로 이겼다. 스키아보네는 프랑스오픈에서 우승했던 그랜드 슬램 경력이 있어서일까 작년 준우승자이자 세계랭킹 2위인 베라 즈보나레바(러시아)를 No. 1 코트로 밀어내고 센터 코트에서 경기하는 행운을 누렸다. 즈보나레바도 미국의 앨리슨 리스키를 2:1(6-0 3-6 6-3)로 이기고 2라운드에 진출했다. 오래간만에 컴백한 비너스 윌리엄스와 러시아의 스베틀라나 쿠즈네초바, 그리고 일본의 노장 키미코 다테-크룸도 2라운드에 합류했다. 비너스와 다테-크룸은 2라운드에서 맞붙을 예정이다. 의외로 시드 배정자들이 탈락한 경우가 많은 것이 이 날의 특징.

대회 둘째 날 (21일)

벌처럼 날아오르는 로저 페더러 ⓒ AELTC / N. Tingle

남녀 모두 첫째 날보다는 볼거리가 더 많은 둘째 날이었다. 샘프라스의 7회 우승에 도전하는 '황제' 로저 페더러(스위스)는 카자흐스탄의 미하일 카카시킨을 3:0(7-6 6-4 6-2)으로 가볍게 이기며 2라운드에 진출했다. 페더러의 첫 번째 서브 성공률은 71%, 첫 서브 후 득점 성공률은 89%였고 서브의 최고 속도는 시속 205km(127mph)였다. 53-16으로 압도한 위너의 숫자에서 보이듯이 모처럼 정확한 스트로크가 빛을 발한 경기였다.

승자의 환호 노박 조코비치 ⓒ AELTC / N. Tingle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는 프랑스의 제레미 샤디를 3:0(6-4 6-1 6-1)로 가볍게 제압하며 강력한 포스를 보여주었다. 샤디는 최고 시속 217km(135mph)의 강력한 서브를 가지고 있음에도 첫 번째 서브가 59%밖에 되지 않았고, 첫 서브의 득점도 68%에 그쳤다. 광서버 앤디 로딕(미국)도 최고 시속 228km(142mph)의 광속 서브를 앞세워 독일의 안드레아스 벡을 3:0(6-4 7-6 6-3)으로 누르며 2라운드에 합류했다. 로딕은 첫 번째 서브의 평균 속도가 시속 200km(124mph)로 어지간한 선수들의 최고 속도에 맞먹는 무시무시함을 보여주었다.

톱10 선수로는 5번 시드의 로빈 소더링(스웨덴)과 7번 시드의 다비드 페레르(스페인)가 2라운드에 진출했고, 스페인의 페르난도 베르다스코와 2009년 US오픈 우승자 후안 마르틴 델 포트로(아르헨티나), 무하마드 알리의 재림 조-윌프레드 송가(프랑스), 왕년의 강자 호주의 레이튼 휴이트 등도 합류했다. 지난 대회에서 사상 초유의 11시간 5분(5세트만 8시간 11분)짜리 2박 3일 매치를 벌였던 존 아이스너(미국)와 니콜라스 마후트(프랑스)는 다시 1라운드에서 맞붙었는데 이번에는 아이스너가 3:0(7-6 6-2 7-6)으로 승리했다. 아이스너가 이기기는 했지만 두 세트에서 타이브레이크까지 가는 접전이 벌어졌다고.

이것이 샤라포바 스타일! 마리아 샤라포바 ⓒ AELTC / N. Tingle

여자 경기에서는 마리아 샤라포바(러시아)가 같은 나라의 안나 차크베다체를 2:0(6-2 6-1)으로 가볍게 제압하며 산뜻한 출발을 하였다. 프랑스오픈 이후 여러 이유로 경기에 불참하다가 윔블던에 참가한 샤라포바는 경기 내용이 좋지는 않았지만 상대의 부진 덕분에 쉬운 승리를 거두었다. 한 때 톱10에 들었던 차크베다체는 첫 번째 서브 성공률이 58%에 불과하고, 첫 서브에서 54%밖에 되지 않는 득점을 기록하는 등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무릎을 꿇었다. 샤라포바의 서브 최고 속도는 시속 173km(108mph)에 불과했다.

울고 있는 서리나 윌리엄스 ⓒ AELTC / N. Tingle

작년 우승자 서리나 윌리엄스(미국)는 프랑스의 아라바네 레자이를 2:1(6-3 3-6 6-1)로 다소 힘겹게 이기고 2라운드에 진출했다. 남자 못지 않은 강서버답게 시속 188km(117mph)의 강력한 서브를 보여주었으나 서브의 정확도는 61%로 좋지는 않았다. 경기가 끝나고 윔블던에서 다시 1승만이라도 더 하고 싶었다면서 오래간만에 코트에 돌아온 소감을 밝히며 울음을 터뜨렸다고.

워즈니아키의 서브 ⓒ AELTC / N. Tingle

전직 우승자들에게 센터 코트를 빼앗기고 No.1 코트에서 경기를 치른 세계랭킹 1위 캐롤라인 워즈니아키(덴마크)와 프랑스오픈 우승자 중국의 리나, 워낙 쟁쟁한 선수들에 가려진 세계랭킹 4위 빅토리아 아자렌카(벨라루스)는 2:0으로 가볍게 2라운드에 합류했다. 이 밖에 이름이 꽤 알려진 선수로는 아나 이바노비치(세르비아), 다니엘라 한투코바(슬로바키아), 마리아 키릴렌코(러시아) 등이 2라운드에 합류했다. 호주의 희망인 세계랭킹 10위 사만다 스토서와 전 세계랭킹 1위인 세르비아의 옐레나 얀코비치는 패하며 짐을 싸게 되었다. 일본의 새로운 희망이자 아시아 랭킹 3위인 모리타 아유미는 첫 세트를 이기고도 두 세트를 연거푸 내주며 역시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첫 날부터 비가 내리며 꼬이기 시작한 경기 일정은 둘째 날에 1라운드 경기를 모두 마치지 못함에 따라 일부 선수들은 셋째 날에 1라운드 경기를 치르게 되었다. 센터 코트에는 지붕을 씌워 우천에도 경기를 할 수 있게 하였다지만 나머지 코트에서는 비가 내리면 경기를 할 수 없어 참 혼란스럽다.

지금 이 순간 나달이 벌써 2:0으로 앞선 가운데 3세트를 끝내려 하고, 머레이가 두 세트를 따내려 하고 있다. 경기 결과를 쓰느라고 두 시간이나 걸리다니.. 흑 ㅠ.ㅠ

이번에 등장하는 공주님은 덴마크 출신의 현재 세계랭킹 1위 캐롤라인 워즈니아키다. 아직 메이저대회 우승이 없고 테니스 이외의 활동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아서 인지도가 높지 않고 화려한 공격을 자랑하는 것도 아니지만 작년을 기점으로 조금씩 테니스에 눈을 떠가는 모습이 보이는 현재보다는 미래가 더 기대되는 선수다.

 

<프로필>

이름 : 캐롤라인 워즈니아키 (Caroline Wozniacki)
국적 : 덴마크
출생지 : 덴마크 오덴세
생년월일: 1990년 7월 11일 (20세)
거주지 : 모나코 몬테카를로
신장 : 5피트 11⁄2인치 (177cm)
체중 : 128파운드 (58 kg)
경기 : 오른손 (투핸드 백핸드 스트로크)
프로데뷔 : 2005년 7월
세계랭킹 : 1위 (2011.6 현재)
총우승 : WTA 17회 2011(5), 2010(6), 2009(3), 2008(3), ITF 1회 (2011. 6. 16 현재)
메이저대회 : 2011 호주오픈 4강, 2010 프랑스오픈 8강, 2009, 2010 윔블던 4라운드, 2009 US오픈 준우승
의류/라켓 : 아디다스, 요넥스
공식홈페이지 : http://www.carolinewozniacki.dk


슈테피 그라프와 마르티나 힝기스를 동경했다는 덴마크 소녀는 작년부터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메이저대회 타이틀을 갖지 않은 채 세계랭킹 1위에 오른 것은 다섯 번째. 워즈니아키에 앞서 디나라 사피나(러시아)가 오랜 기간 세계랭킹 1위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끝내 메이저대회 우승을 차지하지 못하면서 비난에 가까운 비판을 받다가 추락해버린 전례가 있으니 워즈니아키 역시 올 시즌 그랜드슬램 우승으로 진정한 세계랭킹 1위로서의 면모를 보일 필요가 있다.

캐롤라인 워즈니아키는 폴란드 출신의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전직 프로 축구선수였고, 어머니는 폴란드 배구 대표선수였다고 한다. 아버지인 피토르가 덴마크에서 프로 생활을 하면서 가정이 전부 덴마크로 이주하면서 캐롤라인은 덴마크 국적을 지니게 되었다. 아버지는 캐롤라인의 코치를 맡고 있고, 오빠 파트리크는 덴마크에서 축구 선수로 활동 중이다. 가장 친한 친구는 복식 파트너이기도 한 덴마크 선수 말루 아이에스고르라고 하는데 그녀와 함께 2012년 런던 올림픽 출전권을 얻기 위해 노력 중이라니 복식에서도 워즈니아키의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을 듯하다. 테니스 외의 즐기는 스포츠로는 핸드볼, 축구, 수영이 있고 피아노 치는 것도 즐긴다고. 워즈니아키는 작년 12월 터키 항공과 3년간 비즈니스석 이용 스폰서 계약을 맺었고, 프리미어리그 리버풀의 서포터로 스티븐 제라드의 사인을 받은 리버풀 저지를 입고 카타르 오픈에서 코트에 등장한 적이 있다.

 

프로 데뷔

워즈니아키는 15세 이후에 프로에 데뷔하였다. 일반적으로 어려서부터 재능이 뛰어난 선수들이 WTA 연령 제한인 14세가 되는 해에 프로 데뷔를 하는 것에 비해서는 다소 늦은 데뷔였다. 프로에서의 성적이 좋지도 않아서 주니어 대회를 병행해서 메이저대회에는 주니어 경기에 참가하기도 했다.

2008년에서야 드디어 프로 무대에서 조금씩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하는데 처음 참가한 호주오픈에서 지셀라 둘코(이탈리아)와 21번 시드 알로나 본다렌코(우크라이나)를 누르고 4라운드에 진출하였다. 그러나 16강의 상대는 이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하게 되는 아나 이바노비치(세르비아)였고, 아쉽게 메이저대회 최고 성적을 기록한 것에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계속되는 선전에 프랑스오픈에서는 비록 30번이지만 처음으로 시드를 배정받고 출전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 대회 우승자인 이바노비치를 다시 만나 3라운드에서 탈락했고, 윔블던에서는 또다른 세르비아의 강자 엘레나 얀코비치에게 3라운드에서 패했다.

메이저대회에서는 고배를 계속 마셨지만 마침내 스웨덴의 스톡홀름에서 열린 노르딕 라이트 오픈에서 WTA 첫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 한 세트도 빼앗기지 않고 완벽한 승리를 거듭했는데, 세계랭킹 10위의 아그네스카 라드반스카(폴란드)를 꺾으며 처음으로 톱10 선수를 이겼다. 여름에는 베이징 올림픽 단식에 출전하여 세계랭킹 12위의 다니엘라 한투코바(슬로바키아)를 2라운드에서 꺾었지만, 금메달을 따게 되는 엘레나 데멘티에바(러시아)에게 패해서 탈락했다. 뉴 헤이븐에서 열린 파일럿 펜 테니스에서 결승에서 11위 안나 차크베다체(러시아) 등 네 명의 시드를 배정받은 선수들을 이기며 두 번째 WTA 투어 우승을 차지하였다. US오픈에 21번 시드를 받아 참가했지만 4라운드에서 엘레나 얀코비치에게 패하면서 큰 대회에 약한 모습을 다시 드러냈다. 차이나오픈에서는 단식은 아나벨 메디나 가리게스(스페인)에게 져서 첫 경기에서 탈락하였지만 그녀와 팀을 이루어 출전한 복식에서 WTA 첫 복식 우승을 차지했고, AIG 일본 오픈에서 세 번째 우승을 차지한다. 세계랭킹 12위로 시즌을 마감하게 되면서 2008년 WTA 올해의 신인상을 차지한다.

 

톱 10 진입과 첫 메이저대회 결승 진출의 2009 시즌

2009년 시작과 함께 호주오픈의 전초전인 오클랜드의 ASB클래식과 시드니의 메디뱅크 인터내셔널에서부터 부진하더니 11번 시드를 받고 출전한 호주오픈에서도 호주의 옐레나 도키치에게 3라운드에서 패배하였다. 2월에 열린 멤피스 셀룰러 사우스컵에서는 빅토리아 아자렌카(벨라루스)에게 져서 준우승에 그쳤으나 아자렌카와 팀을 이뤄 출전한 복식에서 우승을 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시즌 첫 우승은 클레이 시즌이 개막한 4월이 되어서야 플로리다의 폰타 베라 비치에서 열린 MPS 그룹 챔피언쉽에서 캐나다의 알렉산드라 워즈니악을 누르며 차지하였고, 이어 참가한 조금 더 큰 대회인 패밀리 서클 컵에서는 사빈 리시키(독일)에게 패하였지만 결승에 진출하는 등 상승세를 타는 듯했다. 그러나 슈투트가르트와 로마에서 연달아 초반에 탈락하다가 마드리드 오픈에서 결승에 오르는 등 다소 기복이 있었다. 클레이 시즌의 대미를 장식하는 프랑스오픈에서는 10번 시드를 받고 참가하였으나 역시 3라운드에서 동갑내기인 소라나 키르스테아(루마니아)에게 져 탈락하였고, 복식에서도 키르스테아와 팀을 이뤄 참가했지만 1라운드에서 탈락하며 더 형편없는 성적을 기록했다. 잔디 시즌이 시작되자 윔블던의 전초전인 애곤 인터내셔널에서 시즌 두 번째 우승을 차지하며 윔블던의 전망을 밝게 하였으나 4라운드에서 다시 사빈 리시키에 패하며 메이저대회 울렁증을 보여주었다.

 

2009 MPS 챔피언쉽


19세 생일에 맞이한 스웨덴 오픈 결승에서 패하고 만 워즈니아키는 기회의 땅 미국에서 열린 파일럿 펜 테니스에서 세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이어 열린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US오픈에서 결승까지 승승장구하지만 2년 여만에 코트에 복귀한 킴 클리스터스(미국)에게 패하며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연말 스타들이 참석하여 자웅을 가르는 소니에릭슨 챔피언쉽에서는 준결승에 진출하였지만 세레나 윌리엄스와 대전 중 복통과 허벅지 부상으로 기권하면서 시즌을 마감했다. 비록 3개 대회밖에 우승하지 못했지만 기존의 강자들이 모두 미끄러지면서 연말 세계랭킹은 여덟 계단 상승한 4위를 기록한다.

 

계속되는 그랜드슬램 울렁증과 세계랭킹 1위 등극의 2010 시즌

2010 시즌 역시 출발이 좋지 않았다. 첫 대회였던 시드니 메디뱅크 인터내셔널에 이어 호주오픈에서 연달아 리나(중국)에게 발목을 잡히며 조기 탈락을 맛보았다. 그러나 대회를 치를 때마다 전년도의 점수를 대신하여 새로운 점수를 합산하는 포인트 산정 방식 덕분에 오히려 세계랭킹은 3위로 한 계단 뛰어 오른다. 2번 시드를 받고 참가한 인디안 웰스에서는 엘레나 얀코비치(세르비아)에 패하여 준우승에 머물지만 랭킹은 2위로 뛰어 오른다. 폰테 베라 비치 대회에서 시즌 첫 우승을 차지하면서 상승세를 탔지만, 패밀리 서클 컵 준결승에서 베라 즈보나레바를 상대하다가 발목에 부상을 입었다. 이 부상 이후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프랑스오픈에서 3번 시드를 받고 출전해 생애 최초로 8강에 진출하는데 이 대회 우승자인 이탈리아의 프란세스카 스키아보네에게 패하며 탈락했다. 다니엘라 한투코바(슬로바키아)와 짝을 이룬 복식에서는 2라운드에서 괴물 자매 윌리엄스 시스터즈와 맞붙지만 한투코바의 어깨 부상으로 기권패하였다.

  

2010 윔블던


윔블던에서도 역시 3번 시드를 받고 출전하지만 4라운드에서 탈락하며 메이저대회만 가면 약해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자신의 인기 덕분에 모국인 덴마크에서 처음 개최된 WTA투어인 e-Boks 덴마크 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홈 팬들을 기쁘게 하였다. 신시내티에서 열린 W&S 파이낸셜 그룹 오픈에서는 3라운드에서 탈락했지만, 로저스 컵에서 스베틀라나 쿠즈네초바(러시아)와의 준결승 경기가 폭우로 이틀이나 밀리며 준결승과 결승을 하루에 해야 했음에도 세 번째 단식 우승을 차지하였다. 이어 참가한 파일럿 펜 테니스에서도 우승을 차지하며 US오픈의 전망을 밝게 하였다. 세계랭킹 1위인 세레나 윌리엄스의 불참으로 톱 시드를 받게 된 워즈니아키는 준결승까지 순항하지만 즈보나레바에게 패하며 탈락했다. 그럼에도 비너스 윌리엄스와 함께 2010년에 열린 4개의 메이저 대회에서 최소한 4라운드(32강)까지 가는 유이한 선수가 된다.

 

US오픈에서 마리아 샤라포바를 이기고 환호하는 워즈니아키

 
워즈니아키에게 기회의 땅은 아시아였다. WTA 프리미어 5 대회인 토레이 팬 퍼시픽 오픈과 의무적인 프리미어 대회인 차이나 오픈에서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이후 세레나 윌리엄스를 밀어내고 세계랭킹 1위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지만, 그랜드슬램을 차지하지 못하였다는 꼬리표가 늘 붙어다니게 된다. 연말에 열리는 소니 에릭슨 챔피언쉽에서는 데멘티에바, 스키오바네와 즈보나레바를 누르고 결승에 진출하였지만 킴 클리스터스에게 패하며 준우승에 머물렀다. 그러나 이 대회의 성적은 연말 세계랭킹 1위를 지키는데 충분했다.

 

세계랭킹 1위에 오른 워즈니아키

 

2011년, 메이저대회 우승을 할 수 있을까?

타일랜드와 홍콩에서 비공식 경기에 참가하며 시즌을 시작하다가 시드니의 메디뱅크 인터내셔널에서 시즌 첫 공식 대회에 나서지만 2라운드에서 도미니카 시불코바에게 패하며 체면을 구겼다. 워즈니아키는 세계랭킹 1위로 참가하는 첫 메이저 대회인 호주오픈에서 3라운드에서는 시드니에서 패배를 안겨주었던 시불코바에게 복수를 하는 등 4강까지 순항을 했다. 그러나 4강에서 2011년 최고의 이변을 일으키고 있는 선수이자 지난 해에도 호주오픈에서 패배를 안겨주었던 중국의 리나에게 다시 패하고 만다. 5-4로 앞서던 2세트를 5-7로 역전당한 것이 더욱 아쉬웠다. 세계랭킹 2위였던 클리스터스가 이 대회 우승을 차지하면서 워즈니아키는 다시 2위로 랭킹이 한 단계 떨어졌지만 두바이 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다시 1위로 복귀했다. 대회마다 부침이 있기는 했지만, 필수적으로 참가해야 하는 프리미어 대회인 인디안 웰스와 패밀리 서클 컵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타이틀 개수를 늘렸고, 브뤼셀 오픈에서는 첫 클레이코트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기대를 모았던 프랑스오픈에서 3라운드에서 한투코바에 패하면서 일찍 짐을 싸야 했다. 고국인 덴마크로 돌아가 e-Boks 소니 에릭슨 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시즌 다섯 번째 우승을 차지하였지만, 곧 개막하는 윔블던에서 생애 첫 메이저대회 우승을 차지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호주오픈에 참가하기 전 멜번에서 크리켓을 배우는 워즈니아키

 

테니스 스타일

워즈니아키는 베이스라인에서 다재다능한 능력과 코트 전반에서 능숙한 기술을 보여주는 선수다. 한때 추세가 힘 테니스였지만 워즈니아키는 공격적이라기보다는 수비적인 스타일로 안정적인 게임운영을 한다. 빠른 움직임에 풋워크가 안정적이고, 포어핸드와 백핸드 스트로크는 꾸준한 정확도를 자랑한다. 포어핸드의 높은 정확도는 여자 선수들 중에서 포어핸드의 위치와 다양한 스핀과 높이로 상대를 괴롭히는 스트로크를 구사하는데 종종 백핸드는 수비에서 역습으로 전환하는 주무기가 되기도 한다. 전술적으로 영리하다는 평가도 있는데, 이러한 점이 그녀를 세계랭킹 1위로 끌어올린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다재다능하다는 말이나 특별한 단점은 없다는 말은 특별히 잘 하는 것이 없다는 말의 다른 표현일 수도 있다. 진정한 테니스 여왕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그랜드슬램 우승은 물론 연말 챔피언쉽 등 비중있는 대회에서 성적을 내는 것이 필요하다.

서브 스피드는 대략 첫 번째 서브가 시속 172~178km 정도에서 형성되었는데, 프랑스오픈에서 최고 시속 190km(118mph)를 기록하는 등 스피드가 향상되고 있다고 한다. 워즈니아키는 메이저대회에서 우승을 위해서 서브 외에도 보다 강력한 공격 무기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으며, 작년부터 발목 부상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경기력에 변수가 될 수도 있다.

 

마드리드에서 아나 이바노비치와 함께 MTV 인터뷰를 하는 중 ⓒ Caroline Wozniacki Official Website

 

라파엘 나달, 아나 이바노비치와 함께 마드리드에서 연습경기 ⓒ Caroline Wozniacki Official Website

 

통산 14번째 우승 타이틀을 차지한 인디안 웰스 대회

 

2010 윔블던에서 팬에게 사인을 해주는 워즈니아키

(사진 : 캐롤라인 워즈니아키 공식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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