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우유모나카


적막한 분위기 속에서 버스는 계속 달리고 있고, 가이드 아주머니는 중간에 야생 동물들이 나타날 때 뭐가 나타났다고 알려주시기도 하고, 그제서야 그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면 이미 지나가버리고.. 홋카이도에서 다른 곳에 갈 만한 곳이 어디가 좋을까 물어보기도 하다가 그러다 아주머니의 말이 끝나면 순간 적막이 이어지는 것이 반복되고 있었다.


구름이 잔뜩 끼었다가 어느새 맑아지기도 하고, 그러다 다시 구름이 몰려오고 날씨가 아주 요란하다. 비가 내리지 않고, 많이 덥지 않을 뿐이지 태양이 구름 속에서 나와 모습을 드러낼 때는 매우 덥다.


옥수수밭

홋카이도는 일본의 곡창지대라서 주식인 쌀은 물론 온갖 곡식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곳이다. 일 년의 절반이 겨울 또는 겨울에 가까운 날씨지만, 섬나라라서 그런지 위도가 같은 한국의 도시보다는 훨씬 따뜻하다. 


아아~ 이 빈 자리들을 어찌할꼬!

승객이 단 한 명이라니..


가다가 세이코마트가 있으니, 여기서 점심을 먹는 것이 어떻겠냐고 하는데 딱히 한 것도 없고 별로 힘을 쓸 일도 없었기에 입맛이 당기지 않는데, 계속 버스를 타고 와서 도시락을 사 먹고 싶은 생각은 없고...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먹자니, 돈이 없어서 굶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싶어서 세코마[각주:1]의 홋카이도 우유 모나카나 먹기로. 홋카이도에서 아이스크림을 안 먹으면 섭섭하지..


삿포로 클래식 '여름의 상쾌' 와 삿포로 라거 비어


일본의 주류업체들에서는 여러가지 한정발매라 하여 이름 조금 바꾸거나 포장을 바꿔서 나오는 맥주가 많은데 삿포로맥주 역시 상품을 많이 내놓는다.[각주:2] 홋카이도 한정이라는 삿포로 클래식이라든가, 철마다 캔의 포장을 조금 바꾸어 '한정판' 을 자꾸 만들어낸다. 그렇게라도 팔아야 속이 시원하냐..

 

황새가 있는데.. 달리는 버스 안이라 사진이 이 따위로 나온다.

 

언제 비가 내려도 이상하지 않을 날씨인데 우산이 없으니 정지훈 씨는 나중에 뵙기로 합시다.

 

버스에서 내리면 비가 내리지 않을까 싶은 분위기


젖소다..

졌소 아니죠.



저 소들이 홋카이도 우유를 만들어내는 녀석들인가 보다. 

 

비는 안 내리지만 날이 흐려서 언제 빗방울이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가이드 아주머니

ㅜㅜ


다른 승객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이 아주머니와 지금까지 일본에서 다녀왔던 곳에 대해 이야기하고, 어느 시기에 단풍이 시작된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왔는데, 제 돈 주고 버스에 탔음에도 뭔가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이 아주머니도 기본적인 어휘 이상의 어려운 단어가 나올 때 그런 생각이 들었을 터.


운전수 아저씨

공짜로 탄 것도 아니고 제 돈 내고 탄 버스였지만, 뭔가 미안한 느낌이라 아칸코로 돌아갈 때는 사람들이 많이 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로 위에 적힌 글자는 "사슴 주의"


이런 곳에 도로를 만드는 것도 꽤나 힘든 일이었을 것 같은데, 다니는 차량이 많지는 않다. 왕복 2차선으로도 충분하고도 남을 정도이니..


연못인가..

여기는 '시라루토로누마' 라는 연못이었던 것 같은데..


구름이 갈수록 짙어지는 것이 뭔가 불안하기는 한데..

 

제발 비는 내리지 말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어제 전망대에서 보았던 것이 이 근처였던가..

 

여기는 쿠시로습원인가요..


이제 토로역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 같다.




어제 전망대에서 보았을 때 습원 가운데에 있던 강이었나 호수였나 싶었던 물줄기가 이것이었던가..

  

트윙클버스 투어를 마치면서 가이드 아주머니와 버스 기사와 인사를 하고 버스에서 내려서 빠른 걸음으로 전망대 쪽으로 갔다. 버스 안에 있을 때는 날이 흐리더니, 버스에서 내려서 걸어갈 때는 햇빛이 강렬했다. '안 될 놈은 안 된다' 는 것을 다시 한 번 떠오르게 한다. 가이드 아주머니와 버스 기사는 토로역에서 출발하는 사람들을 기다렸다가 태워서 다시 카와유온천, 아칸코로 돌아갈 예정인데, 원래 예정된 도착 시각 보다 빨리 토로역에 와서 노롯코 열차 도착 시각까지는 시간이 남아 잠시 구경할 틈이 있을 듯했다.


사루보전망대라는 곳이 있는데..

전망대야 언제나 환영하는 장소이지만, 백팩을 메고 캐리어를 끌고 가려다가 몇 걸음 걷다 보니 이것은 무리인 듯 싶어서 포기했다. 가뜩이나 캐리어 10년 넘게 썼다고 바퀴가 파이고 손잡이는, 과적의 폐해로 살짝 휘어지고 난리가 났는데 평평하지 않은 곳으로 끌고 다니면 언제 망가져 버릴지 모르는 일이고, 날씨가 꽤 더워서 무리하고 싶지는 않았다. 변덕쟁이..


오늘은 그냥 얌전하게 구경만 하고, 다음에 오게 되면 그 때 보는 것으로. 물론 다음에 다시 올 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하늘이 파란, 맑은 날을 좋아하지만, 여름철에는 이렇게 구름이 낄 때가 반갑다. 한국에서도 대도시보다 농어촌 지역에서 태양이 더 강렬하듯이 이 곳도 마찬가지라, 피부가 순식간에 타서 벗겨지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는 사람으로서는 살짝 흐린 날씨가 좋을 때가 있다.

 

노롯코열차를 놓치면 하코다테에 가는 방법이 사라지므로[각주:3], 열차 시각에 늦지 않도록 서둘러 토로역으로 갔다.

 

쿠시로역에 갈 때도 노롯코열차를 탔는데, 네무로본선을 운행하는 열차가 자주 다니지 않아서 이 열차를 놓치면 귀국이 힘들어진다. 센모본선처럼 열차가 자주 다니지 않는 노선의 열차를 탈 때는 미리 열차 시각을 알아보고 움직이는 것이 좋다. 멋 모르고 역에 왔다가 열차가 몇 시간 후에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좌절할 가능성이 크다. 열차 출발 시각이 얼마 남지 않은 듯해서 역 안에 있는 키오스크에서 먹을 음식을 샀다. 이번 여행에서 식비로 가장 큰 돈을 쓴 것 같다.


드디어 쿠시로역에 도착했다.


그리고 삿포로행 수퍼 오조라 10호에 탔다. 삿포로가 목적지는 아니어서 중간에 미나미치토세역에 내려서 하코다테 행 수퍼 호쿠토로 환승을 해야 한다. 미나미치토세까지 대충 4시간 반, 미나미치토세에서 하코다테까지 대충 3시간 정도 걸린다 치면, 환승 시간까지 포함하면 8시간 정도 열차 안에 있게 되는 셈이다. 


홋카이도 모리쵸의 이카메시 아베상점에서 만들어 파는 원조 이카메시.

이름처럼 일본어로 오징어인 이카(イカ)와 밥을 뜻하는 메시(めし)가 합쳐진 오징어밥이다. 작년에 청춘18킷푸로 홋카이도에서 혼슈로 가는 도중에 모리역에서 이카메시를 구입하려고 했는데, 이미 다 팔렸다고 가게가 문을 닫아서 그냥 포기했었는데 여기서 구입하게 될 줄이야.. 다른 곳에서 만든 이카메시는 몇 번 먹어본 적이 있기는 한데... 원조의 맛은 어떤지 제가 한 번 먹어보겠습니다.


맛있게 먹고 잤다.

그런데 자고 일어났는데 아직 한 시간 넘게 남아 있더라는.. 미나미치토세역에서 내려서 하코다테로 가는 마지막 열차에 탔다. 호텔에는 23시 이후에 도착할 것이라고 미리 알려주었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니 열차를 기다리다가 전화를 해서 하코다테행 마지막 열차를 타고 가니 늦을 것이라 알려주고 열차에 탔다. 내일은 신칸센으로 토쿄로 가야 하니 무리하지 않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뜻대로 될 지...

허.. 허리가 아프다..


버스이동경로 : 카와유온센 - 쿳샤로코 - 토로역 

열차이동경로 : 토로역 - 쿠시로역 (쿠시로시츠겐 노롯코 4호), 쿠시로역 - 미나미치토세역 (특급 수퍼오조라 10호), 미나미치토세역 - 하코다테 (특급 수퍼호쿠토 24호)

  1. 세이코마트 [본문으로]
  2. 올해(2018년)에도 2018년판으로 '여름의 상쾌' 를 내놓았다. [본문으로]
  3. 물론 돈을 때려박으면 갈 수는 있다... 삿포로까지 가서 삿포로에서 하코다테행 버스를 탄다거나.. 돈이 넘쳐나면 택시를 타고 간다거나.. [본문으로]

'일본 JAPAN > 2017.09 늦여름에도 홋카이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17. 오누마공원 ②  (0) 2018.09.26
#16. 오누마공원 ①  (0) 2018.09.23
#14. 쿳샤로코(屈斜路湖)  (0) 2018.09.11
#13. 이오잔(硫黄山)  (0) 2018.09.10
#12. 마슈코(摩周湖)  (0) 2018.09.09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