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회 윔블던

테니스 선수들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윔블던 챔피언쉽이 오늘부터 시작한다. 가장 전통있고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대회답게 올해는 125회째인데 역시 누가 최고의 자리에 오를 것인지 관심이 모아진다. 작년도 남자 단식 우승자는 세계랭킹 1위의 라파엘 나달(스페인), 여자 단식 우승자는 서리나 윌리엄스(미국)인데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맛을 안다' 고 이들이 수성을 할 지 쟁쟁한 도전자들이 그 자리를 빼앗을지 치열한 대결이 기다리고 있다.

 

라파엘 나달이 2010년 윔블던 우승 후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모습 © AELTC / M. Hangst

나달은 윔블던에서 두 차례 우승을 차지한 적이 있다. 윔블던의 명승부 중의 하나로 꼽히는 2008년 로저 페더러와의 결승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승리하면서 첫 우승을 차지하였고, 지난 해에는 경쟁자들이 알아서 떨어지면서 조금은 편하게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클레이 코트에서는 절대 강자로 군림하던 나달이었지만 윔블던 우승은 클레이 코트가 아닌 장소에서 처음 차지한 그랜드 슬램이었다. 이 우승은 나달이 페더러의 시대의 막을 내리고 새로운 최강자로서 군림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서리나 윌리엄스가 2010년 윔블던 우승 후 쟁반을 들고 있다  © AELTC / M. Hangst

서리나는 윔블던을 네 차례나 우승한 전력이 있는 절대 강자다. 작년 윔블던 우승 이후 고질적인 왼쪽 발목 부상 이외에도 혈종과 폐 색전증 등으로 1년을 쉬고 이제 다시 코트로 복귀했다. 세계 랭킹은 1위에서 급추락하여 현재 25위까지 내려갔는데 이번에 윔블던에서 우승을 차지하지 못하면 100위권 바깥으로 밀려날 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윔블던 직전인 이스트번에서 열린 토너먼트에서는 2회전에서 랭킹 3위이자 2번 시드를 받고 윔블던에 참가한 베라 즈보나레바와 풀세트 접전을 벌이며 아쉽게 패하는 등 기량이 많이 회복된 모습이어서 큰 경기에 강한 그녀 역시 강력한 우승 후보라고 할 수 있다. 비록 랭킹은 25위까지 내려갔지만 전년도 우승자라는 배려 속에 7번 시드를 받아 대진운이 크게 나쁘지는 않다.

 

2011 윔블던 프레스센터에서 로저 페더러 © AELTC / N. Tingle

이들의 아성에 도전하는 자는 누가 있을까. 썩어도 준치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페더러는 여전히 나달의 가장 강력한 맞수이다. 페더러는 나달과 윔블던에서 두 번 맞붙어 1승 1패를 기록하였는데, 윔블던에서 6번 우승한 관록은 무시할 수 없다. 작년에는 토마스 베르디흐(체코)에게 8강에서 패하며 7년 연속 윔블던 결승 진출 기록이 중단되었지만, 윔블던에서 가장 화려한 성적을 낸 선수인 그의 관록을 무시할 수 없다. 서브와 스트로크의 정확도가 떨어지면서 노쇠하였다는 평이 지배적이지만 프랑스오픈에서도 조코비치의 연승 행진을 중단시키는 등 여전히 떨어지지 않는 클래스를 자랑하고 있다.

 

2011 윔블던 프레스센터에서 노박 조코비치 © AELTC / N. Tingle

올 시즌 41승 1패의 경이적인 기록을 자랑하고 있는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역시 강력한 우승 후보 중의 하나다. 최근 나달과의 상대에서도 4연승을 달리고 있고, 랭킹 포인트에서도 단 55점 차이로 나달을 뒤쫓고 있어 나달이 우승을 차지하더라도 조코비치는 결승에만 오르더라도 나달을 제치고 세계랭킹 1위로 올라설 수 있다. 조코비치는 메이저 대회 중에서 윔블던에서 가장 낮은 승률(76.92%)을 기록하고 있고, 최고 성적도 준결승 진출(2007, 2010)에 그치고 있기는 하지만 시즌 초반의 상승세가 폭발할 경우 나달을 위협할 가장 위험한 선수가 될 것이다. 나달로서는 페더러와 조코비치가 준결승에서 맞붙을 수밖에 없는 대진이 행운일 수도 있다.

 

2011 윔블던 프레스센터에서 앤디 머레이 © AELTC / N. Tingle

세계랭킹 4위 앤디 머레이(영국) 역시 홈 그라운드의 이점을 안고 나달을 위협할 선수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머레이는 영국인들에게 계속되는 자국 선수들의 메이저 대회 무관의 아픔을 씻어줄 선수로 꼽히고 있다. 다혈질의 성격에 가다듬어지지 않은 플레이가 아직은 완성 단계에 오른 선수는 아니지만, 천재의 기질은 가지고 있다. 윔블던에서 나달과 두 번 상대하여 모두 패했고, 프랑스오픈 준결승에서도 패하는 등 역대 전적에서도 크게 밀리고 있지만, 머레이의 강력한 서브와 스트로크는 잔디 코트에서 빛을 발할 수도 있다. 나달과는 준결승에서 붙는 대진인데 광서버 앤디 로딕을 제외하면 4강까지는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여자 단식에서는 남자들과는 달리 뚜렷한 강자가 없는 덕분에 딱히 누구를 꼽기 애매한 혼전이 예상되는데 세계랭킹 1위 캐롤라인 워즈니아키(덴마크)와 2004년 윔블던에서 신데렐라로 떠올랐던 마리아 샤라포바(러시아), 프랑스오픈 우승의 상승세를 탄 중국의 리나, 이스트번에서 서리나를 꺾었던 즈보나레바 등이 서리나의 연패를 저지할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로 보인다. 세계랭킹 4위 빅토리아 아자렌카(벨라루스)와 서리나의 언니 비너스 윌리엄스(미국) 역시 우승이 가능한 선수들이다.

 

2011 윔블던 프레스센터에서 캐롤라인 워즈니아키 © AELTC / N. Tingle

워즈니아키는 세계랭킹 1위이지만 아직 메이저 대회 우승이 없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극복해야 하는 것이 부담이 될 수 있다. 윔블던에서는 4라운드 진출이 최고 성적이었을 정도로 늘 부진했는데 이번 대회에서는 톱시드를 받아 대진운이 좋은 편이라 기대를 해볼만 하다. 이변이 없다면 8강까지는 무난해보이는데 샤라포바와, 준결승에서 서리나 혹은 리나와 붙을 가능성이 크다.

 

2011 윔블던 프레스센터에서 마리아 샤라포바 © AELTC / N. Tingle

부상에서 회복하면서 세계랭킹을 6위까지 끌어올린 샤라포바는 최근 4년간 윔블던에서 4라운드 이상 진출하지 못했지만, 윔블던에서 우승을 하면서 테니스계에 충격을 안겨주었던 적이 있다. 그 좋은 기억을 되살린다면 이번 대회에서도 충분히 그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전성기의 기량을 많이 회복하여 선전이 기대되는데 호주의 사만다 스토서와 4라운드에서 워즈니아키에서 8강에서 붙을 가능성이 큰 대진은 그다지 좋지만은 않다.

 

2011 윔블던 프레스센터에서 리나 © AELTC / N. Tingle

프랑스오픈 우승 직후 윔블던을 목표로 하겠다는 야심을 밝힌 리나는 대진이 나쁘지 않아 8강에서 서리나를 만날 가능성이 크다. 최근 회복세에 있다지만 전성기보다 폼이 떨어진 아나 이바노비치(세르비아)나 아그네스카 라드반스카(폴란드)가 크게 위협을 하지는 못할 것 같고, 오히려 3라운드에서 만날 수 있는 같은 중국 선수인 정지에가 가장 위협적인 존재가 아닐까 싶다.

아자렌카는 대진이 좋은 편이라 쉽게 4강에 갈 가능성이 크고, 작년 준우승자인 즈보나레바는 비너스 윌리엄스와 옐레나 얀코비치 정도만 잘 넘기면 역시 4강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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