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웨이항공

#19. 귀국

2018. 10. 2. 01:12

이번 포스트는 이틀에 걸친 이야기가 되겠다.


아침은 상쾌하게 오누마 생수로 시작

페트병에 입을 대고 마시면 세균이 증식한다고 개봉하면 빨리 먹으라던데 잊어버리고 안 마시고 있었다. 버리기는 아까워서 마셨는데 별 탈은 없었던 것 같다. 씻고 나니 체크아웃 시간이 다 되어서 짐을 챙겨 나와 체크아웃을 한 뒤, 호텔 지배인에게 미리 양해를 구하고 빈 공간을 빌려 잠시 회사 일을 조금 하다가, 밖으로 나왔다.


일단 시나가와역으로 가본다.

시나가와에서 토쿄에 갈 때는 신칸센이다..

JR토카이의 거점이기도 한 시나가와역. JR이라는 이름으로 국철에서 민영화[각주:1]되면서 지역별로 분할이 되었지만, 여전히 JR여객철도 6개사는 승차권 예약, 발권 시스템을 공유하고 있어서 타 지역의 JR역 및 주요여행사 등에서도 JR의 승차권 구입 및 변경 등이 대부분 가능하다. 예를 들면 JR시코쿠의 마츠야마역에서 홋카이도의 특급열차 수퍼호쿠토를 예약하거나 승차권, 특급권 등을 구입할 수 있다. 어쨌거나 JR동일본은 얘네들이 자기네 영역에 토카이도신칸센에 이어서 츄오신칸센까지 시나가와역에 쑤셔넣고 있어서 눈엣가시일 것 같은데..

 

돈 들어가는 것 아니니까.. 이미 돈을 다 내버렸지..

이 짧은 거리를 굳이 지정석권 발권받아서 타려면 다시 승강장에서 내려가 개찰 바깥으로 나가야 해서 그냥 자유석 칸에 앉아서 간다. JR패스가 아니라면 이런 생각도 하지 않겠지 뭐.. 

토쿄역에 내려서 야마노테선과 츄오선 열차를 타고 돌면서 상점 몇 군데 들러서 구경을 하고, 사토미쨩이 모델로 나온 광고지 몇 장 챙기고 나니 할 일이 없어서 넷카페에 들어가서 졸다가 나왔다. 다시 체크아웃을 했던 호텔로 돌아가서 맡겨두었던 짐을 찾아서 가지고 나와서 다시 토쿄역으로 간다.


홋카이도신칸센 H5계 열차

센다이까지만 가는 것 같은데, 신칸센은 선로 점검 등의 이유로 24시부터 6시까지는 운행을 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는 대개 밤 9시를 넘어가면 노선의 말단에 있는 역의 신칸센의 운행이 종료되거나 조금씩 운행구간이 짧아지고, 그 역에서부터 주박한 후 다음 날에 출발하는 첫 열차로 투입되는 경우가 많다. 센다이행 열차라면 아마도 이 열차가 센다이에서 출발해서 홋카이도 방면으로 가거나, 아니면 토쿄로 출발하는 열차가 된다. 어차피 내가 탈 열차는 신칸센이 아닌 재래선 특급열차이므로 별 상관없기는 한데..


선라이즈 세토를 타고 일찌감치 잠을 자고 도착 한 시간 반 전 쯤에 일어나서 오카야마에 도착. 샤워카드를 사서 깨끗이 씻고, 짐을 챙겨서 내렸다. 오카야마역에서 선라이즈세토와 선라이즈이즈모가 분리되므로 정차시간이 다른 역에 비해서는 긴 편이다. 그렇다고 여유부리면서 다른 짓을 할 만큼의 여유는 아니고. 열차팬들은 이 열차의 분리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반대로 상행열차를 탈 때는 이즈모시에서 온 선라이즈이즈모와 타카마츠에서 온 선라이즈세토가 병결한다.

신칸센을 타고 하카타까지 가야하는데, JR패스로는 탈 수 없는 미즈호를 먼저 보내고, 25분 정도 후에 출발하는 사쿠라 541호를 기다렸다. 간밤에 비도 내렸고,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공기가 꽤 차가워서 열차를 기다리다보니 몸이 떨렸다. 열차에 올라탄 뒤에도 한동안 계속 몸이 떨리더라는..


하카타역에 도착했다.

고민하지 않고 그냥 지하철을 타고 후쿠오카공항으로 갔다.


한국처럼 일본의 식민지였던 타이완의 에바항공은 항공기를 일본의 산리오사의 캐릭터인 배드바츠마루로 랩핑을 해놓았다. 한국 국적의 항공사라면 일본의 캐릭터를 항공기에 랩핑을 하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텐데..

 

비행기는 이륙했고


대한해협을 지나고 있다.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그리고 바로 출근해서 밀린 일을 하고 난 뒤에 막차를 간신히 타고 집에 돌아갔다... ㅠㅠ

  1. JR홋카이도와 JR시코쿠는 재정상황이 열악하여 아직 민영화가 되지는 않았고 언제 될 지도 모른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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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후쿠오카 상륙

2018. 8. 21. 21:11


일본에서 창고 재고 관리라든가 신제품 정보 수집을 위해 다시 일본행. 창고에는 직접 들어갈 수 없어서 미리 문제가 되는 상품들을 돌려받아서 확인을 하고, 상품으로서의 가치가 떨어져 폐기할 것인지, 아니면 이상이 없어서 재입고를 할 것인지 등을 결정해야 하는데, 정확하게 언제 묵고 있는 곳에 도착할 지를 몰라서 출발 전에 며칠 여유를 두고 가게 된다. 할 일 없이 마냥 기다리기만 하는 것도 난감해서 며칠 동안 그냥 설렁설렁 돌아다닐 생각인데, 덕분에 본의 아니게 여행을 하는 셈이 되었다. 최종 목적지는 홋카이도지만, 삿포로에 바로 가는 비행기는 더럽게 비싸기도 하고, 마지막에는 토쿄에 들러야 해서 가장 저렴한 후쿠오카 왕복 비행기를 탔다. 후쿠오카는 서울에서 제주에 오가는 것보다 조금 더 먼 정도겠지만, 목적지인 후쿠오카부터 홋카이도까지 가는 것이 문제인데..


내 기억에 예전에 티웨이항공 후쿠오카행 비행기는 과자 한 봉지를 주었던 것 같은데, 언제부터 바뀐 것인지 물만 주었다. 저가항공에서는 기내 서비스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할 터이니 그러려니 해야지. 뭐.. 사실 FSC라고 해도 이런 초단거리 국제선에서는 아주 간단한 음식만 나오니 뭐..


불빛이 많아진 것을 보니 후쿠오카에 다 온 것 같다.


하카타인형이라는 것이 있다.

후쿠오카공항을 몇 번 이용한 적이 있는데 이런 것이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늦은 시간이기도 해서 재빨리 나가서 국내선터미널 앞에 내려주는 후쿠오카공항 무료 셔틀버스를 탔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국제선터미널에서 하카타역, 텐진 방면의 버스도 있다고. 다만 버스 운행간격이 30분이라 시간을 잘 맞추지 못하면 낭패를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익숙한 지하철 하카타역


일단은 밖으로 나가고 봅시다.

하카타역에서 밥이나 먹고 예약한 숙소를 찾아가려고 했는데, 도착한 뒤에 보니 가려고 했던 식당은 영업을 마친 상태였다. 음.. 역 안에 있는 드럭스토어에서 포카리스웨트나 하나 사서 마시고, JR패스 교환을 하고 구글 지도를 따라서 숙소를 찾아갔다. 생각보다 거리가 멀기도 하고 어둠 속에 초행길이어서 헤매다가 대충 30분 정도 걸은 것 같다.


이름 그대로 호스텔과 카페가 함께 있는 곳이었는데, 저녁밥을 안 먹어서 이 늦은 시간에도 식사가 가능하냐 물었더니, 여러 메뉴 중에서 치킨 난반(チキン南蛮)은 가능하다고 한다. 다른 메뉴는 안 되는 모양..


카페이자 호스텔의 프런트로 사용되는 공간


양이 좀 적은 것 같은데, 곱배기로 달라고 할 것을 그랬나보다.


사람 많은 곳에 가서 줄 서서 기다리는 것도 싫고, 배고프면 그냥 가까운 곳에 있는 것을 먹는 편이기도 하고, 이 근처는 처음이라서 늦은 밤에 헤매고 다니기도 싫어서 여기서 간단히 저녁을 먹고 씻고 잠을 자야겠다. 언젠가부터 여행을 다니면서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였는지 기록을 하는 편인데, 시간이 지나면 무엇을 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아서 이렇게 위해 밥을 먹는다거나, 입장권을 사서 구경을 할 때, 중간중간 음료수, 아이스크림 같은 것을 살 때 영수증을 챙기는데, 밥을 주문하면서 영수증을 줄 수 있겠냐고 하니 매니저 또는 오너인 것 같은 중년 아저씨가 친히 영수증 용지에 써서 주셨다.


사실 이것만으로는 배가 차지 않을 것 같기는 했는데..

역시 먹고 나서도 허기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은 것이 밥을 곱배기로 달라고 할 것을 그랬나 싶었다. 그런데 곱배기가 있었던가..

 

사진이나 찍어둡시다..


내일 아침에 후쿠오카공항에서 삿포로행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일찍 씻고 오기 전에 커피를 잔뜩 마셔서 그런지 아니면 잠자리가 바뀌어서 그런지 깊은 잠은 들지 못하고, 중간에 일어나 부엌 겸 거실이 있는 곳에서 방명록 같은 낙서장을 천천히 보다 보니 적지 않은 한국인들이 왔다가 간 모양이다. 서울보다는 대구나 부산 등에서 온 사람들도 많은 것 같았다. 내일 어떻게 움직일 지 대충 생각해보고, 다시 잠을 청했다. 여기에 도착하기 전에 토요코인에 예약을 했는데, 어째 이번에는 돈이 많이 들어갈 것 같아서 몇 시간만 머물면 되니 저렴한 호스텔로 정했는데, 쉽게 잠이 들지는 않는 것을 보니 나이를 먹기는 먹은 모양이다. 계속 뒤척이다가 날이 밝아올 즈음에 눈을 떴고, 씻고 슬슬 후쿠오카공항으로 갈 차비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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