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워킹홀리데이


나의 워킹홀리데이 경험은 전혀 모범적이지 않으나, 오히려 덕분에 다른 사람들에게 호주에서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라고 조언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학생비자를 받아서 어학연수를 하는 것이 상당히 복잡하고 번거롭기 때문에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아서 갔고, 덕분에 일을 하여 돈을 모으는 것은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학비는 한국에서 이미 모아둔 돈을 털어서 충당을 했고, 나중에 되어서는 생활비만을 위해서 짬짬이 일을 하는 수준에 그쳤다. 계획했던 만큼의 공부가 끝나자마자 비자의 유효기간이 많이 남았지만 즐길 새도 없이 한국으로 돌아와버렸다. 평생에 한 번밖에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워킹홀리데이의 시간을 아깝게 날려버린 것 같아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그래서 앞으로 비자를 받아 호주로 향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이 섹션을 통해서 하나씩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1. 목표를 정해라


금전적인 대박의 기회를 찾아서 오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반대로 여행하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즐기기 위해 오는 사람도 있고, 각자의 목적은 다양하다. 호주 워킹홀리데이에서 영어, 돈, 여행 이 세 가지를 모두 얻기는 힘들다. 떠날 때 영어 학원 비용을 들고 가지 않는 이상 모든 것을 한 번에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일과 공부를 동시에 하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는 않다. 영어 학원은 9시부터 3~4시까지 수업을 하는데, 수업을 마치고 돌아와서 일을 하려고 하면 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 상점들이 일찍 문을 닫는 호주에서는 5시 이후에 영업을 하는 곳은 대형 슈퍼마켓과 편의점, 술집, 레스토랑, 패스트푸드점 등 밖에 없다. 저녁 시간에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이 공부를 하는 동안에는 일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 시간 동안은 금전적인 수입이 0에 가까운 반면 지출은 비싼 학비 덕분에 훨씬 늘어나게 된다.


여행은 사람에 따라 그 지출이 천차만별이 되는데, 워낙 땅이 넓은 나라인지라 어느 만큼을 보고자 하는가에 따라서 그 비용이 달라지고, 같은 지역에서도 어느 만큼 즐기고자 하는가에 따라서도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동부 해안만을 돌아보는데 적어도 3,000달러는 있어야 케언즈에서 스카이다이빙과 스쿠버다이빙도 해보고,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크루즈에 탑승하고, 프레이저 아일랜드에도 한 번 다녀오고, 도시별로 투어에도 한 두 가지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 동쪽 해안만을 돌아보는 데만도 한 달 이상은 잡아야 여유 있게 구경을 할 수 있는데, 한 달 정도의 알찬 여행을 위해서는 2~3달 동안 꾸준히 일을 해서 돈을 모아야 한다고 한다.


1년 혹은 2년의 시간은 그리 긴 시간이 아니다.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목표를 정하고 하나씩 이루어가지 않는 한 호주에 가서 울룰루 한 번 못 가보고, 처음 도착한 곳에서 쳇바퀴 돌 듯 맴돌다가 실망감을 안고 돌아올 지도 모른다. 사람들을 만나며 어울려 파티를 하고 대화하면서 신나게 놀고 오는 것도 좋다. 한국 드라마나 쇼프로그램을 다운받아 보면서 하는 일 없이 시간을 보내고 오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다.


 

2. 현실을 냉정하게 보아라


현지인과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없을 정도가 되지 않고서는 말이 거의 필요 없는 육체노동 밖에 할 일이 없다. 처음부터 몸을 쓰는 일을 하겠다고 작정을 하고 가는 거라면 상관이 없겠지만, 자신의 능력과 맞지 않는 일만을 찾으려고 한다면 좌절감을 맛보게 될 것이다. 워킹홀리데이는 한국인들만 받는 특혜가 아니고, 일본, 타이완 등의 아시아 국가들은 물론 유럽인들이 많이 찾는다. 우선 이들은 일자리를 구하는 데 있어서 아시아인들보다 유리한 점이 많다. 특히 영국, 아일랜드 출신들은 언어의 제약이 전혀 없기 때문에 일을 찾기가 쉽고 마음만 먹는다면 꽤 괜찮은 일을 구할 수도 있다. 생김새가 비슷한 기타 유럽 국가에서 온 사람들도 일반적으로 영어 구사 능력이 아시아인들보다 뛰어나고 행동 양식 및 사고 방식에서 많은 공통점이 있기 때문에 고용주들이 선호하는 편이다. 반대로 아시아인들은 일단 영어를 잘 못할 것이라는 인식이 있어서 언어 구사가 필요한 포지션은 잘 내어주지 않는경향이 있다. 주인이나 매니저에게 끈질기게 연락을 해서 일을 할 것이라는 의지를 보여주고, 이력서를 내고 올 때에도 한 마디라도 하고 오려는 노력을 해야한다. 그러나 여전히 보이지 않는 인종 차별은 존재하기 때문에 아시아인을 고용하지 않으려는 곳도 있다. 또 하나의 장애물은 현지의 어린 학생들인데, 어린 학생들은 더 적은 임금을 지불해도 되기 때문에 반드시 성인을 고용해야 하는 의무가 없는 곳에서는 어린 학생들을 고용을 한다.


농장에서 일하면서 한 달에 수천 달러를 벌었다는 사람도 있지만, 반대로 농장을 제대로 찾지 못해서 일을 기다리다가 시간과 돈만 허비하고 돌아오는 사람도 있다. 일을 하더라도 중간 컨트랙터들이나 농장 주인이 급여를 중간에 갈취하거나 제 때에 지급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서 속을 썩이는 경우가 있단다. 이는 본인의 노력 여하도 중요하지만 운이 따라주어야 한다. 전년도에 대박이 났다고 소문난 농장은 다음해에는 사람이 많이 몰려서 일을 찾기가 쉽지 않을 수 있고 기상 조건도 좋아야 하는 등 성공 확률이 랜덤이다.


한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도시일수록 그 네트워크를 통해 일을 구할 확률은 높아진다. 그러나 제대로 된 보수를 받을 확률은 반대로 낮아진다. 그러나 생활을 위해서는 손해보는 느낌이 들더라도 일을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일자리를 찾기 어려울 경우 울며 겨자먹기로 캐쉬잡(호주에서는 세후 임금을 은행 계좌 혹은 수표로 지급을 하지만, 이런 고용의 경우에는 현금으로 직접 지급한다)을 택할 수밖에 없다. 임금만 낮을 뿐 아니라 고용계약 절차가 없기 때문에 임금을 제 때에 받지 못하더라도 하소연할 곳이 없고, 혹시 일하는 도중 다치거나 사고를 당해도 보상을 받을 수 없는 좋은 조건이 아님은 알고 있어야 한다.


영어 역시 생각만큼 빨리 늘지는 않는다. 학원을 다니다보면 비슷한 처지의 외국 학생(대부분이 한,중,일 출신이다)들과 대화를 하다보니 영어로 해도 곧잘 의사소통이 되는 기분이지만, 부담없이 말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 외에는 언어 구사 능력의 향상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내가 틀린 말을 해도 바로 잡아주는 사람은 없고, 상대로부터 좋은 표현을 배우지 못하니 일정 수준에 다다른 이후에는 영어가 정체 상태에 빠지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도서관에 앉아서 "그래머 인 유즈"를 펼쳐놓고 공부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전혀 추천하지 않는 바다.(물론 이 책이 좋은 책이고, 회화에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 집에서 잠깐씩 잠자리에 들기 전에 슬쩍 펴보면서 공부를 하는 것이면 모를까 굳이 호주까지 가서 수많은 네이티브 스피커들을 놓아두고 혼자서 그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때때로 열리는 도서관이나 박물관의 공짜 투어에 참여하거나 버스에 앉아서 다른 호주인들의 대화를 경청하든가 그냥 아무 가게에 가서 점원에게 물건에 관심이 있다고 말을 걸고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다.

'호주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퍼스에 가다  (0) 2009.10.17
호주에서 은행계좌 개설하기  (0) 2009.09.12
호주의 8대 명문 대학  (0) 2009.08.22
호주의 고용 형태  (0) 2009.05.1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