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라마

나고야 복귀

2017. 3. 9. 01:53

호텔에 짐을 찾으러 갔는데 호텔 앞으로 배달시킨 물건 하나가 도착하지 않았다. 2월 초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해서 그 시점에 맞춰서 오기는 했는데 재수가 없어서인지 도착이 늦어지는 모양이었다. 대개 호텔 측에서 한 달 정도는 짐을 보관해주기에 조만간 다시 올 예정인데 묵을 날짜를 정하면 인터넷으로 예약 후에 확인 전화를 하면 어떻겠냐고 물어보았다. 같은 체인 호텔에 여러 차례 묵은 덕분인지, 능수능란하지는 않더라도 일본어로 대화가 되어서인지 한 달 안에 다시 올 일정이 정해지면 알려달라면서 순순히 승낙을 해서 마음 편히 나올 수 있었다. 조만간 이 곳에 다시 와야 한다는 것이 시간과 비용 모든 면에서 부담스럽지만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시기적으로 설날이라는 명절이 다가오고 있어서 교토에서 더 체류하기도 곤란한지라, 화장실에 들어가 X을 싸고 뒤를 안 닦고 바지를 올린 것 같은 느낌이었지만 우선 나고야로 가기로 했다. 모든 것이 한 번에 끝났으면 좋았을텐데..

서둘러 오기는 했지만, 시간을 보니 바로 열차를 타고 가기는 어려울 듯했다. 어차피 나고야까지 가는 열차를 타려면 야마토야기에서 환승을 해야하고, 야기에서 나고야까지 가는 특급열차는 한 시간에 한 대 뿐이라서. 오사카에서 출발하는 것이었다면 어반라이너의 시간에 맞추어 움직였겠지만..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하지 않던가.

예상대로 설렁설렁 걸어가다보니 야기에 정차하는 나고야행 특급열차 출발시각에 거의 맞추어 도착은 했는데, 밥이라도 먹고 가야할 것 같아서 한 시간 뒤의 열차 지정석을 예약하고, 남는 시간 동안 교토역 하치죠구치 방면의 식당가에서 밥 먹을 곳을 찾았다. 면이나 빵과 같은 밀가루 음식을 좋아하지만, 밀가루 음식을 많이 먹으면 위에 부담이 가는 편이라 조절을 하기도 하지만, 일본의 밥맛이 좋아서인지 밥을 주로 먹게 된다. 어디에 갈까 잠시 고민을 하다가 밥을 먹고 싶어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쿠라마라는 역 식당가에 있는 가게에 들어갔다. 추운 날에 가끔 따끈한 국물이 있는 우동이나 소바를 먹기도 하지만..

코시히카리(한국에서는 고시히카리라고 불리고, 일본어 한글표기법으로도 고시히카리라고 하지만 실제 발음에 가깝게 쓸란다)의 품종이 좋은 것도 있지만, 질보다 양을 따지는 한국에서는 화학비료를 많이 사용하여 밥맛이 떨어진다는 것이 큰 이유라고 한다. 지금도 그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품종별로 분류하여 도정을 하는 것도 아니고 섞이는 경우가 태반이라 우수한 품종의 쌀의 맛이 유지되지 않는다는 것을 신문에서 본 기억이 있다. 한국의 벼 품종 개발 수준은 일본과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 오히려 식미 평가에서 앞서기도 한다는데 제대로 관리를 못하는 것이 큰 문제라고 한다. 쌀이 아니더라도 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보면 주먹구구식인 것도 많고 사람들의 지갑을 열게 하는 기술은 일본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카이센오히츠젠(海鮮おひつ善)을 시켰다.

반찬에 닭고기도 있다.


일본이니까 해산물이 올라간 덮밥을 먹어야지.


음식은 남기지 않는 것이 예의라 하지 않던가.

열차 출발 시각까지는 시간이 조금 남아서 수퍼마켓에 가서 열차 안과 저녁에 먹을 것을 조금 산 뒤, 개찰구 안으로 들어가 사람이 많지 않은 곳으로 가서 시간을 보냈다. 조금 오래 걸어다녔다고 피곤하고, 배가 부르니 잠이 슬슬 오는데 이번에는 열차를 놓치지 않겠다고 정신을 다잡는다.


이세시마라이너

이 열차도 탈 수는 있지만, 이것을 타면 중간에 내려서 한 번 더 갈아타야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니까.. 이 때만 해도 킨테츠 레일패스에 특급권 3매가 포함되어 있어서 장거리 이동시 부담이 적었는데, 이제는 특급권을 따로 구입하게 되어서 제 값을 주고 타기는 조금 아까운 기분이 든다. 4년 전에 우지야마다에서 카시코지마까지 특급권을 사서 특급열차를 타고 다녀온 적이 있기는 하지만..


토요일 저녁 시간이라 그런지 평소 같으면 퇴근하는 회사원들로 북적일 열차에 빈 자리가 많았다. 어쩌다 한 번씩 타게 되는 관광객들보다는 업무나 통근 목적으로 열차를 정기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철도회사로서는 중요한 고객임은 분명하다. 어차피 빈자리에 한 명 더 싣고 가는 가난한 외국인 여행자는 일종의 부가 수입일 터이고.


킨테츠의 좌석은 좌석 번호가 큼지막하게 적혀 있어서 좋다. 표준궤 열차라서 승차감도 나쁘지 않고..


야마토야기에서 환승시간이 단 2분(야기역 도착 후 다음 열차가 출발하기까지)이어서, 내리는 것부터 서둘러 움직여 열차에 올라탔다. 같은 플랫폼에서 환승이 아니고, 아래층으로 내려가야 해서 짐을 가지고 있다면 꽤 부담스러운 시간이다. 역의 직원들도 이 시간이 굉장히 촉박하다는 것을 알아서 출발 전에 갈아타러 오는 사람이 있는지 여러차례 확인을 하기는 하지만, 적당히 자리잡고 열차의 아무 칸에 올라탄 후에 지정 좌석으로 움직이는 것이 좋다. 나고야에서 이미 열차를 한 번 놓쳤는데 또 놓쳐서 다음 열차를 타고 가게 되면 언제 자리 주인이 나타날 지도 모르고, 놓치지 않고 제대로 타더라도 나고야 도착 시간이 거의 밤 10시라서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예정대로라면 야기에서 나고야까지는 1시간 47분이 걸리는데, 몸은 피곤한데 잠은 쉽게 들지 않는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한 잔 마신 맥주가 오히려 잠을 방해하는 것인지도..



일본에서 가장 이름이 짧은 역이자 미에현의 현청소재지이지만 행정 중심의 도시이고 츠보다는 욧카이치(四日市)가 조금 더 상업적으로 번화한 도시이다. 약 석 달 전에 츠에서 하루 묵었던 적이 있는데 그냥 잠만 자고 다시 오사카로 돌아갔던 적이 있다. 어반라이너가 정차하는 도시라 기대를 했건만 그냥 행정도시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급실망했다는..

이번에 예약한 호텔은 지하철 사카에역과는 조금 거리가 있고, 그 다음 역인 신사카에마치역이 가장 가까운 역인데 어느 출구로 나와서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를 제대로 확인을 안 해서 지하철역을 나와서 조금 헤매다가 호텔 간판이 멀리서 보여서 겨우 찾아서 갔다. 원래 저녁 8시 도착 예정으로 예약을 했는데, 그 시간에는 도착하지 못할 것 같아 10시 30분 도착으로 미리 변경을 해두었는데 그 시간에 딱 도착했다. 9년 전에 처음 나고야에 갔을 때는 가진 돈이 꽤 되었고, 3년 전 역시 저렴하게 비행기표를 구입해서 가서 나고야역 근처에서 숙박을 했는데, 사카에는 오래간만에 간 것 같다. 어차피 술집이나 유흥업소는 안 가니까 별 의미는 없겠지만.. 사카에에서 원정 성매매를 하던 한국 여성들이 강제로 추방당했다는 소문도 있었는데 그런 쪽에 별 관심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저녁을 먹고 난 뒤 사 온 구운 장어 초밥을 야식으로 먹고 잤다.

늦게 도착하면 배가 고플 것 같아서 하나 사들고 왔는데 300~400엔 정도였을 것 같다. 대개 영수증을 모아두는데 어디선가 잃어버렸는지 보이지 않아서 기억이 안 난다. 씻고 침대에 누워서 텔레비전을 보다가 졸려서 잤다. 이렇게 사흘째가 지나갔다.


저녁을 먹었던 쿠루마의 지도. 교토역 하치죠구치방면의 식당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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