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시로습원


적막한 분위기 속에서 버스는 계속 달리고 있고, 가이드 아주머니는 중간에 야생 동물들이 나타날 때 뭐가 나타났다고 알려주시기도 하고, 그제서야 그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면 이미 지나가버리고.. 홋카이도에서 다른 곳에 갈 만한 곳이 어디가 좋을까 물어보기도 하다가 그러다 아주머니의 말이 끝나면 순간 적막이 이어지는 것이 반복되고 있었다.


구름이 잔뜩 끼었다가 어느새 맑아지기도 하고, 그러다 다시 구름이 몰려오고 날씨가 아주 요란하다. 비가 내리지 않고, 많이 덥지 않을 뿐이지 태양이 구름 속에서 나와 모습을 드러낼 때는 매우 덥다.


옥수수밭

홋카이도는 일본의 곡창지대라서 주식인 쌀은 물론 온갖 곡식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곳이다. 일 년의 절반이 겨울 또는 겨울에 가까운 날씨지만, 섬나라라서 그런지 위도가 같은 한국의 도시보다는 훨씬 따뜻하다. 


아아~ 이 빈 자리들을 어찌할꼬!

승객이 단 한 명이라니..


가다가 세이코마트가 있으니, 여기서 점심을 먹는 것이 어떻겠냐고 하는데 딱히 한 것도 없고 별로 힘을 쓸 일도 없었기에 입맛이 당기지 않는데, 계속 버스를 타고 와서 도시락을 사 먹고 싶은 생각은 없고...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먹자니, 돈이 없어서 굶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싶어서 세코마[각주:1]의 홋카이도 우유 모나카나 먹기로. 홋카이도에서 아이스크림을 안 먹으면 섭섭하지..


삿포로 클래식 '여름의 상쾌' 와 삿포로 라거 비어


일본의 주류업체들에서는 여러가지 한정발매라 하여 이름 조금 바꾸거나 포장을 바꿔서 나오는 맥주가 많은데 삿포로맥주 역시 상품을 많이 내놓는다.[각주:2] 홋카이도 한정이라는 삿포로 클래식이라든가, 철마다 캔의 포장을 조금 바꾸어 '한정판' 을 자꾸 만들어낸다. 그렇게라도 팔아야 속이 시원하냐..

 

황새가 있는데.. 달리는 버스 안이라 사진이 이 따위로 나온다.

 

언제 비가 내려도 이상하지 않을 날씨인데 우산이 없으니 정지훈 씨는 나중에 뵙기로 합시다.

 

버스에서 내리면 비가 내리지 않을까 싶은 분위기


젖소다..

졌소 아니죠.



저 소들이 홋카이도 우유를 만들어내는 녀석들인가 보다. 

 

비는 안 내리지만 날이 흐려서 언제 빗방울이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가이드 아주머니

ㅜㅜ


다른 승객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이 아주머니와 지금까지 일본에서 다녀왔던 곳에 대해 이야기하고, 어느 시기에 단풍이 시작된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왔는데, 제 돈 주고 버스에 탔음에도 뭔가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이 아주머니도 기본적인 어휘 이상의 어려운 단어가 나올 때 그런 생각이 들었을 터.


운전수 아저씨

공짜로 탄 것도 아니고 제 돈 내고 탄 버스였지만, 뭔가 미안한 느낌이라 아칸코로 돌아갈 때는 사람들이 많이 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로 위에 적힌 글자는 "사슴 주의"


이런 곳에 도로를 만드는 것도 꽤나 힘든 일이었을 것 같은데, 다니는 차량이 많지는 않다. 왕복 2차선으로도 충분하고도 남을 정도이니..


연못인가..

여기는 '시라루토로누마' 라는 연못이었던 것 같은데..


구름이 갈수록 짙어지는 것이 뭔가 불안하기는 한데..

 

제발 비는 내리지 말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어제 전망대에서 보았던 것이 이 근처였던가..

 

여기는 쿠시로습원인가요..


이제 토로역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 같다.




어제 전망대에서 보았을 때 습원 가운데에 있던 강이었나 호수였나 싶었던 물줄기가 이것이었던가..

  

트윙클버스 투어를 마치면서 가이드 아주머니와 버스 기사와 인사를 하고 버스에서 내려서 빠른 걸음으로 전망대 쪽으로 갔다. 버스 안에 있을 때는 날이 흐리더니, 버스에서 내려서 걸어갈 때는 햇빛이 강렬했다. '안 될 놈은 안 된다' 는 것을 다시 한 번 떠오르게 한다. 가이드 아주머니와 버스 기사는 토로역에서 출발하는 사람들을 기다렸다가 태워서 다시 카와유온천, 아칸코로 돌아갈 예정인데, 원래 예정된 도착 시각 보다 빨리 토로역에 와서 노롯코 열차 도착 시각까지는 시간이 남아 잠시 구경할 틈이 있을 듯했다.


사루보전망대라는 곳이 있는데..

전망대야 언제나 환영하는 장소이지만, 백팩을 메고 캐리어를 끌고 가려다가 몇 걸음 걷다 보니 이것은 무리인 듯 싶어서 포기했다. 가뜩이나 캐리어 10년 넘게 썼다고 바퀴가 파이고 손잡이는, 과적의 폐해로 살짝 휘어지고 난리가 났는데 평평하지 않은 곳으로 끌고 다니면 언제 망가져 버릴지 모르는 일이고, 날씨가 꽤 더워서 무리하고 싶지는 않았다. 변덕쟁이..


오늘은 그냥 얌전하게 구경만 하고, 다음에 오게 되면 그 때 보는 것으로. 물론 다음에 다시 올 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하늘이 파란, 맑은 날을 좋아하지만, 여름철에는 이렇게 구름이 낄 때가 반갑다. 한국에서도 대도시보다 농어촌 지역에서 태양이 더 강렬하듯이 이 곳도 마찬가지라, 피부가 순식간에 타서 벗겨지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는 사람으로서는 살짝 흐린 날씨가 좋을 때가 있다.

 

노롯코열차를 놓치면 하코다테에 가는 방법이 사라지므로[각주:3], 열차 시각에 늦지 않도록 서둘러 토로역으로 갔다.

 

쿠시로역에 갈 때도 노롯코열차를 탔는데, 네무로본선을 운행하는 열차가 자주 다니지 않아서 이 열차를 놓치면 귀국이 힘들어진다. 센모본선처럼 열차가 자주 다니지 않는 노선의 열차를 탈 때는 미리 열차 시각을 알아보고 움직이는 것이 좋다. 멋 모르고 역에 왔다가 열차가 몇 시간 후에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좌절할 가능성이 크다. 열차 출발 시각이 얼마 남지 않은 듯해서 역 안에 있는 키오스크에서 먹을 음식을 샀다. 이번 여행에서 식비로 가장 큰 돈을 쓴 것 같다.


드디어 쿠시로역에 도착했다.


그리고 삿포로행 수퍼 오조라 10호에 탔다. 삿포로가 목적지는 아니어서 중간에 미나미치토세역에 내려서 하코다테 행 수퍼 호쿠토로 환승을 해야 한다. 미나미치토세까지 대충 4시간 반, 미나미치토세에서 하코다테까지 대충 3시간 정도 걸린다 치면, 환승 시간까지 포함하면 8시간 정도 열차 안에 있게 되는 셈이다. 


홋카이도 모리쵸의 이카메시 아베상점에서 만들어 파는 원조 이카메시.

이름처럼 일본어로 오징어인 이카(イカ)와 밥을 뜻하는 메시(めし)가 합쳐진 오징어밥이다. 작년에 청춘18킷푸로 홋카이도에서 혼슈로 가는 도중에 모리역에서 이카메시를 구입하려고 했는데, 이미 다 팔렸다고 가게가 문을 닫아서 그냥 포기했었는데 여기서 구입하게 될 줄이야.. 다른 곳에서 만든 이카메시는 몇 번 먹어본 적이 있기는 한데... 원조의 맛은 어떤지 제가 한 번 먹어보겠습니다.


맛있게 먹고 잤다.

그런데 자고 일어났는데 아직 한 시간 넘게 남아 있더라는.. 미나미치토세역에서 내려서 하코다테로 가는 마지막 열차에 탔다. 호텔에는 23시 이후에 도착할 것이라고 미리 알려주었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니 열차를 기다리다가 전화를 해서 하코다테행 마지막 열차를 타고 가니 늦을 것이라 알려주고 열차에 탔다. 내일은 신칸센으로 토쿄로 가야 하니 무리하지 않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뜻대로 될 지...

허.. 허리가 아프다..


버스이동경로 : 카와유온센 - 쿳샤로코 - 토로역 

열차이동경로 : 토로역 - 쿠시로역 (쿠시로시츠겐 노롯코 4호), 쿠시로역 - 미나미치토세역 (특급 수퍼오조라 10호), 미나미치토세역 - 하코다테 (특급 수퍼호쿠토 24호)

  1. 세이코마트 [본문으로]
  2. 올해(2018년)에도 2018년판으로 '여름의 상쾌' 를 내놓았다. [본문으로]
  3. 물론 돈을 때려박으면 갈 수는 있다... 삿포로까지 가서 삿포로에서 하코다테행 버스를 탄다거나.. 돈이 넘쳐나면 택시를 타고 간다거나..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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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쿠시로습원역

2018. 9. 8. 16:54



올라왔으면 다시 내려가야 하는데, 좋다고 구경해놓고 왜 올라왔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마음이 다르다더니 볼 것 다 봤다고 이렇게 마음이 변하나보다.


구름이 잔뜩 끼어 있어서 언제 비가 내려도 이상하지 않을 날씨라서 비를 맞기 전에 얼른 내려가야 할 것 같다. 쿠시로습원역에 사람들이 비를 피할 수 있는 오두막 같은 시설이 있으니 일단 비를 피하는 것이 우선이다. 일본이란 나라에서 갑자기 내리는 비에 당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 비를 피할 수 있는 곳을 찾아 빨리 이동해야겠다.


비지터스라운지에 갔다 오면 비가 쏟아질 것 같아서 그냥 내려간다.


어찌어찌하다보니 올라갈 때 갔던 길과는 다른 길로 내려가고 있다.


근처에 민숙이 있는 것 같은데 여름과 가을에는 사람들이 이 부근을 자주 찾아오겠지만, 겨울이면 발길이 끊어질 터라, 민숙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다른 일도 함께 하고 있을 것 같다. 오히려 조용한 습원의 풍경을 보기 위해 찾는 사람이 많아지려나..


올라갈 때 이용했던 길보다는 지형이 평탄하기는 한데, 그만큼 돌아가는 것 같다.


차량이 지나다니지 못하게 막아두었고, 여기부터는 걸어서 가라고 한다. 차가 없으니 걸어서 가야하는데 뭐..


센모본선. 쿠시로와 아바시리를 잇는 지방교통선인데 이름은 본선이지만 간선철도는 아니다. 전 구간 비전화 단선 구간이고, 이 구간의 최고속도는 시속 80km가 최대로 설정되어 있다. 현재 시점에서 아바시리에서 쿠시로까지 오가는 열차는 5왕복을 하고 있는데, 이 중 시레토코마슈호라고 불리는 쾌속열차가 중간에 통과하는 역이 3~4개에 불과해서 소요시간 단축은 기껏 10여 분 내외일까, 효과는 미미하다. 선로 자체가 후져서 최고속도가 낮은데다 전 구간 단선에 양방향으로 오가는 열차가 교행을 하면서 대피하는 경우도 있어서 운행시간을 단축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 그나마 사람들이 거의 안 타는 역들을 다 없애버렸는데도 이 모양 이 꼴이다.


길에 꽃이 있네..

밟지 않으려고 일부러 피해서 간다. 


다시 쿠시로습원역으로 돌아왔다.


전망대에 갈 때 올라갔던 계단이 보인다. 

시간이 남아서 한 바퀴 돌아보니 굳이 계단을 오르지 않아도 돌아서 올라갈 수 있는 길이 있었다.


식물들도 이런 환경에서 살아가려고 애를 쓰고 있는 것을 보니 뭔가 반성하게 되는 것 같다.


천천히, 충분히 즐기고 가라고 하는데 형이 오늘 좀 바쁘다.


열차에 따른 정차 위치를 표시하고 있다. SL차량이 가장 끝에 정차를 하는구나. 석탄을 태워서 달리는 열차이니 인부들이 삽으로 석탄을 퍼서 화로에 넣는 공간도 필요할 터이고..


카모마일인가..

꽃을 잘 몰라서 ㅜㅜ


따로 관리하는 사람은 없을 것 같은데 알아서 잘 크는 모양이다.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드는 것을 보니 열차 시각이 가까워지고 있는 것 같다.


'천천히, 충분히, 실컷 일본 최고의 경관을 즐기세요' 라고 열차가 말하고 있다.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역이라 그런지 다른 역들에 비해서 시설은 좋은 편인 것 같다.

역 주변을 누군가 관리하는 것 같지는 않고 그냥 식물들이 알아서 자라는 것 같다.


사슴은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오지 않는 것이 아닐까 싶다.


아직은 푸르지만, 조만간 저 나뭇잎들이 붉게 물들고 나뭇가지들만 남을 시기가 머지 않은 것 같다.


아까 그 열차 같은데..

토로역 찍고 다시 쿠시로에 돌아갔다가 다시 토로역으로 가는 모양이다.


더 많은 승객들이 탈 수 있도록 남는 보통 객차를 하나 가져다가 증결해서 운행을 하고 있다. 노롯코열차의 지정석 좌석이 각지고 딱딱해서 불편하고, 사람들이 많아서 북적이고, 안내원이 마이크를 들고 계속 설명을 해서 시끄러우니 사람이 적고 조용한 자유석으로 설정된 맨 뒤 차량에 타고 가야겠다. 트윙클플라자에서 예약한 버스는 토로역에서 14시 30분에 출발한다고 하니 시간은 많이 남을 것 같지만, 조금 일찍 가서 기다리고 있어야겠다.


쿠시로시츠겐(쿠시로습원)역에 내리면 오두막이 하나 있고 뒤에 있는 산에는 등산로가 있다. 저 오두막은 한여름에 더울 때나 비나 눈이 내릴 때 잠시 피해갈 수 있는 장소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울리지 않게 피부가 약해서 별다른 준비 없이 햇빛에 노출되면 금방 벌개지다가 곧 타기 시작해서 벗겨지기 때문에 늘 주의가 필요해서 이렇게 흐린 날씨가 좋을 때도 있다.



저 사람들이 가는 길로도 전망대로 갈 수 있는데 조금 돌아가는 경로다.


차가 없으니 주차장은 해당사항이 없고, 전망대를 향해서 올라가본다. 460m라면 얼마 멀지 않은 거리이니 금방 다녀올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젊은 청년이 앞서서 배낭을 메고 올라가길래 역시 따라서 가는데, 늙었다고 투덜대면서도 속으로는 아직 이 정도는 가뿐히 오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아주 조~금은 남아있다. 그런데 저 청년은 배낭을 메고 가면 올라가면 되지만 나는 등에 짐 하나에 캐리어를 씨부랄들고 올라가야 하는데, 바닥이 젖어 있어서 조금 불편한 상황이다.


일단 어느 정도 올라오니 여기서부터는 땅의 상태가 캐리어를 끌고 갈 수 있을 것 같다. 이 등산로는 그럭저럭 배수가 잘 되는가보다.


산을 올라가니 '호소오카비지터스라운지(細岡ビジターズラウンジ)' 라는 건물이 있다. 이건 무슨 공항의 비즈니스클래스 라운지도 아니고, 저기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것이 귀찮아서 안 간다. 이 곳에 대하여 자세한 정보를 얻고 싶다면 웹사이트 http://www.kushiro-shitsugen-np.jp/kansatu/hosooka 를 참고하면 되겠다.


어느 정도 올라왔다고 여기서도 쿠시로습원을 내려볼 수 있다. 날씨가 맑지 않아서 그런지 멀리 있는 곳까지 시야가 확보되지 않고, 밑에 심어진 나무들이 가리고 있어서 가까운 쪽은 잘 보이지 않는 것이 아쉽지만, 날씨가 무덥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저기에는 연못이 있는 것 같고, 그 뒤로는 쿠시로가와(釧路川)가 흐르고 있는 것 같다.

갑자기 '깊은 습원 속 옹달샘 누가와서 먹나요~♬' 노래가 생각이 나는데..


이 계단을 올라가면 전망광장이 있는데, 여기서 계단을 올라가지 않고 주욱 가면 우측에 입구가 나오는데 가장 조망이 좋은 전망대인 호소오카전망대라고 한다. 뭐 결국 호소오카전망대를 추천한다는 말이 아니겠는가. 걸어서 1분 정도 걸린다고 하니 슬슬 다녀오면 되겠다.


캐리어가 잠시 찬조출연..

저 똥덩어리..


습원에 저렇게 연못처럼 물이 고여 있는 곳이 보인다.

사슴들은 와서 물만 먹고 가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이렇게 쿠시로습원을 보고 있지만, 습원 전체의 면적은 193.57km²에 이른다고 한다. 이 면적이 어느 정도인가 하면 서울특별시 전체 면적의 1/3에 조금 못 미치는 정도이니 상당히 넓은 습원 지대라 할 수 있다. 1980년 일본이 람사르 협약에 가입할 때 최초로 등록한 습지라고 하는데, 이 주변에 두루미 등 사람들이 모여 사는 지역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조류와 여러 동식물군이 자생하고 있다고 한다. 두루미를 일본어로 탄쵸(タンチョウ)라고 부르는데, 쿠시로공항의 이름도 '탄쵸쿠시로공항' 이다.


안개가 끼어서 시야가 좁아진 것이 아쉬울 따름인데, 그렇다고 햇빛 쨍쨍한 맑은 날이었으면 타죽는다고 불평을 했을 것 같다.


흐린 날씨에 안개가 끼어서 멀리 있는 것은 잘 보이지 않는 것이,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역시 한 번에 되는 일이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조금 더 높은 곳으로 가보기로 한다.

이왕 여기까지 왔는데 조금 더 고생하고 미션 클리어를 하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으음.. 큰 차이는 잘 모르겠다.

어차피 할 일은 없지만 괜히 힘을 뺐나 싶기도 하고..


그래도 이렇게 숲속을 다니는 것은 알게 모르게 마음의 평온을 가져오는 것 같으니 힐링한 셈 치도록 해야겠다.


사진을 여러 각도에서 찍고 싶은데, 막상 찍고보니 별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이것은 다시 처음의 사진으로 돌아온 것 같다.

이번에는 작은 연못 세 개를 한 번에 담아본다


파노라마 모드로 촬영을 했더니 이렇게 나온다.

이런 것이 신기한 것을 보면 옛날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구름이 잔뜩 끼어서 햇빛에 피부가 탈 염려는 없지만, 우중충한 날씨 덕분에 기분이 안 나고 가라앉는 것 같은 느낌이다. 묘한 것이 조금 덥더라도 햇빛이 나는 맑은 날을 좋아하는데, 햇빛이 쨍쨍한 날에는 피부가 견디지 못하고 가벼운 화상을 입는 경우가 흔해서 매우 난감하다. 그래서 썬크림을 잔뜩 바르고 다니기는 하는데, 그러면 또 피부에 갖가지 문제가 생기더라는..

 

뭔가 흔하게 등장하지 않는 조류가 나타나나 싶어서 기다리는데 안 보인다.


날씨가 영 별로고, 새들도 많이 없고..


쿠시로습원국립공원 호소오카전망대

옆에 나온 아저씨가 계속 저렇게 자리를 잡고 있어서 그냥 사진에 나오든 말든 무시해야겠다. 어차피 얼굴이 나오는 것도 아니니까 뭐..


전망대 구경도 마쳤으니 이제 내려가서 슬슬 돌아갈 준비를 해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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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에 비가 꽤 왔는지 열차 승강장 위가 젖어 있다. 쿠시로에서는 이 쿠시로습원노롯코 열차를 관광상품으로 몇년 째 계절마다 우려먹고 있는데, 여름에는 쿠시로습원노롯코호라는 열차로, 겨울에는 SL후유노시츠겐(冬の湿原)호라는 계절한정 이벤트로 열차를 운행하고 있다. JR패스나 홋카이도레일패스가 있으면 좌석 지정을 할 수 있어서 신토쿠역에서 쿠시로행 열차 예약을 할 때 함께 좌석을 예약하여 지정석권을 미리 받아두었다. 


쿠시로 습원의 종이란다.

음..


쿠시로역 건물은 꽤 오래된 듯한 모습인데 과거에는 쿠시로역 안에 상업시설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1층에 편의점 키오스크와 서점, 식당만 남아있고, 별다른 상업시설이 없다. 이 지역의 쇠락을 보여주는 하나의 단면이 아닐까 싶다. 홋카이도 전체적으로 인구 유출이 심해지고 있는데, 삿포로권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은 수도권으로 향하고, 삿포로 이외의 다른 홋카이도 지역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은 삿포로권으로 들어오는 추세라고 한다. 홋카이도의 면적이 현 시점에서 대한민국의 실효적 지배영역의 80%를 넘어서는 정도인데, 이촌향도 현상이 심해지면서 지방의 쇠락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노롯코 트레인 

이번에 타고 갈 열차인 노롯코 열차. 앞의 헤드마크에 있는 글자는 ノロッコ 를 부드럽게 폰트를 만들어 놓은 것인데, 처음 보았을 때 도대체 저것이 무엇인가 잠시 고민을 하기도 했다. 센모본선 열차를 타도 이 쿠시로습원을 지나가지만, 운행하는 열차가 몇 편 안 되는데다 배차간격이 길어서 한 번 놓치면 오래 기다려야 하고 불편함이 있는데다, 용케 열차를 탄다고 해도 평상시 속도를 유지하면서 운행하다가 정차하는 역에서 정차할 뿐이라 관광 목적으로 타면 재미가 떨어질 것 같다. 대신 노롯코열차를 타면 운행 중간중간 차내 안내원이 두루미라든가 야생동물이 나타났다고 알려주고, 열차 역시 속도를 낮추어 천천히 가면서 승객들이 차창 밖으로 보이는 동물의 모습을 보도록 친절하게 알려준다. 주된 언어는 당연히 일본어이지만, 최근에는 중국어를 하는 사람도 이 열차에 타서 요즘 일본 여행의 대세인 중국인 관광객에 대한 배려도 하고 있다. 한국인은 찬밥.. 역시 쪽수가 많은 것이 좋다. 흑흑


처음 이 열차를 보았을 때 이 열차 석탄 때서 증기뿜으면서 가는 열차인가 싶었는데, 이 열차는 디젤기관차가 견인을 하고, 증기기관차는 SL(Steam Locomotive)열차로 부른다. 증기기관차는 겨울철에 SL후유노시츠겐호로 운행하는 열차로 활약을 한다. 

노롯코열차는 천천히 움직이는 노로이(鈍い)와 토롯코(トロッコ)라는 화물 수송용 소형 화물차를 합친 단어라고 할 수 있는데, 트럭이나 일반 열차가 들어갈 수 없는 장소에 선로를 깔아서 달리게 한 상자 모양의 차량을 말한다고. 


이 기관차도 꽤 오래된 녀석인 것 같은데..


열차가 꽤 낡아보이는 것이 적잖은 연식을 자랑할 것 같다.


측면에서 보니 카와사키중공업에서 쇼와 49년에 제작한 기관차인가보다. 

쇼와 49년이면 1974년이니 얘가 형님이네.. 

몰라뵈서 죄송합니다.



지금이야 별 생각 없지만 언젠가는 열차 안의 노부부처럼 나이가 들면 누군가와 함께 늙어가면서 지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별로 오래 살 것 같지는 않지만..


이 열차는 10년 전과 비교해서 크게 달라진 것은 없는 것 같은데..

겨울이 아니어서 그런가 화로가 없나..


쿠시로역

저 건너편에서는 삿포로행 특급열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이틀 후에 돌아갈 때 저 사람들처럼 삿포로행 특급열차를 타게 된다. 열차로는 5시간에서 5시간 반 정도 걸리는데, 고속버스 역시 비슷한 시간이 걸리지만 가격은 더 저렴한 편이다. 돈이 없으면 버스를 타는 것이 정답. 단, JR패스를 가진 외국인은 예외.


건너편 승강장에는 네무로행 쾌속 노샷푸 열차가 대기중이다. 네무로에도 한 번 가보고 싶은데, 하루에 6왕복이고, 대충 두 시간 반에서 세 시간 가까이 걸린다. 네무로에 가면 일본 최동단 노샷푸미사키까지 다녀와야 하니 버스비도 만만치 않고 하루를 통째로 날려버리는지라 다음 기회로.


어느덧 열차는 쿠시로 습원에 들어온 듯하다.


날씨가 우중충해서 조금 그런데 뭐 별 수 있나. 날씨는 사람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 아니거늘 그냥 팔자려니 생각한다.


사람들도 차창 왼쪽으로 보이는 습원을 주시하고 있다.


낡은 카메라라서 셔터스피드가 따라가지 못한다. 에잇!!


중간중간 두루미도 있었는데 늘 한 발 늦어서 사진을 못 찍었다.


호소오카역

쿠시로습원에 호소오카전망대라는 곳이 있는데, 이 곳에 가려면 호소오카역이 아닌 쿠시로시츠겐(釧路湿原)역에서 내려야 한다. 이번에는 종점인 토로역까지 가기 때문에 도중에 쿠시로시츠겐역에서 내리지 않고 호소오카역을 지나 일단 토로역까지 가본다.


센모본선은 쿠시로습원 한가운데를 통과하는 노선이라서 왼쪽 오른쪽에 두루미가 나타나기도 하는데 뒤늦게 알아차리고 카메라로 초점을 맞추다보면 날아가버린다. 이 열차를 타고 왕복하면서 사진을 찍기도 그렇고..


두루미 없는 습원 사진이나 찍자..


안 될 놈은 안 된다는 말이 떠오른다. 

흑흑 ㅜㅜ


노롯코열차는 여기서 운행을 멈추지 않고 토로역까지 가지만, 쿠시로습원역에 내렸다. 호소오카전망대는 쿠시로시츠겐역에서 산을 올라가면 나온다고 하니 우선 전망대에 다녀올 생각이었다. 다만 백팩에 캐리어를 끌고 산을 올라가려니 생각보다 시간이 걸리고 개고생을 좀 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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