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일 때문에 일본에 간 것이고, 10월 9일은 한국에서는 공휴일이지만 일본에서는 그냥 평범한 목요일이기에 오전에 할 일을 조금 하고, 오후부터는 나만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처음 일본에 갈 때는 나리타 입출국이었는데, 도쿄 경유 호주행 비행기를 탈 때 빼고는 도쿄 출도착은 없었고, 언젠가부터 간사이 공항을 주로 이용하게 되었다. 원전 사고 이후 동쪽으로 가기 꺼리는 것도 없지 않고, 도쿄 지역의 비싼 항공료라든가 근교에 볼거리가 많다는 점과 간사이 지역에 익숙해짐이라든가 등 여러 이유로 그런 듯도 하다.

여비를 넉넉히 가지고 왔다거나 특별히 준비한 것은 없고, 지난 6월에 사두었던 오사카 주유패스와 간사이 와이드 패스 두 장의 패스를 가지고 갔다. 6월 출장에서 사용하려고 여행사에 주문을 해두고, 공항에 가는 길에 들러서 받아가려고 했는데 갑자기 그 날 일이 바빠서 간신히 공항에 가서 겨우 비행기를 탈 정도였기에 여행사에 들러 두 장의 패스를 받아가지 못했다. 그래서 간사이 공항에 도착한 후 역에서 간사이 와이드 패스를 현지구매하고, 주유패스는 사유리짱과 신오사카역에서 사서 돌아다녔다. 나중에 한국에 돌아와서 여행사를 찾아가 곱게 포장되어 있는 패스를 받아온 후 썩혀두고 있다가, 9월의 "추석연휴 대탈출기"로 일본에 갔을 때 간사이 와이드 패스의 인환증을 들고 가서 교토역에서 패스로 교환을 해두었다. 규정에 따르면 인환증의 유효기간은 3개월, 그 발행일이 아마도 6월 12일이었던가 해서, 9월 11일까지 일본에서 패스로 교환을 해야 했고, 패스 사용 개시일은 교환일로부터 30일 이내여서 늦어도 10월 10일부터 4일간 사용해야 했다. 그래서 9월 11일에 교토역에서 예약했던 선더버드 열차를 놓치고 나서 역무원에게 가서 10월 10일부터 10월 13일까지 사용 가능한 패스로 교환을 했다. 어느 정도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수수료 10%를 내더라도 환불을 받는 편이 나았을텐데,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 스스로도 도무지 알 수 없는 사람이다. 그 덕분에 사람 많은 이 시기에 다시 오사카에 오게 되는 불상사가 발생한 것이다. 사실은 이 다음 주에 가는 것으로 계획을 했는데 급출발의 이유는 바로 이것.

오사카 주유패스는 춘하판, 추동판으로 나뉘어 발행되는데 시기별로 약간의 이용시설의 차이가 있다. 내가 가진 것은 춘하판이었고, 유효기간은 10월 31일까지. 그래서 한글날에는 주유패스를 이용해서 오전에는 일을 하고, 반나절 동안 오사카 시내 관광을 즐기기로 했다. 간사이 공항에 도착했을 때 오사카 시영지하철 1일 승차권이 포함된 오사카 출장 킷푸를 사지 않은 것도 주유패스가 지하철은 물론 사철의 오사카 시내 구간 승차 역시 가능하기 때문. 오사카 주유패스는 이번이 세 번째 사용하는 것이 되는데, 여러 곳을 갈 수 있지만 매번 갔던 곳만 가고, 안 가는 곳은 계속 안 가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6월에 세 번씩이나 오사카성 천수각에 올라갔고, 우메다 공중정원은 네 번째 다녀왔으니 참.. 주유패스 1일권은 외국인이 아니더라도 누구든지 구입하여 사용할 수 있는데(반면에 2일권은 단기 체재 목적의 외국인들만 구입이 가능하단다) 서울에도 이런 것이 있어서 여러 관광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N서울타워라든가 63빌딩에서 협조하여 그럴 리는 없을테고, 따라서 나도 갈 일이 없을테지만..

주유패스로는 JR을 탈 수 없으니 지하철이나 사철을 이용해야 하는데 일단 어제 중간에 내린 난카이 열차로 난바까지 가기로 한다. 대낮부터 지하철 탄다고 땅굴로 들어가기 그냥 싫어짐. 이렇게 하면 간사이공항-난바 구간을 이틀에 걸쳐 클리어하게 되는 것이군. 난바역까지 난카이선을 처음 타는 것은 아니지만 뭐.. 오랜만이기는 하다. 사실 잘 기억도 안 남. 당시에는 긴테츠 와이드패스에 붙은 기획승차권이었는데, 중간에 내려도 되는 것임을 모르고 굳이 난바까지 갔다가 돈 아낀다고 오밤중에 신이마미야까지 걸었던 적이 있다. 그래서 일본어 공부를 해야한다. 읔


각역정차 난바행 열차가 들어온다.
어차피 시간도 많고 난바까지는 역이 두 개밖에 되지 않아서 별 상관없다.

그냥 심심해서 역명판도 한 번 찍어봅니다.
그저 열차 타는 것을 좋아할 뿐 별다른 의미는 없습니다요.
저는 철덕이 아니거든요. ㅋ

10월이 되면서 한국의 날씨는 꽤 서늘해져서 아침 저녁으로 반소매 셔츠로는 도저히 견딜 수 없는 날씨여서 긴팔 옷을 가지고 오기는 했는데, 이 섬나라는 덥다. 열차를 타고 나서야 티셔츠 위에 뭔가를 걸쳐 입은 사람은 나와 양복을 차려 입은 직장인 아저씨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도 난바역을 나와서도 꿋꿋이 낡은 재킷을 걸치고 돌아다니다가 도저히 더워서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옷을 벗어서 가방 속에 넣고 걸어다녔다. 그래도 더워서 낡은 백팩을 멘 등에 땀이 조금씩 나기도 하고..

난바역 도착. 내리려고 하는데 열차 안 광고에 눈길이 간다.
오오옷! 사토미찡이다!!!
모두가 내리는데 혼자 다른 사람들이 모두 내리기를 기다려 사토미찡 광고 사진을 찍고 괜히 기분이 좋아짐.

일본 역시 한국처럼 영어 사교육 시장이 대단해서 길거리에서 영어학원 광고지를 나누어주는 경우도 많고, 여러 영어학원들이 대도시는 물론 규모가 어느 정도 되는 지방의 도시에도 지점이 있다. 이 광고에서는 난바, 이즈미사노, 와카야마 가든파크에 있는 학원들의 연락처가 기재되어 있다. 열차 안 광고에는 해당 열차가 지나다니는 지역에 맞춘 광고가 등장하는가보다. 광고가 없어서 비워둔 채로 다니는 한국의 수도권 지하철과는 아주 딴판이네. 일본에서도 갈수록 열차 안에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다니는 사람이 늘어나지만, 책을 읽는 사람도 종종 있고 한국 만큼 누구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그러지는 않는 듯하다.

여기서 잠시 사토미가 출연한 이온 광고를 감상하고 가자. 요즘 들어서 지나치게 웃는 표정을 지으려고 하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음.. 그래도 내가 영어를 사토미보다는 잘하는 것 같다.
그렇습니다. 나름 야매 해외파입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간단한 접속사 철자도 헤매는 일이 종종 있다죠.

 

난카이의 주요 노선들이 출발하는 난바역.
난바에 있는 많은 철도회사의 역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크지 않나 싶다. 아님 말고.

어차피 다른 곳에 갈 일은 없고, 그냥 난바에 오는 것이 목적이었으니까 역 바깥으로 나가기로 한다. 아침 먹을 시간을 한참 지나 점심을 먹을 시간이지만, 늦은 아침을 먹으러 가야 한다. 어차피 계속 오사카 시내에 있을 거니까 이름만 들었던 홋쿄쿠세이(北極星)라는 오므라이스집에 가보려고 한다. 오므라이스의 원조라고 일컬어지는 가게인데, 한국에도 꽤 유명한 듯.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사카에 자주 드나들면서 이 곳에 가본 적은 없다. 국물이 있는 우동이나 소바를 먹거나 아니면 돈부리를 먹든가, 다코야키, 551호라이 만두와 라멘은 먹었어도 한 번도 가보지 않았네. 어쩌다 한국인들이 떠드는 소리를 듣고 인터넷에서 찾아서 알게 되었다. 막상 오사카에 사는 일본인 친구도 이런 곳을 소개하기보다는 그냥 노미호다이 술집으로 끌고 가버리니.. 오히려 여행 책자를 들고 와서 이런 곳에 가자고 하면 이런 곳이 있었냐고 신기하다면서 되물을 정도니까. 그런데 요즘 들어서 밥을 먹지 않으면 먹어도 먹은 것 같지 않은 느낌이 들어서 밥을 안 먹으면 다른 것을 먹어도 속이 허전하다는 어른들의 말씀이 이해가 되어서 - 이런 것이 탄수화물 중독의 증상인가 - 밥을 먹으러 가려는데 난바에서 걸어서 금방일 듯하다. 우리 엄마는 아들에게 차비 대신에 튼튼한 다리를 주신 고마우신 분.

타고 왔던 열차는 콩고행 열차로 변신했는데 영어로 지명이 써 있지 않으면 못 읽겠다.
설마 아프리카 콩고행은 아닐테고 온 길을 되짚어 돌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함.
난카이혼센에서 콩고역을 본 적이 없으니 아마도 고야센 어딘가에 있는 역이 아닐까 싶은데 굳이 그런 것까지 알 필요는 없으니 그냥 넘어가자.

이 준급 열차는 이즈미추오까지 가는구나.
엥? 이 곳도 난카이혼센에서 본 적이 없는데..

난카이가 아닌 이름이 있으니 아마도 난카이센과 연결되는 다른 회사의 노선이라고 추측해본다.
그 회사의 이름이 센보쿠인가보다.
머리 아프니까 이 정도에서 끝을 낸다.

라피트를 찍는 척하면서 오른쪽에 있는 역무원을 담아보려고 했는데..
별로 잘 안 나왔다.

예전에 열심히 찍어둔 사진이 어딘가에 있을 듯한데 기억이 잘 안나서 잘 모르겠다.
나가자. 역에서 무슨 할 것이 더 있다고..

 

역을 나와서 주변을 걷는다. 도톤보리구나. 

밤이 되면 환락가로 변신하는 도톤보리에서 술을 마시면서 유흥을 즐길만한 경제적 여유가 없기도 했지만, 시끌벅적한 것을 싫어해서 잘 오지 않았고 대부분의 경우 오사카를 베이스캠프 삼아서 다른 곳에 많이 다녀서 정작 오사카 구경은 거의 하지 않고, 그저 베드타운으로 만들어버리기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는 이야기가.. 

도톤보리의 명물 구리코 간판은 현재 공사중이라고 아야세 하루카가 대신 만세를 부르고 있다.
새로 생기는 간판은 어떤 것일지 궁금하네.

도톤보리의 북쪽으로 신사이바시스지를 따라 가보도록 한다.
사실 길을 잃고 헤매고 있는 것이지만 당황하지 않고 그냥 일단 상점가 구경을 해보기로 한다.
여기는 언제나 사람이 많더라~

아~ 이것은 신세카이에 있는 다루마의 지점인가보다. 신세카이는 숙소가 있는 신이마미야역 부근에 있는 동네인데, 쿠시카츠 가게가 여럿 모여 있다. 그 중에서 다루마가 원조라고 가장 유명해서 사람이 많다고 하는데, 이상하게 튀김을 좋아하면서도 쿠시카츠 가게에는 발길이 향하지 않았다. 돈이 없을 때는 돈이 없어서, 돈이 있을 때는 돈이 있어서 안 가고 그랬는데 결국 이번에도 쿠시카츠와는 인연을 맺지 못하였다. 아무래도 튀김 꼬치를 먹게 되면 대개 맥주를 같이 마시게 되는데 혼자서 술을 마시는 것은 좀 그래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그렇지 않더라도 대낮부터 느끼한 튀김 꼬치는 먹고 싶지 않고 밥과 국을 먹고 싶은지라 가볍게 패스한다.

다루마를 지나서 보이는 사진의 방향이 아닌 반대 방향으로 신사이바시스지를 따라 북쪽으로 가다가 결국 신사이바시역까지 가게 되고, '이러다가는 못 찾고 우메다까지 갈 수도 있겠다' 싶어서 구글 맵으로 위치를 찾았다. 환전도 못했는데 데이터 로밍 신청 역시 했을 리 없고, 간신히 와이파이 터지는 곳을 찾아서 지도에서 경로 검색을 함. 가려고 하는 가게가 멀리 있지는 않은데 일단 큰 길가로 나가야 한다네. 그 큰 길이 지하철 노선의 이름이기도 한 미도스지인데 내가 가려는 가게는 미도스지의 서쪽에 있는데, 나는 미도스지의 동쪽에 있는 신사이바시스지에서 헤매고 있었던 것이다. 네. 그렇습니다. 저는 길치입니다. 구글 맵의 경로 검색에서 가리키는 길을 따라서 가니 금방 도착했다. 그 가까운 길을 두고 나는 길바닥에서 시간을 버리고 있었던거야. 덕분에 30분 정도 길에서 낭비를 했네. 언젠가 길치도 갈 수 있는 오사카 여행 책이나 한 권 써볼까.. ㅋ

오후 1시를 넘은 시간이라 평일인 이 곳에서 점심을 먹으러 온 직장인들은 이미 자리를 떴을테고, 남은 사람들은 관광객이나 백수겠지. 문을 열고 들어가니 한 명이냐고 묻는다. 네~ 혼자입니다. 잠시 후 종업원 아가씨가 자리를 안내해준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서 구석에 홀로 앉았다. 아가씨가 시원한 얼음물과 메뉴판을 가져다 주었는데, 점심 시간에는 880엔인가 하는 가라아게 런치세트가 있는데 사진을 보니 치킨과 버섯오므라이스 중의 하나와 치킨 가라아게와 샐러드가 함께 나오는 것 같다. 오므라이스 단품이 720엔이니 런치세트가 이득이기는 한데 국이 따로 포함되지 않은 듯. 아가씨를 불러서 런치세트에 미소시루가 포함되어 있는지 물어봤는데 미소시루를 먹고 싶으면 오므라이스 세트 메뉴가 어떻겠냐고 물어본다. 단품 오므라이스에 새우튀김과 미소시루가 함께 나온다는데 치킨 가라아게가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따끈한 국물이 마시고 싶은지라 세트 메뉴를 시키고, 굳이 음료는 시키지 않아도 되는데도 목을 축이기 위해 생맥주를 시켰다. 대낮이고 해서 맥주는 작은 잔으로.


구석에 홀로 앉았다. 
일본에서는 혼자 밥 먹으러 가도 눈치주거나 타박하지 않고, 사적 영역을 확실히 보호하려고 테이블에 자리가 남아도 모르는 사람 옆에서 먹도록 하지 않아서 좋다. 

먼저 맥주를 내온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물로 충분한데 나는 왜 이것을 시켰을까? 아무리 작은 잔이라지만 한 번에 다 마실 그럴 양이라 아껴서 마셔야 한다.

으음.. 뭐 이렇게 생겼다.
단촐하군.

으음.. 나도 이렇게 오므라이스를 만들어보고 싶기는 한데 늘 지단부치다가 말아먹고 만다는..

점심시간은 살짝 지났는데도 일본인이나 해외에서 온 손님들이 끊이지 않는다.

외국에도 널리 알려진 탓에 메뉴에 영어로도 설명이 있고 그런데 아무래도 일본어를 알아야 읽기 편하다.
이 곳 직원들도 기본적인 영어 대화는 가능하다고.

양이 많지 않은지라 아껴서 먹고 있다.
솔직히 누구 코에 갖다붙이냐 싶은 정도. 내가 많이 먹는건가..

도쿄의 렌가테이라는 곳(가본 적이 없으므로 먹어본 적도 없음)과 이 곳 홋쿄쿠세이가 서로 오므라이스의 원조라고 우긴다고 하는데, 렌가테이의 역사가 더 길지만 쉽게 말해 그냥 계란 넣고 볶은 밥 같은 느낌에 소스를 뿌려놓은 것이고 홋쿄쿠세이는 밥과 안에 들어가는 건더기까지 소스로 비벼서 볶아서 계란으로 말아 놓은, 우리가 '오므라이스는 이런 거다' 라고 생각하는 그런 음식에 가깝다는 차이가 있단다. 오므라이스라는 것이 오믈렛에서 변형된 음식이므로, 홋쿄쿠세이가 자기들이 오므라이스의 진정한 원조라고 주장한다고 하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내 배를 채우는 것이 주된 관심사지.

솔직한 감상을 말하자면 아주 맛있다는 강렬한 느낌은 없고 괜찮다 싶은 정도라고나 할까. 물론 음식을 먹고 감정을 격하게 표현하지 않는 편이기는 하지만 ‘먹어서 기쁘거나 즐겁다’ 까지의 느낌은 받지 못했다. 사실 여행 정보로 알려진 것 맛집, 음식들 중에서 그저 그런 것들이 수두룩해서 별로 신뢰하지도 않지만, 오므라이스를 개발한 곳이라고 해서 호기심이 때문에 가보았는데 별 다섯 개 만점에 세 개 정도 주고 싶다. 다만, 사람마다 입맛의 차이가 있고, 특히 나는 해산물과 시원한 국물이 있는 음식을 좋아하니 이런 점은 감안해야 할 듯하다. 한 번쯤은 들러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 그러나 오사카에 먹을 것이 얼마나 많은데..맛이 없다거나 실망스럽다는 것은 아니니 오해는 마시길..

미션 클리어!

오나카잇빠이의 느낌은 들지 않지만 별 수 없다.

이렇게 먹었더니 1,350엔인가 나왔다. 아!! ;비싸당~

내부에 정원을 꾸며놓았다.
오므라이스라는 음식과는 오묘한 조화인가.

일본식 분위기에서 양식을 파는 곳이라는 뭔가 맞지 않는 듯하면서도 일본에서 변형, 창조한 음식이니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이경규씨 일행 말고는 누구의 사인인지 알 수 없다.

요즘 대세인 중국인 관광객들이 세력을 과시하고 있고.


이들을 피해서 가게 사진을 찍어본다.

자~ 안녕.
나는 이제 난바역으로 가야해.


얼마 전에 일이 있어 오사카에 다녀왔다. 그 짧은 여행기를 잠시 블로그에 남겨볼까 함.

이번에는 국적기 중에서 어르신들이 특히 좋아하신다는 대한항공의 왕복 항공편을 타게 되었다.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은 저가항공이라 일컬어지는 항공사보다 서비스가 좋은 것이 장점이기는 한데 비싸다. 그래서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잘 타지 않는데 이번에는 선택의 폭이 넓지 않았다. 신용카드 마일리지가 대한항공은 1,500원 당 1마일리지가 적립되어 아시아나의 1,000원 당 1마일리지가 적립되는 것에 비해 좋지 않고, 스타얼라이언스라는 동맹체를 끼고 있는 아시아나에 비해 사용할 수 있는 범위도 별로인 것 같다. 대한항공의 노선이 많은 것은 장점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시아나가 좋음. 항공권 결제도 아시아나 마일리지가 적립되는 카드로 결제. 내년 여름 즈음에는 5만 마일 정도 모으지 않을까 싶다. 조금 더 마일리지 적립률이 높은 카드로 바꾸어볼까도 생각하고 있으나 연회비가 비쌈. ㅋ

인천에서 19시 15분 발 비행기다. 김포 출도착편으로 하려고 했으나, 일 끝나고 가기에는 무리인 듯 싶어서 조금 늦게 출발하는 인천발 비행기로 예약, 도착은 김포로. 인천공항은 서울의 동북쪽에서 가기에는 교통도 좋지 않고 너무 멀다. 사람이 많아서 수속에 시간이 걸리는 것도 짜증나고.

서울역에서 공항철도를 탄다. 서울역 4호선 역에서 공항철도 역까지가 상당히 멀다. 사람도 많아서 에스컬레이터에서 추월도 못하고 가는데 10분 정도 걸린 것 같다. 타려고 했던 17시 31분 일반열차는 늦었고, 17시 40분에 출발하는 급행열차를 타는 수밖에. 43분 걸린다는 코레일공항철도의 말에 따르면 18시 23분 경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 카운터까지 달려가면 비행기 출발 약 45분 전에 도착하고 아슬아슬한 상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열차표를 사는데 아저씨가 출발 5분 전부터는 발권이 되지 않는다고 다음 열차표를 주면서 그냥 열차에 타라고 한다. 급행열차는 자리가 텅텅 비어간다는 것은 dog나 cow나 다 아는 사실. 플랫폼에 서 있는 승무원 언니에게 표는 다음 열차이지만 타겠다고 하고 곧 열차는 출발. 아! 이런.. 환전을 안했는데..

공항열차 화장실에 탑승 흔적을 남기는 신고식을 치르고, 아이폰 충전을 하면서 가는데 마음이 여유롭지는 않다. 일부 항공사는 45분 정도 전에 문을 닫아버리는 경우가 있기도 하다. 일찍 가고 싶었지만 일이 늘 발목을 잡아 아슬아슬한 초치기 전쟁을 하게 된다. 언젠가 소개할 "추석연휴 대탈출기" 에서는 정말 아슬아슬하게 체크인 후에 우체국에서 여러 건의 우편물을 보내고 초광속으로 달려다니며 보안 검색과 출입국 심사를 마치고 탑승에 성공하기도 하였다. 하~

이래저래 카운터에는 18시 27분에 도착하였으나, 레이트 체크인을 하려는 사람들이 내 앞에 줄을 서 있다. 이런 줸장.. 앞에 계시던 분들은 출발이 30분도 남지 않아서 카운터에서 탑승이 어렵다고 하는 것 같은데, '나는 아직 40분 정도 남았으니 괜찮겠지' 라고 마음을 놓는다. 모처럼 들고간, 호주 시절 이후 봉인해두었던 캐리어를 오래간만에 들고 왔는데 사이즈가 있어서 기내에 들고 탈 수 없어 따로 맡기고, 탑승권을 받아서 보안검색대로 간다. 출발이 30분 이내로 임박한 승객은 미리 말하여 빨리 검색을 받으라는 표지를 한참 후에야 봤는데, 셔틀트레인을 타고 멀리 갈 것도 아니고 해서 새치기하는 중국인들을 가만히 지켜보지는 않고 욕을 중얼거리면서 기다린다. 가뿐히 검색대를 통과하고 출국 심사도 쾌속으로 마치고 나오니 약 20분 정도 남았다. 슬슬 걸어가면 늦지 않을 것이라는 경험에서 우러나온 강한 확신이 있다. 막상 올라타고 나니 더 늦게 탄 사람이 꽤 된다. 그 사람들은 도대체 뭐하고 온거야?


언젠가 대한항공에서 들은 이야기로는 국제선의 짧은 구간에서는 가열을 하지 않은 음식을 기내식으로 낸다고 했다. 
연어 샌드위치라고 했던 것 같은데..

항공사 직원이 아이가 있는 가족 옆의 자리라고 해서 소란스럽지 않을까 다소 걱정을 했는데, 젊은 부부가 차분하고 조심성 있는 성격에 아이 역시 순해서 문제는 없었다. 빵을 주길래 빵을 먹고, 밤에 일찍 자기 위해서 맥주를 마시고, 한 캔 더 마시고 면세품 주문을 하고 그러다보니 순식간에 도착. 김포-오사카는 일본 국내선 노선보다 짧은 국제선 같지 않은 구간이기는 하지만. 입국 심사와 세관 검사도 간단히 끝나고 공항 화장실에 흔적을 남긴 후 간사이공항역으로 간다.

단지 시내로 들어가는 것이 목적이니까 가장 싼 920엔짜리 난카이 급행열차를 타면 되기는 한데, 늦은 밤인지라 가장 빨리 출발하는 열차를 타려고 했는데 그게 특급 라피트(일본식 발음으로는 '라피토'가 되겠슴돠). 간사이공항과 오사카 시내 접속 구간은 난카이와 JR의 경쟁이 치열한지라 할인 티켓을 판다. 1,500엔짜리 간사이공항-난바 간 라피트 편도 승차권과 오사카시영지하철 1일 승차권 세트인 "오사카 출장 킷푸"를 사려고 했는데 지하철 승차권은 다음 날까지 사용해야 한단다. 뭐야 이거 한국에서 판매하는 오사카 요코소 킷푸와 같은 것이네. "에이~ 그렇다면 지하철 승차권은 필요없는데.." 라고 하니 라피트 편도 승차권은 1,130엔이라고 해서 그것을 사기로. 원래는 특급료 포함해서 1,430엔인데 300엔 할인이다. 동전을 긁어오기는 했는데 어디에 두었는지 모르겠고 그냥 2천엔을 꺼내서 내고 거스름돈으로 동전 한 움큼을 받아서 나왔다. 무거워.. 힝~

 

이것이 라피트 승차권. 특급료가 포함된 요금 1,130엔.

라피트는 전석 지정좌석제라는 점에 주의!

난바까지 갈 수 있는데, 꼭 난바까지 가지 않더라도 도중 어디에서 내려도 된다.

다만 내려서 개찰구에 이 승차권을 넣었을 때 이 승차권은 못쓰게 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라피트는 알파와 베타 열차가 있다. 알파는 간쿠 출발 이후 종착역 난바까지 가면서 린쿠타운, 이즈미사노, 덴가차야, 신이마미야에 정차하는데, 베타는 여기에 기시와다, 사카이에도 선다. 결론은 "알파가 베타보다 빠르다"인데 선택의 여지는 없다. 열차 시각에 맞추어 타는 수밖에. 내가 탄 열차는 라피트 베타 78호. 22시 12분에 난바 도착이라니 목적지인 신이마미야에는 22시 9분 정도에 도착하는 것 같다. 라피트 열차가 특이하게 생겨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은데, 짐 가지고 다니기도 귀찮다. 뒤져보면 언젠가 찍었던 사진이 있을텐데 그러기 귀찮다.


 라피트 베타.
사실 알파나 베타나 열차 차량의 차이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놈이 그 놈이라는..
철인 28호 모양을 형상화한 열차라고 알려져 있는데 창문 모양 역시 특이한 원형.

야야~ 시트 커버는 좀 빨아서 쓰자. 

린쿠타운에서 잠시 정차.
네. 맞습니다. 아울렛이 있는 그 곳이죠.

사카이에도 정차.
다른 정차역은 귀찮아서..

 

차장 언니는 계속 오락가락 한다. 

그렇게 열차를 타고 목적지에 도착, 값싼 허름한 숙소에 체크인하고 짐을 풀어놓는데 여기서는 단 3일만 묵는다. 11일부터 토일월 3일짜리 연휴인지라 다수의 숙박 시설이 만실이어서 이것도 간신히 예약을 해둔 것. 마지막 밤이 될 것이라 예상했던 12일 일요일은 다른 곳에 예약을 하기는 했는데, 11일 토요일은 묵을 곳을 정하지 않은 상태였다. 예약은 하지 않았지만 효고현 북쪽 카스미나 돗토리쪽은 숙소 사정이 조금은 나은 듯해서 이 근방에서 하룻밤 묵을 계획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뜻하지 않은 변수가 등장하여 물거품이 되면서 위기를 불러오기도 하는데, 이것은 To be continued 하기로 하고 일단 이 날의 이야기로 돌아간다.

환전을 안했기 때문에 숙박비는 카드로 결제. 현금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 날을 빼고 5일을 버티기에는 빠듯한 금액이기도 해서. 환전을 하지 않은 것은 돈을 아끼겠다는 의지로 한 것은 아니고 시간이 모자라서였을 뿐인데 막상 현지에서 환전을 하기에는 환율이 좋지 않고 하니 적당히 버티기로 했다. 짐을 풀어놓고 뒤져보니 동전이 담긴 조그만 가방이 있다. 예전에 쓰던 1엔짜리, 5엔짜리 포함해서 동전을 꺼내서 편의점에 간다. 저녁이라고 기내식을 주기는 했지만 그것으로 배가 찰 리는 전혀 없고 먹을 것을 좀 사러 가서 자동판매기에도 들어가지 않는 쩌리 동전들을 처리한다.


배가 고파서 먹고 씻고 텔레비전 보다가 잔다.


  잠꾸러기의 여행노트 

간사이공항에서 오사카 시내에 들어가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돈이 많아서 택시를 타는 경우를 제외하면 열차와 버스 정도. 버스는 의외로 노선이 많지 않다. 인천공항에서 서울 각 방면으로 가는 버스가 수두룩한 것과는 아주 비교가 된다. 버스를 타더라도 내리는 곳과 숙소가 가깝지 않으면 다른 교통 수단을 다시 타야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JR의 특급 하루카는 교토까지(야간 19:16, 20:16 발 두 대편은 교토 경유 마이바라 행) 가는데 도중 덴노지, 신오사카역에 정차하며, 이른 아침의 다섯 편은 이즈미후추, 히네노에도 정차한다. 하루카의 단점은 요금이 비싸고(덴노지까지 자유석 1,710엔, 지정석 2,230엔, 신오사카, 교토는 더 비쌈), 단기여행자들이 많이 가는 난바, 오사카(우메다)역에 가기 불편한다는 것인데, 우메다에 가는 경우라면 대신 간쿠카이소쿠(関空快速)열차를 타면, 오사카역까지 약 1시간 10분까지 갈 수 있다. 운임은 1,060엔. 난바에 가는 경우라면 간쿠카이소쿠를 타고 덴노지 다음 역인 신이마미야에서 JR난바역 방향으로 가는 열차로 갈아타면 된다. 소요시간은 환승 시각 포함 약 1시간 5분, 운임은 1,060엔. 그러나 난바에는 JR보다는 난카이를 타고 가는 것이 더 저렴하고 편리하다. 그나마 외국인들에게 경쟁력이 있는 이유는 JR패스 및 JR웨스트 간사이패스, JR간사이 와이드 패스 등이 있으면 추가요금 없이 열차를 탈 수 있다는 점이겠지만.

난카이는 특급 라피트를 비롯, 난바행 급행열차가 수시로 있어서 난바에 갈 때 더 편리하고, 노선 길이도 짧아서 38~46분 정도에 환승 없이 도착할 수 있다. 요금은 920엔, 특급 라피트는 지정석 특급권을 510엔을 추가로 내야해서 1,430엔이지만, 2015년 3월 31일까지 칸쿠도쿠와리(関空得割.간사이공항 특별할인) 행사로 1,130엔에 판매중이다. 

고베나 나라 등 오사카 이외의 지역에 가는 경우라면 공항에서 버스를 타는 것이 훨씬 편하고 빠르다. 짐을 끌고 다니는 것을 생각만해도 별로다.

중요한 정보라면 심야에 도착했을 때 오사카 시내에 들어가는 막차의 시각.

이번에 개정된 시각표에 따르면, 난카이의 마지막 열차는 23:40에 간사이공항역에서 출발하는 각역 정차하는 보통열차로 난바에는 익일 00:40에 도착한다. 이에 앞선 급행열차는 23:29에 출발하여 00:13 도착하므로 이 열차를 추천. 라피트 마지막 열차는 22:31이므로 22시 이후에 도착하는 비행기라면 타기 어려울 듯하다.

JR의 간쿠카이소쿠의 막차는 23:32. 다만 이 열차는 종착역인 덴노지역에 익일 00:16에 도착 후 더 이상 운행하지 않으므로, 덴노지역에서 오사카간조센(大阪環状線) 소토마와리(外回り) 00:19발 열차를 타고 오사카역에 도착하면 00:40. 한 번에 가는 열차는 22:28에 출발하는 열차가 마지막으로 23:43 오사카역 도착. JR난바행은 덴노지역에서 익일 00:30에 막차가 있어 환승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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