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윙클버스


적막한 분위기 속에서 버스는 계속 달리고 있고, 가이드 아주머니는 중간에 야생 동물들이 나타날 때 뭐가 나타났다고 알려주시기도 하고, 그제서야 그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면 이미 지나가버리고.. 홋카이도에서 다른 곳에 갈 만한 곳이 어디가 좋을까 물어보기도 하다가 그러다 아주머니의 말이 끝나면 순간 적막이 이어지는 것이 반복되고 있었다.


구름이 잔뜩 끼었다가 어느새 맑아지기도 하고, 그러다 다시 구름이 몰려오고 날씨가 아주 요란하다. 비가 내리지 않고, 많이 덥지 않을 뿐이지 태양이 구름 속에서 나와 모습을 드러낼 때는 매우 덥다.


옥수수밭

홋카이도는 일본의 곡창지대라서 주식인 쌀은 물론 온갖 곡식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곳이다. 일 년의 절반이 겨울 또는 겨울에 가까운 날씨지만, 섬나라라서 그런지 위도가 같은 한국의 도시보다는 훨씬 따뜻하다. 


아아~ 이 빈 자리들을 어찌할꼬!

승객이 단 한 명이라니..


가다가 세이코마트가 있으니, 여기서 점심을 먹는 것이 어떻겠냐고 하는데 딱히 한 것도 없고 별로 힘을 쓸 일도 없었기에 입맛이 당기지 않는데, 계속 버스를 타고 와서 도시락을 사 먹고 싶은 생각은 없고...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먹자니, 돈이 없어서 굶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싶어서 세코마[각주:1]의 홋카이도 우유 모나카나 먹기로. 홋카이도에서 아이스크림을 안 먹으면 섭섭하지..


삿포로 클래식 '여름의 상쾌' 와 삿포로 라거 비어


일본의 주류업체들에서는 여러가지 한정발매라 하여 이름 조금 바꾸거나 포장을 바꿔서 나오는 맥주가 많은데 삿포로맥주 역시 상품을 많이 내놓는다.[각주:2] 홋카이도 한정이라는 삿포로 클래식이라든가, 철마다 캔의 포장을 조금 바꾸어 '한정판' 을 자꾸 만들어낸다. 그렇게라도 팔아야 속이 시원하냐..

 

황새가 있는데.. 달리는 버스 안이라 사진이 이 따위로 나온다.

 

언제 비가 내려도 이상하지 않을 날씨인데 우산이 없으니 정지훈 씨는 나중에 뵙기로 합시다.

 

버스에서 내리면 비가 내리지 않을까 싶은 분위기


젖소다..

졌소 아니죠.



저 소들이 홋카이도 우유를 만들어내는 녀석들인가 보다. 

 

비는 안 내리지만 날이 흐려서 언제 빗방울이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가이드 아주머니

ㅜㅜ


다른 승객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이 아주머니와 지금까지 일본에서 다녀왔던 곳에 대해 이야기하고, 어느 시기에 단풍이 시작된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왔는데, 제 돈 주고 버스에 탔음에도 뭔가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이 아주머니도 기본적인 어휘 이상의 어려운 단어가 나올 때 그런 생각이 들었을 터.


운전수 아저씨

공짜로 탄 것도 아니고 제 돈 내고 탄 버스였지만, 뭔가 미안한 느낌이라 아칸코로 돌아갈 때는 사람들이 많이 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로 위에 적힌 글자는 "사슴 주의"


이런 곳에 도로를 만드는 것도 꽤나 힘든 일이었을 것 같은데, 다니는 차량이 많지는 않다. 왕복 2차선으로도 충분하고도 남을 정도이니..


연못인가..

여기는 '시라루토로누마' 라는 연못이었던 것 같은데..


구름이 갈수록 짙어지는 것이 뭔가 불안하기는 한데..

 

제발 비는 내리지 말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어제 전망대에서 보았던 것이 이 근처였던가..

 

여기는 쿠시로습원인가요..


이제 토로역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 같다.




어제 전망대에서 보았을 때 습원 가운데에 있던 강이었나 호수였나 싶었던 물줄기가 이것이었던가..

  

트윙클버스 투어를 마치면서 가이드 아주머니와 버스 기사와 인사를 하고 버스에서 내려서 빠른 걸음으로 전망대 쪽으로 갔다. 버스 안에 있을 때는 날이 흐리더니, 버스에서 내려서 걸어갈 때는 햇빛이 강렬했다. '안 될 놈은 안 된다' 는 것을 다시 한 번 떠오르게 한다. 가이드 아주머니와 버스 기사는 토로역에서 출발하는 사람들을 기다렸다가 태워서 다시 카와유온천, 아칸코로 돌아갈 예정인데, 원래 예정된 도착 시각 보다 빨리 토로역에 와서 노롯코 열차 도착 시각까지는 시간이 남아 잠시 구경할 틈이 있을 듯했다.


사루보전망대라는 곳이 있는데..

전망대야 언제나 환영하는 장소이지만, 백팩을 메고 캐리어를 끌고 가려다가 몇 걸음 걷다 보니 이것은 무리인 듯 싶어서 포기했다. 가뜩이나 캐리어 10년 넘게 썼다고 바퀴가 파이고 손잡이는, 과적의 폐해로 살짝 휘어지고 난리가 났는데 평평하지 않은 곳으로 끌고 다니면 언제 망가져 버릴지 모르는 일이고, 날씨가 꽤 더워서 무리하고 싶지는 않았다. 변덕쟁이..


오늘은 그냥 얌전하게 구경만 하고, 다음에 오게 되면 그 때 보는 것으로. 물론 다음에 다시 올 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하늘이 파란, 맑은 날을 좋아하지만, 여름철에는 이렇게 구름이 낄 때가 반갑다. 한국에서도 대도시보다 농어촌 지역에서 태양이 더 강렬하듯이 이 곳도 마찬가지라, 피부가 순식간에 타서 벗겨지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는 사람으로서는 살짝 흐린 날씨가 좋을 때가 있다.

 

노롯코열차를 놓치면 하코다테에 가는 방법이 사라지므로[각주:3], 열차 시각에 늦지 않도록 서둘러 토로역으로 갔다.

 

쿠시로역에 갈 때도 노롯코열차를 탔는데, 네무로본선을 운행하는 열차가 자주 다니지 않아서 이 열차를 놓치면 귀국이 힘들어진다. 센모본선처럼 열차가 자주 다니지 않는 노선의 열차를 탈 때는 미리 열차 시각을 알아보고 움직이는 것이 좋다. 멋 모르고 역에 왔다가 열차가 몇 시간 후에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좌절할 가능성이 크다. 열차 출발 시각이 얼마 남지 않은 듯해서 역 안에 있는 키오스크에서 먹을 음식을 샀다. 이번 여행에서 식비로 가장 큰 돈을 쓴 것 같다.


드디어 쿠시로역에 도착했다.


그리고 삿포로행 수퍼 오조라 10호에 탔다. 삿포로가 목적지는 아니어서 중간에 미나미치토세역에 내려서 하코다테 행 수퍼 호쿠토로 환승을 해야 한다. 미나미치토세까지 대충 4시간 반, 미나미치토세에서 하코다테까지 대충 3시간 정도 걸린다 치면, 환승 시간까지 포함하면 8시간 정도 열차 안에 있게 되는 셈이다. 


홋카이도 모리쵸의 이카메시 아베상점에서 만들어 파는 원조 이카메시.

이름처럼 일본어로 오징어인 이카(イカ)와 밥을 뜻하는 메시(めし)가 합쳐진 오징어밥이다. 작년에 청춘18킷푸로 홋카이도에서 혼슈로 가는 도중에 모리역에서 이카메시를 구입하려고 했는데, 이미 다 팔렸다고 가게가 문을 닫아서 그냥 포기했었는데 여기서 구입하게 될 줄이야.. 다른 곳에서 만든 이카메시는 몇 번 먹어본 적이 있기는 한데... 원조의 맛은 어떤지 제가 한 번 먹어보겠습니다.


맛있게 먹고 잤다.

그런데 자고 일어났는데 아직 한 시간 넘게 남아 있더라는.. 미나미치토세역에서 내려서 하코다테로 가는 마지막 열차에 탔다. 호텔에는 23시 이후에 도착할 것이라고 미리 알려주었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니 열차를 기다리다가 전화를 해서 하코다테행 마지막 열차를 타고 가니 늦을 것이라 알려주고 열차에 탔다. 내일은 신칸센으로 토쿄로 가야 하니 무리하지 않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뜻대로 될 지...

허.. 허리가 아프다..


버스이동경로 : 카와유온센 - 쿳샤로코 - 토로역 

열차이동경로 : 토로역 - 쿠시로역 (쿠시로시츠겐 노롯코 4호), 쿠시로역 - 미나미치토세역 (특급 수퍼오조라 10호), 미나미치토세역 - 하코다테 (특급 수퍼호쿠토 24호)

  1. 세이코마트 [본문으로]
  2. 올해(2018년)에도 2018년판으로 '여름의 상쾌' 를 내놓았다. [본문으로]
  3. 물론 돈을 때려박으면 갈 수는 있다... 삿포로까지 가서 삿포로에서 하코다테행 버스를 탄다거나.. 돈이 넘쳐나면 택시를 타고 간다거나..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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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쿳샤로코(屈斜路湖)

2018. 9. 11. 03:26



저녁 식사에 비해서는 상당히 단촐한 아침 식사.


의사들 말로는 아침을 든든히 먹고 저녁을 조금 먹는 것이 좋다고 하는데 일본에서 료칸이나 온천이 딸린 숙소에서는 저녁에 잔뜩 차려서 나오고 아침은 소박하게 나오는 정 반대다. 평소에 아침을 적당히 먹고 저녁에 많이 먹는 것이 현대인들의 습관이 아닌가 싶은데, 특히 저녁에 더 많이 먹는 식습관을 가지고 있어서.. 읔

 

체크아웃을 하고 특별히 할 일이 없기에 온천가 입구에 있는 아시유에 갔다. 백팩님과 캐리어사마는 구석에 고이 모셔두고 바짓단을 걷은 후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면서 기다렸다.


오른쪽 발톱은 일하다가 다쳐서 안에 피멍이 들었는데 나아가고 있는 것 같다.


10시 30분에 버스가 온다고 하니 미리 건너가서 기다리고 있었다.

어제처럼 사람이 별로 없을 것 같기는 한데 설마 버스 운행이 취소되지는 않았겠지..


엇! 일본인 부부 같은데, 일행인 사람들은 서양인 같다. 저 사람들에게는 출생의 비밀이라도 있는 것일까. 아니면 해외 입양이라도 하는 것인가.


버스가 와서 버스에 탔는데 승객이 아무도 없다. 아칸코에서 출발해서 쿠사하라를 거쳐 카와유온천에 들러 다시 토로역까지 가는 경로인데, 내용을 보니 어제의 버스와 가는 경로가 조금 다르다. 굿샤로코를 거쳐서 굿샤로코 근처에 있는 프린스호텔에서 점심을 먹고(비용은 개인부담), 토로역까지 이동하는 스케쥴인데, 점심은 그 호텔에서 머물지 않는 사람들도 가서 먹을 수 있다고 한다. 호텔의 식당에서 밥을 먹는 것은 문제가 아닌데, 단체로 몰려가는 것도 아니고 혼자서 거기에 가서 먹기도 그렇고, 가이드 아주머니와 버스 기사까지 내가 살테니 함께 가자고 하기도 그렇고.. 돈이 없는 것이 문제다. [각주:1]


오리배가 있는데..

혼자 타면 재미없어서 안 탄다.


음.. 난감하다..


저 배들은 관광용이라 돈 내고 타는 것 같고..


결국 다시 족욕이나 하기로.

아시유에 발 담그는 것이 이 버스 일정에 있더라는..


누군가 모래성을 지었던 모양이다.


저 멀리 보이는 산 중턱에는 구름이 걸려 있다.


이 호수 안 쪽에도 섬이 하나 있는데 '나카지마(中島)' 라고 불린다고 한다.


국립공원이라는데 물은 맑겠지 뭐..


이런 것은 혼자 타는 것이 아니니까 안 탈란다..


여기는 주차장인가보다.

 

오리배도 있고, 노 저어서 가는 작은 배도 있고..

이런 것은 혼자 타는 거 아니니까 패스.


여기도 스나유(砂湯)가 있다.

스나유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온 것도 아니고, 모래 속에 있다 가면 온몸에 모래가 붙어다녀서 버스기사가 싫어할 것 같다. 여름이면 모를까 이런 날씨에는 별로라서 그냥 족욕만 하련다. 30분 전까지 족욕을 하다 와서 발이 불어 있는데, 불어터진 어묵처럼 되겠다.


저 오리배는 타는 사람이 없는 것 같은데..


아침부터 부지런히 온 덕분인지 사람이 적다.


소프트크림 파는 가게는 어디에 가도 있는 것 같고, 날이 맑아서 햇빛이 뜨거운 날에는 저 그늘로 가서 쉬면 되겠다 싶은데, 가이드 아주머니가 아시유에 발을 담궈보라고 하셔서 '아까 카와유온천 입구에서 족욕을 했거든욧!!' 하고 말하면 무안해하실 것 같아서 그냥 '아~ 그런가요? 잘 되었군요' 라면서 순순히 족욕을 했다. 발이 불어터지게 생겼으니 많이 걸어다니면 안 될 것 같다.

 

쿳샤로코는 호수입니다


물이 꽤 맑다.

찾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일까 그래서 이렇게 유지가 되는 것 같다.


바다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넓다

쿳샤로코는 일본 최대의 칼데라 호수인데, 이 호수 안에 있는 섬 중에서 가장 큰 섬이 나카지마(中島)라고 불리며, 주변에 있는 산들이 호수를 둘러싼 형태로 보이는데, 실제로는 화산이 분화한 다음 그 자리에 물이 차면서 호수가 되었다고 한다. 이 호수 전체가 아칸마슈국립공원에 속해 있어서 낚시를 한다거나 수렵을 하는 것은 금지하고 있단다.


호수를 바라보면서 맥주 한 잔 하면 좋을 것 같은데, 그러면 술을 마실 수 없는 버스기사한테 미안할 것 같아서 그냥 참는다.


저것이 나카지마인가..


버스기사와 이야기를 잠시 하다가 버스를 타고 토로역에 간 다음에는 어디에 갈거냐 묻기에 쿠시로를 거쳐서 하코다테로 간다고 했더니, 즉시 아사이치의 카이센동이 생각난다면서 좋겠다고 부러워한다. 사실 하코다테에 가고 싶어서 가는 것은 아니고, 토쿄를 들러야 하는데 하코다테에서 토쿄까지는 신칸센으로 4시간 조금 더 걸리는지라 짐 맡기고, 탑승수속 하고, 보안검사 하는 그 과정이 귀찮아 그냥 열차로 갈 생각이어서.. 그나저나 추천하는 카이센동 가게가 있는지 물어볼 걸 그랬다.

가이드 아주머니가 여기서 점심을 안 먹어도 괜찮겠냐고 걱정을 하시는데, 아마도 이 분들은 호텔에서 식사를 할 것 같지는 않고 개별적으로 점심을 준비해왔을 것 같다. 아마도 아침에 버스에 타고 오면서 예약자가 단 한 명 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실망하기도 했을텐데.. 그렇다고 혼자 가서 먹고 오는 것도 조금 마음에 걸리기도 하고, 이걸 어떻게 하나 싶다. 고민을 하다가 아무래도 혼자 가서 먹고 오기는 조금 그런 것 같다고 하자, 가이드 아주머니가 그러면 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서 거기서 간단히 끼니를 해결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하셔서 '아~ 그게 좋겠군요!' 라고 하고 호텔 뒤편 호수에 접한 곳에 잠시 구경을 하러 갔다. 한 명 있는 승객이 말수도 그리 많지 않은 사람이라 답답하기도 할 터인데..


여기에 지나다니는 사람은 없고..


그나마 다닐 만한 곳을 찾아서 돌아보려고 하는데 이 주변의 숲은 사람이 다닐 수 있게 만들어 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냥 돌아가는 것이 신상에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호수나 구경해야겠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이 호수는 뭐랄까 그다지 인상이 강하게 남지는 않은 것 같다. 


깨끗해도 여러 성분이 섞여 있을 터이니 마셔도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물은 더러워 보이지는 않는다.


멀리 산들도 보이고


햇빛을 가려줄 정도 만큼 구름이 끼어서 슬슬 돌아다니기에 딱 좋은 날씨였다.


이제 슬슬 버스로 돌아가야 할 것 같다.

 

호텔 건물 뒷편에 호수가 있는데 이 쪽은 특별히 조경을 한다거나 관리는 하지 않는 것 같다.

 

이것으로 쿳샤로코도 끝.


쿳샤로코의 안내가 있고


마지막 사진

  1. 아마도 이 분들은 도시락을 준비해서 왔을 것 같다. 나중에 다시 트윙클버스 타면 그 때 다시 BoA요.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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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이오잔(硫黄山)

2018. 9. 10. 01:33



마슈호를 둘러보고 버스는 카와유온천으로 향했다. 흐리던 하늘에 햇빛이 나기도 하고, 비는 그쳐서 아마도 우산은 필요없을 것 같고. 가이드 아주머니는 묵는 숙소가 카와유파크가 맞는지 다시 확인을 했고, 거기가 맞다고 하니 그것이 어디에 있는지 물어보셨다. 

"아~ 글쎄요. 저도 처음이라서 잘은 모르겠어요." 

이 말 밖에는 할 말이 없었다. 포켓와이파이를 빌려서 올 것을 그랬나 싶기도 하고..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코를 찌르는 유황 냄새가 났다.

열증기와 100도에 가까운 뜨거운 물이 용출되고 있으니 발 등을 충분히 주의하라고 한다.


한국식으로 읽으면 유황산인데.. 일본어로는 이오잔(硫黄山)이라고 읽는다.


저기 누런 돌은 아직 화기를 머금고 있는 돌들.

불덩이가 눈에 보이는데 차마 만져볼 수도 없고..


보행에 주의하라는 표지판도 있다. 

직접 경험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뜨거운 돌이 날아드는 경우도 있을 것 같은데..


하늘이 일본에 온천을 주었지만, 화산과 지진, 그리고 태풍도 함께 주었으니..


그래도 오른쪽에 있는 산 밑에는 용암이 많이 있지는 않는가 보다. 이런 곳에서 사는 식물들은 생명력이 강하다고 해야 하나..


일단 멀리서 사진 한 장을 찍고 용암산에 가까이 가봐야겠다.


가까이 갈수록 매캐한 냄새가 강해진다.


이미 개별적으로 온 여행자 몇 명이 유황 덩어리 앞에 모여 있다.


조금 더 가까이 가보니 화상에 주의하라는 안내가 있다.

저 달궈진 돌에 닿으면 화상을 입겠지..


얘는 잔뜩 열기를 뿜어내고 있는데 이거 괜히 잘못 건드렸다가 화상 입을 수도 있으니 멀리 떨어져 있어야겠다.

 

간혹 불똥이 튀기도 해서 잘못하면 옷에 구멍이 날 것 같다. 그러면 또 어디서 칠칠맞게 옷에 구멍을 만들어 왔냐고 잔소리를 듣겠지..


연기를 뿜어대는 저 불덩이들.

이런 곳을 예전에 노보리베츠였던가 어딘가에서 본 것 같은데..


얘도 열기를 뿜어내고 있고..


가까이 가보니 여기는 불덩어리다. 불똥이 튀기도 해서 재수가 없으면 옷에 구멍이 날 수도 있고, 자칫 넘어져 손을 짚다가 화상을 입을 수도 있으니 주의가 필요할 것 같다.


매캐한 유황냄새에 숨쉬는 것도 쉽지 않고..


도망가야 할 것 같다.


어으~ 유황 냄새..

 

이제 조금 멀리 있어야겠다.


불덩어리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있고..


불덩어리 사진을 찍는 사람을 찍는 사람도 있고


이 쪽은 조용한 것 같은데, 나무와 풀이 보이지 않는 것으로 봐서 이미 불덩이들이 다 식어버린 모양이다.


가까이 가지 않고 멀리 떨어져서 사진이나 찍어야겠다.


저 산이 민둥산이 된 것은 뜨거운 열기 때문에 나무가 살지 못해서인 것 같다.


파노라마에 맛들려 한 번 더 돌려보고..


매캐한 냄새에 오래 있을 곳은 못 되는 것 같으니 버스로 돌아가야 할 것 같다.


맑은 공기를 마시기 위해 재빨리 도망을 쳤다. 도망자도 아니고 매번 도망을 치다니..


유황산 안녕~

 

다시 버스를 타러 주차장으로 왔다.

조금 멀리 장소를 피하니 연기와 냄새가 사그러든다. 

카와유온천은 다 온 것 같고..

예약한 카와유파크

가이드 아주머니는 카와유파크가 어딘지 아느냐고 물어보시는데, "아.. 글쎄요. 인터넷에서 보니 입구에서 멀지 않은 곳 같아서 여기에 예약을 했는데 정확하게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겠네요. 잘 모르시면 그냥 관광안내소에 가서 물어보고 찾아가면 되겠죠" 라고 대답을 했더니, 운전기사 분이 어딘지 알 것 같다면서 숙소 문 앞에서 내려주고, 남은 두 모녀를 데리고 아칸코 방면으로 떠났다. 아직 어두워지지 않았고, 저녁 식사 시간까지는 시간이 조금 남아 있어서 동네 한 바퀴 돌아본다.




카와유 후루사토관이라는 곳이 있다.

테시카가쵸카와유관광안내소가 있는데, 내일 아침에는 다시 토로역으로 돌아갈 예정이어서 관광할 시간이 없어서 여행 정보를 얻으러 들어갈 필요는 없을 것 같고, 자유롭게 동네 한 바퀴 돌아본다. 숲 속으로 들어가보니 나무에 가려서 어두워서 스윽 둘러보고 금방 나왔다.


저기 보이는 건물이 오야도 킨키유.

내일 버스를 타는 장소가 저 숙박업소 앞인데, 가격이 내가 묵는 숙소의 2~3배 정도인 꽤 좋은 곳이다.[각주:1] 이럴 줄 알았으면 삿포로행 비행기 대신 하카타역에서부터 신칸센과 특급열차로 이동할 것을 그랬나 싶기도 한데, 그랬더라면 하루를 꼬박 채우고도 아직 어딘가에서 헤매고 있었겠지. 


아시유는 여전히 잘 있는 것 같고..


카와유노모리라는 지도가 있는데, 여기 잠깐 들어갔다가 날벌레들이 있어서 살짝 당황했다. 숲에서 괜히 모기에 물릴 수도 있으니 그냥 큰 길로 나가서 한 바퀴 돌아봐야겠다.


예전에 이 동네에 왔을 때보다 많이 한산해진 느낌이 들었다. 영업하던 숙박업소 건물 중 문을 닫은 곳도 꽤 있고, 빈 건물만 남아있기도 하고.. 길에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없고.. 아직 쌀쌀한 날씨가 아니라서 온천을 찾는 사람들이 없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 카와유온천이 관광지로서 쇠락해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가을부터 겨울까지 관광객을 받으려면 지금쯤 시설 정비를 마치고 가을부터 여행자들을 받아야 할 터인데..


조금 걸어다녔다고 어두워지는 것 같은데, 북쪽이라서 해가 빨리지는 것인가..


저 공룡같이 생긴 괴생물체가 이 동네의 마스코트인가..

설마 아니겠지..


이오잔의 GPS는 (43.616480, 144.441196)


  1. 실제로 안에 들어가보지 않아서 시설이 얼마나 좋은지는 잘 모르겠다. [본문으로]

#12. 마슈코(摩周湖)

2018. 9. 9. 15:40


토로역에서 내려서 예약한 트윙클버스를 기다린다. 이 버스는 마슈호를 거쳐 카와유온센까지 가는데, 여름 휴가기간이 지나고 평일이라서인지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주변에는 음식을 팔고 있기는 한데 주머니 사정이 열악하기도 하지만 딱히 먹고 싶은 것이 없다. 구운 옥수수는 겉을 너무 태운 것 같고, 음료는 가격이 비싼 것 같고..

사람이 어느 정도 있을 것 같았는데, 타려는 버스에는 고작 나를 포함한 세 명만 예약을 했다고 한다. 이 중에 두 명은 모녀. 버스는 40인승이 넘는 대형버스인데, 버스기사, 가이드까지 다섯 명이서 조촐하게 가게 되었다. 가이드 아주머니는 꽤 오랜 경력을 가지고 있는 듯한데, 외국인이라서 잘 알아듣지 못할까봐 이것저것 신경을 써서 조금이라도 더 쉽게 설명하려고 노력하셨다.


버스를 타고 가다보니 두루미 두 마리가 보인다. 

이 지역에 두루미들이 서식을 해서 쿠시로 공항의 이름 역시 탄쵸쿠시로공항이라는 것을 이미 언급하기도 했다.


얘네 둘이 서로 그렇고 그런 사이인가..

개체 수 감소로 위급한 상황에 있다는 두루미는 한국에서도 천연기념물 제257호로 등록된 개체이기도 한데, 일본에서는 국가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이후부터 개체수가 늘어나서 지금은 약 1,500마리 정도 있다고 한다. 개체수가 순조롭게 증가함에 따라 환경성에서는 머지않아 이 보호증식사업을 중단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동물에 약해서 암수 한 쌍인지 아니면 같은 성별인지는 모르겠고.


지나다니는 차량을 많이 봐서 익숙해진 것인지 여유있게 풀밭에 있다.


일본에서도 두루미를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멸종을 면할 수 있는 정도가 되자 인위적으로 번식시키지 않고 현재의 개체들이 잘 적응하여 살도록 하는 방향으로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것 같다.

 

안녕~ 나중에 BoA요!

두루미들이 잘 살아서 개체 번식을 잘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지방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적기 때문에 도로 역시 왕복 2차선이다. 이제 슬슬 여름은 끝나가고 있으니 짧은 가을이 지나가면 온 세상이 하얗게 물드는 겨울이 찾아올텐데, 이 동네의 겨울은 길고 눈이 많이 와서 걸어다니는 것도 힘이 들겠지..


버스에는 운전수, 가이드아주머니, 그리고 한 쌍의 모녀와 외국인 승객 1명이 타고 있다. (총 5명)

그 분들의 초상권을 침해할 수 있어서 사진은 안 찍었다.



영어를 익힐 때도 그랬지만, 일본어 역시 말하기보다는 듣는 것부터 먼저 트이는 편이기도 하고, 아무래도 책에 나온 표현들을 어거지로 머릿 속에 우겨넣는 식으로 익혔더니 별다른 미사어구 없이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는 부족한 편이다. 평소에 사무실에서 쓰는 일본어도 일과 관련된 단순한 문구라서 사교적인 대화가 오히려 어렵게 느껴진다. 

가이드 아주머니가 일본어로 설명을 하다보니 중간중간 나를 바라보면서 알아듣고 있냐고 신호를 보내는데, 지금이야 시간이 지나서 무슨 말을 주고 받았는지 대화 내용이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럭저럭 대부분 이해하였던 것 같다. 다만 거기에 맞장구치면서 호응을 해주지는 못하고, 예와 아니오 정도의 의사표현과 함께 중간에 잘 듣지 못한 것을 물어보기도 하는 정도. 일본 아주머니들처럼 감탄사를 내뱉으면서 적극적인 반응은 해본 적도 없고..


버스는 마슈코(摩周湖)를 향해서 가는데, 뭔가 낯이 익은 느낌이 들었다. 예전에 온 적이 있었던가.. 아마도 2011년 동일본대지진 한 달 전쯤이었을 터인데, 여기를 돌아다니던 때는 여전히 눈 쌓인 겨울이었다.


여기에 도착하니 잊고 지냈던 예전의 기억이 조금 되살아나는 것 같다. 어떤 산 위에 있는 호수를 보고 버스를 타고 가서 카와유온센에 머문 적이 있는데, 그 때는 KKR카와유에서 묵었다. 그 때 그럭저럭 괜찮았던 기억이 있어서 다시 예약을 하려고 했는데 이 날은 만실이어서 다른 곳으로 예약을 했다.

가이드 아주머니가 모녀의 사진을 같이 찍어주고 내 사진도 찍어주고, 혹시라도 일본어로 잘 이해하지 못해서 어려움이 없는지 중간중간 물어보고 쉽게 설명해주려고 애를 써주셔서 사람이 없으니 아주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지만.. 버스는 대형 관광버스라서 썰렁하기 그지 없는 상황이다. 


6년 전 겨울에는 사방이 눈으로 덮여 있었는데, 지금은 푸른 나뭇잎을 볼 수 있다.


아칸마슈국립공원(阿寒摩周国立公園)으로 지정되어 보호를 받고 있는 마슈호는 호수의 물이 유입 및 유출되는 주변의 하천이 없어서 빗물이 주된 수원이라고 한다. 이 호수 밑으로 복류수가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날이 조금 더 맑았다면 좋았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 햇빛이 쨍쨍한 날이었다면 타죽을 것 같다고 불평을 했겠지.


칼데라호가 있다. 호수 중앙에는 카무이슈지마(カムイシュ島)라는 작은 섬이 있는데, 이 섬 역시 화산으로 인해 분화구가 생겼다고 한다. 외부에서 물의 유출 및 유입이 되지 않는다고 하니, 이 물은 빗물이 그대로 고여 있는 것 같다. 그래서 호수에 내린 빗물의 수질을 검사해서 대기오염의 정도를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한국 만큼은 아니지만 일본 역시 중국의 오염물질로 인해 대기 오염의 영향을 받고 있어서, 그 영향이 수질검사에서 나타난다고 한다. 중국이 환경오염에 미치는 영향이란..


고맙게도 안내원 아주머니가 사진을 찍어주신다고 해서 사진을 찍고 - 사실 내 사진은 잘 찍지 않는 편이기는 한데 성의를 무시하기도 그래서 사진을 찍고 잠시 주변을 구경했다.

저 날짜는 누가 매일 바꾸어 두는 것 같다.


주변에는 산과 들판, 나무 뿐이다.


보이는 것은 산과 나무들..


큰 호수라서 빠지면 구하는 것도 쉽지 않겠다.


마슈호에 대한 설명이 있는데..

번역하기 귀찮다.


아칸국립공원 마슈호.

스타크래프트에 나오는 아칸이 아니다.


파노라마로 한 번 돌려봄..

난간이 나온 것이 좀 아쉽기는 한데..


어느새 구름 속에 가려져 있던 햇빛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앗! 태양이 구름을 뚫고 나오려고 한다. 

다시 버스를 타고 다음 장소로 갈 시간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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